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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1]조선족에 대한 한국의 이해와 편견
2008년 11월 14일 11시 00분  조회:3642  추천:52  작성자: 곽승지

『동북아시아시대의 연변과 조선족』
제5장 연변 및 조선족에 대한 한국의 시각

2. 한국의 조선족사회에 대한 인식


조선족에 대한 이해와 편견




조선족동포들의 한국진출 역사가 깊어지면서 동포사회 내에서도 한국을 보는 입장이 나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는 물론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한국에서의 경험이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나뉘어 진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 도움을 받은 사람들 중에도 한국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조선족동포들이 한국을 모국이라는 그리움의 대상이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시장으로 받아들이게 됨에 따라 경제적 이해관계를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조선족동포를 보는 시각도 이와 유사하다. 조선족을 어떤 관점에서 대하느냐에 따라 호의적이기도 하고 또 비호의적이기도 하다. 비호의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조선족동포들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강한데 이 역시 동포라는 감정보다 이해관계를 중시하는데 따른 현상이다. 만남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관계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감성보다는 이성의 영향이 더 커지게 된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는 일차적으로 조선족동포들이 한국에서 생활하는 과정에서 보인 태도와 무관치 않다. 조선족에 대해 비호의적인 이유는 대체로 이기적이다, 신용이 없다, 무지(무식)하다 등을 꼽는다. 또 일방적으로 도움만 받으려는 태도도 자주 도마 위에 오른다.   

이러한 평가는 조선족동포들 사이에서도 회자되곤 한다. 흑룡강성 영안현 출신으로 한국에서 11년째 조선족 권익을 위해 일하고 있는 한 동포는 “조선족인 나도 실망할 때가 많다”며 한국사회가 조선족동포들에 대해 비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대해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한국인들이 조선족동포들에 대해 비호의적으로 평가하는 데는 조선족동포들의 행태뿐만 아니라 중국 및 중국인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 적용된 측면도 있다. 중국의 저급문화를 중국의 일반적 현상으로 인식함에 따라 중국동포들에 대해서도 같은 평가를 내린다는 것이다. 1990년대 중후반 이후 중국에서 한국의 사업가 관광객 유학생 등에 대해 린치를 가하는 사건이 속출했던 것이나, 중국 농산물의 비위생적인 생산과정에 대한 보도 등이 이러한 인식을 구조화하는데 기여한 측면이 있다.

최근 조선족동포들 사이에는 출신지역에 대한 차별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거리를 찾아 구인업체에 가면 출신지역을 따져 채용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연변지역 출신동포들이 지역차별의 희생자들이다. 상대적으로 길림성이나 요녕성 및 흑룡강성 지역 출신 동포들이 선호되고 있다. 연변지역 출신 조선족동포를 차별하는 이유는 “계산이 빠르고 돈에 쉽게 움직여 신용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이런 현상은 공개적인 인터넷 구인광고 사이트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한 육아정보 사이트는 구인광고를 내면서 “중국분이라면 길림이나 흑룡강분을 원합니다(연변 사절)”이라고 적어놓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두 가지 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하나는 조선족동포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연변출신 동포들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 중국 내 조선족동포 사이에서도 연변 외의 다른 지역사람들은 연변동포들에 대해 신의가 없다거나 약삭빠르다는 이유로 거리를 두려는 경향이 있다. 다른 하나는 국내에서 연변출신 동포들이 보여준 행태가 누적되어 한국사람들 사이에서 나쁜 소문이 난 경우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여러 가지 점에서 볼 때 근거 없는 편견이거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평가가 나오는 것은 연변지역이 조선족 집거지역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요녕성이나 흑룡강성의 경우 대부분 마을단위의 산거지역이라는 점에서 보다 인간적이고 협력적인 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집거지역인 연변에서는 많은 동포들이 서로 부딪혀가며 살아야 하기 때문에 보다 경쟁적이고 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문화혁명 때나 한중수교 이후 중국당국으로부터 주목의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처세에서 눈치가 더 발달했을 수도 있다. 환경적 측면에서 연변지역이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연변지역 출신 조선족의 수가 전체 조선족의 절반에 가까운 점을 감안하면 당연히 문제의 소지가 있는 동포들 중에 연변출신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눈앞에 드러난 현상만으로 차별을 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0. 문화적 우월성과 한국중심주의

한국사회의 외국인에 대한 배타성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외국인에 대한 한국사회의 배타성은, 특히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에 대해 더하다. 이러한 배타성의 근저에는 경제적‧문화적 우월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사회의 조선족동포들에 대한 태도에서도 역시 이러한 우월의식이 작동하고 있다. 외국인이 아닌 같은 동포들에게 조차 상대적 우위를 근거로 우월의식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탈북자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는 또 다른 형태의 배타성이다.

한국인의 배타성과 폐쇄성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에서도 지적하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 간 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문화적 폐쇄성은 49개의 조사대상국 중 44위이다. 등위가 높은 것은 그만큼 폐쇄성이 강하다는 뜻이다. 싱가포르의 한 정치경제연구소는 ‘외국인들이 느끼는 아시아 각국의 삶의 질 비교’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인들의 문화적 개방성 수준을 베트남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로 등록했다.

유엔인종차별위원회도 최근 한국이 타민족에 대한 인종차별이 지나치다며 이를 타파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한국사회가 이와 같이 문화적으로 폐쇄적인 것은 단일민족에 대한 신화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민족적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면 의래 단일민족의 역사를 주장하고 국제무대에서도 우리문화의 고유한 특성을 강조한다. 자기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지나쳐 타문화를 배타시하는 비정상적인 상태로 발전한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우월성이 그 영역을 확대하여 인종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으로까지 적용되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외국인들 중에도 선진국에서 온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다르며 또 백인과 흑인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이러한 현상은 상황에 따라 같은 민족에게도 적용된다. 조선족이나 고려인 그리고 탈북자들에 대해 같은 민족으로서의 동질성을 견지하면서도 특정 상황에서는 문화적 경제적 잣대를 적용함으로써 차별하려는 경향이 그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사회의 타문화에 대한 배타성을 민족주의로 한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민족주의라기 보다 문화적 우월성에 따른 자기중심주의 정도로 포장할 수 있을 것이다.



 제5장 조선족에 대한 한국의 시각 글싣는 순서
1. 한국의 재외동포정책과 조선족정책
0. 재외동포정책 추진과정
0. 재외동포정책의 내용과 특징
0. 조선족정책과 문제점
2. 한국의 조선족사회에 대한 인식
0. 조선족에 대한 이해와 편견

0. 문화적 우월성과 한국중심주의
0. 한국사회를 보는 조선족의 시각
0. 조선족사회의 대응
- 연변으로부터의 부메랑
- 탈 한국화에서 친 중국화로
3. 조선족동포를 위한 변론
0. 왜 멀어져 가나
0. 무엇이 문제인가
0. 왜 돈을 쫒나
0. 왜 중국국민인가
0. 왜 위장결혼하나
0. 왜 한국전쟁에 참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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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졸저 <동북아시아시대의 연변과 조선족> 출간에 즈음하여 2008-07-26 72 2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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