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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가 한돐이 다 되도록 바로 걸지 못해 집식구들은 퍼그나 속을 태웠다. 뒤집 손녀는 돐이 되기 썩 전부터 걸어다녔는데. 그래서 나는 말했다
“조급해 하지 마, 때가 되면 어련히 걷지 않을라구”
과연 손자는 돐이 지난 두달 후부터 걸음마를 타기 시작하더니 넉달째인 지금은 걸음이 얼마나 빠른지 길을 나서면 달리다 싶이 하여 주야로 따라 다니며 돌보는 제 할머니를 힘들게 한다.
육아는 기다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어른들의 역할은 기다려 주는 것. 아이의 힘을 믿고, 개입하지 않으며 지켜 보는 기다림이다. 기다림이란 어떤 문제를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닌 시간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다.
일찍 피는 꽃이 있으가 하면 늦게 피는 꽃도 있다. 애들의 성장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뒤늦게 인생이 개화되는 애들을 보게 된다. 어려서는 그렇게 속을 썩이다가 뒤늦게 공부에 재미를 붙여 인생을 바꾸는 그런 자녀들도 있다. 하기에 애를 키움에 있어서 절대로 조급증을 삼가해야 한다. 사람이건 물건이건 일이건 모두 때가 있고 기다림이 필요하다. 애들도 기다려 주어야 성장하고 기다려 주어야 성숙이 가능하다. 천지분간을 못하던 아기가 어느새 지혜와 열정으로 가득한 성인으로 자라기까지 기다려주는 것, 기다림이야 말로 어른이 지닐 미덕이다. 애들이 온전할 때까지 참아주는 것, 제 몫을 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사랑, 그것이 바로 바른 사랑이 아닐가 싶다.
조금만 시간이 지연되면 락심하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다. 철부지 자식이 스스로 깨닫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아니라 너무 성급하게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설사 지체되더라도 믿고 기다려준다면 저절로 일어나서 나아갈 신심이 생기겠는데도 말이다. 자식의 내면에 스스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부모들은 자식의 그런 점을 알지 못하고 또한 믿어주지 못하고 그리고 기다려주지 못해서 항상 닥달하고 꾸짖기 만 한다.
인생은 기다림으로 완성된다. 이런 의미에서 그 누구나 성장의 필요한 조건은 다름아닌 기다려 주는 것이다.
길림신문 201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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