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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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로 보는 연변韓屋과 漢屋
2010년 12월 03일 10시 53분  조회:7500  추천:47  작성자: 김정룡



풍류로 보는 연변韓屋과 漢屋



중국 동북지역인 길림성 연변 시골에 가면 가옥의 외형만으로 한족마을과 조선족마을이 쉽게 구분된다.

연변 조선족은 대다수가 한반도 함경북도에서 이주한 과경민(跨境民)이다. 그들은 선조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산 밑에 샘물이 있고 샘물이 내를 이루고 냇물 양쪽에 작은 산맥이 뻗어 있어 포근하고 안온한 곳을 선택해 냇물 가까운 양쪽에 집을 짓고 살아왔다.

조선족 가옥구조는 6칸짜리와 8칸짜리가 보편적이고 외형상 지붕은 동서 양쪽을 보기 좋게 경사를 지워 좌우 앞뒤의 지붕 높이가 똑 같다. 한족 가옥의 지붕은 조선족 가옥의 지붕에 비해 남북의 경사도가 크고 동서 양쪽은 경사가 없이 깎아지른 듯한 수직절벽 모양인데 지붕꼭대기와 바람벽이 직선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지붕 모양만으로도 한눈에 조선족마을인지, 한족마을인지를 알 수가 있다.

조선족 가옥구조는 부유한 집들에 전통한옥처럼 마루가 있지만 대다수는 마루가 없고, 출입문(연변조선족은 바닥문이라 함)을 열고 들어가면 반 평(坪) 크기에 두 뼘만큼의 깊은 바닥이 있고 바닥 북쪽에 바닥보다 조금 더 크고 세 뼘 깊이의 부엌이 있다. 부엌간이 따로 없이 통 털어 정주간이라 하는데 온돌 면적이 넓은 것이 특징이다. 정주간 서쪽에 안방과 고방이 남북으로 나뉘어 있다. 정주간 동쪽에 있는 방은 창고로도 사용하고 또 어떤 집들에서는 소를 키운다. 농경문화에서 소가 가장 소중한 존재로서 사람과 같이 한 집에서 사는 경우가 많았다. 문은 출입문이 있고 정주간에는 창문이 있고 안방과 동쪽 방에도 출입문이 있으며 고방에는 작은 창문을 만들어 오후 햇빛을 받아들이고 통풍으로 사용한다. 정주간 출입문과 대칭으로 북쪽에 부엌문이라 부르는 출입문을 만들어 아침 햇빛을 받을 수 있고 낮에는 집안 밝음에 도움이 된다. 특히 남북 출입문을 동시에 열면 시원한 바람이 통해 환기에 큰 역할을 한다. 이는 한민족이 풍류원리에 의해 지은 가옥구조이다. 필자가 1980년대 함경북도에 가보았는데 가옥구조가 연변조선족가옥구조와 똑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족가옥은 가운데 방이 부엌간이며 면적이 굉장히 크다. 부엌간은 조선족가옥과 달리 높낮음의 굴곡이 없다. 밖의 땅과 부엌간의 바닥 높이가 일치하다. 그리고 한족가옥 부엌간은 남쪽에 출입문만 있고 북쪽에 출입문 혹은 창문이 없어 통풍이 막히고 환기가 되지 않아 부엌에서 나오는 연기와 볶음요리가 위주인 관습으로 생겨나는 기름타는 냄새와 각종 요리냄새가 빠져나가지 못해 항상 집안이 매캐하게 이상한 냄새가 배어 있으며 대다수 사람들이 심한 천식에 시달리고 있다. 간혹 부엌간 북쪽에 환기용으로 구멍을 만들지만 구멍의 크기가 고양이나 드나들 정도로 작기에 통풍과 환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으며 집안이 햇볕을 받지 못해 항상 어둠침침하다. 한족도 풍류원리를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만 통풍이 없고 환기가 되지 않는 가옥구조를 고집하면서 수천 년을 살아왔다.

부엌 양쪽에 같은 크기의 안방이 있고 방안의 특징은 남쪽에 창문만 있고 출입문이 없으며 바닥이 온돌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조선족가옥구조는 온돌면적이 큰 것이 특징이라면 한족가옥구조는 이와 정반대이다. 그래서 한족가옥은 조선족가옥에 비해 난방이 잘되지 않아 항상 춥다. 온돌 높이는 어른 엉덩이 높이와 비슷하고 오르내리기가 불편해 한족은 하루 종일 신발을 벗지 않고 산다.

민족마다 가옥구조가 나름대로의 다른 특징을 갖고 있는 것은 모두 저마다 자연을 인식하고 이해하고 그에 따라 생활관과 가치관이 다른 데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필자는 한족마을 가옥구조와 조선족마을 가옥구조의 대비를 통해 우리민족이 얼마나 풍류를 중시해왔는가를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중국동포타운신문 1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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