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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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의 근본문제는 ‘경(經)’이 사라진데 있다(김정룡)
2008년 02월 04일 10시 33분  조회:4262  추천:54  작성자: 김정룡

 

제4부 조선족문제에 대한 논과 쟁

3.조선족의 근본문제는 ‘경(經)’이 사라진데 있다(김정룡)
 
김정룡 재한 조선족칼럼니스트


 조선족정체성문제가 열점화제로 불거진 지도 어언간 10여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이 동안 수많은 조선족문인학사들이 관심을 갖고 다각도로 연구 끝에 일부 좋은 견해들을 내놓았으나 문제의 본질을 떠나 장님이 코끼리 만지기, 헛다리짚기,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발표된 글도 심심찮게 볼 수 있어 유감으로 느껴진다.

 필자는 조선족의 최대 비극은 지식의 빈곤에 있고 조선족의 근본문제는 ‘경(經)’이 사라진데 있다고 본다.

 ‘경(經)’이란 실 사변과 줄기 경자가 합쳐진 글자로서 본래 날실을 뜻하는데서 유래되었다. 천을 짤 때 먼저 내리 줄 즉 날실을 세워놓고 가로 줄 즉 들실을 끼워놓는다. 옛날 시골에서 구차할 때 초대(草袋: 벼 짚 가마니)를 짜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잘 알고 있겠지만, 먼저 틀에다 날줄을 세워놓고 벼 짚 한 오리씩 끼워 넣는다. 천을 짜거나 초대를 짤 때 그 날실을 세우는 것이 곧 ‘경(經)’이다.

 이 날실에서 유래된 ‘경(經)’은 무수한 뜻을 갖고 있으나 대체로 기본, 규칙, 권위, 진리, 원칙, 원리를 의미한다.

 인류가 야만시대로부터 문명시대에로 전환된 징표가 바로 ‘경(經)’의 수립이다. 유태교,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유교, 도교 등 이 세상의 모든 종교는 다 자체 교리교의를 갖고 있는데 그 교리교의가 담겨진 책을 ‘경전’이라 하며 ‘경전’으로 인간사회 윤리, 도덕, 질서 및 일상생활의 규범을 만든 것을 ‘경(經)’이라 한다.

 우리 조선민족은 단군시대부터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사상이 ‘경(經)’으로 자리매김 되어왔으며, 기자의 홍범구주, 한4군(漢四郡)시기부터 유가와 도가가 도입되었고, 1600년 전 불교가 유입되어 고려 말까지 불교가 전반 사회 ‘경(經)’으로 되었다.

 불교는 집단적 파워보다 개인적 해탈을 추구하고 고려시대는 불교일색이었던 탓으로 사회는 횡적인 패턴이었기에 매우 혼란스러웠다.

 1392년 이성계의 조선 건립은 곧 고려시대 불교로 인한 횡적사회패턴을 유교적인 수직사회패턴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리하여 조선조 500여년을 통해 유교를 본산지인 중국보다 더 뼈속까지 스며들 정도로 받아들여 전반 사회 구서구석에 침투되어 유교가 강력한 ‘경(經)’으로 탄탄하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

 예를 들어 말하자면 정치면에서 ‘왕권신수설(王權神授說)’, ‘문신독재(文臣獨裁)’, ‘유생권위(儒生權威)’, ‘사농공상(士農工商) 계급분화’ 등등이고, 문화면에서 ‘배불존유(排佛尊儒)’, ‘선비숭상’, ‘주자학 외의 모든 학문을 이단으로 취급’하는 등등이고, 생활면에서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지키고, 가족 내에서 제사를 높이 받들고, 종가문화가 확실하게 정착되고, 가부장적문화가 철저하게 지켜지는 등등이다. 이 외에도 ‘남존여비’, ‘칠거지악’, ‘이혼불갗, ‘재혼불갗 등 결혼관, 정조관이 모두 조선조 500여년을 통해 철저하게 확립되었던 것이다. 쉽게 말해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봉건사상’, ‘봉건습관’이 절대다수가 조선조 500여 년 동안 유교의 수립에 따라 확립된 것이다.

