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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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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바이런 시모음 댓글:  조회:2036  추천:0  2017-08-19
바이런 1788~1824 영국의 시인   런던에서 태어났다. 1798년 제5대 바이런 남작이 죽음으로써 제6대를  상속하여, 조상 대대로 내려 오는 노팅엄셔의 뉴스테드애비의 영주가 되었다. 1805년 케임브리지  대학의 트리니티 칼리지에 들어갔고, 시집 《게으른 나날》을 펴냈다.   그는 슬프고 애절한 서정성, 날카로운 풍자성이 있는 시들로 근대 유럽 문학의 발전에 공헌하였고, 낭만파 시인의 대표로 꼽힌다.《차일드 해럴드의 편력》이 예기치않은 성공을 거두었는데, 그 때 “자고나니 유명해졌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등이  있다.     추 억   아아, 모든 것은 끝났도다!- 꿈이 보여준 그대로, 미래는 이제 희망에 빛나지 않고   나의 행복의 나날은 끝났노라.   불행의 찬 바람에 얼어   내 삶의 동트는 새벽은 구름에 가렸구나,   사랑, 희망 그리고 기쁨이여 안녕!   내 이제 또 하나 잊을 길이 없을까,   추억을!     아, 꽃처럼 저 버린 사람   오, 그 아름다움 한창 피어날 때 저버린 그대   잠든 그대 위엔 묘석일랑 놓지 못하게 하리라.   그대를 덮은 잔디 위엔 오직 장미를 심어   봄이면 새싹 트게 하고   야생 실백편나무 수심어려 휘청거리게 하리라.   때로는 또 저기 푸르게 흐르는 시냇가에   슬픔의 여신 찾아와 고개 숙이며   갖가지 꿈으로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고   혹은 머뭇거리고 혹은 사뿐히 걸음 옮기게 할지니   상냥한, 가엾은 그대여!   혹시나 그 발걸음이   고이 잠든 그대를 깨울까 하여이니라.     시용성      사슬 없는 마음의 영원한 정신! 자유여,   그대는 지하 감옥에서 가장 찬연히 빛난다.   그대 사는 곳은 사람의 마음 속이기에   그대를 묶어 놓는 것은 그댈 사랑하는 마음 뿐,   그대 아들들이 족쇄에 채워져 얽매일 때-   그리고 축축한 지하 감옥 햇빛 없는   어둠 속에 던져질 때,   그들의 조국은 그들의 순교로 승리를 얻고   자유의 명성은 그 날개를 널리 펼친다.   시용이여! 그대의 감옥은 오히려 성스러운 곳   그대의 슬픈 돌바닥은 제단이다.   보니바르가 한 때 그 차디찬 돌바닥이 잔디인 양   그의 발자국이 그 모두에 남을 때까지   그 돌바닥을 짓밟고 거닐었기에   아무도 그 발자국들을 지우지 말지어다!   그 발자국들이 폭정을 신에게 호소하는   증거가 되기에.     바벨론 강가에서 앉아서 우리는 울었도다.                       우리는 바벨의 물가에 앉아서 울었도다.   우리 원수들이 살육의 고함을 지르며   예루살렘의 지성소를 약탈하던 그 날을 생각하였도다.   그리고 오 예루살렘의 슬픈 딸들이여!   모두가 흩어져서 울면서 살았구나.     우리가 자유롭게 흐르는 강물을 바라볼 때에   그들은 노래를 강요하였지만,   우리 승리하는 노래는 아니었도다.   우리의 오른 손, 영원히 말라버릴지어다!   원수를 위하여 우리의 고귀한 하프를 연주하기 전에     버드나무에 하프는 걸려있고   그 소리는 울리지 않는구나. 오 예루살렘아!   너의 영광이 끝나던 시간에   하지만 너는 징조를 남겼다.   나는 결코 그 부드러운 곡조를   약탈자의 노래에 맞추지 않겠노라고.     우리 둘 헤어질 때              말없이 눈물 흘리며     우리 둘 헤어질 때   여러 해 떨어질 생각에     가슴 찢어졌었지   그대 뺨 파랗게 식고     그대 키스 차가웠어   이 같은 슬픔     그때 벌써 마련돼 있었지     내 이마에 싸늘했던     그 날 아침 이슬   바로 지금 이 느낌을     경고한 조짐이었어   그대 맹세 다 깨지고     그대 평판 가벼워져   누가 그대 이름 말하면     나도 같이 부끄럽네     남들 내게 그대 이름 말하면     그 이름 조종처럼 들리고   온몸이 한 바탕 떨리는데     왜 그리 그대 사랑스러웠을까   내 그대 알았던 것 남들은 몰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걸   오래 오래 난 그댈 슬퍼하리     말로는 못할 만큼 너무나 깊이     남몰래 만났던 우리--     이제 난 말없이 슬퍼하네   잊기 잘하는 그대 마음     속이기 잘하는 그대 영혼을   오랜 세월 지난 뒤     그대 다시 만나면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할까?     말없이 눈물 흘리며       길 없는 숲에 기쁨이 있다        '해럴드 공자의 편력' 중에서, 캔토 4, 시 178   길 없는 숲에 기쁨이 있다   외로운 바닷가에 황홀이 있다   아무도 침범치 않는 곳   깊은 바다 곁, 그 함성의 음악에 사귐이 있다.   난 사람을 덜 사랑하기보다 자연을 더 사랑한다   이러한 우리의 만남을 통해   현재나 과거의 나로부터 물러나   우주와 뒤섞이며, 표현할 수는 없으나   온전히 숨길 수 없는 바를 느끼기에         아테네의 아가씨여, 우리 헤어지기 전에                        아테네의 아가씨여 우리 헤어지기 전에   돌려주오, 오, 내 마음 돌려주오   아니 기왕에 내 마음 떠난 바엔   이젠 그걸 가지고 나머지도 가져가오   나 떠나기 전 내 언? 들어주오   "내 생명이여, 나 그대 사랑하오"     에게해 바람마다 애무한   흘러내린 그대 머리칼에 맹세코   그대의 부드러우 뺨에 피어나는 홍조에 입마주는   까만 속눈썹이 술 장식한 그대 눈에 맹세코   어린 사슴처럼 순수한 그대 눈망울에 맹세코   "내 생명이여, 나 그대 사랑하오"     애타게 맛보고 싶은 그대 입술에 맹세코   저 허리띠 두른 날씬한 허리에 맹세코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사연도   전해주는 온갖 꽃에 맹세코   교차되는 사랑의 기쁨과 슬픔에 맹세코   "내 생명이여, 나 그대 사랑하오"     아테네의 아가씨여! 나는 떠나가리라   님이여! 홀로 있을 땐 날 생각하오   몸은 비록 이스탄불로 달려갈지라도   내 마음과 여혼은 아테네에 있소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리까? 천만에요!   "내 생명이여, 나 그대 사랑하오"         그녀는 아름답게 걷는다                        별이 총총한 구름 한점 없는 밤하늘처럼   그녀는 아름답게 걷는다.   어둠과 빛의 순수는 모두   그녀의 얼굴과 눈 속에서 만나고,   하늘이 찬연히 빛나는 낮에는 주지 않는   부드러운 빛으로 무르익는다.   그늘 한 점이 더하고 빛이 한 줄기만 덜했어도    새까만 머리칼마다 물결치고   혹은 부드럽게 그녀의 얼굴을 밝혀 주는   형언할 바이 없는 그 우아함을 반은 해쳤으리라.   그녀의 얼굴에선 사념이 고요히 감미롭게 솟아나   그 보금자리, 그 얼굴이 얼마나 순결하고 사랑스런가를 말해 주노라.   저 뺨과 이마 위에서   상냥하고 침착하나 힘차게......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미소, 환히 피어나는 얼굴빛은   말해 준다. 착하게 보낸 지난날을   이 땅의 모든 것과 화목한 마음,   순결한 사랑이 깃든 마음을.          이제는 더 이상 헤매지 말자                        이제는 더 이상 헤매지 말자,   이토록 늦은 한밤중에   지금도 사랑은 가슴 속에 깃들고   지금도 달빛은 훤하지만.   칼을 쓰면 칼집이 해어지고   정신을 쓰면 가슴이 헐고   심장도 숨 쉬려면 쉬어야 하고   사랑도 때로는 쉬어야 하니.    밤은 사랑을 위해 있고   낮은 너무 빨리 돌아오지만   이제는 더 이상 헤매지 말자.   아련히 흐르는 달빛 사이를......  
35    귄터 아이히 詩 모음 댓글:  조회:2310  추천:0  2017-08-09
비가 전하는 소식 귄터 아이히  슬레이트지붕에서 기와지붕으로, ... 빗방울이 북소리 같이 울리며, 전염병처럼 퍼져, 내게 전하는 소식,  가지고 싶지 않은 자에게 전달되는 밀수품- 벽의 바깥에 창문의 함석조각이 울리고, 자음과 모음들이 달그닥거리며 한데 합치면, 비는 말한다 나밖에는 아무도 알 수 없으리라 생각되는 언어로- 깜짝 놀라 나는 듣는다 절망의 소식을, 빈곤의 소식을, 그리고 비난의 소식을, 이 소식이 내게 전해져 불쾌하다, 나는 아무 죄도 없는데. 나는 소리높여 외친다, 비도, 비의 고발도, 그리고 그것을 내게 보낸 자도 나는 두렵지 않다고, 적당한 시간에  밖으로 나가 그에게 대답하리라고     소지품 목록/ Guenter Eich 이것은 나의 모자, 이것은 나의 외투, 여기 아마포로 만든 주머니 속에는 나의 면도기. 통조림 깡통은 나의 접시, 나의 술잔, 나는 그 생철 그릇에다 이름을 새겼다. 모두들 갖고 싶어 해서 내가 숨겨두었던, 이 소중한 못을 가지고 여기에다 새긴 것이다. 빵주머니 속에는 면양말이 한 켤레 들어 있고. 또한 내가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것들이 몇 개 들어 있다. 그래 이것을 밤이면 베개처럼 머리 맡에 베고 잔다. 여기 있는 이 마분지 판때기를 땅바닥에 깔고. 이 연필심을 나는 가장 아낀다. 밤에 생각한 몇 줄의 시를 낮에 이 연필심으로 쓰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공책, 이것은 나의 천막조각, 이것은 나의 세수수건, 이것은 나의 바느질 연장.       - 쓰레기 적치장/귄터 아이히     누구도 듣지 않고, 모두가 듣는 세계의 슬픔은 며느리밑씻개 위에서 시작된다. 바람은 매트레스의 스프링의 신축재를 건드린다. 꽃들과 포도송이들의 장식 속에서 잔에 쓰인 금자를 나는 어슴푸레 읽을 수 있었으니, 오 나는 얼마나 섬찟했던가. 사랑, 희망 그리고 믿음이란 말. 아 누가 너무나 쓰디쓴 고통에 대해 조각들을 이렇게 붙일 수 있나? 가슴을 지나듯 법랑을 지나 면리밑씻개의 불길은 커만 간다. 녹슨 철모에 남은 물찌꺼기는 스쳐가는 새들의 목욕을 위한 것. 망실되 영혼이여, 네가 누구를 떠나든간에, 누가 은총 속에서 너를 다시 맞출까?     - 변소/귄터 아이히   피와 오줌이 잔뜩 묻은 종이조각들, 악취가 진동하는 도랑 위에, 싯누런 똥파리들에 에워싸여, 나는 무릎을 쪼그리고 앉아, 숲이 우거진 강가, 정원들과, 물가에 멎은 보트를 바라본다. 썩은 진흙구렁 속으로 돌덩이처럼 딱딱한 똥이 철썩 떨어진다. 엉뚱하게도 내 귀에는 휠덜린의 시가 울려온다. 눈처럼 하얀 구름이 오줌 속에 반사한다. 『이제 그만 가서 아름다운 가론느 江에게 인사하라-』 휘청거리는 발 아래서 구름이 헤엄쳐 도망간다.    기하학적 위치/ 귄터 아이히   우리는 우리들의 그림자를 팔아 버렸다, 그림자는 히로시마의 담벼락에 걸려 있다.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던 사업에서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이자를 거둬들이고 있다. 한데,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나의 위스키를 마시자꾸나. 그러나 양심의 증명서인 이름을 지닌 나의 술병이 있는 주막집을 나는 찾을 수가 없으리라. 예수의 탄생 때에 나는 동전 한 푼 은행에 맡긴 일이 없다. 그런데 인간에 대적해서 훈련받은 개들의 자손들을 나는 도나우 학파의 언덕 위에서 보았다. 그것들도 나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나는, 히로시마의 주민들처럼, 화상 입은 피부는 보고 싶지 않다, 나는 마시고 노래하고 싶다, 위스키에 대해 나는 노래를 한다. 채석강이나 철조망 속에서 그의 조상들이 인간을 향해 뛰어오르던 그런 개들을 나는 쓰다듬고 싶다. 히로시마의 은행에 있는 그대, 나의 그림자여, 때때로 나는 모든 개들과 함께 너를 방문하며 우리들의 당좌예금의 안전을 위해 그대를 향해 잔들 들겠다. 박물관은 뜯겨 버리리라, 그 전에 나는 몰래 너에게 숨어들리라, 너의 난간 뒤로, 너의 웃음 뒤로, 우리들의 구원된 외침으로, 바로 그 순간 너와 나의 신발이, 우리들이 또다시 서로 어울리리라. - 비둘기/귄터 아이히   밭을 지나 저쪽으로 비둘기들이 날아간다, - 날개를 한 번 치는 것이 아름다움보다 더욱 빨라 아름다움은 그것을 따르지 못하고, 나의 마음 속에 불안으로 남는다. 비둘기집 앞에서, 녹색 페인트 칠을 한 그 조그만 새집 앞에서, 비둘기들의 웃음소리를 들은 것만 같아 나는 깊은 생각에 잠긴다. 날으는 것이 그들에게 중요한 일일까, 땅을 내려다보는 그들의 눈은 얼마나 날카로울까. 그들은 어떻게 모이를 쪼아 먹으며 또한 매가 날아오는 것을 알아차릴까. 나는 비둘기들을 두려워하리라 마음먹는다. 나는 말하고 싶다. 네가 그들이 주인은 아니라고, 네가 모이를 뿌려주려고, 네가 그들의 깃털에 통신문을 매달고, 네가 그들을 예쁜 모습으로 치장해주긴 하지만, 새로운 색깔, 머리와 발목의 새로운 깃털. 너의 힘을 믿지 말라, 그러면 너는 놀라지 않으리라, 네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도, 너희들의 곁에 숨겨진 王國이 있어, 알아낼 수 없는, 소리없는 언어가 있고, 힘은 없어도, 건드릴 수 없는 다스림이 있고, 또한 비둘기가 날아갈 때 결단이 내려진다는 것을 알아도. - 꿈/귄터 아이히     깨어나라, 너희들은 악몽을 꾸고 있다! 잠들지 말라, 무서운 일이 서서히 닥쳐오고 있다. 네 비록 피 흘리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지만, 너에게도 그것은 닥쳐오고 있다. 네가 방해받고 싶지 않은 낮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도 역시. 오늘 그것이 닥쳐오지 않으면, 내일 오리라. 그러나 틀림없는 일이다. 『아니타가 일주일 동안 수를 놓아서 크리스머스 선물로 준, 빨간 꽃무늬의 베개를 베고, 오, 쾌적한 잠, 기름진 불고기와 연한 채소를 먹고 난 다음의 오, 쾌적한 잠, 잠들면서 우리는 어제 저녁의 뉴스 영화를 생각한다. 유월절의 양들, 소생하는 자연, 바덴바덴의 도박장 개설, 케임브리지 팀이 옥스퍼드 팀을 2정신반 앞서 이겼다든가 하는- 잠들기 전의 상상으로는 이만하면 족하다. 오, 최고급 깃털로 만든 이 부드러운 베개! 이 베개를 베고 우리는 이 세계의 불쾌한 일들을 모두 잊어버린다. 예컨대 낙태를 시켰다고 고발된 여인이 스스로의 변호를 했다는 소식을, 일곱 아이의 어머니인 그 여인이 젖먹이를 데리고 나에게 왔다. 아기의 기저귀가 없어 신문지로 기저귀를 채워가지고. 하지만 그거야 재판소에서 알아 할 일이지, 우리 일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팔자를 세게 타고난 걸 우리가 어떻게 하겠는가, 어떤 일이 일어나도 우리 손자들은 훌륭히 싸워 이길 테니까』 『아, 너는 벌써 자고 있느냐? 어서 깨어나라, 나의 친구여! 철조망에는 벌써 전류가 흐르고, 초병들이 늘어섰다』 이 세계의 주재자들이 분주한 동안은 안 된다. 자지 마라! 너희들을 위하여 노력해야만 한다고 그럴 듯하게 내세우는 그들의 권력을 믿지 마라! 너희들의 마음이 공허하게 될 것을 얘기하더라도 너희들의 마음이 텅 비지 않도록 주의하라! 유익하지 못한 일을 하라, 사람들이 너희들의 입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노래를 불러라! 불유쾌하게 살라, 이 세계라는 기계 속의 기름이 되지 말고, 모래가 되라!    
34    괴테 시모음 댓글:  조회:3893  추천:3  2017-08-09
괴테 시모음   신비의 합창  지나간 모든 것은  한갓 비유일 뿐,  이루기 어려운 것 여기 이루어졌으니.  글로 쓰기 어려운 것이  여기 이루어졌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올라가게 한다.  ~~~~~~~~~~~~~~~~~~~~  첫 사 랑  아 - 누가 그 아름다운 날을 가져다 줄 것이냐,  저 첫사랑의 날을.  아 - 누가 그 아름다운 때를 돌려 줄 것이냐,  저 사랑스러운 때를.  쓸쓸히 나는 이 상처를 기르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한탄과 더불어  잃어 버린 행복을 슬퍼한다.  아 - 누가 그 아름다운 날을 가져다 줄 것이냐!  그 즐거운 때를.  ~~~~~~~~~~~~~~~~~~~~  그대 곁에서  나 그대가 생각납니다.  태양의 미미한 빛살이  바다 위에서 일렁거리면  나 그대가 생각납니다.  달의 어렴풋한 빛이  우물 속 그림자로 출렁거리면  나 그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먼 길에 먼지에 일게 되면  나 그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이슥해진 좁은 길 위에서  나그네가 떨고 있으면  나 그대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요란한 소리로 높은 파도가 밀려 올때면  나 그대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모든 것이 숨죽인 공원을 거닐 때면  나 그대 곁에 있습니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대는 늘 내 곁에 있습니다.  태양이 가라앉고  잠시 후 별이 빛날 것입니다.  아아, 그대가 저 하늘의 별일 수만 있다면.  ~~~~~~~~~~~~~~~~~~~~  사랑하는 사람 가까이  희미한 햇빛 바다에서 비쳐올 때  나 그대 생각 하노라.  달빛 휘영청 샘물에 번질 때  나 그대 생각 하노라.  저 멀리 길에서 뽀얀 먼지 일 때  나 그대 모습 보노라.  어두운 밤 오솔길에 나그네 몸 떨때  나 그대 모습 보노라.  물결 높아 파도 소리 아득할 때  나 그대 소리 듣노라.  고요한 숲 속 침묵의 경계를 거닐며  나 귀를 기울이노라.  나 그대 곁에 있노라, 멀리 떨어졌어도  그대 내 가까이 있으니  해 저물면 별아, 나를 위해 곧 반짝여라  오오 그대 여기 있다면.  ~~~~~~~~~~~~~~~~~~~~  동경(憧憬)  내 마음을 이렇게도 끄는 것은 무엇인가  내 마음을 밖으로 이끄는 것은 무엇인가  방에서, 집에서  나를 마구 끌어 내는 것은 무엇인가.  저기 바위를 감돌며  구름이 흐르고 있다!  그곳으로 올라갔으면,  그곳으로 갔으면!  까마귀가 떼를 지어  하늘하늘 날아간다.  나도 그 속에 섞여  무리를 따라간다.  그리고 산과 성벽을 돌며  날개를 펄럭인다.  저 아래 그 사람이 있다.  나는 그쪽을 살펴본다.  저기 그 사람이 거닐어 온다.  나는 노래하는 새.  무성한 숲으로  급히 날아간다.  그 사람은 멈춰 서서 귀를 기울여  혼자 미소 지으며 생각한다.  저렇게 귀엽게 노래하고 있다.  나를 향해서 노래하고 있다고,  지는 해가 산봉우리를  황금빛으로 물들이건만,  아름다운 그 사람은 생각에 잠겨서  저녁놀을 보지도 않는다.  그 사람은 목장을 따라  개울 가를 거닐어 간다.  길은 꼬불꼬불하고  점점 어두어진다.  갑자기 나는  반짝이는 별이 되어 나타난다.  저렇게 가깝고도 멀리  반짝이는 것은 무엇일까.」  네가 놀라서  그 빛을 바라보면,  나는 너의 발 아래 엎드린다.  그 때의 나의 행복이여!  ~~~~~~~~~~~~~~~~~~~~  이 별  입으로는 차마 말 할 수 없는 이별을  내 눈으로 말하게 하여 주십시오  견딜 수 없는 쓰라림이 넘치오  그래도 여느 때는 사나이였던 나였건만  상냥스러운 사랑의 표적조차  이제는 슬픔의 씨앗이 되었고  차갑기만 한 그대의 입술이여  쥐여 주는 그대의 힘 없는 손이여  여느 때라면 살며시 훔친 입맞춤에조차  나는 그 얼마나 황홀해질 수 있었던가  이른 봄 들판에서 꺾어 가지고 온  그 사랑스런 제비꽃을 닮았었으나  이제부터는 그대 위해 꽃다발을 엮거나  장미꽃을 셀 수조차 없이 되었으니  아아 지금은 정녕 봄이라는데 프란치스카여  내게만은 쓸쓸하기 그지없는 가을이라오  ~~~~~~~~~~~~~~~~~~~~  슬픔의 환희  마르지 말아라, 마르지 말아라  영원한 사랑의 눈물이여!  아아, 눈물 마른 눈에 비치는 이 세상이란  얼마나 황량하며, 그 얼마나 죽은 것으로 보이랴!  마르지 말아라, 마르지 말아라  불행한 사랑의 눈물이여!  ~~~~~~~~~~~~~~~~~~~~  내 그대를 사랑하는지  내 그대를 사랑하는지 나는 모른다.  단 한번 그대 얼굴 보기만 해도,  단 한번 그대 눈동자 보기만 해도,  내 마음은 온갖 괴로움 벗어날 뿐,  내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하느님이 알 뿐  내 그대를 사랑하는지 나는 모른다.  ~~~~~~~~~~~~~~~~~~~~  그리움을 아는 사람만이  그리움을 아는 사람만이  내 가슴의 슬픔을 이해합니다.  홀로  이 세상의 모든 기쁨을 등지고  머언  하늘을 바라봅니다.  아, 나를 사랑하고 나를 알아 주던 사람은  지금 먼 곳에 있습니다.  눈은 어지럽고  가슴은 찢어집니다.  그리움을 아는 사람만이  내 가슴의 슬픔을 이해합니다.  ~~~~~~~~~~~~~~~~~~~~  우리는 함께 생각하고 느껴요  산과 강, 도시만을 생각한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무의미한 것일까요?  그러나 우리가 비록 헤어져 있을지라도  우리는 함께 생각하고 느끼며  영혼이 가까이 있는 그 누군가가 있음을 알고 있다면  이 세상은 사람이 살고 있는 정원이 될 것입니다.  ~~~~~~~~~~~~~~~~~~~~  사랑의 독본  책 중에  가장 오묘한 책,  사랑의 책을  나는 차분히 읽어 내려갔습니다.  기쁨을 말하는 페이지는 적었고  한권을 읽는 동안  괴로움만 계속되었습니다.  이별은 특별히  한 장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재회에 대해서는  아주 짧은 단문으로 말하고 있었지요.  그리고 고뇌는  전편에 걸쳐 매우 긴 설명이 붙어 있었고  끊임없이 이어져 갔습니다.  오오 시인이여,  마침내 그대는 정답을 찾았습니다.  우리가 영원히 풀 수 없었던  그 문제는 결국  다시 만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풀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  들 장 미  한 아이가 보았네  들에 핀 장미  그리도 싱그럽고 아름다워서  가까이 보려고 재빨리 달려 가,  기쁨에 취하여 바라보았네.  장미, 장미, 빨간 장미  들에 핀 장미  소년은 말했네. '너를 꺾을 테야  들장미야!'  장미는 말했네. '너를 찌를테야  끝내 잊지 못하도록.  꺾이고 싶지 않단 말이야'  장미, 장미, 빨간 장미  들에 핀 장미.  짖궂은 아이는 꺾고 말았네  들에 핀 장미  장미는 힘을 다해 찔렀지만  비명도 장미를 돕지 못하니,  장미는 그저 꺾일 수 밖에.  장미, 장미, 빨간 장미  들에 핀 장미.  ~~~~~~~~~~~~~~~~~~~~  나그네의 밤노래  모든 산봉우리위에  안식이 있고  나뭇가지에도  바람소리 하나 없으니  새들도 숲속에 잠잔다.  잠시만 기다려라  그대 또한 쉬리니.  ~~~~~~~~~~~~~~~~~~~~  5월의 노래  밀밭과 옥수수밭 사이로,  가시나무 울타리 사이로,  수풀 사이로,  나의 사랑은 어딜 가시나요?  말해줘요!  사랑하는 소녀  집에서 찾지 못해  그러면 밖에 나간 게 틀림없네  아름답고 사랑스런  꽃이 피는 오월에  사랑하는 소녀 마음 들 떠 있네  자유와 기쁨으로.  시냇가 바위 옆에서  그 소녀는 첫 키스를 하였네  풀밭 위에서 내게,  뭔가 보인다!  그 소녀일까?  ~~~~~~~~~~~~~~~~~~~~  거룩한 갈망  현자에게가 아니면 말하지 마라  세속 사람은 당장 조롱하고 말리니  나는 진정 사는가 싶이 살아 있는 것을  불꽃 속에 죽기를 갈망하는 것을 찬미한다  그대를 낳고 그대가 낳았던  사랑을 나눈 밤들의 서늘한 물결 속에서  그대 말없이 타는 촛불을 보노라면  신비한 느낌 그대를 덮쳐 오리  그대 더 이상 어둠의 강박에 매이지 않고  더 높은 사랑의 욕망이 그대를 끌어올린다  먼길이 그대에겐 힘들지 않다  그대 마술처럼 날개 달고 와서  마침내 미친 듯 빛에 홀리어  나비처럼 불꽃 속에 사라진다  죽어서 성장함을 알지 못하는 한  그대 어두운 지상의 고달픈 길손에 지나지 않으리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로버트 블라이 번역  ~~~~~~~~~~~~~~~~~~~~  미뇽(Mignon)  당신은 아시나요, 저 레몬꽃 피는 나라?  그늘진 잎 속에선 금빛 오렌지 빛나고  푸른 하늘에선 부드러운 바람 불어 오고  감람나무는 고요히, 월계수는 드높이 서 있는  그 나라를 아시나요?  그 곳으로 ! 그 곳으로 가고 싶어요. 당신과 함께. 오 내 사랑이여 !  당신은 아시나요. 그 집을? 둥근 기둥들이  지붕 떠받치고 있고, 홀은 휘황 찬란, 방은 빛나고,  대리석 입상(立像)들이 날 바라보면서,  "가엾은 아이야, 무슨 몹쓸 일을 당했느냐?"고 물어 주는 곳,  그 곳으로 ! 그 곳으로  가고 싶어요, 당신과 함께, 오 내 보호자여 !  당신은 아시나요, 그 산, 그 구름다리를?  노새가 안개 속에서 제 갈 길을 찾고 있고  동굴 속에는 해묵은 용들 살고 있으며  무너져 내리는 바위 위로는 다시  폭포수 내려 쏟아지는 곳,  그 곳으로 ! 그 곳으로  우리의 갈 길 뻗쳐 있어요. 오 아버지, 우리 그리로 가요 !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 시대〉  ~~~~~~~~~~~~~~~~~~~~  가뉘메트  아침놀 가운데인 양  나를 에워싸 작열한다.  그대, 봄이여, 사랑하는 것이여!  수천의 사랑의 기쁨 더불어  그대의 영원한 열기  거룩한 마음  내 가슴으로 밀쳐든다.  끝없이 아름다운 것이여!  하야 내 그대를 끌어 안고자,  이 품안으로!  아, 애태우며  그대 가슴에 내 누우면,  그대의 꽃, 그대의 풀포기  내 가슴에 밀려든다.  사랑스런 아침 바람  내 가슴 속 불타는  갈증을 식혀주면,  바람결에 나이팅게일 사랑스럽게  안개낀 골짜기에서 나를 향해 우짖는다.  곧 가리라! 가리라!  그러나 어디로? 아, 어디로?  위를 향해, 위를 향해서이다.  구름은 아래로 떠오며, 구름은  그리운 사랑으로 내려 온다.  나에게로, 나에게로 오라!  너희들의 품에 안겨  위를 향해서  에워 싸고 에워 싸이어!  위를 향해  그대의 가슴에 안겨  자비로운 아버지여!  * 가뉘메트 ; 아폴로의 독수리를 따라 하늘로 올라간 미소년  ~~~~~~~~~~~~~~~~~~~~  마왕  이 늦은 밤 어둠 속, 바람 속에 말타고 가는 이 누군가?  그건 사랑하는 아이를 데리고 가는 아버지다.  아들을 팔로 꼭 껴안고,  따뜻하게 감싸안고 있다.  "뭣 때문에 얼굴을 가리고 무서워 하느냐?"  "보세요, 아버지, 바로 옆에 마왕이 보이지 않으세요?  왕관을 쓰고 옷자락을 끄는 마왕이 안 보이세요?"  "아이야, 그건 들판에서 피어오르는 안개란다."  "오, 귀여운 아이야, 너는 나와 함께 가자!  거기서 아주 예쁜 장남감을 많이 갖고 나와 함께 놀자.  거기에는 예쁜 꽃이 많이 피어있고  우리 엄마한테는 황금 옷이 많단다."  "아버지, 아버지, 들리지 않으세요?  마왕이 지금 제 귀에 말하고 있어요."  "조용히 해라 내 아가야, 너의 상상이란다.  그건 슬픈 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소리란다."  "귀여운 아이야, 자, 나와 함께 가자꾸나.  나의 딸들이 널 예쁘게 돌봐주게 하겠다.  나의 달들은 밤마다 즐거운 잔치를 열고  춤추고 노래하고 너를 얼러서 잠들게 해줄거다."  "아버지, 아버지, 저기에 보이지 않으세요?  마왕의 딸들이 내 곁에 와 있어요."  "보이지, 아주 잘 보인단다.  오래된 회색 빛 버드나무가 그렇게 보이는 거다."  "귀여운 아이야 나는 네가 좋단다. 네 귀여운 모습이 좋단다.  네가 싫다고 한다면 억지로 끌고 가겠다."  "아버지, 아버지, 마왕이 나를 꼭꼭 묶어요!  마왕이 나를 잡아가요!"  이제 아버지는 무서움에 질려 황급하게 말을 몬다.  신음하고 있는 불쌍한 아이를 안고서.  가까스로 집마당에 도착했으나  팔 안의 아이는 움직이지 않고 죽어 있다.  ~~~~~~~~~~~~~~~~~~~~  눈물젖은 빵을 먹어본 적이 없는 자  슬픈 밤을 한 번이라도  침상에서 울며 지새운 적이 없는 자,  그는 당신을 알지 못하오니,  하늘의 권능이시여.  당신을 통하여 삶의 길을 우리는 얻었고  불쌍한 죽을 자들 타락케 하시어  고통 속에 버리셨으되,  그럼에도 저희는 죄값을 치르게 됩니다.  ~~~~~~~~~~~~~~~~~~~~  툴레의 임금님  옛날 예적 툴레에 한 임금님이 사셨지,  죽을 때까지 변함없이 정성을 바쳐  사랑하던 왕비가 세상을 떠나며  황금 술잔 하나를 남기고 가셨지.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어서  잔치 때마다 그 잔을 쓰시고  그걸로 술을 드실 때마다  계속 눈물을 흘렸지.  돌아가실 때가 가까워 지자  다스리던 고을들과 온갖 것들을  세자에게 물려주셨지만  금 잔만은 그러지 않았지.  임금님은 왕궁 잔치를 열었는데  바닷가 높은 성 안에  선조들 대물려 온 넓은 연회장에  기사와 귀족들 모두 불렀지.  늙으신 임금님은 거기에 서신 다음  그 잔으로 마지막 생명의 불꽃을 드시더니  그 성스러운 잔을 들어  바닷물로 힘껏 던지셨지.  임금님은 잔이 떨어지는 것과, 물이 들어가고  바다밑으로 가라앉는 것을 보신 다음  눈을 영원히 감으시고  다시는 마시지 않으셨네.  ~~~~~~~~~~~~~~~~~~~~  프로메테우스  제우스여, 그대의 하늘을  구름의 연기로 덮어라!  그리고 엉겅퀴의 목을 치는  어린이처럼  참나무나 산정들과 힘을 겨뤄라!  그러나 나의 대지는  손대지 말고 내버려둬야 한다  그대가 짓지 않은, 나의 작은 집과,  불길 때문에 그대가  나를 질투하는  나의 화덕도  나는 태양 아래에서  신들인 그대들보다 가엾은 자들을 알지 못한다.  그대들은 제물과  기도의 숨결로  간신히 먹고산다.  대단한 분들이여  그리고 만일 어린이들과 걸인들이  희망에 부푼 바보들이 아니었던들  그대들은 굶주렸을 것을.  나 역시 어린애여서,  들고 날 곳을 몰랐을 때,  나는 당황한 시선을  태양을 향해 돌렸다. 마치 저 하늘에,  나의 탄식을 들어 줄 귀가 있고,  압박받는 자를 불쌍히 여겨 줄  나의 마음과 같은 마음이 있는 듯이.  그러나 누가 거인족의 오만에 대해서  나를 도왔으며,  누가 죽음과  노예상태에서 나를 구했던가?  거룩하게 불타는 나의 마음이  이 모든 것을 성취하지 않았던가?  그러고도 젊고 선량한 마음은,  기만당하여, 구원에 감사하며  천상에서 잠든 자를 열애하지 않았던가?  그대를 존경하라고? 왜?  그대가 이전에 한 번이라도  짐을 진 자들의 고통을 덜어 준 적이 있는가?  그대는 이전에 한 번이라도  겁먹은 자들의 눈물을 달래 준 적이 있는가?  전능의 시간과  나의 주이며, 그대의 주인인  영원한 운명이  나를 사나이로 단련하지 않았던가?  꽃봉오리의 꿈이 모두  성숙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삶을 증오하고,  황야로 도주할 것이라고  그대는 착각하는가?  나는 여기에 앉아, 나의 모습에 따라,  인간들을 형성한다.  괴로워하고, 울며,  즐기고, 기뻐하는,  나와 같이  그대를 존경하지 않는  나를 닮은 족속을.  ~~~~~~~~~~~~~~~~~~~~  - 괴테 ( 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 )  독일의 시인·작가. 고전파의 대표자이다.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서 출생. 부친에게서 엄한 기풍을,  모친에게서 명랑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예술가적 성격을 이어 받았고,  부유한 상류가정에서 철저한 교육을 받아 뒷날의 천재적 대성(大成)을  이룰 바탕을 마련하였다.  괴테는 독일의 시인,비평가,언론인,화가,  무대연출가,정치가,교육가,과학자.  세계문학사의 거인중 한사람으로 널리 인정되는 독일 문호이며,  유럽인으로서는 마지막으로 르네상스 거장다운 다재다능함과  뛰어난 솜씨를 보여준 인물이다.  그가 쓴 방대한 저술과 다양성은 놀랄 만한 것으로,  과학에 관한 저서만도 14권에 이른다.  서정적인 작품들에서는 다양한 주제와 문체를 능숙하게 구사했고,  허구문학에서는 정신분석학자들의 기초자료로 사용된 동화로부터  시적으로 정제된 단편 및 중편소설(novella)들.  의 "개방된" 상징형식에 이르기까지  폭넓음을 보여준다.  희곡에서도 산문체의 역사극.정치극.심리극으로부터  무운시(blank verse) 형식을 취한 근대문학의 걸작 중 하나인  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는 82년간의 생애를 통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신적인 경지의 예지를 터득하기도 했으나,  사랑이나 슬픔에 기꺼이 그의 모든 존재를 내어 맡기곤 했다.  내적 혼돈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일상적인 생할 규율을 엄수하면서도  삶, 사랑, 사색의 신비가 투명할 정도로 정제되어 있는  마술적 서정시들을 창조하는 힘을 잃지 않았다.  .......  마침내 그에게는 원하는 대로 창조력을 샘솟게 하는  자신조차도 신비스럽게 여긴 재능이 생겨나 60년 가까이 노력해온  작품을 완성하게 되었다.  죽기 불과 몇 달전에 완성한 전편은  괴테의 반어적인 체념이 덧붙여져 후세 비평가들에게 전해졌는데  이 작품의 마지막 2행연구(couplet)  "영원히 여성적인 것은 우리를 끌어 올린다"는  인간존재의 양극성에 대한 괴테 자신의 감성을 요약한 말이다.  여성은 그에게 있어 남성의 영원한 인도자요 창조적 삶의 원천인 동시에  정신과 영혼의 가장 숭고한 노력의 구심점이었다.  괴테에게는 상호 배타적인 삶의 양극을 오가는  자연스러운 능력과 변화 및 생성에 대한 천부적 자질이 있었다.  그에게 있어 삶이란 상반된 경향들을 자연스럽게 조화시미는 가운데  타고난 재능을 실현해가는 성숙의 과정이었다.
