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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를 위한 해체 전략 / 정신재(문학평론가) [스크랩]
2018년 11월 13일 20시 24분  조회:1652  추천:0  작성자: 강려
 
♧시 창작 특강 
 
텍스트를 위한 해체 전략 / 정신재(문학평론가) 
 
 
1. 해체 전략 
 
소쉬르는 문자보다 말이 더 기호의 본질에 가깝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데리다는 말이나 글 모두가 일종의 글쓰기 즉, '본원적 글쓰기'라고 말함으로써 말과 글의 서열제도를 없애버렸다. 나아가 해체주의자들에 의하면 '기호'란 더 이상 확실한 것이 아니고 '의미' 역시 유동적이고도 일시적인 '유보된' 상태일 뿐1)이다. 
데리다는 텍스트가 가지는 본질에 접근하기 위하여 '차연'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차이'라는 단어와는[e]와 [a] 차이지만,'차연'이라는 단어에는 시간적으로는 자연, 공간적으로는 거리, 의미상으로는 '흩뿌림'이라는 의미를 가지면서 텍스트의 흔적을 찾아나가는 놀이의 방식이 내포되어 있다. 
 
이외에도 그는 '백색 신화'를 제시하였다. 서양의 철학이 전개해 온 것은 존재나 세계의 편협함만을 일구어 온 것이기 때문에 '백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그것은 중심이나'있음'을 전제로 하는 체계적인 구조를 요구하는데, 이것 역시 텍스트의 본질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오히려 '없음'을 추구하기도 한다. 이는 <老子>에서 無와 有를 편협하게 바라보지 않는 태도와도 유사함이 있다. 
老子는 '道라고 말할수 있는 것은 道가 아니'라고 하였는데, '있음'이나 '중심'은 사람들이 세계를 편협하게 바라볼 공산이 크게 하는 것이다. 
 
롤랑 바르트도 언어란 결코 명료하지 못한 것이며, 따라서 언어를 통하여 독자가 분명한 진실이나 리얼리티에 도달할 수는 없다고 믿었다. 
그래서 롤랑 바르트는 언어의 그러한 속성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글쓰기를 통하여 '유희'를 해야 한다2)고 보았다. 
따라서 해체의 방법으로 이루어진 텍스트를 이해하기란 매우 어렵다. 
 
필자 역시 오태석의 희곡[초분]을 여러번 읽고 나서야 그 스토리를 겨우 감지할수 있었으며, 이추림의 시에서는 아직도 제대로 분석을 못하는 부분이 많다. 
해체적 작법은 텍스트의 본질을 추구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기존의 해석을 편협하다고 보고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추림 시인이 그의 시에서 난해한 어휘를 많이 사용한 것은 존재의 본질을 들여다 보려는 새로운 시도였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나는 본문에서 새로운 글쓰기 전략을 시도하려 한다. 
 
 
------------- 
1)김성곤 편,<탈구조주의의 이해>(서울:민음사,1988),16쪽 
2)상게서, 17쪽.
 
 
 
2. 발상 차원의 5단계 
 
일본의 이또게이찌는 시작단계를 "발상 차원의 8단계'로 정리하였다. 
나무를 대상으로 한 '발상 차원의 8단계는 다음과 같다. 
 
1단계: 나무를 나무 그대로 나무로서 본다. 
2단계: 나무의 종류나 모양을 본다. 
3단계: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4단계: 나무의 잎사귀가 흔들리고 있는 모습을 세밀하게 본다. 
5단계: 나무 속에 승화하고 있는 생명력을 본다. 
6단계: 나무의 모습과 생명력의 상관관계에서 생기는 나무의 사상을 본다. 
7단계: 나무를 흔들고 있는 바람 그 자체를 본다. 
8단계: 나무를 매체로 하여 나무의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3) 
 
나도 시 습작을 하면서 이 방법을 많이 사용해 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단계는 어느 수준에 이르면 시가 너무 도식화되고, 발상이 참신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박진환교수가 이또게이찌 것을 바탕으로 해서 다시 정리해 놓은 '발상 차원의 5단계'를 시 창작에 적용해 보기도 한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첫째 단계:상식의 단계, 둘째단계:감각의 단계, 셋째 단계:변용의 단계 
넷째 단계: 정신적 단계, 다섯째 단계: 창조적 단계 
 
독자의 이해를 돕기위하여 이 방법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 1단계는 상식의 단계로서, 누구나 볼수 있고, 생각할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그런 항용의 보편성을 발상으로 하는 단계라 할수 있다. 
 
**제 2단계는 감각이 동원되는 단계로서,대상을 감각으로 해석하거나 마주하게 되면 감각적 체험이 개입하게 되고, 체험이 개입하게 되면 상상력이 작용하게 된다. 그리고 상상력이 작용하면 감각상호간의 호소력으로 자극하게 되고 그리하여 대상 사물은 단순히 주어진 그대로에서 경험이나 지식같은 것들이 끼어들게 되고, 그렇게 되면 변별력이 요구되고, 변별력이 요구되면 판단이 곁들이게 돼 해석이 이루어지게 된다. 
'해바라기가 누런 금니를 드러낸 채 햇살 앞에서 배시시 웃고 있다'는 
시각 이미지와 의인화가 동원된 구절이다. 
 
