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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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조선족 동포에 고함』

[29]조선족만의 보편적 가치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2009년 07월 06일 10시 45분  조회:3593  추천:43  작성자: 곽승지

<조선족동포에게 고함>-29

조선족만의 보편적 가치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인문학에서는 ‘보편적인 것’이란 없다고 말합니다. 자연과학과 달리 인문학은 역사성을 갖는 인간의식의 시스템(체계)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문학은 주로 어떤 현상에 대한 의미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 의미는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서는 역사를 갖게 됩니다. 그리고 역사는 개인과 집단에 대한 것으로 구별되는데, 각 개인은 서로 다른 역사를 갖기 때문에 동일한 집단 내에서도 개개인에 따라 역사의 의미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가치’ 역시 의미의 문제이기 때문에 물리적 토대에 기초하지 않는 한 ‘보편적 가치’란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조선족의 보편적 가치’ 운운하는 것은 일견 이치에 맞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조선족 개개인의 가치를 말할 수는 있지만 집단으로서 조선족 전체가 공유하는 보편적 가치를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모든 것을 논리로만 말할 수는 없습니다. 또 특수한 상황에서는 언제나 상황을 뛰어 넘는 파격이 통하기 마련입니다. 구성원 모두가 염원하고 또 지향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내어 그것을 공유한다면 이는 파격일 것이고 결국은 보편적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 될 겁니다.

   난해하고 딱딱한 표현을 써 가면서 조선족의 보편적 가치를 말하는 것은 집단으로서 조선족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염려하기 때문입니다. 조선족동포 개개인은 21세기의 새로운 환경에 비교적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 세계를 무대삼아 적극적으로 활동하는가 하면 주어진 상황을 유효적절하게 활용하기도 합니다. 조선족 개개인의 이러한 모습은 그들의 미래가 밝을 것임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조선족 개개인의 미래가 밝다고 해서 집단으로서 조선족의 미래가 밝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처럼 개개인의 의미와 집단의 의미는 구별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21세기의 새로운 환경은 필연적으로 변화를 추동합니다. 조선족사회 역시 변화의 거센 파도에 휩싸여 있습니다. 조선족 동포끼리 공동체를 형성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80년대 초에는 90% 이상의 조선족동포들이 동북 3성 지역에 모여 살았으나 지금은 절반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해외로 또는 중국 연해지역의 개방도시로 거주지를 옮겨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어쩔 수 없이 조선족 동포사회의 해체와 조선족동포 개개인의 탈조선족화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도도한 역사의 물줄기를 가로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바라만 보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경제활동의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지역공동체를 견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동포사회의 해체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탈조선족화는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탈조선족화를 막을 수 있다면 지역공동체를 정신공동체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동포사회를 창조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도 조선족동포 모두가 공유하는 조선족만의 보편적 가치를 서둘러 만들어내어야 합니다. 

   문제는 조선족만의 고유한 가치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조선족동포 모두가 공유하는 보편적 가치로 만들어내느냐 하는 점일 겁니다. 조선족만의 고유한 가치는 한국인과 중국인이 지니고 있는 가치의 조합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조선족은 같은 민족이지만 분명히 한국인과 다릅니다. 중국 국민으로서 중국의 정치사회적 환경 속에서 살아왔지만 여타 중국인과도 다릅니다. 이런 점에서 조선족은 한국과 중국의 어느 극단을 쫓을 것이 아니라 양자를 동시에 취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21세기는 동북아시아시대라고 말합니다. 한국과 중국은 동북아시아시대를 추동할 주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선족은 바로 한국과 중국을 아우를 수 있는 특별한 가치를 잉태하고 있습니다. 이를 조선족 모두가 공유하는 보편적 가치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지도자와 지식인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들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집단으로서 조선족의 미래도 조선족 개개인의 미래 못지않게 밝게 빛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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