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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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낯 뜨거운 일 그만, 자성해야"(김정룡)
2007년 10월 04일 09시 23분  조회:5317  추천:82  작성자: 김정룡

재한조선족문제연구
제1부 사례로 본 한국인-조선족 국제결혼실태분석
-국적이 뭐길래?


4. "이제는 낯 뜨거운 일 그만, 자성해야"

김정룡 재한조선족칼럼니스트

 
 2007년 새해 첫 출근인 1월 2일 아침 아홉시 반, 중국동포정책민간연구소에 첫손님으로 고희(古稀)에 가까운 늙은 양주가 찾아왔고, 두 분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으며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필자가 찾아오신 영문을 물었으나 두 분은 말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듯 머뭇거리는 것이었다. 두 분은 찻물을 마시고 나서 한참 후에 겨우 말문을 연 얘기의 내용이 아래와 같다. 

 따님이 12년 전 여권을 위조(가명으로)하여 위장결혼으로 한국에 와서 30일 만에 아주 식은 죽 먹기로 한국국적을 취득했다. 국적취득목적이 달성되자 곧바로 이혼수속을 해버렸는데 수년 전에 조선족 남자 1명을 위장으로 결혼대상자로 한국에 데려오고 이혼한 것이다. 이런 수단을 이용하여 그녀는  얼마간 돈을 벌었다. 이번(2005년 3월)에는 친오빠를 자신의 위장결혼대상자로 한국에 데려왔다. 그러니까 친 오누이가 호적상으로 부부가 된 셈이다. 여기까지는 일이 '잘된 편'이었다. 

 그런데 작년 12월 20일 누군가 친 오누이의 위장결혼사실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하는 바람에 오빠가 잡혔고 여동생은 도피중이라고 한다.

 늙은 내외분은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지으면서 "이제 우리 아들과 딸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필자는 그들의 결과에 대해 대충 짐작이 가면서도 "글쎄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고 대충 얼버무려 넘겼다. 

 이 일이 있고나서 며칠 후, 30대 중반의 한 조선족여인이 찾아와서 무작정   "단속에 걸려 잡힌 사람을 구해낼 수 있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무슨 사연인지 차분하게 말씀하십시오."라고 했더니 

 "구해준다는 확답을 받아야 얘기하겠다."고 하면서 자기고집만 부렸었다.

 그날 어렵게 그녀의 말문을 열게 하였는데 사연이 이러했다. 

 그녀는 4년 전에 결혼으로 한국에 왔고 국적을 취득한 후 한국인 남편과 이혼했다. 그러다가 2006년 9월에 중국에 있는 친정아버지를 자신의 배우자로 한국에 혼인신고를 하고 입국시켰다. 그러니까 부녀가 법률상으로 부부가 된 것이다. 그러나 3개월도 안 돼 부녀간의 위장결혼사실이 들통 나 아버지가 잡혔다. 

 여기서 위 두 사례의 당사자들의 결과에 대해선 잠시 접어두고 이 사건과 또 이와 유사한 조선족들의 위장결혼바람에 대한 필자의 소감을 얘기해 보려한다. 

 필자는 중국동포타운신문사에서 일을 하면서 조선족 위장결혼자 100여명을 상담해 보았는데 한 가지 유감으로 남는 것은 위장결혼당사자들이 위장결혼을 한국에 오기 위한 수단이라고만 여기고 있을 뿐 이에 대해 양심적, 도덕적으로 죄책감이나 수치심이라곤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친 오누이, 부녀 간 혹은 처제와 형부…사이에 위장결혼으로 호적상으로 부부가 된데 대해서 아무런 거리낌이나 수치심이 없는 듯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래 조선족은 중국 56개 민족가운데서 여러모로 가장 우수한 민족이라는 인정을 받고 살아왔다. 따라서 조선족은 결혼관과 정조관이 여타 민족에 비해 가장 순결하고 깨끗했다. 그토록 자타가 인정하던 조선족의 결혼관과 정조관이 왜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는지? 우리 모두가 가슴에 손을 얹고 심사숙고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위장결혼이 한국에 올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며 운이 좋으면 한국 국적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앞 다투어 가세하고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그렇다면, 만약 위장결혼으로 한국에 와서 모두 잘되어 뜻대로 돈을 팡팡 잘 벌어서 근심걱정 없이 잘 살수만 있다면 그나마 도덕이고 양심이고 운운할 것 없이 ‘잘된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위장결혼을 알선하는 소개자들은 자신들의 장사수익을 위해 “위장결혼도 결혼이기에 한국에 가서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고 당사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허나 실제는 위장결혼자의 50% 이상이 한국에서 비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고 심지어 본래 중국에서 교사 혹은 공직에 있었던 분들이 위장결혼으로 한국에 와서 머리가 혼란스러워 정신이 이상해져 이제는 말귀조차 알아듣지 못하는 ‘바보’로 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그 이유는 위장결혼대상자인 한국인으로부터 쩍하면 “돈을 달라” “같이 자자” “신고해 중국에 돌려 보내겠다” 등의 시달림과, 상대를 찾을 수 없거나 상대가 협조해주지 않아 체류연장이 되지 않기에 맨 날 허구한 날 경찰만 눈에 띄면 간이 콩알만 해져 불안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 결혼 자들은 2년이 되어야 국적취득허가신청을 제출할 수 있게끔 되어 있어 ‘그놈’의 국적 때문에 모진 무시와 냉대와 차별과 폭력까지 당하면서도 참고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 조선족이 수두룩하다. 이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도 위장결혼자들 처럼 ‘바보’가 된 자가 굉장히 많다.

 필자는 같은 조선족으로서 이러한 분들을 만날 때마다 정말 말 못할 감정이 솟구친다. 조선족들이 ‘그놈’의 국적 때문에 발목이 묶이어 이러한 비극이 초래된 것 누구를 탓하고 원망하랴! 

 사실 위장결혼이든 진짜결혼이든 당사자들이 한국국적취득을 원하는 것이 한국에 영원히 뿌리박고 살기위해서가 아니라 합법체류와 또 가족 혹은 친인척들을 한국에 친척방문으로 초청하기 위해서가 절대다수일 것이다. 

 필자는 조선족들의 위장결혼이든 진짜결혼이든 그 숫자가 줄어들게 하려면, 첫째 한국정부가 H-2비자를 발급, 혹은 이보다 더 입국규제를 완화해서 조선족들이 수월하게 한국에 올 수 있도록 해어야 하고, 둘째 중국이 하루빨리 잘 살아야 되며, 셋째 조선족 남자들이 타민족보다 백배의 노력을 경주하여 조선족 여성들을 지켜내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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