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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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김문학
2010년 08월 11일 16시 21분  조회:6181  추천:20  작성자: 김정룡



인간 김문학



축구게임을 감상하는 데는 여러 가지 수단이 있다. 현장관람, TV생방송, 라디오중계, 컴퓨터문자중계, 재방송 등등이다. 이 가운데서 단연히 현장관람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와 비슷한 도리로 한 문인을 요해하는 데도 직접 만나 대화하고 밥 먹고 하는 것, 전화통화 하는 것, 메일을 주고받는 것, 그의 책을 읽는 것, 그에 대한 평론의 글을 읽는 것 등 여러 가지 루트가 있지만 그 중 직접 만나보는 것이 그를 요해하는데 가장 의미 있는 수단이다.

지난 10년 세월동안 조선족사회의 가장 큰 화두인물로 되었던 김문학 선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찬반양론이 시끌벅적하였으나 직접 그를 만나보고 인간 김문학이란 요해를 한 자는 매우 드물 것이다.

필자는 두 번 김문학 선생과 장시간 대화를 나눴기에 인간 김문학에 대해 조금 발언권이 있다고 생각되어 그에 대한 인상을 여러 편으로 나눠 시리즈로 글을 발표하려고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문학. 아니 냉전시기가 지나가고 이념과 사상의 적대대결이 사라져가는 21세기 벽두에 문인분야에서 김문학처럼 몽둥이세례를 맞은 인물도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런 김문학을 내가 처음 만난 것은 지난 8월 6일 저녁 6시 반 서울시 가리봉시장에서였다.

그날 오후 3시경 처음 전화통화가 있을 때 내가 서울지리에 익숙하니 당신의 거처(서울시 강서구 등촌동 소재 그린호털)에 찾아가겠다고 했다. 허나 그는 나한테 찾아오는 것이 예의라 하면서 기어코 이쪽에 오겠다고 고집했다. 나의 사무실이 가리봉시장 부근에 있다고 하니 그럼 중국인이 모여 사는 일명 차이나타운으로 불리는 곳에 서민생활도 요해할 겸 차라리 잘된 일이라 한다.

서울시간이 중국보다 한 시간 빨라 오후 6시 반이지만 서산에서 비추는 햇볕이 창창했다. 가리봉시장 입구에 한 대의 택시가 멈춰 서자 사진으로 익숙하게 보았던 김문학 선생이 미소를 지으면서 나의 앞으로 다가왔다.

근데 사진에서 본 얼굴윤곽만 비슷할 뿐 내가 생각했던 김문학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키가 나보다 작고 몸집도 나보다 더 왜소한 체격, 흰 얼굴에 수백도 되어 보이는 안경을 끼었다. 아니 동북사범대학외국어학부에서 100미터 11초6의 기록보유자이고 교내축구선수로 활약했다는 사실을 어느 글에서 보았는데 저런 약골체격으로 어떻게? 의문이 스쳤다. 나와 악수한 그의 손은 덩치가 자그마한 처녀애들의 손처럼 작고 섬약하게 느껴졌다. 아니 이 야들야들한 손끝에서 히로시마 원폭을 연상케 하는 글폭탄을 세상에 던져 놓다니?

가리봉삼거리 정풍빌딩3층을 가리키면서 재한조선족을 상대로 꾸린 중국동포타운신문사인데 여러 동포신문 중 가장 잘 나오는 신문이라 소개했더니 그는 올라가 보고 신문도 갖고 싶다고 한다.

중국동포타운신문사 책임자가 한국 분인데도 10년 동안이나 조선족관련 일을 하다 보니 김문학이란 이름을 잘 알고 있었다. 연변일보사 기자출신인 박00도 그의 얼굴을 알아보고 아무개 아니냐면서 인사를 나눴다.

신문사 책임자께서 인터를 요청했으나 그는 오늘 스케줄은 김선생을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후로 미루자면서 거절했다. 내가 괜찮다고 했으나 그는 일이란 순서와 질서가 분명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가리봉시장을 한 바퀴 돌아보고 조선족순대를 맞보고 싶다면서 샀다.

저녁식사는 중국요리도 맞보고 우리민족전통음식도 먹어볼 겸 진달래냉면집으로 정했다.

이런 얘기를 장황하게 늘여놓는 이유는 그가 유명학자 김문학보다 나에겐 친서민적인 일반친구 김문학이란 인상이 깊었기 때문이다.

인간 김문학이 친서민적이고 아무리 무국적자, 국제인, 아세아인, 동양인 등등으로 말하고 있지만 고향향토의식이 뿌리 깊다는 것이 다음 사실을 통해 드러났다.

남구로역 3번 출구에서 나와 내리막 길 따라 오면 진달래냉면이 있고 10미터 더 내려오면 조선족출신들이 꾸린 음식점이 줄지어 있다. 그중 한 음식점에 내가 자주가지만 그 집 아기엄마가 연변화룡사람이기에 기타 식구들도 역시 연변사람이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가 음식점 앞을 지나갈 때 아기엄마 이상 시누이가 나보고 인사하는 한 마디를 듣던 김문학 선생이 대뜸 “아주머니 심양에서 오셨죠.”라고 말을 걸었다. 그 아주머니도 상대방의 말투를 알아듣고 같은 심양이라 반가워한다. 그런데 두 분은 모두 심양시 于洪區에 살았고 불과 5리 거리에 있었으며 같은 1962년 출생이며 반가워 고향의 이런저런 얘기를 한참이나 나눴다.

수년 전에 내가 연길에 갔을 때 나의 고향출신인 전 연길시장이 고향학교선배들을 연길 거리에서 만나면 “나를 모르겠소? 내가 TV에 자주 등장하는 연길시장인데.”라고 한다는 어설픈 처세술을 들었다. 읽은 벼가 고개 숙인다는 속담이 있듯이 그 시장은 고개를 빳빳이 쳐드는 돌피와도 같다면 김문학 선생은 자신이 유명인사임에도 그런 티를 전혀 내지 않고 한 고향 분들을 만나 정말 보통친구처럼 격이 없이 따뜻하게 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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