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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김영남 시인 인터넷 창작강의 자료 모음[스크랩]
2018년 06월 21일 16시 57분  조회:2317  추천:0  작성자: 강려
[공유] 김영남 시인 인터넷 창작강의 자료 모음
 

  창작강의 및 감상평(1)
 
 
☞ 시를 쉽게 쓰는 요령은 상상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초보자들이 시를 쓸 때 제일먼저 봉착하는 것이 어떻게 시를 써야하며, 또한 어떻게 쓰는 게 시적 표현이 되는 것일까 하는 점입니다. 필자도 초보자 시절 이러한 문제에 부딪혀 이를 극복하는 데에 거의 10년이 걸렸습니다. 그 동안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듭했던 거죠.
 
필자가 이와 같이 시행착오를 거듭했던 이유는 시란 ' 자기가 경험했고, 보고 느낀 것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게 시다' 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좋은 시를 힘들이지 않고, 개성적으로, 재미있게 쓰는 데에는 이게 바로 함정이라는 걸 나중에야 깨닫게 된 거죠. 경험과 느낌은 모든 사람들 대부분이 비슷합니다. 그러나 상상은 천차만별이죠.
 
하여, 시를 힘들이지 않고, 개성적으로 잘 쓰려면 상상으로 써야 합니다. 상상으로 써야 발전이 빠르고 좋은 시를 계속 양산할 수 있습니다. 즉 시란 자기가 쓰고자 하는 소재를 두 눈 딱 감고 상상해서 쓰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단순하게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초보자 시절에는. 보고, 느낀 걸 쓰는 게 시다라는 고정관념에 빠지니깐 시를 한 줄도 제대로 전개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게 되는 겁니다. 즉 보고 느낀 것이 다 떨어지면 그때부터 허둥대기 시작하는 거죠. 기껏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게 자기 주변 친구, 부모,  어린 시절 이야기 등을 둘러대는 정도. 그리곤 스스로 훌륭한 시를 썼다고 자기도취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이 시가 되면 얼마나 다행이겠습니까만 99%가 그렇고 그런 이야기, 누구나 다 보고 느끼는 형편없는 넋두리, 서사, 풍경 나열이 되기가 일쑤죠.
 
지금까지 이런 방식으로 시를 써왔다면 이 순간부터 기존 쓰는 방식을 잠시 접어두고 필자가 안내한 대로 석 달만 같이 공부해 보도록 합시다. 글이 달라지는 걸 본인 스스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우선 상상하는 것부터 배우도록 합시다. 그러면 어떻게 상상할 것인가?
 
우선 상상할 소재, 즉 상상할 대상을 구체적인 것 하나를 고르세요. 자신이 있는 곳이 지금 사무실이라고 하면 주변에 있는 꽃병, 벽, 창, 하늘, 노을 등이 있을 겁니다. 이중 어느 하나를 골라 봅시다.
 
필자가 먼저 어떻게 상상하는지 그 방법의 예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노을>로 한번 해볼까요?
기존 방식대로 <노을>이란 소재로 시를 한번 시를 써 보라고 하면 대다수가 노을을 쳐다보며 < 피 빛 노을이 아름답구나/ 나는 저 노을 아래로 걸어간다/ 친구와 함께...> 대다수가 아마 이런 식으로 글을 시작하지 않았겠나 여깁니다. 그러나 이건 느낌을 적은 것이고 상상한 게 아닙니다.
 
상상을 이렇게 해보는 겁니다. 만약 자신이 현재 애로틱한 감정상태에 있다면 <노을>을 바라보며, 또는 <노을>을 머리 속에 담고서 이렇게 눈부신 상상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한 여자가 옷을 벗고 있다/ 그녀가 옷을 벗으니까 눈부셔 눈물이 날 지경이다/ 나도 저렇게 발가벗고 그 곁으로 가고 싶다/ 아니다, 그녀를 데리고 여관으로 가고 싶다/ 가서 같이 포도주 한 잔을 건넨 다음 껴안고 뒹굴고 싶다........> 이렇게 노을을 발가벗고 있어서 눈부신 여자로 여기고 계속 상상해 가는 겁니다. 이땐 순서를 생각하지 말고 앞 상상의 핵심어를 가지고 다음 상상을 유치하든 품위 있든 따지지 말고 계속 해보는 겁니다. 그리고 이걸 나중에 논리적으로 순서를 다시 잡아 정리, 수정해 가면서 다듬는 겁니다. 그리고 나서 제목을 <북한산 노을>로 붙여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정말 근사한 한 편의 시가 탄생할 것 같잖아요?
 
이번에는 <노을>을 보고 자신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고 한다면 빨간 노을을 머리 속에 담고서 이렇게 상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아이들이 모닥불을 피고 있다/ 그 모닥불은 연기가 없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저 불에 나는/ 고구마를 구어 먹고 싶다/ 제일 잘 익은 것을 꺼내/ 이웃 동네 창수에게 건네주고 싶다/....난 저 모닥불에 오줌을 갈겨 피식 소리가 나게 끄고 싶다....> 이렇게 <노을>을 <모닥불>로 여기고 모닥불과 관련된 온갖 경험, 추억, 익살스런 행동, 우수꽝스런 생각, 이야기들을 계속 꺼내가면서 상상을 하는 겁니다. 이때 유의할 점은 <노을>을 <모닥불>로 치환했으면 <모닥불>을 멀리 떠나서 상상을 하면 안됩니다. 모닥불과 관련이 있는 내용으로 상상을 펼쳐야지 그렇지 않으면 시의 초점이 흐려지고, 내용이 난해해 지게 됩니다
 
다른 소재들로 상상하는 것도 위와 같은 방식으로 하면 됩니다. 더 다양하고 구체적인 방법, 다듬는 법, 순서를 잡는 법, 제목을 붙이는 법....등등은 그때그때 하나씩 계속 예를 들기로 하고 오늘은 상상하는 요령만 익혀두기로 합시다. 시를 쉽게 쓰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상상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하며 게시판에 올라온 시를 한번 감상해 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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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일 님의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시를 먼저 감상해 봅시다.
필자가 위에서 말한 내용을 새기면서 이 시를 읽으면 방승일 님의 시가 왜 시가 될 수 없는지를 금세 알 수 있을 겁니다. 나름대로 의미 있는 말을 무수히 하였는데도 하나도 우리의 눈길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건 상상을 하지 않고 느낌을 적었기 때문입니다. 느낌이라도 참신한 느낌을 쓰면 한 두 줄 시로 성립할 수 있지만 그것마저도 찾아볼 수 없군요. 본인이 섭섭해 할까봐 구체적으로 한번 지적해 볼까요?
 
첫줄에 <서른 즈음엔 사람이 되고 싶다/ 지나온 나이테의 껍질을 벗고서....>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서른 즈음에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했는데...이게 내용적으로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서른 나이에 아직도 사람이 되지 못하고 서른 나이에서야 사람이 되겠다는 게 남에게 얼마나 공감을 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선언해 놓고서 두 번째 줄에서 왜 갑자기 이야기가 나무로 변했습니까? 두 번째 줄의 내용이 성립하려면 첫줄의 표현이 <서른 즈음에 나무가 되고 싶다>라고 표현했어야 하죠. 그렇지 않습니까?
 
남에게 공감을 주거나 눈길을 잡으려면 의미 있는 말, 남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말을 개발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서른 즈음에 사람이 되고 싶다 '라는 말을 거꾸로 '서른 즈음에 황소가 되고 싶다' 라고 말해 보세요. 이게 독자의 눈을 훨씬 더 끌지 않을까요. 우선 독자들이 이 글을 읽고 왜 이 작자가 사람도 아닌, 황소가 되려할까 궁금해하지 않겠어요?
 
하여, 방승일 님은 첫줄을 <서른 즈음에 난 나무가 되고 싶다>, 또는 <서른 즈음에 난 황소가 되고 싶다>라고 선언해 놓고 나무의 좋은 점, 이로운 점(그늘,목재,땔감,기둥... 등등)과 황소의 어진 점, 부지런한 점, 묵묵한 성격..등등을 위에서 설명한 상상의 요령에 따라 시를 다시 써 보기 바랍니다.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처음에는 시적 표현을 한 줄 얻어도 큰 소득이다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기본기를 착실히 다져놓으면 시 쓰는 건 금방입니다. 제시한 과제로 시를 다시 써서 올리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윤주 님의 <비>를 감상해 보도록 합시다. 윤주 님은 방승일 님보다 더 쉽게 상상으로 빠질 수 있는 여지가 있어 뵙니다. 그러나 느낌과 생각을 중구난방 해서 내용이 가슴에 와 닿는 게 없습니다. <비>라는 소재를 어떤 것 하나로 비유해 놓고 그 하나의 속성, 내용, 사상 등을 집중해서 파고들기 바랍니다. 그래야 글에 초점이 생기고 내용이 깊이를 갖고 설득력도 있게 됩니다.
 
여기에서 끝내기가 아쉬우니깐 윤주 님의 시 첫줄 하나만 봅시다. 첫줄에서 비가 <설탕이 뿌려지는 것처럼 보드랍게 내린다>라고 했습니다. 추측컨데 가랑비가 부드럽게 내리는 걸 표현하려고 한 것 같습니다. 근데 표현이 어설퍼요. <설탕>의 이미지는 통상 달콤한 이미지입니다. 근데 부드러움을 표현하는데 둘러댔어요. 그래서 이 비유가 어설프고 미숙한 겁니다. 부드러운 이미지를 갖고있는 건 통상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천이 아닙니까. 더 나아가 비단 천? 그렇다면 부드럽게 내리는 비를 표현하려면 이렇게 하면 되죠. < 지금 내리는 비에는 비단 천이 들어 있다 >라고 말이죠. 그리고 나서 비단 천으로 묘사했으니깐 그 비단 천하나로 위에서 설명한 방식으로 집중해서 상상을 펼쳐보는 겁니다.
 
그리고 비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소낙비, 우박비, 여우비, 보슬비, 봄비, 가을비 등등..
그래서 표현하고자 하는 비도 이중에서 어느 하나를 골라서 시로 쓰려고 해야지 모든 비를 아울러서 시로 표현하려고 하면 1급 시인도 쓰기 힘듭니다. 따라서 윤주 님도 봄비나 보슬비 하나를 골라 위에 제시한 표현을 첫줄로 놓고 시를 다시 쓰기 바랍니다. 처음에는 두 달, 아니 반년이 걸릴 수도 있어요.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고민해서 쓰기 바랍니다. 깊고 넓게 고민하는 자만이 크게 성공할 수 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땐 뭐든지 막막합니다. 그래서 참고가 될만한 시를 첨부하오니 <밑>, <모퉁이>, <벽>이란 낱말 하나를 가지고 어떻게 끈덕지게 물고 늘어져 상상력을 발휘하였는지를 유심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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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에 관하여
 
 
 
나는 위보다는 밑을 사랑한다.
밑이 큰 나무, 밑이 큰 그릇, 밑이 큰 여자.... 
그 탄탄한 밑동을 사랑한다.
 
위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밑동도 다 넓은 것은 아니지만
참나무처럼 튼튼한 사람,
그 사람 밑을 내려가보면
넓은 뿌리가 바닥을
악착같이 끌어안고 있다.
 
밑을 잘 다지고 가꾸는 사람들....
우리도 밑을
논밭처럼 잘 일궈야 똑바로 설 수 있다.
가로수처럼 확실한 밑을 믿고
대로를 당당하게 걸을 수 있다.
거리에서 명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밑이 구린 것들, 밑이 썩은 것들은
내일로 얼굴을 내밀 수 없고
옆 사람에게도 가지를 칠 수 없다.
 
나는 밑을 사랑한다.
밑이 넓은 말, 밑이 넓은 행동, 밑이 넓은 일... 
그 근본을 사랑한다.
근본이 없어도
근본을 이루려는 아랫도리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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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모퉁이에 관하여
 
 
 
모퉁이가 아름다운 건물을 보면
사람도 모름지기 모퉁이가 아름다워야
아름다운  
입체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향기로운
내부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퉁이가 둥근 말, 모퉁이가 귀여운 사랑
이들에게는
한결같이 모난 부분을 둥그렇게 구부린 흔적이
바라보는 사람을 황홀하게 한다.
나는 이 아름다운 옆구리를 한번 돌아가보면서
모퉁이란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될
건물의 중요한 한 분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부까지 품위 있게 해주는
의식의 요긴한 한 얼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퉁이를 가꾸는 사람들...
경제학적으로 검토하면 비효율적 투자이겠지만
모두가 모퉁이를 가꾸지 않는다면
우리들은 또 어디를 돌아가보고 살아야 하나?
향기로운 넓이와 높이를 가진 입체물들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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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
 
 
 
가려보고 드러내봐도 내 앞뒤 골목은 온통 벽이로구나. 한 발로 뻥 찼을 땐 여지없이 되튕기며 발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벽.
 
야, 벽에도 이단 옆차기가 있고, 돌려차기가 있구나. 속이 훤히 드러난 유리벽이 있고, 보초를 세워야 하는 철조망 벽이 있구나.
그러면 벽에도 나이가 있고 학벌이 있고 지위가 있다는 것인데, 맘에 안 든 벽을 마구 감옥에 잡아넣는다면 누가 경쟁을 하나? 벽 없이도 세상을 이룰 수 있나? 우리들 마지막 버팀목이 벽이라면 벽 없이도 희망은 존재할까?
벽을 쌓으려면 스폰지를 넣거나 변경이 용이하도록 조립형으로 설계해야 하리라. 그러지 않으면 아무리 견고하게 구축하더라도 잦은 발길질과 교묘한 철거 전략에 살아남기 어려우리라. 벽은 융통성 있게 존재해야 하리라. 
 
지금 나의 말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한 사나이가 망치를 들고 힘차게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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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강의 및 감상평(2)
 
☞초보자 시절에는 상상하기에 좋은 소재들을 골라 상상하도록 합시다.
 
초보자 시절에 일단 상상하는 요령을 알게 되면 어떤 소재를 고를 것인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상상력이 일정 수준에 달한 사람은 어떤 소재를 갖다놓더라도 즉각 상상력을 기발하게 발휘할 수 있습니다만 초보자 시절에는 막막하기 이를 데 없죠. 그래서 초기에는 상상할 수 있는 내용이 많이 담긴 소재, 언어들을 고르는 법을 알아야 합니다.
 
우선 공간이 존재하는 소재들을 고르는 게 상상하기 쉽습니다. 구체적이지 않고 평면적이고 추상적인 소재들은 수준급의 상상력 소유자가 아니면 상상의 단서를 잡기가 여간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사랑, 미움, 과거, 미래, 종이... 등 이런 소재들로 시를 쓴다고 해봅시다. 그냥 숨이 콱 막힐 겁니다. 그러나 공간이 있는 것들 문, 벽, 창, 천장, 집....등 이걸로 상상을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상상이 한결 쉬울 겁니다. 이건 상상이란 기본적으로 이미지, 즉 머리 속에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고 그 그림은 공간이 있는 것이 평면적인 것보다 훨씬 그리기 쉽고 선명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한번 들어 봅시다. <문>을 가지고 상상한다면 현실의 문(사립문,철문,미닫이문,파란문,빨간문...), 추억의 문, 사랑의 문, 지식의 문...등 상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하지 않습니까? 가령 그 추억의 문 하나로만 상상을 해보더라도 그 추억의 문에 문고리를 달아보고, 자물통도 달아보고, 발로 한 번 뻥 차보고, 파란 페인트, 아니 빨간 페인트도 칠해보고 온갖 상상을 다 해볼 수 있잖아요?
 
또 <집>이란 소재로 한번 해 볼까요? <추억의 문>처럼 의미적 공간 말고, 이번에는 실제적 공간으로 <집>, 즉 어느 초가집을 한번 그려본다고 해 봅시다. 두 눈 딱 감고 어릴 적에 보았던 초가집 하나를 머리 속에 담고 < 그 집에 들어가려면 싸립문을 밀어야 하고/ 문 왼쪽에는 나팔꽃 화단/오른 쪽에는 토끼장이 딸린 닭장/ 거기에는 줄을 잡고 변을 보는 화장실이 있다/.....뒤란에는 대나무 숲이 있고/ 앞마당에는 삽살개 한 마리/ ....신발을 벗고 방문을 열면/ 펜티 차림의 한 어린이가/ 만화책을 보고 있다>  이렇게 묘사해 놓고 제목을 <김영남의 집>으로 붙인다고 해 보세요. 정말 김영남의 어린 시절 집을 그린 훌륭한 시가 되지 않습니까?
 
여기서 유의할 점은 초가집을 그리는데 자기가 실제적으로 본 초가집을 그린다고 생각하면 안 되요. 상상이 당장 막혀요. 상상은 기본적으로 허구이고 가공입니다. 즉 그 초가집을 그리는데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기억 속에서 모두 불러와 한번 그럴싸하게 둘러대는 겁니다. 즉 상상 속에서 초가집을 새롭게 창조하는 거죠. 이게 바로 참신한 그림이요, 참신한 이미지요, 참신한 시가 되는 겁니다.
 
이상에서 언급한 내용을 다시 정리하면 초보자 시절에는 가능한한 공간이 존재하는 소재들을 골라 상상을 해 시를 써보도록 하고, 상상은 체험, 허구, 가공까지 드나들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시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허구, 가공까지 동원해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라는 걸 유념하고 게시판에 올라온 공기욱 님의 <비>를 감상해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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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욱 님의 <비>란 시는 발상, 즉 상상의 단서는 참 좋습니다. 비가 오는 것을 편지가 오는 걸로 상상하는 것은 훌륭한 시로 탄생할 여지가 매우 높습니다. 일단 상상이 참신하니깐요.
그러나 현재로써는 시로 여물지 못했어요. 단지 시로 건질 수 있는 표현은 네 번째 연 <이렇게 편지가 오는 날은 방안에 불을 켜 두자/.....먼데서 오는 그 편지 저마다 집을 수월히 찾아갈 수 있도록> 이것 뿐입니다. 나머지는 비오는 걸 편지 오는 걸로 상상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구절들이에요. 한 시에서 초점을 모으는데 도움이 되지 못하면 그런 표현들은 버려야지요.
 
하여, 공기욱 님은 나머지 연은 다 버리고 네쩨연을 첫연으로 내걸고 거기서부터 다시 상상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소소한 표현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상상을 어떻게 펼치는가가 앞으로의 장래를 보장하니깐 <감상평1,2>의 요령을 참고하시어 다시 써보기 바랍니다. 당분간 상상을 참신하게 하는 데에 중점 지도를 할 것입니다.
 
공기욱 님에게 위 시에서 상상을 펼치는데 참고가 될만한 이야기를 하자면 첫 연에서 비가 오는 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편지가 오는 걸로 생각했으니깐 둘째 연에서부터는 나한테 오는 편지로 끌어와야 이야기를 전개하기가 쉬워질 겁니다. 그리고 나선 슬픈 편지, 기쁜 편지, 빨간 편지 파란 편지, 애인 편지, 친구 편지, 문안편지, 위로편지 등등....쓸 내용이 많아질 겁니다. 상상하는 데 참고해 보세요.(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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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강의 및 감상평(3)
 
초보자 시절에는 시 창작 방법을 아무리 들어도 시작하려면 정작 막막하기 이를 데 없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좀 더 구체적인 방법, 두 가지를 추천할까 합니다.
 
첫째로 왕 초보 시절에는 기성 시인의 작품중 구조적으로 잘 짜여진 작품을 갖다놓고 그 작품 구조에 맞추어 자기 생각을 끼워보는 연습을 먼저 해보라고 권장하고 싶습니다. 즉 그 시를 한번 모방해보라는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란 모방에서부터 출발한다>고 했습니다. 사실 어느 시인이 누구의 영향을 받았다는 건 좋게 말해서 영향이지, 액면 그대로 표현하면 그 사람을 모방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모든 창작은 모방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가능한 지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미술학도 지망생에게 제일먼저 시키는 것이 석고데생, 즉 모사연습이고 외국어를 습득하는데 어떤 이론, 문법공부보다도 말을 실제로 따라해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음미해보면 금세 이해가 갈 겁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가 이렇게 급속도로 선진대열에 올라 설 수 있었다는 것도 외국, 특히 인접 일본의 앞선 기술, 문화, 제도 등을 그대로 모방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우리나라의 색깔과 독자성이 문제이지만...
 
하여, 왕초보 시절에는 구조적으로(기,승,전,결) 잘 짜여진 작품이나, 독특한 표현이 많이 들어있는 작품을 갖다놓고 자기 생각을 끼워보는 연습을 많이 해보기 바랍니다.
내용과 감각을 모방하라는 것이 아니라, 구조와 전개방법과 표현기술을 따라서 해보라는 뜻입니다. 이걸 능수능란하게 하다보면 나중에 자기도 모르게 표현을 뒤틀어보고 싶고 독특하게 펼치고 싶어져 자기 색깔이 선명하게 나오는 걸 보게 될 것입니다.
 
