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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 빨찌산의 노래
2013년 03월 20일 00시 05분  조회:2075  추천:0  작성자: 망향
         간도 빨찌산의 노래
 
                                           [일본] 마끼무라 고(村 浩)
 
추억은 나를 고향으로 이끄노라
백두의 령을 넘어 이깔나무 숲을 지나
갈대뿌리 시꺼멓게 얼어붙은 소택지를 지나 저 멀리로
불그스름한 땅우에 거뭇거뭇한 오두막들이 이어지는 곳
고려꿩이 골짜기들에서 우는 함경의 마을이여
 
눈 녹은 오솔길을 따라서
지게를 지고 가랑잎 모으러
누나와 올랐던 뒷동산의 참나무 숲이여
산지기에게 쫓겨 돌들이 울퉁불퉁한 비탈길 내리닫는 둘의 어깨엔
짐바가 조여들어  얼마나 아팠던가
갈라터진 둘의 발뒤축에 슴배인 피는
찬 바람에 얼어붙는구나.
 
구름이 남쪽으로 산산이 흩어지고
열풍이 논뚝으로 흐르는데
산에서 산으로 기우제를 지내려 가는 마을 사람들속에
아버지가 멘 가래를 바라보면서
현기증 이는 허기진 배를 달래며
누나와 손잡고 넘어 갔던
그 아득한 고개길이여.
 
실버들가지가 휘늘어진 서당 뒤에
결핵병을 앓으면서 서울서 돌아온 젊은이의 이야기에
우리들 소년들에게 얼마나 즐거웠던지
젊은이는 열기를 띠자마자 금세 심한 기침을 하면서
암흑한 짜리 로씨야의 이야기를 들려줬어라.
크레물리궁에 피여오르는 폭탄연기와
안개 서린 네바강에 흐르는 피와
눈길 밟으며 씨비리로 정배가는 수인들의 무리와
그리고 시월의 새벽에 터져나온
노도와 같은 민중의 웨침소리에
짜리의 검은 독수리 산산이 부서지고
모스크바 하늘 높이 낫과 망치가 새겨진 붉은 깃발 날리던 그 날을 이야기했더라.
때론 말을 멈추고 기침을 깇는 그의 볼은 삽시에 붉어지고
각혈이 저고리의 소매를 새빨갛게 물들였던
최선생이라 부르는 그 젊은이는
그 우렁찬 함성이 조선을 진감하던 봄날도 보지 못한채
잿빛 하늘에 희망만 던지고 고향의 서당에서 숨졌어라.
하지만 자유의 나라 로씨야의 이야기는
얼마나 큰 동경과 함께, 내 가슴속에 스며들었던가
나는 북녘하늘가에 울린 장엄한 건설의 수레바퀴 소리에
고국 잃은 숨막힌 나의 식민지에서의 삶을 그려봤노라.
 
오,
짓밟혀 만신창이 된 민족의 자존심과,
침묵속에 끝없는 고뇌를 품은 고국땅이여!
그대의 땅을 두고
기아에 시달리는 그대의 아들딸들
쓰라린 굴욕과 울분을 삼킬 때-
그대의 따스한 품속을 잃고 떠나야만 했던 아들딸들
머리를 떨구고  묵묵히 국경선 넘을 때-
너의 땅 밑바닥에서
2천만의 민중을 뒤흔들 분노의 용암을 생각하라!
 
오오, 3월1일!
민족의 끓는 피 가슴에서 솟구치는 우리들중의 어느 누구인들
무한한 증오를 한 순간에 내동댕이친 우리들중의 어느 누구인들
1919년3월1일을 잊을 수 있으랴!
그 날
“대한독립만세!”소리 전 국토를 뒤흔들었고
짓밟혀진 일장기 대신
모국의 깃발은 집집의 대문가마다 나붓겼어라.
 
