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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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 한국사회를 보는 조선족의 시각
2008년 12월 14일 11시 01분  조회:3654  추천:46  작성자: 곽승지

『동북아시아시대의 연변과 조선족』
제5장 연변 및 조선족에 대한 한국의 시각

2. 한국의 조선족사회에 대한 인식


0.한국사회를 보는 조선족의 시각


.한국사회를 보는 시각
조선족사회가 한국사회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말 이후이다.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하면서 외부사회에 문을 열게 되고 그 과정에서 한국에 연고가 있는 조선족동포들이 아름아름 한국의 혈육을 찾아 방문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는 조선족사회가 한국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중요한 계기였다. 그 이전까지 조선족동포들에게 모국은 북한이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1992년 8월 한중수교가 이루어지면서 조선족동포들의 한국방문이 용이해져 본격적인 관계맺기가 시작됐다. 

수교이후 조선족동포들은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혈육을 만나기 위해 앞을 다투어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사회 역시 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고 그러면서 얘기치 않았던 문제들도 나타나게 됐다. 밀월기간이 끝나면서 관계정립을 위해 감정이 아닌 이성의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조선족사회가 한국사회에 대한 시각을 정립하는 과정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하나는 한국사회의 조선족동포들에 대한 태도이며 다른 하나는 조선족동포들의 한국사회에 대한 기대치이다.

밀월기간이 끝난 1990년대 중반이후 조선족동포들에게 있어서 한국사회는 더 이상 마음속에서 그리던 포근히 기댈 정겨운 모국만은 아니었다. 특히 한국의 일부 악덕 기업주들의 횡포와 조선족동포들의 한국방문을 미끼로 돈을 뜯어내려는 브로커들의 활개 등등 조선족동포들이 한국사회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일들이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사는 한국에서 돈을 벌어 남부럽지 않게 살아보겠다는 조선족동포들의 한국에 대한 기대 또한 줄어들지 않았다. 문제가 점점 확대 재생산되는 가운데 조선족동포들의 한국방문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한국사회와 조선족사회 간의 관계맺기는 현실적 필요에 따라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비정상적인 상태로 확대되어 온 것이다.

결국 조선족동포들이 한국사회에 대해 객관적 인식을 하게 되면서 관계맺기의 내용은 부정적인 것으로 채워지게 되었다. 초기에는 모국으로 인식하다가 차츰 이념의 차이로 사고 및 생활양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사회와의 관계맺기에서 겪은 아픔으로 인해 차츰 서운한 감정을 섞어 냉정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즉 환상과 기대 속에서 모국을 찾았지만 부정적인 상황이 축적되면서 조선족동포들은 이제 그러한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비록 경제적으로 부를 추구할 수 있는 대상으로 생각하지만 한국에 대해 우호적이기 보다 비우호적으로, 긍정적이기 보다 부정적인 인식을 키우게 된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조선족동포들에 대한 한국사람들의 거만함과 한국에서의 불미스런 경험, 그리고 조선족여성들과 한국남성간의 결혼에 따른 조선족사회의 파급 등을 들기도 한다.(이재달, 2004) 즉 조선족동포들로서는 한국과의 관계맺기를 통해 얻은 것 못지않게 잃은 것을 크게 느끼게 되었으며 그러한 일들이 감정적으로 한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한국방문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데 따른 불만을 들 수 있다. 조선족동포들이 겪는 대부분의 아픔이 한국방문이 자유롭지 않은데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조선족사회의 한국에 대한 불만은 1998년 8-9월에 이왕재교수가 실시한 조선족동포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도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이왕재, 2000) 비록 설문조사가 이루어진지 9년 이상이 지났지만 조선족동포들의 한국사회에 대한 인식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중국현지 조사의 경우 한국체류생활에 대한 만족정도에서 만족하다는 답이 36.3%인 반면 불만족하다는 63.7%로 나타났다. 한국 내 조사의 경우는 다소 긍정적인데 만족하다는 59.3%, 불만족하다는 40.6%였다.

0. 조선족사회의 대응

. 연변으로부터의 부메랑
우리사회가 연변에 대해 적극적이고 충분한 애정을 보이지 못함에 따라 연변 또한 우리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하다. 이러한 불만은 대체로 지엽적이고 개별적인 것에서 시작되지만 한국사회에 대한 핵심적이고 포괄적인 불만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조선족동포들이 약자의 입장에서 개별적이고 사소한 문제조차 한국정부와 한국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하려 하는데 기인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동병상련한 입장에 있는 동포사회에서 공감을 얻게 된다. 예컨대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한국에 오지 못하거나 브로커로부터 사기를 당해도 이는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한국정부와 한국사회 전체가 지탄의 대상이 된다.

적지 않은 조선족동포들은 한국에 급한 볼 일이 있을 경우 정상적인 사업비자 발급이 늦어지게 되면 으레 여행사에서 관광비자를 발급받아 단체로 한국에 입국한 후 단체에서 떨어져 나와 개인적 업무를 본다. 이 경우 여행사는 일정액의 벌금을 징수하는데 조선족동포들은 이에 대해 전후사정을 살피지 않고 한국정부가 비자를 발급해 주지 않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돈을 쓰게 된다고 탓한다.

중국 장춘에서 연길로 가는 기차 안에서 겪은 일화 한토막. 자리에 앉아 기차가 출발할 때를 기다리고 있는데 술에 취한 한 조선족 남자의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한국을 향해서는 오줌도 누지 않겠다.” 자연스레 상대에 대해 불만을 말할 때 흔히 하는 욕지거리가 뒤따른다. 잠시 조용해진 틈을 이용해 옆에 있던 동료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보았더니 심양 한국영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으려다 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길이란다.