33    하이네 시모음 댓글:  조회:2182  추천:0  2017-08-09
하이네 시모음     로렐라이  소녀  백합 꽃잎 속에  별은 아득한 하늘에  나무 아래 앉아서  그대가 보낸 편지  흐르는 내 눈물은  서시  아름다운 봄이 찾아와  잔잔한 여름철의  노래의 날개를 타고  연꽃  너는 한 송이 꽃과 같이  꿈의 신이 나를  온갖 꽃들이  밤은 잔잔하고  아아,나는 눈물이 싫어졌다  둘이는 서로 속을  다이아몬드랑 진주랑  너는 꽃에라도 대고 싶다  산위에 올라  뺨에 뺨을 비비며  그대 눈동자를 바라볼 때면  나는 꽃속을 거니네  내 눈을 이토록  너의 그 말 한마디에  ~~~~~~~~~~~~~~~~~~~~~~~~~~~~~~~~~~~~~~~~~~~  로렐라이  왜 그런지 그 까닭은 알 수 없지만  내 마음은 자꾸만 슬퍼지고  옛날부터 전해져 오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내 마음에 메아리친다.  싸느란 바람 불고 해거름 드리운  라인강은 소리 없이 흐르고  지는 해의 저녁놀을 받고서  반짝이며 우뚝 솟은 저 산자락.  그 산 위에 이상스럽게도  아름다운 아가씨가 가만히 앉아  빛나는 황금빛으로  황금빛 머리카락을 빗고 있다.  황금빛으로 머리를 손질하며  부르고 있는 노래의 한 가락  이상스러운 그 멜로디여 마음속에 스며드는 그 노래의 힘.  배를 젓는 사공의 마음속에는  자꾸만 슬픈 생각이 들기만 하여  뒤돌아보는 그의 눈동자에는  강속의 바위가 보이지 않는다.  무참스럽게도 강 물결은 마침내  배를 삼키고 사공을 삼키고 말았다.  그 까닭은 알 수 없으나 로렐라이의  노래로 말미암은 이상스러운 일이여  ~~~~~~~~~~~~~~~~~~~~~~~~~~~~~~~~~~~~~~~~~~~~~~~~~~~~~~~~~  소녀  장미를 백합을 비둘기를 태양을  일찌기 이 모든 것을  나는 마음 깊이 사랑했었습니다.  이제 나는 그들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오직 내가 사랑하는 것은  귀엽고 맑고 순정스러운  한 소녀일 뿐,  사랑이 샘솟는 그 소녀만이  장미며, 백합이며, 비둘기며, 태양입니다.  ~~~~~~~~~~~~~~~~~~~~~~~~~~~~~~~~~~~~~~~~~~~~~~~~~~~~~~~~  백합 꽃잎 속에  백합 꽃잎 속에  이 마음 깊이 묻고 싶어라.  백합은 향기롭게  내 임의 노래를 부르리라.  노래는 파르르 떨며  언젠가 즐겁던 그 한때에  나에게 입맞춰 주던  그 입술의 키스처럼 생생하리라.  ~~~~~~~~~~~~~~~~~~~~~~~~~~~~~~~~~~~~~~~~~~~~~~~~~~~~~  별들은 아득한 하늘에  별들은 아득한 하늘에  몇 해를 두고 몸 하나 까닥않고  그리워 하는 저쪽 별에게  눈 웃음 보내고 있다.  별들이 말하는 얘긴  아름답고 너무나도 푸짐해  지금 세상 어떤 학자도  그 뜻은 알아내지 못한다.  그러나 나만은 그것을 배워  언제나 잊지 않고 익히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그대 얼굴에  그것을 풀 수 있는 방식이 있다.  ~~~~~~~~~~~~~~~~~~~~~~~~~~~~~~~~~~~~~~~~~~~~~~~~~~~~~~~~~  나무아래 앉아서  하얀 나무 아래 앉아서  너는 새된 먼 바람 소리를 듣고 있다.  하늘에서 말없는 구름이  안개에 싸이는 것을 보고 있다.  지상의 숲과 들이 시들고  앙상해진 것을 바라보고 있다.  너의 주위에도, 네 속에도 겨울이 와서  너의 마음은 얼어 붙었다.  갑자기 새하얀 눈송이 같은 것이  네 머리 위에 떨어져 내린다.  너는 짜증스레 생각한다.  나무가 눈보라를 뿌리는 것이라고  ~~~~~~~~~~~~~~~~~~~~~~~~~~~~~~~~~~~~~~~~~~~~~~~~~~~~~~~  그대가 보낸 편지  그대가 보내 주신 편지에  나는 전혀 마음 슬퍼하지 않겠소.  그대는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했지만,  그러나 그 편지는 너무나 길었습니다.  열두 장이 넘도록 오밀조밀하게 쓰신!  이 정성스러운 글씨를!  만약 그대가 이별을 원한다면  이토록 상세하게 쓰실 수는 없는 것을.  ~~~~~~~~~~~~~~~~~~~~~~~~~~~~~~~~~~~~~~~~~~~~~~~~  흐르는 내 눈물은  흐르는 내 눈물은  꽃이 되어 피어나고  내가 쉬는 한숨은  노래되어 울린다.  그대 나를 사랑하면  온갖 꽃들을 보내 드리리  그대의 집 창가에서  노래하게 하리라...  ~~~~~~~~~~~~~~~~~~~~~~~~~~~~~~~~~~~~~~~~~~~~~~~  서시  옛날에 한 기사가 있었다. 우울하여 말이 없으며,  두 볼에는 살이 빠지고 핏기가 없었다.  언제나 흐릿한 꿈을 꾸고 있는 듯,  비틀대며 바깥을 흔들흔들 나돌고 있었다.  멍청하고, 굼뜨고,  돌에 채어 비트적거리며 걸어갈 때면,  주위에서 꽃과 소녀들이 낄낄 웃었다.  집에서는 항상 깜깜한 구석에 움추리고 있었다.  그곳이면 인간세사를 피할 수가 있었다.  이윽고 무엇인가 동경하며 두 팔을 내밀었지만,  말은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한밤중에  기이한 노래가 울리기 시작하고---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넘실대는 바다 물결의 포말같은 옷을 입은  사모하는 여인이 들어선다.  선명하게 타오르는 장미의 아름다움,  금은으로 치장된 그녀의 면사포,  남실대는 금발에 날씬한 몸매,  두 눈에 넘치는 달콤한 미소---  두 사람은 다가가서 끌어안는다.  기사는 사랑으로 힘껏 안는다.  멍청하던 사람이 생기를 되찾고,  창백한 얼굴에 피가 돌며, 흐릿한 꿈에서 깨어난다.  수줍음은 점덤 사라져간다.  그러나 익살맞게 그를 놀려서,  그녀는 반짝이는 하얀 면사포를  살며시 그의 머리에 덮에 씌운다.  그러자 기사는 마법에 걸려,  어느덧 바다밑 수정궁에 와 있다.  휘황한 반짝임에 눈이 부셔  어찌할 바 모르는 기사를  바다의 요정이 상냥히 안아준다.  지금, 기사는 신랑, 요정은 신부.  수많은 쳐녀들이 찌터를 연주한다.  구슬같이 아름다운 노래 소리와  춤추는 옷깃에서 드러나는 발.  기사는 넋을 잃고  사랑스런 요정을 끌어안는다.--  그때. 불이 갑자기 꺼지고,  기사는 다시 외롭게 집에 앉아있다.  침침한 시인의 방에.  ~~~~~~~~~~~~~~~~~~~~~~~~~~~~~~~~~~~~~~~~~~~~~~~~~~~~~  아름다운 봄이 찾아와  아름다운 봄이 찾아와  온갖 꽃망울들이 피어날 때에  내 가슴속에도  사랑이 움텄네.  아름다운 봄이 찾아와  온갖 새들이 지저귈 때에  그리운 그대에게  불타는 사랑을 고백했지.  ~~~~~~~~~~~~~~~~~~~~~~~~~~~~~~~~~~~~~~~~~~~~~~~~~~~~~~~  잔잔한 여름철의  잔잔한 여름철의 저녁 어스름,  숲에, 푸른 들에 내려 깔린다.  파아란 하늘에 황금빛 달이  향기롭게 흔흔히 내리비친다.  귀뚜라미 찌륵찌륵 우는 시냇가,  물 속에 흐늘흐늘 그림자 하나.  나그네는 물소리에 귀 기울인다,  고요 속에 들려오는 숨쉬는 소리.  인적 없는 시냇가에 살며시 홀로  아름다운 요정이 멱을 감는다.  백설같은 두 팔과 가는 목덜미,  달빛 속에 은은히 떠오른다.  ~~~~~~~~~~~~~~~~~~~~~~~~~~~~~~~~~~~~~~~~~~~~~~~~~~~~~~~~~~~~~  노래의 날개를 타고  노래의 날개를 타고,  나의 사랑이여, 내 너와 함께 가련다.  갠지스 강의 들판 저편으로,  거기에 나는 가장 아름다운 곳을 알고 있다.  고요히 흐르는 달빛 아래  빠알간 꽃이 가득 핀 정원이 있고,  연꽃들은 그곳에서  사랑스런 자매를 기다린다.  제비꽃들은 소리죽여 웃으며 애무하고  하늘의 별들을 우러러보며,  장미꽃들은 몰래 귓속말로  향기로운 동화를 주고받는다.  온순하고 영리한 영양(羚羊)들은  깡충깡충 뛰어와 숨어서 기다리고,  머얼리서 성스러운 강의 물결이  파도치는 소리 들려온다.  그곳 야자나무 아래  우리 함께 내려앉아,  사랑과 안식을 마시며  행복한 꿈을 꾸고 싶다.  ~~~~~~~~~~~~~~~~~~~~~~~~~~~~~~~~~~~~~~~~~~~~~~~~~~~~~~~~~~  연꽃  연꽃은 찬란한  햇님이 두려워,  머리 숙이고 꿈꾸며  밤이 오기를 기다린다.  달님은 그녀의 연인,  달빛이 비쳐 그녀를 깨우면,  연꽃은 수줍게 얼굴을 들고  상냥하게 님을 위해 베일을 벗는다.  연꽃은 피어 작열하듯 빛나며  말없이 높은 하늘을 바라보고,  향내음 풍기며 사랑의 눈물 흘리고  사랑의 슬픔때문에 하르르 떤다.  ~~~~~~~~~~~~~~~~~~~~~~~~~~~~~~~~~~~~~~~~~~~~~~~~~~~~~  너는 한 송이 꽃과 같이  너는 한 송이 꽃과 같이  참으로 귀엽고 예쁘고 깨끗하여라.  너를 보고 있으면 서러움이  나의 가슴 속까지 스며든다.  언제나 하느님이 밝고 곱고 귀엽게  너를 지켜주시길  네 머리 위에 두 손을 얹고  나는 빌고만 싶다.  ~~~~~~~~~~~~~~~~~~~~~~~~~~~~~~~~~~~~~~~~~~~~~~~~~~~~~~~~~  꿈의 신이 나를  꿈의 신이 나를 커다란 성으로 데리고 왔다.  후덥지근한 방향과 반짝이는 등화와  그리고 잡다한 인파가  미궁처럼 착잡한 방마다 범람하고 있었다.  창백해진 사람들이 손을 비비고 불안에 흐느끼며  나갈 문을 찾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젊은 쳐녀들과 기사들이 눈에 띈다.  나도 인파에 싸여 움직여갔다.  그러나 갑자기 나 혼자만 남게 되었다.  어느덧 군중이 사라져 버린 것을 보고  나는 놀라며 혼자 걸어갔다.  그리고 기묘하게 구부러진 수많은 작은 방을 급히 지났다.  다리는 납처럼 무겁고, 마음은 불안과 슬픔에 찼다.  나갈 문을 못찾아 거의 절망하고 있을 때  가까스로 마지막 문에 이르렀다.  나가려고 하자 --- 거기에,  그 문 앞에 애인이 서 있었다.  입술에는 고통이, 이마에는 근심이 어려 있었다.  돌아오라고 나에게 손을 흔든다.  조심하라 주의를 시키는지, 화를 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두 눈에는 감미로운 빛이 반짝이고 있다.  그것이 번갯불처럼 내 마음과 이마를 꿰뚫는다.  그녀가 근엄하고 기괴하게, 그러나 애정이 넘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 순간,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  온갖 꽃들이  온갖 꽃들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5월에  수줍게 피어난  마음속의 이 사랑.  온갖 새가 노래하는  아름다운 5월에  님을 잡고 하소연한  그리 웁던 이 사랑.  ~~~~~~~~~~~~~~~~~~~~~~~~~~~~~~~~~~~~~~~~~~~~~~~  밤은 잔잔하고  밤은 잔잔하고 거리는 고요하다.  바로 이 집에 내 애인이 살고 있었다.  그녀는 오래 전에 이 고장을 떠났지만  집은 그대로 옛 자리에 있다.  집 앞에 옛날처럼 사람이 서 있다.  손을 비비며, 몸을 뒤틀며 우러러 보고 있다.  그 사람의 얼굴이 보였을 때, 나는 섬뜩하였다.  달빛에 틀림없는 바로 내 얼굴.  오, 바로 나를 닮은 창백한 사나이여,  사랑으로 괴롭던 나를 왜 닮는가,  허구 많은 밤들을 이 자리에서  괴로움에 지새던 옛날의 나를.  ~~~~~~~~~~~~~~~~~~~~~~~~~~~~~~~~~~~~~~~~~~~~~~~~~~~~  아아,나는 눈물이 싫어졌다  아아, 나는 눈물이 싫어졌네.  달콤한 근심에 쌓인 사랑의 눈물.  그처럼 그립던 마음이  그리움 그대로 끝나지 않을까 두렵구나.  아아 사랑의 달콤한 근심과  그 아프고 슬픈 기쁨이  또다시 내 가슴을 괴롭히려고  미처 아물지도 않은 가슴속에 밀려드누나.  ~~~~~~~~~~~~~~~~~~~~~~~~~~~~~~~~~~~~~~~~~~~~~~~~~~~~  둘이는 서로 속을  둘이는 서로 속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를 데 없이 사이가 좋았다.  우리 둘이는 곧잘 를 했지만  할퀴고 때리고 싸우지는 않았다.  둘이는 어울려 소리치고, 시시거리고  아주 다정히 입맞추곤 하였다.  그런데 필경에는 어린아이 마음에  숲과 골짜기에서 을 하였다.  그러나 너무도 깊이 숨어버려서  다시는 서로를 찾아내지 못했다.  ~~~~~~~~~~~~~~~~~~~~~~~~~~~~~~~~~~~~~~~~~~~~~~~~~~~~~~~~~~~~  다이아몬드랑 진주랑  다이아몬드랑 귀한 진주랑  그밖에 갖고 싶은 모든 것을 가지고,  거기에다 어여쁜 눈을 하고서 --  그런데도 너는 또 무엇을 바라는가.  그지없이 어여쁜 너의 눈을 위하여  정성을 다하여 쉴 사이 없이  노래를 차례 차례 나는 지었다 ___  그런데도 너는 또 무엇을 바라는가.  그지없이 어여쁜 너의 눈으로  나를 몹시도 괴롭히면서  이렇게도 절망 속에 몰아넣고서__  그런데도 너는 또 무엇을 바라는가.  ~~~~~~~~~~~~~~~~~~~~~~~~~~~~~~~~~~~~~~~~~~~~~~~~~~~~~~~~~~  너는 꽃에라도 대고 싶다  너는 꽃에라도 대고 싶다  정말 귀엽고 예쁘고 티없는......  나는 너를 볼 때마다  슬픈 심경을 견디기가 어렵다......  나는 문득 두 손을 내밀어  네 머리 위에 얹고  언제까지나 귀엽고 예쁘고 티없이  있게 하라고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고 싶어진다.  ~~~~~~~~~~~~~~~~~~~~~~~~~~~~~~~~~~~~~~~~~~~~~~~~~~~~~  산위에 올라  산 위에 올라 보니  웬지 자꾸 슬퍼지누나.  만일 내가 산새라면  어느만치 한숨을 내쉴 것이메냐?  만일 내가 제비라면  그대 있는 곳에 날아갈 것을.  그런 후 그대 집 창가에  조그만 둥지를 만들어 볼 것을.  만일 내가 원앙새라면  그대 있는 곳에 날아갈 것을.  그런 후 푸른 저 보리수에서  밤마다 들리어 줄 노래 부름을.  만일 내가 비둘기라면  이내 그대 가슴에 날아갈 것을.  비둘기 좋아하는 그대일지니  어리석은 번뇌쯤 잊으시리라.  ~~~~~~~~~~~~~~~~~~~~~~~~~~~~~~~~~~~~~~~~~~~~~~~~~~~~~~~~~~~~~~~~~  뺨에 뺨을 비비며  뺨에 뺨을 비비며  울어 봅시다.  가슴과 가슴을 맞대며  불태웁시다.  눈물이 불길에  떨어질 때엔  서로 꼭 껴안고서  죽어 버립시다.  ~~~~~~~~~~~~~~~~~~~~~~~~~~~~~~~~~~~~~~~~~~~~~~~~~~~~~~~~~~  그대 눈동자를 바라볼 때면  그대 눈동자를 바라볼 때면  근심도 괴로움도 이내 사라지네  그대와 더불어 입맞출 때면  내 마음 금방 생기가 도네  그대가 내 품에 안길 때면  천국의 즐거움 용솟음치고  그대를 사랑한다 호소할 때면  눈물은 하없없이 솟아나네  ~~~~~~~~~~~~~~~~~~~~~~~~~~~~~~~~~~~~~~~~~~~~~~~~~~~~~~~~~~~~~  나는 꽃속을 거니네  나는 꽃 속을 거닐고 있네  마음도 꽃도 활짝 열리어  마치 꿈인 양 거닐고 있네  한걸음 한걸음 휘청거리며.  아아, 내 사랑아, 날 놓지 말지니  안 그러면 사랑에 취한 나머지  그대 발 아래 쓰러질 듯하네  사람들이 보고 있는 이 정원에서  ~~~~~~~~~~~~~~~~~~~~~~~~~~~~~~~~~~~~~~~~~~~~~~~~~~~~~~~~~  내 눈을 이토록  내 눈을 이토록 흐려만 놓고  적적한 눈물은 어찌해야 하는가?  적적한 이 눈물은 옛날부터  내 눈 속에 고여 있던 것.  투명하게 빛나는 눈물도 많았지만,  모두 다 흘러가 버렸고  내 온갖 슬픔과 기쁨과 함께  밤과 바람 속으로 사라져 갔다.  살포시 웃음 지며 내 가슴 속에  기쁨과 슬픔을 담뿍 안기어준  영롱하고 귀여운 작은 별도  안개가 사라지듯 사라져갔다.  덧 없는 입김의 허무함처럼  내 사랑마저 사라져가고  옛부터 고여 있는 이 적적한 눈물이여,  너도 이제는 사라지기를  ~~~~~~~~~~~~~~~~~~~~~~~~~~~~~~~~~~~~~~~~~~~~~~~~~~~~~~~~~~~~~~~  너의 그 말 한마디에  너의 해맑은 눈을 들여다보면  나의 온갖 고뇌가 사라져 버린다  너의 고운 입술에 입 맞추면  나의 정신이 말끔히 되살아난다..  따스한 너의 가슴에 몸을 기대면  마치 천국에 온 것 같은 기분  "당신을 사랑해요"  너의 그 말 한마디에  한없이 한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32    헤세 시모음 댓글:  조회:2056  추천:0  2017-08-09
(독일)헤르만 헤세의 시 모음     - 헤르만 헷세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네 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 우리는 행복하기위해 세상에 왔지 그런데도 그 온갖 도덕 온갖 계명을 갖고서도 사람들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다네 그것은 사람들 스스로 행복을 만들지 않는 까닭 인간은 선을 행하는 한  누구나 행복에 이르지 스스로 행복하고 마음속에 조화를 찾는 한 그러니까 사랑을 하는 한... 사랑은 유일한 가르침 세상이 우리에게 물려준 단 하나의 교훈이지 예수도 부처도 공자도 그렇게 가르쳤다네 모든 인간에게 세상에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그의 가장깊은곳 그의 영혼 그의 사랑하는 능력이라네 보리죽을 떠먹든 맛있는 빵을 먹든 누더기를 걸치든 보석을 휘감든 사랑하는 능력이 살아 있는 한 세상은 순수한 영혼의 화음을 울렸고 언제나 좋은 세상 옳은 세상이었다네  - 헤르만 헤세 안개 속을 거니는 이상함이여,  덩굴과 돌들 모두 외롭고,  이 나무는 저 나무를 보지 못하니  모두가 다 혼자로구나!  나의 삶이 밝았던 때에는  세상엔 친구들로 가득했건만  이제 여기 자욱한 안개 내리니  아무도 더는 볼 수 없어라.  회피할 수도 없고 소리도 없는  모든 것에서 그를 갈라놓는  이 어두움을 모르는 이는  정녕 현명하다고는 볼 수 없으리.  안개 속을 거니는 이상함이여,  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  누구도 다른 사람 알지 못하고  모두는 다 혼자인 것을!  -헤르만헤세 하느님이시여, 저를 절망케 해 주소서  당신에게서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절망하게 하소서  나로 하여금 미혹의 모든 슬픔을 맛보게 하시고  온갖 고뇌의 불꽃을 핥게 하소서  온갖 모욕을 겪도록 하여 주시옵고  내가 스스로 지탱해 나감을 돕지 마시고  내가 발전하는 것도 돕지 마소서  그러나 나의 자아가 송두리째 부서지거든  그 때에는 나에게 가르쳐 주소서  당신이 그렇게 하셨다는 것을  당신이 불꽃과 고뇌를 낳아 주셨다는 것을  기꺼이 멸망하고 기꺼이 죽으려고 하나  나는 오직 당신의 품속에서만 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헤르만헤세 이야기할 것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나는 멀리 객지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나를 이해해 준 분은 어느 때나 당신이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당신에게 드리려는 나의 최초의 선물을 수줍은 어린아이 손에 쥔, 지금 당산은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읽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나의 슬픔을 잊는 듯합니다. 말할 수 없이 너그러운 당신이, 천가닥의 실로 나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입니다. ------------------------------------- -헤르만헤세 어찌할 바를 몰라 슬픔에 젖어 이곳에 서 있다. 고향을 멀리 떠나  나는 헤매이며 왔다. 내가 알고 있던 꼿이여 푸른 높은 산이여 인간이여, 들판이여 이제 나는 너희들을 모른다. 다만, 너의 입에서만 엿날의 소리를 듣고 다정한 동화의 말처럼 옛날의 소식을 듣는다. 멀지 않아 착한 원정인 죽음이 부모가 기다리는 저녁 노을 속으로 그의 정원으로 나를 데리고 갈 것이다. --------------------------------------- -헤르만헤세 언제나 같은 꿈이다. 빨간 꽃이 피어 있는 마로니에 여름 꽃이 만발한 뜰 그앞에 외로이 서 있는 옛집 저 고요한 뜰에서 어머니가 어린 나를 잠재워 주셨다. 아마도, 이제는 오랜 옛날에 집도 뜰도 나무도 없어졌을 것이다. 지금은 그 위로 초원의 길이 지나고 쟁기가 가래가 지나 갈 것이다. 고향의 뜰과 집과 나무를 이제는 꿈에서만 남을 것이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떠올리는 무수한 낯모르는 얼굴들.... 서서희 하나, 둘 불빛이 흐려간다. 그 여린 빛이 회색이 되고 --------------------------------------------------------   헤르만 헤세 지난날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행복을 약속한 하나의 음향이 나에게로 다가 온다. 만일 이것이 없으면 살기가 너무나 괴로울 것이다. 이 마력의 음향이 울리지 않는다면 나는 빛없이 서서 주위에 불안과 암흑만을 볼 것이다. 그러나 슬픔과 죄에 다치지 않는 소리가 행복에 찬 달콤한 음향이 울린다. 슬픔과 죄악에도 파멸되지 않는 그 음향이. 너 자랑스런 목소리여 내 집의 불빛이여 다시는 꺼지지 말고 그 푸른 눈을 감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세계는  부드러운 빛을 모두 잃고 크고 작은 별들이 차례로 떨어져 나만 홀로 남게 될 것이다. -------------------------------------------------------   헤르만 헤세 지금은 벌써 전설이 된 먼 과거로부터 내 청춘의 초상이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지난날 태양의 밝음으로부터 무엇이 반짝이고 무엇이 타고 있는가를 ! 그때 내 앞에 비추어진 길은 나에게 많은 번민의 밤과 커다란 변화를 가져 왔다. 그 길을 나는 이제 다시는 걷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나는 나의 길을 성실하게 걸었고 추억은 보배로운 것이었다. 잘못도 실대도 많앗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    헤르만 헤세 세상에는 크고 작은 길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도착지는 모두가 다 같다. 말을 타고 갈 수도 있고, 차로 갈 수도 있고 둘이서 아니면, 셋이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그러므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혼자서 하는 것보다는 더 나은 지혜나 능력은 없다. --------------------------------------------------    헤르만 헤세 양떼를 몰고 목동이 조용한 오솔길을 가고 있다. 집들은 잠이 오는 듯 벌써 깜박이고 있다. 나는 이 마을에서, 지금 단 하나의 이방인 슬픔으로 하여 나의 마음은 그리움의 잔을 남김없이 비운다. 길을 따라 어디로 가든 벽난로에는 따뜻한 불이 타고 있었다. 오직 나만이 고향과 조국을 느껴보지 못했다. ------------------------------------------   헤르만 헤세 피곤한 여름이 마침내 고개를 숙이고 호수에 비친 그의 마지막 모습을들여다본다. 일상에 지친 나는 먼지에 싸여 가로수 그늘을 방황하고 있다. 포플러 사이로 바람이 지나간다. 그러면 내 뒤로 황혼이 금빛으로 타오르고 앞에는 밤의 불안이 죽음과 함께 온다. 먼지에 싸인 채 지친 걸음을 옮겨 놓는다. 그러나 젊음은 머뭇거리듯 뒤로 밀려나며 고운 모습을 감춘 채 나와 함께 앞으로 가려 하지 않는다. ------------------------------------------------------   헤르만 헤세 검은 수목들의 그림자가 꿈을 식히는 어둠 속을 그는 즐겨 걸었다. 그러나 그의 가슴속에는 빛에서 빛으로 타오르는 욕망에 갇혀 괴로움을 다하고 있었다. 머리 위에 은빛으로 맑은 별이 가득 찬 하늘이 있음을, 그는 몰랐다. -----------------------------------------------------------   헤르만 헤세 전나무 아래서 쉬고 있노라면 지난날이 생각난다. 익은 숲의 냄새가 최초로 소년의 슬픔을 잉태했던 그날이. 바로 이곳이었다. 내가 이끼위에 누워 수줍은 소년의 열정이 가냘픈 금발 소녀의 모습을 꿈꾸었다. 환한 속에 처음 핀 장미를 꺾어 넣고. 세월은 흐르고 꿈은 늙어지고 멀어져서 다른 꿈이 왔다. 그것도 작별한 지 이미 오랜 일이다. 최초의 꿈의 주인이 누구였는지 나는 늘 괴로워했다. 그래, 누구였을까. 잊혀지지 않는 것은 ? 다만, 그녀가 상냥하고 가냘픈 금발이라는 것 뿐이다. -------------------------------------------------------------   헤르만 헤세 슬픈 듯 너는 얼굴을 잎새에 묻는다. 때로는 죽음에 몸을 맡기고 유령과 같은 빛을 숨쉬며 창백한 꿈을 꽃피운다. 그러나 너의 맑은 향기는 아직도 밤이 지나도록 방에서 최후의 희미한 불빛 속에서 한 가닥 은은한 선율처럼 마음을 적신다. 너의 어린 영환은 불안하게 이름 없는 것에 손을 편다. 그리고 내 누이인 장미여, 너의 영혼은 미소를 머금고 내 가슴에 안겨 임종의 숨을 거둔다. ----------------------------------------------------------- (크눌프의 추억)   헤르만 헤세 슬퍼하지 말아라, 곧 밤이 오리라. 그러면 우리들은 파리해진 산 위에서 몰래 웃음짓는 것 같은 시원스러운 달을 보리라. 그러면 손을 잡고 쉬자. 슬퍼하지 말아라, 곧 때가 오리라. 그러면 우리는 쉬리라, 우리들의 십자가가 밝은 길가에 나란히 설 것이다. 그리고 비가 내리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불 것이다. ---------------------------------------------------    헤르만 헤세 젊은 날에는 하루같이 쾌락을 쫓아 다녔다. 그 후에는 우수에 싸여 괴로움과 쓰라림에 잠겨 있었다. 지금 나에게는 기쁨과 쓰라림이 형제처럼 스며 있다. 기쁜 듯 슬픔 듯 둘은 하나로 되어 있다. 신이 나를 지옥으로 탱양의 하늘로 인도한다면 나에게는 둘 다 같은 곳이다. 신의 손길을 느끼고 있는 한. ----------------------------------------------   헤르만 헤세 서쪽에서 바람이 불어 온다. 보리수가 깊은 신음소리를 내고 달빛은 나뭇가지 사이로 내 방을 엿본다. 나를 버린 그리운 사람에게  긴 편지를 썼다. 달빛이 종이 위로 흐른다. 글위를 흐르는 고요한 달빛에  나는 슬픔에 젖어 잠도, 달도, 밤 기도도 모두 잊는다. ----------------------------------------------------   헤르만 헤세 가을의 찬 바람이 시든 갈대밭을 스잔히 불어간다. 갈대잎은 밤 사이에 회색이 되었다. 까마귀는 버드나무를 떠나 육지로 날아간다. 호수에서는 한 노인이 외로이 서서 쉬고 있다. 머리에 바람과 밤과 다가오는눈을 느끼고 그늘진 호수에서 밝은 하늘을 바라본다. 거기 구름과 호수 사이에 한 줄기 물가의 육지가 햇빛 속에서 따뜻하게 빛나고 있다. 꿈과 시처럼 행복에 찬 금빛 호수가. 노인은 빛나는 이 풍경을 똑똑히 눈 속에 간직하고 고향을, 지난 행복한 세월을 생각한다. 그리고 황금빛 태양이 흐려지고 사라지는 것을 보자 머리를 돌려 버드나무에서 떠나 천천히 육지로 걸어간다. ---------------------------------------------------   헤르만 헤세 나는 항상 방랑의 길에 있었다. 순례자였다. 내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기쁨도 슬픔도 흘러갔다. 나는 방랑의 의미도, 목적도 알지 못한다. 몇 천 번을 쓰러지고 그때마다 다시 일어났다. 아, 내가 찾고 있었던 것은 성스럽고 멀리 높은 하늘에 걸려 있었던 사랑의 별이었다. 그러나 그 별을 안 지금은 목적을 알지 못하던 동안에는 마음 편히 걸어 갔고 기쁨과 행복을 가질 수 있었다. 이미 늦었다. 별은 돌아서 버리고 아침에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그렇게도 사랑하던 화려한 세상과 작별을 해야 한다. 나는 목표를 잃어버렸으나 그래도 가야 할 나그네의 길이 있었다 ----------------------------------------------------------   헤르만 헤세 나는 촛불을 꺼버렸다. 열린 창문으로 밤이 밀려와 살며시 나를 안고, 나를 벗으로 형제로 삼는다. 우리들은 같은 향수에 젖어 있다. 불안한 꿈을 밖으로 내쫓고 소곤소곤 아버지 집에서 살던 지난 날을 이야기한다. -----------------------------------------------------------   헤르만 헤세 숲이 금빛으로 타고 있다. 상냥한 그이와, 여러 번 나란히 걷던 이 길을 나는 혼자서 걸어 간다. 이런 화창한 날에 오랜 동안 품고 있던 행복과 고로움이, 향기 속으로 먼 풍경으로 녹아 들어간다. 풀을 태우는 연기 속에서 농부의 아이들이 껑충거린다.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노래를 시작한다. 
31    폴 발레리 시 모음 댓글:  조회:6506  추천:1  2017-08-09
폴 발레리 시 모음 발레리 1871-1945     남 프랑스 지중해안의 항구 sete에서 이탈리아인의 혈통을 받고 태어난 발레리는 프랑스정신의 '지중해적'.'아폴로적' 특질을 남김없이 발휘한 시인,평론가이다.   말라르메의 문하생으로 문학생활을 시작한 그는 전위적인 문학잡지 등에 시를 발표했으나   그후 20년간의 긴 침묵 끝에 '젊은 파르크'라는 장시를 발표하면서 부터 당대 최고의시인으로 군림,  아카데미회원, college de france교수등의 영광을 얻게된다.     주요작품: 다양성(Variete)1924,          다양성Ⅱ(VarieteⅡ)1929,          다양성Ⅲ (VarieteⅢ) 등     잃어버린 포도주   어느 날인가 나는 대양에 (허나 어느 하늘 아래선지 모르겠다)   던졌다, 허무에 진상하듯, 귀중한 포도주 몇 방울을.     누가 너의 유실을 원했는가, 오 달콤한 술이여? 내 필시 점쟁이의 말을 따른 것인가?   아니면 술을 따를 때 피를 생각하는 내 마음의 시름을 쫓았던가?     장미빛 연무가 피어오른 뒤,   언제나 변함없는 그 투명성이 그토록 청정한 바다에 다시 다다른다 ......     그 포도주는 사라지고, 물결은 취해 일렁이도다! ......   나는 보았노라 씁쓸한 허공 속에서 끝없이 오묘한 형상들이 뛰어오르는 것을 ......       석류   알맹이들의 과잉에 못 이겨 방긋 벌어진 단단한 석류들아,   숱한 발견으로 파열한 지상의 이마를 보는 듯하다!     너희들이 감내해 온 나날의 태양이, 오 반쯤 입 벌린 석류들아,   오만으로 시달림받는 너희들로 하여금 홍옥의 칸막이를 찢게 했을지라도,     비록 말라빠진 황금의 껍질이 어떤 힘의 요구에 따라   즙든 붉은 보석들로 터진다 해도,     이 빛나는 파열은   내 옛날의 영혼으로 하여금 자신의 비밀스런 구조를 꿈에 보게 한다.     애정의 숲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었다. 나란히 길을 따라가면서   우리는 서로 손을 잡았다. 말도 없이......이름 모를 꽃 사이에서;     우리는 약혼자처럼 걸었다. 단둘이, 목장의 푸른 밤 속을;   그리고 나눠 먹었다 저 선경의 열매, 광인들이 좋아하는 달을.     그리고, 우리는 죽었다 이끼 위에서 단둘이 아주 머얼리, 소곤거리는 친밀한   그리고 저 하늘 높이, 무한한 빛 속에서 저 숲의 부드러운 그늘 사이에서;     우리는 울고 있었다. 오 나의 사랑스런 말없는 반려여!       시      시의 젖가슴에 안겨 젖을 빨던 입이   깜박 놀람에 엄습되어 입술을 뗀다.     ---- 따스한 정 흘러 나오던 오 내 어머니 지성이여   젖이 말라도 가만히 있는 이 무슨 소홀함인가!     그대 품안에서 하얀 밧줄로 짓감기면,   재보(財寶)로 가득 찬 그대 가슴의 바다 물결은 곧장 나를 어르곤 했노라.     그대의 침침한 하늘에 잠겨, 그대의 아름다움 위에 기진하면,   어두움을 삼키면서도, 빛이 나를 침범함을 느꼈노라!     자기 본질에 숨어 지고한 안정의 인식에   그지없이 순종하는 신(神)인 나,     나는 순수한 밤과 맞닿아, 이젠 죽을 도리도 없어라,   면면히 흐르는 강물이 내 체내를 감도는 것만 같아서 ......     말하라, 그 어떤 부질없는 공포 때문에, 그 어떤 원한의 그림자 때문에,   이 현묘한 영감의 수맥이 내 입술에서 끊어졌는가?     오 엄밀함이여, 그대는 나에게 내가 내 영혼 거스르는 징조여라!   백조처럼 비상하는 침묵은 우리들의 하늘엔 이미 군림하지 않나니!     불사의 어머니여, 당신의 눈시울은 나에게 나의 보물들을 인정하지 않고,   내 몸을 안았던 부드러운 살은 이제 돌이 되고야 말았구나!   그대는 하늘의 젖마저 내게서 앗아가느니, 이 무슨 부당한 보복인가?   내 입술 없으면 그대는 무엇이며 사랑이 없으면 나는 또 무엇인가?   허나 샘물은 흐름을 멈추고 박정함 없이 그에게 대답한다.   ----당신이 하도 세게 물어뜯어 내 심장이 멈추고 말았노라고!     뚜렷한 불꽃이                 뚜렷한 불꽃이 내 안에 깃들어, 나는 차갑게 살펴본다 온통 불 밝혀진 맹렬한 생명을......   빛과 뒤섞인 생명의 우아한 행위는 오직 잠자면서만 사랑할 수 있을 뿐.     나의 나날은 밤에 와서 나에게 눈길을 돌려주며, 불행한 잠의 첫 시간이 지난 뒤,   불행마저 암흑 속에 흩어져 있을 때, 다시 와서 나를 살리고 나에게 눈을 준다.     나날의 기쁨이 터질지라도, 나를 깨우는 메아리는 내 육체의 기슭에 죽은 이만을 되던졌을 따름이니,   나의 야릇한 웃음은 내 귀에 매어단다     빈 소라고동에 바다의 중얼거림이 매달리듯, 의혹을---- 지극히 불가사의의 물가에서,   내가 있는지, 있었는지, 잠자는지 아니면 깨어 있는지?       실 잣는 여인 / 폴 발레리                            나리꽃은 --- 길쌈도 않는다.     가락도 아름다운 뜨락에 넘실거리는 파아란 유리창가에 앉아 실 잣는 여인; 코고는 낡은 물레 소리에 취해 버려.   푸른 하늘을 마셨기에, 갸날픈 손가락 피하는 어리광쟁이 머리카락 잣기에 지쳐, 여인은 꿈꾸고, 작은 머리가 숙여지고,   작은 관목과 맑은 공기가 분수를 만들고, 햇빛에 매달려 흐믓한 분수는 꽃잎을 뿌려 일없는 여인의 뜨락을 적셔 준다.   바람둥이 바람이 와서 쉬는 나무줄기 하나, 눈부신 제 장미 송이를 늙은 물레에게 바치며, 총총한 별 모양 맵시있는 헛인사를 보낸다.   그런데도 잠꾸러기 여인은 외로이 양털을 잣고; 그 여린 그림자는 이상하게도 자아져 조으는 길다란 손가락들 따라 짜여진다.   꿈은 천사처럼 게으르면서도 끊임없이 순하고 숫된 가락에 감겨들고, 머리카락은 쓰다듬는 손 따라 일렁거리고---   창공은 그 많은 꽃들 뒤로 숨으니, 잎가지와 빛에 둘러싸인 실 잣는 여인아; 초록빛 하늘이 온통 죽어간다, 마지막 나무가 타오른다.   한 성녀가 미소짓는 큰 장미 송이인 네 언니가, 그 순결한 숨결 바람으로 네 흐릿한 이마에 향을 뿌리니, 너는 나른해지는 기분---너는 사라진다   네가 양털을 잣던 그 파아란 유리창가에서.     / 박은수 역   헬레네 / 폴 발레리   푸른 하늘아! 나예요--- 나는 죽음의 동굴을 빠져나와 웅성거리는 층계들에 부서지는 물결 소리 들으며, 갤리선들이 새벽빛 속에 금빛 노들을 저어대며 어둠에서 되살아나는 걸 다시 보고 있어요.   소금처럼 하얀 수염으로 내 순결한 손가락들 달래던 군주들을 내 외로운 두 손이 부르고 있어요; 나는 그때 울고 있었죠. 그들은 자기네의 어두운 승리들과 배 고물에 사라지는 물굽이들을 노래하고 있었고.   깊숙한 소라고동 소리며, 날개치는 노들과 장단 맞추는 전투 나팔 소리가 지금도 들려와요. 노 젓는 사람들의 낭랑한 노래가 법석을 억누르고,   물보라 덤벼드는 용맹의 뱃머리에는 우쭐한 신들이 그 옛날 그대로의 미소를 띄고, 그 조각된 너그러운 팔들을 나에게 내밀고요.   은밀한 노래 / 폴 발레리     눈부신 추락, 이토록 기분 좋은 마지막, 싸움들은 잊어버리기, 춤을 춘 후, 매끈한 몸이 이끼 바로 위에 눕는 이 즐거움!   이 여름 불티들과도 같은 섬광 한 가닥이 땀 흘리는 한 이마 위에서 승리를 축하한 적은 일찍이 없다!   그러나 황혼이 다가오자, 수 많은 일들을 이루어 낸 이 위대한 몸도, 춤을 추며 헤라클레스를 꺽던 이 몸도, 이젠 하나의 장미꽃 더미일 뿐!   서서히 몸 사그러든 승리자여, 별들의 발걸음들 아래 잠들어라. 왜냐하면 영웅과 맞수인 히드라별자리도 몸을 끝없이 펼쳐 놓았으므로---   영혼이 돌이킬 수 없는 시간으로 들어갈 때는, 오 황소별자리 개별자리 곰별자리 따위의 엄청난 전리품들을, 영혼은 형체 없는 공간으로 밀어넣는다!   하늘나라에 가 있는 위대한 업적들을, 괴물들과 신들을 내세워 온 누리에 널리 선포하는 더할나위 없는 마지막, 눈부심이여!   시간 / 폴 발레리     시간이 나한테 와서 미소짓다가 사이렌이 되고: 내가 새로운 햇빛에 모두가 환히 밝아지니: 햇살아, 어둡지만 더할나위 없는 영혼의 앞뜰에서    너는 오래 춤출 생각인가?   이젠 시간, 목마름, 샘물 그리고 사이렌.   내 욕망 채워 주는 시간아, 너를 위해 과거가 타오르니: 마침내 외로운 자의 광채, 오, 나를 가로챈 보물들, 나는 지금대로의 내가 좋으니; 내 고독은 바로 여왕! 내켜서 노예가 된, 어없이 은밀한 내 악마들이 내가 살고 있는 바로 이 그빛 햇살과 공기 속에서 명석한 의견들 지닌 순수한 지혜 하나를 완성시키니;    나의 여기 있음은 아주 맑고 잔잔하다.   이젠 시간, 목마름, 샘물 그리고 사이렌,   햇살아, 저견의 앞뜰에서, 내 더할나위없는 밤의 검은 눈 앞에서, 오래 춤출 생각인가?       해변의 묘지 / 폴 발레리                  내 넋이여, 영생을 바라지 말고,              힘 자라는 분야를 바닥내라.               -핀다로스, 중에서     비둘기들 거니는 저 조용한 지붕이, 소나무들 사이, 무덤들 사이에 꿈틀거리고, 올 곧은 정오가 거기서 불꽃들로 바다를 구성한다, 늘 되풀이되는 바다를! 오, 신들의 고요에 오래 머문 시선은 한 가닥 명상 뒤의 고마운 보답!   날카로은 번갯불들의 순수한 작업이 잔 물거품 속 무수한 금강석을 간직하고 있어 아늑한 평화가 잉태되는 것만 같지 않은가! 하나의 해가 심연 위에 쉴 때는, 영원한  두 가지 순수 작품인 시간은 반짝이고 꿈은 곧 깨달음이다.   견고한 보물, 소탈한 미네르바* 신전, 고요의 더미, 눈에 보일만큼 풍성하게 저장된 것들, 우뚝 솟은 물, 불꽃 너울을 쓴 채 무수한 잠을 내면에 간직한 눈이여, 오, 나의 침묵!---영혼 속의 신전, 그러나 기왓장도 무수한 금빛 등마루같은 지붕아!   단 한번의 한숨에도 요약되는, 시간의 신전, 이 순수점에 나는 올라가 익숙해진다. 바다 두루 살펴보는 내 눈길에만 둘러싸여서; 그리고 바다의 잔잔한 반짝거림이 온갖 경멸을 바다 깊이 씨뿌린다 신들에게 바치는 내 최고의 제물인 양.   과일이 즐거움이 되어 녹아들듯이, 과일이 제 모습 죽어가는 입 안에서 자신의 사라짐을 환희로 바꾸듯이, 나도 여기서 미래의 내 연기를 들이마시고, 하늘은 웅성거리는 해변들의 변화를 타 없어진 영혼에게 노래해 준다.   아름다운 하늘, 진실한 하늘아, 나를 바라보라, 나는 그 많은 자만 끝에, 이상야릇하면서도 능력 넘치는 그 많은 무위 끝에, 이 빛나는 공간에 몸을 내맡기고, 내 그림자는 죽은이 집들 위를 지나가며 제 허약한 발걸음에 나를 길들인다.   사정없는 화살들 지닌 빛의 놀라운 올곧음, 하지점의 햇불을 쬐는 넋이여, 나는 버티고 서서 너를 쳐다본다! 나는 너를 순수한 그대로 네 으뜸 자리로 돌려주니: 네 모습을 보라! ---그러나 빛을 돌려주면 그림자의 어두운 반쪽도 따르게 마련.   오, 나만을 위해, 나 혼자서, 나 자신 속에서, 한 마음 곁에서, 시의 샘물들에서, 나는 기다린다, 내 속에 있는 위대함의 메아리를, 늘 미래인 빈속을 넋 속에 울리는, 쓰고 어둡고 소리 잘 내는 저수탱크를!   잎가지들에 갇힌 듯한 가짜 포로, 이 앙상한 쇠울짱** 갉아먹는 물굽이 감겨진 내 눈 위의 눈부신 비밀들아, 어떤 육신이 제 게으른 종말로 나를 끌고가고, 어떤 이마가 이 뼈투성이 땅으로 육신을 끌어당기는가를? 불똥 하나가 거기서 내 부재자들을 생각한다.   막혀, 거룩하고, 물질 없는 불로 가득 차, 빛에게 바쳐진 땅 조각, 이곳이 나는 좋다, 횃불들이 지켜주고, 금빛과 돌과 침침한 나무들로 구성된 곳, 숱한 대리석이 숱한 망령들 위에 떨고 있는 이곳이; 충직한 바다가 여기서 잔다, 내 무덤들 위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암캐야, 우상 숭배자를 피하라! 목동의 미소를 짓는 내가 외로이, 신비의 양들, 고요한 내 무덤들의 하얀 양떼를, 오랫동안 풀 뜯기고 있을 때는, 멀리하라, 조심성 많은 비둘기들을, 부질없는 꿈들과 호기심 많은 천사들을!   여기에만 오면, 미래는 바로 게으름. 깔끔한 매미는 메마름을 긁어대고; 모두가 타고 허물어져, 공기 속에 스며든다 나도 모를 무슨 가혹한 정기가 되어--- 부제에 도취하면 삶은 한없이 드넓고, 쓴맛이 달고, 정신은 환히 맑다.   숨겨진 죽은이들은 바로 이 땅속에 있고 땅은 그들을 다시 태워 그들의 신비를 말린다. 저 높은 곳에 정오가, 꼼짝도 않는 정오가 저 속에서 저를 생각하며 저 자신의 마음에 드니--- 완전한 머리, 완벽한 왕관아, 나는 네 속에서 은밀한 변화일 따름.   네가 주는 겁을 당해낼 자는 나뿐! 나의 뉘우침들, 나의 의혹들, 나의 얽매임들은 네 거창한 금강석의 흠집이고--- 그런데도 나무 뿌리들 달린 흐리멍텅한 주민은, 대리석들로 온통 무거워진 자기네 어둠 속에서 이미 서서히 네 편이 되고 말았다.   그들은 두꺼운 부재 속으로 녹아들었고, 붉은 찰흙이 하얀 종족을 마셔 버렸으며, 살아가는 재간은 꽃들 속으로 옮아 갔으니! 죽은이들의 그 단골 말투들이며, 저마다의 솜씨, 남다른 마음씨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눈물 맺히던 그곳에는 애벌레가 기어다닌다.   간지럼먹은 처녀들의 킬킬거림, 그 눈들이며 이빨들, 젖은 눈까풀들, 불꽃과 장난치는 귀여운 젓가슴, 순종하는 입술들에 반짝이는 피, 막바지 선물과 그걸 감싸는 손가락들, 모두가 땅밑으로 가서 윤회에 다시 끼여드니!   큰 넋이여, 그래도 너는 바라겠는가 물결과 금빛이 여기서 육신의 눈앞에 빚어내는 이 거짓말 빛깔들도 이미 갖지 않을 그런 꿈을? 네가 안개가 될 때도 너는 노래할 생각인가? 자아! 모두가 도망친다! 나의 현존은 잔구멍투성이. 영생을 바라는 거룩한 조바심 또한 죽어가니!   금칠을 해도 검은 수척한 영생이여. 죽음을 어머니 태로 삼는, 끔찍스럽게도 월계관 받쳐쓴 위안자여, 아름다운 거짓말과 경건한 속임수여! 이 텅빈 머리통과 이 영원한 웃음을, 누가 몰라보고, 또 누가 마다하지 않으랴!   그 숱한 삽질들의 흙 무게 아래서, 흙이 되어 우리의 발걸음도 분간 못하는, 깊은 곳의 조상들, 아무도 살지 않는 빈 머리들아, 정말로 좀먹는자, 막무가내인 벌레는 묘석 아래서 잠자는 당신들 위한 것은 아니어서, 생명을 먹고살고, 나를 떠나지 않으니!   어쩌면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인가, 아니면 미움인가? 그 숨은 이빨은 하도 바싹 내게 달라붙어 있어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다 알맞을 수 있을 판! 상관없어! 벌레는 보고, 바라고, 꿈꾸고, 만지고! 내 육신이 제 마음에 드니, 내 잠자리 위에서까지도, 나는 이 생물에 딸려서 살고 있는 걸!   제논! 잔인한 제논! 엘리아의 제논이여! *** 날면서도 날아가지 않는 그 바르르 떠는 날개돋친 화살로 너는 나를 꿰뚫었어! 그 소리는 나를 낳고 화살은 나를 죽이니! 아! 태양은--- 성큼성큼 달려도 꼼짝않는 이킬레스인 이 넋에게는 이 무슨 거북한 그림자인가!   아니야, 천만에! ---일어서라! 잇닿은 시대 속에! 내 육신아, 생각에 잠긴 이 형태를 깨뜨려라! 내 가슴아, 태어나는 바람을 들이마셔라! 바다가 내뿜는 시원한 기운 한 가닥이, 내 넋을 내게 돌려주니--- 오, 짭짤한 힘이여! 물결로 달려가 거기서 힘차게 솟구쳐오르자!   그럼! 광란을 거느린 큰 바다, 얼룩덜룩한 표범 털가죽과 태양의 무수한 영상들로 구멍난 망토여, 침묵과도 비슷한 야단법석 속에서 번쩍이는 네 꼬리를 자꾸 물어뜯으며, 네 시퍼런 살에 도취해, 날뛰는 히드라여***   바람이 인다! ---살려고 애써야겠다! 가없는 공기가 내 책을 열었다가 다시 닫고, 부서진 물결이 바위들로부터 마구 용솟음치니! 날아올라라, 온통 눈이 부셔 어지러워진 책장들아! 부수어라, 물결들아! 흥에 겨운 물로 부수어라 삼각돛들이 모이 쪼던 저 조용한 지붕을!       *Minerva 로마 신화에 나오는 공에, 직업, 예술의 여신, 나중에는 전쟁의 여신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그리스 아네나 여신과동일시된다. **쇠울짱  쇠로 만든 말뚝 을 죽 늘어서 세운 울타리  ***Zenon of Elea  BC 495경~ 430경.  그리스의 철학자·수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변증법의 발명자라고 부른 인물로서 특히 역설로 유명하다. 그의 역설은 논리학과 수학의 엄밀성을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했으며 연속과 무한이라는 개념이 정확하게 발전하고서야 비로소 해결될 수 있었다.     *** 히드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로 물속에 사는 뱀. 아홉 개의 커다란 머리를 가졌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불사의 마력을 지녔다고 하며 머리 하나를 자르면 그 자리에 새로 두 개의 머리가 생겨났다고 한다. 헤라클레스에 의해 퇴치되었다.
