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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奉仕)와 복무(服務)는 어떻게 다른가?
2008년 11월 19일 16시 02분  조회:6892  추천:60  작성자: 김정룡



봉사(奉仕)와 복무(服務)는 어떻게 다른가?



 중국과 북한에서는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심부름군’을 복무원, 복무원동지라고 하며, 상하계급과 관계없이 A가 B한테 무엇을 해주거나 헌신하는 것을 복무라 한다. 

 이 중국과 북한의 복무에 해당되는 개념을 한국에서는 봉사라 한다. 봉사는 일본의 한자어에서 유래되었으나 중국어족보에는 없는 말이고 일본인이 자체로 지어낸 어휘이다.

 그렇다면 복무와 봉사는 어떻게 다를까? 

 복무는 상하계급적인 구분이나 연령의 고하를 막론하고 사용되는 개념이지만, 봉사는 본래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시중을 드는 것을 의미하는 개념이며, 이는 일본인의 신도에서 유래된 말이다.

 200년 전, 일본사대국학자에 속하는 모토오리·노리나가(本居宣長)는 <<고사기(古事記)>>와 <<일본서기(日本書紀)>>를 연구한 결과 “신도는 아래에서 위에로 흐르는 ‘카미(神)의 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와 같은 신도의 정신과 연관해서 “중국인과 조선인은 미개해서 ‘인’이 필요하나 일본인은 소질이 좋아서 ‘인’이 필요 없고 ‘충’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비록 이 말은 망발이긴 하나 우리는 이 구절에서 일본학자가 자기네 신도를 이해하는 입장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즉 일본의 종교, 정치, 문화, 생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은 하에서 상에로 일방적으로 흐르는 카미의 길이다.
 고대 일본정치는 천황과 쇼오군의 이중통치구조였다. 천황은 쇼오군을 임명하고 쇼오군은 천황일가를 보호하는 동시에 지상의 실질적인 통치자였다. 하지만 쇼오군은 자신이 백성을 다스리는 정치행위를 통치자로 여긴 것이 아니라 천황을 위해 봉사하는 행위라 간주했다. 이것이 이 세상의 다른 나라 정치와 다른 점이며, 이것이 곧 일본인의 신도적인 개념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봉건사회는 실제적으로 중국 주나라 봉건제와 유럽의 중세기 장원영주봉건제 및 일본의 장원영주봉건제 등 세 곳에만 봉건제가 존재했었다. 그런데 중국과 유럽의 봉건제는 왕이 군대를 이끌고 전쟁을 통해 점령한 이민족 혹은 다른 나라의 영토를 친인척과 수하들에게 나눠주고 그들을 제후 혹은 영주로 봉하면서 생겨난 것인데, 반해 일본의 봉건제는 최하층민들이 개척한 땅을 층층이 올리 ‘주군’에게 헌납한데서 생겨났던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의 장원영주봉건제마저 일본의 고유한 아래로부터 위에로 올리 흐르는 구조로 형성되었으며 모든 아랫사람은 반드시 주군에게 맹세를 다짐하고 봉사한다. 설사 주군이 주군답지 못해도 신하가 주군을 떠나는 법이 없이 자신들이 해야 할 봉사의무를 완벽하게 한다. 신하들이 주군에게 철저한 봉사를 이행하기 때문에 주군들은 주군자격이 있게 처사하기에 백배의 노력을 기울인다.

 일본인은 어떻게 아래로부터 위에로 올리 봉사하는 신도적인 개념이 형성되었을까?

 일본은 예로부터 땅이 척박하고 메말라 농사를 지어먹을 만한 땅이 극히 적었다. 거기다 지진과 태풍의 피해가 자주 발생해서 생존이 매우 어려웠다. 극히 한정된 진(津)과 포(浦)의 변두리에서 경작지를 일구고 농사를 짓다보니, 또한 여러 가지 여건이 좋지 못하여 가령 단합하지 않고선 너도나도 살아남을 수가 없으므로 모두들 유능한 보스에게 충성하고 봉사하는 정신이 뿌리 깊게 머리에 박히게 되었던 것이다.

 일본인의 이러한 아래로부터 위에로의 봉사개념이 일제 36년을 거쳐 우리민족에게 전달되었고 아직도 무분별하게 봉사라는 말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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