 우리 중국조선족은 150년 전부터 조선반도의 획일적인 유교의 ‘경(經)’을 갖고 중국에 가서 정착생활을 하면서 살아오는 과정에 점차 중국문화를 흡수하면서 ‘이중문화’를 갖게 되었고, 또한 중국의 시대환경의 변화에 따라 조선족의 ‘경(經)’이 많이 변화되고 심지어 무너져가고 있는 단계에 처해 있는 것이 조선족의 현주소이다.

 조선족이 한 때 중국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으로 꼽히게 되었던 것은 두 말할 것 없이 자체 훌륭한 ‘경(經)’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조선족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문화대혁명이란 10년 동란 시기에 ‘경(經)’이 깨지기 시작해서 개혁개방이후 현재 ‘경(經)’이 박산 직전에 이르러 조선족사회가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문화혁명시기에 이른바 ‘파4구(破四舊)’운동으로 인하여 조선민족의 미풍양속으로 전해온 제사를 비롯한 전통풍속이 타파되었고, 스승과 제자는 한 전호 속의 전우라는 ‘미명’하에 학생이 선생에 대한 존경이 사라졌고, 노인에 대한 존경도 많이 사라졌으며, 노선투쟁에 뛰어들어 아들이 아버지를 고발하고 형제간에 반목하고 친척끼리 등을 돌리고, 기타 소수민족에 비해 조선족은 가장 혁명의 선두에 서서 서로 죽고 죽이는 비극이 초래되었다. 아무튼 조선족은 ‘연변은 마레의 고향’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사상이 지나치게 빨개 갖고 대국혁명의 선두에 서다보니 조선족사회가 쑥대밭이 될 지경으로 전통적인 ‘경(經)’이 박산나기 시작했다.

 문화혁명의 후유증이 채 가셔지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 준비도 없이 개혁개방을 맞이한 조선족은 또 한 차례 홍역을 치르게 되었다.

 우선 ‘문화혁명이란 호랑’이가 사라지자 본래 먹고 마시고 놀기를 좋아하는 조선족이 마치 고삐가 풀린 말처럼 먹고 마시고 노는데 정력을 몰두하여 정신세계가 피폐해졌고, 농촌에서 한족들은 농한기에 싸리 광주리를 튼다든가 비를 짜는 등 쉬지 않고 일을 하여 돈을 버는 반면에 조선족은 그 기나긴 겨울철에 화토놀이로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이었다. 도시에서도 한족들이 조선족의 돈을 번다는 얘기가 있듯이 조선족은 조선반도의 두 배되는 땅을 개간하던 근면의 정신이 오간데 없이 일하기 싫어하는 민족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뭐니 뭐니 해도 조선족이 개혁개방을 맞아 전통적인 윤리도덕을 벗어나 모든 것을 돈으로 행세하고 돈으로 도배하려하고 돈으로 해결하려하고 돈을 위해서라면 양심과 체면과 도덕을 버리는 등 유교적인 것과 공산주의적인 것들로 이루어졌던 아름다운 ‘경(經)’이 소실되어 조선족사회는 ‘천박’한 사회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예하면 청렴의 상징이었던 조선족‘선비(교원)’들은 학부모들로부터 돈이나 받아먹는 손가락질 당하는 대상이 되었고, 학부모들은 저마다 제 아이만을 위해 선생한테 돈을 주는 바람이 거세게 불어 가장 신성한 교단이 돈거래로 얼룩지게 되었다.

 자식교육에 있어서 귀한 자식 한 매 더 때리라는 ‘회초리 교육’은 사라진지 오래되었고 아이가 하자는 대로 해주고 어처구니없게도 세배 돈을 천원, 만원씩 퍼주는 등 돈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일본이 아무리 잘살아도 애들이 자전거나 버스를 타고 등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되도록 걸어서 등교하게 한다. 이와 반대로 연길시 각 학교(특히 소학교) 정문 앞에는 등교와 하교시간이 되면 택시들이 줄을 늘여 서고 있다. 학생들이 택시 타고 학교를 다니는 현상만 본다면 연길시가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곳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하여튼 현재 조선족의 자식교육은 여러 면으로 볼 때 ‘경(經)’이 없이 되는대로 자식을 키우고 있다.