둘째로는 자기가 생각하기에 어느 정도 감각은 있는데 될만한 시의 소재를 못 찾아 시를 제대로 쓸 수 없는 사람은 잡지를 많이 보라고 권장하고 싶습니다. 특히 여성지, 패선 잡지, 디자인 잡지, 건축잡지, 미술잡지 등 사진과 그림이 많이 담긴 잡지를. 시란 기본적으로 심상, 이미지 즉 언어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니까 그림이 많은 잡지를 넘기다보면 언뜻 시로 표현하고 싶은 소재가 스치게 됩니다. 잡지를 깊게 읽지 말고 눈요기식으로 넘기고 광고 카피도 눈여겨 보기 바랍니다. 문득 힌트를 얻게 됩니다. 광고쟁이들도 시를 많이 읽고 쓴다는 걸 참고해 가면서 말입니다. 이때 얻은 힌트를 가지고 감상평(1),(2)를 참고해서 상상을 펼쳐보기 바랍니다. 나중에 또 언급하겠지만 제목에 신경을 쓰지 말고 문득 얻은 힌트, 그 소재를 가지고 상상을 해 다듬어 보기 바랍니다. 상상을 자꾸 새롭게 하고 고치다가 보면 처음 의도했던 내용과 전혀 다른 내용의 시가 탄생하거든요. 그래서 제목을 맨 나중에 붙이는 겁니다.
 
이상을 참고해서 초보자 시절에는 가능한한 이미지 즉 글로 그림을 그리는 연습을 많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걸 잘하다 보면 나중에 의미있는 말, 표현, 자기철학 등도 요령있게 양념치듯 넣는 기술을 알게 됩니다. 여하튼 처음에는 거창한 자기의 말, 주장을 하려하지 말고 힘을 완전히 뺀 상태에서 감각과 상상으로 접근해 그림을 그리는 연습을 많이 해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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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에 올라온 시들을 한번 감상해 보겠습니다.
 
이소빈 님의 시 <유리의 관>은 거의 시의 근처에 와 있습니다. 즉 시적 사고가 이제 시작의 단계에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이 시로 성립하기에는 문제가 많이 있습니다. 몇 군데 눈에 띄는 구절이 있지만 <유리의 관>이란 이미지가 전혀 그려지지 않았어요. 단지 유리의 속성(이건 좋은 표현)과 유리를 끼우는 사람만 있지 유리의 관이란 이미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선 유리의 관이란 소재가 낮설고 독자의 상상을 자극할만한 매력적인 물건도 아니거든요. 차라리 유리 벽, 유리 등, 유리 인형 등이 더 상상력을 펼치기 쉽고 독자들의 상상도 매력적으로 자극할 물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여 이 시를 유리의 속성 하나에 초점을 맞추어 시를 다시 쓰면 좋은 시가 탄생할 것 같습니다 이소빈 님은 기본적으로 소재를 어떻게 상상하는 지를 알고 있는 것 같거든요. 우선 첫줄을 <날카로운 모서리를 반짝이는 유리는 살아있다>라고 두 번째 줄의 내용을 변용해 놓고 이소빈 님이 발견해 낸 유리의 속성들, 즉 광채, 맑은 영혼 등을 가지고 다시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상상을 전개하는데 참고가 될 지 모르겠지만 올 연초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의자>를 한번 찾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유리의 속성들을 발견하는 데에는 이기철의 <유리의 나날> 문학과 지성사간 시집을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공기욱 님은 아직도 제가 설명한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쓰면 발전이 더디니까 당분간 제가 과제를 내 준대로 시를 써서 올리시기 바랍니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차근차근 따라간다는 자세를 갖기 바랍니다.
 
다음에 시를 올릴 때 공기욱 님의 애인 방을 시로 그려서 올리시기 바랍니다. 애인이 없다면 임의로 하나 만들어서라도, 그거마저 없다면 친구의 방이라도 시로 멋지게 그려서 올리기 바랍니다. 필자가 공기욱 님의 시만 읽고서도 애인의 방을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도록 그리기 바랍니다.
 
이섭 님의 시도 시로 건질 수 있는 표현은 맨 마지막 두 줄 <사이버곤충생태원에 176284번째로/ 클릭하여 너를 만난다> 뿐입니다. 나머지 표현은 설명과 느낌을 적은 것이고 상상을 한 것이 아닙니다. 필자의 감상평(1),(2)를 다시 한번 읽어보기 바랍니다.
 
하여 이섭 님도 공기욱 님처럼 애인의 방을 한번 멋지게 시로 그려서 올려보기 바랍니다. 이섭님은 위 시를 가지고 이렇게 시작해서 말입니다 <사이버곤충생태원에서 176284번째로/ 클릭하여 너의 방을 만난다> 이렇게 시작하고 나서 애인의 방을 꾸며서라도 멋들어지게 그려내 보기 바랍니다.
 
참고 시를 하나 소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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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
 
 
그 방은 창을 통해 안이 훤히 드러난다. 연둣빛 레이스 커튼을 드리웠고 널린 브래지어가 한결같이 희망표이다. 고개를 들면 갤럭시 손목시계, 악어가죽 핸드백이 한눈에 확 들어온다. 바닥은 아담하고 천장은 유난히 높고 알록달록한 박달나무 숲속 같은 분위기가 달려오는 방. 저렇게 꾸미는 데는 몇 년이 걸렸을까. 그 방에 닿으려면 창동역에서 도봉산 쪽으로 날아가는 화살표를 두 번 따라가야 하고 909국 다이얼을 돌려야 한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만큼 그 방 밖도 늘 매혹적이고 불안하다. 항상 불이 켜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불이 꺼져 있으면 그 방 밖은 가을이고 수상하다. 그리고 낙엽이 뒹굴고 바람이 불면 그 방은 사정없이 흔들린다. 방은 흔들릴 때가 아름답다. 흔들릴 때마다 굳게 잠긴 자물통이 침묵의 장식처럼 중심을 잡아주지만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돌아다보면 그 방은 다시 불이 켜진다.
 
참으로 이상한 방. 한번 쓱 들어가 맘껏 뒹굴어보고 싶은 방. 브래지어가 창인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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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강의 및 감상평(4)
 
 
☞ 시의 길이는 20행 정도를 목표로 하는 게 좋습니다.
 
초보자 시절에 시의 퇴고와 관련하여 자주 고민하는 것이 연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시의 길이는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 입니다. 여기에는 내용에 따라 전개하는 형식에 따라 각각 다르겠지만 행갈이를 정상적으로 한다고 할 때 시의 길이는 대체적으로 20행 정도를 목표로 하고, 시의 연은 의미가 달라지는 부분에서 연을 구분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가 시를 읽을 때 통상적으로 20행이 넘어 시가 길어지면 우선 시각적으로도 질리게 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 시를 읽고싶은 마음이 싹 달아나게 됩니다. 시가 길어질 땐 길어지는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우선 그 시가 아주 재미있다든지, 아니면 호흡이 길어도 독자들이 지루함을 못 느끼도록 하는 특별한 기교와 내용이 있든지 해야 합니다. 이젠 독자들도 영악해서 별로 의미 없고 특별한 내용도 없으면서 작자만의 생각으로 길게 쓴 시는 두 번 다시 읽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시가 문학의 어느 분야보다도 언어의 함축성과 경제성을 추구하는 예술이라는 걸 생각하면 금세 이해가 가리라 여깁니다. 그러나 요즘 시 잡지에 발표되는 시들을 보면 필자가 말하는 내용과 너무나 다르다는 걸 느낄 겁니다. 좋은 시란 적당한 길이에 음악성과 함축성을 겸비하고 이미지가 선명한 시가 좋은 시입니다. 하여, 초보자 시절에는 상상은 끝없이 해놓고 나중에 작품을 다듬어 퇴고할 때 이 정도의 길이로 지향하는 게 바람직할 겁니다.
 
연을 나눌 때에는 대체적으로 의미가 달라질 때 나누게 됩니다. 그러니까 상상의 내용이 건너 뛸 때. 변칙도 있습니다만 초보자 시절에는 여하튼 기본에 충실하는 게 발전이 빠릅니다. 그리고 1, 2, 3 등으로 구분하는 것은 내용이 거의 연작시 수준이거나, 연을 구분하기에는 보폭이 너무 클 때 통상 사용하는 것으로 초보자 시절에는 가능한 한 사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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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에 올라온 공기욱 님의 시를 감상하겠습니다.
 
<비>를 쓴 공기욱은 제게 한 번 지적을 받고 시가 이렇게 달라졌구나 하는 걸 이 게시판 독자들은 금세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시란 바로 이렇게 쓰는 겁니다. 시 쓰는 방법을 제대로 알면 시 쓰는 게 이렇게 쉽습니다. 벌써 한 편의 시를 쉽게 건진 공기욱 님! 축하합니다.
 
좀 수정할 부분을 지적하겠습니다. 우선 연을 <.....나의 집을 수월히 찾아오도록>에서 연을 나누고 쉼표를 없애기 바랍니다. 그리고 시 속에 <...마음의...>란 단어를 모두 빼기 바랍니다. 비오는 걸 편지 오는 걸로 상상하는 것은 이미 마음 속을 이야기 하고 있는 거니깐 <마음의>란 단어가 들어가면 안되겠지요?
 
두 번째 구절의 <...문을 열어 둔다>에서 <문을>을 <문도>로 바꾸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첫째 연 마지막 <잠이 들 것 같다>를 <잠이 든다>로 바꾸기 바랍니다. 마지막 연의 <나의 안부>를 <드리지 못한 안부,>로 바꾸어 문장 속으로 집어넣기 바라고, <...부치지 못한 편지...>에서 누구의 편지인지 불분명하죠? 그래서 <편지> 앞에 <내>란 말과 편지 다음에 <도>란 말도 집어넣기 바랍니다. 그러면 <...내 편지 한 통도..>이렇게 되겠죠? 그리고 맨 앞에 <이렇게 편지가 오는 날은> 집어넣어 시 서두의 의미를 리플레이 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에 서두의 구절을 한번 리플레이 해 주면 상상의 초점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독자가 시의 처음을 다시 되새기면서 감상을 마치게 됩니다. 이상을 정리하면 마지막 연이 이렇게 되겠죠? <이렇게 편지가 오는 날은 어머니 생전에 드리지 못한 안부, 내 편지 한 통도 하늘로 급히 부쳐야 하리>
 
그리고 제목을 <가을비>로 바꾸기 바랍니다. 이 시의 내용에 가을비가 가장 잘 어울리지 않나 싶습니다. 이상의 지적을 반영해 시를 고치면 다음과 같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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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비
 
 
이렇게 편지가 오는 날은 방안에 불을 켜둔다 이렇게 편지가 오는 날은 문도 열어둔다 먼데서 오는 그 편지 나의 집을 수월히 찾아오도록
 
밤새 멎지 않는 무수한 발자국자국소리에 잠 못 이룬 나는 길눈 밤눈 다 어둔 내어머니, 혹 딴 번지를 헤매시나 한참을 문 밖에서 서성이다가 귓속으로 한 발짝 두 발짝 파고드는, 어머니의 동여맨 사랑을 풀다보니 풀다보니 그 사랑 금새 문지방을 넘어 바닥 깊숙이 흘러가서 금새 빛 바랜 편지함마저 흥건하게 잠긴다 어머니, 나를 매만지는 손길에 잠이 든다.
 
이렇게 편지가 오는 날은 어머니 생전에 드리지 못한 안부, 내 편지 한 통도 하늘로 급히 부쳐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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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강의 및 감상평(5)
 
 
 
☞ 시를 쉽게 잘 쓰려면 2중 구조에 대해 먼저 눈을 뜹시다.
 
이중구조란 글자 그대로 두 가지 그림을 거느리는 구조를 말합니다. 예를 들자면 현실의 나와 의식 속의 나, 현재의 나와 과거촵미래촵 또는 추억 속의 나, 현실의 나와 거울 속의 나, 현실의 나와 그림 속의 나....등 이런 관계를 말합니다. 이런 관계의 시를 가장 선명하게 제일먼저 제시한 시인이 바로 <이상> 시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상 시인은 주로 거울을 매개체로 해서 현실의 나와 의식 속의 나를 잘 조응했었습니다. 사실 이중구조 이치만 잘 이해하고 소화한 사람이면 이런 유형의 시가 쓰기도 쉽고 참 재미있다라는 걸 금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남들은 난해하고 쓰기 어렵다고 하는데...
 
그 로직은 의외로 쉽지 않나 생각합니다. 현실의 나와 거울 속의 나와 대화를 계속 나누면서 온갖 장난과 행동을 다 해보는 겁니다. "현실의 나와 거울 속의 나"로 예를 들면  < 내가 눈빛을 시퍼렇게 뽑으니까/ 거울 속의 녀석도 눈빛을 시퍼렇게 뽑는다./ 내가 쫓아가니까 그 녀석은 도망간다. 화장실로 숨는다/ 내가 다시 돌아서니깐 녀석은 다시 기어 나온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와 행동을 이 둘에만 초점을 맞추어 전개해 나가면 시적 공간이 나와 거울 속의 나로 한정되기 때문에 그 이미지가 아주 선명하게 되고 이야기도 풀어나가기가 한결 쉽게 됩니다. 제 시집 '정동진역'에 실려있는 <도둑놈을 잡자>라는 시도 참고로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상상의 시작도 이런 데에서부터 시작하고, 고정관념을 벗어나 사고의 자유로움을 쉽게 느낄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데에부터 시작하지 않나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런 마인드를 갖고 이상, 김기림, 김수영, 오규원 등 이런 시인들의 시를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시가 참 재미있다는 걸 금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위에서 예를 든 이중구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소재의 이중구조라는 것이 있는데 이걸 한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즉 어떤 오브제를 갖다놓고 그 소재와 나와의 관계 둘로 보고 시를 써 나가는 것입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때 시를 끌어내는 방식이 세 가지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 첫째는 내가 아예 그 소재가 되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고, 둘째는 거꾸로 그 소재가 나로 되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고, 셋째로는 그 소재와 내가 서로 마주보고서 떨어져 앉아 대화를 나누며 생각하는 방법입니다.
 
<깡통>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예를 한번 들어볼까요? 그 첫 번째 방법은 이렇습니다.< 나는 엉덩이에 찌그러진 상호를 붙였지만/ 발로 차면 크게 소리를 지른다/ 밟으면 시커먼 침을 뱉을 수도 있고/ 잘 돌봐주면 난 그대 책상을 꾸미는 꽃병이 될 수도....>이런 식으로 내가 깡통이 되어 깡통의 속성을 가지고 계속 생각하고 행동한 다음에 제목을 <깡통>으로 붙이는 경우입니다. 이때 유의할 점은 본문 내용에 절대 '깡통'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안 됩니다. '깡통'이란 말이 들어가면 깡통이란 단어를 보는 순간 내가 깡통이라는 환상이 갑자기 확 깨져버립니다. 이것만 잘 소화해도 현상문예 예선을 거뜬히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가 감각적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거꾸로 깡통이 내가 되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 이 깡통은 목소리가 크고/ 속에 든 것은 아무 것도 없고/ 하루종일 거리에서 빈둥거리며 놀고/ ...그리하여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깡통/ 가끔 앞집 아저씨의 발에 채여/ 아프다고 소리치는 깡통.....> 이렇게 깡통이 내가 되어 생각하고 행동한 다음에 제목을 <김영남>으로 붙이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또 반대로 '나의' 라는 말이나 '나'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절대 안 됩니다. 마찬가지로 이런 단어를 보는 순간 환상이 확 깨져버립니다.
 
세 번째 방법은 지면상 설명이 좀 길어질 것 같아 다음 기회로 미루고 첫 번째 방법에 충실한 시 한편을 소개하고 게시판 시 감상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첫 번째 방법만 잘 활용해도 눈에 확 나는 좋은 시를 금세 쓸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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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박
 
                        윤문자
 
나는  성질이  
둥글둥글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허리가  없는  나는  그래도
줄무늬  비단  옷만  골라  입는다
마음속은  언제나  뜨겁고
붉은  속살은  달콤하지만
책임져  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배꼽을  보여주지  않는다
목말라  하는  사람을  보면
가슴이  아파  견딜  수가  없다
겉모양하고는  다르게
관능적이다 
나를  알아  주는  사람을  만나면
오장육부를  다  빼  주고도  
살  속에  뼛속에  묻어  두었던
보석까지  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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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에 올라온 시들을 감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소빈 님의 <유리> 시는 몇 군데만 고치면 상상력이 풍부한 아주 좋은 시가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한번 지적을 받고 금세 상상력을 이렇게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님이 똑똑한 건지, 필자의 강의가 훌륭한지 모르겠습니만 여하튼 필자의 의도를 쉽게 알고 따라오는 것이 대견스럽습니다. 이소빈 님은 제가 위에서 설명한 소재의 이중구조를 잘 읽어보면 이 시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 지를 금세 알 수 있을 겁니다. 즉 이 시는 소재의 이중구조 첫번째 경우이지만 "유리와 나"의 이중구조가 아니라 "유리와 그"와의 이중구조로 파악해야 이 시의 내용에 맞지 않나 싶습니다. 하여 본문 속에 나오는 <유리>라는 말을 전부 <그>로 바꾸어 보세요. 훌륭한 시가 되죠? 하여 필자가 바꾸어 고치면 다음과 같은 훌륭한 시가 탄생하겠습니다. 그 이유를 이 게시판에서 설명하려면 또 길어지니, 듣고 싶으면 일요일날 밤 10시 초고작을 프린트해 놓고  817-6119로 전화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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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
 
날카로운 모서리를 반짝이는 그는 살아 있다
빛나는 피부는 분명 날카로움이 응집된 광채이다
갈대처럼 휘어질 줄 모르는 성질을 가진 그는
어디를 두드려도 물방울 떨어지듯 맑은 소리를 낸다
그 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들에게 마음을 활짝 열어주고
긁혀 다쳐도 아파하지 않는다. 그는 분명
속을 꿰뚫어 보는 섬뜩하게 맑은 영혼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언제든 몸을 날려 날카롭게 변신할 수 있는
그는 틀에 갇혀 살아 간다
오랜시간 단단하게 버티고 있어야 하는 고행도 견딘다
한낮 몸통을 흔들어 대는 바람의 유혹에도
쉽게 제 몸을 부수어 자유를 갈구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돌팔매질에는 단번에 날카로움을 드러낼
그는 반짝이는 모서리를 숨긴 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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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욱 님도 시를 잘 썼군요. 그러나 <한결같이/밭이랑마다>,<꾹꾹 아프지 않게>를 빼세요.  <밭고랑이 파도처럼 씨았들이 물결처럼 나에게 퍼져와요>를 <밭고랑 씨앗들도 파도처럼 나에게로 퍼져와요>로 바꾸어 보세요. 그 이유는 이소빈 님처럼 전화를 해서 들으시기 바랍니다. 이를 반영하면 다음과 같은 시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공기욱 님은 시의 방향을 이제 제대로 잡은 것 같으니 더 고심해서 시를 써 당분간 시를 올리지 말고 다른 독자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비축해 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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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누군가 호미질 하는 소리에 눈이 떠져요
톡톡톡 소리 나는, 이른 아침 밭으로 나가요
누군가 호미질 하고 있어요
밭이랑마다 깊이로 넓이로
골고루 씨앗을 뿌리고 있어요
바람에 날려가지 않게
흙으로 덮어주며 다독거리며 
누군가 이렇게 부지런한 손놀림을 하고 있어요
 
내 이마 위에 맺힌 새말간 땀방울을 좀 보세요
밭고랑 씨앗들도 파도처럼 나에게로 퍼져와요
나도 누군가에게로 씨앗들을 퍼트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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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486님은 올린 글의 내용으로 보아 시를 잘 쓸 수 있는 감각과 사고의 소유자로 여겨집니다. 제대로 배우면 폭발적으로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여, 우선 기본적인 것부터 하나씩 익히시길 바랍니다. 기성 시인들의 시중 구조가 잘 짜여있고 감각적인 시를 많이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필자의 감상평1,2,3,4도 반드시 여러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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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강의 및 감상평(6)
 
 
☞ 제목을 효과적으로 잘 붙이는 데에도 요령이 있습니다.
 
