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풀어헤친 바람결에는 청보리가 흘리는 눈물의 냄새가 난다 시간이 느릿한 발걸음으로 뒤짐 짓고 령을 내린다 안개에 찔려 눈 먼 기차가 풍경을 밟으며 술병속으로 들어간다 버드나무숲을 등진 골짜기에선 새들의 눈물이 여울져 흐르고 해고 당한 소들은 거꾸로 서서 비자루같은 꼬리로 내 유년의 하늘을 지우고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다 잠들어버린 어린 쑥들을 하나하나 흔들며 기웃거려도 구름이 락엽 빚는 소리만 들릴뿐, 고향엔 내 이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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