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측 석문주 시인)
뿌리 있는 시인
김관웅
석문주는 아직까지 우리 시단에서 별로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다.
그만큼 떠들지 않고 조용히 생활에 시의 뿌리를 내리고 자기식대로 건강한 시정신을 일궈내는 시인이다.
석문주시인은 1960년 화룡현 덕화향 상화촌에서 태여나 14살에야 기차를 구경하고 12세에 전기불을 만난다. 화룡에서 뻐스로 2시간 하고도 다시 도보로 30여리를 걸어야 하는 두만강가의 두메산골에서 유년기를 보내며 청산과 동무하고 흙에서 뛰놀면서 그곳에서 소학교를 마친다. 손위로 누나 넷, 집안의 귀동자로 3대독자로 태여나 금이야 옥이야 자랐지만 그의 천품은 이런 안일함에서도 결코 자만심 같은것은 키우지 못하고만다. 중학교때에 어머니를 여의는 불행도 겪으며 결코 순탄치만은 않은 청소년기를 보낸다.
이런 경력이 시인의 경력이 최초의 뿌리가 된다. 그후 장춘전력학교를 졸업하고 유수천발전소에서 통계사로 근무하다가 연변전업국 산하 한 변전소에서 로동자로 쭈욱 지금까지 일해오고있다. 그의 경력이 보여주다싶이 그는 조선족시단에서는 아주 드물게 오리지널 로동자시인에 속한다. 이것이 그의 또 다른 뿌리를 형성한다. 1988년에 연변대학 조문학부(자습)에서 계통적으로 문학을 공부할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이것이 그의 시의 뿌리를 더 굵어지게 한다.
석문주시인은 됨됨이가 정직하고 진솔하며 비교적 조용한 천성이다. 하기에 처녀작을 1981년에 발표한 뒤로 지금까지 멈춤없이 시를 써오고있는데도 시단에선 잘 알려져있지 않고 그 흔한 문학상 한번도 타본적 없는 무명시인이다.
기실 유심히 살펴보면 그의 시는 매편마다 독특한 개성이 보이며 시를 엄숙히 다루는 깊은 사색이 묻어난다. 특히 새로운 발견을 중시하고 이미지화에 알심을 쏟고있는 건강한 시정신을 지닌 시인임을 알수 있다.
우리 시단의 일부사람들과는 달리 오랜 시간의 고행으로 차곡차곡 시의 뿌리를 키워온 그 정신이 대단히 돋보인다. 똑 마치 산삼이 자라듯, 진짜 시인은 생활의 흙속에 시정의 씨앗을 두고 천천히 인생의 비바람과 고난의 이슬을 머금고 조금 조금씩 서정의 뿌리가 자라나게 된다. 과정이 필요한것이다. 쾌속성장은 산삼이 아닌 양삼이 되는 길이라고 하겠다.
25년이란 긴 수행으로 하루도 멈춤없이 시를 사고했고 시를 생활화했고 적잖은 력작을 발표했음에도 세상의 평가는 린색했다. 그러나 그는 이 모든것에 련련치 않고 계속 부지런히 시작에 정진해왔다. 이 점이 돋보인다.
첫째, 석문주시인의 시적소재는 대부분 보편성과 객관성을 띠고있으며 의인, 비유, 대조 등에 동원된 소재는 지극히 참신한 시적감각에 바탕을 두고있다. 이를테면 석문주시인의 시작들에서 소재가 된것들은 버드나무, 돌배나무, 흰눈, 새, 베개 등 가장 보편적인것들이며 또한 이런 소재들은 확실하고 정확하고 생활의 론리에 맞고 타당성이 있어 객관성을 잃지 않았다. 이런 까닭에 석문주시인의 시는 일상적인 어법과 문맥에 맞는 론리성을 갖고있으며 따라서 독자들에게 심미적인 피곤을 주지 않고 평이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석시인의 시는 결코 너무나 보편성과 객관성에만 집착하여 참신성을 잃지는 않았다. 이를테면 《키스》에서는 동서고금의 많은 시인묵객들이 흔하게 시적소재로 채용했던 보편적인 소재인 키스를 《불꽃 튕기는 용접을 통한 두 물체의 접합》이라는 객관현상을 통해 표현함으로서 독자들에게 참신한 느낌을 주고있으며, 《마음에 날아드는 새》에서는 감정이입의 수법을 동원하여 고국의 돌, 풀, 나무 같은 자연대상에 시적자아의 주관적인 감정을 투사하여 이런 자연대상들속에서 우리 한글의 자모음의 모양을 보아내는 지극히 참신한 감각에 바탕을 둔 소재를 리용하고있어서 독자들에게 참신성과 진한 감동을 준다. 필자는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이미지조합보다는 석문주시인처럼 시에서 보여지는것처럼 자연스러운 이미지조합을 더욱 선호한다. 둘째, 석문주시인의 시들에서 독자들은 진실한 정감을 느낄수 있다. 주지하다싶이 서정시(抒情詩)의 성(姓)은 정(情)이다. 석문주시인은 무병신음의 시를 멀리하고 진실한 정감이 우러나온 서정이 깊은 시를 쓰고있다. 《고향의 버드나무》, 《고향의 돌배나무앞에서》에서는 고향에 대한 다함없는 향수를, 《마음에 날아드는 새》에서는 조상의 뼈가 묻혀있는 고국에 대한 그리웠던 정을, 《하얀 눈밑에는》에서는 겨울날 설경을 통한 마래에 대한 희망을 진솔하게 표현하고있다. 하기에 비록 다산시인은 아니지만 삶에 젖은 그의 시편은 인간의 호흡이 느껴지고 인간의 진실한 감정을 피부로 느낄수 있게 해준다.
셋째, 석문주시인의 시에서 참신한 시적발견에 의한 진실하고 생동한 이미지나 이미저리를 접할수 있다. 석시인은 가급적이면 자신의 뜨거운 정감을 직설이 아닌 이미지를 통해 전달하려고 애쓴 흔적이 도처에서 보인다. 이를테면 《키스》에서는 인간 남녀의 뜨거운 사랑을 로동자시인답게 로동현장에서의 철물의 용접장면을 객관적상관물로 하여 이미지화를 통해 표현하고있음이 돋보이며, 《베개의 고백》에서는 의인화의 수법을 동원하여 시적자아로 등장한 베개의 고백을 통하여 인간의 꿈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그 수법이 아주 돋보인다.
우리는 석문주시인의 시는 형상, 서정, 철리의 이 3자의 통일을 기한 참된 시의 면모를 갖추고있음을 보아낼수 있다.
유년기의 시골과 흙과 물과 산속에서 얻어진 귀중한 서정의 씨앗이 서서히 자라나 무성한 시의 숲을 가꿔낸것이다. 그의 시에는 인간의 따뜻한 가슴과 진솔한 서정이 아름다운 언어로 피여나 우리 모두를 감동시킨다.
조금도 척하지 않고 모든 몰리해와 푸대접에도 원망의 말 한마디 없이 꾸준히 시의 터전만을 가꾸어온 석문주시인의 인간다움이 유난히 우리 시단에 시사하는바가 크다고 보아진다. 과정은 무시하고 평가 받기에만 급급해 뿌리 없는 시를 들고 나와 큰 상을 억지로 받아안고는 득의양양해하는 시단의 일부 사람들과는 많이 대조적이다.
생활이라는 이 비옥한 토양에 시의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석문주시인의 대성을 기대해보고싶다.
2006년 7월 15일 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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