30    프랑스 명시선 ( 3 ) 댓글:  조회:2635  추천:0  2017-08-09
프랑스 명시선 ( 3 )   풍신(風神) / 폴 발레리     보이지도 알 수도 없는, 바람에 실려 살기도 죽기도 하는 나는 뜬 향기(香氣)라네!   보이지도 알 수도 없는 우연인가 영감(靈感)인가? 왔다 할 땐 일은 이미 끝났다!   누가 읽고 누가 알 것인가? 명석한 정신에게도 얼마나 많은 오해의 씨앗이 담겨 있는가!   보이지도 알 수도 없는, 속옷 갈아입는 여인의 언뜻 보이는 젖가슴의 순간!     *이 5음절의 경쾌한 시는 시집 안에 들어 있다. "풍신(실프Sylphe)란 겔트나 게르만 족의 신화에 나오는 공기나 바람의 신이다. 발레리는 이 바람의 신에 기탁하여 시인의 마음에 떠오르는 시상(詩想)의 도래를 암시하 려고 한 것 같다. 이 때 "풍신"은 마녀의 지팡이 같아 한 번 때리면 끝난다. 그러나 읽혀지지도 이해되지도 않고 많은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제 3절은 천재나 특이한 생각을 가진 시인의 참뜻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고립감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한 번 더 추측해 보면 여기서 말하는 "풍신"은 발레리가 가장 경계하고 멀리하려는 소위 낭만파 시인들의 영감(靈感)이나 감흥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에 의하면 영감이란 없는 것은 아니 지만 믿을 수 없는 것이며, 때로는 환상에 불과하며 도저히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리고 '빛 나는 것이 모두 금은 아니다'라는 속담대로 영감은 영감이 아닌 것과 구별할 도리가 없다고 했다. 여하튼 이 시에서는 이상 세 가지 추측이 모두 동시에 가능한 점에 묘미가 있다. 그렇다고 발레리가 이 시에서 추상적인 논리를 전개하 는 것은 아니다. 그의 시는 구체적이며 명료하고 감각적이며 제 4절에 보는 바대로 관능적이기도 하다. 구체적 사물과 추상적 상징이 완전히 밀착되어 있고 조화되어 있는 점에서 상징파 시인으로서의 그의 면모가 잘 나타나 있다.     석류들 / 폴 발레리     너의 수많은 씨알의 힘에 못 이겨 마침내 반쯤 벌어진 굳은 석류들이여, 스스로의 발견에 파열된 고매한 이마들을 보는 듯!   오, 반만 입을 연 석류들이여, 그대들이 받아 온 햇볕들은 자만심에 움직인 그대들로 하여금 홍옥(紅玉)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그리고 금빛 메마른 껍질마저 어떤 힘의 욕구에 밀려 과즙(果汁)의 붉은 구슬되어 터진다 하지만,   이 눈부신 파열은 일찌기 내가 가졌던 어느 영혼의 은밀한 구조를 몽상켸 한다.     *이 시도 시집 에 수록된 것으로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짧은 시이다. 짧은 시이나 아름다운 색채 이미지와 상징이 교묘히 조화된 아름다운 시이다.  이 시의 상징은 익어 벌어진 붉은 석 류들을 빌어, 오랫동안 마음 속에서 익어 가다 드디어 어떤 신비로운 힘에 의해 굳은 벽을 뚫고 나오는 어 떤 사상이나 시상(詩想)을 암시한다. 그러나 발레리는 사상가로서가 아니라 시인으로서 반쯤 벌어진 석류를 통해 언어가 지닌 음과 색채와 뜻을 서로 어울리게 하고 침투시킴으로써 독자의 마음에 미적 감각 과 이미지와 상징을 떠오르게 한다. 어떤 사람은 발레리의 세잔느나 마티스의 정물화에 비하고 있다.     해변의 묘지 / 폴 발레리     1 비둘기들이 걷는 고요한 지붕1)은 소나무 사이에서 무덤 사이에서 가물거린다;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정오는 거기에 불로써 바다를 항상 다시 시작하는 바다를 구성한다! 신들의 정온(靜穩)함을 오래 바라다본다는 것은 오 명상 뒤에 오는 크나큰 보상!                               1)바다를 지붕으로 보았다.   2 섬세한 섬광들의 얼마나 순수한 작업이 자디잔 물거품의 무수한 금강석을 태우고 얼마나 큰 평화로움이 형성되는 듯한가! 태양이 바다의 심연 위에 쉴 때 영원불변의 순수한 두 작품 시간은 반짝거리며 꿈은 지식이다.     10 닫혀지고, 신성하며 물질 아닌 불로 가득 찬 광명에 바쳐진 대지의 한 모퉁이, 태양의 횃불 아래 압도되어 금과 돌과 침울한 나무들로 이루어진 이 곳이 내 맘에 든다 그 많은 대리석이 그 많은 망자(亡者)들 위에서 떨고 있    는 이 장소가, 충직한 바다는 여기 나의 무덤들 위에서 잠을 잔다!     11 찬란한 암캐여, 우상 숭배자들을 멀리 하라! 내가 외롭게 목자(牧者)의 웃음을 머금고 오랫동안 신비스런 양들을, 고요한 무덤들의 흰 양 떼를 칠 때에, 너는 이 무덤들로부터 멀리하게 하라, 신중한 비둘기2)들을, 헛된 꿈을, 호기심 많은 천사3)들을!   2)3): 기독교 신앙의 상징들.   12 일단 여기 오면 미래는 안일무위(安逸無爲). 날카로운 벌레는 대지를 긁는다; 모든 것은 타고 해체되고 어떤 알 수 없는 순화(醇化)된    본질이 되어 대기 가운데 흡수된다--- 부재(不在)에 도취될 때 인생은 광대하며, 고통은 달고, 또한 정신은 맑다.   13 숨겨진 망자(亡者)들은 이 땅 속에서 평안히 쉬고 있으며 대지는 그들의 몸을 따듯하게 하고 그들의 생의 신비를     말린다. '정오'는 저 높은 곳에, '부동(不動)의 정오'는 자기 속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에게 자족(自足)하고     있다--- 완벽한 두뇌이며 완전한 왕관(王冠), 나는 그대 속에 은밀히 변화하는 존재.     14 그대의 공포를 제어하는 자는 나 하나뿐! 나의 회한(悔恨), 나의 회의(懷疑), 나의 부자유는 그대의 큰 금강석의 흠--- 그러나 나무 뿌리 아래 누운 어렴풋한 인생들은 대리석에 눌려 한없이 무거운 그들의 밤 사이에 이미 서서히 그대의 편에 가담했다.     15 죽은 자들은 두꺼운 부재(不在) 속에 용해되었고 붉은 진흙은 그들의 흰 형질(形質)을 마셔 버렸다. 생명의 천혜(天惠)는 꽃 속으로 옮겨 갔다. 지금 어디 있는가, 망자(亡者)들이 항시 쓰던 말들, 개인적인 기교, 특이한 정신들은? 눈물 맺혔던 곳엔 구더기들이 줄지어 달린다.     16 간지럼당한 처녀들의 찢는 듯한 소리, 그 눈, 그 이, 촉촉히 젖은 눈꺼풀들 불장난하는 매혹적인 젖가슴 내맡기는 입술에서 빛나는 피 최후의 보물들, 이를 지키는 손가락들 모든 것이 땅 밑으로 가고 자연의 운행으로 되돌아간다!     17 그리고 그대 위대한 영혼이여, 그대는 여기 이 물결과 저 황금의 태양이 육체의 눈에 지어 내는 이 허구의 색채를 갖지 않을 어떤 꿈을 바라고 있는가? 그대는 그대가 공기로 증발할 때도 노래부를 것인가? 가거라! 이 세상 모든 것은 달아난다! 나의 존재는 공기      구멍으로 되어 있으며, 영생을 바라는 성스러운 초조감도 또한 죽는다!     18 흑색과 금색으로 된 앙상한 영생(永生)이여, 죽음을 어머니의 품으로 만든 끔찍한 월계관을 쓰는 위안자(慰安者)여, 이 아름다운 허위와 이 경건한 속임수! 누가 그것을 모르며 누가 이를 거절치 않으랴, 이 텅 빈 두개골과 이 영원한 웃음을!     22 아니다, 아니다--- 일어서라 이어가는 시대 속으로! 깨뜨리라, 나의 육체여, 이 생각하는 형태를! 마셔라, 나의 가슴이여, 바람의 탄생을! 바다에서 떠오르는 싱그러움이 나에게 영혼을 돌려 준다--- 오, 소금의 짠 힘이여! 파도로 달려가자 거기서 다시 살아 솟구쳐 오르기 위해!     23 그렇다! 광란(狂亂)을 천성(天性)으로 하는 너는 표범의 가죽, 그리고 태양의 수천 수만의 우상으로 뚫린 고대 그리스 인의 망토, 너의 푸른 육체에 취하여, 침묵과 같은 소란 속에서 네 자신의 반짝거리는 꼬리를 물려는 날뛰는 히드라여,     24 바람이 인다! 살려고 애써야겠다! 크나큰 대기는 나의 책을 열고 또 닫는다. 파도는 물 안개가 되어 바위에서 힘차게 용솟음친다! 날아가라, 광명에 눈이 어두운 책장들이여! 무너뜨려라, 파도들이여! 무너뜨려라 즐거워하는 물결로 작은 돛단배들이 먹이를 쫓고 있는 이 고요한 지붕을!     *"해변의 묘지"는 발레리의 작품 중 걸작으로 꼽히며 와 더불어 그의 이름을 드높인 작품이다. 전 6행, 24절로 된 이 장시(長詩)는 또한 난해한 것으로도 유명해 많은 주석가(註釋家)-해설가 -연구가 들이 정력을 바친 작품이다. 이 시를 쓰게 된 동기는 시인 자신의 말에 의하면 어떤 감상이나 사상을 전개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그가 아직까지 써 보지 않은 하나의 시 형식, 즉 매행 10 음절로 된 6 행 시를 써 보기 위해 시작했다고 한다. 이렇게 써 가며 그는 이 시 가운데 하나의 개인적 독백을 담고자 했다 따라서 어렸을 때의 추억은 고향인 세트 바닷가의 묘지가 머리에 떠오르게 되고 급기야 이 시는 묘지에서 바 라다보는 바다 앞에서 삶과 죽음, 동(動)과 부동, 존재와 무에 대한 명상이 되었다. 이 세트의 묘지는 그리고 그 앞에 펼쳐진 지중해의 눈부신 바다는 그가 어린 시절 자주 가고 자주 바라보며 명상한 곳이다.  이 시는 이러한 자연의 광경을 배경으로 한 사색과 철학의 시이다. 시인은 태양과 바다와 묘지, 이를 바라보 는 시인을 통하여 부동의 절대자와 변화하고 활동하는 인간의 생을 관조하고 부재와 정적(靜寂)이 지배하는 묘지와 광란을 내포하는 바다를 명상한다. 특히 위의 발췌된 10절의 이하에서 시인은 대리석 돌 아래 누운 죽 은 자들을 통하여 죽음과 영생(永生)에 대하여 생각한다. 무와 정온(靜穩)의 영원한 세계는 그를 유혹하나 종교적 신앙의 위로나 사후의 영생은 이를 완강히 물리친다. 모든 것을 앗아가는 죽음과 빈 해골 앞에 무의 열반 (涅槃)의 세계도 무산된다.. 결국 그는 이 시의 끝부분에서 신(神), 영원, 절대 부동의 세계를 바라느니보다 인간적인 것, 순간적인 것, 연속적인 것, 행동과 변화와 창조가 승리한다고 믿는 것 같다. 그의 도덕적 결론은 고대 그리스 시인 핀다로스(BC518?~438?)의 명구(銘句)와 같이 "나의 영혼아, 영생을 갈구하지 말고 가능 한 땅을 끝까지 파라"이다.  시인 발레리는 이러한 주제와 명상의 철학시가 가지기 쉬운 현학(衒學)과 생경(生硬)을 극복하고 풍부한 감 수성, 명쾌하고 은밀한 이미지, 연상적(聯想的)인 상징, 때로는 시인 자신이 가장 경계하던 서정적이며 관능적 인 감정과 감각도 섞어 표현하고 있다. 또한 이 시가 가진 시적 음악성은 거의 마술적인 미를 가졌다고 한다.   이런 뜻에서 볼 때 필자가 이 시를 번역한 것은 피상(皮相)을 면치 못한 것 같다. 더우기 원시의 형해(形骸) 도 전달하지 못한 것 같다. 더우기 윈시(原詩)는 24절로 되어 있으나 여기서는 1-2, 10-18, 그리고 마지막 부분 22-24절만 번역 게재하였다. 지면 관계와 독자의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서였다.     폴 발레리(1871~1945): 폴 발레리는 신앙적 절대주의자인 폴 클로델과는 대조적인 위치에서 20세기 프랑스 전반의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남 프랑스 지중해안의 세트에서 출생하였는데 아버지는 코르시카, 어머니는 이탈리아의 제노바 출신이다. 따라서 그는 자연 황혼의 땅인 북방 유럽인과는 다른 자중해 정신을 타고났고 그 속에서 자라났다. 지중해 정신이란 모호하고 신비하고 격정적인 정신에 비해 명쾌하고 지성적이며 정적인 정신을 말한다.  그는 몽펠리에 법과 대학에서 수학하였는데 이 동안(1889~1890) 우연히 피에르 루이스를 만나 사귀게 되고 그의 주선으로 앙드레 지드, 말라르메 등을 알게 된 일은 그의 생애에 중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는 이 때 이미 시를 쓰고 있었고 이 시들은 당시 전위적인 문예지에 발표되어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었다. 그의 교우 관계로 보나 그의 타고난 재질로 보아 그가 가야 할 길은 분명한 듯 했다. 즉 문학 특히 시의 길이었다.  그러나 1892년 10월 어느 날 밤, 그는 이상한 거의 계시와 같은 심적 동기로 일체의 문학이나 시작(詩作)을 버리고 지적 활동에 전념하게 된다. 정서적인 예술 활동이 명료하고 논리적인 지적 활동이나 엄격한 사고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 때문이었다.  이리하여 그는 모든 문학이나 시작에서 손을 떼고 사색과 성찰의 생활로 들어가 자기 자신에 대한 철저한 인식과 사고에 대한 흔련 및 과학적 연구에 몰두한다. 이 때에 그는 파리에서 처음에는 육군성, 후에는 아비스 통신사 사장의 개인 비서로 일하고 있었는데 매일 새벽 5시부터 출근시까지, 그리거 시간만 잇으면 자기 방에 칩거하여 논리와 추상적 과학 방법의 연구와 훈련에 정력을 쏟았다. 이렇게 하여 그는 17년 동안이나 문학이나 창작 방면에는 완전히 침묵을 지키고 추상적인 과학적 연구 방법에 전념했는데 이 동안 얻은 지적 작품이 , , 등이다. 그가 문학 창작을 중단하였다고 해서 그가 예술계와 접촉을 끊은 것은 아니었다. 말라르메가 죽기까지 그는 그의 가장 충실한 제자이었고 전기한 루이스, 지드, 에레디아 등의 작가들과 자주 만났으며, 또한 유명한 화가 드가, 르느와르 등과도 교분이 있었다. 또한 자주 음악 특히 글록이나 바그너의 오페라를 즐겨 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폭넓은 취미와 접촉이 후의 그의 탁월한 미학이나 예술론의 바탕이 된 것은 물론이다.  그의 속에서 잠자고 있던 시인이 다시 깨어난 것은 그 후 20년이 지난 1913년 그것도 순전히 타의(他意)에 의한 것이었다. 즉 "지드"와 "갈리마르" 출판사의 강력한 권고에 따라 발레리는 드이어 젊은 시절에 써 두었던 시들을 모아 한 권의 시집으로 출판하는 데 동의하였다. 그리고 그 첫 시집을 완성하기 위하여 단시(短詩) 한 편을 더 쓰기로 하였다. 이 단시가 유명한 이며, 이 시는 그의 의도와는 달리 512행의 장시가 되었으며, 이 시를 깎고 다듬는 데 발레리는 5년이란 긴 세월을 바쳤다. 결국 이 시는 단독으로 출판되었다(1917), 이 작품은 난해한 것이었으나 그 성공은 그만큼 경이적이었다. 그는 모든 지적 엘리트를로부터 세기적 시인으로 인정되었고, 여기 자극되어 그는 다시 시를 쓰게 되었다. 그러나 신중하며 작품에 완벽을 기하는 그는 결코 다작(多作)이지도, 빠르지도 않았다. 그의 걸작이라고 하는 "해변의 묘지"도 가 발표된 지 3년 후에야 발표되었다(1920). 발레리는 이 시를 비롯하여 20세기 전후의 젊은 시절 그가 써 발표하였던 시들(1890~1893) 약 20편을 합쳐 같은 해 그의 첫 시집 을 출판하였다. 이 시들은 약 30년 후에 빛을 본 것이나 이 가운데에는 이미 발레리의 독창성을 보여 주는 시들이 들어 있으며 그 중의 많은 시가 아직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다시 1922년 그가 이후에 쓴 최후의 시집을 출판하였다. 이 두 권의 시집으로 그는 모든 사람이 공인하는 '현대 시인'가운데 가장 위대한 시인이 된 것이다.  시집 을 계기로 시인으로서의 그의 창작 활동은 끝나고 이후부터 발레리는 지성인의 대표, 현대 사회의 정신적 지도자로 활동하게 되었다. 유명한 신문이나 잡지에서 그의 논문과 수기를 다투어 싣고 프랑스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의 저명한 학회나 단체들로부터 초청을 받아 많은 강연과 주제 발표를 하였다. 이러한 논문과 수기와 강연이 편집되고 출판되어 20세기 전반의 상상계와 정신계에 깊은 통찰과 많은 시사를 남기었다.  만년에 그는 프랑스의 국가적 시인이며 국제적인 지식인의 상징이 되었다. 1925년에는 아나톨 프랑스의 뒤를 이어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이 되었고, 1924년에서 1934년 까지 국제 펜 클럽(Pen Club)의 회장이었다. 1935년에는 의장으로 국제 연합 제5차 예술 학문 회의를 주재하였고, 1939년 부터 죽기까지 콜레지 드 프랑스의 교수로 임명되어 시학 강좌를 맡고 있었다. 이는 시인에게는 처음 있는 영예였다. 제 2차 세계 대전 독일군 점령 시절 그는 지조를 굽히지 않았고, 국민 작가 위원회에 소속하여 레지스탕스 운동에 참여하였다. 그의 최후의 작품이며 독일 점령군 치아의 어두운 심경을 쓴 것이 라는 작품이다. 심신이 극도로 쇠잔된 발레리는 해방된 다음 해인 1945년 병을 얻어 7월 20일 세상을 떠났다. 프랑스 정부에서는 그의 장례식을 국장으로 거행했으며 그의 유해는 그의 소망대로 세트 해변 묘지에 묻혔다.    시인으로서의 발레리는 보들레르, 말라르메를 잇는 심미적 상징주의 계보에 속하나, 시의 창작도 지적 작업의 소산이며 엄밀한 방법에 의하여 제작된다는 그의 주장대로 주지적이며 기교적인 면이 두드러진다. 그에 따르면 시는 산문과 달라서 시인의 사상이나 감정-감흥을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시는 언어가 가진 모든 능력을 구사하여 독자의 마음 속에 어떤 미의 감각, 조화의 세계를 낳게 만드는 일이다. 따라서 시인은 말의 모든 힘(음, 리듬, 음률, 낱말과 낱말의 접근과 대조, 이미지, 상징, 비유 등등)을 구사하여 이러한 미의 세계를 만들어 내는 일종의 기하학자-건축가-지성인이다. 그러므로 시인에게 필요한 것은 영감이나 정열이 아니라 맑은 의식과 각고면려(刻苦勉勵)하는 노력이다. 라고 했다. "나는 무아 상태에서 번갯불을 기다리느니보다 맑은 정신, 의식적의 의지를 가지고 나의 마음대로 반짝거리는 불꽃을 만들기를 좋아한다"고도 했다.  이러한 그의 시론은(말라르메의 시론과 더불어) 세계 제 2차 대전 후의 프랑스 시단에 중요하고 깊은 영향을 주었고 주지적 심미파에 속하는 많은 시인들은 그들의 시적 창작 활동의 일부 또는 전부를 이 두 스승에게서 배우고 있는 형편이다.   미라보 다리 /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아래 센느는 흐르는데 나는 왜 우리들의 사랑을 기억해야 하는가   기쁨은 늘 아픔 뒤에 왔는데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손에 손을 맞잡고 얼굴 마주 대하자 그러면 우리들의 두 팔이 놓은 다리 아래로 영원한 눈빛의 피로한 물결이 지나간다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사랑은 간다 흐르는 이 강물같이 사랑은 간다 얼마나 인생은 더딘 건가 또 얼마나 희망은 강렬한가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날이 가고 달이 지나도 가버린 세월과 우리의 사랑은 돌아오지 않는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센느는 흐른다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상테 감옥에서 / 아폴리네르     1 감방에 들어가기 전 나는 알몸이 되어야 했다 한즉 어떤 불길한 목소리가 웅얼거린다 "기욤 군, 이게 어찌된 일이요"   무덤에서 나오는 나사로 대신에 무덤으로 들어가는 나의 신세 잘 있거라 잘 가거라 노래하는 원무(圓舞)여 오 나의 청춘이여 젊은 아가씨들이여     2 아니, 여기서는 이미 나는 나라는 생각이 안 든다 이제 나는 11 감방의 제 15 번   햇빛이 창문으로 흘러들어 햇살은 내가 쓰는 시 위에서 장난을 치며   종이 위에서 무용을 한다 귀 기울이니 누구인가 발로 천정을 두드린다   3 구렁 속의 곰처럼 매일 아침 나는 걷는다 돌자 돌자 쉬지 말고 돌자 하늘은 쇠사슬처럼 푸르다 구렁 속의 곰처럼 매일 아침 나는 걷는다   바로 옆 감방에서는 수도물 꼭지를 틀어 놓는다 열쇠를 쩔거럭거리며 잔수가 오가곤 하나 바로 옆 감방에서는 수도물 꼭지를 틀어 놓는다.     4 뿌연 페인트 칠한 맨벽 안에서 나는 한없이 지루하다 종이 위에 파리 한 마리 종종걸음으로 들쑥날쑥한 글 줄 위를 바삐 다닌다   오 저의 고통을 잘 아시며 그 고통을 주신 하나님 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불쌍히 여기소서 눈물 마른 제 눈과 창백한 제 얼굴 쇠 사슬에 매인 저의 걸상 소리를   그리고 이 감옥 안에서 숨쉬는 모든 불쌍한 가슴들을 저와 항상 함게 하시는 사랑의 신이시여 저의 연약한 이성과 이를 능가하는 절망감을 특별히 불쌍히 여기소서.   5 시간들은 얼마나 느리게 지나가는가 마치 장례식 행렬 같아   그대가 울고 있는 이 시간도 슬퍼할 때가 있으리라 모든 시간과 같이 이 시간도 너무 빨리 지나갈 것이므로     6 나는 거리에서 들리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그러나 지평선이 없는 죄수에게는 미움에 찬 하늘과 이 감옥의 쓸쓸한 담장들만이 보일 뿐   날이 저물고 이윽고 감방 속에 전등불 하나가 붉게 켜진다 아름다운 불빛 친애하는 이성(理性)아 이 감방 속엔 너와 나 단 둘뿐이다.   *1911년 가을 프랑스 르부르 박물관 소장의 유명한 다빈치의 그림 "모나리자"가 없어졌다. 그러자 혐의는 당시 과격파 예술 운동 의 하나인 미래파 예술가들에게 걸렸다. 당시 미래파 문인이나 화가들은 극렬 분자로 통용되어 있었던 만금 이들이 과거의 예술품 이나 전통을 파괴하기 위하여 이 불후의 명작을 없애 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피래파 그룹을 조사해 보니 아폴리네 르가 이 운동의 선봉장이며 열렬한 옹호자인 것이 드러났다. 결국 장물 은닉죄라는 죄목으로 그는 파리의 상테 감옥에 수감되었다. 친구들이 백방으로 노력하고 탄원을 넣어 약 1주일만에 집행 유예로 풀려났으나 이 수치스런 경험은 그에게 상당히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이 시는 그때의 경험을 쓴 것이다.     기욤 아폴리네르(1880~1918): 현대시의 시발자(始發者)로 불리는 기욤 아폴리네르의 일생은 그의 경쾌하고 화려한 인상과는 달리 슬프고 너무 짧았다. 그는 이탈리아 로마 태생인데 아직 누구인지 확실하지 않은 아버지와 폴란드에서 이주해 온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향락과 도박을 좋아하는 어머니를 따라 남 프랑스 지방의 간느-니스 등지를 옮겨 다니며 거기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세 때 어머니와 함께 파리로 올라왔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에 많은 독서를 하였고 이 때에 폭넓은 교양을 쌓았다고 한다. 파리의 생활은 어려워 은행의 말단 행원의 일을 해오다가 한때는(1901~1902)어떤 부유한 독일 가정의 가정 교사로 초빙되어 독일에 가서 일하기도 했다. 이 동안에 거기서 가정부로 와 있던 영국 소녀 애니라는 처녀와 사랑에 빠지나 얼마 안 되어 실연의 고배를 마시게 된다. 이 때의 착찹한 심정을 노래한 것이 유명한 "사랑 못 받는 남자의 노래(1903)"이다.  파리로 돌아와서는 신문 기사를 쓰거나 잡지 등에 주로 에로틱한 글을 기고하여 생활을 하면서 앙드레 살몽-막스 쟈콥 등 문인들과 문예지를 펴내기도 하고, 화가 피카소-브라크-블라멩코 등 소위 당시 화단의 전위파(前衛派)들과 친교를 맺어 예술 운동을 하기도 하였다. 특히 그는 전위파 예술 운동에는 언제나 선두에 서서 활약했는데 입체주의, 미래파, 흑인 예술, 환상파, 그리고 초현실주의 등 새로운 유파나 '이즘'이 나올 때마다 그는 선구자이며 또 그 운동의 강력한 이론가이기도 했다. 쉬르레알리즘(초현실주의)라는 낱말은 그의 창작이다.  1913년 그가 33세 때 그의 첫 시집 이 출판되어 성공하였다. 제 1차 세계 대전을 전후한 무겁고 음울하고 불안한 유렵 사회에 그의 새롭고 신기하고 경쾌하고 애수 섞인 유머는 인기가 있었다. 소위 새 정신이었다.(이 말도 그의 창작이다).  제 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나 그는 비록 외국 국적을 가졌으나 자원하여 출전하였다. "나는 모든 것을 프랑스에 빚지고 있다. 프랑스를 위해 싸우는 것은 나의 최소의 봉사이다." 라고 했다. 1916년 그는 전장에서 포탄의 파편으로 머리에 부상을 입어 두 번이나 뇌 수술을 받았고, 결국 이것이 원인이 되어 1918년 "아름다운 빨간 머리"로 유명한 젊은 부인의 팔에 안겨 30세을 일기로 죽었다.    그는 두 권의 시집을 남겼는데 하나는 앞서 말한 이며 또 하나는 죽기 전에 끝낸 *이다. '칼리그람'이란 낱말도 그가 지어 낸 새로운 단어이다.  에는 그가 두 번에 걸쳐 겪은 실연이 서정적이며 회고적인 엘레지와 그가 본 세상에 대한 스냅 사진에다 그의 독특한 꿈과 환상과 무의식을 병치(竝置) 혹은 뒤섞은 현대적인 시들이 들어 있다. 또한 그는 그의 시에서 일체의 구두점을 빼버려 시구의 리듬을 완전히 유동화시켰다. 이는 '상드라르'의 시를 읽고 받은 충격으로 그는 시집 의 최종 교정시에 자기 시에서 모든 구두점을 없앴다는 것이다. '상드라르'가 무의식적으로 부분적으로 한 일을 아폴리네르는 의식적으로 전적으로 한 것이다. 이후 많은 현대 시인들이 구둣점 없는 시를 쓰고 있다.  그리고 그의 두번째이며 마지막 시집인 에서는 그가 시집 출판 이후 추진해 온 시에 있어서의 새로은 혁신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카페의 소음 속에서 들리는 대화를 주어 모은 소위 대화시라든가 추상파 화가의 수법을 시에 적응시킨 추상시들이 들어 있다. 또한 그는 이 시집에서 시에다 형상적(形象的)인 요소를 합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즉 시를 구성하는 활자나 활자로 구성되는 시구의 배치로 어떤 현상을 나타내어 무언 중에 어떤 이미지를 표현하자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지금까지와 같이 시행을 같은 모양으로 늘어 놓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그림을 그려서 독자의 시각에 호소하는 수법이다. 심장은 하트 모양, 시가(cigar)는 여송연 담배 모양으로, 분수는 물이 올라가 버드나무같이 퍼져 떨어지는 모양으로 활자를 배열하였다. 시의 음과 그림을 함께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그의 생존시에는 사람들을 놀라게 혹은 즐겁게 할 뿐이었으나 그의 사후 차츰 세월이 감에 따라 그가 시에서 시도한 새로운 정신과 형식의 추구는 20세기의 시가 갈 길에 대하여 큰 시사와 문제를 남겨 주었다. 지금에는 그의 시는 고전(古典)이 되어 프랑스 중학생들이 암송하고 소르본느 대학에서 강의되는 전통 문학이 되었다.   *calllgramme: 시구의 배열이 도형을 이루어 시의 대상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형태로 아폴리네르가 만든 조어.   빙산 / 앙리 미쇼      난간도 울타리도 없는 빙산(冰山)에, 지친 늙은 까 마귀들과 요사이 죽은 수부들의 망령들이 북극의 마(魔) 와 같은  밤에 와서 팔꿈치를 괸다.   빙산, 빙산, 영원한 겨울의 무종교(無宗敎)의 대 성당(大聖堂), 유성(流星) 지구의 머리 위에 씌운 빙모(氷 帽) 추위에서 태어난 너의 기슭은 얼마나 고귀하고 또 순 결한가.   빙산, 빙산, 북대서양의 등,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바다 위에 얼어 붙은 장엄한 불상(佛像), 출구 (出口) 없 는 죽음의 번쩍거리는 등대, 침묵의 절규는 수세기 동안 계속된다.   빙산, 빙산, 필요 없는 고독인, 갇히고 멀고 벌레 없는 나라, 섬들의 가족, 샘물의 가족인 그대들은 보면 볼 수록 얼마나 나에게는 친숙한 것이냐---     익살광대 / 앙리 미쇼     어느 날, 어느 날, 아마도 곧 어느 날 나는 바다에서 먼 곳에 내 배를 매어 둔 닻을 뽑 아 내리니. 나는 무(無), 무 가운데서도 무가 되기 위해 필요한 일종 의 용기를 가지고 나에게서 분리할 수 없이 가깝게 보였던 것을 버리리라, 나는 그것을 짜르고, 그것을 뒤엎고, 그것을 꺾고, 그것 을 땅 위에 딩굴게 하리라. 나의 비참한 수치심(羞恥心), 조물조물 이어가는 나의 구차한 계략(計略)과 논리의 맥락을 단번에 내뱉어 버리며, 소위 큰 인물이라는 종기를 짜내 버린 뒤 나는 자양(滋養) 있는 공간을 다시 마시리라.   조소와 실추(失墜)에 의하여(도대체 실추란 무엇인가?)> 파열(破裂)과 같이 공허와 전적인 소산(消散)-모멸(侮蔑) -배출(排出)로 나는 사람들이 나의 주위 환경이나 이 고상하고 고상한 나의 주변 인물들과 썩 잘 합치되고 맞고 조화되고 어울린다고 믿고 있는 생활 형태를 나 의 몸에서 쫓아 낼 것이다. 큰 재난 앞의 겸손이나 극심한 공포 뒤와 같은 완전한 평 지화(平地化)로 줄어 들고 재어 볼 품도 없이 낮아진 나의 참된 위치, 알 수 없는 어떤 생각-야심에서 내가 버렸던 가장 미미한 내 자 리고 되돌아와 고상함도 존경도 사라지고 머나먼 곳에서(혹은 있지 않은 곳인지도 모른다) 이름도 신원(身元)도 잃어버리고, 익살 광대가 되어 조소(嘲笑)와, 폭소와 괴기(怪奇) 가운 데, 내가 모든 양식(良識)에도 불구하고 나의 중요성 에 대하여 가졌던 생각을 없애 버리며 나는 뛰어들리라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숨어 있는 무한 정신 속으로 나 자신 새롭고 놀라운 새벽 이슬에 열려 아무것도 아님으로 해서 그리고 벌거숭이가 됨으로 해서--- 그리고 웃음거리가 됨으로 해서--     플룀 씨 여행 하다 / 앙리 미쇼     풀륌 씨는 여행 중 사람들이 자기를 지나치레 우대 해 준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어떤 사람들은 무단히 그의 몸을 밟고 지나가고  어떤 사람들은 꺼리낌 없이 그의 양복 저고리에 손을 닦는다. 결국 그는 이런 일에 익숙해 졌다. 겸손하게 여행하는 게 더 좋았다. 가능한 한 그는 그렇게 할 것이다. 만약 식당에서 그의 접시 위에 나무 뿌리를 큼직한 나무 뿌리를 내놓고 무뚝뚝하게 "자 먹어요, 먹지 않고 무얼 기다리시요" 하면 -"좋습니다, 곧 먹지요, 자아, 끝냈습니다" 그는 공연히 그 날 밤 그에게 방이 없다고 거절하면서 "뭐요? 당신은 그렇게 먼 곳에서 잠자러 온 것은 아닐테지요, 그렇지요? 자, 당신의 가방과 물건들을 드 시요. 지금 이 시각이 하루에서 가장 걷기 좋은 때요." -"좋습니다, 좋아요, 그럼은요---그렇구 말구요. 물론 웃자고 한 말이지요. 그저 노---농담으로" 그리하여 그는 어두운 밤중에 다시 떠난다. 그리고 만일 누가 그를 기차 밖으로 밀어 내면서 "아니, 우리가 벌써 세 시간 전부터 기관차를 데우 고 여덟 칸의 객차를 단 것이 당신 같은 나이에 건강한 몸을 한 청년을, 또 여기서도 얼마든지 소용이 있고 다른 곳으로 떠나가야 할 필요가 없는 사람을 수송하기 위해서 라고 생각하시오? 그리고 우리가 터널을 뚫고 나이너마이 트로 수천 톤의 바위를 폭파하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백 킬로의 철로를 놓은 것이 그래 이런 일을 위해서였단 말이 오? 그뿐인가, 사보타지(怠業)가 있을 염려 때문에 아직도 철로를 감시해야 하는 일을 빼놓고라도 말이지. 그런데 이 모든 일이 그래---" -"좋습니다, 좋아요. 잘 알았습니다. 제가 기차에 오른 건 그건 그저 한 번 둘러보기 위해서였지요 자 이젠 됐습니 다. 단순한 호기심, 그런 거지요 참으로 고맙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다시 짐을 들고 길로 되돌아 나온다. 그리고  그가 로마에서 콜롯세움 원형 극장을 보겠다 고 하면 "아, 안 됩니다. 제 말 들으시오. 이 곳은 이미 관리가 잘 못되어 있어요. 그리고 조금  뒤에 선생은 그것을 만지려고 할 것이고 그 위에 기대려고 할 것이고 앉으려고 할 거요. --- 그리하여 이 곳은 도처에 폐허밖에 남지 않았소. 이건 우 리에게 교훈이, 준엄한 교훈이 되었소. 그러나 앞으로는 안 됩니다, 이젠 그만이오, 알겠소?"   ---"좋습니다, 좋습니다! 그건 --- 저는 그저 그림 엽서나 혹은 사진을 얻고자 했을 뿐입니다---- 혹시 있으면 말입니다---" 그리하여 그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이 도시를 떠난다. 또한 만일 여객선 위에서 배의 사무장이 갑자기 그를  손 가락으로 가리키며 "저 자는 여기 무얼하고 있지? 거 참, 아래쪽에는 전혀 규율 이 없어 보여.  빨리 저 자를 선창 아래로 내려 보내도록 해! 방금 반시(半時) 종이 쳤어"라고 말하고 나서 그는 휘파람을 불며 가버렸고 플륌으로 말하면 배가 항해 하는 동안 내내 웅크리고 앉아 있다. 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불평도 하지 않는다. 그는 전혀 여행을 할 수 없는 불쌍한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그런데 자기는 여행을 한다. 계속해서 여행 하지 않는가.     앙리 미쇼(1899~1984):  앙리 미쇼는 때로는 자기의 무의식 속을 파고들어가 존재의 실태와 존재 이유를 찾기도 하고 또는 악의(惡意)에 찬 세계에 둘러싸인 현대인의 고뇌와 무력(無力)을 독특한 풍자와 유머로 표현하므로써, 현재 프랑스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높은 평가와 인정을 받고 있다. 그는 원래 프랑스어계의 벨기에 출신으로 1955년에야 프랑스 국적을 얻었다. 어려서부터 극히 고독한 성격으로 부모형제나 어떠한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자기는 이방인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브뤼셀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신비 작가의 작품이나 성인들의 전기들을 즐겨 읽었고 잠시 의과(醫科) 대학에 다닌 적도 있었으나 중도에 포기했다. 21세 때 새로운 다른 세계를 동경하여 일개 수부(水夫)가 되어 약 2년 동안 바다를 떠다니며 방랑 생활을 하기도 했다.  1924년 부터 파리에 정착하여 글을 쓰기 시작하였으며 특히 '로트레아몽'의 작품을 읽고 큰 감동과 충격을 받아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1927년 자아(自我)의 분열을 다룬 시집 를 발표하고, 계속하여 자신에 대한 거의 과학적-의학적 관찰 보고서인 ,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박해받는 인물을 풍자적으로 그린 , 그리고 꿈과 환각-충동을 조사-보고한 등의 시집을 내어 주목을 끌었다. 아울러 1927년에서 1939년에 이르는 동안 그는 또 다시 다른 세계를 찾아 에쿠아도르를 비롯한 남미-터기-인도-중국-일본 등을 여행하고 두 권의 여행기 와 을 펴내었는데 저자는 이 가운데 각국의 도시-인물-풍습-동식물에 대한 학자적인 정밀한 관찰과 시인으로서의 깊은 성찰을 하여 많은 독자에게 감명을 주었다.  1940년 제 2차 세계 대전 중에는 남 프랑스의 코트다지르로 피난하였는데 여기서 '앙드레 지드'를 만났고 '지드'는 미쇼의 내면적 시가 가지는 현대적 뜻과 가치를 높이 평가하여 "앙리 미쇼를 발견하자!"라는 강연을  하여 그의 이름을 높이었다. 같은 시기에 그가 전시(戰時) 중에 쓴 특이한 항전시(抗戰詩)가 발표되어 일약 그는 유럽에서 유명해졌다. 뿐만 아니라 그는 30대 부터 아무에게서도 배우지 않은 자기류의 그림을 발표해 왔는데 이 특이한 그림이 화단에서도 높이 인정되어 그의 이름은 더욱 널리 퍼졌다.  그는 시인으로 계속하여 , 등의 환상적인 시집과 라는 가공적이며 상상적인 3부작 기행 문집을 펴내었다.  1955년 경부터 인간의 심층 내부를 철저히 탐색하기 위해 그는 마약인 '메스칼린'을 복용하여 그 환각과 취기를 이용하여 의식 내부를 탐험하려고 하였다. 즉 자신의 마음 속 깊이 잠입하여, 약의 힘을 빌어 인간의 모든 감각, 꿈, 인상, 이미지, 무의식을 알고 느끼고 경험하려 하였다. 그는 그가 직접 느끼고 본 것을 그의 시로 또는 그림으로 옮기었다. 어느 작가도 그만큼 인간의 희미하고 붙잡기 힘는 내부 세계를 이렇게 철저하게 탐험-실험하려고 애쓴 작가는 없었다.  약 15년에 걸친 실험에서 얻은 작품으로 "비참한 기적(1955)" , "소란스러움의 무한(1957)" "구렁에서 얻은 지식(1961)", "정신의 큰 시련(1966)" 등이 있다.  미쇼는 만년에도 인간의 내부 세계와 환상 세계에 대한 많은 작품을 ("잠든 모양, 깬 모양"(1969); "사라지는 것과 대면하여"(1976)) 등을 내놓았으나 점점 글자로 표현하기보다는 형상적 그림으로 나타내는 경우가 더욱 많아졌다. 그의 그림이란 회화라기보다 현미경 아래 보는 박테리아의 표본이나 X선 사진 같은 기이하고  독특한 것이다. 그러나 화가로서 그는 거의 매년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전람회을 열었고 그 때마다 주목과 논란을 일으켰다. 1965년에는 파리의 국립 현대 미술관에서 그이 총작품 전시회가 개최되어 그의 예술에 대한 경의를 표하였다. 그러나 같은 해 국가 문학 대상의 수상자로 추대되었으나 그는 이를 사절하였다. 그는 시인으로서 겸손하고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엄밀한 뜻에서 문학권 외에 있으면서도 1940년대 이후 젊은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김현, 권오룡 번역의 또 한 편의 앙리 미쇼의 시   바다와 사막을 지나 / 앙리 미쇼   효력 있다 숫처녀와 씹하듯 효력 있다 효력 있다 사막에 물이 없듯 효력 있다 내 행동은 효력 있다   효력 있다 죽일 준비가 되어 있는 부하들에게 둘러싸여 따로 서 있는 배반자처럼 효력 있다 물건을 감추는 밤처럼 효력 있다 새끼를 낳는 염소처럼 조그맣고 조그맣고 벌써 비탄에 잠긴 새끼들   효력 있다 독사처럼 효력 있다 상처를 낸 단도처럼 그걸 보존하기 위한 녹과 오줌처럼 강하게 하기 위한 충격, 동요처럼 효력 있다 내 행동은   효력 있다 결코 마르지 않는 증오의 대양을 가슴에 심 어주기 위한 모멸의 웃음처럼 효력 있다 몸을 말리고 넋을 굳히는 사막처럼 효력 있다 내팽겨쳐 논 시체를 뜯어 먹는 하이네나의 턱처럼   효력 있다 내 행동은.   프랑스 명시선 25. 생-존 페르스(1887~1975): 최완복 번역(25)     원정(遠征) / 페르스     1 세 위대한 계절 위에 영예롭게 포진(布陣)하며 나는 나의 법을 세운 이 땅의 전도(前途)가 탄탄하리라 점친다.   아침에 무기들은 아름답고 또한 바다도: 우리들의 말에 맡겨진 이 편도(扁桃) 열매 없는 땅은 맑고 변함없는 이 하늘과 더불어 우리들에게 손색이 없다. 태양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으나 그 힘은 우리들 가운데 있다. 그리고 아침의 바다는 정신의 오만함과 같다. 힘이여, 너는 우리들의 야간 행군길에 노래 불렀다 --아침이 한창 퍼진 지금 우리들은 우리들의 상속권자인, 꿈에 대하여 무엇을 아는가? 아직 일 년 동안 그대들과 함께! 곡식의 주인, 소금의 주인으로, 그리고 공사(公事)는 공평의 저울로! 나는 다른 기슭의 사람들을 부르지 않으리라. 나는 산비탈 위에 산호(珊瑚)의 백사(白沙)로 도시들의 구역들을 긋지 않으리라, 허나 나는 너희들과 함께 살 계획이다. 천막(天幕) 입구에 높은 영광 있으라! 나의 힘은 너희들 가운데! 그리고 소금알같이 순수한 관념이 대낮에 회합한다     ---그런데 나는 너희들의 꿈의 거리에서 자주 나타나 인적 없는 장터에서 내 영혼의 순수한 교역을 결정하 는 것이었다. 너희들 가운데서 보이지 않게 그리고 재빨리 마치 강품 속의 가시나무 불같이 힘이여, 너는 우리들의 장도(壯途)에서 노래 불렸 다--- "정신의 모든 창(槍)날은 소금의 단맛에 황홀하며 ---나는 소금으로 욕망의 죽은 입을 소생케 하리라! 목마름을 찬양하며 모래밭의 물을 투구로 떠마시지 않은 자와의 영혼의 교역을 나는 신뢰하지 않는다---(그리고 태양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으나 그 힘은 우리들 가운데 있다).   인간들, 먼지 같은 자들과 또 가지각색의 인간들, 상인과 한가한 자, 변두리 사람과 타처 사람, 아, 이 고장의 기억 속에 아무 무게도 없는 자, 골짜기와 고원에 사는 자, 우리들의 기슭의 말단에 사는 자: 징후(徵候)와 종자의 냄새를 맡는 자, 그리고 서방(西方)의 숨결을 듣고 보는 자; 발자취와 계절을 쫓는 자, 새벽의 미풍에 장막을 걷는 자; 오 다른 곳으로 떠나기 위해 이유를 찾는 자, 오, 그 이유를 얻은 자, 그대들은 이 때보다 더 강력한 소금을 사지 못한다. 즉 아침에 왕국들과 죽은 듯한 바닷물이 높이 이 세상의 연기 위에 걸려 있는 예조(豫兆) 가운데 유배의 북소리 가 변경에서 모래 위에서 하품하는 영원을 깨울 이 때.   * ---청결한 옷을 입고 너희들과 더불어, 아직 1년 동안 너희들과 더불어! "나의 영광은 바다 위에, 나의 힘은 너 희들 가운데! 우리들의 운명에 약속된 다른 기슭에서 오는 이 소슬 바 람은, 저울대에서 그 정점(頂點)에 이른 세기의 광휘를 시대의 파종을 넘어 저 먼 곳으로 싣고 간다----" 소금의 떠 있는 얼음에 매달린 수학! 시가 자리잡는 나의 이마의 예민한 점(點)에 나는 불멸의 배들을 조선 창(造船廠)으로 끌고 가는 나는 가장 도취된 한 민족 전 체의 이 노래를 새긴다.   *'Anabase'란 진군(進軍) 또는 원정이란 뜻이 있다. 역사상으로는 사이러스 2세가 이끈 그리스 용병대의 중앙 아시아 원정이 유명하며 또 이 장시(長詩)와 약간의 공통점이 있다. 시집 은 전후 두 편의 노래 와 10편의 연으로 구성되어 있고 여기 게재한 것은 그 제1편이다.  전체적으로 어느 군단이 대륙의 연안을, 그러나 황무지와 고원을 넘어 서쪽으로 서쪽으로 일면 파괴하며 일면 건설하며 진군하여 마른나무라는 도착지까지 이르는 군사적 원정을 주제로 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내면적으로 는 모험에 대한 인류의 끝없는 도전, 영원한 것, 상승, 확대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갈망을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제 1편은 도시를 건설할 땅에 정복자가 도착한 장면이다.  생-존 페르스는 유년기의 회상을 담은 를 발표한 지 13년 만에 이 서사시를 발표하였는데 이는 그가 외무성 재직시의 일이다.  이 장시는 그의 다른 모든(초기 작품은 제외) 작품같이 난삽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어구와 표현이 산재해 있 다. 이 점이 노벨 문학상과 세계의 여러 위대한 작가들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이 경원시되고 일반 에게는 읽혀지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이 인류적이며 문화사적인 서사시는 그 방대한 구상, 백과 사전적인 해박한 지식과 아울러 간소하 며 강력한 리듬, 고양(高揚)된 억양과 변화 있는 문체로 프랑스의 옛 서사시에 견주어지고 있다.     시인이 증언한 것은--- / 페르스     시인이 증언한 것은 이렇듯 극한적인 순간에서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대망(待望)의 극한점에서 누구도 방으로 되돌아갈 생각은 하지 말라! "탄생되는 날이 황홀함--- 새 술이 이보다 더 진 실될 수 없으며 새로운 삼베가 이보다 더 신선할 수 없 으니---   이방인인 나의 입술 위에 느끼는 이 월귤의 맛은 무 엇인가? 이는 나에게는 새로운 것이며 이상한 것인데? ---   서두르지 않으면 나의 시는 해방을 잃을 것이다. --그리고 그대들은 이 순간에 탄생하기엔 너무나 짧은 시간밖에 없다. (이는 마치 제주(祭主)가 새벽 제사(祭司)를 드리기 위해 한계단 한 계단 안내를 받으며 앞으로 나아갈 때와 같다. - 삭발한 머리와 맨손, 그리고 손톱에 이르기까지 빈틈 없이 차리고 - 그의 존재의 향기로운 이파리가 낮의 첫 햇살에 발하는 메시지는 매우 빠를 것이다.) 그리고 시인도 우리와 함께 그의 시대의, 인간의 길 위에 있다. 우리들의 시대의 흐름에 쫓아, 이 큰 바람의 흐름에 따라,   우리들 사이에 그의 사명; 주어진 메시지를 명료히 하는 일, 그리고 심정의 계시에 의하여 그의 마음 속에 주어지는 응답.   쓰여진 것이 아니라 사물 그 자체, 생동하는 사물 에서 직접 얻은 것이며 전체적인 것.   복사된 것이 아니라 원본의 보존, 그리고 시인의 기술(記述)은 조서(調書)를 따른다.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기술된 것들도 또한 변하 리라고 - 문제의 장소; 이 세상의 모든 모래 사장들)   "드디어 나는 나타나리라, 잃어버린 숫자여!--- 너무나 많은 기대가 우리들의 청각의 기능을   무디게 하지 않기를! 어떤 불순함도 시각의 문턱을 더럽히지 않도록!---   그리고 시인은 아직 우리와 함께 있으니, 그 시대 사람들 가운데, 그 시대의 악을 지닌 채----   낙인 찍힌 자의 침상에서 자고 나서 그로 인해 온통 얼룩이 진 자와 같이 엎질러진 기름 속을 걸어 흠뻑 더러워진 자와 같이 꿈으로 부패된 인간, 성스러운 것에 감염된 인간,   스키타이* 인처럼 대마초 연기 속에 취함을 찾는 자 들이 아니라                     *스키타이: 기원 전 6~3세기에 걸쳐 흑해와 카스피해 연안에서                                     활약한 이란계의 기마 민족                                     새나 짐승 무늬를 청동기에 새기는 등의 독자적인 문화를                                     확립했고 중앙아시아를 거쳐 초원 지대의 여러 유목 민                                     족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가지의 식물 - 벨라돈나나 사리풀에 중독되는 것도 아니며   아마존의 사람들이 먹는 올로기의 둥근 씨앗을 냄 새 맡는 자도 아니며   사물의 이면(裏面)을 나타나게 하는 빈자(貧者)의 칡뿌리, 야게나 필루 풀도 아니고   자신의 명철한 정신을 주시하며 자신의 권위에 민 감하며 바람 속에서도 자신의 이미지를 대낮같이 명 확하게 견지하는 자.   "이 부르짖음! 신의 날카로운 부르짖음! 그것이 우리들을 방 속에서가 아니고 군중의 한가운데서 붙잡도 록   그 소리는 군중에 의하여 전파되어 우리들의 지각(知覺) 의 한계점까지 울려 퍼지기를----   자기의 열매를 찾아 끈적끈적한 담벽 위에 그려진 새벽이 우리들의 이 강렬한 소망을 흐리게 하지 못하리 라."   그리고 그 시인은 아직도 우리들 가운데 있다---- 이 시간, 아마 마지막일지 모르는 이 시간, 아니 바로 이 순간, 이 찰나!--- 그런데 우리는 이 순간에 태어나기에는 너무나 짧 은 시간밖에 없다.   "---약속 자체가 숨결이 되는 이 기대의 극한적인 시점에서,   그대는 스스로 숨을 죽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보는 자에게 기회가 있지 않을까? 듣 는 자에겐 그 응답이?---   시인은 아직도 우리들 가운데----아마도 마지막일 이 시간---바로 이 순간--- 이 찰나!   -"이 부르짖음, 우리들 위에 신의 날카로운 부르짖 음!   *이 시는 그의 주요 작품의 하나인 의 제 3 제 6가(歌)이다. 생-존 페르스는 바람, 비, 눈 등의 자연 현상을 주제로 한 몇 편의 시집을 펴내었다. 에서는 우주 현상이 가진 무한한 힘과 이것이 인간의 생활-문명- 문화가 가지는 관계를 우화나 신화처럼 다루고 있다. 시인은 바람을 땅과 인간과 시와 정신을 창조하는 근원적 인 힘으로 보고 노래하고 찬양하고 있다. 