시의 제목을 제대로 붙일 줄 알려면 그 기법을 알아야 합니다. 실제로 제목을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한 편의 시가 성립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하고, 또 독자들이 이 시를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게 하는 것도 바로 이 제목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나 주변에 이 문제에 관하여 체계적으로 연구해 그동안 시 창작에 응용한 사람이 의외로 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었습니다. 하여 이 문제에 관한 한 필자가 문단에서 맨 처음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러면, 같은 제목을 붙이더라도 어떻게 하면 효과적인 제목이 되고, 보다 생산적인 제목이 될 수 있을까? 필자가 그 방법을 개발해서 그동안 작품에 실제로 구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제목 붙이는 법, 세 가지를 소개할까 합니다.
 
그 첫 번째 방법은 화장실에 관한 내용으로 시를 써 놓고 제목을 <화장실>로 붙이는 경우입니다. 이 방법은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방법입니다. 더욱이 시 뿐만 아니라, 소설, 논문, 일반 문서에까지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는 제일 고전적인 방법입니다. 그러나 시에 있어서는 이걸 제대로 써야지 그렇지 않으면 시의 역기능으로 작용해 여러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많은 시들이 제목을 <화장실>로 해놓고 화장실에 대한 내용으로 시를 쓰거나, <서울역> 해놓고 서울역에 관하여 온갖 수사와 기교를 동원해 시를 쓰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독자들은 화장실과 서울역에 대한 정보를 이미 많이 갖고 있어서(어쩌면 필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름) 그 시를 쓴 사람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저 그렇고 그런 내용의 화장실과 서울역에 관한 시는 읽으려 하지 않고 쉽게 외면하지 않나 싶습니다. 작자는 정말 열심히 최고로 좋은 시를 썼다고 여기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 작자 혼자 만의 생각이 아닌가 합니다.
 
하여, 화장실에 관한 내용으로 시를 쓰고 제목을 <화장실>로 붙여 효과적인 제목이 되려면, 다음의 요건에 해당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즉 그 화장실이 우리가 전에 거의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특별한 모습의 화장실이거나, 아니면 그 화장실에 특별한 사연이 있거나 새롭게 의미가 창조된 화장실이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다시 말해서 독자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내용이어야 그 시를 읽어줄 이유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런 유형의 시로 성공한 작품들을 한번 예로 몇 들어볼까요? 김춘수의 <꽃>, 김수영의 <풀>. 곽재구의 <사평역에서> 등을 한번 봅시다. 내가 불러줄 때 내게로 와 핀 꽃을 본적이 있습니까?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풀을 본적이 있습니까, 사평역이란 시를 보기 전에 사평역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만약 사평역을 목포역이라고 제목을 붙였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 때도 이 시의 감동이 사평역만큼 올까요?   
 
하여, 화장실에 관한 내용으로 시를 쓰고 제목을 <화장실>로 붙여 효과적인 제목이 되려면 위와 같이 우리가 전에 거의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특별한 화장실이거나, 아니면 그 화장실에 특별한 사연이 있거나 새로운 의미가 창조된 화장실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독자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때 효과적인 제목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두 번째 방법은 시 내용 중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센텐스, 키 센텐스를 제목으로 올리되 전체 내용을 아우를 수 있도록 약간 변용해서 붙이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필자가 즐겨 사용했던 방법으로 필자의 시집 정동진역을 읽어보면 금세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필자가 이 방법을 개발하게 된 배경은 평소 광고 카피와 신문 기사의 헤드라인을 유심히 살피는 데서부터 출발했습니다. 즉 기사와 광고 카피의 헤드라인이란 시로 여기면 제목에 해당하는데 이걸 잘 뽑느냐 잘 못 뽑느냐에 따라 그 기사 또는 광고의 첫 인상 뿐만 아니라 여운까지 전혀 다르다는 데에 착안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헤드라인이 그 카피, 기사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내용이다라는 것도 주목하게 된 것입니다. 이걸 시에 한번 적용해봤더니 제대로 맞아떨어지더군요. 이때 붙이는 제목의 형식은 서술형이 되기 쉽고, 내용은 시 전체를 장악할 수 있도록 약간 변용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세 번째 방법은 시 내용중 가장 근간이 되는 내용의 속성을 가진 전혀 엉뚱한 것으로 제목을 붙이는 방법입니다. 위의 내용으로 설명을 하자면 화장실 내용으로 시를 쭉 써놓고 제목을 <김영남>으로 붙이는 경우입니다. 그러면 시의 내용과 제목을 연관지어 설명하자면 "김영남은 화장실이다" 라는 시를 쓴 거가 되는 거죠.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어떤 글을 아름다운 여자에 대해서 그럴싸하게 묘사 해놓고 제목을 <아름다운 섬>으로 붙이는 경우입니다. 만약 아름다운 여자에 대해 쭉 묘사해 놓고 제목을 <아름다운 여자>로 붙인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이 글이 아름다운 여자를 설명하고 묘사한 글이지 어떻게 시가 되겠습니까? 그러나 제목을 <아름다운 섬>이라고 붙인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순간 메타포가 형성되어 시로 떠오르지 않습니까? 이와 같이 제목을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시가 되고 안 되고 까지 하게 됩니다. 이 방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시를 하나 소개하고 지면상 한계로 인해 <효과적인 제목 붙이는 요령> 강의를 마칠까 합니다. 소개하는 시는 98년(?) 현대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이고 아주 하찮은 여울을 하나 묘사해 놓고 제목을 엉뚱하게 붙여 성공한 시입니다. 만약 이 시 제목을 < XXX 여울>.로 붙였을 경우 시가 될 수 있는지도 한번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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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춘기
 
                                                       강순
 
여울에는
 
밀어,꼬치동자개,버들매치,버들치,배가사리,감돌고기,가는돌고기,점몰개,참마자,송사리,갈문망둑,눈동자개,연준모치,버들개,모래주사,새미,누치,흰수마자,납자루,열목어,꺽저기,수수미구리지,금강모치,돌상어,왜매치,꺽지,쌀미구리,점줄종개,돌마자,둑중개,왕종개,버들가지,꾸구리,모샘치,어름치,돌고기,부안종개,자가시리 등이 살았다.
 
나는 가끔 물살이 빠른 그곳에 발을 담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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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에 올라온 시를 한번 감상해 보도록 합시다.
 
박현 님의 <마이산, 돌탑을 바라보다> 라는 시를 읽으면 이제까지 강의한 내용중 어디에 걸려 시로 성공할 수 없는지를 금세 알 수 있을 겁니다.
 
나름대로 제목에도 멋을 부렸는데 위에서 제가 설명한 내용을 참고하면 제목을 어떻게 붙여야 하는지를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겠죠?
그리고 돌탑도 독자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소재 아닙니까? 독자들이 이 시를 읽고 뭔가 얻었다 뭔가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라는 느낌을 주려면 돌탑에 관하여 가공으로 만들어서라도 새로운 이야기, 정보를 제공해야죠. 그러지 않으면 시간도 돈이기 때문에 소중한 시간을 할애하여 읽어봤는데 그렇고 그런 이야기라 판단되면 독자는 다시 그 사람 시를 읽지 않게 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현재 님의 시중에서 필자에게 어필할만한 구절과 감각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군요.
 
박현 님은 필자의 창작강의1,2,3,4,5를 읽어보고, 또 게시판에 올라온 독자들 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유심히 살핀 다음, 다른 소재로 시를 한번 써서 올려보시기 바랍니다.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이제부터 시작이다 생각하고 차근차근 따라오시기 바랍니다. 덧붙여 바라자면 그 동안 써왔던 방식을 잠시 접어두고 제가 창작강의(1)에서부터 설명한 방식으로 시를 한번 새롭게 써 보시기 바랍니다. 뭔가 달라지는 걸 스스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세상일 모든 게 다 그렇지만 유연한 사고를 갖는 자가 빨리 성공할 수 있습니다(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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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강의 및 감상평(7)
 
 
☞ "엉뚱하게 제목 붙이는 법" 상세 강좌
 
이전 창작강의 및 감상평(6)과 관련하여 효과적인 제목 붙이는 법중 세 번째인 "엉뚱하게 붙이는 방법"에 관하여 여러 군데에서 전화가 와 이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여겨 보충합니다.
 
엉뚱하게 제목 붙이는 법은 전통적인 방법보다 그 수준과 기교가 한결 세련을 요하는 방법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걸 잘 못 붙이면 시가 난해해져 무엇을 썼는지 독자가 잘 모르게 됩니다. 가끔 시 전문잡지에도 본문과 관련지어 전혀 이해가 안가는 이상한 제목의 시를 종종 볼 수 있을 겁니다. 바로 이런 경우에 이에 해당할 겁니다. 그러나 제목을 제대로 찾아 붙이면 매우 뛰어난 시로 금세 둔갑하게 됩니다.
 
그 원리는 이렇습니다. 시의 제목과 본문이 기본적으로 메타포, 즉 은유관계가 형성되어야 합니다. 시의 제목과 본문이 참신한 은유관계가 형성될 때 그 시는 그만큼 참신한 시로 거듭 태어나게 됩니다. 이때 방법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A는 B이다"라는 은유관계가 있는 문장을 가져와 A를 제목으로 올리고 B에 해당하는 내용을 창조해 시를 만드는 방법이고, 두번째는 B에 해당하는 것을 먼저 써놓은 다음, 나중에 A에 해당하는 제목을 발견해 시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이중 첫 번째는 상당한 수준을 요하는 방법이고, 두 번째가 쉽게 구사할 수 있는 방법이어서 지난 강좌 때 이 방법을 소개한 것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 번 예로 든 시를 다시 읽고 난 다음에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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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춘기
 
                                                     강순
 
여울에는
 
밀어,꼬치동자개,버들매치,버들치,배가사리,감돌고기,가는돌고기,점몰개,참마자,송사리,갈문망둑,눈동자개,연준모치,버들개,모래주사,새미,누치,흰수마자,납자루,열목어,꺽저기,수수미구리지,금강모치,돌상어,왜매치,꺽지,쌀미구리,점줄종개,돌마자,둑중개,왕종개,버들가지,꾸구리,모샘치,어름치,돌고기,부안종개,자가시리 등이 살았다.
 
나는 가끔 물살이 빠른 그곳에 발을 담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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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시는 제목과 본문이 은유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습니다. 즉 '사춘기'는 물살 빠른 '여울'이다 라는 훌륭한 메타포가 들어있는 시인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방법을 설명한다면 첫 번째 방법은 이렇습니다. 자신이 "사춘기는 물살 빠른 여울이다"라는 메타포가 눈에 번쩍 띄는 문장을 발견하고 이걸 갖다놓고 제목을 <사춘기>로 올리고 본문에 해당하는 <여울>에 관한 내용만 창조하는 방법입니다. 즉 사춘기를 특징 지을 수 있는 물살 빠른 여울만 구체적으로 창조하는 것이죠. 하여 이 방법은 상상력으로 B에 해당하는 내용을 창조해야 하니까 테크닉과 능력이 일정 수준에 달하지 않으면 여간 힘들지 않나 싶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눈에 번쩍 띄는 물살 빠른 여울을 묘사해 놓은 다음, 그 내용에 메타포가 잘 조응되는 제목을 찾아 올리는 방법입니다. 위시의 작자는 아마 자신의 기억 속에서 인상깊은 여울을 먼저 상상으로 묘사한 다음에 그에 잘 조응하는 제목인 '사춘기'를 붙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위 시는 제목을 굳이 '사춘기'로 하지 않더라도 물살 빠른 여울에 조응하는 제목이면 다 성립합니다. 즉 제목을 '나의 대학시절' '80년대' '고교시절' '어린 시절' '신혼기' 등 과도기적 상황의 제목이면 다 잘 어울려 시로 훌륭하게 성립합니다.
 
하여, 엉뚱하게 제목 붙이는 방법 중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두 번째 방법이 첫 번째 방법보다 좋은 시를 더 쉽게 많이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합니다. 특히 퇴고 과정 중에 버리기 아까운 대목을 다로 떼어내어 보강한 다음 이 방법을 한번 활용해 보세요. 의외로 좋은 시를 아주 쉽게 건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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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에 올라온 시를 감상하겠습니다.
 
배용진 님의 <소나기>를 감상해 봅시다. 배용진 님은 소나기 오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포착하는데는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이게 시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이겠습니다만 그러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만약 이게 시가 될 수 있다면 사진이 제일 훌륭한 시가 되는 거죠. 이는 무얼 뜻하느냐 하면 대상을 포착하되 자기가 들어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자기가 들어가려면 이 강좌 맨 처음부터 줄기차게 강조한 상상으로 대상을 포착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즉 소나기가 오는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느낌을 말하는 것이고 상상을 한 것이 아니죠. 즉 상상은 소나기 오는 모습이 내게 무얼 떠오르게 했느냐를 말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상상을 하는 지는 이 창작강의 처음에서 <공기욱> 님이 배용진 님처럼 시를 썼다가 제게 지적을 받고 비오는 모습을 편지오는 모습으로, 또 씨뿌리는 모습으로 상상을 한 것을 보면 금세 이해하리라 믿습니다. 하여, 공기욱 님의 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한번 참고해 배용진 님도 상상으로 다시 써 보세요.
 
기성 시인중 소나기 오는 모습을 인상깊은 상상으로 포착한 예를 들면 조정권 시인은 소나기 오는 모습을 '대못이 떨어지는' 모습으로 포착했고, 또 이대흠 시인은 하늘과 땅이 섹스하는 모습, 즉 '땅이 엉덩이를 들썩들썩' 하는 모습으로 포착하지 않았습니까?
 
배용진 님이 올린 시를 가지고 상상한 시로 필자가 고치자면 <비가 온다>를 <여자들이 온다>로만 바꾸면 금세 시가 되요. 즉 소나기가 오는 모습을 내 추억 속의 여자들이 오는 모습으로 상상을 해보는 겁니다. 다 같이 필자가 고친 시로 한번 확인해 봅시다 시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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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기
 
 
여자들이 온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그리고 여섯......
 
모두를 볼 수 없지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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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라 님의 <독도에서 다시 만나리라>를 감상해 봅시다. 이 시는 시를 많이 써 본 사람의 시이거나, 아니면 기성 시인의 시로 여겨지는군요. 그러나 이 창작교실에 올렸다는 것은 제게 무언가 얻을 정보가 있다고 여겨 올렸다고 믿기 때문에 제가 의도한 목표에 빗나간 시는 그 시 작자가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과감하게 지적할 것임을 밝힙니다. 왜냐하면 목표는 제가 설정한 것이고, 또 제가 지적한 내용에 수긍할 수 없으면 제 지적에 따르지 않고 자기식대로 계속 시를 쓰면 되니깐요.
 
우선 필자가  박미라 님의 시를 읽고 난 느낌은 이렇습니다. 시가 너무나 뻔한 내용으로 필요없이 길다. 다 읽고 나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 눈길을 끄는 표현과 감감도 보이지 않는다. 하여, 우선 독자에게 이런 느낌을 주었다면 그 시는 실패했다고 봐야지요. 필자를 포함하여 이 지상 모든 작가들은 독자들에게 어떤 유익함을 주지 못했다면 독자의 소중한 시간을 빼았은 것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기본적으로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작가와 독자들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거죠.
 
시학의 시작인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빠지지 않고 시문학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내용이 상상력과 텐스, 즉 긴장입니다. 상상력은 시의 내용을 좌우하고, 텐스는 시의 표현력, 구성력, 형상력 등 시의 외형을 좌우지 않나 싶습니다. 필자가 이 강좌 맨 처음부터 상상력, 상상력 했던 게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하여 이 시는 바로 이 두 가지 것중 상상력에서부터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독도를 어떻게 상상력으로 접근할 것인가를 먼저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잘 되지 않을 때는 우선 상상을 펼치기 쉬운 소재부터 갖다놓고 시를 쓰는 한번 습관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필자의 창작강의도 (1)에서부터 쭉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시 소재를 상상으로 접근을 하지 않으니까 자꾸 자기 주장과 진부한 자기 넋두리가 들어가게 됩니다. 자기 넋두리, 즉 자기 서사가 들어가 효과를 보려면 특별한 이야기이거나 조금 들어가든지, 아니면 아주 뛰어난 테크닉으로 접근을 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시가 형편없이 늘어지거나 진부한 넋두리로 전락하게 됩니다. 서사적인 내용으로 성공한 시, 백석 시를 한번 잘 관찰해 보세요. 시의 뒤에 괭장한 기교가 숨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많은 서사가 들어가도 시가 진부하지 않고 긴장도 훌륭하게 살아있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하여 서사가 많이 들어가는 시를 쓸려면 시의 테크닉을 충분히 읽힌 다음 쓰고 초보자 시절에는 상상력 위주의 시를 쓰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나이가 들었더라도 상상력으로 시를 쓴 사람은 젊은 사람 뺨치게 잘 쓰는 걸 필자는 주변에서 자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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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빈 님의 <금천장날>을 감상해 봅시다. 님은 금천장날의 한 풍경을 그냥 그리는데에 끝났군요. 많은 말을 했는데도 내용적으로는 큰 진척이 없이 시를 쓰다 만 기분이에요. 여기에서 더 깊이 상상력으로 들어가야지요. 정경 묘사는 1연 수준으로 충분합니다. 2연부터는 더 깊게 들어가 상상력을 발휘해야지요. 일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당선작 봉숭아를 다시 한번 잘 읽어보세요. 풍경에 어떻게 상상력을 덧붙이는 가를....
 
하여 이소빈님은 2연에서 할머니들 얼굴에서 나팔꽃을 발견했으니깐 그 나팔꽃 이야기로 전개해야하지 않나요? 1연과 2연을 합쳐서 더 간결하게 추려 금천장날 할머니들 정경 묘사를 하고 2연부터 할머니들 얼굴에서 발견한 나팔꽃 이야기로 더 상상력을 펼치기 바랍니다. 망해도 좋으니 맘놓고 상상을 해 보세요. 이소빈님은 이제 사고가 자유롭게 활발하게 터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그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이때는 정말 망해도 좋다는 아주 적극적인 사고를 갖기 바랍니다.(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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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강의 및 감상평(8)
 
 
 
필자의 강의를 중간부터 듣는 사람은 필자의 강의 (1)부터 반드시 읽어볼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그래야 빠른 시간에 효과적으로 시창작법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 효과적이고 매력적인 시적 표현 얻는 방식 두 가지
 
초보자 시절은 시 쓰는 것에 대하여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고, 설사 알겠다 여겨지더라도 쓰려고 하면 또 막막하기 이를 데 없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때는 되든지 않되든지간에 상관하지 말고 바로 무조건 끄적거려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여, 바로 끄적거려도 남보다 몇 곱절 빠르게 시적 표현을 얻는 방법 두 가지만 공개할까 합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이 두 가지만이라도 잘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떻게 하면 남과 다른 표현을 새롭고 독특하게 효과적으로 구사할 수 있을까? 이걸 이론적으로 설명하려면 <묘사>라는 개념을 알아야 하는데 이걸 또 설명하려면 한 학기 내내 설명해도 부족합니다. 그러나 필자는 여기에서 필자의 개발한 용어로 그 방법을 설명할까 합니다.
 
그 첫 번째 방법은 <뒤집어 생각하고 행동하기>입니다. 시인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들의 사고와 인식 방향이 주로 한쪽으로 쏠려있습니다. 그러니까 먹고 마시고 행동하고 또 사물을 보고 느끼고 감탄하고 슬퍼하는 방식이 대동소이하고, 우리의 인식구조도 주로 그 쪽으로 익숙해 있습니다. 따라서 그 쪽에서 새로운 표현을 구하려면 지금까지의 방식보다 몇 곱절 노력과 탐구로 새로운 표현을 발견하지 못하면 결코 효과적으로 다가오지 못합니다. 이때는 거꾸로 접근해 보는 겁니다. 남들의 시선이 다 한쪽으로 쏠려있을 때 자기는 거꾸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겁니다. 그러면 남들이 전에 자주 보지 못했던 사고와 행동이니깐 우선 시선을 끌게 되고 새롭게 느껴지게 되는 거죠. 다시 말해서 고스톱도 여지껏 쳐왔던 방식으로 쳐 잘 안 풀릴 땐 거꾸로 치면 의외로 잘 풀리는 이치와 같은 전략이지요.
 
