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아버지의 마음
사월
내 마음은 마른 나뭇가지
가을
가을의 기도
새해 인사
이별(離別)에게
파도
희망
시의 맛
창
절대 고독
지각(知覺) -행복의 얼굴-
슬픔
플라타너스
겨울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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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승 시인 소개
913 광주 출생
1934 숭실전문 재학중 교지에 투고했던 시
<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때 당신들>를 양주동의 천거로 동아일보에 발표
1951 광주 조선문리대 졸업
1975 별세
시집으로 <절대고독>, <마지막 지상에서>,<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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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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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마음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
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바깥은 요란해도
아버지는 어린것들에게는 울타리가 된다.
양심을 지키라고 낮은 음성으로 가르친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눈물이 절반이다.
시집 / 아버지 울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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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플라타너스의 순들도 아직 어린 염소의 뿔처럼
돋아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도시는 그들 첨탑 안에 든 예언의 종을 울려
지금 파종의 시간을 아뢰어준다
깊은 상처에 잠겼던 골짜기들도
이제 그 낡고 허연 붕대를 풀어버린 지 오래이다
시간은 다시 황금의 빛을 얻고
의혹의 안개는 한동안 우리들의 불안한 거리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다
검은 연돌(煙突)들은 떼어다 망각의 창고 속에 넣어버리고
유순한 남풍을 불러다 밤새도록
어린 수선들의 쳐든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개구리의 숨통도 지금쯤은 어느 땅 밑에서 불룩거릴게다
추억도 절반, 희망도 절반이어서
사월은 언제나 어설프지만
먼 북녘에까지 해동의 기적이 울리이면
또 다시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 달은 어딘가 미신(迷信)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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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마른 나뭇가지
내 마음은 마른 나무가지
주여
나의 머리 위으로 산까마귀 울음을 호올로
날려 주소서.
내 마음은 마른 나무가지
주여
저 부리 고운 새새끼들과
창공에 성실하던 그의 어미 그의 잎사귀들도
나의 발부리에 떨여져 바람부는 날은
가랑잎이 되게 하소서.
내마음은 마른 나무가지
주여
나의 육체는 이미 저물었나이다!
사라지는 먼뎃 종소리를 듣게 하소서
마지막 남은 빛을 공중에 흩으시고
어둠 속에 나의 귀를 눈뜨게 하소서.
내 마음은 마른 나무가지
주여
빛은 죽고 밤이 되었나이다!
당신께서 내게 남기신 이 모진 두팔의 형상을 벌려
바람 속에 그러나 바람 속에 나의 각곡한 포옹을
두루 찾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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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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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기도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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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인사
오늘은
오늘에만 서 있지 말고,
오늘은
내일과 또 오늘 사이를 발 굴러라.
건너뛰듯
건너뛰듯
오늘과 또 내일의 사이를 뛰어라.
새 옷 입고
아니, 헌 옷이라도 빨아 입고,
널뛰듯
널뛰듯
이쪽과 저쪽
오늘과 내일의 리듬 사이를
발 굴러라 발 굴러라
춤 추어라 춤 추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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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離別)에게
지우심으로
지우심으로
그 얼굴 아로새겨 놓으실 줄이야
흩으심으로
꽃잎처럼 우리 흩으심으로
열매 맺게 하실 줄이야
비우심으로
비우심으로
비인 도가니 나의 마음을 울리실 줄이야
사라져
오오,
永遠을 세우실 줄이야
어둠 속에
어둠 속에
寶石들의 光彩를 길이 담아 두시는
밤과 같은 당신은, 오오, 누구이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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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아, 여기 누가
술 위에 술을 부었나.
이빨로 깨무는
흰 거품 부글부글 넘치는
춤추는 땅 - 바다의 글라스여.
아, 여기 누가
가슴을 뿌렸나.
언어는 선박처럼 출렁이면서
생각에 꿈틀거리는 배암의 잔등으로부터
영원히 잠들 수 없는,
아, 여기 누가 가슴을 뿌렸나.
아, 여기 누가
성(性)보다 깨끗한 짐승들을 몰고 오나.
저무는 도시와,
병든 땅엔
머언 수평선을 그어 두고
오오오오 기쁨에 사나운 짐승들을
누가 이리로 몰고 오나.
아, 여기 누가
죽음 위에 우리의 꽃들을 피게 하나.
얼음과 불꽃 사이
영원과 깜짝할 사이
죽음의 깊은 이랑과 이랑을 따라
물에 젖은 라이락의 향기
저 파도의 꽃떨기를 7월의 한 때
누가 피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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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나의 희망,
어두운 땅 속에 묻히면
황금이 되어
불 같은 손을 기다리고,
너의 희망,
깜깜한 하늘에 갇히면
별이 되어
먼 언덕 위에서 빛난다
나의 희망,
아득한 바다에 뜨면
수평선의 기적이 되어
먼 나라를 저어 가고,
너의 희망,
나에게 가까이 오면
나의 사랑으로 맞아
뜨거운 입술이 된다.
빵 없는 땅에서도 배고프지 않은,
물 없는 바다에서도
목마르지 않은
우리의 희망!
