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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명주-라스베가스(제1편)
2013년 01월 11일 22시 25분  조회:3998  추천:0  작성자: 훈이

 라스베가스를 어떻게 쓸 가? 많이 고민했다. 조선의 금강산 기행문을 쓸 때도 그러했다. 너무나 알려진 명소여서 그런다. 라스베가스를 하루에 평균 10여만 명, 일 년에 4천여만 명이 다녀가고 해마다 평균 3000여 차례 대규모 컨벤션이 열린다고 하니 글 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던 차 아버님 창작생애 기념 포럼에 아들의 시각, 그것도 부전자전으로 아들도 역시 작가이기에 아들이면서 작가인 시각으로 아버님 창작생애에 관한 론문 한 편 써달라는 청탁을 받는 순간 문득 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라스베가스를 론문 격식을 본 따서 써보면 어떨 가? 한번 시도해볼만한 아이디어인 것 같다. 지금까지 소설, 연극, 시나리오, 에세이, 칼럼, 가사, 지어 무용극 대본까지 써오면서 논문은 한 편도 써보지 못했다. 그래서 중국 명문대 교수인 친구에게 론문이란 무엇이냐고 물으니 그 친구가 당신이 쓰는 소설이 뭐냐고 되묻는다. 소설이나, 연극이나, 에세이나 모든 글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글로 적은 것이라고 간단하게 대답했더니 그 친구도 간단하게 하는 말이 론문은 남의 글을 참고로 자기 글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 정의가 맞는지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고.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몇 편 본 론문 중 한 격식을 보면 《들어가면서》로 시작돼 나중에 《나오면서》로 마감을 했다. 그런 식으로 쓰면 재미있을 것 같아 본 따본다. 

 

 

                                                들어가면서 

 

 라스베가스로 들어가면서 먼저 라스베가스 력사공부를 해야 한다. 라스베가스 력사공부는 달리는 관광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시킨다. 알아맞히기 식으로 경품까지 내걸고 한다. (미리 안내 말씀 드릴 것은 필자 내외가 그랜드캐년처럼 두 번이나 라스베가스를 찾았다는 점, 그러나 카지노 때문에 두 번 찾은 것이 아님을 미리 알림.) 처음이나 두 번째나 가이드가 시키는 라스베가스 략사공부는 대동소이했다. 라스베가스 력사와 관련해 들려준 가이드의 소개를 먼저 간추린다. 

 

                                            라스베가스의 연혁 

 

 라스베가스에 대한 연혁이 대략 이렇게 나온다. 라스베가스는 네바다 주의 남동부 사막에 있는 관광과 도박의 도시로 네바다 주에서 제일 크다. 1855년경에 몰몬교 신도가 거주하기 시작했으나, 20세기에 들어와 철도가 건설 되면서 현대적인 도시로 개발되었다. 초기에는 광업과 축산업을 하는 마을이었으나 1936년 당시 세계 최대의 후버댐이 완성되고 도박장이 늘어나면서 관광, 환락지로서 각광을 받게 되어 네바다 주의 최대 재원이 되었다. 후버댐으로부터 막대한 전력과 물을 공급받아 밤낮으로 관광객으로 성황을 이루는 도시가 되어 24시간 잠들지 않는 《불야성》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대도시가 되었다. 

 그런데 라스베가스 연혁에서 한 가지 중요한 대목이 빠졌다는 것을 필자가 발견했다. 필자의 고증에 의하면 라스베가스 초기 정착 자들 중 몰몬교 신도 외에 중국인들도 많았다. 연도별로 본 라스베가스 거주 역사를 보면 1855년부터 1857년까지 몰몬교 신도 30명이 원주민 인디언들에게 농사짓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선교하기 위해 라스베가스에 거주지를 마련하고 잠시 정착했으나 인디언의 반대로 철수한다. 그 후 남북 전쟁이 끝나고 대륙횡단 철도가 완공되면서 철도 건설에 동원되었던 중국인들이 1869년부터 대거 라스베가스에 거주하기 시작해 차이나타운을 세우고 지금까지 끈질기게 세세대대로 라스베가스를 지키고 있다. 연대별로 라스베가스 략사를 고증해 본 결과 필자는 중국인도 라스베가스의 어엿한 주인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필자가 가이드에게 필자의 고증을 피력했더니 가이드도 동감을 표했다.

 《맞습니다. 중국인도 라스베가스 개척자입니다. 지금 중국인들이 라스베가스를 가장 많이 찾습니다.》  하긴 필자도 미국에 오기 전 중국인들이 미국에 오면 어김없이 찾는 곳이 라스베가스라는 말을 들었었다. 공무 차 미국에 온 방문단도 라스베가스를 꼭 방문 일정에 넣는다. 또 많은 부정부패를 일삼는 자들이 라스베가스에서 공금을 탕진한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예전엔 석유가 많이 나는 나라의 부자들이 라스베가스에 와서 돈을 물처럼 썼는데 지금은 중국인들이 돈을 눈 뿌리듯 쓰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돈 많습니다.》

 가이드가 알아맞히기 문제 하나 냈다. 내건 경품은 와인 한 병이었다. 

 《라스베가스는 어떤 도시입니까?》

 너무 쉬운 문제여서인지 아니면 경품으로 내건 와인 한 병 가지고 싶어서인지 너도나도 손을 들었다. 앞좌석 경로석에 앉은 바깥노인 한 분이 먼저 지명됐다. 

 《도박의 도시!》

 가이드는 태도 표시 없이 연속 여러 명을 지명했다.

 《밤의 도시!》

 《사막의 진주!》 

 《마피아의 도시!》

 《범죄의 도시!》

 《환락의 도시!》

 《축복받은 도시!》

 이렇게 저마다 나름대로 라스베가스에 대해 정의를 내렸지만 가이드는 그냥 고개를 살래살래 젓기만 하다가 나중에 입을 열었다.

 《기본상 맞는 대답이지만 정답은 아닙니다. 정답은 이제 여러분들이 라스베가스를 관광하신 후 다시 내려 주시길 바랍니다. 한 가지 해석드릴 것은 라스베가스는 한 때 마피아의 도시였고 지금도 마피아의 힘이 실리고 있는 도시지만 범죄의 도시는 아닙니다.》

 가이드의 해석은 아주 간단했다. 라스베가스를 도박의 도시로 생각할지언정 범죄의 도시로 생각해선 곤란하다는 얘기다. 라스베가스 범죄율은 로스앤젤레스나 근처의 로스앤젤레스나 기타 도시에 비해 낮다고 한다. 가이드 말로는 소매치기, 빈집털이, 불량배 같은 잡범들이 설치지 못하는 까닭은 마피아가 알아서 다 정리하기 때문이란다.

 《사소한 범죄로 관광객이 줄어들면 장사가 안 되니까 마피아가 경찰보다 도시 관리를 더 철저히 잘 한답니다. 소매치기 같은 잡범들이 경찰한테 걸리면 그냥 구치소로 가지만 마피아에 걸리면 그냥 아예 갑니다. 로스앤젤레스 주변이 죄다 사막이니 그냥 버려지는 거죠.》

 우스개로 하는 말 같지만 듣기만 해도 섬뜩한 느낌이 온다. 가이드는 마피아 공부까지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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