그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어떤 시인이 <나는 낭만을 매고 정동진 바다를 보러갔다>로 표현했다고 합시다. 그러나 똑같은 내용이지만 이걸 거꾸로 표현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건 <정동진 바다의 낭만이 나를 유혹했다>, 또는 <정동진 바다의 낭만이 나를 초대했다> 이렇게 되는 거죠. <나는 높은 하늘을 이고 간다>를 거꾸로 표현하면 <높은 하늘이 내 머리를 매달고 간다>. <나는 강물에서 발을 뺍니다>는 <강물이 내게서 발을 뺍니다>, <나는 거울을 들여다본다>는 <거울이 나를 쳐다본다>가 되는 거죠. 어떻습니까? 똑같은 내용이지만 어떤 게 우리에게 더 참신하게 다가옵니까? 후자이지요. 전자가 설명이라면, 후자는 묘사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묘사란 그 동안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는 인식체계로 대상에 접근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그러나 이 방법을 구사할 때 유의할 점은 시 전편에 걸쳐서 다 이렇게 표현하면 안 되요. 전편에 걸쳐서 구사하면 이것 또한 한쪽 체계의 인식구조로 전락하고 굳어지기  때문에 군데군데 양념치듯 구사해야 되요. 특히 첫연 첫구절에 이걸 효과적으로 구사하면 독자들을 아주 매료시킬 수 있습니다. 현 문단에서 이걸 잘 구사하는 시인이 바로 오규원 시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풀>을 쓴 김수영 시인도 이 기법을 즐겨 구사했구요.
 
두 번째 방법은 <주변 소재로 생각하고 행동하기>입니다. 이 방법은 필자가 깊이 탐구해 작품에 실제 많이 응용했고 현재도 아주 즐겨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즉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 또는 풍경 내에 있는 주변 소재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입니다. 이걸 잘 활용하면 시가 그림처럼 아주 선명하게 되고 초점도 또렸하게 됨을 금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특히 풍물, 풍경시를 쓸 때 이 방법은 아주 효과적입니다. 
 
예를 한번 들어봅시다. 가령 어떤 사람이 형광등, 침대, 커튼, 그림 등이 있는 방에 갇혀 한 여자를 그리워하며 책상에 골똘히 앉아 있는 모습을 그린다고 합시다. 그러면 이렇게 표현하는 겁니다. <그는 책상과 함께/ 한 여자를 침대처럼 그리워한다/ 그의 얼굴은 형광등처럼 창백하지만/ 마음을 커튼처럼 열어 젖히고/ 밤늦도록 간절함을 족자처럼 그녀를 향해 내걸고 있다> 이렇게 한 남자가 한 여자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방 속에 있는 소재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그 이미지와 초점이 선명하게 되고 할 이야기도 금세 많아지게 됩니다. 대부분이 이걸 잘 모르고 방밖을 벗어나 거창한 소재와 이야기를 자꾸 끌어오려 하다보니깐 시가 초점이 흐려지고 난해해 지게 되는 거죠. 이것만 잘 해도 시가 아주 유창해 집니다.
 
실제로 이 기법 하나만으로도 신춘문예 당선한 필자의 시 한 편을 그 예로 살펴보고 이번 강좌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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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驛
 
겨울이 다른 곳보다 일찍 도착하는 바닷가
그 마을에 가면
정동진이라는 억새꽃 같은 간이역이 있다.
계절마다 쓸쓸한 꽃들과 벤치를 내려놓고
가끔 두 칸 열차 가득
조개껍질이 되어버린 몸들을 싣고 떠나는 역.
여기에는 혼자 뒹굴기에 좋은 모래사장이 있고,
해안선을 잡아넣고 끓이는 라면집과
파도를 의자에 앉혀놓고
잔을 주고받기 좋은 소주집이 있다.
그리고 밤이 되면
외로운 방들 위에 영롱한 불빛을 다는
아름다운 천정도 볼 수 있다.
 
강릉에서 20분, 7번국도를 따라가면
바닷바람에 철로쪽으로 휘어진 소나무 한 그루와
푸른 깃발로 열차를 세우는 驛舍,
같은 그녀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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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정동진역 풍경을 그리는데 모두 정동진역 근처에 있는 소재들로 생각하고 행동했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소재들은 실제로 정동진역에 다 있던 것들입니다. 억새꽃, 벤치, 모래사장, 라면집, 소주집, 소나무 등등... 그래서 열차가 들어오는 역이니까 겨울이 오는 것도 <겨울이....도착...>으로 생각했고, 역도 <...억세꽃 같은 간이역>으로 표현했고, 라면집도 삼양라면을 끓이는 라면집이 아니라 <해안선을 잡아넣고 끓이는 라면집>이고, 소주집도 <파도를 의자에 않혀 놓고/ 잔을 주고받기 좋은 소주집>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필자가 실제로 라면집을 묘사해야 하겠는데 구불구불한 주변 소재를 찾으니까 산 능선, 도로, 해안선 등이 보이더라구요. 그런데 이중에서 가장 주변 소재에 어울리는 게 바로 해안선이었어요. 그래서 이걸 차용한 겁니다. 또한 마주보고 술잔을 나누는 소주집도 묘사해야겠는데 쓸만한 주변 소재들을 밖을 내다보며 살펴봤더니 배, 수평선, 갈매기, 파도 등이 보이더라구요. 그런데 이 소재들이 다 어울리지만 이중에서 파도가 가장 운치 있는 소재로 생각되었어요. 그래서 <파도를 의자에 앉혀놓고/ 잔을 주고받기 좋은 소주집이 있다>이렇게 주변 소재로 둘러댔더니 읽는 사람마다 다 반하더군요. 만약 이걸 <친구를 앉혀놓고 잔을 주고받기 좋은 소주집이 있다>라고 표현했다고 해 봅시다. 얼마나 평범하고 싱겁겠어요?
 
위시는 시의 템포를 한 단계 높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삽입한 마지막 구절을 제외하곤 처음부터 끝까지 정동진역을 벗어나지 않고 철저하게 정동진역 주변 소재로만 생각하고 행동했습니다. 그래도 신춘문예에까지 당선되고 성공한 시로 여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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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에 올라온 시를 감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영이 님의 <지독한 양파>를 감상해 보도록 합시다. 우선 이영이 님의 시를 읽으니 양파를 가지고 나름대로 상상을 펼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눈물겹게 느껴지는군요. 아주 장래가 기대되는 모습입니다. 처음에는 누구나 다 이렇게 몸부림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자기도 모르게 시 창작법을 습득하게 됩니다. 아주 정상적인 과정입니다. 초보자 시절에는 이렇게 되는 상상이든 안 되는 상상이든 천방지축 날뛰며 시행착오를 거듭하게 되고 이런 몸부림치는 과정이 치열할수록 크게 발전할 수 있는 여지도 많게 됩니다.
 
이영이 님은 쌩상의 음악을 틀어놓고 양파를 벗기며 단순히 느낀 소감을 적었군요. 그래서 이 시는 내용이 쌩상의 음악이 흐르고 있고, 양파 껍질을 벗기다 보니 매워 눈물나는 모습 두 가지 밖에 없군요. 그리고 마지막 구절은 앞의 내용과 조응하지 못하는 동떨어진 시로 되어 있어요. 그래서 이 시는 내용적으로 아직 여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초보자가 이렇게 몸부림치는 모습은 크게 인정해 줄만 하고 아주 좋은 징조로 여겨집니다.
 
우선 이영이 님은 이 시를 그대로 놔 두고 이렇게 다시 써 보시기 바랍니다. 소재를 양파에 한정하고 <양파를 벗기니 쌩상의 음악이 흐른다> 이렇게 첫줄을 써 놓고 <그 음악은 자주에 담겨 있고......아침에 우리에게 시원한 국물을 선하고.....등등  > 쌩상의 음악을 양파의 속성과 우리에게 이용되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빗대어 표현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때도 물론 상상으로 접근하는 겁니다. 그리고 나서 맨 마지막에 가서 <양파를 벗기면 쌩상의 음악이 날 눈물나게 한다>로 서두의 구절에 의미를 첨해 한번 더 리플레이 하면서 시를 마무리 지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나서 그때 필자가 앞에서 설명한 '효과적인 제목 붙이는 요령'을 참고해 제목을 한번 붙여보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필자의 창작강의 및 감상평 (5)에 예로 든 윤문자의 <수박>을 <양파>로 바꾼 다음 수박의 속성에 해당하는 내용을 전부 양파로 바꾸어 시를 써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금세 훌륭한 시로 탄생함을 절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초보자 시절에는 이렇게 앞서간 사람들의 시 창작 방법을 모방하면서 자신의 시 창작법을 습득하게 되는 겁니다. 절대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이렇게 써서 다음에 다시 한번 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왜냐하면 효과적인 시창작법을 이 게시판 독자들이 함께 공유해야 하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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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아수 님의 <할머니의 새벽>을 감상해 보도록 합시다. 눈아수 님도 나름대로 몸부림 쳤습니다만 문제가 많군요. 우선 시 내용의 시점이 첫 연에서는 아침이었다가 두 번째 연부터 갑자기 저녁으로 변했어요. 작품에서 이러면 안 되지요. 시점이 갑자기 바뀌고 장소가 바뀌면 독자들이 못 따라와요. 그려면 시가 갑자기 산만해지고 난해해지게 됩니다. 다시 말해 작자 혼자 내킨대로 쓴 형국이 되는 겁니다. 시간이 바뀌고 장소가 갑자기 바뀌면 독자들이 충분히 따라올 수 있도록 배려를 해야해요. 이것까지 고려하면서 시를 쓴다니... 시 쓰기가 갑자기 어려워지죠? 그래서 초보자 시절에는 가능한 한 한 장소와 한 시점으로 통일해 시를 써야 하는 겁니다. 독자들이 따라올 정도로 배려를 해 시를 쓸려면 테크닉이 충분히 붙은 다음에라야 가능해요.
 
하여, 눈아수 님의 시는 시점이 첫 연과 맞지 않고 내용도 참신한 내용이 아닌 진부한 서사이오니 더 참신한 내용으로 다시 써 보시기 바랍니다. 제목에 구애받지 말고 필자의 창작강의 (1)부터 꼼꼼히 읽은 다음 상상하기 쉬운 소재를 하나를 갖다놓고 시를 한번 다시 써 보시기 바랍니다. 이때는 시 한편을 얻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쓰는지를 체득하는 게 눈아수 님에게 더 중요합니다. 더불어 연을 전개할 땐 앞 연의 핵심어, 또는 핵심 의미를 가지고 뒷 연을 전개해야 시의 논리성과 전달력을 갖게 됨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이 시 첫연을 <할머니가 꼼지락거리면/ 서서히 열리는 꿈이 있다>로 고쳐 쓴 다음 '열리는 꿈' 이야기로 두 번째 연부터 상상을 한번 펼쳐 시를 완성시켜 보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시 창작이란 체험과 경험을 직술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소재를 통해 체험과 경험, 가공 이야기를 새롭게 꾸며내고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창작인 것입니다 (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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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강의 및 감상평(9)
 
 
 
☞ 시어 선택 시 고려해야 할 두 가지
 
필자는 요즘 문단에서 가끔 문학의 위기니, 시의 위기니 하고 왈가왈부하는 모습을 보면 조금 답답하다는 생각을 갖습니다. 시의 위기가 어디에서 왔고, 그 해결방안은 어디에 있는 지 떠드는 내용을 보면..... 더욱이 그 원인을 독자층에 돌리고 그 해결방안도 독자층에서 찾을 땐.
그러나 필자는 그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한 생각은 이와 정 반대입니다. 그 원인은 시를 생산해 제공하는 시인에게서 왔고, 그 해결방안도 시인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필자를 포함해 이 땅의 모든 시인들은 대중들, 특히 문학 수요자의 환경변화를 하루 빨리 깊게 인식해야 합니다. 예전에 대중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데는 문학이 중심 매체이었고 핵심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대체할만한 마땅한 대체매체도 없어 늘 대중들의 수요에 공급이 모자랐습니다. 따라서 그 당시는 공급만 하면 수요는 절로 보장되어 있는 상황이었죠. 즉 시라는 제품의 효용성, 편리성, 유익성 등을 크게 고려하지 않더라도 시라는 제품에 언제나 충분한 수요가 있었던 시기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나라가 산업화로 치달으면서 대중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할만한 대체매체가 많이 출현하게 되었고, 또한 대중들의 욕구도 다양해졌습니다. 이젠 특별한 흥미가 없고 독자들을 유인할만한 내용이 아니면 독자들이 절로 찾아오리라는 건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겁니다. 다시 말해 기존의 방식대로는 이젠 통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대다수 시인들이 이런 환경변화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아직도 기존 사고에 갇혀 시의 위기를 수요자인 독자 탓으로 돌리고 있는데 이건 번지수를 잘 못 짚고 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공급자인 시인 스스로가 빨리 변해 독자의 환경변화에 적응해야지요. 지금 정치도, 경제도, 행정도, 교육도, TV도, 영화도, 체육도.. 모든 것이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즉 독자 위주로 바뀐 지 오래인데 오직 시만큼은 권위주의 귀족주의 전통주의에 너무 깊게 빠져 독자를 고려하면 마치 3류 시인인양 취급하고 전문가가 읽어도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시를 해설서를 곁에 놓고 감상하라는 식의 합리화에 급급하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제는 달라진 독자들의 욕구환경을 고려해 시도 하나의 상품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감상하기 쉽고, 재미있고, 음악성 있고, 유익해서 독자들이 스스로 찾을 수 있을만한 시를 만들어 제공해야죠. 그렇다고 품질이 형편없는 싸구려 제품을 만들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싸구려 제품과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과는 그 기준이 전혀 다른 내용입니다. 그 동안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고 제작자의 일방적인 생각으로 시 쓰는 방식은 수요자 위주로 하루빨리 변해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그러나 요즘 발표되는 시들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특별한 내용도, 흥미도 없으면서 작자의 일방적인 생각으로 한 장도 아닌 두 장 세 장으로 늘어놓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일반 독자들이 읽어 주리라는 걸 어디 상상이나 할 수 있겠어요? 이제는 시를 생각하는 방식, 시를 만드는 방식이 종전과 하루 빨리 달라져야 합니다. 그래야 시의 위기라는 말이 사라지죠.
 
하여, 초보자들이 이상의 내용을 고려해 기본적으로 유의할 점 두 가지만 소개할까 합니다.
첫째로 초보자 시절에는 老티 나는 시어를 쓰지 말기 바랍니다. 특히 <...하였나니>, <...노니> 등 혼자 술취해 영탄하는 듯한 용어는 절대 쓰지 말기 바랍니다. 이런 용어들을 보면 독자들이 바쁘고 바쁜 세상에 혼자 술취해 영탄하고 돌아다니는 소리로 여겨 그런 시는 그냥 넘겨버리게 됩니다. 즉 독자들은 이런 용어를 보면 할 일없고 배부른 소리로 생각해 기분 나빠하기 쉽다는 거죠. 그리고 <...하라>, <...하지 마라> 식의 명령투도 지양하시기 바랍니다. 독자들은 기본적으로 자기보다 불행한 이야기, 슬픈 이야기, 즐겁게 하는 이야기, 유익한 이야기 등에 관심이 있고 또 이걸 읽으면서 스스로를 위로 받게 됩니다. 그러나 자기보다 잘난 체하는 이야기, 친구 가족 등 주변 자랑 이야기, 명령투의 이야기 등을 들을 땐 아주 기분 나빠하게 됩니다. 실제로 필자는 아주 젊은 시인들 중에도 이런 노티 나는 용어와 명령투의 시를 자주 쓰는 걸 보았습니다. 그러나 제 창작강의를 듣는 사람은 이런 노티 나는 용어대신 가능한 한 확신에 차 있고 박력 있고 싱싱한 용어를 구사하기 바라고, 명령투 대신 청유형을 구사하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는 고어(古語), 사어(死語), 상투어 등은 가능한 한 사용하지 말기 바랍니다. 시도 그 시대의 문화를 즐기는 하나의 매체입니다. 따라서 그 시대의 사용언어와 무관하지 않죠. 그런데 이 첨단 시대에 살면서 아직도 화랑, 신라의 달밤, 정읍사의 노래, 달구지, 신작로, 물레방아, 수틀, 바느질, 낮달, 이승, 저승 등등  그 옛날 시절의 풍경과 풍물, 남들이 지겨울 정도로 써먹는 낡은 시어를 들먹이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그러나 이 용어들에 특별한 관심이 있거나 사연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는 대다수 독자들은 이런 용어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싫어하게 됩니다. 시속에 나타나는 시간, 장소, 풍물들의 거리도 독자들에게는 현실의 거리만큼 멀고도 가깝게 느껴 특별한 이유도 없이 막연하게 먼 시간 속으로 끌고 가는 건 귀찮아해 합니다. 생각해보세요, 하늘에 UFO가 날아다니는 세상인데 아직도 낮달 운운하는 걸 보면 독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겠습니까? 더군다나 남이 자주 쓰는 시어를 보면 '이 사람 노력도 하지 않고 맨 날 남이 쓴 시어나 갖다 쓰는 참 게으른 시인이구나!' 하고 독자들이 판단하지 않겠어요?
 
하여, 이 게시판 독자들 중 이런 것에 그 동안 관심이 있었다면 잠시 이를 접어두고 현재의 우리 생활 속에서 매력적인 소재를 찾아 시를 쓰도록 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독자들이 기본적으로 가능한 한 현재의 시간 속에서 울고 웃고 놀기를 좋아한다는 걸 명심하기 바랍니다. 아울러 사투리를 쓰더라도 옛것보다는 현재의 것을 쓰기 바랍니다.
 
이런 것들이 공급자 위주가 아닌 수요자, 즉 독자를 고려한 전략적 시 쓰기 방법의 한 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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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에 올라온 시를 감상해 보도록 합시다.
 
<닭장프로>를 쓴 서담 님은 언어를 다루는 것을 보니 기성 시인이 아닌가 싶군요. 제 추측이 맞는다면 이렇게 찾아주신 데에 대해서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제가 크게 잘난 것도 없지만 제가 이 교실을 담당하기 때문에 만났고, 그 인연으로 필자의 창작 경험을 듣게 된다고 여겨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서담 님이 풍자시, 위트시, 드라마틱 시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여겨져서 남들보다 한 발 앞서가는 생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시를 유창하게 구사할 정도가 되면 시의 테크닉은 정점에 달한 것으로 저는 봅니다. 그 이유는 이런 시는 기본적으로 소설적인 기법인 극적구조, 즉 기승전결 구조를 요하고 이걸 효과적으로 구축하려면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면서 독자들을 꽉 휘어잡고 몰고 다니는 능력과 반전상황을 상상력으로 창조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소설도 역동적인 반전상황을 창조하기 힘든데 더군다나 시에서 독자들을 몰고 다니며 효과적으로 반전상황을 창조한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쉽습니까?
 
서담 님의 <닭장프로>를 읽고 나니 서담 님이 어떤 풍자시를 쓰고자 하는지 그 의도는 충분히 알겠는데 서담 님이 의도한만큼 풍자가 되지 않았어요. 우선 <닭장프로>라는 소재 자체부터 충분하게 풍자성 있는 소재가 아닙니다. 풍자시로 성공하려면 먼저 소재 자체가 충분하게 풍자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게 낯설어요. 그렇게 되면 <닭장프로>가 어떤 것이다라는 의미를 서두에서 창조한 다음 시를 전개해야 하니깐 그만큼 풍자성이 풍부한 소재보다 전략적으로 긴장이 뒤떨어지게 되는 거죠. 만약 같은 프로이지만 <코메디프로>로 소재를 선택했다고 해보세요. 그러면 모든 사람들이 이건 웃기는 프로다라고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의미를 다시 강조할 필요가 없잖아요. 왜 이게 중요하냐면 처음부터 독자의 의식을 한쪽으로 확실하게 굳혀놓아야 독자를 쉽게 끌고 다닐 수 있기 때문이에요.
 
두 번째는 배경과 무대를 가능한 한 한군데로 하는 게 효과적이에요. 두 군데를 하더라도 반전부에서 반드시 이를 모아야 해요. 그 이상을 벗어나면 긴장과 집중도가 떨어지게 되어 반전도 용이지 않을뿐더러 반전을 시도하더라도 김이 다 빠진 상태가 되는 거죠. 예컨데 술좌석에서 어떤 사람이 자기는 정말 웃기는 이야기라고 말하는데 자꾸 여기저기를 이야기하다보니 초점이 흐려지고 내용이 산만해져 웃음이 하나도 나오지 않은 경우와 똑같은 이치이죠. 하여 서담 님의 시에는 고시촌, 골프장, 시창작반으로 세군데로 장소가 흩어져 있어서 독자들이 갈수록 긴장하기보다는 장소를 따라다니기에 바빠요. 그래서 이미 김이 다 빠져있는 상태입니다.
 
셋째로는 반전부에서는 기본적인 형식이 이제까지의 내용을 뒤집는 겁니다. 따라서 이제까지 내용이 <...이다>이었으면 반전부에서는 <...아니다>가 되는 거죠. 그리고 접속어를 사용할 경우에는 그러나, 그런데, 하여 등등이 되는 거죠. 그리고 나서 결론부분에 가서는 서두의 의미를 한번 더 리플레이 한다는 생각을 갖고 전개와 반전으로 벌어진 의미를 모아주고 자기 생각이나 새로운 의미를 첨가하면서 끝내는 겁니다. 그런데 서담 님의 시는 반전부의 형식과 내용이 크게 역동적이지 못하고 결론부분도 없이 끝냈어요. 그래서 풍자도 흥미도 의도했던 것만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을 근간으로 해서 필자가 서담 님의 시를 바로 고쳐 쓴다면 이런 형식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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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장프로
 
                     서 담
 
골프연습장에는 닭장프로가 있다네.
아직까지 날지 못하는 자에게 유용한 프로.
 