**제 3단계인 변용의 단계는 주어진 사물이나 대상을 본디의 것에서 새로운 것으로 바꾸어 낸다는 점에서 시적 단계라고 할수 있다. 
 
우리는 현대시를 정의할 때 변용의 미학이라고 한다.잘 알다시피변용은 용모가 바뀌는 것을 말한다. 곧 본디의 것을 보다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었다는 뜻인데, 변용의 시적의미는 바뀐모습이 그대로 있지 않고 바꿈으로써 새로움으로 태어나게 한다는데 있다. 흔히 우리는 낯설게 만들기라는 말을 자주 듣고 또 쓴다. 다름 아닌 현대시를 두고 하는 말인데 현대시는 낯설게 만들어진 것이란 뜻이다. 낯설게 만들지 않으면 기성. 기존의 것과 똑같게 되므로 새로움으로 태어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새로움으로 태어나 새로운 감동을 체험하는 시가 되기 위해서는 낯설게 만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것이 현대시법이다. 
 
 
갈대 서걱이는 甕岩 다리의 녹슨 수문을 지나 
불행했던 나의 유년시절의 산성 물안개빛 
공중조차 못 머무는 잔못(釘)공장의 불바람 
몇 모금 연거푸 빨아대는 
파이프 담배 연길 
甫吉道 출신의 張교수와 옛 구름 섞어 깊이 마신다. 
 
 
무섭기만 하던 
옹이 갉는 꽃집의 추운 대팻밥 무심히 쌓이는 
소름 끼치던 
대못 박는 소리 
 
 
무한으로 열린 상징같은 죽음과 삶이 맞닿아 있는 
동행 
하는 동행자의 步速이 빨라지는 
牛浦里의 울적하고 멍멍한 석양 
 
 
많게도 연착한 향수 
茁浦꽃집 앞에서의 되돌리는 남은 출발은 
가늠조차 안 가는 어머님의 아련한 뒷모습 
내 평생 벗을 수 없는 핏빛 한 벌뿐인 속옷이네 
 
-이추림,[茁浦 꽃집] 전문 
 
 
 
점령군대가 진주한 
주둔한 사령관의 계산법대로라면 
점령당한 지역의 모든 여자는 폭거당하는 집 밖의 여왕벌 
 
원숭이의 더운 가슴털로 불 끓는 총구를 커버한 
샛길 없는 무심한 大路 
대중요법조차 백방이 무효인 
지금은 숨는 비밀의 넓은 정원 
 
장군의 정액속에서 장군의 모형 
뚜쟁이의 정액속에서 뚜쟁이의 모형이 관찰되나 
등대 없는 섬의 절망하는 뒷골목에 
신호용 랜턴이라도 하나 걸어 둬야 하겠느니 
 
지독한 악평의 뒤 끝에 당황하는 동시통역자 같은 
그녀의 다시 펴는 바쁜 旗 
쪽발이적의 우리네 누님들에 비하면 
너희들은 격식 갖추고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행복한 신부다 
 
-이추림, [將軍과 뚜쟁이- 베트남전쟁 중 여자 베트콩의 회상] 
 
 
이추림의 시를 접하면 그 백과사전적인 다양한 어휘의 나열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거기에는 우리가 한때 잊고 지냈던 유교문화의 어휘, 보들레르적 열정을 지닌 핏빛 사랑이야기, 월남전, 세계사적 사건, 향토적 어휘, 현대 과학용어 등이 복합적으로 그려져 있다. 
따라서 그의 시에는 하나의 거울이 아닌 여러개의 복합적인 거울들이 산재해있고, 그 밑바닥에는 보들레르적 열정과 전락의 기쁨이 있다.곧 현존하는 것 속에서 기존의 도덕규범이나 인습의 틀과 이데올로기를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같은 것을 볼 수 있다. 가령 한 여인이 순수하고 아름다워야만이 미적이라는 통념이 얼마나 구태의연한 인습의 틀이었는가를 알게 되는 것도 하나의 소득이다. 
그리고 그것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거울을 들춰내면 새로운 모습의 여인이 나타나고 하는 것이다. "어떤 인간성을 가진 여인이겠지'하고 다른 구절을 보면 거기에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여성이 살포시 고개를 드는 것이다. 
[줄포 꽃집].[眼壓].[그녀의 後聞] 등에서 도망간 친어머니.보들레르적 여인. 베트콩 여인 등의 이미지가 나타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의 여인 이미지에는 전락의 기쁨이 있다. 전락의 결과는 세상 사람들의 인습에 의해 악으로 규정된다. 그러나 전락으로 가는 과정에서의 유희는 미적 가치가 있다. 악마들 속에서의 진실과 미는 역경을 딛고 미의 궤적을 추리해 나가는 고귀한 여정이 될 수도 있다. 
 
