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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한계와 깨달음의 미달
2020년 03월 25일 09시 39분  조회:1683  추천:0  작성자: 채영춘

온역(바이러스) 재난으로 얼룩진 인류력사를 조감해보면 인간은 재난을 비현실적으로 스쳐가는 악몽 쯤으로 속단해온 한계를 보여왔지 않았나 생각한다.

유럽을 초토화시키며 2,500만명의 인명을 앗아간 ‘페스트 (흑사병)’가 발생하여 몇세기가 흘렀으나 재난에 대한 인간들의 생각은 크게 변한 게 없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 나라가 지금 겪고 있는 공화국사상 초유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감염경로는 17년전 사스(SARS)의 감염경로와 너무 흡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는 똑같은 성격의 피해를 반복해야 하는 인식 한계의 반성과 더불어 바이러스와의 ‘장기 공존’이라는 큰 틀에서 우리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 인류가 겪은 온역(바이러스) 감염의 대부분이 동물 왕국에서 발원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페스트, 조류 인플루엔자, 돼지 인플루엔자, 에볼라바이러스, 메르스바이러스, 그리고 사스, 코로나19는 모두 인간과 동물의 불협 화음에서 유발된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지구촌 포유동물바이러스는 천여종을 훨씬 릉가하며 코로나19만도 백여종이 된다고 한다. 이 가운데 오늘 이 때까지 인간에게 감염피해를 준 바이러스는 고작 ‘빙산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이제 천여종 동물바이러스가 또 언제 어떤 형태로 인간을 괴롭힐 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것이 인간의 한계이다.

바이러스 감염은 국경이 없다. 어디든 맞춤한 중간숙주(宿主)만 있으면 침투 가능하다는 것은 이제 비밀이 아니다. 야생동물 교역과 도륙이 절제되지 못한 지역, 비위생적인 생활공간과 생태파괴로 변질된 야생동물 서식환경 그리고 인간들의 취약한 의지와 작태는 모두 바이러스 감염의 최적 과녁이 된다는 점은 이번 코로나19와의 대결에서 통감하고 있는 바이다.

사실 이 세상에서 사건은 발생하는 게 아니라 초래되는 것이다. 모두 그 어떤 원인에 의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각이 자연의 법칙에 부합될 때 자연은 수용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 자연은 가차없이 인간에게 징벌을 내린다. 자연은 인간의 사유 론리에 따른 그 어떤 생태훼손과 환경오염을 좌시하고만 있지 않으며 인간의 그 어떤 합리적인 변명도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스쳐가는 악몽’이 아니라 인간과 장기 공존하는 천적임을 인식하고 장기전에 대비한 우리의 한계와 깨달음을 리성화 시각에서 보완해야 한다.

“적을 모르고 나만 알면 한번 이기고 한번 지며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언제나 지고 만다.” 《손자병법》의 이 말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깨달음으로 자신의 한계를 보아내고 바이러스라는 이 ‘적’과의 장기 공존 대치 국면에서 인간의 전략을 완벽화하는 것이야말로 ‘지피지기 백전백승’의 유일한 활로이다. 이번에 무한을 살리고 중국을 지켜내며 지구촌으로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우리 나라가 ‘장사가 팔목을 자르는 (壮士断腕)’ 비장한 결단으로 내놓은 슈퍼격리전략은 ‘적’의 침투경로를 파악한 토대 우에서 기획된 ‘지피지기’의 전민전쟁이다. 960만평방키로메터 광활한 국토에서의 전방위적 예방통제를 14억이 동참한 전면 격리 대안으로 풀어나가고 있는 이 거사를 두고 세계는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 거사가 보여주는바 코로나19와의 인민전쟁이 승리로 이어질 것임은 의심할 바 없다. 하지만 바이러스와 장기 공존하는 우리에게 코로나19와의 이번 승리는 17년전 사스와의 승리와 마찬가지로 단계적 승리이며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우리 나라 국토에서 벌어진 초연이 없는 전쟁에서 우리는 엄청난 대가를 지불했지만 그 대신 전대미문의 생사의 벼랑에서 우리 사회 공중도덕의 재건, 타인을 존중하는 사회적 책임감의 육성, 사회관리 통제능력과 공중생활품질의 향상에 대한 절박감을 뼈저리게 통감하였는바 이것은 코로나19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의외의 ‘청정제’라고 할 수 있다.

“무한 힘내라!”, “중국 힘내라!”, 중국전역에서 메아리치는 이 격려의 웨침에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힘내라는 뜻이 내포됐지만 동시에 우리의 생태의식, 도덕의식, 보건의식, 공중의식 재건에서 힘내라는 의미도 담겨있다고 봐야 한다.

연변을 비롯한 조선족사회는 바이러스 ‘무풍지대’가 아니다. 하늘길, 바다길, 땅길이 전방위적으로 뚫린 ‘고속시대’를 영위해가는 연변은 이제 페쇄된 변강오지가 아니다. 우리는 세계와 함께 하는 대외개방의 전초기지에서 바이러스와의 장기 공존에 대치하고 있다. 세계를 무대로 민족대류동의 거센 흐름에 로출돼있는 조선족사회는 코로나19가 노리는 주요한 과녁이 될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 무한 상륙에 대비해 연변과 산재지역 조선족사회도 자아진맥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만약 코로나19가 예고없이 우리 고장, 우리 사회를 급습했을 때 우리는 과연 능란하게 대응할 수 있을가? 우리 조선족 민중들은 과연 성숙된 자세로 타민족과 함께 ‘도시페쇄’, ‘전면격리’의 준엄한 시련을 이겨낼 수 있을가? 깨달음도 중요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게 중요하다.

연변과 조선족사회가 그 어떤 바이러스의 침투에도 무난하게 대처하는 관건은 우리의 한계를 깨닫고 적시적으로 보완하면서 바이러스와의 ‘장기 공존’에 맞물리는 리성적인 자세를 갖춰나가는 것이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거쳐 새롭게 부각될 내 고향, 우리 조선족사회의 아름다운 래일을 그려본다.

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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