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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사는 력사... 北島 / 대답
2015년 04월 05일 19시 09분  조회:5735  추천:0  작성자: 죽림
아물지 않은 상흔을 노래하는 시인 베이다오
모더니즘 시라는 건 서방의 시각일 뿐

 

 

 

 

     
 
 
 
지난, 소공동 롯데호텔에서는 한국디지털문학가협의회와 한국언어문화원이 공동 주최한 중국의 망명시인 베이다오(北島.)의 초청강연회가 열렸다. 세종문회회관에서 열린 제 2회 서울 국제문학포럼에 참석차 방한한 베이다오는 중국 몽롱시의 대표 작가로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될 만큼 현대 중국문학에 위대한 변화를 가져다준 인물로 손꼽히고 있다.

 

1970년대 후반 문화대혁명 직후, 오늘이란 잡지에 실린 그의 시는 집단 실어증 상태로 억눌려 있던 수많은 노동자와 학생들을 고무시켰고 89년 6.4민주화운동 당시에는 톈안먼 광장에 그의 시 <대답>이 대자보 형식으로 곳곳에 나붙을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1989년 유럽으로 망명한 이후 7개국을 돌아다니다 현재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그는 조국의 전체주의적 현실, 팔레스타인의 학살, 미국의 이라크 침공 반대 서명에 참여하면서 독자적이고 진보적인 지식인의 길을 걸어왔다.

이번 초청강연회에서 그는 국내 문인들의 관심 속에 출간된 ‘한밤의 가수’(1972년부터 1998년까지 창작한 시를 수록한 시집) 사인회를 가졌다. 시집에 수록된 여러 편의 시와 미 발표작 5편을 직접 낭송하기도 하였다.

이날 그는 필명인 北島(북쪽지방 바다에 있는 침묵의 섬)처럼 차분하고 조용했다. 그는 “1990년 여름 고은 시인을 만난 적이 있다. 그때 한국에도 군사독재시절 옥중시인이 있다는 것을 들었는데 지금 보니 한국은 크게 변화한 것 같다. 한국에 와서 서대문 형무소, 5.18 기념관 등을 둘러보았다. 민주와 자유를 얻기 위한 투쟁은 한 세기의 대가를 치러 이루어졌다. 오늘은 중국에서 6.4가 일어난 지 16주년이 되는 날이다. 언젠가 중국에도 그 간의 세월에 쌓인 먼지를 씻어줄 수 있는 공동묘역이 생기길 희망한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는“20세기는 인류의 황금기이다. 공업혁명과 각종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류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러나 그것은 인류의 어둠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면서 동시대 인류가 가지고 있는 밝음과 어둠의 양면성이 극렬하게 대립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중국의 솔제니친이라고 불린다. 그의 시는 혁명 시로 간주되기도 하고, 모더니즘적 요소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런 시각에 대해 그는 “나의 시는 모더니즘 개념에 속하지 않는다. 이는 다만 서방언론의 시각일 뿐이다. 위대한 시는 거대한 메아리를 낳는다. 시는 세월의 안개를 뚫고 다가와야 한다. 언어는 시의 현실이며, 시는 바뀐 현실을 보여준다. 지금의 우리 언어는 무거운 이데올로기에 의해 공통된 운명의 짐을 지고 있다.”면서 저항적인 이미지에 국한된 그의 시에 대한 평가는 자신의 의도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그의 시에 날짜와 시간이 없는 것도 시를 시대적인 배경에서 해석하기보다는 시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망명 이후 시와 세계관의 변화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그는 “ 크게 변한 것이 없다.”고 대답했다.

고려대 허세욱 교수는 “베이다오의 시는 회의와 불신, 부정이 일관되게 흐르고 있다. 시대에 대한 개인의 저항과 분노가 시를 만들어냈고, 사물을 직접 투시 하는듯한 그의 작풍은 많은 젊은이들을 격동시켰다. 중국에는 베이다오 말고도 많은 저항 작가들이 있었고, 수많은 지하 간행물도 있었지만, 베이다오가 주목받는 이유는 저항적이고 혁명적인 내용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예술적으로도 고도의 승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며 그의 시가 보여주는 예술적 감각을 높이 평가했다.