정녕, 가슴에 솟구치는 뜨거운 눈물로 우린 그날을 떠올리노라.
반항의 우렁찬 함성은 고향의 마을에까지 전해졌고
자유의 노래는 함경의 봉우리 봉우리에 메아리쳤노라.
아아! 령마다 골짜기 마다 넘쳐났던 학대 받은 자들의 무수한 행렬이여!
앞장서 기발 들고 나아가는 젊은이들,
가슴 뻗치고 마음껏 만세 부르는 늙은이를,
눈물속에 옛 노래가락을 뽑아내는  녀성들을,
풀뿌리 씹으며 목청 다해 환호성 올리는 소년들을,
붉은 흙 무너지는 언덕우에서
목이 쉬도록 웨치는 부모형제들의 눈물을 보면서 나도 몰래 흘렸던 그 눈물을,
내 어이 잊을소냐!
 
오오,
우리들의 자유의 기쁨은 너무나도 짧았어라!
나는 보았노라,
저녘 무렵 나는 지평선 너머로
뽀얀 먼지속에 덮쳐드는 검은 무리를,
악마처럼 불을 던져 마을마다 불사르며
함성을 지르며 돌격하는 일본기병대를!
그러나 부락마다 집집을 불태워도
언덕마다에서 들리는 자지러진 총소리도, 우리는 두렵지 않았어라!
우리는 함경의 아들딸
착취자에 대한 반항의 력사를 쓰던 이 고향의 이름을 걸고
온 나라에 봉화를 지핀 몇 번의 봉기에 피를 적신 이 고향 땅을 내 걸고
진지를 고스란히 원쑤앞에 넘길소냐!
 
기발 내던지고 땅에 엎드린자 그 누구냐?
목숨 아껴 원쑤의 발톱아래 고향을 내던진 자 어느 놈이냐?
좋다, 세찬 불길 우리를 휩싸도
좋다, 총검 들고 야수같이 기마대 덮쳐도
떳떳이 머리 쳐든 우리
떳떳이 가슴으로 내밀고 나서서
노도 같은 기세로 령을 뒤흔드는 만세를 부르자!
진지 지켜선 우리의 함성이 울려퍼지는 곳에,
“폭압의 검은 구름 햇빛 가리운” 조선의 심장 속에
우리의 고국은 살아
우리 겨레의 핏방울 높뛰거니
우리는 함경의 아들딸!
 
아, 피의 3월!-그 날을 마지막으로
부모님과 누님에게 나는 영영 헤여졌어라.
포탄에 흩어진 모래알 속에 헤여진 세 사람의 그림자
하얀 옷을 피로 물들이고 들녘에 쓰러진 마을사람들 속으로
홍송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시체들 사이로
총검과 기병대를 피해가면서
밤낮없이 찾아다녔노라.
 
서러운 고국이여!
차마 못보겠더라, 악취 풍기는 그대의 땅은!
총검으로 벌집 쑤시듯이 하여 산채로 불에 던져지는 남정네들!
강간끝에 ××도려내고 간 빼운 녀성들!
작은 손에 고국기발 쥔채 쓰러진 아이들!
오, 1만5천의 동지들은 조국해방을 위하여 싸우다 쓰러졌노라.
무덤에도 못 묻히고 관도 없이 갈가마귀들에게 뜯긴 시체 우에,
페허로 된 마을 우에,
망망한 잣나무 밀림 속에 몸 숨긴 화전민의 머리 우에,
북조선 광야의 무성한 들풀의 향기를 가득 싣고
불어라! 봄바람이여! 
캄캄한 밤 깨우며 산에는 불길이 훨훨 솟는데
화전민들의 두레마을 상공에서 새들이 어지러이 날은다.
아침이다
나는 동트는 새벽에
원무를 추는듯  북녘의 창공에서 날아예는 두루미를 보았노라.
덩굴나무 숲을 헤가르고
울창한 림해를 넘어
무성한 숲을 날아
국경에로-
불처럼 붉은 구름을 헤치면서 곧추 날아가는 것을!
고국에 돌아가는 그 흰 대렬 속에
우리 열두 소년의 가슴도 높뛰였어라.
열이 올라 각혈하면서 최선생이 들려주었던 자유의 나라에로-
봄바람에 나래 퍼덕이며,
환호성 멀리멀리 울리며,
이제야 즐거이 나그네길에 오른 두루미떼!
나는 뜨거운 눈시울 비비며
손 저어 두루미에게 화답하였노라,
그 13년전의 감격 어제런듯 눈앞에 삼삼이 그려보며.
 
