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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편 날벼락을 맞다
2014년 09월 04일 13시 51분  조회:1628  추천:2  작성자: 훈이

 
 나는 기술능수로, 모범교환수로 이름이 났다. 연변자치구 각 우전국에서 나를 알게 되었고 얼무후에는 길림성우전국에서 조직한 전성 기술표연대회까지 참가했다. 기술표현 항목은 매우 어려웠고 표준도 높았다. 연길시 전화번호를 죄다 외워야 했고 외우는 속도도 빨라야 했다. 전화를 이어주는 300분 사이에 낭비되는 공간시간이 처저로 짧아야 했고 전화를 받아쓰는 속도도 빠르고 오자가 없어야 했다  지금에 와 생각해도 그때 내 머리는 비상했고 솜씨도 놀라울 정도였다. 심사위원들은 노랑운 표정으로 나젊은 조선족 교환수의 솜씨를 지켜보고 나서 나를 전성 1등으로 뽑았다.
 대회 지도부는 “방채봉을 따라배우자”라는 호소문을 채택해 전성에 발부했다. 그리고 나의 기술을 소개하는 책 두 권을 출판하였다. 
 이 소식이 연변자치주에 전해지자 연변 각지에서는 나를 따라배우는 열조가 일어났다. 나는 몸 둘바를 몰랐다. 이 무렵 연변우전국 지도부가 나를 과장으로 승진시킨다는 소문이 돌았다. 나는 은근히 기뻤다. 앞날이 활짝 열리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뜻하지 않는 일이 생겼다. 어느 날 지도자가 나를 찾았다.
“감옥에 갇힌 친척이 있소?”
“셋째 할아버지가 역사문제로 감옥에 갇혔다는 말은 들었어도 저는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음, 그렇구만”
“저는 고아입니다. 아버지도 친척들도 모두 보지못하고 할머니 슬하에서 자랐습니다.”
 나는 지도자의 말 가운데 꼭 무슨 사연이 있다는 것을 직감하였다.
 후에 안 일이지만 할아버지 쪽으로 삼형제가 있었는데 그중 막내인 셋째 할아버지가 일제시대 자위단에 가입한 탓으로 해방후에 감옥게 갇혔다고 한다. 감옥측에서 조사한 결과 별로 뚜렷한 혈채도 없고 해서 석방이 되었는데 석방될 때 사회에 어떤 친척이 있느냐는 물음에 우전국에 방채봉이라는 손녀가 있다해서 그 조사가 나에게로 온 것이었다.
 실로 청천벽력이었다. 꿈에도 생각지 않던 셋째 할아버지 문제가 불쑥 튕겨났으니. 그때는 계급투쟁에 신경이 곤두섰던 세월이었으니 친척중 감옥에 갇힌 사람이 있다면 무조건 친척들 모두가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이 무렵에 파출소 경찰이 우리 집에 찾아와 할머니하고 뭔가 조사하기도 했다. 지도부가 나를 보는 시각도 좀 달라졌고 과장 승진은 흐지부지해졌다. 하루는 우전국에서 “중미합작사” 전시관 참관을 조직했다. 나는 “중미합작사”가 뭔지 몰랐다. 그저 합작사라니까 미국과 중국 국민당이 무슨 합작을 해서 만든 기구인줄만 알았지 그것이 국민당과 미국이 공산당을 잡아넣는 감옥인줄 몰랐다.
 전시관 입구에서 나는 친구들과 농담도 하고 장난도 했다.  들어가 보니 엄숙한 계급투쟁 전시관이었다. 그제사 “중미합작사”가 뭔지 알았다. 참관하고 돌아오자마자 나한테 불벼락이 떨어졌다. 엄숙한 계급투쟁 전시장에서 웃고 떠들며 장난을 쳤다는 것이었다. 비판대회가 열렸다.
“방채봉, 너의 계급본성이 이제야 나타났다.”
“무슨 계급본성이란 말이야? 난 빈고농출신인데.”
내가 발칵 대들었다.
곰곰히 생각하니 셋째 할아버지와 나를 연계시킨 것이었다. 나는 너무 억울해서 눈물을 떨구었다.
(보지도 못한 셋째 할아버지가 나와 무슨 상관인데…)
 그러나 계급투쟁이 칼부림치던 세월에 어찌하는 수가 없었다. 나는 당하고만 있었다. 이때로부터 나는 당의 신임을 받을 수가 없었다. 냉냉한 분위기가 내 곁을 감돌고 있었다. 하늘을 원망하랴 땅을 원망하랴 나는 꾹 참고 묵묵히 일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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