작가는 책벌레처럼 어둠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라고 베이다오는 말한다. 많은 이들은 그를 저항시인으로, 노벨상 후보로  기억하지만 그는 다만 시인의 길을 갈 뿐이다. 뭐라 이름 할 수 없는 세계,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어둠과 고독, 미처 아물지 않은 상흔들을 그는 기억하고 회상한다. 그리고 끝없는 메아리로 어둠과 안개를 뚫고 빛을 밝힌다. 마치 '한밤의 가수'처럼.

조윤덕 기자

 

 베이다오 시인 약력

△ 1949년 중국 베이징 출생(본명은 자오전카이[趙振開]) 
△ 1960년대 후반 베이징의 명문 제4중학 재학 중 문화대혁명을 만나 잠시 홍위병 활동. 1968년 졸업 
△ 1969년 허베이의 한 농촌에서 의무 노동. 이후 베이징으로 돌아와 건설노동자로 11년간 복무 
△ 1970년부터 시 창작 활동. 중국 현대시의 흐름을 바꾼 몽롱(朦朧)시의 주요 창시자. 
△ 1976년 저우언라이 총리 사망을 계기로 촉발된 4.5 청명절 시위 주도. 
△ 1978년 중국 최초의 민간 문학잡지인 『오늘(今天)』창간. 문혁이후 새로운 문학운동 주도. 단편소설 『파동』발표 
△ 1986년 중국에서 『베이다오 시선』, 『6인 시선』출판 
△ 1989년 중국의 유명한 민주인사 웨이징성(魏京生) 구명운동 전개. 천안문 사건 직전에 유럽으로 망명. 이후 유럽 6개국과 미국 각지를 방랑하며 강연. 1995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정착. 89년 6.4천안문 민주화운동 당시 그의 시 『대답(回答)』이 대자보 형식으로 광장 곳곳에 부착됨. 
△ 1992년 노벨 문학상 후보 
△ 1995년, 1996년, 1999년에 각각 시집 『한밤의 가수』, 『영도 이상의 풍경』, 『자물쇠 열기』를 대만에서 출판. 
△ 2002년 모로코 국제시가상, 2005년 독일 지네트 쇼큰 문학상 수상 . 
△ 2004년 산문집『실패한 책』중국에서 출판.

 


대 답 

비겁은 비겁한 자들의 통행증이고

고상함은 고상한 자들의 묘비이다

보라 저 금도금한 하늘에

죽은 자의 일그러져 거꾸로 선 그림자들이 가득 나부끼는 것을.

빙하기는 진즉 지났건만

왜 도처에 얼음뿐인가


희망봉도 발견되었건만

왜 죽음의 바다에는 온갖 배들이 앞을 다투는가

 

내가 이 세상에 올 때는

다만 종이와 새끼줄 나의 그림자

그리고 심판에 앞서

판결문을 읽기 위한 목소리를 가져왔을 뿐이다.

 

너에게 고하노니, 세계여!

나는 믿-지-않는다

네 발 아래 천 명의 도전자가 있다면

나를 천한 번째로 생각하라

 

하늘이 파랗다는 걸 나는 믿지 않는다

천둥의 메아리를 나는 믿지 않는다

꿈이 거짓임을 나는 믿지 않는다

죽으면 보답이 없다는 걸 나는 믿지 않는다

 

바다가 제방을 무너뜨리고 끝내 터지고 말 것이라면

그 모든 쓴 물들을 내 가슴으로 받아내리라

육지가 솟아오르고 말 것이라면

인류가 생존을 위한 봉우리를 다시금 선택하게 하여라

 

새로운 조짐과 반짝이는 별들이

훤히 트인 하늘을 수놓고 있다

그것은 오천 년의 상형문자이고

그것은 미래인들의 응시하는 눈동자다.


※1989년 톈안먼 광장에 게시, 베이다오의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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