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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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냐,지난 세월아!
2014년 12월 26일 10시 31분  조회:2908  추천:0  작성자: 김인섭
서울에서 소학교 동창생 몇 명 모이는 회합이 있었다.모두가 1966년 여름 소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보는 동문들이다.세월에 속히워 죽을 새 없이 살다가 세여보니 얼추 50년이 되어간다.애시적 기억에 아련하던 친구들이 백발을 만지며 반기는데 희비가 갈마드는 이야기판은 끝이 없었다. 동병상련인가 량과분비(兩寡分悲)인가 우리는 모두가 엉뚱한 부평 인생을 겪은 불운아들이었기 때문이리라.

우리가 소학교를 졸업하기 직전 <문화대혁명>이란 선풍이 캠퍼스에 불어닥쳤다. 밖에서는 상급 학생들이 <4가지 타파(낡은사상,낡은문화,낡은풍속,낡은습관)>란 깃발을 들고 학교 벽과 거리 담장들을 대자보로 도배하면서 뭔가를 비판하고 짓부시는 집단적 횡포도 서슴없이 감행하였다.무슨 감투끈었던지 소학생들까지 가세하여 <3가촌(등척,오함,료말사)> 비판한다고 들썽거리면서 선생들에게 모욕적인 대자보를 붙이는 어이없는 이벤트도 벌어졌는데 우리는 이 황파(荒波)에 휩쓸리다 졸업을 맞이하였다. 이것이 정규 교육과의 영원한 결별일 줄을 십세충년(十岁冲年)의 아해들이 알 길도 없었다.

졸업 후 사회 혼란은 무질서로 급전하였다. 흥분에 들뜬 사람들은 <반당,반사회주의 잡귀신,지주,부농,반혁명,우파분자>들을 무리로 잡아다 꼬깔모자를 씌워놓고 조리돌림을 한다.항간에는 누구누구가 타살되고 자살하였다는 소문이 풀처럼 무성하였고 학생、공인、농민들이 파별로 나뉘어 무력 대결을 벌이었으며 파란 청춘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참상도 눈앞에 삼삼하다.계급대오청리 때 수많은 <반동분자>들이 중세기식 혹형을 당하고 세상을 하직하던 전대미문의 비참한 장면은 아직도 우리 간담을 써늘하게 하고 있다.그 무겁한 인간 정신이 어디서 나왔는지 지금도 아리숭한 미스터리다.

1968년 말 경 교학을 회복한다고 초중에 입학하였으나 공부였다면 되풀이되는 정치 설교가 아니면 명분없는 로동과 나무총을 메고 <쏘련사회제국주의, 미제국주의>를 타도하는 싸움 련습이었다.그러다 69년 말 어느날 돌연히 증서도 없는 중학졸업생이 되어 농촌으로 나가야만 했다.하늘땅과 싸운다고 고함치며 효률과 경제성이 전혀 무시된 원시농법의 고된 로동은 우리에게 차례진 숙명이었다.그야말로 현대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기사이적(奇事異跡)이 아닐 수 없다.이것이 바로 1969기 초중졸업생, 환언하면 1966년 소학교 졸업생의 비운이라 우리는 말한다.

그 때 구두선(口頭禪)으로  우리는 새 사회에서 태어나 붉은기 아래서 자란 복받이었다.허나 다시 돌아보니 그 인생길은 대약진、인민공사、3년자연재해,계급투쟁,문화혁명,농촌하향,림표공자비판,우경번안풍배격,4인방몰락,개혁개방,리직실업 등 기복이 많던 력사 산맥이었다.기황、방황과 혼돈이 점철되고 미망、공포、기대과 실망이 이어지던 나날의 우리 역경은 동시대 사람이 아니라면 현시대 인들에게는 불신뿐이다.태평성세라는 오늘에 여유도 누려보고 참담한 과거도 차분히 돌아보려 하니 세월은 우리에게 배당된 생명 60년을 삼켜버렸다.

<태산을 넘으면 평지를 본다.>는 말이 어쩌면 우리 만을 제외하는지 모른다. 우리 아이들은 아직도 부모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그 로후 준비도 바닥 수준에 머물러 있다.다만 세월이 몸부림을 무한정 허락할 수 없다는 엄연한 법칙의 좌지우지를 당신은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미구하여 고생할 자리마저 빼았길 터수인데 치열한 생계 전쟁의 돌격수로 살아야는 것이 누구네의 궁색한 신세이다.대체 무슨 재구(災咎)를 쳤는지 재수는 용케도 요 우리들만을 피해 가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러나 무정 세월의 세파와 부침(浮沈)을 같이 하였어도 인간적 도덕정신과 애국 충정만은 청죽 같았다고 자신하고 있다. 지난날 우리에게 남긴 보귀한 재부라면 이것이다. 어쩌다 수(數)가 붙어 개혁개방의 덕을 보는 행운이 있었으므로 하여 살아온 값어치 얼마는 보상 받았다는 기분이다.이제 후대들이 시나브로 사라지는 이 사실(史实)을 청사(靑史)의 침적물로서 기억한다면 더 없는 만족이겠다.

확실히 우리는 그 날의 사서(史书)에 투영된 불행자 축소도인 것만은 분명하다. 비록 세월에 소외하였어도 우리는 시대의 과객이 아니었으며 자력갱생의 의지와 기능을 소유한 력사의 주인공으로서 손색이 없었다.이 희노애락의 스토리가 들어쌓인 파란만장의 인생사는 영원한 추억의 낙시터로서 우리의 여생을 동반할 것이다.

안녕하여라,지난 세월아! 신수 사나운 1966년 소학졸업생들의 기구한 삶과 앙금이 산적한 력사 상자를 잘 간직하기 바란다.
(끝)
201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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