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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J형에게,신묘년 새해 인사에 붙여
2011년 01월 03일 21시 50분  조회:3690  추천:34  작성자: 곽승지
J형에게, 신묘년 새해 인사에 붙여



곽승지 연합뉴스 영문북한팀장/정치학박사




J형! 다시 한해가 저물어가고 사람들은 습관처럼 새해맞이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누구는 아쉬움 속에 한해를 돌아보며 새해에는 더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마음을 다잡는가 하면 누구는 입가에 미소 지으며 새해에 이루려는 또 다른 계획들을 글로 적어 책상머리에 붙여놓습니다.

연말연시가 되면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연례 의식과도 같은 이런 일들에 우리들은 너무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냥 지나치면 뭔가 허전하고 마치 새해를 맞는 사람의 올바른 자세가 아닌 양 스스로 위축되기도 하지요.

저 또한 새해맞이를 위해 황망한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J형에게 편지를 씁니다. 느닷없이 쓰는 편지여서 어색하기도 하지만 J형이 당황스러워하지는 않을까 저어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편지가 J형과의 소통을 늘리는 또 하나의 방식이 되기를 바라며 J형에 대한 연민의 마음을 담아 2011년 신묘년(辛卯年) 새해 인사를 전합니다.

J형! 어느 시인은 세월은 가고 오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세월은 그저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지요. 사람들이 편의를 위해 세월에 경계를 그어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구분하고 가는 해와 오는 해를 나누어 놓았지요. 인위적인 것이지만 그래도 편리한 규칙이 있어 사람들은 세월을 가늠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게 됐습니다.

그렇게 가늠해 보면 제가 J형과 인연을 맺은 지도 어느덧 10여 성상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 세월을 보낸 지금에 이르러서야 J형이 한국사회에서 또는 한국사람과의 관계에서 겪었던 힘들고 아픈 날들을 짐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송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인생 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말하며 위로한들 J형의 마음속에 맺힌 응어리가 쉽게 풀리지는 않겠지요.

그래도 오늘은 용기를 내어 J형이 새해에는 지난 세월에 겪었던 아픔은 물론 그로 인한 원망마저도 모두 내려놓음으로써 의연하게 세월의 굴레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말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J형이 조상 대대로 이어온 백의민족의 선함과 연변의 푸른 하늘보다 투명하고 순수한 성정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려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J형이 행복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자 합니다. J형! 저는 당신이 겪은 아픔을 이해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픈 과거로부터 벗어나지 않는 한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습니다. J형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그 아픔을 이겨내고 상대에 대한 원망을 거두어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행복은 마음의 문제인 동시에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J형이 한국사회는 물론 한국사람과 보다 좋은 관계를 맺기 바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한민족이 겪은 슬픈 역사로 말미암아 오랜 기간 떨어져 다른 제도와 문화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은 지난 역사의 결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모든 문제는 우리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능히 극복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힘을 합해 우리들의 좋은 관계맺기를 방해하는 문제들을 해결함으로써 다시 한민족으로 거듭나야만 합니다.

그리고 J형이 보다 밝고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흔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현재를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과거와 미래가 아니라 무엇보다 현재가 중요하다는데 동의합니다. 그런데 인간은 미래지향적 동물입니다. 현재가 중요하다고 하여 현재에 안주하라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지요. 과거와 현재를 넘어 미래로 나아갈 때 더 큰 행복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월의 굴레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기실 어느 누구도 과거의 흔적을 온전히 지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과거에 겪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것은 용서를 통해 가능합니다. 자기 자신을 포함해 자신을 힘들게 한 모든 사람들을 용서하고 그와 관련된 사회적 현상까지도 받아들임으로써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레드 러스킨이 말한 것처럼 용서는 과거를 받아들이면서도 미래를 향해 움직일 수 있도록 새로운 열쇠를 제공할 테니까요.

J형! 새해를 맞이하여 더 큰 용기로 과거의 모든 것을 용서하고 세상에 대한 원망을 거두세요. 과거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영혼의 자유를 만끽하세요.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더 큰 행복을 찾아 미래를 준비하기를 바랍니다. 용기있는 자만이 용서할 수 있고 또 진정한 미래의 주인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였으면 좋겠습니다.

J형! 신묘년 새해에는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당신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당신 앞에 놓인 산적한 과제를 생각하면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못지않게 미래를 준비하는 것 역시 힘겨운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 시작하는 것이 가장 빠른 시작이듯 이제는 생각이 아니라 구체적 행동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혹여 무엇을 먼저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저는 J형이 중국동포 사회의 지도자가 되어 앞장서 그들을 이끌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렵니다. 지도자 없는 대중은 불행하니까요.

2011년 새해에는 J형이 보다 많은 꿈을 꾸고 그 모든 꿈이 이루어지는 특별한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동북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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