 그다음 조선족은 유교적인 ‘경(經)’으로 형성되었던 결혼관과 정조관은 돈을 위해서 다 박산나고 있는 중이다. 멀쩡하게 잘살던 부부가 일방이 한국에 가기 위해 이혼하고, 부부가 조금만 갈등이 생기면 한국에 가기위해 이혼을 서두르고, 처녀애들이든 아줌마들이든 돈을 위해서라면 혹은 한국에 갈수만 있다면 노인한테도 주저없이 옷을 벗는다.

 더욱 한심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조선족은 한국인과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결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인 남자 한 명이 조선족 여성 10여 명을 선 본다. 이럴 경우 한국인이 잘나고 조건이 훌륭하고 조선족여성들이 볼품이 없어 그런 것이 아니다. 구매자(조선족 여성)는 줄을 섰는데 물건(한국인 남자)이 턱 없이 부족하고 또 구매자는 물건의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사기만 하면 목적이 달성되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조선족여성들은 한국인 남자한테 시집가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한국 땅을 밟기 위해 ‘한국’과 결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 진짜 결혼으로 온 여성들 중 국적신청 때문에 한국인 남편이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렸거나 정말 도무지 유지될 수없는 혼인생활도 국적 때문에 참고 견디고 있는 현상도 역시 조선족 여성은 한국인과 결혼한 것이 아니라 ‘한국’과 결혼한 증거라 말할 수 있다.

 


  모두어 말해서 현재 조선족은 타민족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여러 가지 추태들이 출연되고 있고 전반 조선족사회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데, 그 근본원인이 조선족사회가 전통적인 ‘경(經)’이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통적인 ‘경(經)’이 사라져가는 현상이 우리 조선족만의 일은 아니다. 서구에서 자본주의 물질문명이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 1900년에 니체는 “신이 죽었다”고 선포했고, 1919~1922년 슈펭글러는 <<서구의 몰락>>을 발표하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동양에서 서구배우기에 앞장섰던 일본이 19세기 말에 ‘전통’이냐, ‘외제품’이냐를 놓고 피비린 다툼까지 있었다. 중국도 20세기 초 ‘전반서화(全盤西化)’바람이 불었고, 마레주의 도입과 더불어 문화혁명까지 겪고 난 후 전통문명이 단절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 한국은 광복 후 기독교가 급격히 확산되는 바람에 전통문명과 크게 마찰을 빚게 되었다. 더욱이 동양은 물질문명의 공세에 밀려 전통적인 가치관과 도덕관이 무너져가고 있는 추세이다. 허나 동양 삼국은 한바탕 ‘문명의 충돌’을 거치고 나서 모두 ‘제자리(전통을 살리는 것)’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크게 일고 있다.

 문제는 우리 조선족은 본래 뿌리가 취약한 소수민족이란 신분으로 민족주체성을 상실해왔으며, ‘경(經)’이 취약한 조선족은 개혁개방을 맞게 되자 모든 것은 ‘돈을 위하여’로 변질되어 전반 조선족사회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나 한국은 어찌되었든 전통적인 ‘경(經)’을 회복할 수 있는 역사적인 파워를 갖고 있는데 비해, 우리조선족은 ‘경(經)’이 상실되면 회복시킬 능력과 파워를 갖고 있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현재 우리 조선족은 ‘경(經)’이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에 목자를 잃은 양떼와도 같아 모래알처럼 흩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조선족의 ‘경(經)’을 회복하고 바로 잡고 우수한 민족이란  타이틀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것이 목전 조선족 사회 지성인들이 머리를 짜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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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2 ]

2   작성자 : 한성호
날자:2008-02-14 15:12:35
김선생님의 글 감명깊게 읽고 있습니다. 의논차 련락드리고 싶은데 선생님의 이메일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 메일을 zenghana@hotmail.com 이구요 ..
1   작성자 : 자성하자
날자:2008-02-05 22:49:07
우리 민족은 심각한 자성이 확실히 필요하다,자성할줄 모르는 민족은 깨지 못한 민족으로 될수밖에 없다.자성의 회초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글이 지금 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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