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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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중국문화의 다양성
2006년 03월 07일 00시 00분  조회:6420  추천:56  작성자: 황유복
중국문화의 다양성



중국과 ‘중국인’을 공부하기 위해 중국대륙을 여행해본 사람들은 중국문화의 다양성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어쩌면 땅이 넓고 인구가 많은 큰 나라에서 다양성은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다양성은 미국의 그것과 다르다. 소수의 인디언 원주민을 제외한다면 미국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모여든 이민들로 구성된 ‘이민대국’이다. 따라서 미국문화의 다양성은 ‘와스프(WASP-백색 영국계 개신교도)’문화를 중심으로 하고 세계의 여러 인종과 민족들의 문화가 섞여서 만들어지는 ‘샐러드 보울(Salad bowl)’식의 문화로 대표된다.

중국문화의 경우는 55개 소수민족의 문화를 계산하지 않더라도 한(漢)족이라는 ‘단일민족’ 문화 속의 다양성만으로도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할 때가 많다.
내가 대학에 처음 입학했을 때의 일이다. 그때 우리 클라스 정원은 60명이었는데 한족이 52명, 소수민족 출신이 8명이었다. 소수민족이라고 해도 만족, 회족 등 자기 민족언어가 따로 없는 민족이었고, 나 혼자만 대학 입학 전 소수민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었다. 처음 나는 중국어가 너무 서툴어 남들을 따라갈 수 있겠는가를 걱정했다. 그런데 중국의 동서남북에서 모여온 학우들이 서로의 악센트에 익숙해지고 상대방의 말을 별 어려움이 없이 알아듣게 되기까지는 한 학기라는 시간이 걸렸다. 나도 그 시간을 이용하여 열심히 북경말을 배웠기 때문에 남들이 눈치 채기 전에 북경 출신 학생들 다음으로 중국어(북경말)를 유창하게 하는 학생이 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중국에는 수많은 지역 방언들이 난립해 있다. 다 같은 중국어(漢語)이지만 한국의 영남, 호남 정도의 차이가 아니고 타 지역 사람들이 완전히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

음식문화도 마찬가지이다. “비행기를 빼고는 날아다니는 모든 것을, 배를 빼고는 물에서 헤엄치는 모든 것을, 상(床)을 빼고 뭍에서 네발 가진 모든 것을 먹는”다고 자랑하는 중국이야말로 ‘음식문화의 천국’이라 할 수 있다.

산초와 고추를 조미료로 사용하여 혀끝이 아리고 매운 사천요리, 단 맛을 돋보이게 하는 상해요리, 지독하게 매운 맛을 자랑하는 호북, 호남요리, 파를 많이 사용하는 산동, 북경요리, 생선 중심의 광동요리와 양고기 중심의 서북요리……지역에 따른 다양한 맛의 요리들이 있다. 그런데 그러한 지역별 음식들의 맛 차이가 너무 커 ‘단일민족’의 음식이 과연 이럴 수 있나 의심할 정도이다.

나는 식성이 까다롭지 않아 어디 가서든 음식을 별로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나를 울게 한 음식들은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다. 광서 유주(柳州)부근 농가에서 주인이 올챙이가 둥 둥 떠있는 쌀죽을 대접했을 때 쩔쩔 맨 적이 있다. 또 호북성의 어느 시골서 어린이들이 고추를 과일처럼 먹고 있어 나도 따라 흉내 내다가 너무나 매워 눈물을 짰던 일도 있다. 중국의 음식문화를 체험하면 할수록 다양성에 놀라게 된다.

체질인류학이나 문화인류학의 시각에서 봤을 때도 중국인(漢族)이나 그들의 문화는 다양하다.

우선 남방의 한족들은 체질인류학적으로 따지면 ‘인도네시안 말레이(Indonesian malay)’계열이고, 북방 한족은 ‘아시아티크 몽고로이드(Asiatic mongoloid)’계열이다. 북방인은 보편적으로 키가 크고 체질이 강한 대신 사유방식이 간단하고 순박하며 어려운 생활환경에의 적응성이 강하다. 그에 비해 남방인은 체구가 왜소하고 두뇌가 발달되었으며 안일한 생활을 좋아하고 상인(商人)적인 기질이 강하다.

남방인들도 지역에 따라 또 다르다. 임어당(林語堂)에 따르면 양자강하류 사람들은 문학가기질과 상인기질이 강하고, 광동인들은 성미가 급하고 모험을 좋아하고 개척정신이 강하며, 호북인들은 음모술수에 능하다고 한다.

정치인들에 의해 부추겨지는 지역감정만 빼면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지역문화의 차이를 거의 감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서울을 다녀온 중국인이 한국을 보고 왔다고 한다면 적어도 50%의 신빙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경을 다녀간 한국인이 중국을 보고 왔다고 한다면 10%정도의 신빙성이 있다고도 평가하기 어렵다.

중국과 중국인을 잘 이해하려면 우선 중국문화의 다양성을 파악해야 한다.

2002.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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