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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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철학이 있었는가?
2010년 06월 06일 14시 05분  조회:4042  추천:22  작성자: 김정룡



중국에 ‘철학’이 있었는가?



고대 중국엔 ‘哲’ ‘哲人’ ‘哲王’이란 낱말은 있었어도 ‘철학’이란 어휘는 없었다. 철학이란 어휘는 19세기 60년대 西周라는 일본인이 philosophia를 한자어 哲學으로 번역한데서 유래되었으며, 이것을 중국과 한반도에서 옮겨다가 사용해왔다.

우리가 논의하려는 초점은 중국역사에 과연 서양인의 이원론적인 개념으로 인식하는 ‘philosophia’, 그러한 철학이 있었는가는 것이다.

우선 서양철학을 보면 모든 사물을 이원론으로 나누고 대립과 투쟁의 패턴으로 인식해왔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하늘과 땅, 남과 여, 현상과 본체, 존재와 가치, 가시세계와 가사세계, 정신과 물질, 유물론과 유심론 등등을 대립되는 모순체로 보고 오직 투쟁적인 방식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서양철학의 핵심이다.

이와 반대로 중국문화는 음과 양, 하늘과 땅, 남과 여, 현상과 본체, 정신과 물질 등등은 조화와 화해의 존재라 보는 일원론적인 패턴으로 인식해왔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경 중국학자들이 서양의 산물인 철학이란 신개념을 도입하여 중국역사를 해부하기 시작했고 고대 중국에도 철학이 있었다는 결론을 얻고 이른바 ‘주역’ ‘도가’, ‘유가’, ‘법가’, ‘묵가’, ‘명가’, ‘음양’ 등등을 중국철학으로 규정하고 ‘정리’하였다.

‘주역’은 우주만물법칙에 관한 해부서이며 인류역사에서 가장 앞선 ‘과학서’이다. 헌데 공자가 만년에 “십년만 더 살 수 있다면 주역의 해석을 완성할 수 있을 텐데.”라는 유감을 말했듯이 주역의 특징은 난해하다는 것이다. 현학이 주목받던 위진남북조시기 18세 천재소년 왕필이 주역을 해석해냄으로서 사회적으로 큰 각광을 받기 시작하였다. 수당시기부터 시작된 중국과 고려시대부터 있었던 조선의 과거급제시험에 어김없이 주역이 포함되었고 당시에는 주역을 하나의 과학으로 인식했다.

도가는 노자철학을 근간으로 하는데 도덕경의 첫머리에 “道可道非常道(도를 도라 말할 수 있으면 그것은 도가 아니다.”라는 아리까리한 말로 시작되어 있다. 도가의 핵심주장은 ‘무위자연론’이다.

현재 중국인 70%정도 사람들의 좌우명이 곧 ‘지족상락’인데 이는 도가 ‘무위자연론’에서 유래된 세계관이다. ‘지족상락’이란 현 상태에 만족한다는 뜻이 아니라 ‘지족’은 인간이 세상을 살면서 허영심을 버리고 실리적으로 살아가는 것이고, ‘상락’은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 처했어도 마음의 바란스를 잃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한다는 의미이다.

유가는 인의예지신을 근간으로 군자의 도를 추구하고 인간이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갈 것을 호소하였다.

법가는 말 그대로 법치주의를 제창한 학파이며 진제국의 천하통일에 크게 기여하였다.

명가는 교묘한 궤변론(詭辯論)으로 유명하다. 명가의 논리는 지나친 점도 있으나 논리학 발달에 공헌한 논리학파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묵가는 서양종교와 비슷하게 ‘겸애’사상을 주장한 학파이다.

음양사상은 중국인이 우주만물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세계관이다.

자아~, 만약 이상의 중국고대 여러 다종다양한 사상과 세계관을 굳이 철학이란 개념으로 인식한다면 나름대로 모두 크게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보아야 마땅할 것이며 중국철학의 가장 기본 특징은 모든 사물을 조화와 화해로 보는 일원론이다.

문제는 현대중국이 중국고유사상과 세계관을 하나의 고유철학체계로 인식한 것이라 아니라 기어코 억지춘향 식으로 서양의 이원론 철학 관념으로 두들겨 맞춰놓고 법치주의를 제창한 법가 외의 모든 철학은 전부 유심론 범주로 분류하고 난도질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신중국이 건립된 후 과거 잘살았던 지주, 부농, 자본가, 지식인들은 모두 유심론자에 속하므로 타도의 대상으로 분류하고 타도해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노동자와 농민들은 비록 손발이 거칠고 심지어 발에 소똥이 묻어 있어도 그들이야말로 완벽한 유물론자들이기 때문에 혁명의 주력군이고 그들을 발동하여 유심론자들을 때려 엎어야 만이 혁명이 목적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른바 ‘사구(四舊:낡은 사상, 낡은 풍속, 낡은 전통, 낡은 문화)’는 전부 유심론범주에 속하므로 철저하게 때려 부셔야 한다는 것이다. ‘낡은 것을 보내지 않으면 새 것이 올 수 없다.’는 미명하에 낡은 서적과 문화재를 전부 태워버리고 부셔버렸다. 유심론자는 폭력으로 개조시키고 만약 옛것을 고집하거나 개조의 표현이 좋지 못할 경우 때려죽여도 좋다는 것이다.

모택동은 맑스의 프롤레타리아의 개념을 중국실제에 결합시켜 농민을 투쟁의 선봉군으로 앞세웠다. 그리하여 모택동군대는 주력이 농민군이었으며 “농촌으로부터 도시를 포위하고 최후의 승리를 쟁취한다.”는 전략으로 중국혁명을 승리에로 이끌었다. 여기까지는 그의 전략이 성공적이었다.

허나 모택동이 정권을 쥐고 나서도 계급투쟁을 극대화시켜 황하대륙을 온통 투쟁의 장으로 만들어버렸다. 모택동의 주요 실책이 바로 정치를 극대화시키고 경제를 극소화시킴으로서 중국인민이 또 과거와 같은 가난에 허덕이게 된 것이다. 물론 모택동이 경제를 중시한 적이 있지만 열정만 있었을 뿐 책략이 없어 대약진을 벌렸으나 오히려 3천만이 굶어죽는 결과를 빚게 되었다. 이것도 모택동이 지나치게 유물론을 숭상했던 결과이다.

맑스 철학에 대립통일이란 개념이 있으나 현대 중국은 대립만 부각시키고 통일이 없었던 것이 최대비극이다.

개혁개방이후 모택동의 계급투쟁철학이 종말을 고하고 경제에로 눈을 돌리고 또 유심론과 유물론의 대립투쟁철학을 버리고 공자, 노자를 되살림으로 하여 중국이 전통문화를 회복하고 진정한 중화민족으로 세상에 다시 우뚝 설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중국전통에 있어서 일원론이 중국인의 체질에 배어왔기 때문에 이원론의 철학은 중국을 파괴하는 역할을 할 뿐 득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만약 중국에 철학이 있었다면 그것은 모든 사물을 조화와 화해로 보는 일원론의 철학일 뿐, 서양의 대립과 투쟁으로 인식되어온 이원론의 철학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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