여기 제 6가(歌)가 발췌된 제 3편에서는 이러한 창조적인 바람과 인간 과의 협력 관계가 취급된다. 따라서 에서 정복자의 동료들과 같은 인간 문명의 선구자들에 대한 열거가 전개 된다. 자산가, 상인, 법률가, 성직자, 개혁자, 과학자, 집제사(執祭司) 등등이다. 이 가운데 시인은 특수한 위치에 있다. 시인은 극한적인 간구에서 증언하기 때문이다. 제 6가에서는 시인과 시, 특시 시가 탄생하는 최고의 그리고 최후 의 순간에 대한 시인의 증언을 나타내고 있다. 시인은 현실 배후에 숨어 있는 시, 생동하는 사물 자체이며 전체적인 것 을 붙잡으려는 정신의 최후의 순간에 대하여 그 긴박성, 찰나성을 증언하고 있다.     생-존 페르스(1887~1975): 1960년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생-존 페르스는 시인으로서의 그의 이름은 모국인 프랑스에게서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더 유명하며 그의 작품은 현대 시인 가운데 가장 많이 외국어로 번역된 시인의 하나다.  그는 쿠바 동쪽 과들루프라는 프랑스 령(領) 섬에서, 프랑스의 오랜 명문 가정에서 태어나 귀공자와 같은 유년 시절을 보냈다. 11세 때 온 가족과 더불어 프랑스 서남단의 포(Pau)시로 이주하였는데 이 곳 중고등 학교에서 프랑시스 잠, 발레리, 라르보 등과 만나 친구가 되었고 또 잠의 소개로 그의 집에서 클로델과 알게 되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젊은 페르스는 클로델과 같이 자기도 장차 외교관이 될 뜻과 시를 쓸 의욕을 가지게 된 듯하다. 그후 보르도 대학으로 진학하여 법률 공부와 함께 시의 창작도 병행하였다.  이 시기에 그는 수십 편의 시를 써서 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한 적도 있으나. 1911년 여러 친구들의 권고와 주선으로 라는 첫 시집을 낸 것이 그의 문학 활동의 첫걸음이었다. 이 시들은 카리브 해의 과들루프에서 지낸 그의 유년 시기의 생활과 그의 머리에 비친 어린 시절의 신선하고 이국적인 풍물에 대한 회상, 바다, 종려나무, 꽃 선풍(旋風), 원주민들의 풍습 등을 다채롭고도 섬세하게 그린 것이다.  1914년 외무성 외교관 시험에 합격하였고, 이어서 중국 북경 공사관에 파견되어 서기관으로 약 5년 동안 근무하며, 일본, 한국, 몽고, 중앙 아시아 각국을 여행하였다. 제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프랑스로 돌아와 외무성에서 일하게 되었다. 당시 유명한 정치가이며 외무 장관이던 아리스티드 브리앙의 중요한 보조자가 되어 1920년대에서 20년 동안 그는 외무성의 모든 중요한 자리를 맡았고 최고 실무 책임자인 외무 차관으로 재직하였다. 이 시기에도 일면 창작 생활을 계속한 듯하며 1924년 생레제 레제라는 필명으로 이라는 장시를 발표하였다. 이는 호메로스의 와 같은 모험과 정복의 서사시이나 전설과 현실과 꿈이 뒤섞인 신화(神話)와 같은 작품이다.  1940넌 제 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 6월 14일 독일군이 파리를 점령하고 페탱 원수가 비시 정부를 수림함에 이르러 페르스는 6월 16일 보르도에서 배를 타고 처음에는 영국으로 갔으나 다시 미국으로 망명길을 떠났다. 그는 미국 정부의 호의로 워싱턴의 국회 도서관에서 프랑스 어 자문 의원으로 일하며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하였다. 1942년 비로소 생-존 페르스라는 필명으로 를 1944년 , 1945년에 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작품들은 인간 존재의 고뇌를 극복하려는 철학적인 시이거나 혹은 바람-비 등 자연적인 힘과 인간의 관계를 다룬 우주적인 서사시로 방대한 구상과 장중한 음률, 박학 심오한 지식으로 위대한 시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영국-미국의 시인-비평가들로부터 높은 인정을 받고 있으며, 영국의 엘리어트는 일찍부터 그의 작품을 소개-번역하였다.  1944년 전쟁의 종식으로 그는 40년에 박탈당했던 프랑스 국적과 영예가 복권되었으나 1958년이 잠시 프랑스에 귀국하였을 뿐 계속 워싱턴 근처에 살며 시작과 연구 그리고 카리브 해와 뉴 멕시코 등지를 여행하며 지냈다. 이 시기의 작품으로는 바다와 사랑의 무한성을 찬미한 . 시간을 정복한 인간과 지구의 위대함과 영원함을 노래한 등이 있다. 이 해에 그는 프랑스 대사로 복권되고 그의 전작품에 대한 노벨상이 수여되었다. 이후에도 시의 창작 활동이 계속되어 1963년에는 13가(歌)로 된 를 출간하였고 1975년에는 몇 편의 장시를 모은 시집 를 내놓았다. 이는 그의 최후의 메시지가 되었다. 그는 이 해 지중해의 지앙 반도에서 숨을 거두었다.    생-존 페르스는 넓은 뜻에서 자연 시인이다. 자연과 세계는 그에게 있어서 늘 경이의 대상이었다. 따라서 그는 쉬지 않고 여행하며 보통 사람보다 훨씬 광대한 세계에 살았다. 이미 그의 초기 작품인 에서 자연에 대한 영광의 노래를 불렀고, 에서도 중앙 아시아 지방 유목지의 풍물과 사물에 대한 깊은 애착과 동경을 그리고 있다. 또한 빛과 색체와 동식물이 넘쳐 흐르는 땅과 세계는 그에게 있어서 늘 신선한 놀라움과 신비의 근원이었다. 대지를 비단같이 감싸주는 눈, 때에 따라 부는 바람, 우주의 리듬에 따라 움직이는 바다 등은 그의 시의 영원한 원천이었다. 그는 자연을 무한히 또한 쉬지 않고 찬양한다. 현대시의 조류가 세계와 자연을 멸시하고 저주하는 경향과는 극히 대조되는 태도이다. 그러나 시인 생-존 페르스는 자연을 그리는 데 있어서 서정(抒情)이나 감상으로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만물에 대한 깊고 넓은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구성할 뿐 아니라 자연의 현상과 힘을 인간의 역사와 운명, 인류의 문화와 문명과의 관계에서 다룬 점에 그의 작품의 깊은 뜻이 있다. 또한 언어와 리듬의 장중함, 다채로움, 풍부함, 다양한 이미지와 불가해(不可解)한 상징이 곁들어 그의 작품의 위대함과 신비함과 또한 난해함을 이루고 있다.   종소리 / 피에르 르베르디       모든 것이 꺼졌다 바람이 노래하며 지나간다  그리고 나무들이 몸을 떤다 동물들이 죽었다 이제 아무도 없다      보라 별들은 반짝임을 멈추었다       지구도 더 돌지 않는다 머리 하나가 숙여졌다       머리카락으로 밤을 쓸면서 서 있는 최후의 종탑은       자정을 친다     서로 가슴을 터놓고 / 피에르 르베르디       드디어 나는 여기 서 있다 나는 그 곳을 지나왔다 누군가 지금 또한 그 곳을 지나간다 내가 그랬듯이 어디를 가는지 모르면서   나는 떨고 있었다 깊은 방 속에 벽은 캄캄했다 그 벽도 흔들리고 있었다 어떻게 나는 이 문지방을 넘어 올 수 있었던가   소리칠 수도 있으리라 아무도 듣지 않는다 나는 어둠 속에서 너의 망혼(亡魂)을 만났다 망혼은 너 자신보다 온화하였다 전날에는 방 한 구석에서 슬픈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죽음이 너에게 이 평화로움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너는 아직 말을 하고 있다 나는 너를 두고 떠나려 한다   한 줄기 바람이라도 불어 온다면 바깥 세상을 우리들이 아직도 분명히 볼 수 있게 해 준다면 숨이 막힌다 천정이 내 머리를 누르고 나를 떠밀어 낸다 어디에 몸을 둘 것인가 어디로 가야 하나 내게는 죽을 자리도 변변히 없다 저 멀리 내게서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는 어디로 가나 나와 나의 그림자, 우리는 둘뿐이다 밤이 내린다.     한데서 / 피에르 르베르디      나는 아마 열쇠를 잃어버렸던 모양이다. 그래서 모 두들 나를 둘러싸고 웃으며 각자 자기 목에 건 큼직한 열 쇠를 내게 보여 준다.   나만이 어디라도 들어가자면 가져야 할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유일한 존재, 그들은 모두 사라져 버리고 닫 혀진 문들은 거리를 더욱 쓸쓸하게 만든다. 아무도 없다. 나는 모든 문을 두드리리라.   욕설이 창문들에게서 터져 나오고 나는 거기서 떠나 간다.   그러자 나는 이 거리에서 좀 떨어져 있는 곳에 강 과 숲 가장자리 사이에 문이 하나 있는 것을 찾아 냈다. 허술한 살문으로 자물쇠도 없다. 나는 그 문 뒤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나서 창문들은 없지만 넓은 커튼이 드리운 밤 아래서 그리고 나를 지켜 주는 숲과 강 사이에서 잠을 잘 수 있었다.       피에르 르베르디(1889~1960): 한때 초현실주의 대장인 브르통, 수포, 아라공 등이 한결같이 당대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시인이라고 부른 르베르디는 한동안 잊혀져 있었으나 현대시의 큰 조류가 허무-부재(不在)-고뇌를 주제로 함으로 인해 다시 새로운 조명을 받게 되었으며 현대시의 선구자로 부각되었다.  피에르 르베르디는 프랑스 남쪽 지방 나르본느에서 태어나서 소년 시절을 태양이 빛나고 샘물이 노래하는 야생의 자연 가운데서 지냈고 투르즈와 나르보느의 중고등 학교에서 공부를 했다. 1907년에 이 지방에서 일어난 포도 재배 노동자들의 폭동은 그의 아버지의 포도밭을 망쳐 버렸으며 이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한 군경과의 유혈 사태는 소년 르베르디에게 큰 충격을 주어 현실 사회에 대한 깊은 혐오감을 갖게 했다고 한다.  돌과 나무를 깎아 조각을 하며 생활하고 문학과 학문을 좋아하던 부친의 권고와 격려를 받아 그는 문필가로 살기 위해 1910년 파리로 올라왔다. 몽마르트 언덕 꼭대기에 있는 다락방에 자리를 잡고, 생활을 위해 인쇄소의 교정일이나 직공의 밤일을 하여 가며 남몰래 열심히 시를 썼다. 가난과 고독과 고뇌 속에서 시만이 그를 살게 하는 유일의 것이었다.  제 1차 세계 대전에는 지원병으로 참전하고 돌아와 소위 입체파(立體派)의 예술가로서 잡지 을 창간하여 약 1년 반 동안 전위 예술을 위해 애쓰기도 하였다. 이 동안에도 계속 시를 써 오며 1915년에는 를 비롯 등의 시집을 연속적으로 내놓아 입체파 시인 혹은 초현실파 또는 서정 시인이란 평을 받았다.  그는 원래 극히 개성적이고 고독한 사람이며 자기 자신을 남에게 알리기 싫어하는 성격으로 비록 그가 전위파의 예술가 브라크, 피카소, 아폴리네르 등과 교류가 있었다고 하나 누구도 그의 진정한 심중을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인물이었다. 그는 누룰 수 없는 고독감과 인생과 현실에 대한 허무와 위화감으로 고민했으며 시를 이러한 고뇌와 불안을 극복하는 구제 수단으로 삼고 있었다.  그리하여 1923년 그는 종교적 목적이라기보다 세속으로부터의 초탈과 진실에 대한 갈구로, 유명한 솔레슴 수도원 근처로 은거하였다. 이 때부터 1960년 생을 마칠 때까지 그는 여기서 궁핍과 고독와 명상의 생활을 했다. 그의 후기에 속하는 중요한 시와 산문을 수록한 , 이 있으며 , 는 그의 정신적 문학적 자서선이다.    그의 시는 당시의 사상계와 문단을 지배하던 객관주의-자연주의-물질주의에 근본적으로 대치한 것으로 감각이나 통속적인 관념으로 그리는 자연이나 현실이 아니라 사물과 현상 배후에 있는 진정한 실재, 순수한 본질을 파악하고 이를 표현하려고 애썼다. 또한 인간이나 인생의 문제에 있어서도 사회적인 문제보다도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 인간의 고독과 허무와 고뇌의 상황과 그 감정을 상징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뜻에서 그의 시는 부재와 허무에 대하여 명상하는 현대 실존주의 파 시에 30년이나 앞섰던 것이다.  그의 언어는 혼자서 조용하게 고백하는 말이며, 그의 어조는 낮고 단조로우며 모든 화려한 음이나 이미지를 고의로 피하고 있다. 또한 그가 그리는 상황은 모든 사물이 정지되고 침묵이 지배하는 세계, 이상한 고뇌의 빛이 감도는 한 폭의 정물화 같은 것이다.  그의 시가 가진 이러한 정신성과 단순성은 그에게 시인으로서의 큰 영광을 주진 않았으나 그 깊은 내면성과 순수성은 현대시의 가장 중요한 선구적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무희(舞姬) / 쟝 콕토      게는 발 끝으로 걸어 나온다 두 팔로 꽃바구니 모양을 만들고 귀 밑까지 찢어진 듯한 웃음을 짓는다.  오페라의 무희는 꼭 게 모양을 닮아 색칠한 무대 뒤에서 두 팔로 원을 그리며 나온다.     너의 웃음은 / 쟝 콕토    장미꽃 잎의 가장자리처럼 위로 잦혀진 네 미소는 너의 변신(變身)에 원망스럽던 내 심사를 달래 준다. 너는 잠이 깨어 이제는 꿈은 잊어버렸다. 나는 또다시 너의 나무에 매어진 몸이 된다. 너는 제 작은 힘을 다하여 내 몸을 얼싸안는다. 우리는 어째서 나무가 되지 않는가, 한 껍질 한 체온(體溫), 한 빛깔의 나무가, 그리고 우리들의 입맞춤이 그 나무의 유일의 꽃이 되지 않는가     나의 시풍(詩風)이--- / 쟝 콕토   이 시집의 시풍이 전과 다르다 해도 오호라, 나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일. 나는 항상 시를 기다리기 힘들어 그저 오는 것을 붙잡는다.   독자여, 뮤즈 시신(詩神)의 뜻은 하나님의 뜻과 같아 나는 알 수가 없다. 나를 무대로 삼아 움직이는 저들의 깊은 책략을 나로서는 추측할 수가 없다.   나는 저들이 내 머리 속에서 춤추며 맺었다 풀었다 혹은 중단하는 대로 내버려둔다, 저들의 법을 쫓는 길 외에 별다른 무모한 일을 할 수 없기 때문.   쟝 콕토(1889~1963): 나의 귀는 소라 껍질/ 바다 소리가 그립습니다,  경쾌하고 신기하고 때로는 신비하기까지도 한 시나 소설을 써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도 하고 한편 즐겁게도 한 쟝 콕토는 한때는 20세기 초반 문단의 총아로, 유럽은 물론 이웃 나라 일본이나 우리 나라 독자에게도 친숙한 작가이다. 특히 그는 영화 , , 등의 제작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파리의 명문 가정 태생으로, 조숙하여 어린 시절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였으며, 20세 전후에 이미 세 권의 시집을 내어 문단과 일반의 주목을 끌었다. 그는 조숙할 뿐 아니라 실로 다재다능하여 문필뿐만 아니라 미술-조각-연극-영화-발레 등 열 손가락에 이르는 예술 방면에서 창작 활동을 했고, 그의 작품들은 나올 때마다 화제가 되었고 문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의 재능과 취미는 다방면에 걸쳤으나 본령은 어디까지나 시(詩)였다. 그가 손을 덴 모든 예술 양식은 그의 중심 사상인 시 정신의 표현 수단이라고 그 자신이 말해 왔다.  제 1차 세계 대전 이후 시집으로 , 등을 발표하고, 이 시기 후에 그는 상당히 긴 공백 기간을 이용하여 소설-수필-연극-영화-데생 등에 몰두하였다. 다방면에 걸친 마술사 같은 그의 재간은 실로 종횡무진하여 전기의 활동 이외에도 교회의 내부 장식, 색종이로 붙인 회화, 러시아 발레에서 샤넬의 의상 고안까지 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1941년 다시 시단으로 돌아와 등의 시집이 발표되었다. 그의 시풍은 시집마다 경향을 달리하여 각각 전위적, 미래적, 초현실적, 환상적, 주지적, 고전적 등등의 평을 받았으나. 본인은 시에 필요한 것은 시 정신이지 유파(流派)가 아니라고 응수했다. 그런데 라는 시집은 이상하게도 죽음의 찬가이다. 콕토는 60이 훨씬 넘어서도 그의 정신의 젊음과 시 정신은 변치 않았다. 새로운 것, 이상한 것, 마적(魔的)인 것에 대한 추구는 계속 각방면에서 추구되었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좀더 평온해지고, 좀더 신비로운 것으로 기울어진 점이다. 이 시기의 시집으로서는 이 있다. 이 유행과 신기(新奇)의 추구자는 1955년 프랑스 문예의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회원이 되어 다시 한 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그의 여러 방면에 걸친 많은 작품도 지금에 이르러서는 많은 것이 망각의 세계에 묻히고 말았다. 100여 편이 넘는 작품 가운데 10여 편의 작품 또는 제작이 그의 걸작으로 인정되고 기억되고 있을 뿐이다. 그것도 상당한 일이다.  다재다능하고 카멜레온같이 변화무쌍한 그는 당대에 유례없는 오해와 비난을 받았다. 경박-피상은 물론, 앙드레 브르통 같은 시인은 그를 한때 사기꾼으로 혹평하였다. 그러나 차츰 그의 가치를 공정하게 인정하고 그의 독창적인 위치를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생겼다. 즉 피상적인 허구와 단순한 말장난으로 보이는 많은 그의 작품의 표면 뒤에 진정한 시인, 날카로은 지성의 시인을 발견하고, 화려하게 보이는 이 예술의 곡예사가 사실은 늘 고독과 허무와 죽음의 깊은 늪을 보아 온 심각한 작가라는 것이 차츰 알려지게 되었다. 시인이란 그가 말한 대로 "참다운 시인은 죽은 사람과 같아 산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다"가 진실이었는지 모른다.  '지붕 위의 황소'라는 카바레의 주인에서부터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 짧으나마 경건한 카톨릭 신자가 되기도 한 콕토는 실로 복잡하고 모순되고 항상 변하고 알 수 없는 인물임에는 틀림없었다. 그 자신도 자신을 몰랐는지 혹은 숨겼는지 모른다. "나는 항상 진리를 말하는 허위이다"라고도 했고, 또 "나는 낙관적인 비관론자이다"라고도 했으니까---.   확신 / 폴 엘뤼아르       내가 그대에게 말하는 것은 그대의 말을 더욱 잘 듣기 위함이며 내가 그대의 말을 들으면 나는 확실히 깨닫는다   그대가 짓는 미소는 나를 더욱 차지하기 위함이며 그대가 미소 지을 때 나는 온 세계를 본다   내가 그대를 끌어안음은 나를 유지하기 위함이며 우리들이 살면 모든 것이 기쁨이리라   내가 그대를 떠나면 우리는 서로 기억할 것이며 서로 헤어짐으로써 우리는 다시 만나리라    *이 세상의 많은 사랑의 시 가운데서도 이렇게 다정하며 자연스럽고 뜻깊은 시는 드물다. 마치 사랑하면 이이렇게 된다는 것을 열거라도 하는 것 같다. "서로 헤어짐으로 우리는 다시 만나리라"는 구절은 확신적이며 인상적이다. 사실 시인으로서 엘뤼아르의 근원적 감정은 사랑이었다. 그러므로 그는 사랑의 시인으로 출발했고 또 끝냈다. 그 사랑은 남녀의 사랑, 부부간의 사랑, 조국에 대한 사랑, 인류에 대한 사랑으로 퍼져 나갔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 기본이 되는 것은 물론 남녀의 사랑이었다. 실제로 그의 생애는 개인적인 사랑의 역사, 여인을 만나고 헤어지는 사건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1912년~1930년 '갈라'와의 만남과 헤어짐, 뉘슈와의 만남, 1946년 이 여인의 돌연한 죽음과 그 이후 몇 해 동안의 위기, 1949년 도미니크를 만남으로써 생의 회복 등이 그것이다. 엘뤼아르는 이 사랑을 통해서 세상을 보았고 사랑을 모델로 우주를 만들려고 했다. 그에게 있어서 여성은 시인과 우주의 매개체이었으며 양자를 잇는 교량이었다. "나는 너를 통해서 이 세상이 옳다고 했다" 고 그는 노래 했다. 레지스탕스가 낳은 걸작시의 하나이며 엘뤼아르의 이름을 세계에 유명하게 한 시 "자유"도 그 자신의 술회에 의하면 처음에는 한 여성에 대한 사무치는 사랑으로 출발하였지만 차츰 써 가다 보니 문제는 애인의 이름을 쓰는 한 남자의 사랑뿐만이 아니라 세계의 모든 사람에 대한 사랑, 억압되어 있는 모든 사람에 대한 사랑 즉 자유가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그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정치에 가담한 것도 따지고 보면 사랑의 차원을 개인적인 지평에서 모든 사람의 지평으로 확장한 데 지나지 않는다. "우리들은 서로 사랑하므로 다른 사람들을 구하고자 한다"고 했다. 따라서 그의 사랑의 시와 정치적 시와의 사이에는 영감이나 근원-어조에 별 차이가 없다.  그의 시는 시인의 호흡같이 자연스럽고 그의 육체와 마음 속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의 말은 애써 찾아낸다든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이고 있는 그대로를 노력하는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진리를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언어의 음악성이나 시구(詩句)의 리듬을 잃지 않는 점이 그의 시를 고전적으로 평가받게 하는 이유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 폴 엘뤼아르    입술엔 가벼운 실과를 물고 몸은 가지각색의 꽃으로 치장하고 태양의 팔에 안겨 빛나며 낯익은 새 한 마리에 행복하며 빗물 한 방울에 황홀해하는 아침 하늘보다 더 아름다운 정숙한 그녀   나는 정원을 말하고 있는데 꿈을 꾸는 모양이다.   그러나 분명 나는 사랑하나 보다     그리고 하나의 미소 / 폴 엘뤼아르      절대로 완전한 밤이란 있을 수 없는 법이오, 내가 말하거니와 내가 확언하거니와 슬픔의 끝에는 항상 열려진 창문이 빛이 비치는 창문이 있소 항상 눈 뜨고 있는 꿈이 있고 이루어질 욕망 채워질 주림 너그러운 마음 내민 손, 벌려진 손 지켜보는 눈 한 인생, 서로 나누어 살 인생이 있는 법이오.     올바른 정의 / 폴 엘뤼아르      포도로 술을 만들고 석탄으로 불을 만들고 입맞춤으로 사람을 만드는 일 이것은 인간의 따뜻한 법칙이다   전쟁과 빈곤 속에서도 죽음의 위험 속에서도 순결히 몸을 지키는 일 이것은 인간의 힘겨운 법칙이다   물을 빛으로 꿈을 현실로 적을 형제로 변하게 하는 일 이것은 인간의 아름다운 법칙이다   어린애의 가슴 속으로부터 최고의 이성(理性)에 이르기까지 항상 완성시켜 가는 오래고도 새로운 법칙이다.     야간 통행 금지 / 폴 엘뤼아르     문은 감시되어 있다 그게 어쨌단 말인가 우리들은 갇혀 있다 그게 어쨌단 말인가   도로는 막혀 있다 그게 어쨌단 말인가 도시는 무릎을 꿇었다 그게 어쨌단 말인가 도시는 배가 고프다 그게 어쨌단 말인가 우리는 무장 해제되었다 그게 어쨌단 말인가 밤이 되었다 그게 어쨌단 말인가 우리들은 사랑을 했다 그게 어쨌단 말인가   * 이 우아하면서 유머러스한 시는 제 2차 대전 중 수만 수십 만의 프랑스 인이 그의 장시 "자유" 다음으로 즐겨 부른 노래다. 이러한 시로 그는 아라공과 더불어 민중 시인이 되었으며 그것은 그의 희망이었다. 엘뤼아르는 이미 "이미 오늘날 시인의 고독이란 무너져 버렸다. 오늘날 시인은 이미 사람들 사이의 사람이다. 그들은 형체를 가진다"라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서는 "그게 어쨌단 말인가"란 야유적이며 반항적인 그리고도 낙천적인 말투에 묘미가 있다.      폴 엘뤼아르(1895~1952): 사랑의 시인, 혹은 정치적 시인이란 평을 받는 폴 엘뤼아르는 20세기 프랑스 대표적 시인의 한 사람이다. 그는 파리 북쪽 교외에 있는 노동자의 거리 생-드니에서 출생하였으나 아버지는 회계사이며 어머니는 양재사인 비교적 유복한 중산층 출신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몸이 허약하여 중고등 학교 시절 페결핵으로 공부를 중단해야 했고, 1911년에서 1913년까지 스위스의 다보스라는 곳에 있는 사나토륨(요양원)에서 지내게 되었다. 여기에서 그는 보들레르, 아폴리네르 등의 작품을 읽게 되고 특히 미국 시인 휘트만의 시를 좋아하며 스스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또한 소년 엘뤼아르는 여기에서 러시아 태생의 한 소녀를 만나 사랑하게 된다. 그 사랑은 결실되어 4년 뒤인 1917년 드디어 결혼하게 되는데 후일 그가 애칭으로 '갈라'라고 부른 여인이다. "그녀는 순결한 눈을 녹게 하고 풀 속에서 꽃을 태어나게 한 유일의 존재이다"라고 그는 찬양했다.  이 보다 앞서 1914년 제 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났고 엘뤼아르는 요양원에서 나오자마자 간호병으로 전선에 동원되었다. 그는 야전 병원에서 전쟁의 참상을 맛보았고 이는 그의 마음 속에 큰 충격을 주어 전시 중 병원에서 쓴 "평화를 위한 시"외 1편의 선언문 같은 시들을 자비 출판하였다.  파리에 돌아온 그는 한때 '차라'와 당시 유행하던 다다이즘 운동을 벌였고 후에는 앙드레 브르통을 만나 데스노스-아라공과 함께 초현실주의 운동의 중요하고 열렬한 멤버가 되었다. 엘뤼아르와 초현실주의와의 관계는 밀접할 뿐 아니라. 이 새로운 문학 정신이 그의 시에 준 영향은 깊다. 1920년에서 1936년까지 그는 브르통이나 르네 샤르와 공동으로 여러 권의 초현실주의적인 시집과 평론을 펴냈을 뿐 아니라 "죽지 않으므로 죽는 일(1924)" 및 그의 걸작으로 꼽히는 "고통의 수도(1926)" "사랑, 시(1929)", "직접적인 생(1932)" "모든 사람의 장미(1934)" 등 그의 중요한 시 작품들은 모두 직접 간접으로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다.    시집 로 그이 초현실주의 시대는 끝난다. 이 동안에 엘뤼아르는 첫 부인 갈라와 헤어지고 제2의 부인 마리아 벤즈, 속칭 뉘슈와 결혼한다. 뉘슈와의 사랑과 애정은 그의 첫사랑인 갈라에 못지않게 짙고 깊어 수많은 아름다운 시를 낳게 하였으며, 그녀의 영향은 그녀가 죽은(1946) 뒤에도 계속되었다.  1936년을 전후하여 그의 시는 점차 사회적-정치적 관심을 보이고 인류와 정의를 위한 연대 운동에 가담한다. "지금의 모든 시인은 그가 다른 사람의 생(生)에, 공동의 생에 깊이 관여되어 있음을 주장할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있는 때가 왔다."라고 그는 썼다. 1936년 스페인 내란이 일어나자 그는 공화파에 가담하였고 "게르니카의 승리(1938)"를 발표하였다. 이 도안 인간애와 자유를 노래한 시점에 < 볼 것을 준다(1939)>등이 있다.  1940년 제 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자 한때 사랑과 꿈의 시인이었던 엘뤼아르는 자유와 조국을 위한 투사가 되었다. 이로부터 1944년 전쟁이 끝날 때까지 항독(抗獨) 비밀 저항 운동에 가담하여 싸웠고 작가 국민 위원회의 북부 책임자가 되어 비밀 출판물인 를 간행하여 자유와 조국 해방을 위하여 시를 통해 투쟁하였다. 이 동안에 그는 시집으로 유명한 그의 시 "자유"가 맨첫머리에 실려있는 , < 독일인의 집합지에서(1944)> 등이 있다. 1942년에는 영국의 항공 편대가 수천 부의 그의 을 독일군 점령 아래 싸우는 프랑스의 마키자르(항독투사) 위에 뿌렸다. 시가 무기가 된 것이다.  대전이 끝나자 그는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인간에 대한 신뢰와 연대감을 고취하고 계속 개성적이며 서정적이고, 그의 시의 주재는 언제나 영원한 사랑과 죽음-평화-자유이었다.  1946년 그가 강연 여행으로 스위스에 있을 때 아내 뉘슈의 죽음의 통지를 받았다. 그는 한때 절망과 공허에 빠져 약 1년 동안 실어증에 빠져 있었으나 인류에 대한 신뢰와 사랑과 희망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였다. 1949년 멕시코의 세계 평화 회의에 참석하였다가 거기서 다시 도미니크라는 여성을 만나 제 3의 부인으로 맞이했다. 이 재혼을 기하여 엘뤼아르는 이라는 시집(사후에 출판됨)을 써서 생의 기쁨을 되찾은 행복을 노래했다. 그러나 1952년 엘뤼아르는 과로와 협심증을 일으켜 급서하였다. 그의 유해는 전세계의 지식인과 문인의 애도를 받으며 파리의 페르-라세즈 묘지에 묻히었다.   엘사의 눈 / 루이 아라공      너의 눈은 한없이 깊은 심연(深淵), 내가 마시려 몸을 굽 히면 이 세상 모든 태양들이 그 속에 와 비추고 모든 절망한 사람들이 죽기 위해 그 속에 몸을 던지는 것 을 나는 보았다 너의 눈은 한없이 깊어 나는 거기서 기억을 상실한다   네 눈은 새들 그림자에 거칠어진 대양(大洋) 짐짓 날씨가 개면 네 눈도 변한다 여름은 천사들의 앞치마를 잘라 구름을 만들고 밀밭 위에 보이는 하늘만큼 푸른 것은 또 없다   바람이 불어 창공 위의 슬픔들을 날려 버려도 소용 없어 눈물로 빛날 때 네 눈은 창공보다 더 맑아 비 내린 뒤의 하늘도 네 눈을 시새운다 깨진 유리의 틈살보다 더 푸른 빛은 없다   칠고(七苦)의 어머니, 아, 젖은 빛이여 일곱 개의 검(劍)이 오색의 프리즘을 꿰뚫었다. 눈물 속에 돋는 해는 더욱 감동적이며 검은 점이 박힌 홍채(紅彩)는 상복(喪服)을 입어 더욱 푸 르다   네 눈은 불행 속에 이중(二重)의 돌파구를 열고 이를 통하여 동방 박사의 기적이 또 다시 일어난다 세 박사가 모두 뛰는 가슴 누르고 말 구유에 걸린 성모 마리아의 망토를 보았을 때의 그 기적이   5월에 이 세상 모든 노래, 모든 탄식을 부르기 위한 말에 단 하나의 입이면 족하다 수백 만의 별을 담기엔 너무나 좁은 창공 성신(星辰)들에게는 너의 눈이 그리고 저들의 숨은 쌍동이 별이 필요했다   아름다운 그림에 도취한 어린애의 벌어진 눈도 너의 눈보다는 크지 못해 나는 네가 큰 눈을 뜰 때 혹시 거짓말을 하는가 싶어 차라리 소나기가 야생의 꽃을 벌린다 하리라   네 눈은 벌레들이 격렬한 사랑을 벌이는 이 라벤더 꽃 그 속엔 번갯불이 숨어 있는가 나는 많은 유성(流星)의 그물에 걸렸다. 8월의 한중턱 바다에서 죽는 한 수부(水夫)처럼   나는 우라늄 광석에서 이 라디움을 뽑아 냈다 나는 이 금단(禁斷)의 불에 손가락을 태웠다 아, 백 번도 넘게 찾았다 되잃은 낙원이여 네 눈은 나의 페루(Perou)나의 골콩드(Golconde) 나의 인도 제국(帝國)   어느 날 저녁 세계는 해적(海賊)들이 불태운 암초에 걸려 깨졌다. 그러나 나는 바다 위에 영롱하게 빛나는 것을 보았다. 엘사의 눈 엘사의 눈 엘사의 눈   *아라공에 있어서 그의 부인이 된 '엘사 트리올레'와의 만남은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만남과 같이 그의 생에 일대 전기(轉機)를 가져다주었다. 엘라 트리올레는 러시아 여자로 소련의 시인 마야코프스키의 처제였으며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지성적인 여성이었다. 1928년 11월 4일 아라공은 이 여성을 몽파르나스의 기차 정거장 같이 넓은 카페 쿠폴에서 마야코프스키와 함께 처음 만났다. 그 다음 날 아라공은 같은 장소에서 엘사와 단 둘이서 만났으며 그 후 두 사람은 엘사가 1970년 죽기까지 떨어지지 않았다. 이후 엘사는 아라공의 문학의 원천이었으며 그의 시의 존재 이유였으며 그의 정신적인 이상이었다.  사실 엘사를 만나기 2 개월 전만 하더라도 아라공은 허무주의에 빠져 베니스에서 자살하려고 계획했었다.   나는 언제나 나의 고뇌의 교향악을 가지고 다녔다. 런던의 태양은 안개 속에 신음하고 있었다. 파리의 마로니에는 얼마 안 되어 누래졌다. 나는 베니스에서 죽고자 한다.   이 때 엘사가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녀의 도움으로 또한 그녀를 위하여 그는 다시 살고 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엘사에 대한 그의 사랑과 경애와 감격은 엘사가 죽은 뒤까지 계속되었다. 따라서 그의 시 가운데는 엘사에 주는 노래, 가요, 송가 등이 수없이 많은데 "엘사의 눈"(이는 그의 두번 째 시집의 이름이기도 하다)은 그 중의 하나로 아라공의 엘사에 대한 사랑과 경이(驚異)를 나타내는 대표적 작품이다.     (19)40년의 리처드 2세 / 루이 아라공   나의 조국은 사공들이 버리고 간 거룻배처럼 처량하며 나는 불행보다 더 불행해져 자기 슬픔의 왕으로 남아 있던 저 임금 같아   산다는 건 한낱 책략일 뿐 바람도 흐르는 눈물 말릴 줄 모르고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미워해야 하며 이미 내게 없는 것도 그들에게 내주어라 나는 변치 않고 나의 슬픔의 왕   심장은 뛰지 않을지 모르며 핏줄에는 찬 피가 흐를지 모른다 도적들의 놀음놀이에서는 이미 2 더하기 2는 4가 아니다 나는 변치 않고 나의 슬픔의 왕   해가 죽으나 다시 사나 하늘은 그 빛을 잃었다 나의 젊은 시절의 다정한 파리여 케-오-플뢰르의 봄이여 안녕 나는 변치 않고 나의 슬픔의 왕   숲과 연못들을 멀리하라 조잘대는 새들이여 입을 다물라 너희들의 노래는 격리(隔離) 당했다 새잡이들이 판치는 세상이다 나는 변치 않고 나의 슬픔의 왕   고난의 시대가 있는 법이니 이럴 때에 쟌느가 보쿨뢰르에 왔다 아 프랑스를 난도질하라 그 날도 이렇게 창백한 날이었다 나는 변치 않고 나의 슬픔의 왕   *"리처드 2세"는 아라공이 1940년 9월에 쓴 단시이다. 1940년 프랑스 군이 허망하게 패배하고 독일군이 파리 시를 점령한 지 불과 2 개월, 잇단 충격으로 비탄에 빠진 아라공은 프랑스와 파리를 잃은 절망감과 슬픔을 리처드 2세의 고통과 불행에 견주고 있다. 리처드 2세는 14세기 영국에 실제 있었던 비운의 왕이나 아라공은 세익스피어의 동명(同名) 비극에 나오는 주인공을 암시하고 있다. 특히 매 시절(詩節) 끝에 있는 후렴, "나는 변치 않고 나의 슬픔의 왕"은 직접 세익스피어 희곡 제 4막 제 1장에서 옮긴 것이다. 이 장면에서 리처드 왕은 탄식한다. "그대는 나의 영광과 나라를 없앨 수 있다. 그러나 나의 슬픔은 없앨 수 없다. 나는 변치 않고 나의 슬픔의 왕이로다" 또 독일군의 점령 아래 갇혀 살게 된 프랑스의 비참한 모습을 역시 국민과 신하들의 배신을 당하여 프린트 성 가운데 유폐된 리처드 2세의 신세에 비한 것이다.  아라공은 평이하고 자연스러운 아이러니칼한 필치로 나치 지배하의 절망적인 생활 단면을 그리고 있다. 새잡이꾼의 통치와 도적들의 '놀이'가 판치는 세상에서는 자연도 피해야 하며 새도 침묵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아라공은 최후의 기적을 믿는다. 그는 마지막 시절(詩節)에서 한 줄기 희망을 건다. 프랑스를 구원한 오를레앙의처녀 쟌느 다르크가 보쿨뢰르에 나타났던 것도 프랑스가 가장 비참한 때가 아니었던가. 지금은 바로 그런 슬픈 때이다.   루이 아라공(1897~1982): 1897년에서부터 20세기 거의 전부를 살아오면서 60여 년의 작품 생활과 시-소설-에세이-예술 비펑-정치 논설 등 근 80권에 이르는 작품을 남긴 그의 일생은 학실히 현대의 위대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아라공이 그의 정수(精髓)를 보이고 후세에 그의 이름을 길이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시 특히 제 2차 세계 대전에서 독일군에게 패배한 프랑스의 슬픔과 분노와 저항을 나타낸 시들과 또한 그의 아내이며 영원한 여성인 엘사(Elsa)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통하여 그의 프랑스에 대한 사랑과 자유와 희망을 노래한 10여 권의 시집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라공은 실은 의학도였으나 청년 시절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에 가담하여 핵심적 인물로 활약했고 이를 계기로 작가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 때에 쓴 시를 모든 시집으로 과 이 있다.  그러나 일찍부터 현실적이며 전투적이었던 그는 환상적이며 현실과 동떨어진 초현실주의에 대하여 회의를 느끼고 차츰 이와 결별한다. 1017년 발발한 러시아의 10월 혁명의 여파는 유럽에도 강하게 몰아쳐 아라공은 1927년 프랑스 공산당에 가입했다. 그러나 이는 그의 고민의 돌파구에 지나지 않을 뿐 모든 것에 허무를 느끼고 생의 방향을 잃은 그는 한때 자살까지 기도하였다. 이 암담한 시기에 만난 것이 러시아 여인 엘사 트리올레였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결합되었는데 이후 엘사는 그의 생활과 작품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아라공이 시인으로서 특히 프랑스의 민중 시인으로서 그의 진면목을 나타낸 것은 1940년을 전기로 한 그의 상황시(狀況詩)와 사랑의 시에서였다. 1940년 5월 그의 조국 프랑스는 썩은 집같이 무너졌다. 이 허망과 절망 속에서 그는 패배하고 점령당하고 자유를 잃은 프랑스의 설움과 분노와 희망을 노래로 부른 것이다. 아라공은 이 전쟁과 전후를 통하여 문필로써 항독(抗獨) 운동을 전개하며 "단장(斷腸)의 아픔(1941)>, , ,
29    프랑스 명시선 ( 2 ) 댓글:  조회:3991  추천:0  2017-08-09
프랑스 명시선 ( 2 )   유쾌한 죽은 자(死者) / 샤를르 보들레르     달팽이 우굴대는 진흙 땅 속에 내 손으로 깊은 구멍을 파리라 그 곳에 내 늙은 뼈를 한가로이 눕히고 파도 아래 상어와 같이 망각 속에 잠을 자리라.   나는 유언과 묘석(墓石)을 싫어하나니 사람의 한 줄기 눈물을 청하기보다는 차라리 살아서 까마귀들을 불러 내 더러운 육체의 모든 끝에서 피를 빨게 하리라,   오, 땅의 벌레들아, 귀 없고 눈 없는 암흑의 친구들, 방탕의 철인(哲人)들, 부패의 자손들이여 보라, 그대들을 위하여 한 자유롭고 유쾌한 죽은 자가 보   리니.   주저 말고 나의 잔해(殘骸) 속에 파고들어가 죽은 자 가운데 죽고 혼 없는 이 늙은 몸에 말해 다오, 아직도 무슨 고통이 남아 있는지를.   가을의 노래 / 샤를르 보들레르   멀쟎아 우리들 잠기리 차디찬 어둠 속에 잘 가거라 너무나 짧았던 여름의 강렬한 빛이여! 벌써 들리나니 안 마당 깔림돌 위에 음울한 소리내며 떨어지는 나무 토막들.   가슴 속에 온통 겨울이 되살아오리니 분노, 증오, 전율, 공포, 강요된 고된 일 나의 심장은 북극 지옥에 매달린 태양처럼 붉게 얼어 붙은 한 덩어리 혈괴(血塊)에 불과하리니.   몸서리치며 귀기울리며 툭툭 떨어지는 장작 소리 사형대 세우는 울림이 이보다 더 무딘걸까 내 마음은 무거운 파성목(破城木)의 연타 아래 무너져내리는 성탑과도 같아.   단조롭게 부딪치는 소리에 흔들리며 듣나니 어디선가 서둘러 관 뚜껑에 못박는 소리 누굴 위하여? ---어제는 여름; 어제는 가을 이 신비의 소리는 마치 출발인 양 울리네     명상 / 샤를르 보들레르   아, 나의 고통아, 떠들지 마라 그리고 좀더 조용히 하라 네가 저녁을 원했다; 저녁이 내린다; 자 황혼이다; 어떤 사람에겐 안식을, 어떤 사람에겐 근심을 가져다주며.   인간의 천한 무리들이 쾌락이라는 사정 없는 사형 집행인의 채찍 아래 노예의 잔치로 후회를 거두러 가는 동안 나의 고통아, 손을 내게 다오; 이리로 가까이 오라. 저들을 멀리하고 보라, 저 하늘의 난간 밖으로 해바랜 옷을 입은, 고인(故人)이 된 세월들이 몸을 굽히는   모습을 웃음 띠운 회한이 깊은 물 속에서 떠오르는 것을.   빈사(瀕死)의 석양이 다리의 아치 아래 잠드는 것을 그리고 동쪽에서 긴 수의(壽衣)가 옷자락을 끌며 오듯 들어라, 정다운 고통아, 걸어오는 따사로운 밤의 발소리를.     취하시오 / 샤를르 보들레르      항상 취해 있어야 한다. 핵심은 바로 거기에 있다. 이것이야말로 그대의 어깨를 짓누르고 그대의 허리를 땅으 로 굽게 하는 무서운 시간의 중압을 느끼지 않게 하는 유일 한 과제이다. 쉬지 않고 취해야 한다. 무엇으로냐고? 술, 시, 혹은 도덕, 당신의 취함에 따라, 하여간 취하라. 그리하여 당신이 때로 고궁(古宮)의 계단이나 도랑의 푸른 잔디 위에서 또는 당신 방의 삭막한 고독 속에서 취기 가 이미 줄었든가 아주 가 버린 상태에서 깨어난다면 물으 시오. 바람에게, 물결에게, 별에게, 새에게, 벽시계에게, 달아나는 모든 것, 탄식하는 모든 것, 구르는 모든 것, 노래하는 모든 것, 말하는 모든 것에 물으시오. 지금 몇 시냐고; 그러면 바람은, 별은, 새는, 벽시계는 대답하리다. "지금이 취할 시 간이다!" 당신이 시간의 학대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 하시오; 쉬지 않고 취하시오! 술로, 시로, 또는 도덕으로, 당신의 취향따라."     샤를르 보들레르(1821~1867): 이 세상에는 그 시대나 사회의 목소리나 조류를 잘 대변하는 천재가 있는가 하면 때로는 극히 개성적이며 특이한 천재가 있어서 당대에는 이해되지 않으나 후세에 가서야 이해되고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다. 보들레르는 후자의 경우이다. 그가 이해되고, 진가가 알려지기까지 많은 세월이 흘러야 했고 많은 오해와 비난과 박해 뒤에 비로소 근대시의 원조(元祖)로 추앙되었다. 널리 알려진 그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넓은 이마, 빛나는 눈, 꼭 다문 입은 그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참고 이기려는 굳은 의지를 보는 듯 하다. 46세를 일기로 한 이 시인의 생애는 시종 비참과 불행의 늪을 헤매었다고 볼 수 있고 그의 시들도 우울과 슬픔과 절망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보들레르는 7살 때 늙은 아버지를 잃었는데 그의 젊은 어머니는 1년도 못 되어 군인인 오피크라는 사람에게 개가하였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자존심이 강하며 남달리 죽은 아버지를 사랑했던 소년은 의붓아버지인 이 장군과 뜻이 맞지 않았다. 질서와 규율을 숭상하는 아버지는 이 반항아를 정상적으로 교육시켜 훌륭한 외교관으로 만들려고 노력하였다. 유명한 파리의 루이 르 그랑 중고등학교에 입학시켜 성적도 좋았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소년은 졸업을 몇 달 앞두고 이 학교를 퇴학해 버렸다. 개인 교사의 지도 아래 바카로레아(대학 입학 자격 시험)에 통과, 법과 대학에 등록까지 해 주었으나 그는 학교에 나가는 일 없이 파리의 라킨 구역을 배회하며 보헤미안적인 생활을 즐겼다.  이를 보다못해 장군은 묘안 하나를 짜냈다. 아들의 파리에서 무궤도한 생활 태도를 바꾸기 위해 상당 기간 동안 긴 항해 여행을 시키는 일이었다. 이로써 파리의 병적 생활을 청산하고 아울러 항해를 함으로써 호연지기를 기르고 외국의 풍물에도 접하게 하자는 뜻이었다. 이 계획에 따라 보들레르는 1841년 5월 9일 보르도를 떠나 캘커타로 향하는 배를 탄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도중에 배는 큰 풍랑을 만나 동인도양의 모리스 섬에 기착하게 되었고 보들레르는 더 이상 항해하기를 완강히 거부했다. 결국 그해 11월 4일 프랑스로 오는 배를 타고 되돌아오게 되는데 이로써 일대 여행 계획은 좌절되었으나 이 수개월 동안의 항해와 남국 일대 열대 지방의 체재는 그에게 이국 풍물과 정서를 담은 많은 시를 남기게 하였다.   항해에서 돌아온 보들레르는 건전하고 성실해진 것이 아니라 전보다 더욱 반사회적이며 부도덕하게 되었다. 21세의 성년이 된 그는 아버지에게 자기 몫의 유산을 요구하여 당시로는 막대한 75,000 프랑의 유산을 받게 되자 그가 동경하던 댄디(dandy,멋장이)의 호화 생활을 즐긴다. 유명한 피모당 호텔에 묵으면서 귀족 같은 시치스러운 생활을 하면서 음주-마약 복용 등을 일삼아 급기야는 성병-두뇌 동맥의 결함증이 생겨나고, 혼혈의 정부 쟌느 뒤발과의 파란 많은 치정 생활은 그의 정신과 육체를 차츰 마멸시킨다.  이에 당황한 그의 의부는 법정에 제소하여 그를 금치산자로 만들어 버렸다. 이 결과 보들레르의 생활은 완전히 궁핍에 빠졌고, 이 고고한 시인은 병과 가난과 싸우며 미술 비평-음악론-번역 등으로 겨우 생활을 유지하여 가며 자존심을 달랬다.  36세 때에 이라는 시집을 출판하였다. 당시 이미 문단의 대가인 빅토르 위고는 이 시집을 새로운 전율을 가져왔다고 격찬했는데, 경찰은 풍속 문란이라는 죄목으로 3백 프랑의 벌금과 6편의 시를 삭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으로 그의 이름은 유명해졌으나 심한 생활고와 그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깊어만 갔다. 40세에 이미 그는 심신이 쇠잔한 노인이 되었다. 미국의 괴기 작가 에드가 알렌 포우의 작품 번역 등에 몰두하다 1864년 벨기에의 브뤼셀로 간다. 거기서 조용한 생활을 하며 문학 강의도 하고 자기 작품의 전집을 내기 위한 정리 작업을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신경 질환으로 쓰러지게 되어 급거 파리로 옮겨졌으나 전신 마비와 실어증으로 약 1년 동안 신음하다 1867년 여름 외로운 어머니의 품에 안겨 생을 끝냈다.    보들레르는 그의 단 하나의 시집, 으로 존재되고 기억된다. 이 시집은 출판되자 풍속 문란이란 죄명으로 기소 처벌되고 당시 비평계의 권위자인 브륀티에르는 "이 시집에서는 부도덕과 광기 외에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다"고 혹평했다. 그러나 이 한 권의 시집은 후세에 전세계에서 읽혀지고 감동을 주어 시인들의 성전(聖典)이 되었다.  무엇때문에 사람들은 그의 시를 읽고 공감하고 혹은 비난 혹은 감격하는가? 그것은 그가 근대 문학사상 처음으로 자기의 고백을 통하여 인간의 죄악, 비참, 슬픔, 외로움, 소망을 정직하고 성실하게 나타내고 고발한 까닭이 아닐까? 그는 인간이 쓴 가면과 가식을 벗겨 버리고 적나나하게 인간 상황과 그 내면 세계를 깊이 파헤치고 조명한 까닭이 아닐까? 이런 뜻에서 그의 을 단테의 에 비하는 사람도 있다. 단테가 내세의 지옥과 연옥을 탐색한 것과 같이, 보들레르는 인간 심중의 지옥으로 사람을 인도한다는 뜻에서이다. 하여튼 그는 인간의 내면 세계를 탐사하기 위하여 인간의 숨겨진 심층과 치부, 사회 질서와 도덕의 터부를 파헤쳤다. 많은 시인묵객들이 그들의 시상(詩想)을 자연이나 사랑-예술의 꽃동산에서 찾을 때 보들레르는 악의 늪에서 미를 얻으려고 했고 현실이라는 거름통에서 금을 캐내려고 했다. 이러한 시인의 기도는 당시의 사회와 시단에서는 가히 혁명적이며 충격적이며 광기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러나 보들레르는 이 시집 가운데 타락하고 추잡하고 절망적인 인간 상황만을 담은 것은 아니다. 외롭고 비참한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여 허무로부터의 탈출을 기도하는 노력, 동물로 떨어지려는 욕망에 항거하여 이상을 향해 올라가려는 인간의 본질적 갈구가 일면 청순한 샘물같이 흐르고 있다.  보들레르는 그의 난맥과도 같고 오욕에 찬 생활 가운데서도 일생 높은 기품을 잃지 않았고, 영혼의 순결과 고매한 정신적 이상을 추구한 노력은 비장한 바가 있다. 이러한 그의 사상, 심정, 종교, 분노를, 그는 시인으로서 그의 독특한 감성과 풍부한 상상과 암시로 나타내고 있다. 특히 가히 마술적이라고 할 언어와 음률로 새로운 세계, 신비로운 분위기, 전율적인 감각을 창조함으로써 그는 프랑스 시 가운데 깊고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다. 