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민족적 네트웍 형성의 중요성 1980년대 이후 중국의 개혁개방과 도시화과정은 각 민족의 발전에 크다란 기회를 주었다. 원래부터 문화소질이 높고 시대적응에 빠른 중국조선족은 이러한 계기를 활용하여 재빨리 농경문화에서 리탈하고 도시화과정과 개혁개방의 앞장에 서게 되었다. 이러한 현실은 또 민족인구분포의 확산, 민족경제영역의 확대, 민족문화교육의 축소, 민족성의 약화 등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때문에 날로 분산화되고 있는 민족사회가 무너지지 않으려면 반드시 민족적 네트웍형성에 힘을 기우려야 한다. 과거 농경시대에는 자급자족위주의 생활양식하에서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생활을 하여 왔기 때문에 네트웍이 별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하였다. 그러나 시장경제시대 정보흐름과 물류 등이 가속화되고 있는 정세에 발걸음을 맞추자면 네트웍이 꼭 필요한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말하면 세계가 날로 정보화되어 가는 이 시대에 네트웍형성은 국가와 민족발전에 없어서 안 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시대에서 있어서 민족적 네트웍형성은 격렬한 경쟁속에서 민족이 살아남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라고도 볼 수 있다. 민족적 네트웍형성은 중국국내에만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세계범위내에서 민족적 네트웍을 만들어야 한다. 중국조선족은 그가 처한 여러 특징으로 민족적 네트웍형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2.중국조선족의 특징 중국조선족은 비록 조선반도에서의 이주로 시작되었지만 중국에 정착하면서 그 나름대로의 독특성을 지니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첫째, 중국조선족은 세계에서 인구가 제일 많은 나라의 일원이고 다민족국가의 일원이면 또 사회주의체제를 견지하고 있는 나라의 일원이기도 하며 신속한 경제성장과 종합적 국력의 신장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나라의 일원이기도 하다. 둘째, 중국조선족 선조들은 조선반도의 출신으로 조선족은 현재 한국과 조선이라는 고국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셋째, 지정학적으로 볼 때 동북아세아는 세계강국의 각축속에 깊이 휩싸인 지역이고 또 조선민족이 집중 분포되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중국조선족은 동북아세아의 중심지역의 하나인 중국동북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현재는 이동으로 한국, 일본, 러시아 및 미국 등 동북아 지역의 중요한 나라들에도 분포되어 있으며 한국과 조선은 물론이고 일본, 러시아 및 미국 등 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동포들과도 더욱 밀접한 연계를 형성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특징은 중국조선족이 조선민족 네트웍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3.조선족인구이동에 따른 영향 과거 중국조선족은 중국의 특수한 체제하에 많지 않은 공식적 이동이외 한 지역에서 폐쇄적인 생활을 하였다. 1980년대에 시작된 중국의 개혁과 개방은 중국인들이 국내 각 지역의 이동을 추진하였을 뿐만 아니라 세계로 향한 발걸음도 재촉하였다. 중국에서 문화소질이 높고 정세적응에 빠른 조선족은 그가 지닌 여러 가지 우세로 개혁개방에서도 국내 기타민족보다 앞장선 상태를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조선족의 인구이동은 국내 기타민족에 비할 바 없는 활발한 양상을 보였다. 현재 약 200만의 중국조선족인구가운데 50ꡞ60만정도가 동북 집거지역을 떠나 이동에 가세하였다고 말하여도 과언은 아니다. 아래의 숫자에서 보다시피 하나는 동북지역 조선족인구비례는 1990년의 97.14%에서 2000년에는 92.27%로 떨어졌다. 다시 말하면 1990년 동북3성의 조선족인구는 186.8만명이었으나 2000년에는 177.5만명으로 감소되었고 기타지역의 조선족인구는 1990녀의 5.5만명에서 14.9만명으로 증가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통계속에 든 숫자일 뿐 통계에 들지 않은 숫자를 계산하면 동북지역외의 조선족인구가 더 많은 비례를 차지할 것이다. 또 하나는 필자의 여러 차례 현지조사에 의하면 현재 조선족 집거지역의 농촌인구가운데서 약 1/3좌우의 인구가 원 지역을 떠난 사실이 보인다.2005년7월초 필자는 료녕성 대와현 영흥조선족향에 대한 현지조사를 진행하였다. 