그 프로에 의하면
실내에선 되지 않는 게 없다네.
늙다리 할아버지도 옆집 아줌마도
힘을 빼고 부드러운 자세로 기본기에 충실하면
신문 인터뷰 난에 크게 날 수 있다네.
서로 연인도 될 수 있다네.
그러나, 야외 연습장으로 나가면
이 모든 게 아무짝 쓸모 없네.
모든 것이 내 의지를 거역하기 일쑤이고  
샷도, 공도, 여자도 제 멋대로이네.
내 팔도 내 것이 아니네.
 
골프연습장에는 닭장 프로가 있네.
난 그 닭장프로를
인터넷 시 창작 반에서 또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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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습니까, 서담 님? 정말 근사한 풍자시 한 편이 탄생한 것 같지 않습니까?
하여, 서담 님은 이쪽에 관심이 있고 더 참신한 풍자시, 위트시, 드라마틱 시 소재를 얻으려면 우화집이나, 그림 동화집, 유우머집, 여성지 광고 카피 등을 많이 뒤적거려 보세요. 그러면 기발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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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호 님의 <형광등>을 감상해 봅시다.
 
조정호님은 제가 잠 못 자고 힘들여 쓴 창작강의를 읽어보지 않고 시를 올렸군요. 더군다나 한 사람이 일주일에 한편 올린다는 운영방침도 어기고..... 하여, 처음에 올린 한편에 대해서만 감상평을 쓰겠습니다. 제 강좌의 내용에 더 많이 접근해 있는 시가 또한 처음에 올린 시이기도 해서요. 이런 글은 어떻게 해야 시가 되는지 창작강의(7) 배용진님이 올린 시 <소나기>가 어떻게 해야 시가 되는 지를 실제로 살펴봤습니다. 그리고 그 앞전 강의에서도 여러번 강의했구요.
 
일전에 강의 때 제목을 <형광등>이라 붙이고 형광등에 관하여 시를 쓰면 시가 되지 않는다고 했지요. 이게 시가 되려면 전에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새로운 형광등을 창조해야 시가 되는 겁니다. 즉 걸어다니는 형광등, 말하는 형광등, 화장을 하는 형광등... 이런 식의 형광등을 창조해야죠. 그렇잖으면 가장 쉬운 방법으로 형광등을 천장에 붙어서 우는 친구로, 또는 여자 친구로 여기고 상상을 해보라고 했지요? 그러면 금세 시가 되잖아요? 제목과 내용을 연관지어보면 '형광등'은 '내 친구이다', 또는 '형광등'은 '내 여자 친구이다' 라는 메타포가 형성되어 시가 된다는 겁니다.
 
하여, 이 시를 본문에 나오는 형광등이란 낱말과 의미를 전부 내 친구로 바꾸면 금세 시가 됩니다. 현재로는 시가 될 수 없어요. 이 내용을 필자가 반영해 약간 수정하면 이런 시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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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광등
 
 
낡은 천장 한 가운데
붙어 우는 나의 친구
 
그는 오래 전에
하늘로 올라가
 
스스로 울지 못하고
내 손이 가야만, 내 손이 가야만
비로소 우는
처량한 족속.....
 
그 처량한 울음아래
내가, 내가 묵묵히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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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습니까 조정호님. 이렇게 쓰는 게 바로 시에요. 위 시를 나의 친구가 아닌, 나의 추억, 나의 옛날, 나의 할아버지 등등 어떤 걸로 치환해도 다 시로 성립함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이해가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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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철 님의 <너를 그리며 놓지 않은 생명의 끈(부제: 태양)>을 감상해 보도록 합시다. 우선 이런 시를 만나면 필자는 우선 한결 마음이 가볍습니다. 우선 필자가 줄기차게 강조한 시를 상상력으로 써라 하는 관문을 통과했기 때문에 지적해 주기가 한결 쉽습니다. 이런 분은 조금만 더 공부하면 금세 수준 급으로 올라갈 여지가 많아요. 일단 시 소재를 대하는 기본방식은 필자가 바라는 방향을 제대로 잡았습니다.
 
그러나, 보완하고 수정해야할 부분이 많군요. 그 부분을 지적해 보겠습니다. 우선 제목 붙이는 것이 서투릅니다. 초보자 시절에는 가능한 한 모든 것을 정공법으로 접근시기 바랍니다. 제목은 가능한 한 심플하고 구미가 당기게 붙이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부제가 붙고 복잡하면 우선 독자들이 이 시에 호감을 갖게 하는 데에 처음부터 실패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독자들이 시를 대하는데 복잡하고 지저분한 느낌을 주면 음식을 즐기는데 그 음식 첫 인상이 복잡하고 지저분해 먹기 싫어지는 이치와 똑같습니다. 하여 이점 고려하시고 필자의 "창작강의"중 효과적인 제목 붙이는 요령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자기가 실제로 '어느 황혼'을 보고 이 시를 썼다 하더라도 내용과 멋지게 부합하지 않으면 과감하게 다른 제목으로 바꿀 줄 아는 유연성을 가져야 합니다.
 
시 내용상으로는 시 첫줄에서는 동녘 해돋이였다가 두 번째 연에서 갑자기 서녘 황혼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면 시의 초점이 흐려지고 산만해지고 난해해 집니다. 초보자 시절에는 가능한한 하나의 소재를 잡아 한 시점, 한 장소에 고정시켜놓고 집중해서 파고들어야 처리하기 쉽고 또한 시가 선명해 집니다. 하여 이 시는 서녘 황혼이 주 내용이니깐 서녘으로 모든 시점을 통일해야 시가 선명해지지 않나 싶습니다. 자꾸 여기저기 들먹거리면 이 시를 읽는 사람들이 주위가 혼란스러워집니다.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아도 독자의 편의와 감상을 고려해 지나친 부분은 스스로 참아야지요. 이게 기교고 숙련이에요. 하여 첫 번째 연부터 동녘에 해당하는 내용을 모두 서녘으로 바꾸면 두 번째 연이 첫 번째 연과 중첩이 되어 필요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 시에 <슬프다>라는 말이 너무 많아요. 한 시에 동일한 단어가 두 번 이상 나오면 지루하고 따분해요.
 
그리고 <서러워 떠난 임의 빈자리>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나를 미워해서 떠난 사람으로 전달됩니다. 이는 <서럽게 떠난 임의 자리>로 고쳐야 작자의 의도와 부합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서늘한 어둠>도 구체적이지 못하고 막연해요. 이는 <싸늘한 밤>으로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게 좋지 않나 싶습니다. 하여 제목도 좀 더 멋들어지게  <제부도 황혼> 쯤으로 다르게 붙여 놓고 그 황혼을 보며 내 곁을 떠나간 사람을 상상한 시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은 시로 탄생하지 않나 싶습니다. 필자가 지적한 사항을 곰곰이 따져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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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부도 황혼
 
 
서녘을 보니 빨갛게 충혈된
너의 눈이 슬프다.
 
항상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 나를
그리도 따사롭게 감싸던 네가
 
무엇이 그리워서
눈물에 젖어 사느냐.
 
서럽게 떠난 너의 빈 자리엔
싸늘한 밤이 남았지만
 
나를 보러와 줄 것을
기다리며 숨을 놓지 않는다.
 
가슴 차가운 어둠을 뚫고
여전히 슬프게 충혈된 너의 눈이
다시 또 나를 보러 와주리라 기대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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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석 님의 <신호등이 붉게 깜박이고 있다>라는 시를 감상해 보겠습니다. 박용석 님은 짧은 시를 썼지만 상상력이 폭발적이군요. 검은 구름의 이미지에서 살이 오른 누에를 발견한 것이. 초보자 시절에는 이런 싯구를 하나 발견한 것도 대단한 수확입니다. 자꾸 이런 식으로 상상해야 시가 금방 늘어요. 여하튼 좋습니다.
 
다만 미숙하고 어설픈 표현을 지적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처음에 시선이 하늘에 있다가 갑자기 <발가락 사이에 낀 때>로 옮겼습니다. 이러면 시가 난해해 진다고 했지요. 비유를 하더라도 그 주변 소재로 해야지 이렇게 하늘에서 갑자기 보이지도 않는 발가락 사이로 시선을 옮기면 누가 수긍을 하겠습니까? 그리고 <누에들이 검은 비명을 질러댄다>라고 했는데.... 비명? 소리를 지르는 누에를 본 적이 있습니까? 이건 아니죠. 이런 게 미숙한 표현이에요. <누에들이 꿈틀댄다> 정도로 해야지요. 그리고 '끝에 숨었다'라고 했는데 그 <끝>이 어딘지 너무 막연하지 않나요? 시의 내용으로 보아 <건물 뒤에> 정도로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게 좋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창시들이 개떼처럼 달리고>했는데 창시? 즉 창자들이 개떼처럼 달리는 걸 본 적 있습니까? 창자들이 어떻게 개떼처럼 달릴 수 있나요? 말도 되지 않지요. 이게 시적 표현이다라고 우길지 모르지만 시의 논리도 상식 수준 범위 내에 있습니다. 단지 그 상식을 어떻게 새로운 방향에서 보아 냈느냐가 문제인 거죠. 하여 이 부분은 전체 내용으로 보아 <아름다운 추억들이 달리고> 정도로 표현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상의 지적한 내용을 반영해 시를 조금 수정하면 다음과 같은 시가 탄생하겠습니다. 지적한 내용과 수정한 부분을 잘 음미해보고, 또한 필자의 창작강의도 처음부터 다시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박용석 님은 상당히 감각적인 시를 잘 쓰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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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이 붉게 깜박이고 있다
 
 
문득 바라 본 하늘에
붉게 깜박이는 신호등을 안고
먹장 구름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검지 손가락으로 거길 문질렀다.
살이 오른 누에들이
꿈틀댔다.
난 화들짝 놀라 건물 뒤에 숨었다.
거리엔 차들이 달리고
내 속엔 아름다운 추억들이 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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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떼요 박용석님? 이렇게 수정하니깐 근사한 시가 되잖아요? 여하튼 필자의 강의를 듣고 열심히 상상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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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강의 및 감상평(10)
 
 
 
☞ 효과적인 표현력, 문장력 기르는 법
 
시를 쓰던지 소설을 쓰던지 간에 가장 우선적으로 갖추어야 할 자질은 자기 생각과 느낌을 정확히 언어로 표출할 수 있는 표현력과 자기 글이든 남의 글이든 간에 이걸 응용할 줄 아는 문장력을 기르는 게 급선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자기 생각도 정확히 표현할 줄 모르는데 글을 응용할 줄 알리 만무하고, 또한 천재가 아닌 이상 글을 응용할 줄 모르는데 좋은 글, 좋은 시 쓸 리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20세기 최고의 문장가 영국의 서머셋 모옴은 그의 책 <써밍업>에서 훌륭한 글의 조건으로 첫째 명쾌한 글, 둘째 정확한 글, 셋째 간결한 글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그는 또한 문장이 애매모호하고 난해한 것은 그 글을 쓴 작자가 자기가 무엇을 쓰려는지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거나, 설혹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글을 쓰기 때문에 그렇다고 했습니다. 쓰려고 한 내용을 정확히 알고 제대로 소화한 상태에서 글을 쓰면 절대 그런 글이 나올 수 없다고 갈파했습니다.
 
하여, 이 상을 참고해 명쾌한 글, 정확한 글, 간결한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고 남보다 빠른 표현력과 문장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우선 소설을 읽든, 시를 읽든지 간에 반드시 곁에 대학 노트를 펼쳐놓고 읽기 바랍니다. 그리고 읽어가면서 멋진 표현, 아름다운 표현, 특이한 표현, 기발한 표현 등이 나오면 바로 대학노트 왠쪽에 쭉 베껴 놓기 바랍니다. 그리고 나서 잠이 오지 않을 때나 틈이 날 때 이걸 꺼내놓고 다시 한번 쭉 읽으면서 훌륭한 표현은 대학노트 오른쪽 면에다가 자기 생각으로 한번 바꾸어 표현해 보기 바랍니다.
 
예를 들면 원문이 "열려라 참깨, 아라비아 마법의 주문을 빌어서라도 그들을 한꺼번에 열어 젖히고 싶었다" 이런 글을 베껴놓았다고 합시다. 그러면 바로 그 줄 오른쪽 노트에다 "열려라 커튼, 아메리카 마법의 주문을 빌어서라도 난 그녀의 치마를 한번 열어젖히고 싶었다"  이런 식으로 작자의 원문을 그 구조에 맞추어 자기 생각을 끼워보는 겁니다. 또 더 참신하게 다르게 끼워볼 수 있으면 가능한 데까지 계속 하고요. 이 예문은 필자가 김신의 <대학별곡>이란 소설을 읽으면서 베껴놓은 원문을 실제로 바꾸어 표현한 예입니다. 이런 식으로 대학노트 한 열 권 정도만 연습하면 우리 나라 1급 글쟁이들도 결코 부럽지 않아 질 겁니다.
 
왜 이게 효과적인가 하면 통상적인 방식으로 책을 읽으면 멋진 표현이 나오더라도 그 순간 아, 멋진 표현이구나 하고 눈으로만 읽게 되고 또한 읽고 난 지 얼마후면 그 표현들도 금세 까맣게 잊어버리기 쉽상입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방식을 취하게 되면 첫째로 원문을 베끼는 과정에서 그 표현을 몸으로 느끼게 되고, 둘째로 다시 꺼내 읽을 때 또 한번 그 표현을 음미하게 되고, 셋째로 그 표현을 나의 식으로 바꾸어 표현해 보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 표현이 내 피 속에 스며들게 됩니다. 더불어 한가지 더 유익한 게 있다면 보통은 한번 책을 읽고 나면 얼마 후 그 책 내용을 거의 까맣게 잊어먹게 되는 데 이런 식을 거치면 다시 한번 그 책 핵심내용을 훑은 게 되어 그 책 전체내용이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는 부수 효과도 얻게 됩니다.
 
하여, 초보자 시절에는 비디오를 보든, 영화를 보든, 무엇을 하든지 간에 멋진 표현을 만나면 언제라도 항상 채집해 그걸 자기 식으로 바꾸어 표현해 보는 게 표현력과 문장력을 기르는 최선의 방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문장이론 책 백 번 읽는 것보다 이걸 한번 연습해 보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는 게 필자의 경험입니다. 참신하고 기발한 시의 감각훈련도 이런 식으로 하면 금세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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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에 올라온 시를 감상해 보도록 합시다.
 
송희야 님의 <또 다른 세상>을 감상해 보도록 합시다. 그동안 필자의 창작강의에서 한번도 빠지지 않고 강조한 게 시 소재를 접근할 땐 상상으로 접근하라 이었습니다. 그렇잖으면 전에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풍물과 풍경을 새롭고 놀랍게 창조하던지.... 이 두 가지로 접근하지 않으면 십중팔구가 자기 서사 넋두리로 전락한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염두해 두고 다시 이 시를 읽으면 어떻습니까, 송희야님? 상상을 펼친 것도 아니고, 그냥 누구든지 흔하게 볼 수 있는 정신병원 풍경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 같지요? 서사도 특별한 것이 아닌 너무나 평범한 내용이지요? 그러면 안 돼요. 그래서 필자가 '초보자 시절에는 가능한 시를 상상으로 써라' 라고 줄기차게 강조한 것입니다.
 
소재를 통해서 상상으로 접근하면 그만큼 자기 서사, 넋두리가 사라지게 되고, 실제로 서사,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하더라도 소재를 거쳐서 진술하게 되면 묘사로 변하게 되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그녀의 빨간 입술이 매혹적이네/ 난 그 입술을 훔치고 싶네>라는 표현은 직술입니다. 이걸 '단풍잎'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말하게 되면 <단풍잎 속에는 그녀의 빨간 입술이 매혹적이네/ 난 그 입술을 훔치고 싶네>가 되겠죠? 어떻습니까 너무나 멋진 시적 표현이 아닌가요? 이와 같이 똑같은 글이지만 소재를 통해서 말하게 되면 금세 시적 표현인 묘사로 둔갑하게 된다는 겁니다.
 
하여, 송희야 님은 필자의 창작강의 1,2,3를 읽어보고 나서 상상하기 좋은 다른 소재를 갖다놓고 시를 다시 한번 써 올리시기 바랍니다. 필자의 강의 목적은 한편의 시를 건진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시를 어떻게 생각하고 쓰는 것인가를 스스로 깨닫게 해서 혼자서도 시를 잘 쓰도록 하는데 그 목표가 있습니다.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남들은 5년 아니 10년이 걸렸다는 걸 참고해 차근차근 따라오시기 바랍니다. 현재 송희야 님의 시중에 시적 표현을 고르자면 <그의 동공속에/ 풍덩빠진 시월하늘/ 그 안에 흰 구름 한 덩이 떠 있다> 이 한 구절밖에 없습니다. 왜 이 한 구절만 시적 표현인지 곰곰히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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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담님의 <유리병 속의 戀書>를 감상해 보도록 합시다. 
 
우선 서담님의 발상은 참 놀랍습니다. 필자도 부러울 정도의 발상력을 갖고 있군요.파란 유리병을 바라보면서 <노란 종이배 넣어 바다로 띄운다>라고 상상한 이 시 첫 구절은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라는 시를 연상시킬 정도로 훌륭해요. 그런데 그 좋은 발상력을 바로 다음 구절부터 전혀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어요. 더불어 첫 번째 연은 바다에 띄우는 배를 이야기 했다가 두 번째 연에서부터는 먹는 배 이야기를 해서 그 수준이 아주 저급으로 전락했어요.
 
이런 것보다 말장난이라고 해요. 말장난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말장난을 해야지 이런 식의 시를 접하면 독자들이 기본적으로 아주 기분 나빠해 합니다. 독자들은 작자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게 되요. 신중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독자를 여기기 때문에 이렇게 진지하지 않은 모습으로 다가오고 그냥 말 바꾸기 식으로 대한다고 생각하게 되요. 생각해 보세요, 단지 김영남이란 같은 이름을 가졌다고 그 사람들 모두가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한다고 여기며 말한다면 이를 누가 수긍하겠어요? 안그런가요, 서담님? 김영남이란 사람 한명이 빨간 옷을 입거나, 파란 옷을 입거나, 팬티 차림이거나 아니면 알몸이거나, 여관에 들어가는 모습이거나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한다면 또 몰라도.....
 
하여, 서담님은 이 첫 구절 하나만 살려놓고 여기서부터 시를 다시 쓰기 바랍니다. 이렇게 훌륭한 상상을 해놓고 왜 그 다음을 못 이어요? 바다에 띄운 배에 사랑도 실어보고, 미움도, 추억도, 보석 반지도, 아니면 돛도 한번 달아보고, 배 수리도 한번 해보고.... 할 이야기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리고 서담님은 기본적으로 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실전에 들어가면 자꾸 엉뚱한 방향으로 빠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게시판에서는 게시판 특성상 한계도 있고 하니, 더 큰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문학아카데미 창작실기과정에 등록을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싶습니다. 필자의 말에 수긍한다면 창작실기과정에 등록을 해서 승부를 한번 걸어보시기 바랍니다. 문의는 월간 <문학과 창작>으로 해서 안내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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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철 님의 <생성 그리고 파열>을 감상해 보도록 합시다.
 
김은철님은 전번주에 칭찬을 한번 해 주었더니 금세 왕창 망한 시를 써서 올리는군요. 그래서 훌륭한 선생은 초보자 시절에 절대 칭찬을 잘 안 하나 봅니다. 지난번 시와 지금의 시가 어떻게 다른지 다시 한번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시란 기본적으로 언어로 보이지 않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미지, 즉 심상이라고 했지요. 지난번 시 <제부도 황혼>이란 시를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한 사람이 제부도 황혼을 쳐다보면서 떠나간 여자를 상상한 시로 머리속에 그림이 선명히 그려지지 않습니까? 그런데 위 시는 읽고나서 그림이 그려집니까? 어떻습니까 .
 