이 점이 오늘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시를 찾고 공감하게 하는 까닭이 아닌가 생각한다.  은 초판에는 101편의 시가 들어 있었으나 후에는 151편으로 늘어났다. 이 시집은 6장으로 나뉘어 있는데, 1. 우수와 이상, 2. 파리 풍경, 3. 술, 4. 악의 꽃, 5. 반항, 6. 죽음 등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시인은 이 시집을 자신의 시학-철학-종교를 담는 하나의 체계적인 건축물을 구상한 듯 하나 그렇게 논리적이거나 체계적이지는 않다. 에서는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 가지각색의 서로 모순되는 것 같은 이질적인 시들이 섞여 있다.   앙트완느와 크레오파트르 / 에레미아     둘은 함께 높은 망루에서 바라다보고 있었다 이집트는 숨막히는 하늘 아래 잠들고 나일 강은 검은 삼각주를 쪼개 가며 뷰바스트 혹은 사이스를 향해 기름 같은 물결을 굴려    간다   이 로마인은 이제 어린애를 잠재우는 한낱 포로 병사 그가 두 손으로 포옹한 요염한 육체가 사랑의 승리자인 그의 가슴 위에 휘어져 쓰러짐을 무거운 갑옷 아래서도 느끼었다   검은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창백한 얼굴을 돌려 그녀는 입술과 맑은 눈동자를 강렬한 향수에 도취된 남자에게 내맡겼다.   여인 위에 몸을 굽힌 열에 뜬 이 통수(統帥)는 금점(金點)들이 별같이 박힌 그녀의 두 큰 눈동자 속에 망망한 바다와 그 물 위를 달아나는 로마의 병선(兵船)들   을 보았다.   *앙트완느는 유명한 로마의 장군 아토니우스의 불어 표기다. 시이저가 죽은 뒤 그는 옥타비우스와 함께 로마 제국을 삼등분하였다. 이 때 앙트완느는 도양 지방(지금의 중동)을 맡고 옥타비우스의 누이동생을 아내로 삼았다. 그러나 동방으로 간 앙트완느는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에게 매혹되어 여왕의 야심에 좇아 이집트를 중심으로 동방 제국을 세우려 하였다. 이는 로마의 국익에 배반되는 일이므로 옥타비우스는 군선을 이끌고 동방 원정에 나서 악티움 해전에서 앙트완느와 클레오파트라의 연합 함대를 궤멸시킨다. 그 결과 알렉산드리아에 포위된 앙트완느는 자살하고 클레오파트라는 독사에 물리게 하여 자결한다는 역사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 이 시는 다가오는 악티음 해전의 전야(前夜)를 나타내고 있다. 앙트완느 통수와 클레오파트라여왕은 지금 사랑의 절정에 있으나 그들의 앞날에 대하여 불안과 절망감을 느끼고 있는 듯 하다 로마의 통수는 사랑하는 여왕의 눈동자, 금점이 가득히 박힌 눈 속에서 망망한 바다 위를 도주하는 무수한 자신의 군선들을 봄으로써 자신의 패망과 사랑의 비극적 종말을 예견하고 있다.     정복자들 / 에레디아   거대한 매가 자라난 소굴을 떠나 날듯 이제 잔병(殘兵)들과 명장(名將)들은 도도하나 비참한 생   활에 지쳐 영웅적이며 난폭한 꿈에 취하여 모게르의 팔로스*를 떠난다.   이들은 지팡고* 나라의 아득한 광맥 속에서 익고 있는 신기한 금속을 정복하러 가는 길 등에서 부는 계절풍은 서방 세계의 신비로운 해안을 향해 그들의 범선 돛대를 휘게 한다.   매일 저녁, 웅대한 다음 날을 바라는 이들의 꿈은, 열대 바닷물의 인광(燐光)을 발하는 하늘색 물빛을 금빛 신기루로 변화시켰다;   혹은 흰 카라벨 범선의 뱃머리에 기대어 이들은 대양(大洋) 깊은 곳으로부터 미지의 하늘로 오르는 새로운 별들을 바라다보는 것이었다.   *팔로스: 콜롬버스는 1492년 그의 최초의 대륙 발견 항해를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방 모세르 근처의 항구 팔로스에서 떠났다. *지팡고: 일본에 대한 중국식 이름 Zippan Khou가 와전된 것.     호세-마리아 데 에레디아(1842~1905): 호세-마리 데 에레디아는 원래 스페인의 콘키스타도레스의 후예로 스페인계 아버지와 프랑스계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그러나 어려서 프랑스로 이주하여 상리스에서 중고등 학교를 마치고 파리에 올라와 고문서 대학(古文書大學)을 수료했다. 이때부터 시단의 고답파의 거장, 르콩트 드 릴르를 스승으로 또 친구로 삼고 그가 주제하는 문학 모임이나 그가 주관하는 잡지의 가장 열렬하고 성실한 지지자이며 협력자이었다. 또한 젊은 시인 앙리 드레니에의 장인(丈人)이 되기도 하였다.  고문서 학교를 나온 그는 유명한 아르스날 도서관에서 일하며 옛날의 기록, 고서(古書), 판화, 유물 등을 관리하며 그 가운데 고대의 이국에 대한 풍부한 시상(詩想)을 얻었다.  그는 극히 과작(寡作)의 시인으로 이따금 시 한 편씩을 잡지 등에 발표하였는데, 1893년 그가 51세 될 때 비로소 한 권의 시집으로 출판되었다. 이 시인의 시집은 이 한 권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러나 시인으로서의 그의 사명과 명성은 이것만으로 족하였다. 라는 이름의 이 시집에는 118편의 소네트가 들어 있다. 내용은 고대 그리스-로마-동양-스페인-브르타뉴 지방 등의 역사와 인물-풍물들을 주제로 한 것이다. 시인은 이러한 주제들을 거의 완벽한 기교와 회화적인 수법으로 고대와 이국적인 정취를 간결하면서도 생생하게 표현하고 아름다운 또는 극적인 장면을 그림과 조각과 같이 완전히 재현시켰다. 이러한그림과 조각의 시는 풍부한 음률과 깎고 다듬은 형식과 잘 조화되어 그의 시집은 단 한 권이나 프랑스 문학의 하나의 빛나는 보석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새들의 죽음 / 프랑스와 코페     저녁, 난롯가에 앉아 나는 참으로 여러 번 지금 숲속 어느 곳에 있을 어떤 새의 죽음을 생각했다. 지루한 겨울, 구슬픈 날이 계속되는 동안 가엾은 빈 새 둥지들, 내버려진 둥지들은 무쇠 잿빛 하늘 아래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아, 얼마나 많은 새들이 겨울에 죽어갈 것인가! 그러나 오랑캐꽃 피는 계절이 돌아올 때 우리가 뛰어다닐 4월의 잔디 위에 새들의 가냘픈 뼈들은 볼 수 없으리라 새들은 죽기 위해 숨는 것일까?     향기 / 프랑스와 코페     향기의 쾌락! 그렇다, 모든 냄새는 마술사다. 내가 저녁때 뜨뜻해진 오렌지 껍질을 벗기면 나는 극장과 그 깊은 무대 장치를 상상한다; 내가 장작불을 지필 때면 나는 겨울 숲속에 사냥꾼들이 뿔나팔을 불며 멎는 모습을 본다. 심지어 악취나는 검은 아스팔트가 가마솥 주위에 내뿜는 연기 속을 지날 때 나는 마치 역청(瀝靑) 향기 나는 어느 부둣가에 서서 보라빛 바다의 금강석 물결 사이를 달려오는 흰 쌍돛배를 바라보는 착각이 든다.     영원히 / 프랑스와 코페     "영원히!"라고 그대는 말한다. 이마를 내 어깨 위에 대고, 그러나 우리는 헤어질 것이다. 이것이 운명이다. 우리들 중 하나가 먼저 죽음에 붙잡혀 주목(朱木)이나 버드나무 아래 잠자러 갈 것이다.   부두를 한가로이 거니는 이 늙은 수부(水夫)는 수십 번 쌍돛배가 깃발로 장식되어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어느 날 그 빼는 북쪽을 향해 떠났다. 그 후 감감 무소식, 배는 북극 얼음장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봄바람이 불면 우리 집 처마 끝에 철새들이 돌아왔다. 수십 년 동안을; 그러나 이번 여름, 둥지에는 그 제비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나의 애인이여, 그대는 내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그러나 나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이별을 생각한다. 어찌 죽을 입술 위에 "영원히"라는 말을 올리는 가?     프랑스와 코페(1842~1898) : 프랑스와 코페는 프랑스 서민의 시인, 대중적 시인으로 꼽히어 한때 그의 시는 프랑스 시의 본보기로 교과서에 실리고 프랑스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특히 일본이나 우리 나라에서도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시인이다.  그는 파리 변두리 태생으로 거의 한 번도 파리를 떠나지 않았다는 진짜 파리지엥(Parisien)이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아버지를 잃고 생활고로 학교도 중단하고 작은 회사의 사무원, 관청의 말단 직원, 후에는 국회 상원의 도서관 사서, 프랑스 국립 극장의 문서 보관원 등으로 이라며 시와 연극, 소설 등을 썼다.  그도 처음에는 당시 유행하던 파르나스(고답적) 풍의 시를 써 보았으나 차츰 자기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과 그들의 생활에 애정과 애착을 가지게 되어 그 후부터는 이들의 생활을 주제로 한 시를 쓰게 되었다. 그는 시집 , 등에서 그 자신이나 서민들의 가장 평범하고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살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단순하고 평이한 필치로 그리고 있다. 그의 시의 매력은 일상다반사를 보는 그의 우아하고 따스한 눈, 소위 친밀한 사실주의에 있다. 또한 때에 따라서는 신랄한 풍자 정신도 잊지 않는 골(Gaule) 정신에 있다.  따라서 그의 시는 가장 널리 읽혀지고 가장 광범한 독자층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42세 때(1884)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이 된 것도 이를 말해 주고 있다. 아나톨 프랑세즈는 그를 평하여 "코페는 참되고 자연스러운 시인이다. 그런 면에서 그는 아주 독특한 시인이다. 그 까닭은 자연스러움은 예술 가운데 가장 귀한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의 시는 통속시라는 평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시는 진실되기 때문에 감동을 주었고 또 독자에게 사랑을 받았다.  코페는 시인으로서뿐 아니라 극작가-소설가로서도 유명했다. 그의 만년 프랑스 사회를 뒤흔든 드레퓌스 사건 때는 프랑스 조국 연맹이라는 극우 단체에 가담하여 반(反) 드레프스 파로 싸웠다. 당시의 문인-지식인들 대부분이 드레프스 옹호파였으므로 이로 인해 그는 많은 비방과 오해를 받았다. 그의 최후의 해는 고통스러운 병으로 고생했으나 친구 쟝 리시팽을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으로 선출시키기 위하여 아픈 몸을 이끌고 아카데미 프랑세즈에 나가 투표에 참가한 우정 깊은 친구이기도 하였다. 그 후 몇 주일 후에 그는 파리의 자택에서 56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소네트 / 말라르메   순결하고 생기 넘치며 아름다운 오늘이야말로 그의 취한 날개를 한 번 쳐서 달아나지 못한 비상(飛翔)들의 투명한 얼음 덩어리가 흰 서리 아래 배회하는 이 얼어 붙고, 잊혀진 호수를 깨   뜨려 줄 것인가!   지난 날의 한 백조는 회상한다. 그가 바로 황량한 겨울의 우수(憂愁)가 찬란할 때 자기가 살아야 할 곳을 노래하지 않았기에 화려한 생물이지만 이 구속에서 벗어날 희망이 없는 자임을.   그는 온 목을 흔들어 떨쳐 버릴 것이다. 공간이, 원치 않는 새에게 억지로 과하는 이 백색의 임   종의 고뇌는, 그러나 그의 날개를 붙잡는 대지에 대한 공포는 없앨 수   없다.   그는 순결한 빛이 이 장소에 부착시키는 환영(幻影)이   되어 백조는 무익한 유배 속에서 그가 스스로 감싸는 경멸의 차가운 꿈을 안고 적연부동(寂然不動)이다.   * 백조는 그 아름다운 자태와 흰 빛깔로 예부터 많은 전설을 낳게 했다. 특히 그 새가 죽기 전에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는 이야기는 백조와 순수한 시인을 동일시하는 풍조가 생기게 하였다. 이 소네트는 백조를 빌어 말라르메 시인 자신의 고뇌와 심경을 읊은 것이다. 이 시는 말라르메의 시 중 언어와 음악성에 있어서 두드러지게 아름다운 시일 뿐 아니라 그의 시풍(詩風)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시의 하나로 꼽힌다.    차가운 기운이 넘치는 청명한 겨울날, 우리 눈앞에는 흰 서리롸 얼음 덩어리가 배회하는 황량한 풍경이 펼쳐진다. 얼어 붙은 호수에는 백조 한 마리가 얼음에 갇혀 이를 벗어나려고 허우적거린다. 날개를 한 번 쳐서 천상(天上)으로 향하고 싶으나 이 구속에서 빠저나갈 희망이 없다. 또한 이미 여러 번 실패를 하였다. 그에게는 순결하고 고독한 이상만이 있을 뿐 현세나 현실과의 타협이 없기 때문이다. 현세(공간)가 그에게 부과하는 종말의 고뇌는 뿌리칠 수 있으나 결국 백조는 얼음의 호수 속에 하나의 하얀 환상이 되어 부동의 자세로 조용히 죽어 간다. 그의 마음 속에 현실과 자신에 대한 부정(否定)과 멸시를 품은 채---    이것이 이 시의 내용이며 개요이다. 의미상, 백조는 물론 시인 자신이라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것은 말라르메가 자주 시적 무력감에 빠졌고 백조가 얼음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같이 그 자신도 전혀 시를 쓰지 못하던 시기가 있어 자주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순수하고 난삽한 시 정신은 백조와 같이 순결하고 아름다우나 일반 독자나 사람에게는 이해되지 않고, 그의 생활도 지극히 평범하고 가난한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어 자연히 무익한 유배를 택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러한 유배를 죽어가는 백조와 같이 차가운 경멸감을 가지고 감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순수시를 지향하는 말라르메는 이 시로 위와 같은 정경(情景)이나 시인의 심경-사상-도덕을 나타내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시인으로서 상징-암시-연상을 통한 추상적 이미지와 순수한 언어가 가지는 음악성을 배치-조화시킴으로써 미적 세계와 시적인 미를 창출하고자 한 것이다. 이 때에 언어는 그가 가지는 뜻이나 문법적 기능보다 악보와 같이 음(音) 부호의 구실을 많이 한다고 보겠다. 따라서 이 시의 바른 감상을 위해서는 논리적 분석보다 음과 리듬의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  우선 이 "소네트"는 전 14행이 모두 (i)나 (ui)음으로 끝나는 데 주목하여야 한다. 또한 이 (i)음은 마지막 3행시절의 끝 두 절 안에서도 반복된다. 그런데 알베르 티보데니 그 외의 여러 비평가에 의하면 (i)음은 이 시에서 방대하고 단조로운 흰 공간과 추위를 환기시킨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 시를 장조(長調)의 소네트라고도 부른다. 그 외에도 첫쩨와 둘째 4행시절에서의 장중한 (v)음의 호응, 그리고 전체 시 위에 떠 있는 환상적인 신령스러운 기운, 추상적 언어에 의한 최후의 백조(Cygne)를 대문자로 써서 하늘의 백조 별자리를 환기시킨 점 등등으로 이 시는 말라르메의 시학의 표본을 이루고 있다.   창(窓) / 말라르메   음침한 병실과 허름한 흰색 커튼을 쫓아 향불 연기가 빈 벽에 지루하게 달린 큰 십자가상을 향해 올라가며 풍기는 빈사의 병자는 늙은 허리를 펴,   몸을 이끌고 썩은 육체를 따스하게 하려기보다 돌 위에 비치는 햇빛을 보기 위해 창가로 가 흰 수염과 여윈 얼굴의 뼈를 아름답고 맑은 햇살이 들이쬐는 유리창에 대고,   그리하여 열띠고 푸른 창공에 허기진 입으로 따스한 금빛 유리창에 오랫동안쓴 입술을 댐으로써 흔적을   묻힌다. 마치 그의 입이 젊은 시절 그의 보물인양 옛날 한때 순결했던 한 살갗을 들이마시려 하였듯이,   도취 속에 그는 살았다. 임종시의 성유(聖油)의 두려움도 탕약(湯藥)도 벽시계도 피할 수 없는 병상도 기침도 잊고; 그리하여 저녁 노을이 기왓장 사이에서 피를 흘릴 때 그의 눈은 빛으로 가득 찬 지평선 위에,   백조같이 아름다운 황금색의 범선(帆船)들을 본다. 이들은 보라와 향기의 강 위에 떠서 추억 가득한 한가   로움 속에 현란한 황갈색의 반짝이는 선(線)들을 본다. 이들은 보라와 향기의 강 위에 떠서 추억을 가득 실은 한가   로움 속에 현란한 황갈색의 반짝이는 선(線)들을 흔들면서 잠자고 있었다.   이리하여 냉혹한 영혼의 소유자인 인간 단지 식욕만으로 먹는 행복 속에 뒹굴며 자기 자식들에게 젖을 물리는 아내에게 바치려고 이 오물(汚物)을 찾아 광분하는 인간이 끔찍해,   나는 도망친다. 그리고 나는 생(生)에 등을 돌리는 모든 창문가에 매달린다. 그리하여 영원한 이슬에 씻기고 무한의 청결한 아침이 금빛   으로 물들이는 창문 유리알 속에 축복받은 내가 비춰지고   내가 천사임을 본다! 그리고 나는 죽는다, 유리창이 예술이기를, 신비이기를-- 그리하여 나는 내 꿈을 면류관으로 삼고 미(美)가 꽃피는 전생의 하늘에서 재생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어찌하랴! 속세가 주인임을: 이 고정 관념은 때로 안전한 내 은신처까지 쫓아와 나를 메스껍게 하고 어리석음의 불결한 구토는 나로 하여금 창공 앞에서 코를 막게 한다.   오오, 인생의 고뇌를 아는 나는 괴물에게 멸시받는 수정문(水晶門)을 깨뜨리고 들어가 털 없는 내 두 날개를 펴 달아날 방법이 있는 건가? -영원한 시간 동안 떨어질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말라르메는 중등 학교 영어 교사 자격증을 얻기 위해 1862년 11월 부터 1년간 영국에 체재하였다. 이 시는 이 기간에 쓰여진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그의 극히 초기의 것으로 그가 21세 때의 창작이다. 그는 이 시와 그 외 몇 편의 작품을 1863년 6월 영국 런던에서 그의 친구이자 후견인인 카잘리스에게 보냈다.  그의 영국 체재는 불행한 것으로 그가 말한 바대로 고뇌-절망-가난에다 장차 그이 아내가 될 마리 제라르와의 사랑의 갈등이 뒤범벅이 된 시기였다. 또 그가 런던에 도착한 직후 발병하여 병상에 누운 일도 있다. 이 경험이 작품 "창"에 나타나는 음울한 병실과 빈사의 병자를 상상케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 시의 줄거리는 속세와 현실 세계를 혐오하는 병자가 병상에서 일어나 창가로 가 창문 유리를 통해 빛나고 아름다운 바깥 세계를 몽상한다. 이 때 유리창은 그를 병실(현실)에 가두어 두는 벽인 동시에 열려진 세계(이상)로 통하는 문이요 길의 상징이다. 병자의 욕망은 일격으로 유리창을 깨뜨리고 열린 세계로 자유로이 비상하려고 하나 결국 자신의 무력(無力)으로 갇혀진 세계의 운명을 감수한다는 것이다. 현실과 이상의 갈등과 자신의 무력감이라는 이 주제는 이후, "창공(1884)"과 위에 수록된 백조의 "소네트" 등으로 이어진다.     목신(牧神)의 오후(발췌) / 말라르메     목가   목신: 나는 이 요정들을 영원하게 하고 싶다.                                그녀들의 연분홍 살빛은 너무 깨끗하여, 무성한 잠에 졸고 있는 대기 속을 떠돈다.                            내가 사랑했던 것은 꿈이었나? 옛 밤에 축적된 내 의혹은 많은 작은 나뭇가지 같이 끝나 버렸는데 이들이 그대로 진정한 숲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은 오호라! 나 혼자만이 장미꽃들에 대한 상상적 유린을 승리로 돌리    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자----                 그대가 쉬지 않고 이야기하는 여인들이란 그대의 상상적 감각이 원한 것의 형상이라면! 목신이여, 그 환상은 가장 정숙한 여인의 푸르고 찬 눈에서 나오듯 울고 있는 샘물 소리에서도 나온다 그러나 한숨에 싸인 다른 여인에 대해선 반대로 그대 가슴털에 스치는 낮의 더운 미풍에서라고 할 것인가? 아니다! 더위는 부동(不動)의 권태로운 무력감으로 살아나려는 신선한 아침의 목을 죄고 속삭이는 물이란 단지 화음(和音)으로 젖은 숲 위에 내리는 내 피리 소리뿐이요, 다만 한 줄기 바람이란 소리를 메마른 빗속으로 흩뜨려 버리기도 전에 피리의 두 도관 밖으로 나오자마자 날라 버리는 숨결뿐, 이 바람은 주름 하나 없이 평평한 지평선상에 하늘로 되돌아가는 영감(靈感)의 눈에 보이는 평온하며 인공적인 숨결이다.   * 오, 태양빛과 겨루려는 내 헛된 욕망이 유린하는 섬광(閃光)의 꽃다발 아래 묵묵히 누운 고요한 늪의 시칠리아 기슭이여, 이야기하라 "나는 이 곳에서 숙련으로 길들인 빈 갈대를 꺾고 있었다. 이 때 포도 덩쿨을 샘들 위에 드리우고 있는 아득히 보이는 초록의 녹색 금빛 위에 쉬고 있는 생물(生物)의 흰 모습이 잔물결친다. 그리고 풀피리가 살아나는 느린 서곡(序曲)에 이 백조의 무리, 아니! 요정들의 무리는 혹은 달아나고 혹은 물 속으로 뛰어든다----"                 만물은 무력하게 황갈색 시간 속에 타고 '라'의 화음을 찾는 연주자가 바라던 너무나 많     은 결혼이 어떠한 계략으로 일제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는지 그 때 나는 고대의 빛 물결 아래 홀로 우뚝 서 나의 첫 정열에 눈뜨리라 백합이여! 순결함에 있어 나는 너희 모두들 중 하나이다.   저들의 입술이 퍼뜨리는 이 달콤하고 실없는 일 속삭여 사랑의 배신자를 안심시키는 이 입맞춤과는 달리 완전무결하게 순결한 내 가슴은 어느 고귀한 이(齒)가 물어 생긴 신비로운 상처의 흔적을     증언한다; 그러나 좋다! 이러한 신비로운 흔적은 그의 마음을 들어 줄     친구로 창공 아래서 굵은 두 개의 갈대를 골랐다. 갈대는 빰의 동요를 자신에게 돌려 긴 독주(獨奏)로 주위의 아름다움과 우리들의 소박한 노래를 거짓 혼동케 함으로써 주위의 아름다움을 즐겁게 해 주었다고 꿈꾼다 또 갈대는 사랑의 노래를 힘껏 높여서 하나의 낭랑하고 공허하고 단조로운 선율이 내가 눈 감고 쫓는 등과 순결한 허리의 통상적인 환상을 사라져 흩어지게 한다고 꿈꾼다.   도주(挑走)의 악기여, 오 심술궂은 신(神)의 피리여. 네가 나를 기다리는 호수에서 다시 꽃피어나도록 하라; 나는 내 자랑스런 목소리로 여신들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말하리라 그리고 우상 숭배자들의 그림으로 저들의 어두운 부분에서 또 다시 허리끈을 풀리라; 그리하여 내가 거짓으로 위장에 물리쳤던 미련을 떨쳐 버    리기 위해 포도알들의 광명을 빨았을 때 웃으며 나는 그 빈 포도 송이를 여름 하늘에 쳐들고 빛나는 껍질 속에 내 숨결을 불어넣으면서 도취를 갈망하며 저녁때까지 나는 그 속을 투사한다.   * 위의 시는 "목신의 오후"의 일부 발췌시이다. 이 시는 그가 일생 탐구한 절대시(絶對詩)가 어떤 것인지 보이기 위한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문학도들에게도 난해하고 신비로운 이 시의 감상은 각자의 능력과 노력에 맡길 수 밖에 없다. 이 시를 이해-감상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드뷔시의 교향시 "목신의 오후 서곡"을 듣는 것이 더 좋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학자-연구가-시인들의 계속적인 연구와 해설, 주석들로 인해 과거보다는 훨씬 시에 대한 이해도 분명해지고 시인의 의도도 밝혀졌으나 시에 대한 해석과 주석도 너무 구구하여 어떤 것이 정통적이며 정확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난해-난삽의 평에도 불구하고 이 시는 말라르메의 시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또 그의 대표작으로 통하고 있다. 또한 이 시는 그가 새롭고 아름다운 시를 얻기 위해 주야로 악전고투하여 쓴 것이며, 10년 동안 닦은 각고(刻䇢)의 결정체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독창적인 시가 그의 시를 늘 게재해 오던 제 3집에 편짐위원회, 특히 아나톨 프랑스로부터 거부를 당하였다. 그 이유는 "만일 이 작품이 게재되면 독자들로부터 항의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목신의 오후"는 그 다음 해 단행본으로 당대 유명한 화가 마네의 목판화를 곁들인 호화판으로 출판되어 다시금 세인의 주목을 끌었다. 그 후 마네에 이어 마티스-피카소 등의 화가들이 시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고, 1894년에는 말라르메 찬양가이던 드뷔시가 이 시를 주제로 한 교향시를 써 유명해졌다. 더우기 1912년에는 러시아의 무용가 니진스키가 발레로 안무-상연함으로써 이 시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 목가는 18세기 프랑스 화단의 거장인 부셰의 그림에서, 또는 그의 선배 시인인 방빌의 한 연극에서 시상(詩想)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하나의 출발점, 대강의 줄거리에 지나지 않고 그 내용이나 분위기-상징은 전적으로 말라르메의 꿈과 환상으로 만들어진 세계이다. 그는 말했다. "아름다움이란 이 세상 것이 아니며 완전히 만들어 내야 한다. 꿈만이 아름다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이 시의 줄거리를 말한다면 대략 다음과 같다.  전반부: 목신이 잠에서 깨어난다. 간밤의 정사(情事)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는 스스로 묻는다. 그가 본 못가에서 미역을 감던 이 요정들은 실제의 인물이던가 혹은 그가 꿈을 꾸었던가? 그의 기억 속에 두 요정이 떠오른다. 하나는 정숙하고 차갑고, 다른 하나는 한숨만 쉬는 요정이었다. 그는 이 요정들의 육체를 범했던가? 그러나 그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자연 가운데 혼자 있었다. 그는 피리를 만들어 불며 기억을 더듬는다. 혹은 그들의 존재를 의심도 하고 혹은 사실을 낱낱이 회상도 하며--- 그러나 그는 피리를 불음으로써 사랑의 신비로운 잇자국을 잊어버리고 영감(靈感)의 기쁨을 맛본다.   참고로 여기 싣지 않은 후반부의 개요를 말하면 다음과 같다.  후반부: 이 영감은 다시 목신이 욕정을 일으킨 장면을 상세히 보여 준다. 몸이 얽힌 두 요정이 잠들어 있다. 목신은 이 들을 하나씩 겁탈한다. 그러자 두 요정은 서로 떨어져 도망쳐 버린다. 허망에 빠진 그에게 또 다른 요정 비너스가 에트나 산에 나타난다. 그는 사랑의 여신을 포옹한다. 그러나 이 또한 환상으로 그에게서 사라진다. 이제 목신은 뜨거운 오후의 열기 속에 굴복하여 목마른 모래 위에서 다시 잠이 든다. 꿈에서 님프들을 다시 만나 보기를 바라면서---  이 시에 대한 해설도 구구하다. 말라르메에 대한 명쾌한 해설가 피튀로는 이 시는 우아한 상징 속에 격렬한 에로티시즘을 감추고 있다고 했고, 어떤 학자는 이 시는 말라르메의 집념인 사랑과 시, 욕정과 영감, 꿈과 현실의 갈등을 상징한다고 했다. 그러나 말라르메는 시가 어떤 사상이나 도덕, 또는 감정을 전달하는데 대한 극도의 혐오감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이 시에서는 단지 목신의 전설을 빌어 감각적이며 우아하고 몽환적인 세계의 분위기를 나타내고자 하였을 것이다. 이것이 짙은 육체의 향기와 원색적인 이미지, 추상적이면서도 관능적인 언어로 표현되어 음악과 회화와 시의 종합적인 공예 작품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순수시의 길에서 이 시만큼 멀리 간 것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테판 말라르메(1842~1989): 말라르메는 문학 사조에서 상징파에 속하는 시인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그는 상징주의적인 시를 썼다기보다 순수시, 시의 이상적 형태를 위해 일생 생각하고 찾고 쓴, 시의 수도사(修道士)와 같은 존재이다. 그러므로 그의 양적으로 많지 않은(단 한 권의 시집) 시는 난해라는 장애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많은 추앙자를 내었다. 그가 죽은 지 100여 년이 된 지금에도 계속 많은 추종자들이 배출되어 그의 작품을 연구-해석하고 그의 교리에 따라 시를 짓고 있다.   말라르메는 파리 태생으로 하급 공무원 가정 출신이다. 5살 때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는 재혼하여 일종의 고아와 같은 처지로 외할아버지-외할머니의 손 아래에서 자라났다. 학교 시절부터 심약한 그는 고독하였으며 야유하는 동료들을 피하여 혼자 몽상과 노트에 시를 쓰는 것을 좋아하였다. 성인이 된 말라르메는 시골 중학교 영어 교사가 되어 이후 일생 동안 계속(약 30년 동안) 주로 지방 중고등 학교의 영어 교사로 빛 없는 평범하고 가난한 생활을 하였다. 그러나 교사란 직업은 생활 수단에 지나지 않았고 그의 참다운 생은 시에 대한 사색과 탐구와 각고로 일관했다.  그가 시를 써서 발표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경부터인데 때때로 산문시나 소네트를 문학 잡지 등에 기고하였다. 1866년 라는 문학지에 10편을 써서 발표한 것이 문단의 주목을 끌게 된 계기가 되었다. 세상에 잘 알려진 "창문", "창공", "바다의 미풍" 등이 이 가운데 들어 있다. 이것은 그의 20대 때의 시이다. 그가 그의 온 정력을 다 쏟아 쓴 독창적인 시는 시극(詩劇) "에로디아드(1868)"와 "목신의 오후(1876)"이다. 이 2편의 시는 그가 오랜 시일에 결쳐 갈고 다듬은 것으로 특이한 사상과 정밀한 시적 언어를 구사한 작품으로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두번째 작품은 후일 드뷔시가 같은 이름의 교향시 서곡을 써서 더욱 유명하다. 그러나 이 두 작품은 모두 극히 난해하여 전체적인 이해와 통일된 해석이 불가능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러한 난해성과 과작(寡作)으로 인하여 그는 1884년경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며 그의 작품은 경원시되어 왔다. 그의 유명한 "목신의 오후"는 원래 제 3집에 싣기로 되어 있었으나 심사 위원회에서 부결되어 게재되지 못하였다. 온화하고 누구에게도 친밀한 그도 이 일에는 격분하여 반대의 주동자 아나톨 프랑스에게 일생 원한을 가졌다 한다. 극소수의 시인들만이 그를 추앙했고 말라르메 자신 또한 대중적 명예를 무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1884년 베를렌느가 그의 시인론 가운데 말라르메의 시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게재하였고, 같은 해 위스망스의 소설 의 주인공이 말라르메의 시 "에로디아"에 압도되었다는 대목이 널리 전파되어 그의 이름이 갑자기 유명해지고 이어서 젊은 상징파 시인들이 그를 정신적 지도자로 삼았다.  그는 1871년 가을 파리로 올라와 계속 영어 교사로 지내면서 로마 가(街)의 작은 그의 아파트에서 '화요회'를 주재했다. 그의 탁월하고 깊이 있는 시와 예술론에 힘입어 1880년대에는 당신의 유명한 시인과, 문인 라포르그, 레니에, 바래스, 클로델, 지드, 발레리 등이 참석-경청하여 그의 작품 못지않게 시단에 영향을 주었고 그의 이름을 높이었다. 그가 파리에 정주한 시기는 비교적 안정되고 평화로운 시기로 창작에 있어서도 일종의 휴식 시기였다. 생활을 위해서인지 - 등의 어학 서적과, 그리스 신화의 해설팜인 을 출판하였고, "최신 유행"이라는 유행 잡지의 편집을 맡는 등 상당히 세속적인 활동도 하였다.  그러나 말라르메가 또다시 난해무쌍한 장시(長詩)를 쓰기 시작한 것은 1885년 "데 제생트를 위한 산문"을 발표한 이후이다. 데 제생트란 앞서 나온 위망스의 소설 의 주인공이다. 이 시는 시인을 위한, 시인의 이상을 노래한 시의 본보기라고 하나 이 시의 해석은 난해한 일 중의 난해한 일로서 일반인에게는 접근이 단절되어 있다. 그러나 일부 상징주의자와 그의 주석자(註釋者)들에게는 일종의 경서(經書)가 되었다. 만년에 이르러 그는 산문이나 소네트 형식으로 시인의 입장과 사명감 같은 것을 내용으로 한 시를 많이 썼고 또한 보들레르-베를렌느 등의 시인, 바그너-샤반느와 같은 예술가, 바스코 다 가마와 같은 항해사의 업적을 찬양하는 시를 써서 그의 걸작으로 남아 있다.  이제 그의 이름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유럽에 퍼지고 그의 작품도 세계 각국에서 번역-출판되었다. 그의 화요회는 유럽의 가장 유명한 문인 인사들이 참가하는 모임이 되었고 1896년에는 젊은 시인들에 의하여 베를렌느에 뒤이어 시왕(詩王)으로 추대되기도 하였다.  그는 그의 전생애를 통하여 방랑가인 베를렌느나 반항아인 랭보와는 정반대의 성품으로 우아하고 절제 있고 다른 불행한 시인들을 따뜻하게 돌보아 주는(베를렌느도 보호 받은 사람 중 한 사람) 인정 있고 고귀한 성격의 소유자이었다. 그러므로 그는 비록 시론에 있어서 그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도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1897년 1월 그의 예술론인 과 같은 해 5월에 국제적인 잡지, 에 시 "한번의 주사위가 우연을 없앨 수는 없으리라"가 발표되어 소수의 그의 동조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다음 해 9월 8일, 파리 근교 발랑에 있는 시골 집 서재에서 일하던 중 갑자기 후두 경련을 일으켜 다음 날 아침 절명했다. 그의 나의 56세였다.   흰 달빛--- / 베를렌느     흰 달빛 숲속에 환하고; 가지가지마다 한 목소리 흘러나와 나무 그늘 아래로---   오, 사랑하는 이여,   연못은 깊은 거울, 그 속에 검은 버드나무 그림자 드리우고 그 위에 바람이 운다---   자, 지금은 꿈꿀 때,   크고도 부드러운 안식이 달무리진 창공에서 내려오는 듯---   지금은 더없이 그윽한 때.     가을 노래 / 베를렌느     가을날 바이올린의        긴 흐느낌 외로운 가락으로       내 마음 여이나니.   종소리 나면 가슴 꽉 막혀       파리한 얼굴로 지난 날 돌이켜보며       눈물 흘린다.   나도 가버리리라, 모진 바람에       실려 이리저리 떠도는       낙엽과 같이     거리에 비 내리듯--- / 베를렌느                      거리에 조용히 비가 내린다.                         -아르튀르 랭보-   거리에 비 내리듯 내 맘 속에 눈물 내린다. 가슴 속에 스며드는 이 외로움은 무엇이런가?   속삭이는 비 소리는 땅 위에, 지붕 위에! 울적한 이 가슴에는 아, 비의 노래 소리여!   역겨운 내 맘 속에 까닭 없는 눈물 흐른다. 무엇, 배반은 없다고? 이 슬픔은 까닭 없는 것.   사랑도 미움도 없이 내 마음 왜 이다지 아픈지, 이유조차 모르는 일이 가장 괴로운 아픔인 것을!     하나님은 나에게 말씀하셨다 / 베를렌느          1 하나님은 나에게 말씀하셨다. "내 아들아, 나를 사랑하여 야 한다. 너는 보지 않는가? 창에 찔린 내 옆구리, 빛나며 피 흘리는 내 심장, 그리고 너의 죄로 무거운 내 아픈 팔을   그리고 내 두 손을! 그리고 너는 보지 않는가? 십자가와 못들과 담즙과 해면(海綿)1)을,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네게 육(肉)이 지배하는 이 괴로운 세상에서 내 살과 피, 내 말과 목소리만을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나 자신도 너를 죽기까지 사랑하지 않았던가? 오, 성부(聖父) 안의 내 형제여, 오, 성신(聖神)  가운데 내 아들이여 그리고 나는 기록된 바와 같이 고난을 받지 않았던가?   나는 너의 최후의 고뇌를 흐느껴 울지 않았던가? 그리고 나는 네가 밤마다 흘리는 땀을 흘리지 않았던가? 그런데 한심한 친구여, 그대는 내가 있는 곳을 찾고 있다고?                                                    1)십자가에 달린 예수가 목 마르다고 하자                                                                군사들은 담즙(혹은 초)로 적신 해면을                                                                그의 입에 갖다 대었다는 성경 구절을 말함.              8   아, 주님이시여, 어찌된 일입니까? 아아! 저는 지금 엄 청난 기쁨으로 온통 눈물에 젖어 여기 있습니다, 당신의 목소리는 저에게 기쁨과 동시에 고통을 줍니다. 그리고 악(惡)과 선(善)은 똑같이 저를 끄는 힘을 가졌습     니다.   저는 웃고, 웁니다. 주님의 목소리는 마치 무기를 들고 전장으로 나오라 부르는 나팔 소리와 같습니다. 저는 봅니다, 방패 위에 높이 실려가는 청백(靑白)의 천군 천사(天軍天使)들을 그러나 이 나팔 소리는 저를 자랑스러운 불안으로 이끌어 갑니다.   저는 당신이 저를 택하심에 황홀하여 또한 두렵습니다. 저는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관용을 압니다. 아! 얼마나 큰 노력이, 그러나 이 얼마나 뜨거운 열정(熱情) 입니까! 그리하여 저는   겸허한 기도에 가득 차 지금 여기 있습니다. 비록 이 크 나큰 심적 동요는 당신의 목소리가 저에게 알려 주신 소망을 아직은 혼동하 고 있어, 저는 떨면서 갈망하고 있습니다.     폴 베를렌느(1844~1896): 베를렌느의 생애는 추문으로 얼룩지고 비참과 불행으로 연속되었다. 한 마디로 의지라는 것이 결여되어 음주와 방랑과 본능적 충동에 휘말려 아내에게는 동성애로 인해 이혼 당하고, 두 번이나 감옥살이를 하였으며, 만년에는 가난과 병으로 계속 자선 병원의 신세를 져야만 했던 인생이었다. 그런데 이 추하게 생긴 용모와 난폭한 성격의 소유자이며 알콜 중독자인 그에게 이렇게 맑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시가 흘러나왔다는 것은 기이한 신의 배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폴 베를렌느는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 도시 메츠에서 출생하였다. 외아들로 부모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며 자라났다. 7세 때 부모와 함께 파리로 올라와 당시의 보나파르트 중고등 학교(지금의 콘돌세 중고등 학교)에 입학, 이를 졸업하고 바카로레아(대학 입학 자격 시험)도 합격하였다. 그러나 세상일에 별다른 야심이 없는 그는 대학 진학에는 뜻이 없어 얼마 후 그가 20세 되던 해 그의 아버지 친구의 주선으로 파리 시청의 하급 서기로 들어갔다.  그 후 7년 동안 보불 전쟁이 일어나 그가 그 자리를 물러나기까지, 그는 줄곧 같은 과, 같은 자리, 같은 책상에 앉아 매일 똑같은 일을 되풀이 했다. 그렇다고 불평하거나 전직을 생각한 적도 없었다. 그의 유일의 관심사, 유일의 노력은 마음이 내키면 시를 써 보는 일이었으며 유일의 즐거움은 퇴근 후 카페에 들러 압생트 술을 마시며 친구들과 문학과 세상일을 이야기하는 일이었다. 그의 음주벽은 이 때 이미 상당히 진전되어 그의 부모나 친구들도 걱정할 정도이었다.  그는 시청 재직시 2권의 시집인 과 를 자비로 출판하였다. 이 두 시집이 나왔을 때 위고를 비롯, 일부 문인들의 형식적인 찬사와 격려도 없지 않았으나 그의 진가를 알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870년 보불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 그는 마틸드 모테라는 16세 소녀를 만나 사랑하고 결혼했다. 비록 전쟁의 위험과 불행이 예견되었으나 이로써 베를렌느는 오랜 외로움과 무위 끝에 그의 생애에 밝은 햇빛이 비추는 듯했다. 이 아름다운 심경을 노래한 얄팍한 시집이 이다. 그러나 가정적 불행은 너무나 빨리 찾아왔다. 결혼한 지 1년도 못 되어 랭보라는 소년이 나타났다. 베를렌느 보다 10년이나 아래인 17세의 폭풍 같은 이 천재는 그를 삽시간에 정복하고 지배하였을 뿐 아니라 그의 신혼 가정을 산산이 부셔 버렸다. 드디어 베를렌느는 아내와 가정을 버리고 랭보와 함께 벨기에-영국 등지를 방랑하며 동거 생활을 한다. 그러나 이 두사람 사이에도 갈등이 생긴다. 부뤼셀에서 사소한 일로 베를렌느는 랭보에게 총을 쏘아 부상케 하여 벨기에의 몽스 감옥에서 2년 동안 옥고를 치르게 되었다.  1875년 1월 베를렌느는 어머니만이 홀로 기다리는 옥문을 나섰다. 그는 2년 동안의 옥중 생활로 참회하고 새사람이 되었다. 그는 감방에서 를 써서 아내 마틸드에게 용서를 구하고, 출옥하기 얼마 전에는 신비적인 체험을 통하여 열렬하고 눈물겨운 기독교인이 되었다. 그가 이로부터 훨씬 뒤에(1881) 출판한 시집 와 이외의 몇 편의 작품집은 이 때의 종교적 체험을 순수하고 솔직하게 담은 것이다.  감옥을 나온 그는 새사람이 되어 자기 힘으로 살기 위하여 파리를 떠나 그 후 몇 해 동안 영국과 벨기에의 시골 중학교의 교사로 초빙되어 프랑스어 또는 영어를 가르쳤다. 성실하고 모범적인 선생으로 학생들과 학부형에게 사랑과 존경도 받았다. 한때는 농부가 되어 농원을 일으키려고 노력도 하였다. 그러나 그의 결심도 노력도 허사였다. 그의 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던 사탄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어떤 사람은 그 이유로서 그가 내심 극진히 사랑하여 온 아내 마틸드가 그이 호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법적으로 헤어지게 된 사실을 든다. 여하튼 그는 다시 술을 마시게 되고 본능적 충동과 욕구가 그를 엄습해 그는 하루 아침에 모든 것을 버리고 파리로 올라왔다. 파리에서의 그의 생활은 비참 그것이었다. 팔리지 않는 원고를 들고 떨리는 한 손에 단장을 짚고 한 쪽 다리를 끌려 두 눈을 반쯤 감고 파리의 거리를 헤매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어려운 동안에도 시작(詩作)과 소설과 평론 등의 작품 활동은 계속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그의 시학(詩學)이 들어 있는 , 그리고 당시 문단에서 무시되거나 참다운 가치가 알려지지 않았던 코르비에르, 빌리에 드 릴르-아당, 말라르메, 랭보와 자기 등 불행한 시인들의 예술적 가치를 논한 그의 시론 은 문단에 큰 파문을 일으켰고 별로 알려지지 않고 잊혔던 이들 시인에 대한 새로운 검토가 활발하게 일어나게 되었다.  1886년, 그를 사랑하고 돕고 보살펴 주던 유일의 보호자인 그의 어머니도 죽었다. 이 헌신적인 어머니를 그는 한 해 전에 목을 졸라 죽게 할 뻔하여 1개월간 감옥살이를 했다. 이제 베를렌느는 혼자 살아가기 위해 더욱 많은 시. 소설, 수기, 잡문 등의 글을 써야 했다. 이 가운데는 그의 시 작품 가운데 걸작이라고 인정되는 "평행하여(1889)"도 들어 있다.  그가 50세가 된 만년에는 그의 시가 차츰 알려지고 젊은 시인들 특히 상징주의와 데카당(퇴페주의)파의 시인들 사이에서 그의 시에 대한 가치가 인정되고 이것은 또 그의 불행하고 파란 많은 생활과 겹쳐 그를 둘러싼 일종의 문학적 전설이 생겨났다. 이제 그는 카페나 병원으로 그를 찾는 많은 젊은 문인들에게 새로운 예술을 가르치는 시단의 소크라테스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이 젊은 문인들의 추대로 르콩트 드 릴르의 뒤를 이어 '시의 왕'으로 선출되기도 하였다.  1896년 그는 52세로 빈민굴의 하숙방에서 청부의 팔에 안겨 쓸쓸하게 죽었다. 그러나 그의 유해는 운집한 시인, 화가, 문인, 배우 등 그의 숭배자들에 둘러싸여 성대하게 바티뇰 묘지로 갔다.   감각 / 아르튀르 랭보     여름날 푸른 석양 녘에 나는 샛길을 걸어가리라. 밀 이삭에 찔리며 여린 풀을 밟으며 꿈꾸듯 가는 나는 산뜻한 풀잎들을 발에 느끼며 들 바람이 나의 맨머리를 씻게 하리라.   아무 말도 하지 않으리,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리 그러나 맘 속에 솟아오르는 끝없는 사랑 나는 가리라, 멀리 더 멀리 보헤미안처럼 자연 속을 여인과 함께 가듯 행복에 젖어.   *자연스런 이 짧은 시는 그의 초기의 것이며 특별한 설명이 필요없는 것이다. 이 시는 16세의 고등 학교 학생 랭보가 당시 그보다 30세나 위이며 시단의 중견인 방빌에게 보낸 편지 속에 들어 있었다. 그가 늘 좋아하며 마음껏 걸어다니던 들판을 생각하며 쓴 것일까? 혹은 모든 것을 버리고 어디론가 가버리고 싶은 마음의 충동을 느끼며 쓴 것일까? 여하튼 "나는 가리라 멀리 더 멀리"에서 방랑자 랭보의 앞날이 나타나 있다.  우리 나라의 시인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한 구절이 생각나는 시이다.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모음(母音)들 / 아르튀르 랭보     A 검정색, E 백색, I 빨강색, U 초록색, O 파랑색; 모    음들이여, 나는 언젠가 너희들의 은밀한 탄생을 말하리라; A, 코를 찌르는 악취 주변에서 잉잉대는 빤짝거리는 파리 떼들의 털난 검은 조끼,   어둠의 만(灣);E, 안개와 텐트의 순진무구함, 오연(傲然)한 빙산(氷山)의 창(槍), 백발의 왕(王), 산형    화(繖形花)의 떨림; I, 붉은 색의 옷, 토한 피, 분노 가운데 아름다운 입술에서 나오는 웃음 또는 참회의 도취; U, 천체(天體)의 순환, 녹색 바다의 신비로운 진동 가축들이 널려 있는 목장의 평화, 넓은 학구적인 이마 위에 연금술이 새겨 놓은 주름살의 평화로움!   O, 이상한, 날카로운 소리로 가득 찬 최후의 나팔 온 세상과 천군천사가 지나간 뒤의 침묵; -오, 오메가, 그녀의 눈의 보라색 광채여!   * 이 시는 비평가, 문학사가 들로 하여금 그 설명에 가장 많은 잉크를 쏟게 하였고 지금도 논란과 다른 의견의 대상이 될리만큼 유명하다. 이미 보들레는 향기와 소리와 빛깔이 서로 응답하는 세계를 예견한 바 있는데 랭 보는 이를 좀더 철저하게 조직적으로 탐구하고 실천한 점에 특색이 있다. 어떻게 랭보가 글자(모음 들)에서 빛 깔을 느끼게 되었는가에 대하여서도 여러 가지 연구와 설명이 있다. 보들레르의 '조응(照應) 이론' 외에도 그가 유년 시절 글자를 배울 때 색칠한 알파베트를 즐겨 본 기억이 무위식적으로 잠재해 있었다든가, 신체적 공감설, 신비설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랭보는 우리들의 여러 감관(感官)이 파악하는 현상 뒤에 통일되고 서로 호응하며 어떠한 감관에도 파악될 수 있는 어떤 절대적인 실재를 믿었던 것 같다. 그리고 감 각의 조직적 착란과 의식적 환각 상태의 유지로서 이러한 세계를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좋은 보기이다.  그러나 그의 기도나 목적을 떠나서 생각하더라도 이 시는 그 놀라운 연상력, 대담한 상상, 강렬한 인상과 환상 이 뒤섞인 특이한 시이다.     새벽 / 아르튀르 랭보   나는 여름 새벽을 가슴에 끌어 안았다.   궁전(宮殿)의 앞쪽은 아직 아무 기척 없이 고요했 다. 물도 죽은 듯 했다. 어둠의 진영(陳營)은 숲속의 길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나는 생생하고 따스한 공기를 깨우며 걸어갔다. 이슬 보석들이 쳐다보았다. 그리고 밤의 날개 들은 소리 없이 일어났다.   나의 첫 사업은 이미 신선하고 푸른빛으로 가득 찬 오 솔길에서 나에게 자기 이름을 일러 주는 한 송이의 꽃을 만난 일이었다.   나는 전나무 사이로 머리칼을 풀어 헤치고 떨어지는 금발의 폭포에게 웃음지었다. 나는 은빛 나뭇가지 끝에 서 여신(女神)을 알아보았다.   그러자 나는 여신의 베일을 하나하나 벗겼다. 길 에서는 팔을 흔들어 대며, 들판에서는 수탉에게 그녀를 밀고(密告)했다. 그녀는 큰 도시의 종각들과 둥근 지붕 사이로 도망쳤다. 나는 거지처럼 대리석 부둣가를 달려 가며 그녀의 뒤를 쫓았다.   월계수 숲 근처의 언덕길 높은 곳에서 나는 주어 모은 그녀의 베일로 그녀의 몸을 감쌌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방 대한 육체를 약간 느꼈다. 새벽과 어린아이는 숲 아래로 쓰러졌다.   깨어 보니 대낮이었다.   *시집