이추림은 <보들레르 전집>을 적어도 여섯번이나 정독하였다. 서정주 시인이 [대낮].[문둥이]등에서 인간의 가슴에 뛰노는 순수한 육정과 관능미를 있는 그대로 그려냄으로써 일제 식민지 현실에서의 명랑성을 추구했다면, 이추림 시인은 도시 메카니즘의 삭막함을 그대로 나열하면서 미적 가치를 추구한다. 그래서 그의 시에는 어지러이 흩어져 있는 도시의 산술 속에서 생명을 가지고 움트는 미적 자유가 놓여있는 것이다. 
이것이 이추림이 추구하는 변용의 미학이다. 
이와 같이 시인은 현실에서 새로움으로 나아가는 변용의 기술을 나름대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 
3)박진환, <21C 시 창작법>(서울:조선문학사, 1999), 14,15쪽 
4) 상게서 61,62쪽
 
 
 
 
5단계는 창조적인 단계로서, 사물적 요소와 정신적 요소의 결합, 육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의 통합과 같은 두 요소의 합성을 통해 시를 성립시키는 포괄적 형상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의 불꽃 속으로 
나의 눈송이가 
뛰어듭니다. 
 
당신의 불꽃은 
나의 눈송이를 
자취도 없이 풀어 줍니다. 
 
-김현승,[절대신앙] 전문 
 
 
우리 두 마음은 하나이므로 
나는 가야 하지만, 또한 한 몸을 
두쪽으로 쪼개는 것이 아니라 늘 이어놓네 
마치 금이 공기처럼 얄팍하게 늘어나듯이 
 
-던,[슬퍼하지 말아라] 
 
 
김현승의 작품은 '불꽃'과 '눈송이'라는 상대적인 것을 결합시킴으로써 시가 텐션으로 표현한 것이며, 던의 작품은 '금'과 '공기'를 동원하여 두 존재를 폭력적으로 결합시키고 있다. 
박진환교수가 발상 차원의 5단계에서 소개하는 기법은 비유나 알레고리를 동원하여 자연을 의인화시켜 표현하는 전통적 표현 기법이나 컨시트나 전경화를 이용한 두 사물의 폭력적 결합이나 펀 등의 방법이었다. 이러한 발상의 5단계는 요즘 많이 일반화되어 그 책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해체적 방법을 권하고 싶다. 포스트모던 시가 나온 이후로는 시 창작 표현 기법이 매우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다. 심지어 이전의 시 작품을 패러디하여 새롭게 표현하는 경우도 있고, 이전의 시구를 혼성모방하여 전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초심자가 반드시 5단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5단계에서도 변용의 단계를 먼저 사용할 수도 있고, 정신적 단계를 먼저 사용할 수도 있다. 
어쩌면 위의 5단계보다 그것을 뒤섞어서 창작에 응용하는 것이 훨씬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해체 시에서 두 존재사이의 텐션이나 폭력적 결합을 통하여 훨씬 더 다양한 의미를 얻어낼 수 있고, 기존의 시구를 비틀어짜기하여 전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행과 행, 사물과 사물을 비틀어 짠 것 같은 인상이 드는 작품이 독자의 마음에 존재의 본질을 일깨우는데 더 큰역할을 할수도 있는 것이다. 
초현실주의에서 '無線想像'의 기법은 두 사물 사이에 거리감이 클수록 그 사이에서 더 많은 의미를 추출할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또한 우리의 무의식에는 현실적인 것과 몽상적인 것이 얼마나 많이 뒤섞여 있는가,그리고 그 무의식은 우리의 정신세계에 놓여 있는 진실한 것이 아닌가. 
우리가 시를 창작할 때에는 발상의 단계를 염두에 두고 쓰는 것은 아니다. 사물을 보고 영감이 떠오르면 위의 창작 방법을 생각나는 대로 동원하여 걸작이 되도록 다듬어 가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위에서 예로 든 창작 방법을 반드시 순서대로 적용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발상의 5단계를 흐트려 놓고 하나씩 주워 담는 것도 그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곧 해체적 방법을 동원하라는 것이다. 그러다가 새로운 세계를 몽상하다 보면, 낯설게 쓰기도 되는 것이고, 해체적인 글쓰기도 될것이다. 현대의 시인은 이와같이 흐트려 놓은 것에 대해서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현대 사회는 탈경계를 추구하면서 존재의 본질을 모색한다.시인이 해체의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독자는 현실의 규범과 논리에 얽매여 논리적인 놀이를 할 것이고, 이를 통해서 권력이나 규범의 노예가 된 현실에서 새로운 세계를 몽상할 기회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현대의 시인들은 하나의 시에서 경계를 만들어 놓고 탈경계를 시도하기도 하고, 기존의 책을 허물어 뜨리고 텍스트를 향한 해체를 시도하고 기호의 놀이를 지속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해체적 글쓰기가 기존의 편협한 관념을 해체하고 존재의 본질을 향하면서 다양한 의미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매우 필요 적절한 기법이라고 본다. 
 
♧시 창작 강의 
 
<텍스트를 위한 해체 전략/ 정신재> 
- 시인정신 2003 여름호에 실린 시 창작 특강을 3부분으로 나누어 
옮겼습니다. 참고가 되시길 바랍니다 -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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