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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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의 유래 (김정룡)
2008년 01월 10일 15시 24분  조회:6037  추천:81  작성자: 김정룡

김정룡의 역사문화이야기20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의 유래 


김정룡 재한 조선족칼럼니스트

  

 중국인은 역사적으로 나라가 망하면 여자의 탓이라고 구차하게 변명해왔으며 그 죄를 여자들에게 뒤집어 씌웠다. 예하면 하나라(夏朝)는 매희(梅姬)가 망쳤고, 은나라(殷朝)는 달기(妲己)가 망쳤으며, 주나라(周朝)는 포사(褒姒)가 망쳤다고 했다. 안사의 난(安史之亂)은 양귀비로 말미암아 일어났으며, 청말 8국의 연합군에 의해 북경이 쑥대밭이 된 것은 자희태후(慈喜太后)가 시비를 불러일으킨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여자를 암탉에 비유하고 여자의 목소리가 높으면 집안이 망한다는 의미로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전해 내려왔고 또 속담으로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속담은 언제 어떻게 어떤 계기로 하여 본격적으로 널리 전파케 되었는가에 대해 살펴보자.

 고대사회에서 왕조가 교체될 때, 전 왕조를 뒤엎으려면 반드시 명분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주무왕(周武王)이 은주(殷紂)의 정벌에 나서면서 군사들에게 다음과 같은 명분을 걸고 호소했다.

 “나를 따른 제후와 용사들이여, 이제 창과 칼을 들어라. 옛 사람들이 이르기를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했다. 지금 주왕(紂王)은 여색에 빠져 스스로 제 집안을 망치고 백성을 못살게 굴고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다. 나는 삼가 하늘의 뜻을 받들어 주왕을 치러하는 것이니라.······”

 주무왕이 이런 명분을 내건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했다.

 은의 주왕은 하의 걸(傑)처럼 주지육림(酒池肉林)에 빠져 있었다. 걸왕에게 매희가 있었다면 주왕에게는 달기가 있었다. 이 두 여인은 모두 유소씨 나라에서 헌상한 절세의 미인이었으며 욕망은 끝이 없었다.

 주왕은 달기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가혹한 세금을 걷어 들이고 무자비하게 백성들의 재물을 약탈해 들였다. 이리하여 궁중에는 재물이 가득 차게 되었고 술은 못을 이루고 고기는 숲을 이룰 정도로 넘쳐났다. 또 호화찬란한 궁전을 짓고 동산과 못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음탕한 음악에 맞추어 실 한 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나체의 젊은 남녀들이 주지(酒池)를 돌면서 서로 쫓고 쫓기며 미친 듯이 춤을 춘다. 이 광경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황홀경에 빠지면서 연못의 술을 들이 키고 숲의 고기를 미친 듯이 뜯어 먹는다.

 이런 미친 짓을 구경하면서 주왕의 몸에 자신을 맡기는 달기는 그제야 얼굴에 음탕한 만족의 빛을 드러냈다. 이 미치광이의 연화는 120일이나 주야로 계속되어 이를 ‘장야의 음(長夜之飮)’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 옛날 고구려, 부여, 마한, 진한, 동예 등 동이족이 제천의식을 거행할 때 있었던 ‘연일음주가무’는 ‘장야의 음’에 비해 새발의 피였다.

 600년 역사를 자랑하던 은왕조가 주왕이 달기의 끝없는 욕망을 채워주려는 데서 썩을 대로 썩어 결국 주무왕에 의해 전복되고 말았다.

 위 이야기는 <<사기>>에 실려 있으며, 본래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은 매희나 달기처럼 무릇 왕에게 방탕하고 음탕한 욕망을 채우려고 청하는 말을 왕이 다 들어주기 위해 나라를 망쳐 먹은 데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훗날 유교가 정착됨에 따라 현모양처들의 올바른 말일지라도 남존여비의 무기를 들고 무작정 여성들을 억누르려고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을 사용해왔다.

 요즘에는 ‘수탉이 홰를 치면 먼지만 날리지만 암탉이 울면 알이라도 남긴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하는 것이 아니라 금알을 낳는다.’는 등 말들이 유행되고 있다. 이는 여성들이 사회참여도가 높아짐에 따라 여권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증거이다.

 모권제사회로부터 부권제사회에로 이행되어 남자들이 절대적인 권위를 갖고 살아오던 것이 다시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졌으니 세상이 돌고 돈다는 말이 맞기는 맞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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