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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사회는 당신의 리더쉽을 원합니다
2009년 11월 12일 08시 37분  조회:3467  추천:67  작성자: 곽승지

조선족사회는 당신의 리더쉽을 원합니다

곽승지


1. 왜 지도자가 필요 한가

- 우리의 모습이 제각각이듯이 사람마다 삶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다릅니다. 누구는 작은 일에도 만족하며 즐겁게 살아가는가 하면 어떤 이는 세상만사 모든 것을 귀찮아하며 온통 불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누구는 가난하지만 베풀면서 살아가는가 하면 어떤 이는 부유하게 살면서도 인색하기 그지없습니다. 삶의 모습이 이렇듯 다양한 것은 사람들의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세상을 보는 시각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 개인적 차이 때문만은 아닙니다. 사회적 현상도 우리의 삶에 대한 태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과거와 비교할 때 현대인들이 더 복잡하고 각박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한 예입니다. 물질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오늘날은 필연적으로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주의를 부추깁니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환경은 필경 타인을 배려하거나 전체를 생각하게 하기보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따져 세상을 바라보게 합니다. 이럴 경우 여유롭게 주위를 둘러보기 보다는 눈앞의 이익에 연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21세기 정보시대에는 무엇보다 박애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주위의 이웃들을 돌아보며 그들과 함께 사랑을 가꾸어 가지 않는다면 21세기가 그 어느 시대보다 각박하고 삭막한 세상이 될 것이라는 말이지요.

-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좋든 싫든 주위에 있는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야하는 운명을 타고 낳습니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행복해야만 합니다. 역으로 내가 행복하여야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행복해 지겠지요. 따라서 인간은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를 망각하면 자신은 물론 주위의 모든 사람이 불행해 지니까요.

-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 분명한 사실을 쉽게 망각한다는데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까요. 어떻게 하면 각박하고 삭막한 세상에 사랑이 넘쳐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우리들 스스로가 자각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의 이치에 눈떠야 합니다. 스스로 못한다면 올바른 삶의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인도해줄 누군가를 찾아야 합니다. 우리는 그 누군가를 가리켜 리더(지도자)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진정한 지도자를 애타게 원하는 것은 바로 우리 모두의 행복한 삶을 이끌어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2. 누가 지도자인가

- 저는 한때 조선족사회의 미래를 생각하며 지도자 없음을 한탄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지도자 없음을 탓할 시간적 여유가 없음을 직시하며 혁혁한 지도자가 나올 때까지 당분간 조선족동포 모두가 지도자 후보가 되어 지도자와 같은 역할을 하자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 그런데 지도자의 역할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훌륭한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도자는 이러이러해야한다고 정해져 있지도 않습니다. 단지 지도자는 이러이러하면 좋겠다는 정도의 바람직한 지도자상에 대해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말하자면 우리 모두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 스스로 지도자 후보가 되기로 마음먹는다면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도자감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지도자로서의 마음가짐과 그것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따름입니다.

- 또 지도자의 범주도 다양합니다. 국가적‧민족적 차원의 지도자가 있는가 하면 작은 집단의 지도자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도자라는 말에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소임을 다하며 그들과 함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지도자의 반열에 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당신도 지도자가 될 수 있습니다. 지도자 역할의 막중함 때문에 스스로 위축되어 자신을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도자로서의 자격이 아니라 지도자로서의 자세이기 때문입니다.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어도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면 지도자로서 존경받을 수 없습니다. 자세란 마음가짐을 말합니다. 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외면하지 않고 그 소임을 다하려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당신은 이미 훌륭한 지도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3. 지도자에게는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

- 그러면 지도자는 어떤 자질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요. 지도자는 우선 세상에 대해 더 많은 애정을 가져야 합니다.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음을 인정하고 세상을 보다 아름답고 가치있게 만들어가려는 긍정적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역사의 발전은 사람들의 긍정적 힘이 가져온 결과임을 직시해야 합니다. 지도자는 현재보다는 미래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미래지향적 사고를 통해 현실의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보다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꿈과 희망, 또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지도자가 해야 할 중요한 일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지도자는 또 자신보다 타인을 위해 더 많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라 이타적인 존재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지도자로 추앙해온 사람이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급급한 상황을 접하면 더 없이 슬퍼지는 것도 지도자에게서 이타적인 행동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를 더 보탠다면, 소통의 기술을 들 수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요하여 이룰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아무리 힘이 세다고 해도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고 또 배려하여 함께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상대의 주장에 귀 기울이면서 동시에 상대를 설득할 줄 아는 소통의 기술을 지녀야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있습니다.

