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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온라인 회식쇼’의 의미 (채영춘)
2022년 04월 22일 12시 27분  조회:967  추천:0  작성자: 채영춘

계정에서 보기


“오랜만에 함께 저녁식사라도 합시다!”

“아니? 코로나 땜에 집마당도 못 나가는 시국에 회식이라니?”

“꼭 같이 앉아야 회식입니까? 위챗을 통한 영상모임도 있잖아요?”

코로나가 반등하면서 달포 정도 산행이 멈춰져 회원들의 주말만남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 안타까워 산악회 회장이 일전에 내놓은 기막힌 아이디어였다.

솔직히 코로나사태에서 세계 정상들의 온라인 회동은 TV에서 가끔 보아왔고 필자 또한 온라인 문화행사에 참석해본 적도 있지만 온라인 회식이라는 말은 금시초문이다. 궁금증과 더불어 기대감이 발동되였다.

산악회 회원들 만장일치의 호응을 얻어 그날 저녁 6시 정각 산악회 온라인 회식쇼가 리허설 없이 열리였다.

휴대폰에 신호가 들어오면서 위챗화면에는 즐거운 표정이 담긴 참가회원들의 얼굴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한세트의 영상모자이크가 짜여졌다. 모두들 손을 흔들고 환성을 터뜨리며 반갑다는 제스처를 해보인다. 각자의 앞에 놓인 간소하지만 깔끔한 음식메뉴들이 눈을 간지럽힌다. 회식자리인 만큼 가벼운 음료도 빠질 수 없다. 모두는 유치원생처럼 들뜬 기분으로 포즈를 잡는다 휴대폰 렌즈 각도를 조절한다 하면서 한바탕 수선을 떨었다. 물론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생방송에 출연하는 것 같은 요상한 기분마저 슬며시 갈마든다.

회장의 유머러스한 인사말에 이어 회원 모두는 자기들 공간에서 가지각색의 컵을 쳐들고 일제히 건배를 웨치며 기분 좋게 컵을 비운다. 참 희한한 광경이라는 느낌이 든다.

가택격리의 심각한 상황에 자그마한 휴대폰 하나가 련결고리가 되여 집단소통의 생방송 라이브 같은 멋진 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자체에 모두들 고맙고 신기할 따름이다. 비록 온라인 시스템을 통한 언어교류라 발음과 입놀림 모양이 조금씩 어긋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게 뭔 대수랴! 문안인사를 나눌라, 작금의 전염병 방역을 피력할라, 우크라이나사태를 론할라, 국가 남자축구를 꼬집을라… 그 와중에도 표정관리에 신경 쓸라 하면서 분주한 가운데 처음의 어느 정도 경직됐던 분위기가 슬슬 풀리면서 회식자리는 화끈하게 돌아간다.

말이 회식이지 사실은 서로의 얼굴들을 마주한 말잔치였다. 규제를 세운것도 아닌데 동영상에 로출된 상황이라 입은 ‘발언’을 위해서만 움직이고 ‘식사’는 언감생심 엄두도 못 내다가 회장이 혹간 건배를 제의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하지만 점잖게 컵을 드는 일종의 ‘연기’자리였지만 모두들 흥겹고 즐겁기만 한 눈치였다.

고약한 전염병 때문에 모든 사회적 교제가 단절된 비상사태지만 휴대폰 전자수단을 잘만 리용하면 그런대로 누리고 싶은 건 누리며 살 수 있는 게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모두의 표정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일전에 어느 해외등산팀이 해발 6450메터의 쵸몰랑마봉 기지에서 “지구촌 가장 높은 지대의 열린 다과회”를 마련했다는 보도기사를 읽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전염병 때문에 격리된 생활은 그 어느 때보다 사회교류 자리를 더 갈망하게 하였다면서 이 같은 특수한 행사를 기획한 리유를 두고 등산팀장이 한 말이 의미심장하였다- “생활에서 가장 위대한 일은 함께 누리는 것이다.”

전염병사태에서 기획한 ‘온라인 회식쇼’, 그 의미는 아마도 코로나장벽을 넘어 휴대폰 하나로 모두를 즐겁게 하는 집단교류의 멋을 다 함께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을 찾고 타진한 것이 아닐가 생각해본다. 어찌 보면 봉금격리 역경에서 전염병에 대한 인간의 건강한 도전을 능동적으로 펼치여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본연의 가치를 창출한다는 깊은 뜻을 담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산다는 게 단지 육신적인 생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가장 무서운 천적은 인간사회와 격리된 페쇄공간에서 말을 나누고 생각을 교류할 수 있는 사회적 기능을 상실당하고 워킹데드나 다름없는 조난당한 동물적인 삶을 지탱하는 것이다. 이번 전염병사태가 인간에게 강요한 봉금격리의 괴로운 나날을 겪으면서 통감한 바이다.

하지만 아무리 최악의 조난사태에서도 반전을 위한 집요함을 잃지 않고 기적을 창조해낼 줄 아는 게 또한 인간이 아니던가?

배가 난파되여 28년간 무인도에 억류되였지만 앵무새를 말친구로 키워내고 또 후에는 야만인 프라이데(금요일)에게 말을 배워주어 대화의 불씨를 지필 수 있은 ‘로빈슨 크루소’,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외딴 섬에 갇혀 4년간 바다물에 떠내려온 배구공에 사람 얼굴을 그려 윌슨이라 이름 짓고 참기 힘든 적막 속에서 소중한 말친구로 둔갑시킨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척 놀랜드’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주인공). 두 사람을 정신적 죽음에서 살려낸 ‘은인’은 다름아닌 말친구들인 ‘앵무새’, ‘프라이데’, ‘배구공 윌슨’이였다.

실재한 사실을 모티브로 각색한 두 인물한테서 우리는 대화와 교제가 거세된 비인간적 삶을 탈피하기 위한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몸부림과 더불어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심오한 리치를 깨닫게 된다.

전염병과 인간의 공존이 지속되는한 인간의 사회적 삶은 격리, 페쇄와 같은 사태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며 인간의 전통적 문명생태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터넷은 인간의 시간이 무작정 조난당하지 않도록 하늘이 내린 방어수단이 아닐가 생각한다. ‘온라인 회식쇼’가 주는 계시이다.

“다음에는 온라인 회식쇼가 아닌 온라인 장끼쇼를 해보는 게 어떨가요?”

60분 온라인 회식쇼가 마무리될 무렵 누군가 내놓은 엉뚱한 발상에 모두들 “좋소!”를 련호하면서 컵을 추켜들었다.

멋진 제의다. 자기끼리 즐기는 회식자리도 좋지만 온라인 시스템에 의한 문화적 원소를 적극 개발하여 단순한 대화, 교류의 기능을 초월한 문화콘텐츠 내용물 기획에 더 신경을 넣는다면 이 또한 전염병과 공존하는 특수한 년대 우리 고장의 새로운 민간문화명물로 상시화할 수 있지 않겠는가?

연변일보 202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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