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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옛강이로되
2018년 09월 27일 14시 57분  조회:773  추천:0  작성자: 김춘식

      강이 좋아 강이 있는 곳에서 사는 나다. 어려서부터 고기잡이를 즐겼던 나는 봄, 가을에는 강에다 올리발이나 내리발을 놓았고 여름에는 아침저녁으로 낚시질을 다니고 낮에는 반두질을 다녔다. 수영도 너무 좋아해 여름이면 하루도 빠짐없이 강에 나가 한두시간씩 수영을 즐기곤 하였다.

  결혼 후에는 휴일이 되면 쩍하면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강으로 나가 함께 수영도 하고 빨래도 하고 고기잡이도 하면서 반나절씩 즐겼다. 때론 냄비와 양념과 도시락을 사들고 가서 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끓여서 야식을 즐기기도 했는데 바로 이런 것을 두고 천륜지락이라고 하는가부다고 생각하였다.

  바로 이렇게 낚시질을 좋아하고 수영을 좋아하고 강을 좋아하기에 나는 몇 해 전 상지 시내에다 집을 장만할 때 일부러 바로 마이허강변에 있는 곳을 택했다. 한국에서 귀국하면서 나는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공기를 마시며 아파트 에 있는 강에서 낚시질을 하고 낮에는 수영을 하리라 단단히 계획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이 몇 년간 마이허의 수질은 예상과 너무나 달리 변해버렸다. 빗물에 씻긴 싯누런 흙탕물이 아니면 시커먼 도시 폐수물로 강물은 하루도 맑을 때가 없었다. 강변에서 거니노라면 물비린내 대신 악취가 풍겨오는데 그건 오물이 흘러든 강물과 강기슭에 연신 쏟아던지는 쓰레기들에서 풍기는 냄새였다. 오늘 이곳에서는 더는 마음 놓고 민물고기를 먹을 수 없게 되었다.

  강물이 이렇게 흐리고 오염되다보니 강에서는 반두질하는 사람도 수영하는 사람도 빨래하는 사람도 볼 수 없게 되었다. 여인네들이 강가에 모여 앉아 웃음꽃을 피우며 빨래방망이로 빨래를 팡팡 치며 빨래하던 일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벌거숭이 아이들이 엄마들 옆에서 물장구를 치며 노는 모습도 이제는 전혀 볼수 없다. 강은 옛강이로되 강물은 옛날 강물처럼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유혹하는 깨끗한 강물이 아니다. 물 밑까지 환히 들여다보이고 지느러미를 하느작거리며 헤엄치는 물고기가 환히 보이는 그런 강물이 아니다. 강은 생명수라 하였지만 지금은 그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이렇게 오염된 강이지만 강에는 수많은 고기그물이 널려있다. 물고기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쳐놓은 고기그물들이다. 그물의 눈은 이제 작다 못해 모기장이나 방충망한데 손톱만한 고기새끼면 빠져나갈 수 있으랴. 그러니 과연 물고기씨를 말리지나 않겠는지 모른다. 자연수역에서의 '금어기(禁渔期)'를 정해놓았건만 정작 아무도 따르지 않는다. 관자는 "강과 바다가 아무리 너르다고 하더라도 호수와 늪이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고기와 자라가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배와 그물은 마음에 그 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천하의 자원은 무한하지 않으니 포획하는 자들이 적당한 기획을 잡아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오염된 강물로, 물고기가 없는 강물로, 자주자주 흐름이 끊기는 말라가는 강물로 사람들은 점점 강을 멀리하고있다. 따라서 지금 아이들은 강에서 수영할 줄을 모르고 낚시질 할 줄을 모르며 강에 대한 애착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 스스로 바른 생태의식과 환경의식을 키워가면서 환경을 보호하고 생태를 지키는 이로 되어 맑은 강을, 물고기 우글거리는 강을 되찾아야 한다. 저 멀리 남방에서 강남 물의 고향을 되찾기에 애쓰듯 우리도 어미지향을 되찾기에 힘써야 한다. 과연 그날이 얼마나 멀까? 강만 보면 친근하게 느껴지던 시대가 그립다. 강가에 집이 있는 사람이 행복하던 시대가 또 올까?

흑룡강신문 2018.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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