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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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동북아시아시대의 연변과 조선족』

[1-2] 왜 연변과 조선족인가
2008년 08월 07일 08시 58분  조회:3023  추천:94  작성자: 곽승지
 
  『동북아시아시대의 연변과 조선족』

제1장 프롤로그


2. 왜 연변과 조선족인가




연변과 조선족동포를 생각할 때마다 두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하나는 한민족과의 역사적 인연에서 비롯된 연변에 대한 그리움과 누구보다도 힘든 세월을 살아온 조선족동포들에 대한 연민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우리민족과 동북아시아의 미래를 위해 연변과 조선족동포들이 처한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들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올바로 평가함으로써 그들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길을 닦아야 한다는 사명감이다.

전자는 연변과 조선족동포들에 대한 개인적 감상이라고 해도 좋다. 연변지역이 점점 동포사회로부터 외면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많은 조선족동포들이 현실의 벽에 갇혀 상대적 박탈감을 안고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데 대한 연민이다. 그러나 후자는 차원이 좀 다르다. 21세기의 새로운 역사적 트렌드와 함께 다가오고 있는 동북아시아시대에 대비해야 하며 그런 시대가 도래 할 때 연변의 지정학적 가치는 크게 빛을 발할 것이라는 나름의 역사인식에 기초한 것이다. 물론 그러한 인식은 20세기 우리 역사가 남긴 상흔을 아직도 털어버리지 못한 민족적 아픔을 되새기며 새로운 시대를 맞아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의 결과이다.

과학문명이 발달하면서 생활은 훨씬 편리해졌지만 마음은 그에 비례하여 더욱 각박해 지고 있다. 세상살이가 각박해지는 만큼 미래에 대한 희망도 줄어들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이런 경향을 염려하며 21세기의 성패는 인간의 따뜻한 마음이 세상사에 얼마나 많이 자리잡게 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자기중심적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이웃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려는 여유와 인간에 대한 사랑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방심한다면 세상은 이기적이고 삭막한 일들로 넘쳐나 살맛나지 않는 쓸쓸함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인간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일들은 도처에 널려있다. 우리 모두 인간에 대한 애정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그런 일들을 찾아 나서야 한다. 연변과 조선족도 그런 대상의 하나이다. 특히 연변과 조선족 문제는 한민족의 미래 운명에 무엇보다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연변에 대한 연민

21세기에 즈음해 인류는 냉전체제라는 20세기의 암울한 유산을 털어내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민족은 21세기를 살되 여전히 20세기 역사가 만든 굴레에 갇혀 살아가고 있다. 한반도는 지구상에 남아있는 유일한 분단의 현장으로, 세계적인 탈냉전적 현상과는 무관하게 냉전과 탈냉전 이라는 이중구조를 지니고 있는 갈등의 장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세기에 우리민족이 겪었던 질곡의 역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희망의 시대에 유독 우리 민족만이 암울한 20세기 역사의 유산을 온전히 정리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이 사회주의체제를 견지하며 변화를 거부하고 있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이 함께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함으로써 한반도에도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민족에 덧씌워진 20세기의 굴레는 남북한 간의 이념적 갈등이 전부는 아니다. 세계 도처에 산재해 있는 디아스포라 문제 역시 20세기 우리 역사가 남긴 아픈 상흔 중의 하나이다. 세계화시대에 즈음해 디아스포라는 역설적으로 우리 민족의 큰 자산이기도 하다. 이를 반영하듯 우리 정부 역시,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재외동포들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시혜적인 정책만으로 디아스포라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정부의 정책은 물론 모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 모두가 그들을 같은 동포로서 동등하고 따뜻하게 받아들일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다.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연변 조선족동포들에 대해서는 더하다. 언제부턴가 우리들은 연변에 대한 우월감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욕하면서 배운다던가. 서양 사람들이 동양 또는 동양 사람들을 깔보면 속상하고 그래서 그들의 오만함을 질타하곤 했었다. 서양의 동양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이른바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반발이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같은 동포들에게 조차 우쭐하여 우리의 잣대를 들이대며 그들을 폄하하거나 비아냥거리고 있다. 이 얼마나 가소로운 일인가. 지금 우리사회가 비아냥거리는 조선족동포들의 일상적 모습은 우리의 어제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일부의 사안은 2, 30년의 시차가 있기도 하지만 어떤 것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들이 살아가던 모습 그대로이다.

경제적으로 약자라는 점을 제외한다면 그들이 우리에게서 홀대받을 이유는 없다.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으tm대는 것은 전형적인 소인배의 행태다. 우리가 피를 나누고 역사를 같이한 동포라면 진정으로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가진 것을 나누어 그들의 부족함을 채워주어야 한다. 또한 그들과 우리의 차이를 헤아리며 그 차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의 근현대사에서 연변지역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선조들의 삶을 생각할 때 우리는 연변과 조선족 동포들을 소홀히 대접해서는 안 된다. 조선족 동포들은 13억 중국국민들 속에서 우리의 말과 글, 그리고 우리의 문화를 오롯이 지켜온 것만으로도 모국에 대해 그리고 모국에서 잘 살고 있는 동포들에 대해 당당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이 천덕꾸러기인양 취급되는 것은 분명 참을 수 없는 일이다.