조선족이 집결된 중앙툰촌과 해빈촌의 인구이동상황을 보면 중앙툰촌의 전체인구 1610명에서 촌을 떠난 사람이 511명으로 전체인구수의 31.7%차지하였고 해빈촌의 전체인구 1315명에서 촌을 떠난 사람이 512명으로 38.9%차지하였다. 그리고 흑룡강성 해림현 해남향의 남라고촌사에 의하면 2002년 마을인구 1941명에서 촌을 떠난 자가 716명으로 36.9%차지하였다(리수학 편저《개척의 70년 발자취--남라고촌사》2002.7). 셋째로 조선족의 국외진출도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역시 상술한 촌의 상황을 보면 이동인구가운데 국외진출자의 비례가 중앙툰촌은 41.7%차지하고 해빈촌은 86.7%차지하였으며 남라고촌은 74.3% 차지하였다. 그리고 한국 법무부의 통계와 혼인이동 등 여러 추측에 의하면 현재 재한 조선족이 약 15만명이 되고 일본에도 4-5만명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현재 약 200만의 조선족인구가운데서 국내이동이 약 30만ꡞ40만명이 되고 국외이동이 약 20만명이 된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조선족사회의 극심한 변동과 진통은 인구이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고국인 한국과도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조선족의 국외진출에서 보다시피 대부분이 한국이었다. 중앙툰촌의 경우 국외진출자 가운데 한국진출자가 89.6%차지하였고 남라고촌의 경우는 94.9%차지하였다. 사실 “코리안 드림”은 조선족사회의 평온을 허물는 장본인의 하나이기도 하였다. 급속한 인구이동에 따른 조선족 집거지역 농촌인구의 격감, 수많은 부녀자들의 유출, 기타민족에게 경작지의 양도 등은 민족 전통집거지의 축소, 민족기초교육의 약화, 총각들의 혼인의 어려움, 장기출국에 따른 가정파탄의 위기, 도시진출에서 민족성보존의 어려움 등 심각한 문제들을 초래하고 있다. 민족의 애착심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문제들로 근심하고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 민족 모두의 힘과 지혜를 합쳐서 당면한 문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실천이야말로 민족이 살아 남는 길이라는 것을 기억하여야 한다. 4.조선족의 역할과 기여 중국의 개혁과 개방에서 조선족이 앞섰다는 것은 새로운 문제들을 먼저 감수해야 한다는 것과 같으며 동시에 개혁개방의 과실을 먼저 향수하고 있다는 것과도 같다. 현재 중국조선족은 봉착한 문제들로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지만 다른 한 방면 또 발전의 희망도 보이고 있다. 도시화, 현대화는 사회발전의 막지 못하는 큰 흐름이다. 인구이동은 중국조선족의 이러한 과정을 기타민족보다 앞서게 하였고 현대의식도 기타민족보다 빨리 터득하게 하였다. 이러한 여건들은 조선족사회의 비약적 발전을 초래하고 조선족이 현대민족으로 발돋움하는 중요한 계기로 되고 있다. 더욱이 중국조선족은 민족이 지닌 특수한 우세로 세계화흐름 속에 가세하고 있다. 그 일례로 조선족전체의 약 1/10에 달하는 인구가 현재 중국을 떠나 세계 여러 나라에서 국제화를 체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족의 국외이동은 그들의 시야를 넓이고 세계적 감각을 키워줄 뿐만 아니라 또 그들이 다 민족, 다 문화 환경에서 터득한 경험을 살려 세계 기타 여러 나라의 동포들과의 교류를 추진함으로 민족적 네트웍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민족의 네트웍형성은 민족의 화합과 공존,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발전, 나아가서는 세계의 평화와 발전에 중대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중국조선족은 부동한 지역, 부동한 체제하에서 오래동안 생활하여 온 여러 나라 동포, 특히 한국과의 교류에서 많은 갈등과 오해가 있기는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로 이해하게 될 것이고 갈등과 오해도 점점 적어질 것이다. 지금 중국조선족과 한국인과의 화합이 중국에서, 한국에서 서서히 이루기 시작하였다. 조선족은 한국이란 동일국가와 해외동포들과의 깊은 연계를 잘 활용하여 민족발전의 큰 힘으로 되도록 하여야 한다. 한국과 한국인들도 해외동포에 대한 전통적 시각과 정책을 재정리해야 한다. 과거 중국조선족은 국내에서 우수한 민족으로 평판 받았고 기타민족의 부러움을 자아냈다. 현재 중국조선족은 발전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맞고 있지만 민족전체가 힘을 합쳐 민족적 네트웍을 형성하고 민족발전에 활용하면 여전히 민족의 우수성을 유지하면서 중국사회발전에, 민족의 화합에, 나아가서는 세계평화와 공존에 큰 힘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본문은 2005년11월13일 일본동경에서 개최된 제2차 재일본 중국조선족 국제심포지엄에서 한 발언요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