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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과 귀밝이술
2014년 02월 14일 09시 14분  조회:3546  추천:0  작성자: 훈이


정월 대보름날을 원소절이라고 합니다. 옛날에는 상원절이라고도 했습니다. 예로부터 보름날 저녁에 등불구경을 하는 풍속이 있어 등불절이라고도 했습니다.

 정월대보름날 행사에는 달맞이행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예로부터 보름달은 어둠을 몰아내는 밝음, 보다 밝은 세상을 약속하는 기원의 대상물로 숭상되어 왔습니다.

 전해 내려온 풍속에는 대보름날 사람들은 초저녁 홰를 가지고 동산에 올라가서 보름달 솟기를 기다립니다. 솟아오르는 보름달을 먼저 보아야 길하다고 하여 서로 앞을 다투어 마을 동산으로 올라갑니다. 달이 뜨면 홰에 불을 붙이고 절을 하며 소망을 빕니다. 이 날의 달빛을 보고 그 해 농사의 흉풍을 점치는 데 달빛이 희면 비가 많이 내리고 , 붉으면 가뭄이 들고, 흐리면 흉년이, 진하고 뚜렷하면 풍년이 든다는 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아마 그래서 《설 기분은 짙어야 좋고 보름은 밝아야 좋다》, 《정월 보름달을 보고 농사짓는다》는 말이 전해 내려온 것 같습니다.

 대보름 달빛은 어둠과 질병, 재액을 밀어내는 밝음 상징이므로 이날 개인과 집단적 행사를 가져왔습니다. 예로부터 조선반도에서 정원대보름날에 행해지는 행사로는 부럼 깨물기, 더위팔기, 귀밝이술 마시기, 시절음식인 복쌈이나 묵은 나물 먹기와 달떡을 먹는 것이 있으며, 줄다리기, 다리 밟기, 고싸움, 돌싸움, 쥐불놀이, 탈놀이, 별신굿 등은 집단의 이익을 위한 대보름 행사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농경민족의 그런 행사모습을 보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정월대보름날 행사 중 아침에 행해지는 행사에는 귀밝이술 마시는 행사가 있는데 이날에 마시는 술을 이명주(耳明酒), 명이주(明耳酒), 치롱주(治聋酒), 총이주(聪耳酒)라고도 했습니다. 모두어 말하면 귀가 밝아지는 술이라는 뜻입니다. 옛날부터 전해 오는 풍속으로, 정월 보름날 아침에 데우지 않은 술 한 잔을 마시면 귀가 밝아지고, 그해 1년 동안 즐거운 소식을 듣는다고 하여 남녀노소 모두가 마셨다고 합니다.

 가족끼리 단란히 모여 앉아 남녀노소 불문하고 서로가 덕담을 나누며 술 한잔 들면서 정월대보름날의 아침을 맞습니다. 그래서 정월 대보름날 만나는 사람에게 하는 인사말이 바로 오늘 아침 귀밝이술을 마셨는가 입니다. 1년 내내 귀로 좋은 소식만 듣기를 서로가 기원하는 이 풍속은 참으로 아름다운 풍속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귀밝이술의 그 함의가 조금씩 달라져가는 것도 지금의 실정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정월대보름날 한 회사의 직원이 자기 상사 사무실에 들어가 상사한테 술 한잔 따라놓았습니다.

 《회사에서 아침부터 웬 술인가?》

 상사가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니 직원이 하는 말이

 《오늘이 무슨 날인지 잊으신가 본데요. 정월 대보름날입니다.》

 《그럼 이 술은 귀밝이술이겠군. 고맙지만 아침에 집에서 귀밝이술 한잔하고 나오는 길이네.》

 그 말에 직원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집에서 드신 귀밝이술은 일년 내내 좋은 소식만 들으시라고 드셨겠지만 이 술은 그 뜻이 좀은 다릅니다. 이 술은 전체 직원들이 부장님께서 한해동안 수하직원들의 충언을 귀담아 들으시라는 뜻에서 올리는 술입니다.》

 직원의 말에 그 상사가 한참 술잔을 내려다보다가 하는 말이 이러하더랍니다.

 《이 잔은 그리 가벼운 잔이 아니군 그래》

 수하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려 달라고 올리는 술잔은 일년 내내 좋은 소식만 듣기를 바라면서 드는 술잔보다 무겁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찌 보면 이 이야기는 현대판 귀밝이술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목소리를 그것도 귀 따가운 충고든, 귀맛 좋은 축원이든 지어 거친 욕이든 다 들어줄 흉금을 가지면 더불어 사는 세상이 더 밝아지지 않을 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정월대보름날이 무거운 잔이든 가벼운 잔이든 귀밝이술을 들면서 서로가 덕담을 나누고 또 보름달을 보면서 한해의 소망을 비는 좋은 추억으로 남을 날이 되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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