28    프랑스 명시선 ( 1 ) 댓글:  조회:2868  추천:0  2017-08-09
프랑스 명시선   1. 프랑스와 비용(1431~1463)   대유언서(발췌)   26. 아, 하나님, 어리석었던 젊은 시절 공부 열심히 하고 조신했다면 집과 포근한 잠자리가 있었을 것을 헌데, 오호라, 나는 악동(惡童)마냥 학교에서 도망질쳤지. 이런 글 적는 나의 가슴 찢어질 듯하구나   35. 어릴 적부터 나는 가난했다 돈 없고 미천한 집 태생으로 나의 아버지는 별 재산이 없었고 오라스라 불린 그의 아버지도 가난뱅이 가난은 우리 집 모두의 뒤를 쫓아다녔다 나의 조상들의 무덤 위에는 신이여, 그들의 영혼을 보살펴 주소서! 면류관도 왕홀(王笏)도 볼 수 없었소.   36. 가난을 한탄할 적마다 나의 속마음은 자주 나에게 타이른다 "이 사람, 그리 슬퍼하지 말게 그런 설움 또한 나타내지도 말게! 자네는 자크 커르 영감만큼 돈이 많지 않지만 가난하고 껄끄러운 옷을 걸치고라도 살아 있는 편이 생전에 고관이었다가 지금 호사스런 무덤 속에 썩고 있는 것보다는 낫네."   37 고관이었던 것보다 낫다구! 이 무슨 말인가? 이제는 오호라! 이미 대감이 아니란 말인가? 다윗의 말에 의하면 "영혼이 거하던 처소를 영영 알지 못하리라" 했으니까 이 이상 이 문제를 거론치 않으리라 그것은 죄인인 내가 관여할 바 아니므로 나는 이것을 종교가들에게 맡긴다. 바로 이런 일는 설교가들의 직책이니까.   38 곰곰이 자신을 생각해 보아라 나는 별이나 천체(天體)로 장식된 면류관을 쓴 천사의 아들이 아니다. 나의 아버지는 죽었고 하나님의 그의 영혼을 거두었으며 그의 육신은 무덤 돌 아래 누워 있소 나는 나의 어머니가 멀잖아 죽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고 불쌍한 어머니도 그것을 잘 알고 있소 그리고 그의 아들도 오래 남아 있지 않으리라는 것을   50 미남 파리스도 미녀 헬레네도 죽었다 누구나 죽는다, 죽어도 고통스럽게 죽는다 숨통이 꽉 막혀 죽는다 쓸개즙은 염통에서 터지고 그리고 땀을 흘린다. 끔찍한 땀을! 그러나 아무도 그의 고통을 덜지 못한다. 이 때 그를 대신하고자 하는 자식도 형제도 누이도 없기 때문이다.   51 죽음을 그를 떨게 하고 창백하게 만든다 코는 비뚤어지고 핏줄은 뻣뻣해지며 목은 부어오르고 살은 흐늘거리며 뼈마디와 신경줄은 늘어나고 벌려진다. 그토록 보드랍고 매끄럽고 향기로운 그토록 귀중한 여인의 육체여, 그대도 이러한 고통을 맞이하여야 하는가? 그렇소, 그렇지 않으면 살아서 천당으로 곧장 가야지.     왕년의 미녀의 노래   말해다오 어드메 어느 땅에 있는가! 아리따운 로마의 유녀(遊女) 플로라는, 아키피아드는, 그리고 그녀의 사촌동생 타이스는, 강물 위나 연못 위에서 소리나면 응답하던 그 에코는? 가히 초인간적인 미모를 지녔던 이 요정은? 그런데 지금은 어디 갔나 지난 해의 눈(雪)은?   어디 있는가 저 슬기롭던 엘로이즈는, 그녀로 인해 피에르 아벨라르는 거세되어 생-드니 수도사가 되었지 그의 고난도 결국 그의 사랑 때문 또한 어디 있는가? 뷔리당을 자루에 넣어 세느 강 속에 던지게 한 여왕은? 그런데 지금은 어디 갔나 지난 해의 눈은?   인어(人魚) 시렌느의 목소리로 노래하고 백합같이 희었던 블랑시 황후 발이 큰 배르트 태후, 그리고 비에트리스, 알리스 멘느 주를 다스렸던 아랑뷔르지스 백작 부인 그리고, 영국 군사들이 루앙에서 불태워 죽인 로넨느의 착한 처녀 쟌 다르크는 그녀들 지금 어디? 어디에? 성모 마리아시여! 그런데 지금은 어디 갔나 지난 해의 눈은? 님이시여, 그 미녀들 지금 어디 있는지 이 해에도 다음 해에도 묻지 마시오 그런데 지금 어디 갔나 지난 해의 눈은?     비용의 묘비명(墓碑銘)      비용이 교수형 집행을 기다리는 그의 동료들과      자신을 위하여 쓴 발라드 형식의 묘비명.   우리 죽은 뒤 살아갈 형제들이여 우리에게 냉혹한 마음 품지 말라 차라리 그대들 우리를 불쌍히 여길 때 신께선 곧 당신들에게 자비를 베푸시리라 보라, 여기 우리들 다섯 여섯씩 목매달려 포식(飽食)으로 길러 온 육체는 이미 오래 전에 뜯어지고 썩어지고 우리들의 해골들은 흙이 되어 간다 아무도 우리들의 비운을 비웃지 말라 다만 신께 구하라 우리 모두의 죄를 용서해 줄 것을!   우리 비록 법으로 처형된 몸이나 그대들을 형제라 부름을 탓하지 말라 인간이 모두 옳은 생각만을 가질 수 없는 일 이는 그대들도 알고 있다 이미 우리는 죽은 몸이니 용서하고 성모 마리아의 아들께 기도드리라 우리에게 내리는 그의 은총이 마르지 않고 지옥의 불길에서 우리를 지켜 주도록 우리는 죽은 몸 누구도 우리를 괴롭히지 말고 다만 신께 구하라 우리 모두의 죄를 사해 줄 것을!   빗물은 우리를 적셔 씻겨 내고 햇빛은 우리를 말려 검게 태운다 까치와 까마귀는 우리들의 눈을 파내고 수염과 눈썹을 쪼아 낸다 우린 잠시도 쉴 때가 없다. 바람 부는 대로 이리저리 한없이 흔들리며 새 쪼아 먹은 몸은 골무보다 더 험상궂다 그러므로 행여 우리 같은 신세 되지 말고 다만 신께 구하라 우리 모두의 죄를 사해 줄 것을!   만백성을 주관하시는 왕자 예수시여, 지옥의 권세에 들지 않도록 우리를 지켜주시고 그 곳에서 할 일도 갚을 것도 없게 하소서 사람들이여 이 일은 절대 비웃을 일이 아니니 다만 신께 구하라 우리 모두의 죄를 사해 줄 것을!     프랑스와 비용: 1431년 말이나 1432년 초에 파리 태생으로 되어 있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라다가 '성 베네디트' 교파의 기욤 드 비용이라는 신부집에 맡겨졌는데 비용이란 이름도 그가 기른 이 신부의 이름을 딴 것이다. 1452년 당시 소르본느 대학 문학부에서 문학 석사 학위를 얻었다. 그대로 나갔으면 그의 서사시에 있듯이 교직자로서 좋은 자리와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때부터 그의 난폭한 성질이 드러나 젊은 혈기와 더불어 위험한 장난, 패싸움, 도박, 그리고 민중 봉기에 가담하였다. 당시에는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 전쟁 직후로서 강토는 황페해지고 도처에 도적과 살인과 방화가 잇달아 민심이 흉흉하던 때이고 당시의 학생이란 일종의 부랑자. 불한당이 많았으므로 비용도 이 때까지는 이런 부류에 속하였다. 1455년 어느 여름 저녁, 비용은 여자 문제로 인한 사소한 싸움 끝에 세르모아즈라는 신부를 돌로 쳐서 숨지게 했다. 이 사건 후 비용은 자취를 감추었다가 다음 해 그에 대한 사면장(赦免狀)이 나오자 파리로 되돌아왔다.그런데 그 해 12월 나바르 대학의 금고를 깨드리고 그 속에 든 돈자루를 훔쳐 간 도난 사건이 일어났다. 비용은 이 사건 며칠 뒤 파리에서 이라는 작은 책자를 하나 써 내놓고 앙제르로 떠난다. 이 책에서 그가 파리를 떠나는 이유는 자기의 사랑을 배반한 한 여자에 대한 원한을 잊기 위하여, 그의 말을 빌면  "사랑이라는 감옥의 쇠사슬을 끊기 위하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나바르 대학의 도난 사건은 범인들이 붙잡히고 그 중 하나가 자백하여 비용이 일당 5명 중의 하나라는 것이 드러났다. 비용은 도난당한 금화 120 에퀴의 변상을 조건으로 파리로부터 추방령을 받았다. 이로 미루어보아 이란 책자는 결국 자기의 범죄를 은페하려는 데 목적이 있어 보이나 이 시집 속에는 그의 시인으로서의 기질과 재질이 마음껏 발휘되어 웃음과 눈물과 야유와 풍자가 교차하는 주옥 같은 시가 많이 들어 있다.  추방령을 받은 이후부터 그의 신세는 완전한 부랑자, 거지가 되어 앙제르, 부르지 블르와 등지를 전전한다. 블르와에서는 한때 시인 왕족 샤롤르 도를레앙의 식객이 되기도 하였다. 그 후 그의 행방은 묘연하여졌는데 사건 후 5 년이 지난 1461년 그가 다시 묑-쉬르-르와르 감옥에 갇혀 있었던 것이 기록에 나타나 있다. 그 지방 주교의 명으로 투옥되었는데 그 근처에서 일어난 절도 살인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마침 이때에 왕위에 오른 루이 11세가 묑 근처를 방문했을 때 모든 죄수에게 사면령을 내리게 되어 비용은 풀려나 다시 파리로 돌아오게 된다. 그의 나이 겨우 30세이나 그 동안 겪은 가난과 고생과 방랑과 감옥살이로 심신이 모두 병들어 있었다. 이제 죽음의 예감도 깊이 들었던지 그는 그의 생활을 총람하는 을 썼다. 이는 그의 대표작이다.  이 시집도 과 같이 자기를 미워하는 자는 은혜를 베푼 사람들에게 논공행상(論功行賞)을 하고 있다. 자기를 감옥에 보낸 디보 도시니 주교에게는 무서운 저주를 퍼붓고 자기를 사면해 준 루이 11세에게는 감사를 드리고 있다. 그러나 유언이나 유품 분배는 하나의 구실에 불과하고 그는 이 가운데 자신의 생을, 후회를, 소망을 이 세상에 대한 분노와 조소를 강렬하게 토로하고 있다. 그리고 아무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의 공포와 더불어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여 신의 자비를 빌고 있다. 한 마디로 비용은 이 가운데 그 자신을 투사함으로서 인간의 모든 것, 그의 약점과 죄악, 그의 사랑과 즐거움, 그의 소망과 믿음, 인생의 무상, 죽음의 가혹함 등을 꾸밈없이 성실하게 또한 감동적으로 보여 준다.  비용의 불행과 불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음 해 또 다시 우연한 패싸움에 끼어 들어 샤를레 감옥에 투옥된다. 전과자로 가중되어 교수형의 선고를 받는다. 비용은 당신의 최고 재판소에 탄원서를 내어 겨우 사형은 면했으나 10년 동안 파리 입성을 금하는 추방령을 받았다.  이후부터 그의 이름은 역사상의 기록이나 사람의 입에서 영영 사라진다. 영국에 가서 살았다고도 하고 프와투에서 신비극을 쓰고 또 상연했다는 말이 있으나 확인할 수 없다. 회개하고 새로운 사람이 된 비용을 상상할 수도 있으나 그것을 뒷받침할 근거는 전혀 없다. 병과 가난으로 불쌍하게 죽었다는 것이 가장 가능성이 많다.     2, 피에르 드 롱사르(1524~1585)     님에게 꽃다발 보내오니 (마리에게 바치는 소네트)   활짝 핀 이 꽃들 꽃다발로 손수 엮어 님께 지금 보내오니 이 꽃들 이 저녁에 따지 않으면 내일이면 땅 위에 떨어지리.   이는 그대에게 분명한 교훈되오 그대 미모 지금 한창 꽃핀 듯 화려하나 멀지 않아 시들어져 떨어지오 홀연히 사라지는 낙화(落花)와 같이.   님이여, 세월은 가고 자꾸만 가오 아니, 가는 것은 세월 아닌 우리들 인생 멀지 않아 우리들도 북망산 아래 누우리다.   우리들이 이야기하는 이 사랑도 우리 사후(死後) 말하는 사람 없으리다 그러니 그대 모습 아름다운 지금 이 내 몸 사랑해 주오.     늙어짐 (엘렌드에게 바치는 소네트)     그대 늙어 저녁 촛불 아래, 불가에 앉아 실 뽑고 감을 때, 나의 노래 읊으며 감탄하듯 말하리라: "롱사르는 내 아름다운 시절 날 찬미했었지."   이 때 일에  지쳐 반쯤 잠든 그대 시녀들도 이 소식 듣고, 불멸의 찬사로 그대 이름 축복한 나의 이름 소리에 깨어나지 않는 자 없으리라.   이미 나는 황천(黃川)에 내려 뼈 없는 망혼(亡魂)이 되어 도금양(挑金孃) 그늘 아래 몸을 쉴 때 그대는 난롯가 쭈그린 노파되어,   나의 사랑과 이를 뿌리친 그대 교만을 뉘우치리라. 진정 그대에게 말하노니 오늘을 사시오  내일을 기다리지    말고: 꺽으시오 이 날부터 인생의 장미꽃을     최후의 시     이제 뼈만 앙상한 내 몸은 해골과 같아 살은 빠지고 힘줄은 늘어지고 근육은 물러나고 바싹 마른    몸에 죽음의 화살은 가차 없이 날아와 박혔네 몸이 떨려 차마 내 팔을 바라볼 수도 없구나.   아폴론과 그 아들, 두 위대한 명의(名醫)도 내 병은 고칠 수 없어 그들의 의술도 내겐 소용 없겠지 잘 있거라, 즐거운 태양아! 나의 눈은 벌써 가려져 간다. 내 몸은 아래로 내려간다 만물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곳으로.   어느 친구가 이 앙상한 모습 보고 자리에 누운 나를 위로하고 내 얼굴에 입맞추고 죽음으로 잠들어 가는 내 눈을 닦아 주며   슬프고 눈물 괸 눈으로 돌아가지 않겠는가? 잘 있게나, 나의 동무들! 잘 있게나 나의 친구들! 내가 먼저 가서 자네들 자리 미리 준비하겠네     피에르 드 롱사르(1524~1585)    16세기에 들어서면 유럽에 르네상스라는 새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그 진원지는 이탈리아.  프랑스에서는 프랑스와 1세가 즉위한 다음(1515) 이탈리아로부터 많은 예술품들과 예술가, 학자들을 데려와 새로운 학문과 예술을 널리 퍼지게 한다. 프랑스와 1세도 퐁텐느블로나 르와르  강변에 많은 아름다운 이탈리아 식 궁성을 지어 그 안에서 연극, 무도회, 음악회 등을 열어 생의 즐거움을 구가함으로써 르네상스의 꽃을 피우게 된다.  롱사르는 이 시절에 생을 즐긴 사람이다. 시골 귀족 가문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12살 때 프랑스와 1세의 블르와 왕국에 시동(侍童)으로 들어가 장래에는 군인이나 외교관이 되고자 하였다. 그러나 얼마 안 되어 중병을 앓은 끝에 반귀머거리가 되어 그의 꿈은 깨지고 말았다. 그는  그 대신 문필로 후세에 이름을 남기기로 결심하고 시골로 돌아가 고대 문학을 열심히 공부했다. 계속하여 파리에 올라와 당대의 석학 도라(Dorat)의 지도 아래 약 5년간 고대 문학 특히 그리스 시인들의 작품을 모방한 시를 썼으나 차츰 독창적이며 순수하고 서정적인 시를 쓰게 되었다. 그가 16세 되던 해부터 30대 전반에 이르기까지 그의 시작은 절정에 이르렀으며 그의 이름은 궁중과 시단에서 유명하여졌고 그의 시집은 계속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는 당대의 유명한 시인 6명과 더불어 라는 시파(詩派)를 조직하여 프랑스의 언어와 시를 더욱 세련되고 우아하게 만드는 데 공헌하기도 했다. 이로써 그는 당대의 버질(Virgil)이라는 평을 들었으며 자타가 공인하는 시의 왕자가 되었다.  그의 행운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앙리 2세는 그를 궁중 시인으로 임명했다. 비록 그의 공식적인 임무는 미사 때 왕에게 성수(聖水)를 떠 바치고 왕이 무릎을 꿇을 때 방석을 펴는 일이었으나 그의 주된 직책은 왕실에서 거행되는 모든 축제 행사를 주관하는 일이었다. 공이 있는 궁신이나 신하들의 찬사를 시로 쓰고 중요한 서한, 사랑의 편지도 대필하기도 했다. 이것은 그에게 명예와 더불어 큰 재산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특히 이름 난 미인들에게 큰 인기가 있었다. 그 까닭은 그의 시 속에 한번 음미되면 그녀의 이름과 재덕과 미모는 영원불멸하게 되기 때문이다.  성품이 관대하고 우아하고 때로 용감하기도 한 그는 역대 왕의 총애를 받았고 왕실 귀현과 숙녀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영광과 행복 속에 살았다. 그러나 롱사르는 사랑의 시인만은 아니었다. 16세기 후반 프랑스가 신구 종교의 싸움으로 두 쪽으로 갈라져 싸운 내란 시절, 그는 위험을 무릎쓰고 이 싸움에 가담하였다. 처음에는 양파의 잘못을 지적하며 관용과 국민적 단합을 호소했고 이에 실패하자 카톨릭 편에 서서 문필로써 싸웠다. 이라는 3부작이 그것으로 그 논조는 당당하고 성실하여 반대파로부터도 존경과 공감을 얻었다고 한다.  51세로 왕실 시인의 자리를 물러나 시골에서 은퇴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지병인 통풍의 심한 고통 가운데서도 계속 시를 쓰고 작품 퇴고를 쉬지 않았다. 유명한 등은 이 시절의 것이다.  그는 61세를 일기로 세상을 하직하였는데 그의 장례식은 죽은 지 2개월 뒤 파리에서 일찌기 볼 수 없을 만큼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그런데 이 풍부하고 다양하고 아름다운 그의 노래들이 그후 200년 동안 전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묻혀 있었던 일은 문학사상 기이하고도 불행한 일이었다.  이는 그리스 로마 문학을 모델로 한 그의 작품에 대한 말레르브,브왈 등 국수파의 반발이었으며, 조화, 명확, 규칙을 금과옥조로 하는 이들이 롱사르의 독창성, 서정성과 감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까닭이다. 석학 아르노르 같은 사람도 '롱사르의 한심스러운 시'라고 할 정도였다. 19세기의 낭만파 문학이 일어날 때야 비로소 그의 진가가 알려졌는데 이에는 특히 당대의 비평가 생트-뵈브의 역할이 컸다. 그 후부터는 문학파마다 롱사르를 자기파의 선구자로 삼으려고 할 정도였다.   죽음과 나무꾼 /장 드 라 퐁넨느     불쌍한 나무꾼 하나 온통 나뭇가지에 뒤덮여 나뭇짐과 쌓인 나이 아래 짓눌려 끙끙거리며 굽은 허리에 무거운 발걸음으로 연기에 그을린 오두초막집으로 돌아가는 중 드디어 힘이 빠지고 고통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나뭇짐을 내려 놓고 제 가엾은 신세를 곰곰이 생각한다.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무슨 낙이 있었나? 둥근 땅덩이 위에 나보다 더 가련한 인생 있을까? 뻑하면 식량이 떨어지고 한시도 쉴 새가 없다 여편네와 자식들 병사들과 세금   빚장이와 부역(賦役)으로 나야말로 불쌍한 인간의 완전한 본보기가 아닌가 나무꾼은 죽음을 부른다. 죽음은 지체 없이 대령한다.   그에게 무엇을 해 드릴까 묻는다.   "할 일이란" 그는 말한다. "나를 도와 이 짐을 다시 지워 주시오 당신이면 금방 하리다"     죽음은 와서 모든 고통을 덜어 준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있는 곳에서 꼼짝 말자   죽기보다는 괴로운 게 낫지   이것이 인간이 만들어 낸 표어(標語).     이리와 개 / 장 드 라 퐁넨느     이리 선생 한 분 피골(皮骨)이 상접하게 되었는데   이는 견공(犬公)들이 그만큼 집을 잘 지킨 까닭, 이리 선생이 우연히 힘 세고 잘생긴 맹견 하나를 만났지요. 살이 오르고 털에 윤기가 나는 이 맹견은 잠깐 실수로 길   을 잃었던 것, 달려들어 갈기갈기 찢는 것은 이리 선생의 간절히 바라는 것이나 그러자면 일전(一戰)을 각오해야 하며 이 맹견 모양을 보아 하니 일대 방어전을 벌일 성 싶다.     그러므로 이리 선생 겸손히 견공 가까이 가 말을 건네고 살이 보기 좋게 쪄서 부럽다고      찬사을 한바탕, 견공 대답하길      "나같이 살 오르기가 소원이시라면 그야 다만 선생 마음 먹기에 달린 일 숲을 떠나시요 그게 좋으리다 선생의 그 곳 동료들의 신세는 말이 아닙니다. 불쌍하고 가엾은 거지 신세들 굶어 죽기에 꼭 알맞은 형편이죠 그 이유야 뻔하죠,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있나, 거저 얻 어 먹는 밥이 있나, 모든 것은 목숨 걸고 싸워야 하니까요. 날 따라오시오. 훨씬 신세가 편하게 되리다" 이리 선생이 말한다 "그럼, 나는 무얼 하면 되겠소?" "별로 하는 일 없지요,"라는 견공 대답. "몽둥이 든 자나 거지들은 쫓아 내고 집안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고 주인에게는 맘에 들게 꼬리를 흔들면 당신의 보수는 갖가지 푸짐한 상물림 병아리 뼈에다 비둘기 뼈 주인의 애무는 말할 것도 없고" 이리 선생, 이미 고져친 팔자를 머리에 그리며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길을 가다가 문득 견공의 목덜미에 털 빠진 자국을 보고 이리 선생이 묻기를 "이게 뭐요?" - "아무것도 아니요" - "아무것도 아니라니, 뭐요?" "대수롭지 않을 일" - "그렇지만 좀 압시다" - "선생이 보신 건 아마 나를 잡아 매었던 끈 자국인가 보오" - "잡아 매다니" 이리 선생의 말: 그럼 댁은 가고 싶은 곳에 달려갈 수 없단 말이요? - 견 공: "그럴 때도 있지만 그게 뭐 대수롭소?" - 대수롭다마다요, 그 값을 치른다면 귀댁의 고량진미도 난 원치 않고 금은보화를 준다 해도 난 원치 않소 이 말 끝내자 이리 선생 출행랑을 칩니다. 지금도 달립니다.     토끼와 개구리들 / 장 드 라 퐁넨드     토끼 생원 제 굴 속에서 몽상에 골똘합니다. (하기야 굴 속에서 몽상 외에 별 할 일이 없지만) 이 토끼 생원 깊은 수심 속에 빠져 있습니다. 이 짐승는 원래 심란한 성질인데다 겁이 많아 스스로를 괴롭힙니다. "겁 많게 태어난 사람들은 정말 불행하지" 하고 한탄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몸에 이롭다는 음식을 먹을 수가 있나 맘 놓고 즐길 수가 있나 항상 전전긍긍합니다. 이것이 내가 사는 생활: 이 고약한 겁 때문에 나는 눈뜨고 잘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고치시오"라고 어떤 머리 좋은 사람이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겁이라는 게 고쳐지는 겁니까?" 그런데 사실은 인간들도 나처럼 겁장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토끼씨는 추리합니다 이 동안에도 그는 주위를 살핍니다. 그에게는 모든 것이 수상하고 불안합니다. 한 줄기 바람 한낱 그림자 하챦은 모든 것들이 열을 오르게 합니다. 이 우울한 동물이 이런 생각에 골몰할 때 어디서 바스락 소리, 이는 그에게 자기 굴 쪽으로 도망치라는 신호 달려가다 연못가를 지나갑니다 갑자기 개구리들 저마다 물 속으로 뛰어듭니다 그들도 그들의 깊은 토굴 속으로 되돌아갑니다 아니! 토끼 군이 말합니다. 나도 남이 나한테 하듯 남에게 할 수 있다고! 나의 출현이 또한 사람들을 무섭게 만든다고! 온 진지(陳地)에 비상사태를 편다고! 도대체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나한테 생기는가? 아아! 내 앞에서 벌벌 떠는 동물들도 있다니! 나야말로 그들에겐 용맹 장군 아닌가! 알았다. 이 세상에는 아무리 겁장이라도 그보다 더한 겁장이가 있구나!   장 드라 퐁넨느: 프랑스의 어느 작가가 라 퐁넨느를 가리켜 비도덕적인 모랄리스트이며 아마추어 시인이지만 가장 완벽한 시를 쓴, 그의 우화 속에 나오는 동화적인 인물이라고 평하였다. 그는 본의 아니게 프랑스의 태양왕 루시 14세 치하의 기라성 같은 문인 중의 하나가 되었으며 현재까지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고 애독하는 시인이 되었다.  그는 명예나 지위에 대한 욕망이라든가, 이해타산, 남의 평판 같은 데는 전혀 관심이 없는 비실제적인 사람이었다.  고향에서 아버지가 물려준 유력한 산림관(山林官) 자리도, 그가 공부한 변호사 자리도, 성직자 자리도 마다하고 시골에서 유유자적, 산책과 명상과 책 보는 일만 즐겼다. 그가 26세 때 아버지가 결혼을 시켰고 부인과의 사이에 어린 자식도 있었으나 그는 35세 때 홀연히 가정을 버리고 단신 파리로 올라와 버렸다. 이 일로 인하여 당시는 물론 후세에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무책임한 사람으로 비난을 받았으나 본인은 별 잘못을 느끼지 않는 듯 했다.  반면 그의 아이 같은 청순한 마음과 아무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정신은 많은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아, 아무 밑천이나 준비 없이 파리에 와서 이후 일생 동안 당시의 유명한 고관과 귀부인들의 보호와 총애 밑에 살았다. 그렇다고 그들의 식객이나 종자로서 도움을 받은 것이 아니라 그의 순수한 인간성과 재질로 인해 그들의 애정과 존경을 받았다. 또한 라 퐁텐느로서도 이들에 대하여서는 끝까지 애정과 의리를 저버리지 않았고 때로는 신변의 위험이나 고난을 무릎쓰고 이들의 안위나 명예를 위하여 진력한 용기있는 사람이기도 하였다. 또 당시의 유명한 문인과도 친교를 맺어 라신느, 몰리에르, 브왈로와는 평생 변치 않는 우정을 가졌다. 이렇게 보호자와 친구들 사이에 태평스럽게 지내며 기회 있는 대로 여러 내용과 형식의 작품을 생각나는 대로 썼으며 친구들의 주선으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이 되기도 했다.(1684).  대기(大器)는 만성(晩成)이라고 그의 시재(詩才)는 상당히 느리게 성장하여 그의 이름을 후세에 길이 빛나게 한 그의 작품, 즉 우화 제1집이 나온 것은 그가 47세 때였다. 그 후 다시 10년 뒤인 57세 때에 제2집이, 그리고 마지막 편인 제3집이 나온 것은 그가 74세의 나이로 죽기 1년 전의 일이다. 그러므로 그의 우화집은 장장 27년 동안 씌어졌고 출판된 것이다. 그러나 이 한 권의 우화집은 그의 이름과 함께 프랑스 문학에서 영원히 남게 될 걸작이다.  그의 만년은 그의 보호자이던 사블리에르 부인이 죽자 데르바르 부인의 초청을 받아 그녀의 저택에서 인생의 모든 영예와 행복을 즐기며 지내다 1695년 74세로 생을 마쳤다.  그의 작품을 떠난 개인적 생활은 일생을 권세가나 귀부인 비호 아래 살아가며 인생의 목적이나 책임을 모르고 일종의 향락주의자의 무위도식의 생활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도 스스로 이것을 느끼고 있었던 모양으로 "어느 게으름뱅의의 묘비명"이란 제목으로 일종의 자기 묘비명을 썼다.     쟝은 밑천과 수입을 모두 까먹고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갔노라.   그의 소용 없는 것을 보물인 양 간직했었다.   시간만은 잘 쓸 줄 알았는데   두 부분으로 나누어 한 쪽은 잠자는 데   또 한 쪽은 무위(無爲)에 썼다.    그러나 이러한 묘비명은 다분히 자조적이며 유머러스한 것으로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도리어 권문대가의 비호 아래 살면서도 그의 마음 속에서는 사회적 양심이 잠자지 않고 있었으며 만사에 흥미와 열의가 없는 그의 태도 속에서도 관찰의 눈은 쉬지 않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는 17세기 프랑스 귀족 사회의 가식, 불의, 모순을 모르지 않았으며, 인간성의 비굴, 허위, 간교 등을 너무나 생생히 보았고 느껴 왔고 겪어 왔다. 다만 그는 이러한 자신의 관찰이나 생각을 공공연히 직접적으로 나타내려고 하지 않았다.(시대가 그것을 용인하지 않았고 그에게 그러한 정열도 없었다.)따라서 그는 간접적이며 우회적인 표현을 통하여 그의 사상이나 인생관, 철학을 나타내려고 하였다. 이 우회적인 표현 수단이 바로 '우화'였다고 할 수 있다.   네에레 / 앙드레 셰니에     그러나 아름다운 백조가 죽음 앞에 마지막으로 탄식하며 그 부드러운 목소리로, 곧 끊어져 버릴 그의 목소리로 떠나기 전, 인생에 이별을 고하며 노래하듯 그녀는 슬픔과 죽음이 가득 찬 눈에 창백한 모습으로 최후의 힘을 다하여 입을 열었다: "아아, 그대들 세베투스 강을 배회하는 나이아테스의 요   정들이여 나의 무덤 위에 그대들의 금발의 머릿단을 잘라 주어요. 잘 있어요, 나의 클리니아스; 그대의 마음에 들었고 그대를 사랑한 나를 그대는 다시 보지 못할 거요. 오오, 하늘이여, 오오, 땅이여, 오오, 바다여, 들과 산과   바닷가여, 꽃밭, 노래하는 숲, 골짜기와 험난한 동굴이여 그로 하여금 자주, 그로 하여금 항상 기억켸 하라 네에레, 그의 모든 행복, 네에레 그의 모든 사랑 오오라, 그가 나의 네에레라고 부른 이 네에레는 그를 위하여 죄인되어 어머니를 버렸고 그를 위하여 도망질치며 이곳 저곳으로 헤매었고 사람들의 눈앞에 차마 얼굴도 들지 못하였지요. 오오! 헬레네의 두 형제의 깨끗한 별이 그대의 뱃전 아래 이오니아의 파도를 잔잔케 하거나 페스툼 해안가의 그대의 정원이 그대의 정성스런 손길 아래 해마다 두 차례씩, 장미꽃으   로 덮일 때 석양에 그대 마음 외로와져 조용하고 부드러운 명상에 빠지면 그러면, 나의 클니아스여, 나를, 나를 불러요, 나는 오리다, 나는 그대에게 날아오리다. 떠다니는 내 영혼은 나뭇잎새들을 지나오면서 떨 것입니다, 바람 위에 혹은 어떤 구름 위에 그대는 보리다, 내 영혼이 내려오는 것을, 혹은 바다 한   가운데서 꿈과 같이 솟아올라 공중 속에서 빛나는 것을 그리고 언제나 부드럽고, 다정하나 한 맺힌 내 목소리는 떠나가며 그대의 기울인 귓전을 스칠 것이외다."     젊은 여수(女囚) / 앙드레 셰니에     "새로 돋은 이삭은 낫의 방해를 받지 않고 익어 가며; 포도알들은 압착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여름내   달콤한 새벽의 선물을 마신다; 포도처럼 아름답고 이삭처럼 영롱한 나는 아무리, 지금 이 시간 불안과 슬픔이 있다 해도   아직 죽고 싶지는 않다.   냉정하게 죽음을 찾아가는 냉혈한도 있으리라 그러나 나는 울며 또 바란다, 모진 폭풍이 불면   나는 머리를 숙였다 다시 든다. 괴로운 날들이 있으면 지극히 행복된 날들도 있는 법! 아아, 쓴 뒷맛 안 남기는 꿀이 어디 있었으며   폭풍이 불지 않는 바다 있었던가?   무성한 몽상이 나의 가슴 속을 채우고 있어 감옥의 벽이 무겁게 누른다 해도 소용 없다   나에게는 희망의 날개가 있으므로 잔악한 새잡이의 그물을 빠져 나와 밤 꾀꼬리는 넓은 하늘에서 더욱 경쾌하고 더욱 행복하게   노래 부르고 또 솟구쳐 오른다.   내가 죽으리라고? 나는 편안히 잠들며 또 편안히 눈 뜬다: 자나깨나   나에게 후회는 없다. 일어나면 나를 반기는 모든 눈에 웃음이 떠오르고 감방 속의 내 모습은 절망한 얼굴들 위에   거의 기쁨을 소생케 한다.   나의 아름다운 인생 행로의 종점은 아직은 너무나 멀어 나는 지금 출발할 뿐, 길 양쪽에 늘어선 느릎나무도   나는 이제 그 몇 그루를 지나왔을 뿐 겨우 시작된 인생의 향연에서 아직 내가 든, 가득 찬 술잔에   단 한 순간 입술을 대었을 뿐.   나는 인생의 봄일 뿐, 수확의 가을을 보고 싶다. 그리고 계절에서 계절로 움직이는 태양처럼   나는 나의 한 해를 다하고 싶다. 나무 줄기 위에서 빛나며 정원의 자랑인 나는 빛나는 아침 햇살밖에 보지 못하였으니   나는 나의 하루를 다하고 싶다.   오, 죽음이여 그대는 기다리라; 떠나가라. 멀리 가버리라 가서 수치와 공포와 챙백한 절망이 괴롭히는   마음들을 위로하라. 나에게는 아직 팔레스 신의 푸른 안식처와 입맞춤의 사랑이 있고 풍류의 무즈 신이 있으니   나는 아직 죽고 싶지 않다." 이리하여 슬프고 갇힌 내 거문고는 젊은 여수(女囚)의 이 탄식, 이 목소리, 이 소망을 듣고   깨어났다. 그리하여 지루한 나날의 짐을 떨어 버리고 그녀의 사랑스럽고 천진한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아름다운 시구(詩句)에 담았다   나의 감방 격조 높은 증인인 이 노래들은 학문적 여가를 즐기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 아름다운 여인이 누구였나 찾게 하리라; 그녀의 얼굴과 말에는 우아한 기품이 있었으며 그녀의 옆에서 나를 지낼 사람들은 그녀와 같이   저들의 생이 끝남을 보기 두려워하리라.     이얌므 8 / 앙드레 셰니에     사람들은 산다; 사람들은 비열하게 산다. 어찌하겠는가?   그럴 수밖에 없는 걸;     비열한 자들도 먹고 자야 하니까. 이 곳에서도, 이 울타리 속에서, 우리들이 죽음 앞에 풀   을 뜯고     단두대 작도가 우리들을 제비 뽑는 이 곳에서도   허튼 수작, 어리석은 자들의 음모 따위 노래를 부른다; 노름을 한다; 치마를 올린다;   유행가를 부르고 재담을 한다; 어떤 자는 바람을 넣은 공을 밀어 내어   지붕과 창문 위에서 튀게 한다. 속이 빈 공이라면 7백명의 저속한 무뢰한들의 연설이 그   러하고   그 중에서 바레르라는 자가 제일 유식한 자. 다른 자는 달리고 또 어떤 자는 뛰고 정치가 이론가들은   고함 지르고 마시고 웃는다. 갑자기 쇠돌쩌귀 위에 문 여는 소리가 삐걱거린다.   우리들은 호랑이 판사 나리들의 징발관이 나타난다. 오늘 단두대 칼이 부르는   밥은 누구일까? 모두 부들부들 떨며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는 아직   자기 차례가 아닌 것을 알고 기뻐한다---     앙드레 셰니에(1762~1794): 1794년 6월 25일, 지금의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앙드레 셰니에는 26명의 사람들과 함께 단두대의 칼날 아래 목이 떨어졌다. 그의 나의 32세였다. 이 때에 누구도 그들이 한 시인을, 아니 한 위대한 시인을 죽였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만큼 한때 혁명가였던 이 사람을 시인으로 아는 사람은 없었고 그의 작품도 발표된 적이 없었다.   그가 단두대에서 사라진 지 25년이 지난 1819년 라쿠슈라는 출판사에서 그의 작품이 간행됨으로써 비로소 그는 갑자기 위대한 시인으로, 특히 사막 같은 18세기 문단에 솟은 유일한 종려나무라는 절찬을 받았다. 특히 당시에 낭만파 시인들은 그들의 선구자라고 환호성을 올렸고, 앙리 드 레니에는 프랑스의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롱사르, 위고, 셰니에의 이름을 꼽을 정도였다.   앙드레 셰니에는 1762년 콘스탄티노풀에서 당시 이 곳에 프랑스 영사로 부임해 있던 아버지와 그리스 태생의 아름답고 교양 있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따라서 그는 그는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영향으로 그리스의 문화와 문학에 대한 애착과 동경을 가졌다. 그 후 파리로 돌아온 뒤에는 사교가이기도 한 어머니가 그녀의 살롱에 많은 문인, 학자, 다비드 같은 유명한 화가를 손님으로 맞이하였으므로, 젊은 셰니에는 이 모임에 자주 참석하였고 그의 문학에 대한 관심과 정열도 높아졌다. 이 때에 그는 그리스 시가를 본뜬 몇 편의 시를 썼다.   그가 25세  때 프랑스 대사관의 서기관으로 런던으로 가게 되었는데 이 2년에 걸친 영국 생활은 그에게는 무척 고통스럽고 무료하고 적적하였던 모양이다. 그는 이 망향의 슬픔과 고적한 생활을 달래기 위해 방대한 작품을 계획하고 "헤르메스"와 "아메리카"라는 두 작품을 썼다.   2년이 좀 넘어 1790년 그는 꿈에도 못 잊던 프랑스에 돌아왔다. 때는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난 지 몇 달 되지 않아 파도와 불이 소용돌이치는 격동기였다. 젊고 정열에 넘치는 셰니에는 이 와중에 뛰어들어 열렬한 혁명가가 되어 변혁과 자유를 찬양하는 노래와 시를 썼다. 그러나 그는 자유와 동시에 정의와 질서를 사랑하는 온건주의자로서 공포 정치로 치닫는 자코뱅의 과격한 행동을 비판 공격하고 차츰 루이16세의 옹호파와 협력하게 된다. 이리하여 그는 혁명파에 의하여 반동파, 인민의 적으로 규정되고 루이 16세가 처단된 뒤에는 베르사이유 교외에 숨어서 지내다가 1794년 3월 파리에서 체포되어 생 라자르 감옥에 수감되었다.   감옥 속에서도 그는 굴하지 않고 몰래 12편의 이얌브라는 형식의 풍자시를 써서 자코뱅의 폭정과 독재를 맹렬히 공격한다. 이 원고를 그는 세탁함 속옷 속에 숨겨 자기 아버지에게 보냈다.감옥에 들어온 지 약 4개월 뒤 인민의 적이라는 죄목으로 그는 단두대위에서 사라진다. 그가 죽은 지 이틀 뒤에 그의 적이던 로베스피에르도 같은 형장에서 사라졌다.     그는 비록 32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하였으나 그가 남긴 작품은 그 자체로 보나 그 작품들이 후세에 미친 영향으로 보나 매우 중요하다.   그는 당시의 사회 환경이나 가정 교육으로 보아 자연히 그리스의 고대 문화가 문학에 젖고 심취되어 있었다. 따라서 그의 시(특히 초기의 것) 가운데는 헬레니즘의 취미 사상이 가장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다. 그러나 셰니에의 독창적인 점은, 고대 세계에 안주하지 않고 차츰 그가 살고 있는 시대와 사회를 자신의 풍부한 감수성과 열정으로 가지고 살았으며 그것을 고대의 형식미와 조화시켜 표현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이 세기를 넘어 아직도 기억되고 있는 까닭은 그가 시대의 감각, 감정, 사상,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성실하고 힘차게 표현한 데 있다. 또한 17세기, 18세기의 프랑스의 시가는 감정이 마르고 개성이 없어 귀족이나 풍류객들이 즐기는 말의 기교나, 언어의 유희에 불과하였다. 이 메마른 땅에 셰니에는 마음을 불러들였다. 그의 유명한 말에 "기교는 시구(詩句)를 만들 뿐 마음만이 시인이다"가 있다. 이는 바로 말의 기교가 아니라 마음의 표현이 시를 이룬다는 새로운 태도로, 앞으로 올 낭만파의 구호가 된다. 한편 그는 문학에 있어서 개성과 마음을 중요시하였지만 그가 이어받은 고대 그리스-로마 시가의 미의 이상인 우아와 절도, 형식과 내용의 조화, 조형미와 음악성의 융화를 잊지 않고 있었다. 이러한 고전성이 또 후에 파르나스 파의 선구가 된 것이다.   나비 / 알퐁스 드 라마르틴느     봄과 더불어 태어나 장미와 함께 죽으며 하늬바람 날개에 실려 맑은 하늘 속을 헤엄치며 겨우 피기 시작한 꽃가슴에 앉아 하늘거린다 향기와 빛과 창공에 취하고 아직 젊은 몸에 날개의 분가루를 뿌리면서 한 줄기 바람처럼 무한한 창공으로 날아가는 것 이것이 나비의 매혹된 운명. 이는 결코 쉴 줄 모르고 만사를 스쳐 가나 만족됨이 없어 결국 쾌락을 쫓아 하늘로 되돌아가는 인간의 욕망 같이.     호수 / 알퐁스 드 라마르틴느     아아, 이렇듯 항상 새로운 기슭으로  밀려가고 돌아오지 않는 영원한 밤 속으로 실려 가는 우리들은 일월(日月)의 바다 위에 단 하루도    닻을 내릴 수 없단 말인가?   오, 호수여! 세월은 이제 겨우 한 해의 운행을 끝냈을   뿐인데 그녀가 와서 다시 보았을 정다운 물가에 보라, 내가 홀로 이 바위 위에 앉았노라.   너도 보았지. 그녀가 와서 거기 앉던 것을 !   너는 그 때도 이렇듯 깊은 바위 밑에서 울부짖고 있었노라 너는 그 날도 이렇듯 바위 모서리에 부딪쳐 깨지고 있었   노라. 그 날도 이렇게 바람은 너의 파도 거품을 그녀의 너무나   사랑스러운 발 위에 끼얹고 있었노라.   어느 날 저녁, 너는 기억하는가? 우리는 말없이 배를 저   어 가고 있었다. 물결 위와 하늘 아래 저 멀리서 들리는 것이라곤 장단 맞춰 너의 아름다운 수면을 치는   노 젓는 이의 소리뿐이었다.   갑자기 이 세상 소리 같지 않은 음향이 홀린 듯한 기슭에서 메아리친다. 불결도 귀기울인 채 나에겐 정다운 목소리가   이런 말을 떨어뜨렸다.   "오오, 시간이여, 너의 날개를 멈추어라! 그리고 행복의   순간들이여     그대들의 흐름을 멈추어라! 우리들로 하여금 가장 아름다운 날들의      일순간의 환희를 맛보도록 하라!   그러나 이 세상의 많은 불행한 사람들이 그대에게 탄원하    나니 시간이여,      흘러라, 흘러라 저들을 위하여 가져 가라, 저들의 날들과 함께 저들을 괴롭히는 근심 걱정도      행복한 자들은 잊어버려라.   "내가 몇 순간의 유예(猶豫)를 청했으나 부질없는 일,     시간은 나를 피하여 달아났다. 나는 이 밤에게 말한다. "좀더 더디 가라" 그러나 새벽은   이미 밤을 거두려 한다.   "사랑하자, 그러므로 사랑하자! 달아나는 시간을     서둘러 즐기자! 인간에게 항구가 없고 시간에게 기슭이 없으니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지나간다!"   시기 많은 시간이여, 사랑이 우리들에게 철철 넘치게 행복을 부어 주는 이 도취의 순간들도 불행한 나날들과 같이 빨리 우리들로부터 멀리     날아가 버릴 수 있단 말인가?   뭐라구! 우리는 도취된 순간의 자취마저 간직할 수 없을     것인가? 뭐라구! 영원히 지나가 버렸다고? 무엇이! 완전히 없    어져 버렸다고? 그 순간들을 주었고 또 그것을 지워 버리는 이 시간을     우리들에게 그것을 돌려 주지는 않을 것인가?   영원이여, 허무여, 과거여, 어두운 수렁이여, 너희들이 삼켜 버린 이 날을 어찌하려는가? 말하라, 너희들이 우리에게서 앗아간 이 숭고한 황홀의     순간들을 우리에게 돌려 줄 것인가?   오, 호수여! 말없는 바위여! 동굴이여! 검푸른 숲이여! 시간이 아직 손대지 않고 때에 따라서 다시 새롭게 하는 그    대들은 간직해 다오, 아름다운 자연이여     이 밤의 추억이나마 간직해 다오!   아름다운 호수여 그대의 휴식 속에 또는 폭풍우 속에 그대의 웃는 듯한 언덕의 모습 가운데 그리고 이 검은 전나무와 물 위를 내려다보는     거친 바위 가운데!   살랑거리며 지나가는 미풍 속에 너의 기슭에 부딪치고 또 기슭에 반복되는 물결 소리 가     운데 보드라운 광채로 너의 물 위를 하얗게 물들이는     은색 얼굴의 달 가운데 깃들게 하라!   울부짖는 바람, 탄식하는 갈대, 너의 향긋한 대기 속의 가벼운 향기 듣고 보고 숨쉬는 만물이여, 모두 말하라;     "그들은 사랑하였노라"고.     고독 / 알퐁스 드 라마르틴느     해질 무렵 나는 자주 산 위에 올라 해묵은 떡갈나무 그늘 아래 힘없이 앉는다. 무심코 눈초리를 들판으로 돌리면 변모하는 전야(田野)의 풍경화가 발 밑에 펼쳐진다.   이 쪽에선 거품 이는 강물이 웅얼대며 흘러 이리저리 굽어서 먼 어둠 속으로 숨어 버리고 저 쪽에선 움직이지 않는 호수물이 잠든 듯 펼쳐 있다. 그 위에 저녁별이 푸른 하늘 위에 솟는다.   검푸른 나무로 덮인 이 산마루에는 석양이 아직도 그 마지막 햇살을 던지고 있으며 어둠의 여왕 달님의 수레가 어렴풋이 떠올라 벌써 지평선 가장자리를 희게 물들인다.   이윽고 고딕 종탑에서 날아오는 경건한 종소리가 공중에 울려 퍼지면 길손은 발걸음을 멈추고 마을 종소리는 이 날의 마지막 소음에 성스러운 주악을 섞는다.   그러나 이 온화한 풍경들 앞에서 나의 무심한 영혼은 아무 매력도 열광도 느끼지 않는다. 나는 떠다니는 환영처럼 대지를 바라다볼 뿐 살아 있는 사람들의 태양은 이미 죽은 자들을 덥게 해 줄    수가 없다.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부질없이 눈길을 돌리며 남에서 북으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 광대한 공간의 구석구석을 찾아보고 나는 말한다; "행복이 나를 기다리는 곳은 아무데도 없   다"고.   이 골짜기들, 이 화려한 건물들, 이 초가집들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이미 나에게는 흥미를 잃은 부질없는 물건들 강물도 바위도 숲도 정다운 외로움도 한 존재가 없을 때엔 모든 것이 비어 있다.   태양의 순회가 시작되건 끝나건 나는 무관심한 눈으로 그 운행을 쫓는다; 혹은 흐린, 혹은 맑은 하늘에 해가 지건 돋건 태양이 나에게 무슨 상관인가? 나는 나날에 아무 기대도   갖지 않는다.   비록 내가 그의 광대한 행로를 쫓을 수 있다 해도 나의 눈으 도처에 허공과 사막을 보리라. 나는 태양이 비추는 모든 것에서 아무것도 원하는 것이   없으며 무한한 이 우주에서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   그러나 아마도 태양계의 한계를 넘은 저 쪽에 참다운 태양이 다른 하늘을 비추는 곳에 내가 만일 나의 육체의 허물을 지상에 버릴 수 있다면 내가 그토록 꿈꾸던 것이 눈앞에 나타나리라!   거기서 나는 그리던 샘물에 취할 것이며 거기서 나는 희망과 사랑을 그리고 모든 영혼이 갈망하나 지상에는 그 이름조차 없는 최상의 복락을 되찾으리라!   어찌하여 나는 오로라의 수레에 실려 나의 소원의 막연한 대상인 그대에게 달려갈 수 없는가? 어찌하여 나는 아직까지 유배의 땅에 머물러 있는가? 이 땅과 나와는 아무런 공통되는 바가 없다.   나뭇잎이 초원에 떨어지면 저녁 바람이 일어 낙엽들을 골짜기로부터 몰아간다. 나는 또한 시든 낙엽과도 같으니; 거센 북풍이여, 나를 저 나뭇잎처럼 실어 가 다오!     알퐁스 드 라마르틴느(1790~1869): 샘 솟듯 흘러나오는 감정의 토로, 호수-숲-골짜기를 거닐며 과거에 대한 회상-현실에 대한 실의로 시작하여 체념 혹은 희망으로 끝나는 알퐁스 드 라마르틴느의 시는 1820년 프랑스 독자를 매혹하고 열광시켰다.  5세기에 걸친 오랜 왕정이 허무하게 무너지고 혁명이라는 거센 바람에 휘말리다 나폴레옹의 출현과 더불어 전설과 꿈 같은 제정 시대에 젖었던 프랑스 국민은 또 다시 하루 아침에 황제와 그 제국의 붕괴를 눈앞에 보게 되자 깊은 허무감과 무상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나 급격하고 잇단 변천은 사람들을 깊은 실의와 애수에 빠지게 하였고, 그들은 마음을 공감하고 위로받고 달래 주는 무엇을 찾고 있었다. 라마르틴느의 시는 바로 이러한 공감과 욕구를 채워 주는 것이었다.   라마르틴느는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난 다음 해 즉 1790년에 포도주의 명산지 마콩에서 태어났다. 원래 귀족 가문이었던 그의 집안은 혁명의 거센 바람에 휩쓸려 그의 아버지가 감옥에 들어갔다가 1794년 풀려 나오자 더 이상의 화를 피하기 위하여 온 가족이 시골 밀리(Milly)로 이사하였다. 이제 세월을 바뀌어 나폴레옹이 출현하고 공화국은 제정으로 바뀌었다. 20세가 된 라마르틴느는 외교관이 되거나 또는 그의 아버지와 같이 군인이 될 생각이었으나 그의 가문은 원래 왕정파로서 왕위의 찬탈자 아래 봉사하기를 원치 않았다. 1815년 루이 18세가 복위된 뒤 1820년 비로소 그는 외교관이 되어 이후 10년간 이탈리아 각지에서 서기관 또는 대리 대사로 지내게 된다. 그런데 이 동안 그는 외교관으로서 일하기보다는 시인으로서 더 많이 일하였으며 더 널리 알려졌다.  1820년  , 1825년의 , 1830년에는 두 권의 등이 출판되었다. 특히 첫 시집 을 발표한 뒤 그는 일약 새로운 시대를 고하는 국민 시인이 되었고 1829년에는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에 선출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라마르틴느는 문학을 일생의 직업으로 삼기를 원치 않았다. 