온 세상에 불이 꺼져 캄캄할 때에도,
내가 찾는 얼굴들이 보이지 않을 때에도,
우리는 생각하는 갈대 끝으로
희망에서 불을 붙여 온다.
우리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을 때에도
우리의 무덤마저 빼앗을 때에도
우릴 빼앗을 수 없는 우리의 희망!
우리에게 한 번 주어 버린 것을
오오, 우리의 신(神)도 뉘우치고 있을
너와 나의 희망! 우리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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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맛
멋진 날들을 놓아두고
시를 쓴다.
고궁(古宮)엔 벗꽃,
그늘엔 괴인 술,
멋진 날들을 그대로 두고
시를 쓴다.
내가 시를 쓸 때
이 땅은 나의 작은 섬,
별들은 오히려 큰 나라.
멋진 약속을 깨뜨리고
시를 쓴다.
종아리가 곧은 나의 사람을
태평로 2가 프라스틱 지붕 아래서
온종일 기다리게 두고,
나는 호올로 시를쓴다.
아무도 모를 마음의 빈 들
허물어진 돌가에 앉아,
썪은 모과 껍질에다 코라도 부비며
내가 시를 쓸 때,
나는 세계의 집 잃은 아이
나는 이 세상의 참된 어버이.
내가 시를 쓸 땐
멋진 너희들의 사랑엔
강원도풍(江原道風)의 어둔 눈이 나리고,
내 영혼의 벗들인 말들은
까아만 비로도 방석에 누운
아프리카산(産) 최근의 보석처럼
눈을 뜬다.
빛나는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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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창을 사랑하는 것은,
태양을 사랑한다는 말보다
눈 부시지 않아 좋다.
창을 잃으면
창공으로 나아가는 해협을 잃고,
명랑은 우리에게
오늘의 뉴우스다.
창을 닦는 시간은
또 노래도 부를 수 있는 시간
별들은 12월의 머나먼 타국이라고
창을 맑고 깨끗이 지킴으로
눈들을 착하게 뜨는 버릇을 기르고,
맑은 눈은 우리들
내일을 기다리는
빛나는 마음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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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고독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하던
영원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
그 끝에서 나는 하품을 하고
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내가 만지는 손 끝에서
아름다운 별들은 흩어져 빛을 잃지만
내가 만지는 손 끝에서
나는 무엇인가 내게로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스한 체온을 느낀다.
그 체온으로 내게서 끝나는 영원의 먼 끝을
나는 혼자서 내 가슴에 품어 준다.
나는 내 눈으로 이제는 그것들을 바라본다.
그 끝에서 나의 언어들을 바람에 날려 보내며,
꿈으로 고이 안을 받친 내 언어의 날개들을
이제는 티끌처럼 날려 보낸다.
나는 내게서 끝나는
무한의 눈물겨운 끝을
내 주름 잡힌 손으로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더 나아갈 수 없는 그 끝에서
드디어 입을 다문다 - 나의 시(詩)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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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知覺)
-행복의 얼굴-
김현승(金顯承)
내게 행복이 온다면
나는 그에게 감사하고,
내게 불행이 와도
나는 또 그에게 감사한다.
한 번은 밖에서 오고
한 번은 안에서 오는 행복이다.
우리의 행복의 문은
밖에서도 열리지만
안에서도 열리게 되어 있다.
내가 행복할 때
나는 오늘의 햇빛을 따스히 사랑하고
내가 불행할 때
나는 내일의 별들을 사랑한다.
이와 같이 내 생명의 숨결은
밖에서도 들여쉬고
안에서도 내어쉬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이 내 생명의 바다는
밀물이 되기도 하고
썰물이 되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끊임없이 출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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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슬픔은
나를 어리게 한다.
슬픔은
죄를 모른다
사랑하는 시간보다도 오히려
슬픔은
내가 나를 안는다
아무도 개입할 수 없다
슬픔은
나를 목욕시켜 준다
나를 다시 한번 깨끗하게 한다
슬픈 눈에는
그 영혼을 비추인다
먼 나라의 말소리도 들리듯이......
슬픔 안에 있으면
나는 바르다
믿음이 무엇인지 나는 아직 모르지만
슬픔이 오고 나면
풀밭과 같이 부푸는
어딘가 나의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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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너스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을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올 제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영혼을 불어넣고 가도 좋으련만
플라타너스
나는 너와 함께 신(神)이 아니다!
수고로운 우리의 길이 다하는 어느 날
플라타너스
너를 맞아 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이 있느냐?
나는 오직 너를 지켜 네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 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窓)이 열린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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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까마귀
영혼의 새
매우 뛰어난 너와
깊이 겪어 본 너는
또 다른,
참으로 아름다운 것과
호올로 남은 것은
가까와질 수도 있는,
言語는 본래
침묵으로부터 高貴하게 탄생한,
열매는
꽃이었던,
너와 네 祖上들의 빛깔을 두르고.
내가 十二月의 빈 들에 가늘게 서면,
나의 마른 나뭇가지에 앉아
굳은 責任에 뿌리 박힌
나의 나뭇가지에 호올로 앉아,
저무는 하늘이라도 하늘이라도
멀뚱거리다가,
벽에 부딪쳐
아, 네 영혼의 흙벽이라도 덤북 물고 있는 소리로,
까아윽--
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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