제목처럼 <생성 그리고 파멸>이란 현상을 시로 표현하려 했다면 소재를 통해서 이야기 해야죠. 그리고 앞전 창작강의에서 제목도 이런 식으로 붙이지 않는다고 여러번 강조했지요? 제법 멋을 부리려고 했는데 멋도 제대로 알고 부려야지..... 하여 초보자 시절에는 가능한 한 정공법을 구사하시고, 매력적인 소재 하나를 골라놓고 한 시점 한 장소에 고정시킨 다음 상상을 깊이 있게 추구하는 시를 써서 올리시기 바랍니다. 거듭 이야기 하지만 필자는 개성적이고 효과적인 시 창작법 습득을 이 창작교실 운영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김은철 님이 유의해야 할 점은 자기가 쓴 시에 대해 절대 남에게 설명하려 하지 마세요. 그렇게 되면 자기 시를 읽는 사람마다 다 쫓아다니며 모두 설명을 해야 김은철님의 시를 제대로 감상한 격이 되요. 또한 자기 시 변명을 듣고 감상평을 이야기 한다면 필자의 존재 이유도 전혀 없구요. 하여 김은철님은 늘 '나는 이런 내용으로 시를 썼는데 왜 상대방에는 이처럼 다르게 전달되었을까'를 항상 먼저 생각하는 자세를 갖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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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 님의 <그녀의 방>을 감상해보도록 합시다.
 
김송님은 그저 밋밋한 시 한편을 건졌습니다. 초보자 시절에는 이것만으로도 괭장한 수확입니다. 일단 자기가 설정한 소재를 나름대로의 방식에 따라 그리는데 비교적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하여 초보자 시절에는 두 눈 딱 감고 자기가 설정한 대상을 상상으로 그려보는 것이 제가 지향하는 시 창작 방법입니다. 다만 얼마만큼 개성적인가는 그 다음 문제입니다.
 
김송님의 시중에서 어설픈 표현들을 지적하자면 셋째연 <파리가 새겨놓은 비연속 무늬>는 다소 과장되고 막연한 표현으로 생각되고 또한 바로 앞줄에 '사방연속 무늬' 라는 말이 나와 '비연속 무늬' 라는 단어가 크게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걸 <파리가 새겨놓은 사연들....> 정도로 표현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넷째 연에서 <부러진 다리를 껴안고 해죽 웃고 있다>라고 표현했는데....이런 표현도 미숙해요. 이 시 전체 분위기가 음침하고 우울한 분위기이잖습니까. 그러면 여기에 구사하는 단어들도 이 분위기와 색깔, 의미, 어조, 뉘앙스가 서로 보조를 맞추어야 해요. 그러면 <.....해죽 웃는다> 표현은 바꾸어야 하지요. 어떻게 부러진 다리를 껴안고 해죽 웃을 수 있나요?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건 정상적인 사람이 아닌 미친 사람이나 다름 없죠.
하여 이 부분은 <부러진 다리를 껴안고 슬퍼한다>로 바꾸어야 시 전체 분위기와 맞고 표현도 더 적절하지 않나 싶어요.
 
이렇게 고치고 나면 <그녀의 방>을 그린 담담한 시는 되겠는데 뭔가 좀 부족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는 <그녀의 방>이 너무나 특색없게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땐  시의 제목을 한번 다듬어보거나, 아니면 시의 맨 마지막을 보강해 보는 겁니다. 그러면 시가 한 차원 높게 상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여, <그녀의 방>란 제목에 의미를 하나 더 추가해 보도록 합시다. 이렇게 말이죠. <그녀의 방에는 그녀가 없다>라고. 어떻습니까, 김송님? 그녀의 방이었지만 남편도 오래전에 떠나버려서 이젠 그녀도 떠나버린 방으로 내용이 한결 더 선명해지고 깊어졌지요? 그렇잖으면 <그녀의 방에는 그녀가 없다>라는 제목을 맨 마지막으로 내려놓고 원래 제목인 <그녀의 방>을 제목으로 삼아도 마찬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필자가 수정한 시를 감상하면서 필자의 말이 맞나 안 맞나를 확인해 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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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제목을 보강한 경우>
 
그녀의 방에는 그녀가 없다
      
                      김 송
                   
문고리를 잡고 창호지문을 미는 순간
쾌쾌한 내가 코를 찌른다.
 
들뜬 베니어 장판은
세월만큼 켜켜이 땟국에 절여 있다.
 
사방연속 무늬 벽면을 따라
파리가 새겨놓은 사연들.....
 
방구석 그녀가 쓴 경대는
부러진 다리를 껴안고 슬퍼한다.
 
짧디 짧은 파마 머리 그녀는
천장 아래 사진틀 속에서
까까머리 장남을 안고 웃는다.
 
그 옆에 35년 전에 죽은 그녀의 남편은
근엄하게 장남을 바라보고 있다.
 
흙벽을 갉다말고
새앙쥐 한 마리가
사진 속으로 재빨리 뛰어 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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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맨 마지막을 보강한 경우>
 
     그녀의 방
 
                        김 송
                   
문고리를 잡고 창호지문을 미는 순간
쾌쾌한 내가 코를 찌른다.
 
들뜬 베니어 장판은
세월만큼 켜켜이 땟국에 절여 있다.
 
사방연속 무늬 벽면을 따라
파리가 새겨놓은 사연들.....
 
방구석 그녀가 쓴 경대는
부러진 다리를 껴안고 슬퍼한다.
 
짧디 짧은 파마 머리 그녀는
천장 아래 사진틀 속에서
까까머리 장남을 안고 웃는다.
 
그 옆에 35년 전에 죽은 그녀의 남편은
근엄하게 장남을 바라보고 있다.
 
흙벽을 갉다말고
새앙쥐 한 마리가
사진 속으로 재빨리 뛰어 들어 간다.
 
그녀의 방에는 그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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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이 님의 <양파>를 감상해 보도록 합시다.
 
이영이 님은 소재를 접근하는데 있어서 제가 바라는 방식의 입구에까지 왔습니다. 일단 시로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에 앞으로 계속 이런 식으로 접근하기 바랍니다. 그러나 접근하는 방식에는 성공했는데 상상을 풀어가는 방식이 아직 서투르군요. 일전에 필자가 이영이님 한테 참고시로 소개한 윤문자의 <수박>이란 시를 유심히 살펴보세요. 맨 처음에 <수박>을 <나>로 비겨놓고 나의 모든 양태, 즉 나의 행동, 취미, 성질, 얼굴, 가슴, 다리 등 나의 모든 모습중에서 오직 <성질>이란 특성 하나를 골라 이것 하나로 상상을 전개하고 끝마쳤잖습니까? 하여 처음에는 가능한 한 한가지 특징이나 특징을 골라 집중으로 상상을 펼치는게 내용을 전개하기가 쉽고 시도 선명해지고 깊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이런 시는 맨 처음에 어떤 특징을 잡아 선언하느냐가 중요하게 됩니다. 이걸 잘 못 택하면 상상을 펼치기가 아주 어려워 결국 시 쓰는 것도 중도에서 포기하게 됩니다.
 
이영이 님의 양파 시 맨 처음을 보면 <여러겹으로 되어있는/ 나는 항상 무백색으로 하고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우선 처음부터 표현과 풀어가는 방식이 어설퍼요. <무백색>이라고 했는데 무채색이란 말은 있어도 무백색이란 말이 있나요? 백색이란 단어 자체가 이미 색깔이 없는 색이 아닙니까? 그러면 <무백색>의 <무>는 의미없는 말이죠. 그리고 양파를 나로 비겨놓았으면 윤문자 시 수박의 첫줄처럼 나의 모습중 어떤 것 하나를 골라서 시의 첫줄을 시작해야죠. 아마  이영이 님이 의도했던 바는 양파의 겉은 붉지만 속은 하얀 걸 끌어내려 했던 것 같군요. 그러면 처음에 나의 양태중 하나를 골라 이렇게 선언하고 시작해야지요. <나의 겉 얼굴은 붉지만/ 내 속 얼굴은 항상 백색이다> 라고 말이죠. 그리고 나선 두 번째 연부터 <얼굴> 하나에 한정해서 상상을 계속 펼쳐야지요.
 
이영이님이 쓴 시를 참고해 필자가 위와같은 방식으로 시를 고치면 다음과 같이 되겠습니다. 어떻게 상상을 풀어가는 지를 유심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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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파
 
                  이영이
 
나의 겉 얼굴은 붉지만
내 속 얼굴은 항상 백색이다.
내가 외출을 해 손님을 만날 땐
늘 이 겉 얼굴을 가지고 만나지만
나의 가족과 함께 식탁에 앉으려면
속 얼굴이 필요하다.
몇 겹을 벗겨도 한결같은
백색으로 나와야 한다.
그러나 이 핏기 없는 속 얼굴이지만
함부로 대하는 자에게는 결코
가만히 놔두지 않는 못 된 성깔도 가졌다
내 백색 얼굴을 건드리면 여지없이
그대 코를 비틀어서 눈물까지 흘리게 한다.
 
나의 겉 얼굴이 붉고 속 얼굴은 백색이지만
난 이 두 얼굴을 가지고 끝까지 인생을 뜨겁게
살 수 없다는 게 나의 가장 큰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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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떼요, 이영이님? 상상을 이런 식으로 풀어가는 겁니다. 윤문자의 <수박>이란 시와 이영이 님의 시를 고친 시와 유사점, 다른 점, 풀어가는 방식 등을 잘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이영이님에게 한번 더 권고할 것은, 대상을 표현할 때 [나]를 중심으로 잡으라는 겁니다. 지금은 [남]이 [나]를 보는 식이지요. 그러지 말고, [내]가 화자가 되어 [남]을 묘사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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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숙님의 <眞知大王의 고백>을 감상해 보도록 합시다.
 
황미숙 님은 일전 서담 님처럼 위트 시, 드라마틱 시, 풍자시를 겨냥하고 시를 썼군요. 이런 종류의 시를 쓰는 방법과 이론은 이 앞전 창작강의 서담 님 감상평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다만 이 시를 읽고난 느낌을 쓰자면, 화자가 보고자 하고 궁금해 하는 것이 시가 끝날 때까지 뭔지를 모르겠군요. 그러다보니 이 작자가 무얼 이야기하려고 이렇게 긴 이야기를 썼나 하고 고개가 갸웃거려 집니다. 이러면 안 되지요. 우선 화자가 궁금해 하는 것이 무엇이다라고 독자들이 알 수 있게 큼 처음부터 확실하게 굳혀야 해요. 그래서 반전부에 이르렀을 땐 독자들이 이것 외에는 딴 생각이 전혀 들지 않도록 한 다음, 그 내용을 역동적으로 뒤집는 겁니다. 그래야 읽는 사람이 충격을 받지요.
 
하여, 황미숙 님은 이 시를 그대로 묵혀 두세요.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다음 다시 꺼내 필자가 지적한 내용을 염두해 두고 읽어보세요. 그러면 미흡한 부분이 보이게 됩니다. 이런 종류의 시를 처음 쓸 땐 오래도록 묵히면서 시를 계속해서 다듬는 습관을 가지세요. 이게 일정 괘도에 이르면 퇴고과정이 아주 짧아짐을 절로 느끼게 될 것입니다. 현재 님은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상당히 있어 뵈니 계속 그 방향에 관심을 한번 가져보라고 권하고 싶군요. 문학판도 하나의 세계이어서 문학판에서 나름대로 개성을 확보하려면 자기 특화(特化)를 생각하면서 시를 쓰는 자세가 절대 필요하다고 필자는 여깁니다. 그렇고 그런 시를 쓰면 또 그렇고 그런 시인밖에 될 수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닌가도 생각하구요. 하여 서양 소피스트 철학과 노자, 장자 책을 꼭 한번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런 책을 읽다가보면 딱딱한 사고가 자신도 모르게 유연해짐을 스스로 느끼게 될 겁니다.(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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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강의 및 감상평(11)
 
 
☞ 시인이 되고자 하는 데에도 전략수립이 필요합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우리들은 일을 효과적으로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그 일에 대한 사례를 충분히 연구, 검토하여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많은 시간과 정열을 낭비한 다음에야 이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어 충분히 대비한 사람들보다 그만큼 뒤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경영학에서도 성공적으로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사례연구는 전략수립의 핵심 내용이 되고 있습니다.
 
언어를 경영해 성공적인 시인이 되려는 데에도 이 내용은 매우 적합한 이론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시인들의 사례를 분석해 이를 활용하면 활용하지 않은 사람보다 그만큼 빨리 앞서 나갈 수 있지 않나 여깁니다. 그러면 어떤 사례를 분석할까요?
 
필자가 등단 전에 조사하기로는 한 해 동안 중앙 일간지 신춘문예, 이름 있는 잡지까지 포함해 등단한 시인들을 헤아려보니 대충 50여명이 넘었습니다. 그러나 이 중 2, 3년 후까지 계속 살아남은 시인은 불과 몇 명이 되지 않았고 대다수가 겨우 등단 작품 정도 남겨두고 기억 속으로 까마득히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개성적인 작품으로 처음에 주목받았던 시인들도 시집 한 권 정도 내고 나면 또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었구요. 인정받고 있는 시인들도 등단 후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제 기량을 발휘하기 시작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건 무얼 의미할까요? 필자가 생각하기로는 등단 시 충분한 역량을 갖추지 않는 상태에 있었거나, 자신의 개성을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을 충분히 갖고있지 않는 상태에서 등단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늦게라도 그 원인을 분석해 차근차근 대비한 사람은 다시 도약할 수 있었지만 상당수가 끼리끼리 모여 서로의 시를 위로하면서 현재에 안주하거나, 아니면 아예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습니다. 
 
이상 예를 살펴보면 이 창작교실 독자들은 어떻게 하면 남보다 시간과 정열을 낭비하지 않고 능률적으로 詩業을 달성할 수 있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을거라 여깁니다. 등단 전에 충분한 기량을 닦아놓고 또한 시집 한 권 정도의 시를 갖고 투고를 시작하는 겁니다. 그래야 프로 세계에 훌륭하게 데뷔를 할 수 있는 거죠. 그러면 등단하기 전에 어떻게 하면 충분한 역량과 개성적인 시도 많이 확보할 수 있을까요? 필자가 생각으로는 유료 창작지도실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시를 혼자 집에서 생각나면 쓰면 되지 뭐가 또 공부냐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게 아닙니다. 집에서 혼자 쓰게 되면 남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자기 개성이 뭔지도 파악하기 어렵고, 또한 자기 도취에 휩싸임과 동시에 게을러지기 쉽상입니다. 그리고 유료이어야 돈의 아까움을 알게 되어 억지로라도 시를 계속 쓰게 됩니다. 왜 이게 중요하냐 하면 시의 테크닉과 감각훈련은 주기적으로 계속 반복해야 몸에 스며들고 자기 개성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죠. 더욱이 미술, 음악분야를 전공하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 정말 얼마나 미미한 수준입니까?
 
그러면, 등단을 위해서는 어떤 창작지도실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하자면 이론보다는 실기를 바탕으로 하고, 다양한 시인들을 많이 배출한 곳이 가장 훌륭한 창작지도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특별한 연고도 없는데 시인들을 많이 배출할 때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는 외진 음식점인데도 불구하고 손님이 북적거리고, 어느 교회에는 신도들이 아주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그 목사의 설교를 듣기 위해 찾아와 바글거리는 이치를 따져보면 금세 이해가 가리라 여깁니다. 그러나, 놀러 다니기 좋아하고 어울리기를 즐기는 창작지도실도 있다는 걸 유념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하여, 이 창작교실 독자들이 남보다 성공적으로 시업을 달성하려면 앞선 시인들의 사례를 거울삼아 미리 전략을 수립해서 하루빨리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시간과 정열을 낭비하지 않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고, 또한 시인이 되는 지름길이지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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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에 올라온 시를 감상해 보도록 합시다.
 
먼저 유은선 님의 <겨울나무>를 감상해 봅시다. 유은선 님은 겨울나무를 추운 겨울을 견디며 새로운 꿈을 준비하는 나, 또는 우리로 상상을 했군요. 우선 <시를 쓰려할 때 해석과 설명으로 접근하지 말고, 상상으로 접근하라> 라는 필자의 방침에 일단 부합했습니다. 그 상상의 폭이 아직 미흡하지만 이 정도도 다른 사람에 비하면 큰 진척입니다. 이렇게 조그만 상상도 자꾸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어느날 상상의 폭과 깊이가 늘어나는 걸 체험하게 될 겁니다.
 
이 시에서 미숙한 부분을 지적하겠습니다. 둘째 연의 <얼음 박힌 몸으로/사경을 헤매던 바람..>이라고 했는데 이건 어떤 바람을 표현했는지 난해하고 추상적이고 미숙하군요. 추측컨대 몹시 춥고 매서운 바람을 이렇게 표현하지 않았나 싶은데...그렇다면 <얼음 주머니를 차고/달리던 바람..>정도로 하든지, 아니면 이 시 전체에 구사한 어휘를 보아 그냥 <맵고 찬 바람..> 정도로 하는 게 어떤가 싶습니다.
 
그리고 셋째 연 첫줄에서도 <함께 쓰러져 가는 거리에서>도 <쓰러져 가는>이란 표현이 설득력이 없고 왜 쓰러져 가는 지가 막연해요. 이것도 전체 내용으로 보아 <함께 어깨동무한 이 거리에서> 정도로 표현하는 게 좋을 것 같군요. 그리고 마지막 연의 <울지 않도록/얼지 않도록>도 이미 앞에서 언급한 이미지를 다시 끌어온 것 같아 상상의 폭을 확장하는데 장애 요소로 작용해 갑자기 답답해집니다. 그래서 이 두 줄을 빼고 이 연의 맨 마지막 줄에 < 우리의 봄을 장만하고 있는 거야> 정도로 보강한 다음 마무리 하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이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시가 되겠습니다. 유은선 님은 고친 부분을 잘 한번 살펴보고 내용도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음미해 보기  바랍니다.
 
 겨울 나무
 
                유은선
  
죽은 게 아냐
견디고 있는 거야
 
맵고 찬 바람
남은 잔가지
툭툭 부러뜨리고 가는 밤
 
함께 어깨동무한 이 거리에서
우는 게 아냐
숨죽여 노래하고 있는 거야
 
누우면 안 돼
잠들면 안 돼
서로를 흔들어 깨우며
 
다시 꿈 꿀 수 있도록
우리의 봄을 장만하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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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핑크스 님의 <동면>을 감상해 보도록 합시다. 스핑크스 님은 어떤 소재를 구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지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군요. 시 소재를 이렇게 막연하고 추상적인 소재를 택하면 1급 시인도 그 단서를 풀어나가기가 어렵다고 그랬지요? 그리고 <동면>이란 뜻은 우리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또한 사전을 찾아보면 정확하고 자세히 설명되어 있지 않은가요? 그러면 이 시의 내용이 우리들이 갖고있는 상식과 사전에 들어있는 내용보다 더 새롭고 재미나는 정보, 표현이 있는가요? 스핑크스 님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 <동면>이란 익히 알려진 제목으로 시가 성립하려면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던지 아니면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야지요. 그래야 독자들이 이 시를 읽어줄 가치가 발생한다는 거죠. 현재로선 시적 표현도 새로운 의미창조도 전혀 없어 아쉽군요. 같은 동면이지만 기왕이면 <너구리의 동면>이란 구체적인 소재를 갖다놓고 너구리가 동면하는 모습을 실제 있는 모습이든 아니든 상관하지 말고 아주 우수꽝스럽게 상상으로 한번 그려보세요. 시를 풀어가기가 한결 쉬어질 겁니다. 현재 스핑크스님이 참고해야될 내용이 필자의 창작강의(1-10)에 이미 다 들어있으니 이를 참고해 시를 다시 한번 써 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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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선 님의 <꿈>도 바로 앞 스핑크스 님의 <동면> 과 감상과 지적내용이 정확히 똑 같습니다. 유은선 님은 <겨울나무>를 쓸 때는 그러지 않았는 데 이 시를 쓸 땐 왜 이렇게 다른가요? 구체적이고 매력적인 소재를 찾아서 시를 쓰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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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이 님의 <가을의 자리>를 보도록 합시다. 이영이 님은 가을의 전경과 심상을 예전보다 상당히 깊게 천착했군요. 1연은 나름대로 잘 뽑았습니다. 다만 제목에 <가을...>이란 단어가 들어가니깐 1연에 나오는 <가을..>이란 단어를 모두 빼세요. 이 단어가 들어가면 시가 답답해져요. 독자들은 제목에서 이미 가을이라는 계절감각을 인지하고 이 시를 읽어가는데 또 다시 이 단어를 보니깐 갑갑해지는 거죠. 그리고 <상념>과 <자아>라는 추상적인 단어를 구체적인 단어를 바꾸세요. 예를 들면 <유리창>과 <나> 같이....
그리고 두 번째 연은 이에 맞추어 상상을 더 전개하세요. 현재 내용은 버리고요. 제목은 맨 나중에 다시 고친다 생각하고 이에 상관하지 말고 상상을 맘껏 펼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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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를 쓴 나리 님은 시를 많이 만져보았군요. 그러나 이 시를 읽고나서도 아무런 감흥이 없군요. 감흥이 없다는 건 시에 문제가 있다는 거죠. 시가 싱겁다는 건 양념, 즉 감각적인 표현이 없거나, 시의 건덕지, 즉 의미있는 내용이 없다는 거죠. 이 시의 내용을 한번 잘 살펴보세요. 우체국에 가서 소포를 부친 한 장면의 내용 밖에 어디 있나요? 이 시 전체 내용은 한 줄의 시 내용 밖에 되지 않아요. 작자가 그냥 길게 늘어놓았을 뿐이지. 시가 어느 분야보다 함축성과 경제성을 요구하는 글이다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되리라 믿습니다.
 
