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든 도둑
어느날,
덤벙덤벙한 딸아이의 실수로
잠기지 않은 집 문.
배시시 웃으며 들어서는 딸아이를
톡톡히 혼내주었다.
도둑이 들었으면
어떡할 뻔했냐고,
가장집물 다 털리면
어떡하냐고…
똘랑똘랑 눈물로 반성하는
딸아이를 이윽고 노려보다
무망간 내 안에 든 도둑을 알아보고
허구픈 웃음이 물씬~
맘만 먹으면 은행 금고도
거뜬히 털어버린다는데,
제아무리 두겹, 세겹 철통같이
잠가놓는다 한들 무슨 소용…
요즘도 가끔 잠기지 않은
집 문을 열 때면
나는 그 도둑을 마주보고
씩 웃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