이른 봄 성에장 흘러 내리는 두만강 건너
국경을 넘어선지 어언 열세해
고난으로 가득찬 투쟁과 시련의 고비고비를 넘으면서
나는 장백의 광야에서 보냈노라.
운명은 나를 로씨야로부터
머나먼 엄혹한 간도땅에 몸을 두게 했거니
그러나 로씨야를 다는 몰라도
나는 살아생전에 그 땅에 가보지 못한 것 후회하지 않노라,
지금 내가 사는 고장이 바로 제2의 로씨야,
민족의 장벽을 허문 쏘베트가 아니냐!
들으라! 손에 총 들고,
깊은 밤 얼음판 건느며 해란의 여울물소리를,
함성소리 밀림에 메아리치는 왕청의 나무 그루마다에 깃든
피어린 고난과 건설의 이야기를!
 
바람이여, 분노 안고 백두의 눈사태 타고 불어오라!
물결이여, 격분의 물보라 두만강에 일게 하라!
오, 일장기 펄럭이는 강도놈들아!
부모와 누나와 동지들의 피 스민 땅,
고국 땅에서 나를 몰아내고
지금 또 칼 차고 간도에 기어드는 왜놈병사들아!
오, 네놈들 앞에 또 우리가 굴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껄이느냐?
뻔뻔스런 강도들을 대접할 줄 모를 우리들인 줄을 모른단 말이냐?
 
봄은 소리치면서 여울가에 흐르고
바람 따라 싸리나무 향기 짙게 풍기는데
이슬 젖은 잔디 우에 둘러 앉아
우리는 방금 전해온 희한한 삐라를 읽노라.
그것은 국경 너머 해방 위해 싸우는 동지들의 목소리,
그것은 총 겨누고 태연히 계급의 붉은기 높이 든 프로레타리아의 웨침소리,
“재만일본혁명병사위원회”의 격문!
 
삐라를 주머니에 넣고
우리들은 또다시 총 잡고 몰래 걸어가노라.
눈석이 흘러내리는 계곡의 여울소리 우리의 진군을 축복하고
정든 수림은 반가이 우릴 맞아 주리니!
놈들아! 흔들리는 정권의 그늘밑에서
환성을 올릴 테면 올려보라
너덜거리는 신문의 호외소식으로
거짓 승전보 알릴테면 알려보라
우리는 불사조이다!
우리들은 몇 번인가 실패를 했고
총검과 말발굽은 우리들을 짓밟기도 했어라.
하지만
밀림에 숨은 열사람 백사람이 되여 일떠섰노라!
10리 물러선 우리들은 이번엔 20리를 전진했노라!
“살아있는 한 해방 위해 몸바쳐
붉은기 아래에서 기꺼이 죽으리라!”
“동방혁명군” 군기에 볼 비비며 한 그 맹세 내 어이 잊을소냐.
우린 간도빨찌산,
목숨바쳐 쏘베트 지키는 무쇠팔뚝,
생사를 붉은기와 함께하는 결사대!
오늘도 장백의 령을 넘고넘어
혁명의 진군가 온 누리에 울리거니
-바다도 우리 전진 막지 못하리,
-자, 싸우자! 떨쳐 일어나자!
-아, 인터나쑈날은 우리들의 것이여라!...
 
1932년3월13일
일본 《프로레타리아문학》림시증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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