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3월 2025 >>
      1
2345678
9101112131415
16171819202122
23242526272829
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한영남 / 장춘식
2015년 09월 17일 20시 16분  조회:4415  추천:0  작성자: 죽림
 

한영남의 시에 대한 단평

장춘식

 

 

  「그날의 커피향은 오늘도 입가에 머물고」: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 더 아름답다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는데 그들은 왜 “비도 없이 축축한 날” 따뜻한 커피를 함께 마셨음에도 그대로 헤여지고 말았을까? 서로의 마음을 드러낼 용기 부족 때문에? 혹시나 당할 거절에 자존심이 상할까봐? 아니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냥 현대인의 무심함 때문에? 하여간 헤여진 지금은 따뜻한 커피향기처럼 아름다운 추억이 되여있다.

 

  「오늘은 왜 그 아픈 사람이 떠오르나」: 「커피향」의 이미지와 연관된 감수이다. 헤여진 사랑의 아름다움을 되뇌인다. 인생은 어쩌면 그러한 아쉬움 때문에 더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른다. 완성이 아닌, 부족함 때문에 우리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항상 그 부족함을 채워넣기 위해서 말이다.

 

  「어떤 저녁」: 중년남녀의 맛이 간 사랑에 대해 자조하고 있는 것 같다. 꽤 시일이 지난 부부의 사랑은 이제 격정과 애절함이 사라진 관습적인 사랑이 되여 버린다. 그러나 일부일처제를 거부하지 않는 한 그러한 관습에서 탈피할 수는 없다. 그리고 격정이 사라진 부부의 사랑도 나름대로의 행복을 제공해준다. 귀속감과 안전감이다. 그래도 그것에만 만족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니 어찌하랴. 이쯤에서 앞 두 편의 시에 표현된 아쉬움의 미학이 연유된 것은 아닐까?

 

  「당신은 늘 비와 함께 온다」: 그래서 화자는 일상의 따분함과 사랑에 대한 상실감을 추적거리는 비와 함께 떠오르는 사랑에 기탁한다. “아무나를 향한 나의 사랑”이다. “세상이 보다 아름다워”진다는 것은 화자의 희망사항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세상인지는 알 수가 없다. 아예 어떤 구체적인 그림이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언제나 그렇게 보다 아름다운 세상, 보다 아름다운 사랑을 원하는 것이니까.

 

  상재한 한영남 시인의 시작품 4편 중 압권은 첫편 「그날의 커피향은 오늘도 입가에 머물고」이다. 여러가지 상상의 여백을 제공하면서 화자의 정서속에 독자의 정서를 이입시키는 매력이 돋보인다. 산문시로서의 장르적인 특성도 독자의 정서를 끌어들이는데 한몫 하고 있다. 그런데 나머지 3편은 주제의식에 비해 시적인 정서화가 미흡한 것 같다. 기우인지는 모르겠으나 시어의 지나친 통속화 또한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한다. 시어가 너무 어려워도 문제이지만 너무 쉬워도 문제이다. 너무 쉬우면 의미의 단순화가 걱정이고 너무 어려우면 의미 파악의 어려움이 걱정이다. 이른바 통속성과 난해성의 문제가 되겠다.

 

  우리 시는 80년대 이전까지 의미의 단순화가 문제가 되었지만 아무래도 그 반동인 듯 80년대 이후에는 난해시가 점차 주류를 이루어 온 것 같다. 이런 문학사적인 흐름에서 볼 때는 통속성이 오히려 미덕이 될지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그것이 도를 넘어서 요즘 유행하는 가요의 가사처럼 되어 버린다면 그것 또한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요컨대 상대적으로 통속적인 시작품에서는 의미의 단순화를 극복해야 할 것이고 난해시의 경우에는 독자의 이해를 위한 배려 장치가 시인의 과제가 되지 않을까 한다.

 

  한편 시 쓰기에서는 비유와 상징, 이미지 등의 여러 기법을 통하여 시인과 독자 사이의 정서적 공명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시를 쓰는 시인 자신도 미처 생각지 못한 창조적 의미의 창출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이론적으로 도출해내기 어려운 삶의 이치를 시인의 감성을 통해 창출해내는 것, 거기에 시라는 문학장르의 또다른 생명력이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643 이승훈 시모음 2015-07-18 0 4616
642 <자본주의> 시모음 2015-07-18 0 4527
641 알기 쉬운 현대시 작법 2015-07-18 0 4668
640 김소월과 에이츠 2015-07-17 0 4823
639 좋은 시를 쓰는 王道 // 령혼을 노크해주는 글 2015-07-15 0 4809
638 표절과 령혼 2015-07-15 0 4776
637 표절은 작가자신의 령혼을 죽이는 자살행위... 표절은 독자들의 령혼을 죽이는 타살행위... 2015-07-15 0 4543
636 김억과 김소월 2015-07-14 0 5547
635 윤동주와 일본 시인 // 시문학의 흐름 2015-07-12 0 5354
634 한국 최초의 자유시 2015-07-12 0 4047
633 新體詩 시인 - 최남선 / 자유시 선구자 - 주요한 2015-07-12 0 5131
632 하이퍼텍스트 詩 들여다보기/현대시의 흐름/바이런시인 시모음 2015-07-09 0 5452
631 <<死愛>> 2015-07-09 0 5228
630 어둠의 아이들과 햇빛의 아이들이... 2015-07-09 0 5563
629 그 누구나 시의 전파자가 되는 날을 위하여... 2015-07-08 0 4446
628 우리 민족 문단 최초의 시인 2015-07-06 0 4595
627 우리 민족 문단 최초의 시선집 2015-07-06 0 4366
626 <<풀보다 먼저 눕고 먼저 울고 먼저 일어서는>> -"국민시인" 2015-07-05 0 5037
625 윤동주와 정지용, 리륙사와 로신 // <<향수>>와 <<추억>> 2015-07-04 0 6373
624 두 시인의 마음속 "고향"은...? 2015-07-04 0 4435
623 다시 알아보는 시인 백석 2015-07-04 0 4719
622 <소주> 시모음 / 김소월시인과 담배, 술, 진달래꽃 2015-07-04 0 5442
621 포스트/모더니즘시론의 력사 2015-07-04 0 4597
620 2015년 7월 4일자 한국 중앙일보 윤동주 시한편 등고해설 2015-07-04 0 4619
619 다시 알아보는 시인 조기천 2015-07-03 0 5171
618 전쟁과 화폐살포작전 / 짧은 시 모음 2015-07-03 0 5304
617 항상 취해 있으라... 2015-07-03 0 4725
616 <지렁이> 시모음 2015-07-01 0 4766
615 미친 시문학도와 싸구려 커피 2015-06-30 0 4514
614 체 게바라 시모음 2015-06-28 0 4713
613 파블로 네루다 시모음 2015-06-28 0 4634
612 <시인들이 이야기하는> 시모음 2015-06-27 0 5123
611 <夏至> 시모음 2015-06-22 0 4488
610 시를 설사하듯 쓰기와 시를 느린보로 쓰기와 좋은 시 다섯편 남기기 2015-06-22 0 4988
609 연변 작가계렬 취재 1 2015-06-22 0 4652
608 다시 읽는 우리 문학 2 2015-06-22 0 4986
607 다시 읽는 우리 문학 1 2015-06-22 0 4528
606 리임원 시집 출간 2015-06-21 0 4388
605 李仁老 漢詩 2015-06-20 0 6754
604 녀성詩 어디까지 왔나ㅠ... 2015-06-19 0 4071
‹처음  이전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