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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형제에 대한 그리움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며 객지에서 한해를 보낸 사람들에게는 그리웠던 부모형제, 친지들을 찾아 고향으로 가는 길은 사뭇 즐겁고 마음 설레게 하는 걸음입니다.
태여나서 자란 고향, 고향은 어디까지나 잊혀지지 않는 파란 동심의 아름다운 추억과 성스런 부모님의 사랑이 살아 숨쉬는 곳입니다. 하기에 고향은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것입니다.
귀성길에 오르는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나 선물할가 합니다. 제가 오래전에 취재 차로 한 시골에 갔다가 들은 이야기인데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고 가끔 떠 올려보게 되는 거미에 대한 이야깁니다.
한 시골집에 만삭이 된 색시와 살아가는 한 농군이 있었는데 하루는 거미가 초가 지붕 밑에 거미줄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농군의 아내가 거미줄을 거둬내려고 하자 마루에 앉아 입 담배를 썰던 농군이 그 거미가 새끼 가진 어미거미라고 하면서 그냥 놔두라고 말렸습니다.
하루는 큰바람이 불어 거미줄이 다 날려갔습니다. 거미마저 날려갔다고 농군의 아내가 근심하니 농군이 말했습니다.
새끼 가진 거미는 쉽게 자리를 뜨지 않는다고 하면서 해가 뜨면 어디에서 나와 다시 거미줄을 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어디에 숨었는지 거미가 다시 나와 거미줄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만삭이 된 농군의 아내는 모기나 파리를 잡아서는 거미줄에 걸어주었습니다. 그도 인젠 새끼 가진 거미에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하루 농군의 아내는 지붕에서 내려온 뱀 한 마리가 거미를 노리고 혀를 날름대는 것을 보았습니다. 뱀이 거미를 삼킬가바 농군의 아내는 소리 소리를 질러 뱀을 쫓았습니다. 그 날 밤 농군의 아내가 남편에게 뱀이 거미를 노리던 이야기를 해주니 농군은 새끼 가진 놈은 쉽게 당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며칠 후 농군의 아내는 뱀이 거미를 삼키는 것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뱀이 거미를 삼켰다고 하니 농군이 벼락같이 지붕에 뛰어 올라가 지붕 뒤로 넘어가는 뱀을 잡아 껍질을 벗기고 밸을 훑어 냈습니다. 뱀이 삼킨 새끼를 밴 어미거미를 살리려는데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뱀 배속에서 나온 것은 거미가 아니고 거미줄로 돌돌 말아놓은 담배진이었습니다. 거미는 뱀이 자기를 노리고 있자 농군이 담배를 썰면서 담배 써는 칼에서 긁어낸 담배진을 모아 가지고 거미줄로 얽어서 거미모양을 만들어 거미줄에 매달았던 것입니다. 그것을 뱀이 거민가 하고 삼켰던 것입니다. 미물이지만 새끼 가진 거미의 영특함에 농군과 그의 아내는 혀를 내둘렀습니다.
새끼를 깐 어머 거미는 새끼거미들의 먹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새끼거미들이 달려들어 살을 뜯어먹어도 어미거미는 미동도 하지 않고 달갑게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새끼거미들에게 살을 다 뜯긴 어미거미는 빈 깝대기만 남았습니다. 찢어진 거미줄에 걸려 바람에 흔들리는 어미거미의 빈 깝대기를 보면서 농군과 그의 아내는 감개에 젖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모신세도 저 어미거미와 다를 게 없어]
어미거미는 영특하고 이악스런 미물이지만 그 최후만은 아주 처절하고 장렬했습니다.
지금도 저는 그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거미줄에 데롱데롱 달린 빈 깝대기만 남은 어미거미를 그려봅니다.
부모님들에게 효도하러 귀성길에 오른 분들은 가끔씩은 오늘 제가 한 거미이야기를 떠올려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올해의 귀성길이 여전히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귀성길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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