- 지도자로 살아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오늘날 지도자 부재를 말하는 것은 지도자적 자질을 가진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도자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어 그 길을 가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돌아보면 우리 주변에는 지도자연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만 믿고 따를 만한 진정한 지도자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조선족사회에 지도자가 없다고 말하는 것도 평가하고 따를만한 훌륭한 지도자가 없다는 말이지요.

- 지도자는 다수의 사람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 합니다. 그래서 지도자는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대중의 희로애락 속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지도자는 대중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그들과 함께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파트너쉽). 또 대중을 하나의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받들어 섬겨야 합니다(서번트쉽). 이런 일은 나를 드러내지 않고 스스로를 낮추어야만 가능합니다. 대중에 대한 사랑과 자기희생이 전제되어야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 과거 권위적이고 수직적 사회에서 지도자는 대중 앞에 서서 이들을 이끌어가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과거의 지도자는 권력과 권위의 상징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탈권위적이고 수평적 사회인 오늘날 지도자는 옆에서 도와주고 뒤에서 미는 역할을 하여야 합니다. 당연히 권력과 권위보다는 화합과 소통의 상징이 되어야 합니다. 21세기 정보시대가 가져온 새로운 시대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1세기의 가장 두드러진 현상으로 흔히 탈권위주의를 말합니다. 탈권위주의란 정보와 권력이 소수의 특권층이 아니라 다수의 일반 대중에게 있음을 말합니다. 이에 따라 오늘날에는 대중이 지도자에게 힘을 부여하게 됩니다. 과거의 지도자는 혼자 여러 가지 일을 했지만 오늘날의 지도자에게는 세속적 힘이 없기 때문에 여러 사람의 힘과 지혜를 모아 그들과 함께 하나하나 차근차근 일해 나가야 합니다.

- 오늘날을 정보시대 및 소통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정보시대는 정보가 넘치는 세상일 뿐 아니라 정보가 중요한 세상임을 말하며, 소통의 시대는 소통이 원활히 될 수 있는 세상일 뿐 아니라 소통하는 것이 필요함을 말합니다. 1차적 정보는 상식에서 시작됩니다. 상대를 포용해야만 소통할 수 있습니다. 소통이 중요한 만큼 오늘날의 지도자에게는 소통의 수단으로서 컴뮤니케이션(대화)의 능력이 특별히 요구됩니다. 아울러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대한 책임감이 있어야 합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안철수 교수가 지도자의 모델로 제시한 A형인재의 덕목으로 전문성 및 상식과 포용력에 컴뮤니케이션을 포함시킨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겁니다. 저는 오늘날의 지도자상으로 A형인재에 비전(꿈/ 희망/ 꿈너머꿈)을 더하고 싶습니다. 현재를 너머 미래를 지향하여야 현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으며 그러한 비전을 통해 대중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4. 역사 속에서 보는 지도자 상

- 지도자의 이런 덕목은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혁혁한 지도자들의 삶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초대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대의를 위해 개인적 욕심을 과감하게 떨쳐버린, 이타적 대승적 위인으로 불립니다. 영국식민지 상태에서 미국을 건국한 후 초대 대통령이 된 워싱턴은 대통령을 연임한 후 주변의 강력한 권유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남으로써 미국정치사에서 단지 연임만 허용하는 미국 민주주의의 전통을 만들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흑인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과 현 미국대통령 버락 오바마로부터 우리는 지도자 개인의 꿈이 집단적 꿈으로 승화되어 꿈이 아닌 현실이 되는 현상을 목도하였습니다. 킹은 1960년대 초 흑백차별이 엄중했던 미국사회에서 약자인 흑인들이 강자인 백인들과 동등한 권리를 향유해야 한다는, 평범하지만 원대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의 꿈은 곧 수많은 흑인들의 마음을 움직여 흑인 모두의 꿈이 되었고 드디어 2009년 1월 버락 오바마를 백인중심사회인 미국의 44대 대통령으로 만들었습니다. 한 지도자의 꿈이 40여년의 세월을 거쳐 현실이 된 것입니다.