그는 국민 대중과 인류를 위하여 일하는 것을 자기 사명으로 삼았다. 1830년 7월 혁명이 일러나 복구된 왕정이 전복되고 루이 필립 아래 소위 입헌 군주제가 수립되자 1833년에 라마르틴느는 정치에 참여하기 위해 외교관을 퇴임하고 국회 의원으로 출마하여 당선된다. 이리하여 그는 1851년 루이 나폴레옹이 구테타로 공화 체제를 전복할 때까지 18년 동안 국정에 참가하였고 특히 1848년 5월 혁명 직후에 수립된 과도 정부에서 외무 장관으로서 또 실제로는 정부 수반으로 온건파의 공화국을 지키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한 쪽에서는 폭력적인 파리 시민과 다른 쪽에서는 군의 지지를 업은 유산층(有産層)의 틈바구니에서 악전 고투를 하다 결국 4개월 만에 정치 판도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정직하고 용감하고 성실하고 미래를 볼 줄 아는 사람이었으나 너무나 선량하고 이상적이었으며 관대한 그는 필경 정치에는 맞지 않는 사람이었다. 놀라운 일은 이러한 정치적 생활 가운데서도 그는 간헐적으로 시를 썼고 여러 편의 시집을 출간한 일이다.  유명한 도덕적, 종교적 서사시 , , , 그리고 정치가로서의 저서인 등이 있다.   그의 만년의 20년(1849~1968)은 비참한 것이었다. 정치인들에게는 무시되고 대중에게는 잊혀진 그는 고독 가운데에서 가난과 싸워야 했다. 천성이 대범하고 관대한 그는 그 동안 생각없이 걸머진 빚을 갚아야 했고 그 돈을 벌기 위해 책을 썼다. 역사 소설, 자서전, 심지어 월간지-문학의 대중 강좌도 맡아 했다. 스스로 문학의 강제 노동을 한다고 했다. 그러나 경제적 곤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겨우 그가 죽기 2년 전 그를 동정한 정부로부터 약간의 연금을 받아 겨우 숨을 돌리게 되었다. 그는 기진맥진하여 79세의 긴 일생을 파리에서 마쳤다.   이리의 죽음 / 알프레드 드 비니   1 구름은 불길 위를 날아가는 연기처럼 붉은 달 위를 달리고 숲은 땅 끝까지 이어져 있었다. 우리들은, 묵묵히 젖은 풀숲을 밟으며 총총한 잡목, 키 큰 가시나무 속을 걸어가고 있을 때 문득 랑드 지방의 솔 비슷한 전나무 숲 아래 우리들이 쫓던 그 떠돌이 이리들이 남긴 큰 발톱 자국들을 보았다. 우리는 귀를 기울였다. 숨을 삼키고 발걸음도 멈춘 채-숲도 들도 숨소리 하나 공중에 내지 않았다; 단지 바람개비만이 황량하게 하늘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바람이 땅 위로부터 높은 곳으로 불어 발꿈치로 외롭게 선 첨탑을 스치고 갈 뿐 땅 위에 떡갈나무들은 바위에 몸을 기대고 팔굽을 베고 누워서 잠이 든 듯했다. 천지가 고요한 이 때 이리 떼를 찾고 있던 포수 중 제일 연장자가 몸을 줍혀 모래 바닥을 살폈다; 이윽고 아직 한 번도 틀린 적 없는 이 노인은 낮은 목소리로 방금 생긴 이 발자국들은 두 마리의 큰 삵쾡이와 그들의 두 새끼들의 걸음걸이와 억센 발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들은 모두 사냥칼을 갖추고 너무 희게 빛나는 총부리를 감춘 채 나뭇가지를 헤치며 한발 한발 걸어나갔다. 세 명의 포수가 걸음을 멈춘다. 그러자 나는 그들이 보고   있는 쪽을 찾다가 갑자기 이글이글 타는 두 눈을 보았고 그 뒤쪽으로 네 개의 희미한 형상이 달빛 아래 잡목 덩굴 속에서 춤추는 것을 보았다. 마치 주인이 돌아오면 좋아 날뛰는 사냥개들이 큰 소란을 피우며 뛰노는 늘 보던 그런 모습이었다. 그들은 형태도 뛰는 모습도 비슷했다. 그러나 새끼들은 소리 없이 놀고 있었다. 이는 바로 지척지간에 인간이란 그들의 적이 그의 집 안에서 깊이 잠들지 않고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비 이리는 서 있고 그 뒤로 좀 떨어져 어미 이리는 나무 옆에서 쉬고 있었다. 그 모습은 옛날 로마 인들이 숭앙하고 그 털 난 가슴에 반신(半神) 레무스와 로물루스를 품었던 대리석 이리   상(像)과 같았다. 아비 이리는 앞으로 나와 앉았다. 두 앞발을 세우고 갈퀴 같은 발톱을 모래 속에 박았다. 뜻밖에 당한 일이므로 살 길이 없다고 판단했다. 퇴로는 차단되었고 모든 길은 막혔다; 그러자 이리는 불타는 듯한 입으로 가장 용맹스러운 개의 헐덕이는 목덜미를 물었다, 그의 살을 꿰뚫은 총탄에도 무쇠 집게와 같이 그의 넓은 배창자 속을 십자로 꽂는 날카로운 비수에도 그의 강철 같은 턱은 벌리지 않았다. 목 졸린 사냥개가 그보다 훨씬 앞서 죽어 그의 발 아래 내동그라진 최후의 순간까지도, 그제야 이리는 개를 놓고 나서 우리들을 쳐다본다. 우리의 칼들은 그의 허리에 손잡이까지 꽂혀 피로 홍건한 풀밭 위에 그를 못박아 놓았으며; 우리의 총부리는 험상한 초승달처럼 그를 에워싸고 있었다. 그는 계속 우리를 쳐다본다. 그리고는 입가에 질펀한 피를 핥으면서 다시 눕는다. 그리고 어떻게 자기가 죽게 되었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고 큰 눈을 다시 감으면서 아무 소리도 지르지 않고 죽어 간다.   2 나는 화약에 빠진 총대에 이마를 대고 생각에 잠겨, 남은 암 이리와 그의 두 새끼들을 뒤쫓을 일조차 결심할 수 없었다. 이 세 식구는 모두 아비 이리를 기다리고 있었으리라 내가 생각컨대 이 아름답고 슬픈 빛의 암 이리는 그의 두 새끼만 없었던들 그가 홀로 이 큰 시련을 받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미의 의무는 자식들이 굶주림을 잘 참으며 인간이 비열한 가축들과 맺는 도시의 협약에 절대 말려들지 않도록 가르치기 위하여 그들을 구원하는 일이다. 이 노예 근성의 가축들은 그들의 잠자리를 얻기 위해 인   간의 앞에 서서 숲과 바위의 원 소유자들을 몰아 내고 있는 것이다.   3 나는 생각했다. 아아, 인간이란, 이 위대한 이름에도   불구하고 나약한 우리들 인간을 나는 얼마나 부끄럽게 생각하는   가! 사람이 이 세상과 인생의 모든 고난을 어떻게 떠냐야 하   는지 그것을 아는 자는 너희들, 고귀한 짐승들아! 우리가 지상에서 무엇이었으며 무엇을 남기고 가는지 생   각할 때 무언(無言)만이 위대할 뿐 그 외의 모든 것은 연약한 일 --아아 야성(野性)의 방랑자여, 이제 너희 뜻을 깨달   았으니 너의 마지막 눈초리는 나의 가슴까지 와 닿았다. 그 눈초리는 말하였다; "그대 할 수 있다면 꾸준히 노력하고 생각함으로써 너의 영혼이 가장 높은 인종(忍從)의 자존지경(自存之境)   에 이르도록 하라 숲 속에서 태어난 우리들이 처음부터 올라선 이 높은 곳으로, 탄식, 눈물, 기원, 이는 모두 비겁한 일 운명이 그대를 부르고자 한 길에서 그대 오래고 무거운 과업을 힘차게 다하라. 그리고 나서 나와 같이 소리 없이 괴로와하고 죽어라."     알프레드 드 비니(1797~1863): 시인이며 소설가며 극작가였던 알프레도 드 비니는 프랑스 시골의 군인 귀족 가문 출신이다. 이 귀족 가문도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회오리 바람 속에 몰락해 버렸으나 젊은 비니는 귀족의 명예를 지키고 영광을 되찾기 위해 군인이 되기를 원하였다. 왕정의 열열한 지지자인 그는 18세의 소년으로 루이 18세의 복귀와 망명 때에는 총사(銃士)의 붉은 제복을 입고 호위하였다. 그러나 여러 번 실패를 거듭한 후 들어간 군문(軍門)은 그의 기대와는 달리 지루하고 단조로운 굴종의 생활에 불과하였다. 이미 나폴레옹의 몰락과 더불어 전쟁과 영광의 시대는 지나갔던 것이다. 따라서 비니는 군인으로서가 아니라 문인으로서 영광을 되찾기로 하였다. 그는 타고난 시인이며 명상가이며 철학자였다. 군복을 입은 채 시를 쓰고 또 소설을 썼다. 그리하여 그가 군인 생활에 환멸을 느껴 자진 퇴역하기 1 년 전 즉 1826년 그는 을 발표하고 이어서 역사 소설 를 출판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1829년에는 세익스피어의 를 번안하여 국립 극장 에서 상연함으로써 일약 극작가로서의 명성을 높였다. 이에 자극되어 1827년 그는 군인 생활을 청산하고 파리로 올라와 창작과 아울러 위고를 중심으로 한 낭만파 운동의 핵심 인물로 활약하였다. 이 때까지 그는 유명한 작가이며 행복한 인간이었다.  그러나 1839년을 고비로 타고난 염세적인 고독감과 정치에 대한 깊은 실망, 기독교와 생에 대한 완전한 회의를 느낀 그는 차츰 문단과 사회를 멀리하고 자신의 세계에 들어앉아 자신의 체험과 사상을 담은 시, 연극, 소설을 발표하였다. 천재의 정신적 고독을 다룬 소설 , 이 소설을 극화한 , 자신의 군인 생활의 체험과 사상을 담은 , 종교적 비관주의를 쓴 등이 있다. 또한 이 때부터 그는 순수한 문학 작품이라기보다 사회적-철학적 문제를 다룬 많은 책을 출판하였다. 또한 이 시절 그는 인생의 다른 현실적인 시련을 겪게 되었다, 사랑하던 어머니의 죽음, 문인 친구들과의 심한 불화, 더우기 그가 열애하던 무대 여배우 마리 도르발의 변심과 배반은 그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다. 드디어 그는 파리를 떠나 고향 멘느-지로로 내려갔다. 외부와의 일체 접촉을 끊고 소위 생트-뵈브가 말한 상아탑에 들어가 사색과 명상과 시작(詩作)으로 지냈다. 그는 만년의 대부분을 여기에서 지냈다. 그러나 이러한 유페 생활은 그에게 가장 아름답고 심오한 사상이 담긴 시를 낳게 하였다. , , , , 등 정신적-철학적 시와 아주 만년에 그의 유일한 내면적 수기 를 썼다. 앞서 말한 시들은 그가 죽은 다음해 1864년 이란 제목으로 출판되었고 도 1867년 사후 출판되었다. 이 몇 편의 시와 일기는 그의 시인으로서의 위치, 아니 위대한 시인으로서의 그의 위치를 확보하기에 충분하였다.   만년에 그는 작가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여섯 번이나 아카데미 프랑세스 회원에 입후보하였으나 낙선되어 1845년에 겨우 회원이 되기도 하였다. 1848년에는 자기 고향에서 대의원으로 입후보하여 낙선의 고배를 마시기도 하였다. 그의 사회 생활은 불운의 연속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1863년 고향에서 위암으로 사망했다.   내일은 새벽부터 / 빅토르 위고     내일은 새벽부터 들이 훤해지면 난 떠날 테다. 난 안다, 네가 기다리고 있음을. 나는 가련다, 숲을 지나 산을 넘어. 이 이상 더 너와 멀리 떠나 있을 수가 없구나.   나는 걸을 테다, 나의 눈은 오로지 한 생각에 골똘하여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 아무것도 없을 게다 홀로, 낯선 나그네, 굽은 등에 두 손을 맞잡고 슬픈 나에겐 대낮도 밤과 같으리라. 나는 저무는 석양녘의 항금빛도 멀리 아르폴뢰르 항구 향해 내려가는 돛단배들도 보지   않으련다 다만 너 있는 곳에 다다르면 네 무덤 위에 푸른 호랑 가시나무와 꽃핀 히드 다발을 놓으리라.     파종의 계절, 저녁 / 빅토르 위고     황혼의 순간 나는 문간에 앉아 노동의 마지막 시간을 비추는 이 하루의 종막을 황홀하게 바라본다.   어둠에 젖은 들판에서 미래의 추수를 한 줌씩 밭고랑에 뿌리는 한 노인의 해진 옷을 나는 감격된 맘으로 본다.   그의 크고 검은 영상(影像)은 깊은 밭고랑들을 제압하고 나는 지나가는 나날들의 유익함을 그가 얼마나 믿고 있는지 느낀다.   그는 막막한 들판을 걸으며 가고, 오고, 멀리 씨를 던지고 손을 다시 펴 또 뿌리기 시작한다. 나는 명상에 잠긴다. 무명(無名)의 증인.   그 동안, 웅성거리는 소리가 섞인 어둠의 장막은 베일을 한장 한장 펼쳐 내린다. 씨뿌리는 사람의 장엄한 움직임을 별들에게까지 퍼지게 하는 듯.     최종(最種)의 말 / 빅토르 위고     나는 굴하지 않으리라! 입에 불평의 소리를 울리지 않고 조용히, 슬픔은 가슴 속에, 짐승 같은 인간의 떼 무시   하며 나는 이 거친 유형(流刑)의 땅에서도 아아, 조국을 나의 제단(祭壇)으로, 자유를 나의 깃발로   삼으리라! 나의 고결한 동지들이여, 나는 그대들의 신앙을 지키리라 우리 비록 추방되었으나 공화국은 여기 있고 우리를 결합   한다. 나는 저들이 멸시하는 모든 것을 영광으로 삼으며 나는 저들이 찬양하는 모든 것을 저주하리라   나는 재(灰) 부대를 몸에 쓰고 목소리 되어 "화(禍) 있을진저!" 할 것이며 입 되어 "아니   다!" 외칠 것이다. 너의 하인들이 너에게 루브르 왕궁을 가리킬 때 나는 너, 케사르여, 너에게 미친 자의 감방을 가리키리라.   배신의 행위와 숙여진 머리들 앞에서 나는 팔짱을 끼고 보리라, 분노하나 평온한 마음으로, 무너진 것에 대한 슬픈 충성이여 나의 힘, 나의 기쁨, 나의 청동(靑銅) 기둥이 되어라!   그렇다, 그가 거기 있는 한, 사람들이 그 앞에 굴하든 참   고 견디든! 아, 프랑스! 우리들이 사랑하며 슬퍼하는 프랑스 나는 너를 다시 보지 못하리라 너의 아름답고 슬픈 땅을, 나의 조상이 묻힌 곳, 나의 사랑의 보금자리!   나는 다시 보지 못하리라 우리를 부르는 그 강가를 프랑스! 아아, 그러나 나는 의무(義務) 외엔 모든 것을   잊으리라. 나는 고난받는 자 가운데 나의 장막을 칠 것이며 나는 서 있기 원하므로 추방자로 남으리라.   나는 이 험난한 유형을 달게 받으리라 비록 끝도 기한도   없을지라도 좀더 굳세리라 믿었던 누군가 굴복했고 머물러야 했던 몇 사람이 가 버렸는지 나는 알려고도, 생각하려고도 않는다.   이제 천 명밖에 안 남을지라도, 그야 물론 나는 그 속에   있을 것이며 만약 이제 백 명밖에 안 남았다 해도 나는 계속 독재자에게 항   거할 것이다 만일 열 명밖에 안 남았다 해도 나는 그 열번 째가 될 것   이며 이제 단 한 명밖에 안 남았다면 나는 그 한 명이 되리라!     빅토르 위고(1802~1885): '위대한'이란 형용사를 사람에게 쓸 수 있다면 빅토르 위고는 이 형용사를 받기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일찌기 앙드레 지드는 "프랑스에 가장 위대한 작가가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답하여, "할 수 없다. 위고다"라고 했다는데, 그의 이 평은 위고가 많은 인간적 내지 예술적 결함을 가졌으나 그의 위대성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고충을 피력한 말이다.   19세기를 거의 다 살면서, 이 긴 세월 동안 그는 위대한 시인, 위대한 극작가, 위대한 소설가, 위대한 사상가이었고 또 위대한 투쟁가이었다. 한때 그의 목소리는 프랑스 민중의 양심과 감정과 희망의 울림판이었으며 그의 박애주의적 인도주의 사상은 19세기 후반에 전 유럽 사회에 빛을 던져 주었다.    이미 14세의 소년 시절에 '사토브리앙이 되든가 그렇지 않으면 무(無)'라고 쓰고 문학에 뛰어든 그는 26세 시집 를 출판하여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한 이래 1843년 장녀 레오폴딘느의 익사로 인해 잠시 동안 문학 활동을 중단할 때까지 약 20년 동안 6권의 시집, 3편의 소설, 9편의 연극을 발표하였다. 이 가운데 시집으로서 , , , 등이 소설로는 , 연극으로는 , 등의 작품이 유명하다.   정력적인 그는, 쉴 줄 모르는 창작 활동과 동시에 열정적인 문학 운동도 폈다. 연극 공연을 둘러싸고 일어난 고전파-낭만파 싸움에서 사령관 위고는 학생-문학 청년- 무명 화가들, 그리고 네르발이나 고티에 등의 20대 젊고 전투적인 시인들을 동원하여 육탄적인 공격으로 승리를 거두었고, 당시의 쟁쟁한 시인, 작가들, 비니, 뒤마, 메리메, 발자크, 생트-뵈브, 네르발, 고티에 등을 자기 집에 모아 일종의 낭만파 문학클럽 세나클(Cenacle)을 조직함으로써 낭만파 운동의 총수가 되었으며 젊은 세대의 우상이 되었다. 그는 1941년 39세의 젊은 나이로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자리를 차지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1843년은 그의 생애에 전기(轉機)를 이루는 해였다. 위고의 사랑하는 장녀 레오폴딘느는  이 해 결혼한 지 얼마 후인 9월 4일, 남편과 함께 세느 강 하류에서 보트를 타다 얼마 후인 9월 4일, 남편과 함께 익사했다.   졸지에 사랑하는 딸을 잃은 충격으로 위고는 언어 상실증에 걸렸다.  겨우 일년 만에야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으나 이 시기를 계기로 그는 문학 운동과 창작 활동을 중단하고 혁명적인 이상을 사회에 펴기 위하여 정치에 깊이 관여한다. 그의 생각으론 시인의 사명은 민중의 목소리가 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정치적 경향의 결과 위고는 1845년 왕당파로 프랑스 국회 상원 위원이 되었고, 1848년 2월 혁명 후에는 파리 출신 제헌 의회의원으로 또 입법 의회 의원으로 활약하며 가난한 자와 피압박자의 편에 서서 자유, 평등, 공화 체제를 위한 싸움에 가담했다. 드디어 군(軍)과 우익 정당을 배경으로 등장한 나폴레옹 1세의 조카 루이 나폴레옹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반미주적인 헌법 개정을 하자 위고는 그의 가장 격렬한 반대자가 되었다. 1851년 루이 나폴레옹이 쿠테타를 일으켜 의회를 해산하고 헌법을 정지하고 반대파와 공화파 의원을 체포할 때 첫번째 대상이 된 것이 그였다. 위고는 파리 시민을 봉기시키려 했으나 실패하고 동료 의원 72 명과 함게 프랑스를 떠나 망명의 길에 올랐다. 그의 망명은 이후 19년 동안 계속되었다. 위고는 벨기에의 브뤼셀을 거쳐 영불 해협의 제르제섬으로, 다시 고도(孤島) 게르네제 로 옮겨 이 섬에서 1870년 고국에 돌아고오기까지 15년이란 긴 세월을 지냈다. 이 동안 그는 루이 나폴레옹으로 부터 두 번에 걸친 사면령과 귀국 권고를 받았으나 응하지 않고 나폴레옹 3세의 몰락과 자유의 회복 후에야 비로소 프랑스로 돌아왔다.    이 괴롭고 외로운 망명 생활은 그를 슬프거나 좌절케 하지 않고 도리어 그의 가장 중요한 작품들을 이 때에 창작 또는 완성시켰다.   루이 나폴레옹을 매도한 , , 그리고 역사에 유래가 없는 풍자 시집 , 죽은 딸 레오폴딘느에 대한 추억의 시를 담은 그의 걸작 시집 ,  인간의 서사시 , 그리고 위대한 소설 , 평론 , 소설 , , 환상적 서정 시집 , 등이 있으며 그 중의 한 작품만으로도 가히 한 작가의 영광을 가져올 수 있는 명작들이다.  위고는 나폴레옹 3세가 보불 전쟁에서 패하여 퇴위, 망명하고 파리 시가 프러시아 군에 의하여 완전 포위되기 직전 파리로 돌아왔다. 이 극적인 입성은 용감하고 희생적이었으며 파리 시민은 그를 애국적 영웅으로 맞이하였다. 이로부터 그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만년의 생활(1870~1885)은 주로 창작 활동에 바쳐졌다.  비록 그는 다시 국회 의원으로 선출되고 파리 지역의 상원의원이 되었으나 정치에 있어서는 실패와 실망을 맛보았다. 그러나 그의 작품 활동은 쉬지 않아 파리의 농성과 점령을 다룬 시 , , < 세기의 전설>의 보충편(1877) 등의 시와, 과학 문제를 다룬 , , 소설로는 프랑스 대혁명의 이야기를 다른 등 노년에 이르러서도 무한한 재질의 다양성을 보여 주고 있다.  그는 1885년 5월 22일 83세를 일기로 죽고 프랑스 정부는 이례적으로 그의 장례식을 국장으로 정했다. 6월 1일 그의 유해는 긴 국장 행렬 가운데 온 파리 시민들의 애도와 추모를 받으며 개선문에서 팡테옹으로 향하였다. 가난한 사람의 영구차와 간소한 장례식을 요구한 그의 유언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위고의 작품에서 독자가 받는 강렬한 인상과 감동은 그의 다이내믹한 생명력에서 오는 변화무쌍한 창조력, 무진한 상상력, 강렬한 감정 등에서 온다. 이 거대한 창조력은 그로 하여금 시-연극-소설 등 여러 분야에서 창작하게 했으며 각 분야에서도 다양한  작품을 써, 그가 손대지 않은 문학 부분으 거의 없다.  시인으로서의 그의 주된 힘은 상상력이다. 이 상상력은 무궁무진할 뿐 아니라 머리 속에 상상하는 바를 실제로 있는 존재같이 정확 명료하게 보는 힘을 가졌다. 그러므로 그는 서사시-역사소설-환상극 등에 있어서 뛰어나며 자연이나 환경-인물 묘사에 탁월하였다. 구약 성서 시대의 인물들의 성격과 생활, 중세 기사들의 영웅적 모험, 나폴레옹 휘하 군대의 전투 장면 등 세밀한 사항에 이르기까지 실제와 방불하게 묘사함은 풍부한 고증이나 사실(史實)보다는 강력한 상상력에 의한 것이다.  시인 위고에게는 치밀한 지성이나 분석적인 정신이 없는 대신 크고 풍부한 감정과 감수성을 가지고 있었다. 차라리 그는 감정의 큰 불덩어리였다. 이러한 감정은 그의 작품과 생활에서 일차적으로 사랑으로 나타난다. 특히 가족에 대한, 그리고 어린이들에 대한 끝없는 애정으로 나타난다. 또 이 사랑은 확산되어 약한 사람, 가난한 사람, 압박받는 사람에 대한 연민과 사상으로 번져 그의 중심 사상이 되었다.  이렇게 강력하고 웅건한 상상력과 우주 만상에까지 펼쳐지는 감정을 위고는 또한 천재적인 언어의 구사로 자유자재로 표현하였다. 그의 문장은 숨쉬듯 자연스러웠으며 강물같이 도도했으며 장엄 화려했고 많은 이미지를 동반했다. 이로서 그는 가장 작고 평범한 일과 사물에 생명을 주고 일상적인 행위와 감정을 승화시켜 우주적인 비젼을 일으키는 마력을 지녔다고 하겠다.  물론 그에게 결점이나 결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상상력이 지나쳐 때로 터무니없는 공상으로 흐르는 점, 위대함과 장중을 좋아하는 허장성세, 웅변조, 지나친 언어의 기교, 대중에 영합하는 통속성 등 열거하면 한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결점을 내포하면서도 그는 19세기의 프랑스 문단의 최고봉이었으며 프랑스 문학사의  빛나는 거성이었다.   환상 / 제라르 드 네르발     롯시니, 모짜르트, 베버의 음악을 다 준다 해도 내가 바꿀 수 없는 곡조가 있다 그것은 아주 낡고 느리고 구슬픈 것이지만 오로지 나에게만 숨은 매력을 지녔다.   그런데 우연히 그 곡조를 들을 적마다 내 마음은 2백 년이나 젊어진다; 때는 루이 13세 치하; 나의 눈에 보이는 듯 석양이 노랗게 비치는 굽이치는 푸른 언덕이,   그리고 모서리가 돌로 된 벽돌의 성관(城館) 거기에 불그스레 물든 유리창들 성곽을 둘러싼 광활한 정원, 성 밑을 적시며 꽃 사이를 흐르는 한 줄기 강물;   그리고 드높은 창가에 나타난 한 부인 검은 눈에 금발을 하고, 옛 의상을 걸친 이 부인은 어쩌면 전생에서 내가 이미 만났고 그리고 내가 지금 기억하는 그 여인!     황금시(黃金詩) / 제라르 드 네르발   인간이여! 자유 사상가 - 그대는 믿고 있는가? 생명이 모든 것에서 작렬하는 이 세상에서 그대만   이 생각하는 존재라고? 그대는 가진 능력을 자유로이 쓸 수 있다. 그러나 그대의 모든 생각에서 만물은 빠져 있다.   짐승 속에서 움직이는 정신을 존중하라--- 모든 꽃은 하나하나 대자연에 핀 독립된 영혼이며 금속(金屬)에는 사랑의 신비가 담겨져 있다; 만물은 느낀다; - 그리고 만물은 그대의 존재에 강력하   게 작용한다.   눈 없는 벽 속에 그대를 살피는 눈을 두려워하라 물질에도 언어가 부여되어 있으니--- 이를 불경한 일에 쓰지 말라.   자주, 희미한 존재 가운데 신이 숨어 있으며 갓난아기의 눈이 눈꺼풀로 덮여 있듯 순수한 정신이 돌 껍질 속에서 자라고 있다.     제라르 드 네르발(1808~1855): 제라르 드 네르발은 유명한 가문 출신으로 파리에서 태어났으나 세 살때 어머니를 잃어 르발르와 지방에 사는 큰아버지 집에서 자라났다. 이 지방의 쓸쓸한 풍경과 전설로 가득찬 자연과 환경, 그 위에 심령교(心靈敎)-점성술에 흥미를 가지고 있던 큰아버지의 영향이 어머니 없이 자란 어린 네르발에게 강하게 작용한 듯 하다.  소년기가 되어 파리에 올라와 샤를마뉴 중고등 학교에 다녔는데 마침 테오필 고티에가 동창이어서 함께 어울려 문학적 방랑 생활을 즐겼다. 이때부터 그는 여행을 즐겨 유럽 각지와 중동 지방을 찾아다녔다. 독일 문학에 심취되어 19살 때에 이미 괴테의 를 번역했으며 이어서 독일 작가이며 작곡가인 호프만 류의 환상적인 이야기(contes)를 쓰기도 했다. 이때부터 이미 그에게는 환상과 현실이 뒤섞이는 징후가 나타나 이 때 쓴 그의 시 가운데는 그의 영원한 여성이며 수세기 전 수녀원에서 죽은 금발의 아드리엔느가 현실로 나타난다.  1836년 가을 그가 28세 때 무대 여배우 제니 콜롱을 알게 되었는데 네르발은 그녀에게 대한 열렬한 사랑에 빠진다. 이 여배우는 그의 작품 가운데 또는 라는 이름으로 나타나는데 그는 제니 콜롱이 그가 소년 시절 보았다고 생각하는 영원의 여성 아드리엔느의 환생이라고 확신한다. 제니 콜롱은 그의 사랑을 모르지 않았으나 얼마 안 되어 다른 남자롸 결혼한다. 이 일은 그에게 극심한 심적 충격을 주어 현실 생활 속에서 꿈의 유출이 심해진다. 1842년 정신 착란을 일으켜 약 8개월 동안 정신 병원에 입원되었다가 회복하였으나 그 다음 해의 제니의 죽음은 그의 신비적인 꿈을 더욱 짙게 하였다. 영원한 여성이라는 낭만적 관념은 그가 줄곧 가지고 있던 고정 관념이나 죽은 제니의 모습은 앞서 말한 아드리엔느뿐만 아니라 시바의 여왕, 고대 이집트의 여신 이시스, 성모 마리아, 심지어 그의 어머니의 화신(化身)으로까지 이어진다.  이후부터 그의 생활은 때때로 일어나는 발광증과 가중되는 생활고으로 몸 담을 집도 없이 거리를 헤매는 비참한 생활을 하게 된다. "내가 시를 쓰게 된 것은 처음에는 청춘의 정열이었으며, 다음은 사랑, 최후는 절망이다"라고 술회할이만큼 40대의 그의 생은 절망의 시대였다.  그러나 이때부터 그는 마치 인생을 정리나 하듯 정신이 들 때마다 자신의 관찰, 연구, 정신적 체험을 담은 작품을 하나 둘 출판했다. 그리고는 1855년 1월 이른 아침, 파리의 한 모퉁이에서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    그는 미친 상태와 냉철한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가운데에서도 비교적 많은 작품과 번역-연구를 남기었으나, 결국 시집(오델리아>와 콩트 라는 두 권의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으며 두 작품은 프랑스 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이 두 작품은 모두 상상적 기억의 이야기로서, 는 오델리 즉 제니 콜롱의 이야기이며, 는 그의 고향인 발르와 지방의 시골 처녀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라고 하지만 그의 꿈과 기억 속에 있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환상적이며 꿈의 세계를 가장 성실하고 명쾌하게 그리고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쓴 점에 그의 문학적 가치가 있다.  시의 특성도 그가 살고 느낀 환상적이며 초자연적인 체험을 성실하고 진실되게 기술한 점에 있다. 그런데 그에게 있어서 꿈은 꿈이라 아니라 다른 하나의 생(生)이었고 이 생 가운데 신비로운 세계를 보았다. 이 꿈 속에서 개인의 과거는 인류 전체의 과거와 혼합되고 눈에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초현실적 세계 사이에는 일종의 신비로운 조응(照應)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이러한 세계에서는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초자연적인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의 상징이며 징조가 된다. 이러한 면에서 그의 시는 앞으로 올 상징주의나 초현실주의의 선구적인 시가 되었다. 또한 그가 마음 속에서 체험하는 꿈과 환상을 냉철히 관찰하고 분석하여 새로운 세계와 진리에 도달하려던 노력은 그 후 현대 문학에도 이어져 많은 시인과 작가들이 그의 생애와 작품을 연구하고 있다.   창백한 저녁별--- / 알프레드 드 뮈세   석양의 베일을 제치고 빛나는 얼굴을 드러내는 먼 곳에서 온 사자(使者), 창백한 저녁별이여, 창공 속 그대의 푸르른 궁전에서   그대는 이 들판의 무엇을 바라봅니까?   폭풍우는 물러가고 바람도 잡니다. 떨고 있는 숲은 히드 황야에서 울고 있소; 금빛 나방이 가벼운 날개를 치며   향긋한 초원을 지나갑니다.  그대는 잠 든 이 땅 위에서 무엇을 찾습니까? 그러나 이미 그대는 산봉오리 쪽으로 내려오고 있소; 그대는 웃음 지으며 도망갑니다. 우수의 친구여, 그대의 떨리는 눈초리는 꺼질 듯 합니다.   푸른 언덕 위에 내리는 별이여 칠흑의 밤 망토 위에 달린 슬픈 은(銀)의 눈물 방울. 목자가 타박타박 걷는 긴 양 떼를 거느리고 길을 가며 멀리서 쳐다보는 그대,- 별이여, 이 무한한 밤 속에 어디로 가는 겁니까? 강가의 갈대 숲 속에 잠자리를 찾으려는 겁니까? 그렇잖으면 아름다움 별이여, 이 고요한 시각에, 그대는 한 잎의 진주알같이 물 속 깊이 떨어지려는 겁   니까? 아아, 그대가 죽어야 한다면 아름다운 별이여 만일 그대가 금발의 머리를 망막한 바다 물 속에 던지려   한다면 우리를 떠나기 전 잠깐 멈추기를; - 부디 하늘에서 내려오지 말기를, 사랑의 별이여!     잘 있거라 쉬종 / 알프레드 드 뮈세     잘 있거라 쉬종, 금발의 장미화야, 네가 날 사랑한 건 단 여드레지만; 이 세상이 가장 짧은 쾌락이 때로는 가장 진실된 사랑도 된다. 널 두고 떠나는 이 순간도 나는 몰라, 떠돌이 내 별 따라가는 이 내 몸은 어디로 가는지 그러나 나는 간다 내 사랑아   멀리멀리 바삐바삐   항상 다름질치며,   떠나는 내 더운 입술 위에 네 마지막 키스가 아직 타고 있다. 내 두 팔 속에, 분별 없는 아가씨야 네 예쁜 얼굴이 와 묻혔으니 네 가슴 얼마나 고동치는지 들리는가? 지난 날 네 가슴 얼마나 즐겁게 뛰었던가! 그러나 나는 간다 내 사랑아   멀리멀리 바삐바삐   항상 널 사랑하며,   철썩! 내 말 위에 안장 얹는 소리 어찌하여 나 가는 길에, 내 사랑아 네 퉁명스런 얼굴 데러갈 수 없나, 내 손은 네 머리 향기로 온통 물들었는데! 너는 요정처럼 도망치며 웃음 짓는다. 귀여운 새침데기 그러나 나는 간다 내 사랑아   멀리멀리 바삐바삐   활짝 웃음지으며,   네 정다운 이별 속에는 귀여운 아가씨야 슬픔도 많고 매혹도 많아 네 눈 속에 진정이 담겨 있을 땐 네 모든 것이, 네 눈물까지 날 취하게 해. 네 눈을 보면 나는 살고 싶어 그 눈은 나 죽을 때 위로되리라. 그러나 나는 간다, 내 사랑아   멀리멀리 바삐바삐   온통 눈물 뿌리며,   혹시 네가 나를 잊는다 해도, 쉬종 우리들의 사랑만은 잠시 남기도록; 창백해진 꽃다발인 양 네 귀여운 가슴 속에 숨겨 두어라! 잘 있거라 행복일랑 이 집에 두고 추억만이 나와 함께 떠나가니 그 기억은 나와 함께 가리라, 나의 사랑아.   멀리멀리 바삐바삐   언제나 네 생각 품고.     시월이 밤 / 알프레드 드 뮈세     시인이여, 그만해 두오, 그대를 배반한 여인에 대한 그대의 환상이 단 하루밖에 지속되지 않았다 해도 그녀를 말할 때 이 날을 저주하지 말아요. 그대가 사랑받기 원한다면 그대의 사랑을 존중하시오. 타인으로부터 받은 고통을 애써 용서한다는 일이 약한 인간으로서 너무나 힘든 일이라면 적어도 사람을 미워하는 괴로움만은 피하시오. 용서를 할 수 없다면 잊어버리도록 하시오. 죽은 자들의 땅 속에서 평화로이 잠자듯 우리들의 꺼진 감정도 잠자야 합니다. 심정의 유뮬(遺物)들도 유해(遺骸)을 가지고 있으니 이 성스러운 꺼진 감정도 잠자야 합니다. 그대는 왜 이 쓰라린 고뇌의 이야기 가운데 하나의 꿈, 배신당한 사랑만을 보려 합니까? 신의 섭리가 동기 없이 일어난다고 생각합니까? 그럼, 그대를 매질한 신이 그렇게 소홀한 분이라고 생각   합니까? 도리어 그대가 불평하는 이 타격은 그대를 지켜 주었는지   모릅니다. 젊은이여; 바로 그로 인해 그대 마음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배우는 자, 고통은 그를 가르치는 스승 고통을 당하지 않고서는 아무 일도 알 수 없습니다. 우리가 고난의 세례를 받아야 하며 이 슬픔의 값을 치르고야 모든 것이 얻어진다는 것은   가혹한 법칙이나 절대적 법칙이며 이 세상이나 운명과 같이 오랜 것입니다. 곡식이 익기 위해선 이슬이 필요하며 인간이 살고 인생을 느끼기 위해선 눈물이 필요합니다. 기쁨이란 아직 비에 젖고 꽃으로 덮인 한 대의 꺾어진 풀잎이 그 상징입니다. 그대는 어리석은 잘못에서 깨어났다고 생각하지 않았던가요? 그대는 젊고 행복되고 어디서나 환영받지 않나요? 인생을 사랑하게 하는 이 작은 쾌락들도 만일 그대가 눈물 흘린 적이 없었다면 이런 것들의 가치를 얼마나 인정했을까요? 해 저무는 석양의 잡목 우거진 광야에 앉아 정다운 친구와 함께 한가로이 술 마실 때 그대가 만일 기쁨의 댓가를 치루어 보지 못했다면 말해 봐요, 그대가 기쁜 마음으로 잔을 들 수 있을까요? 그대는 꽃과 풀밭과 초목의 푸르름을, 패트라르카의 소네트와 새들의 노래 소리, 미켈란젤로와 예술을, 세익스피어와 자연을 그대는 좋아   할 수 있엇을까요? 만일 그대가 그 속에서 옛날 그대가 체험한 오열을   다시 보지 않았다면? 만일 그대가 그 어느 먼 곳에서 몸의 열기와 못 이루는   잠으로 인해 영원한 안식을 희구한 적이 없었다면 천상의 오묘한 조화를, 밤의 침묵을 중얼거리는 파도 소리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 그대는 무엇이 불만입니까? 불멸의 희망이 불행의 손길 아래 그대 맘 속에서 다시 단련된 것입니다. 어째서 그대는 젊은 날의 체험을 싫어하며 그대를 보다 훌륭하게 만든 이 고통을 미워하려 합니까? 오, 나의 젊은이여! 불쌍히 여겨요, 한때 그대를 눈물 흘리게 한 이 아름다운 변심의 여인을 불쌍히 여겨요, 이는 여자이며 신께서는 그녀를 그대 곁   에 둠으로써 고통을 통하여 행복된 자의 비결을 그대에게 깨닫게 한   것입니다. 그녀의 역할은 괴로운 것이었으며 그대를 아마도 사랑했   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운명은 그녀로 하여금 그대의 가슴을 찢도록 원한   것입니다. 그녀는 인생을 알았고 그것을 그대에게 알게 한 것입니다. 다른 여인이 그대의 고통의 열매를 거두었지요. 그 여인을 불쌍히 여겨요, 그녀의 슬픈 사랑은 꿈같이 지   나가 버렸습니다; 그녀는 그대의 상처를 보았으나 그것을 아물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녀의 눈물이 다 거짓은 아니었습니다. 설사 다 거짓이었다 해도 그녀를 불쌍히 여겨요; 이제   그대는 사랑할 수 있어요---   *알프레드 드 뮈세(1810~1857): 알프레드 드 뮈세는 파리의 한 부유하고 교양 있는 가정에서 태어났다. 우아하고 매력있는 이 청년은 인생의 여러 가지 복을 타고 났는데 천재라는 귀한 복도 가지고 있었다. 총명하고 재기 넘치는 이 세기아(世紀兒)는 인생의 여러 길 가운데 생을 살고 맛보고 즐기기 위하여 결국 시를 선택했다.  18세 되던 때부터 이미 유명한 위고의 문학 서클 등에 출입하여 재기와 환상으로 모든 사람의 주목과 사랑과 촉망을 받았으며 20세 되던 해에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풍물을 주제로 한 경쾌하고 재치 있는 시 의 제1부, 뿐만 아니라, 신비로운 사랑의 모험담, 극적인 멜로드라마 연극 등을 출판하여 문단과 사교계의 놀라움과 찬탄을 한 몸에 받았다.  그가 아직 24세가 채 되기 전에 조르지 상드를 만났다. 상드는 30세의 풍만한 육체의 정열적인 부인으로, 가정에서 뛰쳐나와 소설가가 되었다. 두 사람은 곧 열렬한 사랑에 빠진다. 파리 근교 퐁텐느블로우 등에서의 아름다운 밀월(密月) 후 상드는 뮈세를 데리고 이탈리아의 제노바, 플로렌스 등으로 사랑의 도피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실망은 빨랐다. 베니스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어 뮈세는 중병(뇌막염)에 빠져 생사를 헤매게 된다. 상드는 헌신적으로 그를 간호한다. 그러나 그녀는 이 동안 뮈세의 주치의인 이탈리아인 파젤로란 젊은 의사와 또 다른 사랑을 하게 된다.  절망과 질투에 빠진 뮈세는 한때 목숨을 끊으려고도 하였으나 병을 안고 혼자 귀국, 그 후 4개월 동안 온종일 그의 방에 들어 앉아 울고만 있었다고 한다. 그 후 두 사람은 다시 화해하려는 노력도 있었으나 결국 영원히 헤어지고 말았다.  이 사랑과 갈등에 대하여 뮈세는 이란 책 가운데 그 내막을 폭로하였고 상드는 라는 책을 써서 자기 자신을 옹호하였다.  이 3년에 걸친 사랑과 파탄은 뮈세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으나 다행이 이 위기를 통하여 시인은 더욱 성숙해지고 인생과 예술을 보는 눈이 깊어졌다. 그리고 그의 시작(詩作) 활동은 왕성해지고 열기를 띠었으며, 문체는 더욱 유려(流麗)해져 가히 절창이라고 부를 만한 일련이 시를 남겼다. 즉 그는 1835년에서부터 약 6년 동안(25세부터 30세까지) "밤"이란 제목의 네 편의 장시(長詩)를 썼는데 "5월의 밤"(1835), "12월의 밤"(1835), "8월의 밤"(1836)과 "10월의 밤"(1837)이다. 이 영혼의 절규는 그의 시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답고 유창하여 프랑스 낭만파 서정시의 걸작이라고 하는 작품 들이다.  이 시들 가운데 시인은 그 자신의 고통과 슬픔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며 절망과 저주에서 벗어나 어떻게 마음의 평화를 회복할 수 있는가를 다루고 있는데 특히 그는 인간의 고통과 슬픔이 인생과 예술 창작에 있어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를 찾고 있다. 인간은 고통과 슬픔을 통해서 더욱 깊어지고 힘차지고 이를 통해서 비로소 자연과 예술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고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결론이다.     그의 만년은 비참한 것이었다. 그는 30세에 이미 노성(老成)한 폐인(廢人)으로 그 후에도 몇 편의 시, 몇 개의 단편소설, 그리고 큰 성공을 거둔 연극 작품도 있었으나 지나친 음주와 무절제한 생활로 그의 정신과 육체를 조기에 마멸시켜 버렸다.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이기도 한 그가 47세의 나이로 소식 없이 죽었을 때에는 겨우 30명 내외의 친지가 모여 그의 관을 따랐다고 한다.   뮈세의 무덤은 파리의 몽마르트 근처에 있는 페르 라세즈 공동 묘지 안에 있는데 그 무덤 옆에는 그의 희망에 따라 한 그루의 버드나무가 심어져 있고 그의 묘석에는 다음과 같은 그의 6행시가 새겨져 있다.   내가 죽거든, 내 친구들이여, 무덤 위에 버드나무 한 그루 심어 주오. 나는 그 늘어진 잎새를 좋아하며 그 푸른 빛깔은 부드럽고 다정해, 내가 잠자는 땅 위에 산뜻한 그림자를 드리울 거요.    뮈세는 세상 사람들이 말하듯이 '낭만파의 응석동이' 혹은 '무서운 아이'였다. 모든 재능과 자질을 겸비하면서도 사회적 안목과 도덕적 척추가 결여된 그는 자연히 인생의 향락과 청춘의 구가에 온 정력을 소진했다. 특히 음주와 연애 행각에 몸과 마음을 다 바쳤다. 그는 사랑을 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인간이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방탕아는 이러한 사랑의 편력 가운데서 사랑의 본질을 추구했고, 그 고뇌를 체험했고,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 했고, 그 가치를 찾으려 했다. 이러한 노력과 싸움은 성실하고 진지하고 강렬하여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데가 있었다. 그는 라는 시의 끝에서   "이제  이 세상에 남은 나의 유일한 재산은 때로 눈물 흘렸다는 일"   이라고 했는데 그 대신 "때로 사랑을 했다는 일"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뮈세는 사랑의 시인이었다. 그는 사랑의 절대성을 믿었고 사랑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변치않는 유일의 현실이라고 생각했다.   그대의 뼈는 관 속에서 먼지로 남으리라. 그대의 기억도 이름도 명예도 사라지리라. 그러나 그대의 사랑만은, 만일 그 사랑이 그대에게 귀한 것이   라면 그대의 영원한 영혼은 이 사랑을 기억하리라.    사랑의 절대성을 믿었던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랑하였다는 그 사실, 그 추억은 이 세상의 다른 어떤 행복보다도 감미롭다고 믿었다. 그가 옛날 사랑을 주고받던 곳에 돌아가 보고 그는 이렇게 노래했다.   나는 단지 이렇게 말하리라; 이 때 이 곳에서 한때 나는 사랑받았고 사랑했고 그녀는 아름다웠다. 나는 이 보물을 내 영원한 영혼 속에 묻고 하늘 나라로 가져가리라.    이러한 생각과 믿음은 그의 지식이나 사고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그의 심정에서, 그의 감정에서 그대로 우러나온 것이다. "예술가나 시인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이다"라고 그는 말한다. 또 "네 가슴을 두드리라" 거기에 천재가 있다" 라고도 했다. 이러한 점에서 그의 시는 영원히 낭만파에 속하며 이 영원한 감정에 대하여 그는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표현을 주었다. 이것이 그로 하여금 낭만파의 4대 시인의 하나로 꼽히게 하였으며, 그의 시가 지니고 있는 흥미롭고 근대적인 가치라고 하겠다.   바닷가에서 / 테오필 고티에     드높은 창공에서 달님이 손에 든 오색 찬란한 큰 부채를 잠시 방심한 사이 바다의 푸른 융단 위에 떨어뜨렸소.   건지려고 달님은 몸을 숙여 은빛 고운 팔을 내밀었으나 부채는 흰 손을 빠져 나가 지나는 파도에 실려 나갔소.   그대에게 부채를 돌려주기 위해, 달님이시여, 천 길 물 속에라도 뛰어들리다 그대가 하늘에서 내려오신다면 이 몸이 하늘로 올라갈 수만 있다면.     비둘기들 / 테오필 고티에     저기 무덤들 널려 있는 언덕 위에 아름다운 종려나무 한 그루, 군모(軍帽) 앞의 녹색 깃털   처럼 우뚤 서 있고 거기에 저녁마다 비둘기들 몰려와 그 속에, 깃들이며 몸을 숨긴다. 아침되면 이 새들, 나뭇가지를 떠나간다. 목걸이 구슬알이 풀려 나가듯 흰 비둘기들 푸른 하늘 속에 산산이 흩어졌다가 좀더 먼 지붕 위에 내려앉는다.   나의 영혼은 이 종려나무, 거기에 밤마다, 비둘기처럼 산란한 환상의 흰 떼들이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에서 내려왔다가 새벽 빛이 들자마자 날아가 버린다.     랑드의 소나무 / 테오필 고티에     흰 모래로 뒤덮인 진정 프랑스의 사하라라고 할 랑드의 광야를 지날 때 보이는 나무라곤 메마른 풀숲과 초록색 웅덩이에 솟아나는 옆구리에 상처입은 소나무들 뿐,   이는 소나무의 눈물, 송진을 훔치기 위해 자기가 살해한 자의 희생으로만 사는 인간이라는 욕심 많은 창조물의 사형 집행인이 나무의 아파하는 몸통에 넓은 홈을 파놓기 때문.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을 아쉬워함도 없이 소나무는 향유(香油)와 수액(樹液)을 흘린다. 그러면서도 길가에 시종 꿋꿋이 서 있다. 서서 죽기를 원하는 부상병같이.   시인도 인간의 광야에서는 이 나무와 같아 상처가 없을 때엔 자기의 보화를 심중에 간직하나 일단 그의 노래, 성스러운 황금 눈물을 뿌리기 위해서는 그의 가슴 속에 깊은 상처를 가져야 한다.     테오필 고티에(1811~1872): 테오필 고티에는 소위 '예술을 위한 예술'의 주창자로 유명하다. 시인으로서 처음에는 낭만파의 색채가 농후했으나 차츰 감정의 시가(詩歌)에서 벗어나 지적이며 냉철한 파르나스파(Parnassien 고답파)의 시가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이루고 있다.  그는 프랑스 서쪽 국경 지대, 피레네 지방의 타르브에서 태어났으나 어려서 부모와 함께 파리로 이주했다. 처음에는 루이 르 그랑 중고등학교를 다니다가 후에 샤를마뉴 중고등학교로 옮겼는데 여기서 제라르 드 네르발을 만나 친교를 맺는다. 젊은(19세) 시절, 빨간 조끼의 시인 고티에는 동창생 네르발과 젊은 화가-시인들을 규합하여 전투적인 낭만파를 조직, 빅토르 위고의 깃발 아래 고전파 공격에 앞장섰다. 1830년 위고의 연극 상연 첫날 밤에는 빨간 공단 조끼에 녹색 바지를 받쳐 입고 머리에 챙 넒은 모자를 쓰고 위고 편에 서서 소위 의 싸움을 승리로 이끈 일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이 일은 당시의 고전파 인사들과 상류층 신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데 충분했다.  이 때부터 그는 그림을 버리고 문학, 특히 시에 생을 바치기로 결심하였다. 그러나 생계를 꾸려가기 위하여 신문사에 들어가 예술과 연극 비평가로 기사, 잡문, 논설, 신문 단편소설 등을 썼는데 여가를 내어 시도 썼다. 1830년에 발표한 첫 시집 를 비롯하여 , , , 그리고 그의 대표 시집으로 등이 있다. 형태와 색채를 즐기는 그는 또한 여행을 좋아하여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터기, 러시아 등을 두루 다니며 이를 주제로 한 많은 풍물기와 시들을 썼다. 특히 이베리아 반도의 거칠고 햇빛으로 가득 찬 풍경과 스페인 화가 들의 그림을 주제로 한 시들은 아름다운 소품들이다.  그는 원래 화가가 되려다 문학으로 옮긴만큼 시에서 시각(視覺)을 중요시한 이미지스트(Imagiste)이며 자연미 보다 인공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 시인의 본질이라고 생각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그는 시를 이루는 말과 형태를 깎고 다듬어 완성된 조형미를 만들어 내는 데 전력을 다하였다. 자기의 역작이며 중심 작품의 이름을 이라고 붙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마치 금은 보석의 세공사와도 같이 작은 형상을 아름답게 갈고 다듬어 완전한 형대를 만드는 데 그의 노력을 바쳤다. 따라서 문학사에 있어 그의 공적은 낭만파의 조잡한 자연 묘사나 무절제한 감정 토로에서 벗어나 시가의 미(美)에 인공적 미를 가하고 아름다운 형태미를 창조하는 역할을 한 데 있다.   또한 그는 시나 문학에서 예술 이외의 모든 것 즉 사상이나 정치, 도덕, 철학, 그 밖의 모든 유용성을 배격한 예술을 위한 예술의 주창자로 나섰다. "아무 것에도 쓰일 수 없는 것만이 참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유익한 모든 것은 추하다"라고 선언했다. 이 주창의 정당성은 차치하고라도 그의 이론과 실천(창작활동)은 의외로 많은 예술가와 문인의 호응을 받았고 또 보들레르, 방빌, 플로베르 등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특히 그보다 10살 아래인 보들레르는 이 이론의 열렬한 신봉자이었다. 보들레르가 그의 유일한 시집 을 고티에 선생에게 바치고 그 헌사(獻詞)에서 그를 '완전 무결한 시인', '프랑스 문학의 마술사'라고 부른 것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나폴레옹 3세 제정(帝政)시 고티에는 관보(官報)의 편집 책임자로 임명되고 생활도 나아졌으나 1870년 보불 전쟁과 뒤이은 파리 코뮌(Commune)의 충격으로 1872년 파리 근교에서 급서(急逝)하였다.  
