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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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의 문화기원(3)
2011년 08월 03일 09시 29분  조회:6150  추천:1  작성자: 김정룡
한민족은 역사적으로 ‘멋’에 대한 추구를 통해 내성도 다지고 외왕도 장식해왔다. 세상에 완전무결한 사물이 없듯이 한민족의 내성외왕은 곧 내성보다 외왕 쪽에 무게를 더 두어왔다. 그래서 속보다 겉을 더 챙기는 관습이 지속되어왔다.

  단군신화에서 홍익인간사상이란 고귀한 문구를 ‘멋’의 내성에 대한 추구라 이해해야 마땅할 것이다. 중국에서 살고 있는 조선족은 확실히 기타 민족에 비해 매사에 사리가 밝다. 조선족이 사리가 밝은 것은 곧 홍익인간사상의 전통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겠는가!

  조선조에 들어서 유교의 영향 때문에 ‘멋’은 외왕보다 내성 쪽에 기울려졌다. 당시 유교가 추구하는 것은 인간이 겉으로 드러나는 ‘멋’보다 내심의 ‘인(仁)’이었기 때문이다.

  한민족의 역사에서 이러저러하게 ‘멋’에 대한 내성과 외왕이 서로 엇바뀔 때가 있었으나 대체로 ‘멋’에 대한 내성과 외왕 추구가 한민족을 한민족답게 만들어왔다.

  한민족의 외왕에 대해 조금 더 논의한다면 한민족은 겉으로는 멍청이가 매우 적어 보인다. 이는 상대적으로 중국인과 일본인을 비교해서 하는 말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에서 보면 곧 실속 없이 겉만 꾸미는 내빈외화라 할 수 있겠으나 긍정적인 시각에서 말하자면 곧 한민족은 상향의식이 강한 민족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한민족의 이 ‘멋’에 대한 내성과 외왕의 추구가 한민족으로 하여금 민족정체성을 갖게 만든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한민족은 모든 사물을 ‘멋’을 기준으로 평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한민족은 일본인을 ‘쪽발’이라 부르고 중국인을 ‘때놈(汚垢)’이라 한다. 일본인은 중국인을 ‘지나인(支那人)’이라 부르고 조선인을 그냥 ‘죠센징’이라 했다. 물론 ‘지나인’은 중국이 이미 늙었다고 얕잡아 보는 호칭이고 ‘죠센징’은 힘없고 가난한 이미지를 나타내는 호칭이기는 하지만 그 뉘앙스를 볼 때 한민족이 타민족을 평가해 비하하는 호칭에 비해 훨씬 신사적이다. 중국인은 일본인을 ‘작은 일본(小日本)’이라 부르고 조선인을 ‘까오리빵즈(高麗捧子:고려 몽둥이)’라 한다. ‘작은 일본’이란 곧 일본은 사람도 작고 땅도 작고 나라도 작고 인심도 야박하다는 등등의 뜻을 나타내는 호칭이며 조선인을 ‘까오리빵즈’라 하는 것은 아마 옛날에 고려인(고구려인)과 싸울 때 고려인들이 몽둥이를 잘 써 혼났던 모양인데 이로서 유래되었다. 아무튼 중국인이 타민족을 평가하는 뉘앙스도 한민족에 비해 많이 점잖은 편이다.

  한민족이 타민족을 평가하는 호칭이 매우 신사적이지 못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나 여기서 한 가지 주의를 돌이켜야 할 것은 곧 한민족은 ‘멋’을 통해 타민족과의 특징의 구분을 부각시키려는 데서 비신사적인 호칭이 비롯되었을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우리는 너희들과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고 내세우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이 ‘다름이’ 곧 ‘멋’에서 유래된 것이며, 아울러 한민족을 한민족답게 만든 주체성과 정체성이다. 이 ‘다름이’ 곧 한민족이 천 번에 가까운 외침을 받았어도 꿋꿋이 살아남게 된 가장 기본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여 왔던 것이다. 중국이란 거대한 문화용광로 속에서도 조선족은 뚜렷한 교리교의가 있는 자체종교가 없으면서도 불구하고 민족정체성을 잘 지켜온 것이 곧 ‘멋’에서 유래된 ‘다름이’ 크게 작용해왔기 때문이다. 강력한 종교를 갖고 있는 회족(회교도:무슬림)마저 한족과 통혼이 잘되고 있는데 비해 조선족은 한족과의 통혼이 매우 드물다. 한족은 조선족과의 통혼을 원하지만 조선족부모들이 만약 자식이 한족과 연애를 하면 망종으로 취급할 정도로 통혼을 반대한다. 그 주유 이유가 바로 ‘우리(조선족)는 당신(한족)들과 멋이 다르기 때문이다.’ 조선족은 한민족의 고유한 ‘멋’ ‘맛’ ‘판’ ‘넋’ ‘얼’의 문화로서 이미 중국대륙에서 우수한 민족으로 평가받았다.

  이 멋에서 유래된 ‘다름이’ 비록 한국 내에서는 이러저러하게 역사적으로 당파싸움도 유난히 많았고 지금도 역시 영남과 호남을 대변하는 당파싸움을 비롯한 사회 각 영역에서 갈등이 심각하게 드러나게 만들고 있다. 허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다름이’ 곧 한민족이 타민족과의 구분을 부각시켜 일치 단합하여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하고 대한민국을 세상에 크게 홍보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아야 한다. 예하면 1997년 말 IMF 직후에 전체 국민이 동원되어 장롱 속의 금붙이를 나라에 바쳐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그리고 <2002한일월드컵> 때에는 7백만의 붉은 악마가 세상을 또 한 번 크게 놀라게 만들었다. 그 힘이 어디서 왔을까? 필자는 그 힘이 곧 한국인의 특유한 ‘멋’과 ‘판’에서 온 신바람이었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그 어떠한 종교도 그 어떠한 문화도 <2002한일월드컵> 때에 한국인이 세상에 보여주었던 그러한 멋진 장관을 연출해내지 못했다. 세상은 그때 그 사건 때문에 크게 놀랐으며 대한민국을 크게 부러워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멋’을 이미 엄마의 언어를 통해 배웠고 몸에 배였다. 분명한 것은 그러한 힘의 표출은 나라가 가르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히 단군시대부터 ‘멋’에 대한 터득의 결과이며 엄마의 언어를 통해 배우고 실천한 결과이며 한국인의 몸속에 깊이 배어 있는 신바람이 표출된 결과이다.

  만약 외국인이 한국과 한국인을 알려면 반드시 ‘멋’의 문화를 알아야 한다. 이는 마치 중국인을 알려면 반드시 도교를, 일본인을 알려면 반드시 신도를 알아야하는 이치와 같다. 만약 일본문명을 독자적 문명으로 취급하는데 동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같은 도리로 ‘멋’이란 독특한 문화도 역시 독자적 문명으로 보아야할 것이다.

  ‘멋’ ‘맛’ ‘판’ ‘넋’ ‘얼’ ‘신바람’이야말로 한류의 문화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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