하여, 나리 님은 하찮은 행동과 단어 하나에서 의미를 뽑아내고 건덕지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먼저 익히라고 권장하고 싶군요. 하나의 단어에서 의미를 뽑아내는 방법은 한용운 시집을 읽으면 도움이 될 거고, 하찮은 행동에서 이야기 거리를 뽑아내는 방법은 <풀>을 쓴 김수영과 오규원 시집을 읽으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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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경 님은 많은 시를 올렸는데 시로 보아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군요. 최유경 님이 현재 읽고있는 시가 추측컨대 이정하, 원태연 류의 시가 아닌가 싶습니다. 초보자 시절에는 누구나 다 겪게 되는 현상입니다. 그러나 본격적인 시를 쓰려면 이 단계에서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이걸 시 읽기 젓떼기 단계라고 합니다. 이 시절에는 이런 류의 시가 최고의 시로 착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게 결코 시의 정신을 성숙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에 얼음과자를 떠올리면 쮸쭈바가 제일 맛있고 훌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제과점에 가보니깐 친구들이 아이스크림을 먹고있는 거 있죠. 그래서 한번 얻어먹어 봤더니 참 맛있더라구요. 하여, 얼음과자도 이렇게 맛있고 고급 스러운 것이 있구나 하고 느끼는 거와 마찬가지인 거죠. 쮸쭈바도 품질을 고급화 시키면 또 몰라도 색깔만 자꾸 빨갛고 노랗게 바꾸어 어린 아이들에게 파는 게 어디 건강에 좋다고 생각할 수 있나요? 이걸 또 시적 표현으로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난 널 사랑해>란 말을 이런 류로 표현하면 <난 널 죽도록 사랑해>, < 난 널 정말 미치도록 사랑해> 하는 경우이고, 이를 시적으로 표현하면 <난 정동진 바다를 닮은 네 마음을 사랑해>, <난 초가집처럼 쓸쓸한 구석이 있는 네 눈을 사랑해> 하는 거와 마찬가지이죠. 어느 것이 낭만이 있고 운치가 있나요, 최유경님? 하여, 최유경 님은 시를 쓰기 전에 먼저 수준 있는 시를 골라 읽은 것이 우선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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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덕희 님의 <그는 내 알몸을 갉아먹고 있다>라는 시를 감상해 봅시다. 송덕희 님은 정신병을 앓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보고 상상, 묘사, 설명을 넘나들면서 나름대로 몸부림을 쳤군요. 좋습니다. 이렇게 시가 되든 안되든 몸부림치면서 발전해 가는 겁니다. 한 풍경을 가지고 나름대로 상황을 꾸며보고 창조하려는 태도는 바람직하니 계속 견지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시를 곁에 놓고 필자의 지적을 곰곰히 한번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다음에 꺼내놓고 다시 써 보던지요.
 
1.<....쓴 약 같은 잎담배 연기>에서 지금 화자가 눈으로 보고 있는데 시의 내용은 입으로 맛보는 내용으로 표현하여 어색하고요,
2.<자정이 넘도록 곱씹어 뱉은 절망 덩어리들은 소멸을 꿈꾼 채 발아래 오장육부를 까발리고 있다 >도 무슨 내용을 표현하려는지 짐작이 가나 표현이 너무 과장되어 있고또한 추상적인 표현이고요,
3.<다시 한 개피 젊음을 수혈 받아 실핏줄까지 파닥이도록 깊게 빨아들인 연기>도  밑줄친 부분이 추상적이고 표현도 미숙합니다. 특히 실핏줄이 파닥인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아 실핏줄이 팔딱인다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고,
4. <차렷, 열중 쉬엇, 금속음은 그를 가위 누르고 뇌관을 내리치던 쇠몽둥이 둔중한 파열음이 벽을 흔든다>에서 누가 차렷 열중쉬엇하고 쇠몽둥이를 내리치는지 모호하고 또한 왜 그렇게 하는지도. 그리고 금속음이 그를 가위 누른다는 것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여, 이 시를 다시 쓴다면 <그는 내게 애원한다. 벌레를 잡아줘, 내 뇌를 갉아먹는 벌레, 벌․레․를…> 라고 첫줄을 놓고 <벌레> 이야기로 시를 전개해 보기 바랍니다. 첫줄에 이렇게 표현해 놓으면 송덕희 님이 이 앞에서 그렇게 열심히 묘사해 놓았던 내용이 이미 이 안에 다 함축되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독자는 이 한 줄로도 시의 주인공이 정상적인 정신상태가 아니라는 걸 파악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어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자꾸 덧붙이고 싶은 건 님의 혼자 생각이에요. 하나씩 하나씩 이렇게 체득해 가는 겁니다.  어떼요, 송덕희 님? 첫줄을 이렇게 표현하면 위에서 지적받았던 내용이 모두 사족에 불과했다는 걸 금세 알 수 있죠?(김영남)
 
창작강의 및 감상평(12)
 
☞ 작품 퇴고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누가 필자에게 시창작 과정중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 두 가지만 들라고 한다면 필자는 아마 상상력과 퇴고력을 들지 않나 싶습니다. 그 이유는 시의 내용을 상상력이 좌우하고, 작품의 완성도는 퇴고력이 좌우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따라서 상상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퇴고를 잘 하면 그 시는 크게 흠이 드러나지 않고, 또한 퇴고가 좀 어설프더라도 상상력이 특출하면 이 시 또한 큰 문제점이 노출되지 않고 넘어갈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나 두 가지 요소에 문제가 있을 땐 정말 작품이 형편없이 추락하게 되죠. 하여, 가장 바람직한 것은 상상력과 퇴고력을 겸비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능력을 겸비하면 작품성이 폭발적으로 상승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면 퇴고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 또한 필자의 경험을 들려주는 것으로 이 강좌를 대신할까 합니다.
 
상상을 할 때 마음의 자세는 기본적으로 뜨겁고 깊게 해야 하지만, 퇴고를 할 때 마음의 자세는 이와 정반대 자세인 냉정하고 넓게 해야되지 않나 싶습니다. 이와 같이 작품을 쓸 때와 작품을 고칠 때에는 정 반대의 심성이 필요한 이유는 작품을 바로 써서  완성시키면 흥분된 감정상태에 있기 때문에 시도 흥분되어서 좋은 시 건지기가 어렵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초보자 시절에는 시를 써서 곧바로 완성시키고 누구에게 자랑하고 보여주고 싶은 조급함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이게 초보자 시절에 자주 빠지게 되는 함정입니다. 힘들여 퇴고를 해보지 않으면 그만큼 발전이 더디고 아집에 사로잡히기 쉽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퇴고기간은 어느 정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필자의 경험을 말하자면 퇴고는 오래할수록 좋지 않나 싶습니다. 필자는 아무리 짧은 시라도 곧바로 써 바로 완성한 경우는 한 번도 없습니다. 현재도 시 한 편을 구상해서 남에게 보여줄 정도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최소한 보름 이상의 퇴고기간을 갖습니다. 그러니깐 필자의 경우 상상은 한 두시간에 깊고 뜨겁게 해서 서랍에 두었다가 2-3일이 지난 다음에 다시 꺼내 이 시에 새로운 상상을 조금씩 덧붙이고 삭제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작품을 완성시켜 나갑니다. 그래야 내용이 흥분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고, 시에 침착성과 보편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런 퇴고와 관련해 시를 효과적으로 다듬는 어떤 구체적인 방법이 있을까요?
 
필자는 퇴고를 위해 정신이 가장 맑은 상태를 잠시잠시 아주 자주 가졌습니다. 정신이 맑은 상태를 잠시잠시 자주 가진 이유는 아무리 맑은 정신상태라 하더라도 그 분위기에 또 오랫동안 잠기게 되면 이 또한 마음이 흥분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하여 필자는 아침에 맨 처음 가는 화장실을 시 퇴고 장소로 아주 잘 이용하였습니다. 2-3일전에 쓴 시 초고를 갖고 네모난 밀실에 쪼그리고 앉아서 읽으면 정말 시의 어수룩한 부분, 미흡한 부분, 참신하지 못한 부분 등이 눈에 잘 띄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이 상태에서 지적된 부분은 과감하게 버리고 고치고 그랬습니다. 하여 게시판 독자들도 이번 기회에 자신의 정신이 가장 맑고 평온한 상태가 어느 순간인지를 확인해 퇴고를 할 때 이를 자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울러 이건 등단 후에 크게 신경을 써야할 내용으로 여기지만 필자가 작품 퇴고 마지막 단계로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 한가지를 더 소개할까 합니다. 필자는 퇴고 마지막 단계로 작품의 보편성 확보를 위해 문학적으로 평균치 수준에 있는 주변 사람들, 특히 사무실 사람들에게 작품을 꼭 한번 읽혀보는 습관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읽힌 다음 바로 즉시 "읽은 시가 무슨 내용인지 알겠느냐?" "읽고 나서 머리 속에 무슨 그림이 그려지느냐?" 이 두 가지를 꼭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그렇지 않다"라고 하는 작품은 과감하게 고치고 버리곤 그랬습니다. 이때 내 작품에 대해 설명을 하지말고 작품을 읽혀 첫 소감을 묻는데 그치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때 자기 작품을 과감하게 버릴 줄 아는 엄격성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나, 이는 초보자에게는 너무나 요원한 사항이고 다만 마지막 퇴고와 관련해 이와 같은 정신, 즉 작품을 볼 줄 아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이의 지적을 빨리 받아들일 줄 알며, 아끼는 작품도 과감하게 버릴 줄 아는 마음 자세의 확보가 중요해서 소개하였습니다. 특히 초보자 시절에 자기 동료들의 작품평과 훈수를 귀담아들으면 망하는 길로 가는데 첩경이라는 걸 명심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작품을 보여줄 땐 가능한 한 어느 정도 수준에 있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시를 쓴 경력이 충분한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싶습니다. 경력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은 시를 잘 쓸 줄 모른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시를 볼 줄 아는 안목은 있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이 게시판 독자들은 많은 퇴고는 곧 시 창작력의 향상이다라는 것을 항상 명심하시기 바라고, 이 게시판에 시를 올릴 때에도 정말 최선을 다한 작품을 올리시기 바랍니다. 많은 퇴고를 해보지 않으면 그만큼 발전이 느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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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에 올라온 시를 감상하겠습니다.
 
최민 님의 <화면>을 감상해 봅시다. 지금 최민 님은 무슨 내용의 시를 썼나요? 우선 읽는 사람에게 무슨 내용의 시를 썼는지 전달이 되지 않았다면 그 시는 문제가 있는거죠. 필자에게 전혀 전달이 되지 않고 본문 중에 눈에 띄는 표현도 없어서 아쉽군요. 우선 최민 님은 감각적이고 구조적으로 잘 짜여진 시를 찾아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군요. 그런 시를 찾아 읽다가 보면 어느 날 자기도 그런 멋진 표현을 해보고싶고 자신도 그런 상상을 한번 멋지게 펼쳐보고 싶어질 겁니다. 그때까지 시를 읽는데 더 치중하라고 권장하고 싶군요. 이때는 신춘문예 등 현상문예 당선작과 심사평도 꼭 찾아 읽어보면서 심사위원들이 어떤 표현들을 주목하고 있는지도 익혀두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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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덕희 님의 <눈오는 밤>을 감상해보도록 합시다. 송덕희 님도 시를 접근하는 방법을 아직까지 잘 체득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 같군요. 그동안 필자가 거의 한번도 빠지지 않고 매 강좌 때마다 강조한 내용이 "매력적이고 구체적인 소재를 찾아 그걸 상상으로 접근하라" 이었습니다. 초보자 시절에는 시의 성패가 거의 여기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이런 경우가 아니면 남보다 뛰어난 시 쓰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여 송덕희 님도 남보다 매력적인 눈을 가져야 매력적인 상상, 매력적인 시를 쉽게 뽑아낼 수 있지 않는가요? 그리고 그 소재는 가능한 한 장소를 크게 벗어나지 말고 구체적이고 깊이 있게 상상으로 천착하라고 그랬지요?
 
송덕희 님이 올린 시를 한번 살펴볼까요? <눈오는 밤>이 송덕희 님은 나름대로 매력적인 소재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얼마나 막연합니까. 우선 시간적으로 초저녁인지, 한 밤중인지,새벽인지도 막연하고 장소도 도시 농촌지역인지, 해변가 농촌인지, 깡촌 시골인지 우선 막연하지 않나요? 왜 이게 중요하냐고 하면 막연한 소재는 우선 구체적인 소재보다 기본적으로 언급해야할 게 많아 수준급이 아니면 상상을 깊이 있게 추구하지 못한다는 거죠. 따라서 초보자는 대부분 설명으로 일관하기 쉽고 또 설명하다 이야기 거리가 떨어지면 그냥 그렇고 그런 시시한 가족이야기, 친구 이야기 둘러대다 끝내기 쉽다고 그랬죠?
 
하여, 송덕희 님의 시 소재를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잡는다고 해보세요. 예를들면 <눈오는 밤 창가에서>, <눈오는 밤 정동진역에서>, <눈오는 밤 민박집에서> 등등...이런 식으로 소재를 잡는다고 하면 훨씬 더 구체적이고 매력적이 되지 않는가요? 일단 그렇게 소재를 잡으면 그에 어울리게 이야기 거리를 현실, 추억, 경험 등을 넘나들며 거짓으로라도 상상으로 만들어내라고 그랬지요? 가공으로라도 만들어내니깐 창작인 겁니다. 시를 보고 느낀 걸 정직하게 기술하는 게 시다 라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으니깐 발전이 더딘 겁니다.
 
하여, 송덕희 님은 이 시를 더 구체적이고 매력적인 소재 하나를 걸어놓고 지난주처럼 몸부림 쳐보세요. 필자는 한 두편의 시를 건지는 게 목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남보다 개성적이고 효과적인 시를 잘 쓸 수 있을 까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시에도 캄캄한 밤인데 들녘이 다 보는 것처럼 내용을 썼습니다. 이런 것들도 설득력이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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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퍼센트 님의 <나>를 감상해 보도록 합시다. 못처럼 만에 필자가 바라는 유형이 한명이 나타났군요. 그래요 반갑군요. 초보자 시절에 이렇게 한 가지 소재를 가지고 온갖 행동과 상상을 다 해보는 겁니다. 예측컨대 이런 태도를 계속 견지하면서 습작과정을 탄탄히 거치면 조만간에 우리 문단을 꼭 한번 흔들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현재 님은 소재를 대하고 궁글리는 방식은 제대로 길을 잡았습니다. 다만 세련되고 효과적인 표현, 효율적인 구성 등에는 문제가 있으나 당분간은 조금 더 상상력을 자유자제로 구사하는 연습을 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시집을 소개하자면 함기석의 <국어선생은 달팽이:세계사>, 류수안의 <누군가의 연보: 문학아카데미>를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현재의 시는 버리지 말고 그대로 보관해 두었다가 나중에 효율적인 구성법을 터득한 다음에 그때 다시 다듬으세요. 그리고 님은 더 이상 게시판에 시를 올리지 말고  바로 창작실기과정에 등록해서 본격적이고 체계적인 창작훈련과정을 거치는 것이 어떤가 하고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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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 님의 <사진>을 감상해 봅시다. 나리 님은 지난주보다 한결 나아졌습니다만 아직도 미숙해요. 앞에서 송덕희 님에게 했던 이야기가 정확히 적용됩니다. 송덕희 님의 <눈오는 밤> 감상평을 참고해 다시 써 보기 바랍니다. 시의 처음을 <책갈피 속에 끼워진/ 흑백사진 한 장 속에/나답지 못한 내가 한 명 서 있다....>라고 쓰고 나답지 못한 <나> 이야기로 상상력을 한번 다시 발휘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떤 식으로 상상력을 발휘하는가는 위의 99퍼센트 님의 <나>를 한번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김영남)
필자가 두 달간 쉬고 다시 이 <창작교실> 원고를 쓰려하니깐 머리 속에서 글이 잘 나오려하지 않군요. 그래서 매사에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려면 계속적인 훈련이 필요하나 봅니다. 여하튼 필자는 한 달여 이 창작교실을 찾는 독자들을 위하여 최선을 다할 생각이오니 운영방침에 적극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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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강의 및 감상평(13)
 
지난 주에는 퇴고요령의 외형적인 측면을 강의하였고, 이번 주에는 퇴고의 구체적인 방법을 강의하려 했는데 필자의 사정으로 원고를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널리 양해를 구하고 이번주에는 감상평만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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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스핑크스 님의 <기차를 타고>를 감상해 보도록 합시다.
우리가 시를 쓰는 목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기 생각을 시적 언어로 표현해 다른 사람들과 그 생각을 공유하는데 있습니다. 그러니깐 시란 기본적으로 자기 표현과 의사소통이라는 두 가지 기능이 있다는 뜻입니다. 자기 표현을 시적 언어로 해야 하니깐 그 기술습득이 필요하고, 의사소통을 해야 하니깐 의미있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만약 느낌과 생각을 자기 혼자만 즐기는데 있다면 굳이 쓰기 어려운 시 형태를 취할 필요가 없죠. 즉 혼자만이 알아보는 언어로 맘껏 즐길 수 있는 일기형태가 최고이지요.
 
하여, 작자의 생각을 남과 함께 공유한다고 생각하면 우리가 써야할 시의 내용이 어떠해야 하는지는 너무나 명약관화합니다. 남들에게 의미있는 내용, 미쳐 몰랐던 내용, 재미있는 이야기, 남들이 신기하게 느낄 수 있는 이야기 등등 여하튼 그저그렇고 그런 평범한 이야기가 아니라 뭔가 의미있는 이야기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특별한 의미가 없더라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처럼 창조해야죠. 그러니까 시창작인 거죠. 우리가 친구를 만나 대화를 나눌 때에도 너무나 뻔한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으면 정말 짜증이 나잖아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스핑크스님?
 
시의 이치도 이와 똑같습니다. 필자가 그동안 줄기차게 강조해온 내용이 '매력적인 소재를 찾아 상상으로 접근하라'이었습니다. 초보자 시절에는 소재에서 의미있는 내용을 발견하고 만들어내기 버거우니깐 누구나 알 수 있는 평법한 느낌과 풍경, 자가 주변 아야기를 늘어놓기 십상이다라고 그랬죠? 그래서 상상으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상상은 어떤 소재가 내게 무엇을 생각하도록 했느냐를 말하는 것으로 느낌은 대동소이 하지만 상상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라고 그랬죠? 따라서 상상은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그 내용은 남에게 들려줄 사유가 발생한다는 뜻입니다. 즉 내게는 평범한 내용의 상상일지라도 남에게는 특별하고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스핑크스 님의 시를 읽으면 어떻습니까? 이 시에 특별한 풍경, 의미있는 이야기, 의미있는 행동, 남들이 주목할 만한 표현들이 있나요? 하여 스핑크스님은 필자의 창작강의를 다시 한번(특히 처음부분을) 정독하면서 상상하는 요령을 먼저 익히고 시를 다시 써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초보자 시절에 이런 여행시, 이야기 시를 쓰기 시작하면 시가 형편없이 늘어지게 되어 좋은 시를 건지기가 힘듭니다. 초보자 시절에는 가능한한 상상력, 감각훈련을 아주 탄탄하게 익힌 다음 나중에 이런 시를 써야 긴장감 있고 매력적인 시를 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님은 소재 하나를 놓고 끈덕지게 물고 늘어져 그 소재의 속성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요령, 즉 상상의 요령을 먼저 터득하기 바랍니다.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차근차근 기본기를 확실하게 다진다는 자세를 갖기 바랍니다. 거듭 밝히지만 필자는 한 편의 시를 건지는 게 목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개성적인 시를 혼자서도 효과적으로 잘 쓸 수 있을까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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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 님의 <수업1>을 봅시다. 나리 님은 어렴풋이 감을 잡은 것 같습니다만 님은 수업의 어떤 것이 이런 내용의 시를 쓰게 했나요? 필자에게 쉽게 느낌이 다가오지 않군요. 그리고 소재(제목 포함)를 이렇게 추상적인 것으로 잡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하여 이 시는 제목을 바꾸면 금세 한 편의 시로 성립합니다. 즉 <미술수업> 이라고 붙이면 미술시간에 떠오른 한 아이를 상상한 시로 내용이 맞아떨어집니다. 아니면 <장미꽃>, <나팔꽃>, <진달래꽃> 등 꽃 이름을 제목으로 올려도 한 편의 시로 성립합니다. 즉 꽃을 바라보며 그 꽃 속에 한 아이가 들어있는 것으로 상상한 시로 성립합니다. 나리 님은 현재의 제목으로는 시가 될 수 없지만 이렇게 제목을 바꾸면 왜 시가 되는 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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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덕희 님의 <어느 나팔꽃의 생>을 봅시다. 송덕희 님에게도 스핑크스 님에게 했던 이야기가 똑 같이 적용됩니다. 그리고 일전에 어느 시 한 편은 그런 흔적이 보이더니 이건 또 다르네요? 제 강의를 듣고 도움을 받으려면 기존에 써놓았던 시를 올리지 말고 창피해도 좋다는 자세로 제가 지도하는 방식으로 새로 써 올리세요.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나팔꽃.....> 시와 관련해 이야기 하자면 이렇게 소재를 설명하고 해석해 내려하면 안돼요. 시 쓰기가 얼마나 뻑뻑하고 어려워집니까? 이걸 제가 침이 마르도록 말하는 요령으로 상상을 한번 펼쳐볼까요?
 
