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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세계문제시집(戰後 世界問題詩集) 영국편 /신구문화사(25)
2019년 04월 08일 21시 03분  조회:2147  추천:0  작성자: 강려
전후 세계문제시집(戰後 世界問題詩集) 영국편 /신구문화사(25)
 
 
영국편
 
죤 웨인(John Wain)
 
빛의 유용(有用)
 
바람의 흰 손가락에 휘젓기어
하루종일 눈이 돌아 내린다.
하늘이 깨끗해지고,
빛깔이 여기 와서 머문다.
 
밤이 순환해 지나가고, 다시 빛이
움직인다. 태양이 소리 내며 내려
세상이 다시 깨끗해진다.
태양은 마을에서 얘기를 한다.
 
태양은 그 광선을 마치
대지를 살 돈처럼 소리쳐 내린다.
바람의 긴 숟가락은 평형(平衡)이 되고,
그 무엇이 탄생한다.
 
그 무엇이란 사랑, 사랑이
요구하는 것은 이것이기에 -
울타리를 넘어가는 도약(跳躍)
손 안에 든 지식.
 
사랑은 우리가 깨끗해지기를 요구한다.
사랑의 긴 숟가락에 휘젓기어
우리 가슴이 휙휘 돌아가는 곳에
태양이 소리내며 내리게 하면서.
 
그 청명(淸明)이 곧 사랑이며,
기다란 바람이 가슴의 독한
안개를 휩쓸어 버렸을 때
와서 머물은 지식이 곧 사랑이었고.
 
그것은 또 우리가 소리나는
빛 속에서 본 다른 것이었다 -
빛깔이 왕이요 사랑이 시각(視覺)을 위한
이름으로 되어 있는 그러한 세계였다.
 
(고원 번역)
 
 
이중의미의 제8형(二重意味의 第八型)
 
<사랑이란 양심(良心)이 무엇인가를 알기엔 너
   무도 젊다,
그러나 양심이란 사랑의 산물임을 모를
   사람이 누군가?>
이 말은 우리가 그 뜻을 쉽사리 알 수 있
   을 것같다.
 
하지만 이처럼 명료한 말이
만만하게 해석될 수 없음은 분명한 일이
   다.
이 말의 바늘은 이중(二重)의 홈을 지나가는 것
   이다.
 
사랑은 묘한 것, 섬세하기도 거칠기도 한
   것.
그래서 시인들은 이미 오래 전에 묻기 시
   작했다 -
<사랑은 세계를 지배한다, 그러나 세계
   는 정복되는 것인가?>
 
그러니 사랑을 이해하기란 정녕 힘든 일
   이다.
세익스피어도 자기 얘기에
가면(假面)을 맞춰 씌우는 데 현명했을 뿐이다.
 
사랑은 언제나 흐린 눈에 보이고
실상 <의식(意識)>을 뜻하는 양심은 큰 한숨
   속에
활활 타오르는 불꽃임을 밝혀 주는 것.
그러나 어리석은 정신은 여전히 사랑 때
   문에
그 꿈의 논리(論理)를 찾아, 저 어두운 구역(區域) 안
   으로
꿈도 없이 전진하느라 애태우고 있다.
 
사랑이 세균(細菌)처럼 혈관을 침범하는 날이면,
욕망의 대상이 그럴 것같은 그대로 될 때
   까지
철벅철벅 피를 튀기며 돌아다니고 또 번
   식시킨다.
 
그러면 만물이 다 멋진 변장을 하고,
의식은 벌(罰)을 상(賞)으로 변하게 하는
요술장이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느 경우든 사랑이란 하나의
   위험이다.
더러는 사랑이란 곧 승락(承諾)임을 의미한다 생
   각하고,
더러는 그것을 제가 먹기도 남에게 주기
   도 싫어한다.
 
이 말은 우리가 그 뜻을 짐작도 못할 것
   만 같다.
 
(고원 번역) 
 
 
지난번의 회의록(會議錄)
    <내일은 우리의 영원한 주소다>
                      - E.E. 카밍즈  
 
하나의 주소로서 그것은 우리를 잠시 기
   쁘게 했다.
우리는 이것을 친구들 앞에서 말하기 좋
   아했고,
편지지에 인쇄를 해서 의식(儀式)이란 것이 생
   겼다.
 
우리는 주말이면 초대장을 냈다.
친척들까지도 꼭 가야겠다 생각하고,
우리 실수를 용서했으며 우리는 잘못을 수
   정(修正)했다.
 
오직 벽에 걸린 달력만이
<지금은 내일>이라 경고(警告)하면서
올라가는 자는 떨어지게 마련임을 암시했
   다.
 
빚을 갚기 위해 물론 우리는 빚을 내야
   했으나
그래도 시인은 우리가 할 말을 가르쳐 주
   었다.
<우리를 슬픔에 얽매어 놓은 뿌리는 끊어졌
   다.>
 
우리는 냉정한 관공식(官公式)을 싫어했는데,
배달원은 매일 아침 어제로부터 넘어온
편지 다발을 들고 문을 두드렸다.
 
우리는 겉봉을 뜯어 무뚝뚝한 불신(不信)의 사
   연을
대충 읽고 나서 웃고는, 갈기갈기 찢어버
   렸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것은 구원(救援)이 되지는
   않았다.
 
처참한 것은 언제나 계산서였기 때문이
   다.
 
(고원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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