- 세종대왕이 세계적 발명품인 한글을 창제하는 과정에서는 약자에 대한 배려와 화합을 위한 소통의 리더쉽을 엿볼 수 있습니다. 글을 모르는 백성들을 불쌍히 여겨 그들이 쉽게 글을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갖은 반대를 무릅쓰고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마음에서 약자를 배려하는 지도자의 따뜻한 품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서재필 박사의 삶을 통해서는 지도자 개인의 꿈이 자라나 대를 이어 확장됨으로써 사회에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안중근의사로부터는 자기희생의 리더쉽을 배울 수 있습니다.

5. 조선족 지도자로 살아가기

- 조선족사회는 전환기에 처해 있습니다. 전환기에는 구시대와 새로운 시대가 중첩되어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오늘날 조선족사회는 모든 면에서 전환기적 현상이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조선족사회의 미래와 관련해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론이 제기되는가 하면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며 이를 반박하기도 합니다. 90년대 초까지 95%이상의 조선족동포가 중국의 동북 3성 지역에 집거해 살아왔으나 지금은 이 지역에 실제 거주하는 사람은 전체의 3분의 1정도로 줄었습니다. 조선족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돈을 좇아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살아가면서 가족해체 현상도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당연히 부모의 슬하에서 벗어난 아이들의 사회적 일탈현상도 심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선족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전환기적 현상은 이루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일부에서 기회론을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 조선족사회가 당면한 문제는 중국의 거주지 내에서 나타나는 문제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이미 전체 조선족동포들의 3분의 2가 기존 거주지에서 벗어나 중국내 개방도시와 한국, 미국, 일본 등 타국으로 이주해 살아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합니다. 이 경우 새로운 거주지에서 살아가는 조선족동포들의 내부 문제, 적응문제, 새로운 관계맺기 등 간단치 않은 문제들이 쌓여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조선족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조선족동포 또는 조선족사회의 미래와 관련된 거대담론에서부터 소집단 내에서 나타나는 미시적인 문제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 문제가 있으면 답이 있게 마련입니다. 조선족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가 엄중하고 또 복잡하지만 지혜를 모으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기회론을 말하는 사람들도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힘을 합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문제는 누가 나서서 어떻게 답을 찾을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우선 문제를 정확히 진단해야 합니다.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지, 문제해결을 위한 어떤 방법이 있는지 등등.... 다음은 조선족동포들 모두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하는 일입니다. 어떤 이는 문제라고 하는데 어떤 이는 문제가 없다고 하거나, 어떤 이는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어떤 이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방관한다면 문제해결은 지난할 겁니다.

- 안타깝게도 지금까지는 조선족동포사회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절박한 노력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문제가 있느냐 없느냐로 갑론을박하거나 일부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이를 행동으로 뒷받침하는 사례는 매우 제한적인 것 같습니다. 말과 글 또는 개별적 주장이 아니라 구체적 행동을 통한 실천이 중요한데 말입니다. 왜 그럴까요. 문제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문제를 앞장서 풀어가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은 아닌가요. 저는 이와 함께 조선족동포들 스스로 지도자가 되지 않으려는 데서 원인을 찾고자 합니다. 조선족 지도자로 살아가야하는 고단함을 회피하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 이제 여러분 모두가 조선족사회의 지도자 또는 지도자 후보가 되어야 합니다. 먼저 자신이 속해있는 집단에서, 자신이 더 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지도자로 나서십시오. 그런 다음 주변의 유사한 집단들과 연대하여 관심의 범위를 넓히십시오. 조선족동포들 모두가 이렇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동포사회의 미래를 위해 한 발짝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간다면 조선족사회의 미래는 창창하게 빛날 것입니다. 흔히 시대가 영웅을 낳는다고 말합니다. 지금은 영웅을 필요로 하는 시대입니다. 적어도 조선족사회에는 그렇습니다. 조선족동포들 중에서 수많은 영웅들이 나타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역사가 당신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그때 거기서 무엇을 하였느냐?” 당신은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 본 글은 지난 8일 오후 2시, 귀한동포연합총회의 초청을 받고 연합뉴스 곽승지 영문팀 팀장이 '조선족 사회는 당신의 리더십을 원합니다'란 제목으로 행한 특강의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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