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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과 마음의 눈금을 맞춰라
2009년 05월 16일 15시 53분  조회:1920  추천:0  작성자: 방룡남

어떤 일에서 상대방과 마음을 함께 하지 못하거나 지어는 반목하게 되는 것은 흔히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자세를 갖추지 못하고 자기의 입장으로 타인을 확인하고 힐난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자기의 정당성을 내세우거나 자기의 판단에 절대적인 정확성을 부여하거나 혹은 자기 우월감에서 정도 이상으로 상대방을 동정하다 보면 쉽게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거나 심기를 크게 건드릴 수 있다. 상대방과 마음의 눈금을 맞추는 책략에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상대방더러 나의 마음과 눈금을 맞추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상대방의 마음과 눈금을 맞추는 것이다.
당헌종(唐宪宗)이 유종원(柳宗元)과 유우석(劉禹锡)을 상경하도록 하고는 얼마 뒤에 유종원을 유주(柳州) 자사(刺史)로, 유우석을 파주(播州) 자사로 파견하려 하였다. 유종원이 나서서 유우석은 모친을 봉양해야 하니 자기를 멀고 가난한 지방인 파주에 파견할 것을 황제에게 간하였다. 그러나 황제는 그의 청탁을 윤허하지 않았다. 이때 재상 배도(裴度)가 한발 나서며 아뢰었다.
<<유우석은 과연 우로 늙으신 모친을 봉양해야 하나이다.>>
<<짐이 그를 파주로 파견하려 하거늘 그의 모친을 상관할 바가 아니로다.>>
황제의 말에 배도가 다시 간하기를
<<폐하께서도 지금 태후를 봉양하고 계신 몸이니 그런 말씀을 하심이 가당하지 않은가 하옵니다.>>
그 말에 황제는 마음에 크게 부끄러움이 있어 유우석을 유주자사로 파견하였다.
배도가 지고무상의 황제를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는 <<추인치기술(推人置己術)>>, 즉 자기의 처지와 같은 상대방의 심사를 건드려 나의 마음과 눈금을 맞추게 하였기 때문이었다. 태후를 봉양하는 황제의 마음에 호소하여 모친을 봉양하는 유우석을 동정하게 하였던 것이다.
왕씨는 한창 사업에서 성공할 즈음에 회사의 상급주관으로부터 지방으로 내려가라는 지령을 받게 되었다. 그는 그냥 깊은 골짜기에 굴러 떨어진 듯한 아픔에 동료들의 위안의 말조차 귀찮았고 지어는 비웃음으로 느껴졌다. 이때 한 사무실의 진씨가 그를 보고 말했다.
<<왕형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저는 오늘과 같은 성적을 낼 수 없었을 겁니다. 이제 왕형이 떠나면 저는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진씨의 말은 그에게 큰 위안이 되었고 상처를 입었던 마음도 개운해 졌다. 그는 도리어 진씨를 위안하고 격려하였다.
<<아니야. 자네는 벌써 독립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어. 회사에서 나를 지방에 파견하는 것은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이지. 자네도 한번 본때 있게 해보게나...>>
진씨가 왕씨의 상처 입은 마음을 위안하고 구겨진 기분을 돌려세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사람의 환심을 살 수 있는 <<추기치인술(推己置人術)>>, 즉 자기를 낮추어 상대방의 마음과 눈금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타인이 곤경에 처했을 때 그냥 자기는 행운자라는 태도로 타인을 위안한다면 타인은 위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큰 상처를 받거나 그에게 반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에 반하여 자기를 위안 받아야 할 위치에 세우거나 그런 정서를 곤경에서 절망을 느끼는 상대방한테 전달하면 정면위안이 거둘 수 없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상대방은 눈앞의 불행한 자를 두고 마음을 정리하고 책임감을 새삼스럽게 느끼고 다시 분발할 수 있는 것이다.
요한의 회사는 한창 급성장을 하던 좋은 시기에 갑자기 뜻밖의 사건으로 하여 파산의 변두리에 곤두박질쳤다. 요한은 집에 틀어박혀 눈물콧물로 나날을 보냈다. 모진 어려움을 이겨내며 이룩한 20년의 창업이 하루아침에 물먹은 모래성이 되었으니 어찌 절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는 정신공황이 들어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았다. 그저 자살하려는 생각만 불쑥불쑥 가슴에 북받쳐 올랐다. 그의 아내도 처음에는 요한과 함께 가슴을 에이는 비통 속에서 울음으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요한이 아무런 회생의 희망도 가지지 못하자 자기가 용기를 낼 때라는 것을 자각하였다. 물에 빠진 놈은 지푸라기도 잡는다는데 그냥 둘이 다 맥을 버리면 이 가정은 구멍난 쪽배처럼 바다 밑으로 침몰되고 말 것이었다. 그녀는 요한을 여러 가지로 위안하면서 모든 걸 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고무하였다. 그러나 요한은 전혀 듣지 못하기라도 한 듯 그냥 절망의 바다에서 표류하고 있었다. 정면위안이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하자 그녀는 마음에 깨달음이 있었다. 동정과 위안은 아무런 힘도 되지 않고 도리어 그의 아픔 마음만 자극할 뿐이었다. 그녀는 요한의 곁에 앉아 대성통곡하면 서 하소연했다. 당신의 회사가 파산되면 우리 이 가정은 어찌하느냐, 두 아이들의 학비는 어떻게 대겠느냐, 그 애들의 앞날을 누가 담보해주느냐... 숨이 넘어갈 듯이 통곡하면서 애간장을 끓이는 아내를 본 요한은 차츰 망망한 절망의 바다에서 헤엄쳐 나오기 시작하였다. 세대주고 사나이라는 생각과 함께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 가슴을 두드렸던 것이다. 그것이 그 자신만의 불행이 아니라 가정의 모든 성원들에게 떨어진 불행인 것이었다. 그 불행을 이겨내고 이 가정을 살릴 수 있는 힘과 책임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자각하였다. 마음이 정리된 요한은 금방 절망에서 뛰쳐나와 아내를 위안하면서 꼭 성공하고야 말겠다고 맹세했다. 그는 끝내 성공하고 회사를 다시 성장시키고야 말았다. 아내는 요한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보아하니 불행을 당한 사람한테 위안을 받아야 할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더 바람직하네요.>>
서로의 마음을 읽어 눈금을 맞추는 <<추인치기술>>이나 <<추기치인술>>은 역시 대인관계에서 영원히 실패할 줄 모르는 전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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