연변의 미래에 대한 사명감

21세기의 화두는 탈냉전과 세계화 그리고 정보화이다. 탈냉전은 정치적으로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던 갈등의 시대가 종식되고 공존공영을 위한 상생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세계화는 탈냉전에 의한 국제정세의 변화 속에서 인류가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하나의 질서를 지향하고 있음을 뜻한다. 정보화는 인터넷 세상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통신 및 IT기술의 급속한 발달을 토대로 4차원의 세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기술적 기반이다. 21세기의 이러한 특징은 인류가 바야흐로 20세기를 지배했던 극단적 단절의 시대를 넘어 다시금 유무상통하는 소통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20세기의 불행한 역사로부터 얻은 교훈으로 말미암아 21세기의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소련 및 동구 사회주의진영의 민주화 도미노현상에 따라 이데올로기 대립의 역사가 종말을 고하게 되면서 국제질서에 새로운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국제질서를 결정짓는 패러다임이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국가 간 경계가 느슨해지면서 국제사회가 새로운 소통의 틀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4차원의 공간에서 인간의 사고를 무한하게 확대해 나가는 인터넷세상이 자리잡고 있다. 인터넷세상에서 인간의 사고는 어떤 장벽도 없고 어떤 단절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 자유로움은 기존의 도식적이고 정형화된 제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침으로써 현실의 세계에서 우리가 나아갈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 

또 탈냉전이후 세계화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각 국가는 이러한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지역 내 국가들 간에 연대를 꾀하고 있다. 탈냉전시대에 유일한 냉전의 고도로 남아있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지역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아직 문제제기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동북아시아 권역을 경제공동체 혹은 안보공동체로, 나아가서 동북아시아공동체로 만들려는 시도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화를 도모하는 과정에서 지리적으로 보다 가까운 위치에 있는 국가들이 연대를 통해 경제 및 안보에 대한 상호 이익을 도모하려는 지역국가 형성에 일차적인 목적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트렌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점에서 동북아시아에서의 움직임 역시 향후 북핵문제의 해결 등 지역정세가 변할 경우 급진전 될 것이다. 

동북아시아공동체가 언제 어떻게 이루어질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국제질서 변화속도를 감안할 때 그 시기는 의외로 빨라질 수도 있다. 독일통일이 이루어지기 불과 몇 달 전까지 어떤 정치학자도 그 역사적 사건을 예견하지 못했던 것처럼. 동북아시아의 개념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이 있지만 대체로 국가적 차원에서는 남북한과 중국 일본 몽골 러시아 등을, 지리적 측면에서는 동남아시아에 대한 대척 개념으로서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주변 지역을 말한다. 이러한 개념을 토대로 할 때 동북아시아의 핵심지역은 한반도와 연변을 포함한 중국의 동북 3성 그리고 러시아의 연해주 지역이 될 것이다.

연변은 지리적으로 한반도의 위쪽 중국 동북부에 위치하고 있는 변방지역이다. 그러나 동북아시아 전체를 놓고 보면 연변은 동북아시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중심이란 모든 것의 출발점일 뿐 아니라 모든 것의 종착점이다. 당연히 동북아시아시대에는 연변의 지정학적 가치가 새롭게 부각될 것이다. 또한 한국과 중국의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고 연변에서 살아가고 있는 조선족동포들은 그 지문화적 가치로 인해 동북아시아공동체 형성과정 그리고 형성이후에 진가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동북아시아 질서의 전면적 재편을 가져올 역사적 전환을 앞둔 시기에 우리는 그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동북아시아공동체가 이루어질 경우 연변과 조선족동포들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동북아시아공동체가 현실화될 것을 상상하면, 연변지역을 터전으로 하여 조선족동포들이 살고 있다는 것은 우리민족의 크나큰 행운이다. 19세기 말 이후 우리민족이 감내해야 했던 질곡의 역사는 어쩌면 21세기 새로운 소통의 시대가 도래 할 경우를 대비해 절대자가 예비해 놓은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생각하기에 따라 연변과 조선족동포들이 지니고 있는 가치는 무궁무진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그러한 시대가 도래할 것에 대비해 우리의 관심과 애정을 연변과 조선족동포들에게 쏟아야 한다. 그것은 작게는 20세기 우리민족이 겪었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이 될 것이며 크게는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장정의 시작이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연변의 미래는 한반도와 우리민족은 물론 동북아시아 전체의 미래와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연변의 미래에 대한 사명감은 한민족과 동북아시아의 미래에 대한 사명감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글 싣는 순서
『동북아시아시대의 연변과 조선족』
제1장 프롤로그
1. 무엇을 왜 쓰는가
2. 왜 연변과 조선족인가
0. 연변에 대한 연민
0. 연변의 미래에 대한 사명감
3. 무엇을 생각하나
0. 민족문제와 역사의 동시성
0. 연변의 탈영역화에 이은 재영역화
0. 민족주의를 넘어 동북아시아 공존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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