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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을 뛰쳐나오는 개구리들
2009년 05월 16일 13시 52분  조회:1704  추천:0  작성자: 방룡남

어느 일요일날, 동창생 몇몇이 북경 동물원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전에 손을 씻는데 사람들이 손을 들이밀기만 하면 수도꼭지에서 저절로 물이 흘러나왔다. 한 친구가 신기하게 생각하며 두손을 들이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물이 흐르지 않았다. 그 친구가 재차 손을 들이댔으나 역시 수도꼭지는 벙어리가 된듯 싶었다. 이때 누군가 웃으면서 너는 촌놈이여서 봉사하지 않는거라고 악의없는 놀림을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수도꼭지에서 물이 세차게 뿜어나왔다. 삽시에 그 친구는 얼굴에 물벼락을 맞고 옷까지 화락하게 젖어버렸다. 그가 어망결에 발로 딛게 만든 수문을 밟았던것이다.
지금도 우리는 반갑게 만나면 그때의 일을 악의없이 놀려주는걸 잊지 않는다. 오늘 그것이 인생의 철학적 사색마저 불러일으키는것이 흥미롭다.
사실 그 친구뿐만 아니라 닫힌 공간에서 풀려나와 사회의 요청으로 시대에 선택된 인간에게는 누구나 다 그런 신변체험이 한두가지가 아닐것이다. 감회깊은것은 그런 신변체험에 대해 철학적사색을 할수 있다는것, 풀어말하면 닫힌 공간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고 사회의 요청으로 시대에 선택되였다는 다행스러움과 인생을 승화시키는 정신적독방을 마련했다는 자부감이다.
닫힌 공간이라고 하면 삶의 질변이나 승화가 있을수 없거나 거의 없는 공간일것이다. 주어진 자연적인 생존공간에서 고정불변적인 생물과정 즉 어제, 오늘, 래일이 무의미한 반복만 거듭하는 순 소비적인 인생에 지치고 변질되는 그런 공간일것이다.
<<우물안의 개구리>>가 우물을 뛰쳐나와 안도의 숨을 몰아쉴 때 세계적인 속도와 절주는 <<지구촌의 개구리>>라는 속담을 현실화시키고 있었다. 이런 세계적인 속도와 절주의 도전속에서 개체의 사회화는 문화적인 신변정리와 함께 일생의 과업으로 제기되고 있는것이다.
산업화, 상업화로 특징된 도시적 삶의 질서가 사회발전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적자생존의 경쟁의식이 원시적인 자연경제에 안주하여 그런대로 불안한 평온을 유지하여오던 농촌에 여지없는 충격파를 주었다. 생산성문화의 퇴화 내지 답보, 생활문화의 고갈 내지 빈혈증으로 질병을 앓고있는 변질된 삶의 현장에서 <<탈가도주>>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져 황페화되여가는 농촌현실은 이미 사회적 관심을 모으는 과제로 되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12억에 9억이 농민이였던 농경사회가 갑자기 산업화, 상업화를 특징으로 하는 도시사회로 탈태환골하였다는 사회의 질적변화때문만이 아니다. 물론 사회의 이런 질적변화로 하여 농촌의 많은 잉여로력이 도시로 흘러드는것이 주되는 흐름이기도 하다. 농업생산문화의 발전은 최대한의 기계화실현과 로력의 최적화를 요청하기마련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발전의 필연성을 말할뿐이지 아직 농업생산문화의 현실변화를 의미하지는 못한다.
그에 반하여 자기는 화려하고 안락한 문화생활에 몸담그고 있는 재정로임팀들이 농민들의 질고와 어려움에 대해서는 눈을 감거나 아예 외면하면서도 짐짓 농민들의 운명을 관심하고 황페화되는 농촌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는체 하는 트림질에 대한 반발이라고 해야 옳을것이다. 원시적인 자연경제에 안주하여 변질된 삶을 살아가다가 그대로 그냥 인생도태를 당하기보다는 낯선 곳이래도 현대절주에 몸담그고 령으로부터 시작하는것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실 사그러져가는 문화생활과 앞서가지 못하는 교육시설 내지 조치는 굶어죽어도 자식만은 공부시키던 전통적 미덕조차 고갈의 낭떠러지에 밀어냈으니 그들에게 인생의 질변과 상승이란 도대체 무엇일가. 하물며 짐승은 골로 오르고 인간은 버덕으로 내린다 하지 않았던가.
농촌의 이와 같은 실태에 많은 지성인들이 불안과 우려, 심지어 가속화될수 있는 민족동화에 위기감을 표시하고 있다.
물론 민족의 집거가 <<동화연장법>>의 기본의 하나라고 할수 있겠다. 민족의 집단거주는 그 민족의 언어, 풍습, 인정세태 등을 망라한 문화권을 그대로 잘 보존해 줄수 있기 때문이다. 산재지역의 40대 심지어는 50대까지도 벌써 민족의 대오에서 떨어져 나가고 있음을 우리는 보고있다. 우리가 중국특색이 있는 조선족문화를 운운하고 있지만 그것이 현실적인 민족의 집단문화를 떠나서는 아무런 시대적가치도 없다. 한 민족이 현실적으로 이미 집단문화 내지 문화권을 상실하였다면 그 민족의 문화란 사실상 벌써 생명력 내지 재생력조차 상실한 전통문화의 잔재에 다름아니다.
그러나 집단거주가 민족동화의 기본적인 연장법이래도 우리는 그 집거지가 오늘의 현대절주 내지 삶의 현장에서 어떤 위상을 가지고 있는가를 감안하지 않을수 없다.
그것이 주어진 자연적인 생존공간에서 자연생장적이고 고정불변적인 생물과정, 즉 정신의 움직임이 없이 그냥 어제, 오늘, 래일이 무의미한 반복만 거듭하는 자연적이고 순 소비적인 인생에 지치고 변질되는, 그런 닫힌 공간이라면 그 민족은 동화에 앞서 벌써 도태당하고마는 운명일수밖에 없다.
적자생존의 치렬한 경쟁속에서 한 민족이 생존하려면 세계적인 속도와 절주에 도전하지 않을수 없다. 그만큼 문화권형성과 동보로 문화적신변정리에 따르는 삶의 질적 상승 내지 끈질긴 생명력과 자활력을 꾀하지 않으면 안되는것이다.
기어이 기성도시인도 어제는 도시진출을 했었다는걸 꼬집을 필요가 있을가.
그 이상의 상승이 있을수 없거나 심지어는 삶의 변질까지를 어쩔수 없는 질곡에서 벗어나려는 자체가 벌써 전진적인 삶의 자세요 끈질긴 생명력이다. 거기에 또 도시문화속에 민족의식의 뿌리를 박고 키워가려는 정신적 움직임까지 있다면 그것은 개인적인 목적추구를 넘어서 벌써 민족의 근원적인 목적추구와 직결되는 비장한 움직임이 아닐수 없다.
생명력이 넘치는 삶의 광장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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