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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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2009년 02월 25일 09시 04분  조회:3394  추천:42  작성자: 채영춘

    어렸을 때 아버님으로부터 들은 많은 이야기들중에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은 한가지 이야기가 있다.
--장천익선생의 호주머니에는 늘 사탕이 가득하였단다. 하기에 선생이 가는곳마다 언제나 아이들 세상이였지. 밖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벌써 동네개구쟁이들이 거실에서 소란을 피우며 기다리고 있다가 선생에게 매달리군 했는데 그때마다 선생은 아이들에게 사탕과 과자를 나누어주며 아이들과 웃고 떠들어대면서 한나절을 보내군 하셨다. 장천익 선생은 참 굉장한 부자였지-
    아버님한테서 이 이야기를 들을 때 내 인상에 박힌 골자는 《선생의 호주머니에는 늘 사탕이 가득했다》는 것 뿐 이였다. 그런데 성인이 되면서 《굉장한 부자》라는 아버님 뒤말의 뜻이 서서히 클로즈업되여 자리를 잡게 되였다.
    장천익선생은 그 《성가신》 동네개구쟁이들때문에 《굉장한 부자》가 된것이고 또한 《굉장한 부자》라는 이 넉넉함 때문에 《따린과 쇼린》과 같은 명작을 슬슬 뽑아 낼수 있었던 것이다. 장천익선생에게 있어서 동네개구쟁이들은 선생의 재산 총목록이라할수 있었다.
    이같은 《부자》가 우리 주변에도 한사람 있다. 한석윤선생을 대할때마다 가끔 떠오르는 생각이다. 그한테는 이같은《부자》특권을 증명이라도 하듯 누구한테도 없는 《무가지보(轟송裂괜)》의 희한한 사진까지 가세되여 있다.
    뀉뀉해덩이, 달덩이같은 밝은 웃음을 담은 수백명 아이들속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선생, 마치 손을 흔들며 떠들어대는 그 귀염둥이들이 전부 당신의 재산이기라도 한것처럼 더없이 흡족한 표정이여서 보는 이들이 시샘이 날 정도다.
    누구나 다 아이들 《부자》가 될수는 없다. 아이들처럼 활짝 웃으면서 아이들속에 서있다고 하여 아이들 《부자》라고 할수는 없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한다. 어린이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고민을 갖고있고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방식으로 대인관계를 형성해 나가는지 등 어린이를 꿰뚫어 볼수 있고 어린이들 같은 순결한 정감세계로 리성이 잠자는 어린시절을 용이주도하게 리더할줄 아는 사람만이 어린이라는 이 《아버지》의 인정을 받을수 있고 아이들 《부자》자격을 가질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좋아 아이들과 함께 웃고울고 아이들이 귀여워 아이들과 함께 뒹굴고 노래부르며 살아온 20여년, 그 시시각각은 정말 너무너무 행복한 순간들이였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한석윤선생의 얼굴에는 진짜 어린애같은 달콤한 미소가 감돈다.
    그는 평생을《어린이》라는 이《어른의 아버지》에《효도》하면서 열심히 살아왔다. 일찍 탄탄 벼슬길이 주어졌음에도 마다하고 그는 오로지 어린이를 위한 문학창작, 어린이를 위한 신문간행, 어린이를 위한 장학사업 외곬만 고집하면서 아이들만 바라보며 순수하고 진솔한 삶을 살아왔다.
    그의 추구는 단 하나--아이들,《부자》자격을 인정받기 위한 평생의 노력에 만족해하는것이였다. 그는 그 어떤 장엄한 목적이기보다 자기가 좋아서 이 일을 한것이였다. 그의 밝은 웃음이 이 점을 대변하고 있다.
그의 웃음에는 백만장자의 안하무인격의 유들유들함이나 이리저리 눈치재고 발라맞추는 시정배들의 간사함이나 허세를 부리고 폼잡기에 신경쓰는 일부 인테리의 오만함같은 것이 아닌《아이들 부자》라는 그 자랑스러움과 깨끗함에 도취돼있는《시골아저씨》의 그런 신선함이 묻어있다.
    아이들이 리해해주고 알아주고 좋아하는 그런 웃음으로 사는 사람, 늘 아이들처럼 종종걸음으로 질주하는 사람, 술 한모금에 아이들처럼 얼굴이 새빨갛게 물드는 사람, 늘 반급주제발표회에 나가듯 말쑥하고 단정한 의포단장의 사람, 그의 이 모든 타입은 아이들의 케스에 꼭 맞는《꼬마표》이기에 아주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어울릴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케스에 꼭맞고,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어울릴수 있어서였을가? 한석윤선생의 아이들과 관련된 모든 사업은 그냥 성공으로 이어져왔다.
    그가 소년신문사장으로 있을 때 근 6만에 헤아리는 아이들이 그의 신문을 발벗고 주문여 주었다.
    그가 아이들을 위해 나선 《동냥》길에는 늘 귀인들이 나타나 그에게 힘을 실어주군 하였다.
    그가 쓴 동시에서는《우리의 민족적 애환이 곳곳에서 느껴지며 그속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해맑은 노래소리가 들려오는듯하여 반갑기만 하다》(박강수. 전한국배재대학교총장)고 세인들은 말한다.
    물은 저 깊은 산속 샘에서 나와 계곡을 지나 강물이 되어 흐르다가 망망한 바다로 간다. 인긴의 인생에 비길 때 ,유년시절은 샘에 비길수 있다. 그 어떤 오염도 없는 샘과 같은 아이들의 마음을 보호해주는 역할이 어른들한테 있다. 이제 계곡이나 하천을 지나가면서 오염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샘터에서 맞은 왁찐이 항생제역할을 할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성인들의 몫일 것이다.
    이제 오임의 위험에 로출한 아이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무엇이 본의 아니게 아이들의 건강한 생태환경을 좀먹게 하는지에 대해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사람, 《아이들 부자》여서 아이들에게 그냥 마음이 쓰이는 사람--
    《어느 학교옆을 지나다 담장에 그려놓은 어마어마한 큰 입 하나를 보았습니다. 어느 아이가 그려놓은것일가? 나는 그 입이 <이제 그만 공부하고 놀고 싶어요. 기껏 자고싶어요!>하고 소리지르는듯한 착각에 빠져들었습니다. 정말 그 입앞에서 걸음을 뗄수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아이들한테 죄를 짓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갈마들었기 때문입니다.》
    아주 평범하게 지나칠수 있는 아이들 담장락서에도 한석윤선생은 아이들 지기답게 마음이 저리고 생각이 착잡할뿐이다. 아이들의《효자》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어떻게 보면 중국소수민족문학상, 《진달래문학상》,작가협회문학상, 한국방정환문학상, 계몽아동문학상, 중국출판계최고상《엽성도》상을 비롯하여 군내외의 굵직굵직한 30여개의 상패는 우리의 아이들이 한석윤선생한테 안긴《아이들 부자자격증》이라 할수 있다.
    우리한테는 이런《부자》들이 많지 않다.우리 아이들의 생태환경이 점점 좀먹어가는 렬악한 상황에서 향후 더 많은 한석윤, 김석윤, 최석윤, 리석윤, 박석윤과 같은 《부자》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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