비자발급이 안된 이유를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조선족동포들, 특히 한국에 오고자하는 사람들에게 비자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현실적 문제들을 도외시한 채 무조건 한국에 대해 불만을 퍼붓는 조선족들을 대하다보면 이들과의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비자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또는 한국사회가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그들에게는 한갓 구실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과 한국사회가 조선족을 동포로서 제대로 대접하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그들이 모국으로 생각하는 한국을 마음 편히 왕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조선족동포들의 어떤 불만도 다 한국과 한국사회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 탈 한국화에서 친 중국화로
적지 않은 조선족동포들이 한국에 대해 냉소적 태도를 보인다. 일부사람들은 심지어 한국을 모국으로 생각하지도 않고 또 한국사람을 같은 민족으로 여기려 하지도 않는다. 설령 한국 및 한국사회와의 관계를 인정하는 사람들도 동포애를 바탕으로 한 순수한 마음으로 대하려하지 않는다. 한국사회와 조선족사회가 정신적 유대를 통한 형이상학적 관계가 아니라 단순히 경제적 논리로 맺어진 형이하학적 관계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한중수교 15주년이 지나 한중관계가 강화되고 있는 것에 반비례하는 듯하다. 한국사회와 조선족사회간의 관계맺기 역사가 길어지면서 오히려 관계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체로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 볼 수 있다.

하나는 조선족사회 내에서 조선족문화 또는 조선족끼리의 관계가 강조되고 있는 점이다. 조선족사회가 한국사회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사회로부터 얻는 경제적 과실마저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 과실은 그대로 취하지만 마음에서는 홀로서기 위한 모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아직 체계화되거나 조직화되지는 않았으나 개인적 차원의 주장은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2007년 봄 베이징에서 열린 학술회의서 한 조선족학자는 한국정부의 대조선족정책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면서 조선족사회가 독자적으로 자생력을 기르기 위한 네트워크 구축 필요성을 역설하고 스스로 그 일을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중국 베이징중앙민족대학의 김병호교수는 조선족이 한국이나 북한이 아닌 “중국의 조선족”임을 강조하며 “조선족의 장원한 생존공간은 중국이고 참다운 대우를 받을 나라도 중국”이라며 “조선족은 허망한 욕망과 환상을 버리고 착실하게 중국 땅에서 살아가면서 민족문화를 살려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조선족 논객은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조선족이 한국사회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적나라하게 늘어놓는 가운데 “‘우리는 이제 중국사람이다’라는 관념을 확고히 하고 중국에서의 자강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심지어 “조선족이 한국에서 울분을 참으며 눈칫밥을 먹어야 할 날이 얼마 안 남았다”며 그 이유를 한국과 한국인의 은사(恩賜) 때문이 아니라 중국이 자강(自强)을 이루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연변 조선족사회에서는 최근 조선족이 언어생활의 지향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가 주요한 관심사 중의 하나다. 조선족의 언어적 장점이 한국의 경제발전과 깊이 연관된다는 점에서 한국어를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 지지를 얻고 있지만 조선족 말의 역사성과 특수성을 강조하며 독자성을 유지할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연변의 생활문화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연변의 전통문화를 독자적으로 유지‧발전시켜야 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사회와 조선족사회 간의 갈등 틈새를 중국정부가 끼어들고 있는 점이다. 중국은 조선족동포들이 정서적으로 지나치게 한국에 경도되는 것에 대해 경계해 왔다. 연변조선족을 신장의 위그르족, 내몽골의 몽골족, 티벳의 티벳족과 함께 55개 수수민족 중 문제의 소지가 큰 민족으로 인식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은 한편에서는 조선족사회의 움직임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소수민족정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시혜적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중국이 한국에 진출해 있는 조선족들을 지원하면서 한국사회로부터 냉대(?)받고 있는 조선족들의 감정을 파고들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족동포들 사이에서도 이른바 ‘신화교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신화교란 기존에 해외에 나가있던 구화교와 구분해 중국의 개혁개방이후 해외로 나간 새로운 화교들을 말한다. 여기에는 한족뿐 아니라 중국국적을 가진 여타 소수민족이 모두 포함된다. 한국에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 국적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이들도 신화교에 포함시키려는 것이다.

대부분의 조선족동포들은 한민족으로서 화교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따라서 아직은 이러한 주장이 몇몇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크게 호응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족동포가 30만 명을 넘어서고 이들 중 한국사회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경우 조선족동포들도 점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제5장 조선족에 대한 한국의 시각 글싣는 순서
1. 한국의 재외동포정책과 조선족정책
0. 재외동포정책 추진과정
0. 재외동포정책의 내용과 특징
0. 조선족정책과 문제점
2. 한국의 조선족사회에 대한 인식
0. 조선족에 대한 이해와 편견
0. 문화적 우월성과 한국중심주의
0. 한국사회를 보는 조선족의 시각
0. 조선족사회의 대응
- 연변으로부터의 부메랑
- 탈 한국화에서 친 중국화로

3. 조선족동포를 위한 변론
0. 왜 멀어져 가나
0. 무엇이 문제인가
0. 왜 돈을 쫒나
0. 왜 중국국민인가
0. 왜 위장결혼하나
0. 왜 한국전쟁에 참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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