우선 나팔꽃씨를 보고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고 하면 이렇게 상상을 펼쳐가는 겁니다. ( 나팔꽃씨에는 내 어린 시절이 있다/ 그 시절은 검정 고무신을 신고 다녔고/ 교복이 까맣고, 모자가 까맣고 그리고 얼굴이 시커멓다/ 시커먼 얼굴을 뒤져보면/ 철이라는 이름이 나오고 순희가 분홍치마를 입고 나온다......) 이런 식으로 첫 상상을 다음 상상으로 계속 이어나가는 겁니다. 이때 조심할 것은 어린 시절의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줄곧 상상을 하는 겁니다. 이걸 나중에 내용적, 논리적 등등 순서를 고려해 자르고 다듬어 시를 만드는 겁니다.
 
또한 송덕희 님처럼 꽃씨에서 꿈틀거리는 무엇을 느꼈다면 ( 나팔꽃씨를 건드리니 살아있다/ 그 속에서 여린 숨소리가 들린다/ 귀를 갖다대니 꼼지락 거리는 소리가 난다/ 빨간 입술로 환하게 웃는 웃음 소리도 들린다/ 웃음소리를 따라가 보면 / 골목이 나오고 싸리울과 장독대를 만난다/ 순희의 집이다/ 와, 깡패같은 오빠가 있는 순희집.....) 이런 식으로....
 
또한 나팔꽃 속성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상상을 펼친다면 ( 나는 무엇이나 붙드는 성질을 가졌다/ 나는 담벼락을 좋아하고/ 빗자루도 좋아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은/ 대나무 울타리이다/ 나에게는 올라타는 재주가 있고/ 장기는 허공을 달리기이다.....) 이런 식으로 상상을 펼치면 얼마나 쉬어지는가요? 송덕희 님 어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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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선 님의 <노량진 성당>을 봅시다. 제가 자주 이야기 했지만 <노량진 성당>이라 제목을 붙이고 노량진 성당을 내용으로 쓰면 시가 되지 않는다고 했지요? 이렇게 제목을 붙이고 시로 성립하려면 노량진 성당에 특별한 내용이 있거나, 아니면 우리가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새로운 성당을 창조해야 된다고 그랬지요. 그래서 현재로선 시가 되지 않아요. 그러면 이걸 어떻게 하면 시가 될까요.
 
이건 제목만 바꾸면 시가 되요. 내용은 노량진 성당이지만 제목을 다음과 같은 식으로 붙이면 되요. 예를 들면 <백합꽃 성당>, <벗꽃 성당>, <호수 성당> 등등... 그러면 시가 되지요. 즉 백합꽃을 바라보면서 하느님이 오는 것 같이 착각이 드는 노량진 성당으로 상상한 내용이깐요. 즉 <백합꽃 성당>이라는 전에 보지도 듣지도 못한 새로운 성당을 창조한 것이니깐 시가 된다는 뜻입니다. 다만 첫 연과 마지막연은 제목에 부합하도록 약간 조정을 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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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님의 <정물화>를 봅시다. 이성희 님은 필자가 바라는 방향으로 시를 썼군요. 즉 길은 제대로 잡았다는 뜻입니다. 계속 이성희 님은 소재 하나를 잡고 이런 식으로 상상을 더 깊이 다양하게 하길 바라고, 그 소재 속성으로 행동하고 생각하는 요령도 익히시길 바랍니다. 사고를 더 유연하고 자유롭게 숙련시키길 바랍니다.
 
다만 이 시는 정물화를 쓴 초고작이라 생각하고 필자의 지적을 참고해 계속 보완하고 다듬어 보기 바랍니다. 우선 내용을 더 재미있고, 의미있는 내용을 많이 집어넣길 바라고, 둘째로는 어설프고 미숙한 표현들을 더 다듬어서 다시 올려보길 바랍니다.
 
미숙하고 어설픈 부분을 지적하자면 첫연의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부분과 셋째연의 <........그들이 나를보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는 내용이 중첩이고, 시가 나아갈수록 새롭고 긴장이 되어야 하는데 앞에서 묘사한 내용이 다시 나와 긴장이 떨어집니다. 앞 부분의 묘사는 너무 튀고 당돌하니 빠져야 할 것 같습니다.
 
셋째연의 <밤새 뒤척이며 오만가지 우수꽝스런 나의 유희/.......>을 보자면 자기감정 과잉 노출이고, 의미의 중첩이고, 미숙한 표현들입니다. <....오만가지 우수꽝스런....>처자기 잠자는 모습을 자기가 성격을 규명해 설명하는 것은 지금 자신이 자고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으로 이건 논리 모순이고, <유희>라는 단어도 <우수꽝스런> 단어와 의미 중첩이고 또한 잠자는 사람의 모습을 말하는데 적합한 단어가 아닙니다. 하여 이 부분은 전체적인 시 분위기와 내용으로 보아 <밤새 뒤척이는 나의 모습을>정도로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고,
 
그 다음줄에서  <.....과일들이 잠에서 깨어나...> 표현도 이미 앞에서 내가 잠에서 깨어나기 전에 정물들은 내 잠자는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이제 다시 정물들이 깨어난다는게 이상하고요, <3학년2반>도 국민학교인지 중학교인지가 불분명해서 <초등학교>정도로 함이 좋을 듯하고요, 마지막연 첫줄에서 < 내가 잠에서 깨어날 즈음에...>은 내가 앞에서 이미 잠에서 깨어났는데 또 깨어난다고 해서 도대체 내가 잠에서 몇번을 깨어나는지 헛갈릴 정도입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 <....나를 맞이하였다>도 <....나를 맞이한다>로 고치시길 바랍니다. 이상의 지적을 참고해 이 시를 더 재미나게 내용을 보완해 다듬어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성희 님은 시를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대해서 어느정도 감을 잡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니 본격적인 시쓰기에 몰두해 좋은 작품을 건져보라고 권장하고 싶습니다. 이성희 님의 시는 위와같이 웹 창작교실에서 지도받기에는 너무나 한계가 있고 비생산적이 아닐까하는 우려가 됩니다. 아무튼 필자의 의견을 참고해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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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가위 님의 <뉴턴의 말이 옳았네>를 봅시다. 전정가위 님에게 감상평을 해줄 말을 앞에서 다 한 것 같군요.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고 이 소재를 어떻게 접근해 효과적으로 시를 뽑아낼 것인가는 기 실시 창작강의 및 감상평(5)에 아주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중구조 문제, 예로 든 시 등을 잘 한번 읽어보시고 다시 써 보기 바랍니다. 이런 시는 요령만 알면 정말로 감각적으로 눈에 확 띄는 아주 좋은 시를 금세 건질 수 있습니다. 현재 님은 언어를 부리는 걸로 보아 시를 많이 써 본 사람으로 여겨집니다. 기법만 제대로 터득하면 눈부시게 발전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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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강의 및 감상평(14)
 
 
이번 주에 퇴고의 구체적인 요령을 강의하려 하였으나 이건 초보자들에게는 너무 버겁지 않나 여겨지고 또 너무 소상히 이야기하면 상상을 자유롭게 펼치는데 역기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어 뒤로 미룹니다. 대신에 초보자들에게 더 시급한 사안으로 여겨지는 내용을 강의할까 합니다. 그동안 이 게시판에 올라온 독자들의 시를 쭉 살펴보니 자질은 충분히 보이는데 감각에 쉽게 눈을 뜨지 못한 경우가 상당히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여 자기 개성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을 골라 읽는 법을 알려주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필자는 이번 강의로 담당 월 강의를 마치고 두 달 후에 다시 나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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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책을 골라서 어떻게 읽어야 자기 개성개발에 효과적일까요?
 
학창시절에 우리가 문장기술 지침으로 귀가 따갑도록 듣는 내용이 '많이 읽어라, 많이 사색해라, 많이 써 봐라' 이었습니다. 그러면 어떤 책을 읽을까요? 하면 무조건 '고전을 많이 읽어라' 이었습니다. 그러면 고전은 어떤 것이 있나요? 하면 단테의 신곡, 일리아드, 오딧세이, 황무지.....하고 거의 전국 학교 교실에서 동일하게 복창을 해왔던 게 우리나라 독서교육의 실상이 아니었던가 필자는 생각합니다.
 
필자는 이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소수 엘리트 학자들의 지적 과시욕 또는 지적 귀족주의 입장에서 피력한 도서목록이 고전 목록으로 전국 학교에 동일하게 유포되고 강요하다보니 개성개발과 상상력 개발에 역기능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성장과정과 생활여건과 식습관이 다른 전국의 무수한 사람들에게 일부 특수층에서 즐겨먹던 햄버거를 우리 국민들 최고의 음식이다라고 강요하는 식의 독서교육이 얼마나 유효하겠어요? 필자는 불행하게도 위에서 든 목록의 책을 수번 읽어보려 노렸했는데도 재미가 없고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몰라 아직까지 완독하는데 실패했습니다. 그러면 필자는 어떤 책을 읽었을까요?
 
필자가 소중하게 읽었던 책은 중학교 시절에는 만화책, 고등학교 시절에는 김우종, 유안진 에세이, 정목일 수필집, 대학시절에는 신석정 시집, 이문열, 세익스피어, 섬머셋 모옴, 쇼펜하우어, 노장사상, 실존주의 철학 등이었습니다. 이중에서 고전 목록에 든 작품은 세익스피어 하나 뿐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어린이 만화영화, 애니메이션 영화를 아주 즐겨 봅니다. 이건 무얼 의미할까요? 고전은 누구에게나 다 고전이 될 수 없고, 명작도 누구에게나 다 명작이 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어떤 것이 고전이고 명작일까요?
 
필자의 견해로는 그 사람의 감각과 취향에 가장 잘 맞는 책이 그 사람의 고전이고,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이 아무리 고전이고 명작이라고 떠들어도 자기의 감각과 취향에 맞지 않으면 그건 결코 자신에게 크게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자기의 감각과 취향도 책을 읽어 가는 동안에 자꾸 바뀌게 되고 그에 따라 책 선택 방향도 세련되어 가면서 자기 상상력과 개성개발도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면 자기 감각과 취향에 맞는 책을 어떤 방법으로 쉽게 고를 수 있나요?
 
필자의 경험을 들려주는 것으로 이걸 대신할까 합니다. 우선 필자는 소설책 등 산문책을 고를 때에는 그 책을 다 읽고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꼭 처음 두서너 페이지를 한번 읽어보았습니다. 그래서 처음 두 서너 페이지에서 내 눈길을 잡지 못하고 특별한 표현과 내용도 없으면 그 책을 절대 고르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제일 처음부터 내게 싱겁게 다가오는데 그 책이 끝까지 날 감동시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방법은 외국 소설을 고를 때 아주 효과적입니다. 즉 외국 책은 그 책 번역자가 그 책의 모든 면을 절반이상 좌우하지 않나 싶습니다. 하여 아무리 유명한 책도 번역자의 자질이 없으면 그 책의 문학적 수준이 형편없이 추락하기 때문에 우리는 책 몇 장을 읽고서 이를 빨리 간파해 소중한 시간을 절약해야 하는 거죠.
 
둘째로는 시집을 고를 때는 꼭 표제작과 첫 페이지 시를 맨 먼저 읽어보았습니다. 표제작과 첫 페이지 시, 두 번째 페이지 시를 읽어보면 그 시집 전체를 다 읽어보지 않아도 그 수준과 취향을 대충 파악할 수 있지 않나 싶었기 때문입니다. 대다수 시인들이 시집을 낼 때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 표제작과 첫 페이지에 실릴 시를 제일 신경 쓰기 때문에 필자가 평소 잘 알고 있는 시인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 시집을 고를 때 표제작과 첫 페이지 시를 읽어보아 내 감각과 취향,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시집은 절대 고르지 않았습니다. 나의 개성개발을 위해 읽어 내야할 시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그런 시집을 골라 친절을 베풀어 내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러면 이런 책, 이런 시집을 골랐다고 할 때 어떻게 읽는 자가 자기 개성개발에 효과적일까요? 소설을 읽던지 시집을 읽던지 간에 책을 읽을 땐 초보자 시절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 첫 번째 유형은 그 책의 내용에 관심이 많아 그 책의 흥미위주로 책을 읽는 경우이고요, 두 번째는 그 책의 문장표현 들, 즉 '어쩌면 저렇게 아름답고 기막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미적 표현들에 매료되어 읽어 가는 경우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필자는 이 두 가지 유형 중 후자의 유형으로 읽는 사람이 자기 개성개발에 쉽게 눈뜨고 글쟁이로 빨리 성장하지 않나 싶습니다. 즉 미적 표현에 매료되면 더 자극적이고 더 기발한 표현들에 자꾸 관심이 가 그런 책들을 즐겨 찾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러한 방향으로 마약처럼 깊숙이 빠져들지 않나 싶습니다.
 
이상을 종합하면 자기 개성개발에 효과적인 독서법은 자기의 감각과 취향에 맞는 책을 골라 미적 표현에 늘 더 관심을 두고 읽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 아닌가 필자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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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에 올라온 시를 감상해 보도록 합시다.
 
유은선 님의 <첫사랑>을 감상해 봅시다. 유은선 님이 곁에 있다면 뽀뽀라도 해주고 싶군요. 몇 번 지적을 받고 초보자 수준에서 이렇게 필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따라오는 님이 정말 귀엽습니다. 이럴 때 가르치는 사람도 정말 보람을 느끼지요. 유은선 님 예전에 비해 월등하게 잘 썼고, 벌써 감각과 상상력의 깊이까지 겸비했군요.
 
유은선 님은 첫사랑의 속성을 구체적인 소재, 사과 하나에 빗대어 아주 잘 뽑아냈어요.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렇게 빗대어 쓴 시는 비유에 그치면 예쁜 시 정도에 그치지요. 하여, 시의 마지막에 이 시와 관련하여 자기 생각을 한 줄 정도 언급하고 시를 마쳐야  시가 한 단계 상승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시의 마지막 줄을 이렇게 고쳐 보강하는 것이 좋을 듯싶군요. <난 오래 전 숨겨둔 이야기 하나 음미하며/ 이 가을을 또 아름답게 나겠네> 쯤으로요. 그리고 제목이 너무 판에 박은 듯 하고 촌스러워서 <첫사랑에 관하여> 쯤으로 약간 멋을 부리는 겁니다. 이상을 반영해 다같이 이 시를 감상해 보도록 합시다. 정말 한 달만에 이렇게 새로운 시를 쓴 유은선 님!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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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에 관하여
 
                  유은선
 
사르륵사르륵 사과 깎는 소리
어릴 적 들었던 옛날 이야기
술술 풀려 나오는 소리
벗겨지는 껍질 속에서 나는 듣네.
하얗고 탄력 있는 속살의 비밀
둥글둥글 웃음으로 앳된 마음 감추고
섬유질마다 고인 수분 눈물처럼 쏟아 놓는데
한 움큼 베어 문 사과 한 입
노랗게 꿀이 박혔네.
난 오래 전 숨겨둔 이야기 하나 음미하며
이 가을을 또 아름답게 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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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 님의 <하늘아래 나무와 같이>를 감상해 봅시다. 윤주 님은 열심히 쓰고 있는 것 같은데 아직 제 방향을 잡고있지 못하고 있는 것 같군요. 필자가 늘 '구체적이고 매력적인 소재 하나를 골라 상상으로 접근하라, 이었는데 윤주 님은 '하늘 아래 나무....'를 골랐습니다. 하늘 아래 나무들이 얼마나 많고, 하늘아래 나무들이 존재하는 모습들도  또 얼마나 다양하나요? 이렇게 소재를 광범위한 걸로 잡으니까 시 쓰기가 어려워지는 겁니다.
 
하여, 윤주 님은 구체적인 소재 하나를 골라 그 소재를 해석하고 설명하려하지 말고 그 소재의 속성으로 상상, 즉 생각하고 행동해 보시기 바랍니다. 앞에서 감상한 유은선 님의 경우를 잘 한번 살펴보세요. 첫사랑이란 이렇게 추상적인 내용을 사과라는 구체적인 소재를 하나 골라 어떻게 상상을 펼쳤는지를.....윤주 님은 제가 두 달 후에 다시 나타날 테니 그때까지 필자가 내준 소재로 시를 한번 써서 올려보시기 바랍니다. 윤주 님은 현재 시 소재를 어떻게 접근하는지 그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이것만 제대로 알면 시 쓰기가  정말 쉬워짐을 스스로 느끼게 될 겁니다. 윤주 님은 현재 윤주 님이 사는 방과 애인의 얼굴을 시로 그려서 각 한편씩 올리시기 바랍니다. 요점은 필자가 윤주 님의 시만 읽고도 그 모습을 선명히 떠올릴 수 있도록 그리시기 바랍니다. 없으면 가공으로 만들어서라도 그려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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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님의 <오늘을 넘기는 방법>을 한번 감상해 보도록 합시다. 님의 시를 읽고 나니 시를 쓰는 근본에 대해서 한번 생각을 해보고 싶어지는군요. 필자는 시란 기본적으로 감성의 공유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공유라고 생각한다면 독자가 있게 마련이고, 글을 쓴 사람의 품격도 생각해야겠지요. 만약 혼자만의 유희라고 한다면 무슨 말을 못하겠습니까? 시도 그 시절 문화를 즐기는 하나의 매체이어서 그 매체가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인격과 소양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점을 고려하면 님의 시는 어떤 방향을 취해야 할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런 비속어, 쌍소리가 허용되는 것은 풍자시를 쓸 때이고 그것도 그 시절과 환경이 그 시와 충분한 알레고리가 성립할 때입니다. 그것도 시문학사에 기념비적으로 한 두 편이면 족합니다. 현재 우리 문단에 한 두 사람이 이런 비속어, 쌍소리, 저질 언어를 거리낌 없이 구사하며 시를 쓰는 사람이 있는데 이 경우는 다른 사람들 모두는 우리 일상 용어로 대화를 나누며 울고 웃으며 살고 있는데 유독 그 사람만 쌍소리를 해대며 돌아다니는 사람과 똑같은 이치이지요.
 
하여, S.Y 님은 더욱이 초보자가 아닙니까? 어떤 것이 시의 정도인지를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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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문 님의 시 <사랑이란> 시를 감상해 보도록 합시다. 님은 아마 이 창작교실에  처음 방문하지 않나 싶군요. 현재 님에게 해줄 말이 "기 실시 창작강의 (1-10)" 아주 소상히 설명되어 있으니 이걸 프린트해서 처음부터 꼭 읽어본 다음 시를 다시 써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똑 같은 <사랑...>이란 내용으로 시를 썼지만 앞에서 언급했던 유은선 님의 <첫사랑>이란 시와 님의 시가 어떻게 다른 지를 곰곰이 한번 따져보시기 바랍니다. 그 차이가 필자의 창작강의에 이미 다 설명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 시 어투와 관련하여서는 창작강의 및 감상평(9)에 그 문제점을 자세히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걸 참고해 시를 새롭게 써 제 담당 월에 올리시기 바랍니다. 필자는 한 편의 시를 건지는 게 목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개성적인 시를 혼자서도 잘 쓸 수 있을까를 이 강좌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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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본문스크랩] 김영남 시인 인터넷 창작강의 자료 모음|작성자 청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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