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홍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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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속의 그대
2018년 05월 10일 09시 14분  조회:1377  추천:0  작성자: 방홍국
빌딩속에 그대
 
빌딩속을 날으는 제비
빌딩속을 흐르는 냇물
빌딩속에 피여난 들꽃
빌딩속에 팔벌린 나무
그리고 빌딩속을 노니는 그대
 
빌딩속 노는 자리에
밭을 일구어 채소를 심는 이웃집 할머니
강변에서 하루 2천번 仰卧起坐하시는
사경에서 돌아 오셨다는 할아버지
운동장에서 뽈을 차는 아이들
버스에서 로인에게 자리를 내여주는 젊은이
유치원 문앞에서 빠이빠이 하는 어린 딸과 아버지
커다란 사연을 머리에 이고 가는 아줌마
총총총 이어폰 끼고 출근하는 청년
드르륵 문을 열어 제끼는 가게 사장님
그리고 새로운 만남을 위해 엑셀을 밟는 그대
 
날마다 옷 갈아 입는 녀자들
철마다 새물건 내여 놓는 매대
새롭게 단장한 공원 산책길
화사하게 허리띠 두른 새아파트 단지
오밀조밀 연지곤지 찍고 길량켠에 줄느런한 상가들
그리고 새로운 메뉴를 위해 앞치마를 찔끈 동이는 그대
 
창가 테이블에 앉아 잔을 드는 동창들
조선 처녀들의 경쾌한 음악에 춤을 추는 친구들
커피솝 큰테이블에 도란도란 독서회 회원들
고려원 큰방에서 윤동주를 노래하는 시인들
국자가에 넘쳐 날듯 흘러가는 불빛의 흐름과
그리고 밤늦도록 사이트에 래일을 올리는 그대
 
누구는 사람이 싫어 빌딩이 싫다지만
빌딩이 싫어서 산에 간다지만
어우러져 살다보면 부딪힐때도 버성길때도 있겠지만
함께여서 얻는 우정과 격려와 나눔의 희열에 비하면야
여름 산길에 가끔 얼굴에 씌우는 거미줄이요
겨우내 담근 된장우에 살짝 앉은 곰팡이이라며
산도 좋아하고 물도 좋아하고
유난히 사람을 좋아하는 그대
 
빌딩사이에 내리는 달빛
그속을 逍遥하는 그대
그리고 우리
 
2018년 5월8일 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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