27    에밀리 디킨슨 시모음 댓글:  조회:2977  추천:0  2017-07-31
에밀리 디킨슨 시모음   1830-1886   미국 시인   미국의 여성 시인. 매사추세츠 주 에머스트의 청교도 가정에서 태어나 일생 동안 외부 세계와 담을 쌓고 지냈다.   에머스트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마운트 홀리요크 신학대학에 입학하였으나 1년 만에 중퇴하고 시쓰는 일에 전념하며 평생을 독신으로 보냈다. 처자가 있는 목사와의 사랑이 실연으로 끝나자 그녀의 시적 재능은 둑을 터뜨린 봇물처럼 넘쳐흘렀다.   그러나 그녀가 쓴 시 1775편 가운데 생전에 발표된 것은 단 7편에 불과하다.     그녀의 시는 자연과 사랑 외에도 퓨리터니즘을 배경으로 한 죽음과 영원 등의 주제를 많이 다루고 있다.   운율에서나 문법에서나 파격적이었기 때문에 19세기에는 인정을 받지 못하였으나, 20세기에 들어와서 이미지즘과 형이상학파적 시의 유행과 더불어 높이 평가받게 되었다.     작품으로는 〈상처난 사슴은 높이 뛴다〉 등이 있다.   주요저서 : 《전시집(全詩集)》(1855) 《전서간집 (全書簡集)》(1858)           애 타는 가슴 하나 달랠 수 있다면     애 타는 가슴 하나 달랠 수 있다면 내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   한 생명의 아픔 덜어줄 수 있거나, 괴로움 하나 달래 줄 수 있다면,   헐떡이는 작은 새 한 마리 도와 둥지에 다시 넣어줄 수 있다면,   내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       길에 뒹구는 저 작은 돌     길에서 혼자 뒹구는 저 작은 돌 얼마나 행복할까   세상 출셀랑 아랑곳없고 급한 일 일어날까 두려움 없네   천연의 갈색 옷은 지나던 어느 우주가 입혀줬나   혼자 살며 홀로 빛나는 태양처럼 다른 데 의지함 없이   꾸미지 않고 소박하게 살며 하늘의 뜻을 온전히 따르네       죽음을 위해 내가 멈출 수 없어     죽음을 위해 내가 멈출 수 없어 그가 나를 위해 친절히 멈추었다.   마차는 바로 우리 자신과 불멸을 실었다.     우리는 서서히 달렸다. 그는 서두르지도 않았다. 그가 너무 정중하여   나는 일과 여가도 제쳐놓았다.     아이들이 휴식 시간에 원을 만들어 뛰노는 학교를 지났다.   응시하는 곡식 들판도 지났고 저무는 태양도 지나갔다.     아니 오히려 해가 우리를 지나갔다. 이슬이 스며들어   얇은 명주, 나의 겉옷과 명주 망사-숄로는 떨리고 차가웠다.     부푼 둔덕처럼 보이는 집 앞에 우리는 멈추었다.   지붕은 거의 볼 수 없고 박공은 땅 속에 묻혀 있었다.     그 후 수 세기가 흘렀으나 말 머리가 영원을   향한듯 짐작되던 바로 그 날보다 더 짧게 느껴진다.     나는 고뇌의 표정이 좋다     나는 고뇌의 표정이 좋아. 그것이 진실임을 알기에-   사람은 경련을 피하거나 고통을 흉내낼 수 없다.     눈빛이 일단 흐려지면-그것이 죽음이다. 꾸밈없는 고뇌가   이마 위에 구슬땀을 꿰는 척할 수는 없는 법이다.     내 인생은-장전된 총     내 인생은 - 장전된 총으로 구석에 서 있던- 어느 날   마침내 주인이 지나가다- 날 알아보고 나를 데려갔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국왕의 숲을 헤매면서 사슴사냥을 하고 있다.   내가 주인 위해 말할 때마다- 산들이 당장 대답한다.     내가 미소지으면 힘찬 빛이 계곡에서 번쩍한다.   베수비어스 화산이 즐거움을 토해내는 듯하다.     밤이 되어 멋진 하루가 끝나면 나는 주인님 머리맡을 지킨다.   밤을 함께 보내다니 푹신한 오리 솜털 베개보다 더 좋다.     그분의 적에게- 나는 무서운 적이다. 내가 노란 총구를 겨누거나   엄지에 힘을 주면 아무도 두 번 다시 움직이지 못한다.     비록 그분보다 내가- 더 오래 살지 모르나 그분은 나보다- 더 오래 살아야 한다.   나는 죽이는 능력은 있어도 죽는 힘은 없으므로-       희망은 날개를 가지고 있는 것   희망은 날개를 가지고 있는 것 영혼 속에 머무르면서   가사 없는 노래를 부르면서 결코 멈추는 일이란 없다.     광풍 속에서 더욱더 아름답게 들린다. 폭풍우도 괴로워 하리라.   이 작은 새를 당황케 함으로 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었는데.     얼어들 듯 추운 나라나 멀리 떨어진 바다 근처에서 그 노래를 들었다.   그러나 어려움 속에 있으면서 한 번이라도 빵조각을 구걸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황야를 본적 없어도     나 아직 황야를 본 적 없어도, 나 아직 황야를 본 적 없어도,   히드 풀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파도가 어떤 건지 알고 있다오.     나 아직 하느님과 말 못 했어도, 저 하늘 나라에 간 적 없어도,   지도책을 펴놓고 보는 것처럼 그 곳을 자세하게 알고 있다오
26    로버트 프로스트 시모음 댓글:  조회:2536  추천:0  2017-07-31
로버트 프로스트 시모음   1874~1963   미국의 시인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교사, 신문 기자로 일하다가, 1912년 영국으로 건너갔는데, 그것이 시인으로서의 새로운 출발이 되었다.   토마스·브룩 등 영국의 시인과 사귈 기회를 얻었으며 그들의 추천으로 첫 시집 《소년의 의지》가 런던에서 출판되었고, 이어 《보스턴의 북쪽》이 출간됨으로써 시인으로서의 지위를 확립하였다. 소박한 농민과 자연을 노래함으로써 현대 미국 시인 중에서 가장 순수한 고전적 시인으로 꼽힌다. 일상적인 언어와 익숙한 리듬, 평범한 생활에서 취한 상징을 사용하여 뉴잉글랜드 지방 생활의 평온함을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 밖의 시집으로는 《산의 골짜기》 《서쪽으로 흐르는 개울》 《표지의 나무》 등이 있다.   가지 않은 길 (The Road Not Taken)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고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 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자작나무 꼿꼿하고 검푸른 나무 줄기 사이로 자작나무가 좌우로 휘어져 있는 것을 보면   나는 어떤 아이가 그걸 흔들고 있었다고 생각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흔들어서는 눈보라가 그렇게 하듯 나무들을 아주 휘어져 있게는 못한다     비가 온 뒤 개인 겨울 날 아침 나뭇가지에 얼음이 잔뜩 쌓여있는 걸 본 일이 있을 것이다.   바람이 불면 흔들려 딸그락거리고 그 얼음 에나멜이 갈라지고 금이 가면서 오색 찬란하게 빛난다   어느새 따뜻한 햇빛은 그것들을 녹여 굳어진 눈 위에 수정 비늘처럼 쏟아져 내리게 한다   그 부서진 유리더미를 쓸어 치운다면 당신은 하늘 속 천정이 허물어져 버렸다고 생각할는지도 모른다   나무들은 얼음 무게에 못 이겨 말라붙은 고사리에 끝이 닿도록 휘어지지만   부러지지는 않을 것 같다. 비록 한 번 휜 채 오래 있으면 다시 꼿꼿이 서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리하여 세월이 지나면 머리 감은 아가씨가 햇빛에 머리를 말리려고   무릎꿇고 엎드려 머리를 풀어던지듯 잎을 땅에 끌며 허리를 굽히고 있는 나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얼음 사태가 나무를 휘게 했다는 사실로 나는 진실을 말하려고 했지만   그래도 나는 소를 데리러 나왔던 아이가 나무들을 휘어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진다     시골 구석에 살기 때문에 야구도 못 배우고 스스로 만들어낸 장난을 할 뿐이며   여름이나 겨울이나 혼자 노는 어떤 소년 아버지가 키우는 나무들 하나씩 타고 오르며   가지가 다 휠 때까지 나무들이 모두 축 늘어질 때까지   되풀이 오르내리며 정복하는 소년 그리하여 그는 나무에 성급히 기어오르지 않는 법을   그래서 나무를 뿌리째 뽑지 않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그는 언제나 나무 꼭대기로 기어 오를 자세를 취하고   우리가 잔을 찰찰 넘치게 채울 때 그렇듯 조심스럽게 기어 오른다   그리고는 몸을 날려, 발이 먼저 닿도록 하면서 휙 하고 바람을 가르며 땅으로 뛰어 내린다     나도 한때는 그렇게 자작나무를 휘어잡던 소년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시절도 돌아가고 싶어한다   걱정이 많아지고 인생이 정말 길 없는 숲같아서   얼굴이 거미줄에 걸려 얼얼하고 근지러울 때 그리고 작은 가지가 눈을 때려   한 쪽 눈에서 눈물이 날 때면 더욱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이 세상을 잠시 떠났다가 다시 와서 새 출발을 하고 싶어진다   그렇다고 운명의 신이 고의로 오해하여 내 소망을 반만 들어주면서 나를 이 세상에 돌아오지 못하게 아주 데려가 버리지는 않겠지     세상은 사랑하기에 알맞은 곳 이 세상보다 더 나은 곳이 어디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나는 자작나무 타듯 살아 가고 싶다 하늘을 향해, 설백의 줄기를 타고 검은 가지에 올라   나무가 더 견디지 못할 만큼 높이 올라갔다가 가지 끝을 늘어뜨려 다시 땅위에 내려오듯 살고 싶다   가는 것도 돌아오는 것도 좋은 일이다. 자작나무 흔드는 이보다 훨씬 못하게 살 수도 있으니까.         창가의 나무   내 창가에 서 잇는 나무, 창가의 나무여 밤이 오면 창틀은 내리게 마련이지만   나와 나 사이의 커튼은 결코 치지 않으련다.     대지에서 치솟은 몽롱한 꿈의 머리 구름에 이어 크게 확대되고 있는 것   네가 소리내어 말하는 가벼운 말이 모두 다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나무여, 바람에 흔들리는 네 모습을 보았다. 만일 너도 잠든 내 모습을 보았다면   내가 자유를 잃고 밀려 흘러가 거의 절망이었음을 알게 되었으리라.     운명의 여신이 우리 머리를 마주 보게 한 그 날 그녀의 그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다.   네 머리는 바깥 날씨에 많이 관련되고 내 머리는 마음 속 날씨에 관련되어 있으니.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     이것이 누구의 숲인지 나는 알겠다 물론 그의 집은 마을에 있지만   그는 재가 여기 서서 눈이 가득 쌓이는 자기 숲을 보고 있음을 못 볼 것이다.     내 작은 말은, 근처에 농가도 없고 숲이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   한 해의 가장 어두운 저녁에 서 있음을 이상하게 여길 것이다.     내 작은 말은 방울을 흔들어 무슨 잘못이라도 있느냐고 묻는다   다른 소리라고는 다만 스쳐가는 조용한 바람과 솜털 같은 눈송이뿐,     아름답고 어둡고 아늑한 숲 속. 그러나 내게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자기 전에 가야 할 길이 있다. 자기 전에 가야 할 길이 있다.       밤에 익숙해지며     나는 어느새 밤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빗속을 홀로 거닐다 빗속에 되돌아왔다. 거리 끝 불빛 없는 곳까지 거닐다 왔다.   쓸쓸한 느낌이 드는 길거리를 바라보았다.   저녁 순시를 하는 경관이 곁을 스쳐 지나쳐도 얼굴을 숙이고 모르는 채 했다.     잠시 멈추어 서서 발소리를 죽이고 멀리서부터 들려와 다른 길거리를 통해 집들을 건너서 그 어떤 소리가 들렸으나     그것은 나를 부르기 위해서도 아니었고 이별을 알리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오직 멀리 이 세상 것이 아닌 것처럼 높다란 곳에 빛나는 큰 시계가 하늘에 걸려 있어     지금 시대가 나쁘지도 또 좋지도 않다고 알려 주고 있었다. 나는 어느새 밤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불과 얼음   어떤 사람은 이 세상이 불로 끝날 거라고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얼음으로 끝난다고 말한다.   내가 맛 본 욕망에 비춰 보면 나는 불로 끝난다는 사람들 편을 들고 싶다.   그러나 세상이 두 번 멸망한다면 파괴하는 데는 얼음도   대단한 힘을 갖고 있다고 말할 만큼 나는 증오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걸로 충분하다  
25    롱펠로우 시모음 댓글:  조회:2107  추천:0  2017-07-31
롱펠로우 시모음 1807~1882   미국의 시인   메인주(州)의 포틀랜드 출생. 보든대학을 졸업한 뒤 약 3년 동안 유럽에 유학하고, 1829년 귀국하여 모교 교수로 있다가 하버드 대학 교수가 되었다.   1839년 독일 낭만주의 영향을 받은 첫 시집 《밤의 소리》를 발표하면서 시인이 된 뒤, 많은 시를 발표하였다. 국민 시인으로서, 건전한 인생관을 가진 그의 시는 비교적 쉽게 쓰여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다.   또한, 유럽의 민요를 미국 대중에게 널리 전달한 공은 크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등이 있다.   화살과 노래     하늘을 향해 나는 활을 당겼다. 화살은 땅에 떨어졌었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너무도 빨리 날아가 버려 눈으로도 그 화살을 따를 수 없었다. 하늘을 향해 나는 노래를 불렀다. 노래는 땅에 떨어졌었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눈길이 제 아무리 예리하고 강하다한들 날아가는 노래를 그 누가 볼 수 있으랴. 오랜 오랜 세월이 흐른 후 한 느티나무에서 나는 보았다. 아직 껏이지 않은 채 박혀있는 화살을 그리고 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한 친구의 가슴 속에 살아 있는 것을 나는 발견하였다.   인생예찬   슬픈 사연으로 내게 말하지 말아라. 인생은 한갓 헛된 꿈에 불과하다고 !   잠자는 영혼은 죽은 것이어니 만물의 외양의 모습 그대로가 아니다.     인생은 진실이다 ! 인생은 진지하다. 무덤이 그 종말이 될 수는 없다.   "너는 흙이어니 흙으로 돌아가라." 이 말은 영혼에 대해 한 말은 아니다.     우리가 가야할 곳, 또한 가는 길은 향락도 아니요, 슬픔도 아니다.   저마다 내일이 오늘보다 낫도록 행동하는 그것이 목적이요, 길이다.     예술은 길고 세월은 빨리 간다. 우리의 심장은 튼튼하고 용감하나   싸맨 북소리처럼 둔탁하게 무덤 향한 장송곡을 치고 있으니.     이 세상 넓고 넓은 싸움터에서 인생의 노영 안에서   발 없이 쫓기는 짐승처럼 되지 말고 싸움에 이기는 영웅이 되라.       잃고 얻은 것     잃은 것과 얻은 것 놓친 것과 이룬 것   저울질해 보니 자랑할 게 별로 없구나   내 아느니 많은 날 헛되이 보내고   화살처럼 날려보낸 좋은 뜻 못 미치거나 빗나갔음을   하지만 누가 이처럼 손익을 따지겠는가   실패가 알고 보면 승리일지 모르고 달도 기우면 다시 차오느니     바다의 소리   바다는 한밤중 정적을 깨고, 조약돌 해변에 몰려온다.   나는 잠을 깨고 거침없이 밀려드는 썰물 소리를 듣는다;   심연의 정적을 뚫고 나오는 소리, 산허리에 떨어지는 폭포 소리처럼,   울창한 절벽을 스치는 성난 바람 소리처럼, 신비하게 바뀌는 소리를.     때로는 우리 인생에도, 미지의 세계에서 고독의 파도가 밀려온다.   영혼으 조수가 밀려온다; 우리에게 떠오르는 영감,   인간의 힘으로 알 수 없는 예지의 하느님의 뜻이.     비오는 날   날은 춥고 어둡고 쓸쓸하여라 비는 내리고 바람은 그치지 않고,   허물어지는 벽에는 담쟁이 덩굴, 바람이 불 때마다 잎을 날려가네,   날은 춥고, 쓸쓸하네.     내 인생도 춥고, 어둡고, 쓸쓸하네, 비는 내리고 바람은 그치지 않네.   내 생각은 허물어지는 과거의 담벽에 붙어 불어오는 질풍에 젊음의 꿈을 날려 보냈네.   날은 어둡고, 적막하네.     슬픈 가슴이여, 조용하라! 불평은 그만하라!   먹구름 뒤에는 밝은 태양이 비치고 있다. 그대의 운명도 예외는 아닌 것!   모든 사람의 운명에 얼마의 비는 내리는 것, 인생이 어둡고 쓸쓸할 때도 있는 것!     연인의 바위     결코 죽을 수 없는 사랑이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부서진 가슴으로 각자 운명을 맞이하고   마치 별들이 뜨고 불타고 지는 것처럼 그 사람들도 떠나가 버렸다   부드럽고 젊고 찬란하고 짧았던 봄에 떨어진 잎새 속에 자기네 세월을 묻은 채     결코 죽을 수 없는 사랑이 있다!   아아, 그 사랑은 무덤 너머로 이어진다 수많은 한숨으로 삶이 꺼지고   대지가 준 것을 대지가 다시 거둘 때 그 사랑의 빛은 싸늘한 바람이 불어도   깨닫지 못한 사람들의 집을 비춘다       마을의 대장간     가지를 펼친 밤나무 아래 마을 대장간의 오막집이 있다.   대장장이는 건장한 사나이로서 손은 커다랗고 아주 억세다.   우람한 그 팔뚝의 근육은 무쇠 테처럼 강하다.     그의곱슬머리는 검고 길며 얼굴은 구릿빛이다.   눈썹은 깨끗한 땀에 젖어있다. 그는 힘껏 일해 벌고   세상을 똑바로 보고있나니 아무에게도 빚이 없기 때문이다.     매주 마다 아침부터 밤까지 풀무 소리가 들려온다.   가락에 맞추어 느릿느릿하게 저녁해가 질 때 교회지기가   울리는 마을의 종소리처럼.     학교에서 돌아오는 어린이들이 문으로 안을 들여다 본다.   모두들 불을 뿜는 대장간의 풀무를 보기도 하고 풀무소리 듣기가 하도 좋아서   타오르는 불꽃이 탈곡장의 낟알처럼 날아다니는 것을 본다.     그는 주일날이면 교회에 가서 어린이들 사이에 앉는다.   목사님의 기도나 설교말씀을 듣고 그의 딸의 목소리가   성가대 속에서 들려오면 대장쟁이의 마음은 크게 두근거린다.     그에게는 그 목소리가 천국에서 노래하는 아내의 목소리처럼 들려서   대장쟁이는 무덤에 잠들어 있는 아내를 생각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일하고 기뻐하며 슬퍼하면서 그는 앞을 향해 살아나간다.   매일 아침 그 어떤 일이 시작되고 매일 저녁 그일은 끝나게 된다.   무슨일인가를 시도하고 또 그 일을 끝내고서 하룻밤의 휴식을 취한다.     고맙구나 나의 친구 귀한 벗이여 그대가 베푼 교훈에 감사하노라!   그러한 인생의 불타는 풀무로부터 우리는 행복을 얻게 되는 것이며   그처럼 인생의 소리 나는 모루위에서 불타는 위업과 사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24    월트 휘트먼 시모음 댓글:  조회:2229  추천:0  2017-07-31
월트 휘트먼  시모음 1819~1892   미국의 시인, 수필가, 저널리스트. 19세기 미국 문학사에서 포우, 디킨슨과 함께 가장 중요한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롱아일랜드에서 태어났고 어렸을 때 뉴욕의 브루클린으로 이사해 공립학교를 나온 뒤 인쇄소 사환을 거쳐 식자공일을 했다. 한때 교사직을 갖기도 했지만 1838년 이후에는 주로 브루클린 지역의 많은 신문들을 편집하였다.   1855년에 출판사와 작가의 이름도 밝히지 않고 표지에 자신의 초상만을 실은 초판을 발행하였다.   형식과 내용이 혁신적인 시집이었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영혼과 육체에 대한 동등한 존중, 열린 정신, 정치적 자유의 향유를 촉구한다.   형식은 정형을 타파한 자유 형식이었다. 이 작품으로 휘트먼은 자유시의 새로운 전통을 수립하면서 미국 문학사에서 혁명적인 인물로   등장하였다. 그는 유례없이 한 개인으로서의 를 대담하게 찬양할 뿐 아니라, 육체와 성욕까지도 강렬하게 표현했다. 이 시집을 읽은 에머슨은 당장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재치와 지혜가 넘치는 비범한 작품'이라는 찬사를 보낸 편지를   쓴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1855년 시집 《풀잎》을 자기 돈으로 출판하였는데, 이것은 미국의 적나라한 모습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노래한 것이었다.   논문에서도 미국 사회의 물질 만능주의를 비판하였다.   1865년 남북 전쟁을 소재로 한를 출 판하고, 이듬해 그가 존경하던 링컨 대통령에 대한 추도시를 발표하였다.   오! 선장, 나의 선장   오오 선장, 나의 선장이여!   무서운 항해는 끝났다.   배는 온갖 난관을 뚫고   추구했던 목표를 획득하였다.   항구는 가깝고,   종소리와 사람들의 환성이 들린다.   바라보면 우람한 용골돌기,   엄숙하고 웅장한 배.   그러나 오오 심장이여! 심장이여! 심장이여!   오오 뚝뚝 떨어지는 붉은 핏방울이여,   싸늘하게 죽어 누워있는   우리 선장이 쓰러진 갑판 위.   오오 선장, 나의 선장이여!   일어나 종소리 들으오, 일어나시라-   깃발은 당신 위해 펄럭이고-   나팔은 당신 위해 울리고 있다.   꽃다발과 리본으로 장식한 화환도   당신을 위함이요-   당신 위해 해안에 모여든 무리.   그들은 당신을 부르며,   동요하는 무리의 진지한 얼굴과 얼굴.   자, 선장이여! 사랑하는 아버지여!   내 팔을 당신의 머리 아래 놓으오.   이것은 꿈이리라.   갑판 위에 당신이 싸늘하게 죽어 쓰러지시다니.   우리 선장은 대답이 없고,   그 입술은 창백하여 닫힌 채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 아버지는 내 팔을 느끼지 못하고,   맥박도 뛰지 않고 의지도 없으시다.   배는 안전하게 단단히 닻을 내렸고,   항해는 끝났다.   무서운 항해에서 승리의 배는   쟁취한 전리품을 싣고 돌아온다.   열린 길의 노래   두 발로 마음 가벼이 나는 열린 길로 나선다. 건강하고 자유롭게, 세상을 앞에 두니 어딜 가든 긴 갈색 길이 내 앞에 뻗어 있다.   더 이상 난 행운을 찾지 않으리. 내 자신이 행운이므로. 더 이상 우는소리를 내지 않고, 미루지 않고, 요구하지 않고,   방안의 불평도, 도서관도, 시비조의 비평도 집어치우련다. 기운차고 만족스레 나는 열린 길로 여행한다.   대지, 그것이면 족하다. 별자리가 더 가까울 필요도 없다.   다들 제 자리에 잘 있으리라. 그것들은 원하는 사람들에게 소용되면 그뿐 아니랴.   (하지만 난 즐거운 내 옛 짐을 마다하지 않는다. 난 그들을 지고 간다, 남자와 여자를, 그들을 어딜 가든 지고 간다.   그 짐들을 벗어버릴 수는 없으리. 나는 그들로 채워져 있기에. 하지만 나도 그들을 채운다)   강 건너는 기병대   초록색 섬 사이를 누비며 가는 긴 대열, 뱀같이 꾸불꾸불하게 가고 있다.   해빛에 무기가 번쩍인다- 들으라 음악같은 울림소리,   보라, 은빛 강물, 그 물 첨벙거리며 건너다 목을 축이는 말들, 보라, 갈색 얼굴의 병사들, 각각의 무리들과 사람들 그림을,   말 안장에 앉아 방심한 듯 쉬고 있고, 한편으로는 건너편 뚝에 올라가고 있는 병사들, 지금 강물에 들어가는 병사들,   홍, 청, 순백, 삼색기가 선명하게 바람에 펄럭인다.   낯 모르는 사람에게   저기 가는 낯 모르는 사람이여! 내 이토록 그립게 당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당신은 모릅니다.   당신은 내가 찾고 있던 그이, 혹은 내가 찾고 있던 그 여인,(꿈결에서처럼 그렇게만 생각 됩니다.)   나는 그 어디선가 분명히 당신과 함께 희열에 찬 삶을 누렸습니다.   우리가 유연하고, 정이 넘치고, 정숙하고, 성숙 해서 서로를 스치고 지날 때 모든 것이 회상됩니다.   당신은 나와 함께 자랐고, 같은 또래의 소년이었고, 같은 또래의 소녀였답니다.   나는 당신과 침식을 같이했고, 당신의 몸은 당신의 것만이 아닌 것이 되고, 내 몸 또한 그러 했습니다.   당신은 지나가면서 당신의 눈, 얼굴, 고운 살의 기쁨을 내게 주었고,   당신은 그 대신 나의 턱수염, 나의 가슴, 나의 두손에서 기쁨을 얻었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말을 걸어서는 안됩니다.   나 홀로 앉아 있거나 혹은 외로이 잠 못 이루 는 밤에 당신 생각을 해야합니다.   나는 기다려야 합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을 믿어마지 않습니다.   당신을 잃지 않도록 유의 하겠습니다.   짐승   나는 모습을 바꾸어 짐승들과 함께 살았으면 하고 생각한다. 그들은 평온하고 스스로 만족할 줄 안다.   나는 자리에 서서 오래도록 그들을 바라본다. 그들은 땀흘려 손에 넣으려고 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환경을 불평하지 않는다.   그들은 밤 늦도록 잠 못 이루지도 않고 죄를 용서해 달라고 빌지도 않는다.   그들은 하나님에 대한 의무 따위를 토론하느라 나를 괴롭히지도 않는다. 불만족해 하는 자도 없고, 소유욕에 눈이 먼 자도 없다.   다른 자에게, 또는 수천년 전에 살았던 동료에게 무릎 끓는 자도 없으며 세상 어디를 둘러봐도 잘난 체하거나 불행해 하는 자도 없다.   시집 '풀잎' 서문에 쓴 시   땅과 태양과 동물들을 사랑하라. 부를 경멸하라. 필요한 모든 이에에 자선을 베풀라.   어리석거나 제 정신이 아닌 일이면 맞서라. 당신의 수입과 노동을 다른 사람을 위한 일에 돌려라.   신에 대해 논쟁하지 말라. 사람들에게는 참고 너그럽게 대하라.   당신이 모르는 것, 알 수 없는 것 또는 사람 수가 많든 적든 그들에게 머리를 숙여라.   아는 것은 적어도 당신을 감동시키는 사람들. 젊은이들, 가족의 어머니들과 함께 가라.   자유롭게 살면서 당신 생애의 모든 해, 모든 계절, 산과 들에 있는 이 나뭇잎들을 음미하라.   학교, 교회, 책에서 배운 모든 것을 의심하라. 당신의 영혼을 모욕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멀리하라.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라.   첫 민 들 레   겨울이 끝난 자리에서 소박하고 신선하게 아름다이 솟아나서,   유행, 사업, 정치 이 모든 인공품일랑 일찍이 없었든 양, 아랑곳 없이,   수플 소북히 가린 양지 바른 모서리에 피어나 통트는 새벽처럼 순진하게, 금빛으로, 고요히,   새봄의 첫 민들레는 이제 믿음직한 그 얼굴을 선보인다.   나 여기 앉아 바라보노라   나는 앉은 채로 세상의 모든 슬픔을 두루 본다 온갖 고난과 치욕을 바라본다   나는 스스로의 행위가 부끄러워 고뇌하는 젊은이들의 가슴에서 복받치는 아련한 흐느낌을 듣는다   나는 어미가 짓눌린 삶 속에서 아이들에게 시달려 주저앉고 앙상하게 마른 몸으로 죽어감을 본다   나는 아내가 지아비에게 학대받는 모습을 본다 나는 젊은 아낙네를 꾀어내는 배신자를 본다   나는 숨기려해도 고개를 내미는 시새움과 보람없는 사랑의 뭉클거림을 느끼며, 그것들의 모습을 땅위에서 본다   나는 전쟁, 질병, 압제가 멋대로 벌이는 꼴을 본다 순교자와 죄수를 본다   뱃꾼들이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주는 일에 목숨을 걸고 나설 차례를 정하려고 주사위를 굴리는 모습을 본다   나는 오만한 인간이 노동자와 빈민과 흑인에게 던지는 경멸과 모욕을 본다   이 모든 끝없는 비천과 아픔을 나는 앉은 채로 바라본다 보고, 듣고, 침묵한다   나 자신의 노래  [나 자신의 노래 1]  나는 나를 예찬하고 나 자신을 노래한다. 그리고 내 것은 네 것이기도 하다. 대체로 내게 속하는 일체의 원자는  마찬가지로 네게도 속하는 것이다. 나는 빈둥빈둥 시간 보내며, 나의 영혼을 초대한다. 나는 마음 편히 몸을 기대고,  빈둥대며 여름 풀의 싹을 응시한다. 나의 혀, 내 피 속의 일체의 원자는  이 땅에서, 이 대기에서 만들어진 것, 나는 여기에서 내 양친에게서 생겼고,  양친은 또 그 양친에게서, 또 그들은 양친에게서, 나는 지금 37세의 완전한 건강체로 시작한다. 죽을 때까지 중단 없기를 바라면서. 종파나 학파는 잠시 두어 두고, 그것이 어떻든 지금 상태로 족하니, 잠시 거기에서 물러나,  그러나 결코 잊진 않고 나는 선악을 다 용납하고 만난을 무릅쓰고 마음껏 말하련다, 본유의 정력으로 거리낌 없이 자연을, 나의 천성을 [나 자신의 노래 2] 집이란 집, 방이란 방은 모두 향기로 가득 차고,  선반도 모두 향기에 차 있다. 나는 그 향기를 들이마시고, 그것을 분간하고 그것을 좋아한다. 그 향기를 증류하면 그것이 날 취하게 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하진 않겠지. 대기는 향료가 아니다,  그것은 증류수 같아서 맛도 향기도 없다. 그것은 언제나 내 입에 맞아서 나는 그것에 심취한다. 나는 숲가의 둑으로 가서, 순수하게 벌거숭이가 되리라. 나는 나에게 와 닿는 것을 미친 듯이 갈망한다. 내 숨결의 연기, 메아리, 잔물결, 은밀한 속삭임, 사랑뿌리, 비단실, 나무 아귀와 덩굴, 나의 내뱉는 숨결과 들이마시는 숨결,  내 심장의 고동, 내 폐부를 드나드는 피와 공기, 푸른 잎과 마른 잎의 냄새,  바닷가와 거무스레한 바닷돌의 냄새, 창고의 건초 냄새, 선풍의 소용돌이 속에 풀리는 내 목소리의 토해내는 언어의 음향, 몇 번의 가벼운 키스, 몇 번의 포옹, 허리를 감싸는 팔, 연한 가지가 흔들림에 따라 나무 위에 춤추는 빛과 그늘, 혼자 있든 아니면 거리의 혼잡 속이든  들판이나 언덕 기슭 따라 갈 때의 기쁨, 건강체의 감촉, 대낮의 떨리는 소리,  침상에서 일어나 태양을 맞이하는 내 노래. 너는 천 에이커의 땅을 크다고 생각하는가.  이 지구를 굉장하다고 생각했는가. 너는 읽기를 배우는 데 그렇게 오래 연습했는가. 너는 시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운가. 오늘 하룻밤 하룻밤, 나와 함께 있으면,  너는 모든 시의 근본을 파악한다. 너는 이 지구와 태양의 정수도 파악한다 (기타 천만의 태양이 있다), 너는 이제 이 사람 저 사람의 손을 통하여 물건을 받아선 안 된다.  그리고 죽은이의 눈을 통하여 보든지,  책 속 도깨비에게서 밥을 얻어 먹어선 안 된다, 너는 이 내 눈을 통하여 보아서도 안 된다,  내게서 무엇을 얻어도 안 된다, 너는 널리 귀를 기울여야 하고, 네 자신의 체로 걸러내야 한다.        [나 자신의 노래 6] 한 아이가 두 손에 가득 풀을 가져오며  “풀은 무엇입니까” 라고 내게 묻는다. 내가 어떻게 그 아이에게 대답할 수 있겠는가.  나도 그 애처럼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나는 그것이 필연 희망의 푸른 천으로 짜여진  나의 천성의 깃발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아니면, 그것은 주님의 손수건이거나, 신이 일부러 떨어뜨린 향기나는 기념의 선물일 것이고, 소유주의 이름이 구석 어딘가에 들어 있어서  우리가 보고서 ‘누구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나는 추측한다,  풀은 그 자체가 어린아이, 식물에서 나온 어린아이일 것이라고. 혹은 그것은 모양이 한결같은 상형문자일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은 넓은 지역에서도 좁은 지역에서도 싹트고, 검둥이 사이에서도, 흰둥이 사이에서도 자라며 태나다인, 버지니아인, 국회의원, 니그로,  나는 그들에게 그것을 주고, 그들에게서 그것을 받는다. 또한 그것은 무덤에 난 깎지 않은 아름다운 머리털이라고 생각한다. 너 부드러운 풀이여, 나는 너를 고이 다룬다. 너는 젊은이들의 가슴에서 싹트는지도 모르겠고, 만일 내가 그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나는 그들을 사랑했을지도 모르는데, 아마 너는 노인들,  혹은 생후 곧 어머니들의 무릎에서 떼낸 갓난아이에서 나오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 여기에 그 어머니의 무릎이 있다. 이 풀은 늙은 어머니들의 흰머리에서 나온 것으로선 너무 검다, 노인의 색바랜 수염보다도 검고, 엷게 붉은 입천장 밑에서 나온 것으로서도 너무 검다. 아, 나는 결국 그 숱한 발언들을 이해한다, 그리고 그 발언이 아무 의미 없이  입천장에서 나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안다. 나는 젊어서 죽은 남녀에 관한 암시를 풀어낼 수 있었으면 싶다, 또한 노인들과 어머니들,  그리고 그들의 무릎에서 떼낸 갓난아이들에 관한 암시도. 너는 그 젊은이와 늙은이가 어떻게 됐다고 생각하는가. 여자들과 어린아이들이 어떻게 됐다고 생각하는가. 그들은 어딘가에서 살아서 잘 지내고 있다, 아무리 작은 싹이라도 그것은 진정 죽음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만일 죽음이 있다면,  그것은 생을 추진하는 것이고,  종점에서 기다렸다가 생을 잡는 것은 아니다. 만물은 전진하고 밖으로 진전할 뿐  죽는 것은 하나도 없다, 죽는 것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과는 다르며,  훨씬 행복한 것이다. [나 자신의 노래 7] 태어나는 것이 행복하다고 생각한 자가 있는가. 나는 당장 그나 그녀에게  태어나는 것은 죽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행복하다고 이르리라,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 나는 임종하는 자와 더불어 죽음의 문을,  산욕하는 갓난아이와 더불어 생의 문을 통고한다,  나는 자기 모자와 신발 사이에 한정된 사람은 아니다, 그리고 각양각색의 사상을 음미한다,  한 가지도 같은 것은 없고 모두가 선하다. 지구도 좋고 별도 좋다,  그리고 거기에 뒤따르는 것들도 모두 선하다. 나는 지구도 아니고, 지구의 부속물도 아니다, 나는 민중의 벗이고, 반려자다,  그들은 나 자신과 마찬가지로 불멸이며, 무한히 깊다, (그들은 어떻게 불멸인가를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안다) 세상 만물은 동류끼리 모인다,  나에겐, 나의 남자와 여자, 나에겐, 일찍이 청춘이었던 자들과 여자를 사랑한 일이 있는 자들, 나에겐, 연인과 노처녀를, 나에겐, 모친을, 그리고 모친의 모친을, 나에겐 미소 지은 일이 있는 입술을, 눈물 흘린 일이 있는 눈을, 나에겐, 아이들을, 그리고 아이를 낳는 사람들을. 옷을 벗어 던져라.  너희들 누구나 나에게 죄가 없다,  재미 없는 자도 배척받은 자도 아니다, 나는 검은 나사천이건, 목면이건 그 옷을 통하여  너희들의 인물을 투시한다, 나는 근처에 있어, 끈질기게 추구하고,  권태를 모르고 흔들려 떨어져 버리지 않는다. [나 자신의 노래 9] 농가의 곡간의 대문은 열려서 준비가 돼 있다, 수확철의 건초가 천천히 끌리는 마차에 높이 실리고, 밝은 햇빛이 그 황갈색과 녹색이 교차하는 짐 위에서 넘실거린다, 쌓인 건초의 느슨한 곳에 한 아름이 더 채워진다. 나도 거기에 있어 돕는다,  나는 건초 짐 위에 사지를 펼치고 돌아온다, 한쪽 도리를 다른 쪽에 포개고서 나는 마차의 가벼운 동요를 느낀다, 나는 외양간 가로대에서 뛰어내려 클로버와 큰조아재비풀을 움켜쥔다, 그리고 거꾸러져 머리가 건초를 뒤집어쓰고 헝클어진다. [나 자신의 노래 10]  홀로, 멀리 황야로, 산으로  나는 사냥간다, 자신의 경쾌함과 쾌활함에 경탄하며 방황한다, 해질 무렵이면 밤을 보낼 안전한 곳을 찾고, 불을 피워서 갓 잡은 사냥감을 굽고, 엽총을 옆에 놓고 끌어 모은 낙엽을 깔고 사냥개와 함께 잠이 든다. 양키 쾌속정이 돛을 하늘에 닿게 달고  번쩍이는 파도와 물안개를 뚫고 달린다, 내 눈은 육지를 응시하고  뱃전에 걸터앉거나 갑판에서 환희의 소리를 지른다. 가공과 조개 파는 이가 일찍 일어나 나를 찾아왔다, 나는 바지 끝을 장화 속에 구겨넣고서  가서 재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너도 그 날 우리와 함께 있어 조개 남비 주변에 모였으면 좋았을 것을. 나는 먼 서부의 야외에서 벌어진  한 덮엽사의 결혼식을 보았다.  신부는 미국 토인의 아가씨였다, 신부의 아버지와 그 친구들은  가까이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조용히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모두 사슴가죽의 신을 신고  어깨엔 큰 두꺼운 모포를 걸치고 있었다. 거의 가죽옷으로 차림하고서,  멋진 수염과 곱슬머리가 목을 덮고 있는 덮엽사는  신부의 손을 잡고 둑 위에 쉬고 있었다, 신부는 긴 속눈썹에다, 머리엔 아무 장식도 없고,  빳빳한 머리털은 그녀의 풍만한 팔다리에 처져 발까지 닿았다. 도망친 노예가 내 집에 와서 문밖에 멎었다. 그가 움직여서 쌓아놓은 땔나무에서  가지가 부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열린 반쪽 부엌문으로,  나는 지쳐서 다리를 저는 그를 보았다, 나는 그가 통나무 위에 앉아 있는 곳으로 가서  그를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와 안심시켰다, 그의 땀에 젖은 몸과 상처난 발을 씻도록  통에 물을 가득 퍼주었다, 그리고 내 방으로 통하는 방 하나를 그에게 주고서  거친 감의 깨끗한 옷가지를 내주었다, 그때 그가 눈을 휘둥글게 뜨고서 주저주저하던 것이 잘 기억난다, 또한 그의 목과 발꿈치의 상처에  고약을 붙여 주었던 것도 기억한다, 그는 건강을 회복하고서 북으로 달아날 때까지  일주간 내게 머물렀다. 나는 식탁에서 그를 내 곁에 앉히고,  방 구석에는 화승총을 세워 두었다. [나 자신의 노래 11] 28인의 젊은이가 해변에서 멱감는다, 28인의 젊은이가 모두 사이가 좋다, 28년간의 여자의 생애는 모두 고독하다, 그녀는 강둑 고지에 좋은 집을 소유하고 있다, 그녀는 곱게 화려하게 차려입고 창문 발 뒤에 숨는다. 그녀는 젊은이들 중 누구를 제일 좋아하는가. 아, 그 중에서 제일 못난 남자가 그녀에겐 아름답다. 부인, 어디로 가시나요. 내겐 당신이 보입니다, 당신은 거기 물 속에서 물을 튕기며,  그러나 당신은 자기 방에서 꼼짝 않고 있다. 해변을 따라 춤추며 웃으며 29세의 여자 수영객이 왔다, 다른 사람들은 그녀를 안 보았지만,  그녀는 그들을 보고 그들을 좋아했다. 젊은이들의 수염이 물 묻어 번쩍였고,  물이 긴 머리에서 흘렀다, 작은 물줄기가 그들의 전신을 흘러내렸다. 그녀의 보이지 않는 손이 그들의 몸을 쓰다듬었다. 그 손이 관자놀이에서 가슴으로 떨리면서 내렸다. 젊은이들이 자빠져서 둥실 떠 있고,  그들의 흰 복부가 해를 향하여 부풀어 있다,  그들은 누가 그것을 꽉 잡아 주는가를 묻지 않는다, 그들은 누가 몸을 늘어뜨리고 구부려서  훅훅 불거나 가라앉는가를 모른다, 그들은 누구에게 물을 끼얹는가를 모른다. [나 자신의 노래 15]  아름다운 콘트랄토이 가수가 오르간 놓인 단상에서 노래한다. 목수는 재목을 손질하고,  그의 대패날이 사납게 밀어올리는 마찰음을 울린다. 기혼의 또는 미혼의 자녀들이  감사절 만찬에 참석하려고 마차로 귀향한다, 키잡이가 키바퀴를 잡고서  힘센 팔로 배를 한쪽으로 기울인다, 운전사는 포경선에 긴장해서 서서,  창과 작살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사냥꾼은 발자국 소리 안 나게  조심껏 몸을 뻗치고 걷는다, 집사는 제단 앞에서 십자를 그으며 임명을 받고 있다, 실 뽑는 여공은 큰 물레바퀴의 소리에 맞추어 일진일퇴한다, 농부는 일요일 산보에 목책 옆에 서서  연맥과 호맥의 작황을 본다, 광인은 증세가 확인되어 드디어 수용소로 운반된다, (그는 지금까지처럼, 어머니 침실의 침대에서 다시는 자지 못하리라) 머리가 하얗고 턱뼈가 앙상한 견습 인쇄공은  활자 케이스 옆에서 일한다, 그는 흐릿한 눈으로 원고를 보면서 씹는 담배를 입안에서 돌린다, 기형의 수족이 수술대에 결박되어 있고, 제거된 것이 흉하게 쓰레기통 속에 버려진다. 흑백 혼혈녀가 경매대에서 팔리고,  주정뱅이가 술집 난로가에서 졸고 있다, 기계공은 셔츠의 소매를 걷어올리고,  경관은 자기 순찰구역을 순찰하고,  문지기는 통행인을 주목한다. 젊은 녀석이 화물운반차를 몰고 (그를 모르지만 나는 그가 좋다) 혼혈아가 경주에 나가기 위하여  운동화의 끈을 조른다, 서부지방에서의 칠면조 사냥에는  늙은이 젊은이가 모인다,  어떤 이는 엽총에 기대고,  어떤 이는 통나무에 걸터앉았다, 군중 사이에서 명사수 하나가 걸어나와서,  자세를 취하고 총을 겨눈다. 새로 온 이민의 무리가 선창과 부두를 뒤덮는다, 사탕수수밭에선 양털머리의 흑인노예가 풀을 뽑고,  감독은 그것을 말타고 지켜본다. 무도장에서 나팔소리가 울리자  신사들이 파트너 쪽으로 달려가고,  춤추는 짝들이 서로 인사를 한다, 삼나무 판장의 지붕밑 방에서  젊은이가 눈뜨고 드러누워서  음조 고운 빗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휴론호로 흘러드는 지류에서  미시간주의 어부가 덫을 장치한다, 노란 테를 두른 옷을 입은 여자가  사슴가죽 구두와 구슬백을 팔고 있다, 미술 감정사는 몸을 옆으로 구부리고,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서 전시장을 보며 돌아다닌다, 갑판에서 일하는 선원이 배를 묶어매는 동안  널판이 다리 놓여져서 상륙개을 건너게 한다. 누이동생이 실꾸리를 두 손으로 잡고 있고,  언니는 그것을 실패에 감으며,  때때로 실이 얽히면 손을 쉰다. 결혼 후 일 년의 아내는 일 주 전에 첫애를 낳고  건강이 회복되면서 행복하다. 두 발이 깨끗한 양키 소녀는 재봉틀에서,  혹은 작업장이나, 공장에서 일한다, 포도공사의 인부는 손잡이가 둘 달린 메에 기대고 있고,  기자의 연필은 수첩 위를 빨리빨리 움직이고,  간판장이는 푸른색과 금색의 글씨를 써간다. 운하공은 뱃길을 총총걸음으로 걷고,  부기사는 책상에서 계산하고 구두공은 실에 초칠을 한다, 지휘자는 악대를 지휘하고 연주원들 모두 그를 따른다, 유아는 세례를 받고,  개종자는 그의 최초의 신앙을 고백한다,  범주경기가 만 위에서 전개되어 경주가 시작됐다 (번쩍이는 흰 돛!) 가축 몰이꾼은 우리에서 도망치려고 하는 놈에게  큰소리를 지른다, 행상인은 등에 진 짐으로 땀을 흘리고,  (고객은 한 푼 두 푼을 깎는다) 신부는 흰 드레스의 주름을 펴고,  시계의 초침이 더디기만 하다, 아편 흡연자는 굳어진 머리로 멍하니  입을 벌리고서 몸을 기울인다, 창녀는 숄을 질질 끌고,  그녀의 모자는 흔들흔들하는 여드름 투성이의 목 위에 매달려 있다. 군중이 그녀의 욕지거리를 비웃고,  사내놈들은 조롱하며 서로 눈짓한다, (가엾은! 나는 너의 욕을 비웃거나 조소하지 않는다) 각의를 열고 있는 대통령은 훌륭한 장관들에 에워싸여 있다, 광장에는 부인 셋이 팔짱을 끼고  으스대며 다정하게 걷고 있다, 어선의 선원들이 선창에 넙치를 채곡채곡 쌓아올린다, 미주리주이 남자는 상품과 소떼를 끌고서 평야를 건너간다, 차삯을 거두는 차장은 열차 안을 통과할 때  거스름돈을 달랑거리며 주의를 끈다, 마루를 까는 목수는 마루를 깔고,  양철공은 지붕에 양철을 씌우고,  석공은 모르타르를 가져오라고 소리친다, 노동자들의 일단이 일렬로  각자 어깨에 벽돌상자를 지고서 나아간다, 계절은 계절을 쫓아가고,  말할 수 없이 많은 군중이 군집했다,  오늘 7월 4일, 도립기념일 (대포, 소포의 예포소리!) 계절은 계절을 쫓아가고,  농부는 밭을 갈고,  풀 베는 이는 풀을 베고,  겨울 씨앗은 땅에 떨어진다. 호수 안창에서 열기잡이가  얼은 수면에 뚫은 구멍 옆에서 지켜보며 기다린다, 그루터기가 개간지 주변에 빽빽이 서 있고,  벌목꾼은 도끼를 깊이 찍는다, 평저선 선원들이 저녁 무렵,  사시나무나 호두나무 근처로 배를 몬다, 곰 사냥꾼은 레드강 유역에,  또는 테네시강이나 아칸서스강이 흐르는 유역을 찾아다닌다, 차타후치강, 혹은 알타마호강에 깔린 어둠 속에 횃불은 타고, 늙은 노인들은 자식, 손자, 증손을 거느리고 저녁식탁에 앉아 있다, 어도우비 벽돌 담 안이나 캔버스 천막 안에,  사냥꾼과 덫꾼들이 그날의 사냥을 끝내고 쉬고 있다, 도시도 쉬고 시골도 쉰다, 산 자는 주어진 자기 시간을 자고,  죽은 자도 주어진 자기 시간을 잔다, 늙은 남편은 아내 곁에서 자고,  젊은 남편도 아내 곁에서 잔다, 그리고 그것들은 안으로 향하여 내게 오고,  나는 밖으로 향하여 그들에게로 간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그러하듯이, 그런 것들은 많건 적건 나다, 그리고 그것들을 모두 가져와서 나는 내 노래를 짠다. [나 자신의 노래 24]  훨트 휘트먼, 나는 하나의 우주,  맨해턴 태생의 한 사나이, 성미가 거칠고, 살집 좋고, 욕정이 넘치고,  잘 먹고, 잘 마시고, 잘 생산하고, 감상주의자는 아니고,  남의 위에 서 있는 자 아니고,  그러나 그들과 유리된 자 아니다, 방종하지도 않고, 그렇대서 도학자도 아니다. 문이란 문에서 자물쇠를 떼어 버려라! 옆기둥에서 문 그 자체를 떼어 버려라! 누구나 다른 사람을 내리깎는 사람을 나는 내리깎는다, 무엇이고 동작이 가고 말이 가면 그것은 결국 내게로 돌아온다. 나를 통하여 영감의 물결은 오고 가고 나를 통하여 흐르는 조류와 지표. 나는 원시적인 암호말을 하고, 데모크라시의 신호를 보낸다, 단호히! 나는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조건으로  그들의 분신적 상대물을 취하지 않는다면,  나는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으련다. 나를 통하여 오랫돋안 입다물던 목소리들이 들린다, 무수한 세대에 걸치는 죄수와 노예들의 목소리, 병자와, 절망자와, 도둑과 난장이의 목소리, 중비와 증대의 순환의 목소리, 그리고 별들을 연결하는 맥락의 목소리, 자궁과 정자의 목소리, 다른 이들에게 짓밟혀지는 자들의 군리의 목소리, 불구자와 쓸모없는 자와 평범한 자와 어리석은 자와 경멸받는 자의 목소리, 대기 속의 안개, 변 덩어리를 굴리는 풍뎅이의 목소리. 나를 통하여 나가는 금지된 목소리, 성과 욕정의 목소리, 베일을 쓴 목소리, 나는 그 베일을 제거한다, 점잖지 못한 목소리,  그 말은 나로 말미암아 명백해지고 훌륭해진다. 나는 손가락으로 입을 막지 않는다, 나는 두뇌와 심장에 대하여 하듯이, 창자 둘레를 곱게 보살핀다, 성교는 내게 죽음이나 다름없이 추악하지 않다. 나는 성욕과 식욕을 다 인정한다, 보고 듣고 만지는 것이 모두 기적이다,  그리고 나의 어느 부분이나 내 옷자락 하나도 모두 기적이다. 나는 내부 외부 할 것 없이 신성하다, 나는 내가 손대는 것,  내게 닿는 것을 무엇이고 신성하게 한다,  이 겨드랑이에서의 냄새는 기도보다도 훌륭한 방향이다, 이 머리는 교회보다도, 성경보다도, 그리고 어느 신조보다도 그 이상이다. 만일 내가 어느 것을 다른 것보다 더 숭배한다면,  그것은 내 자신의 육체의 전부이거나 그 일부일 것이다. 반투명의 나의 모형, 정액 그것은 너다! 그늘에 있는 선반과 휴식처, 그것은 너다! 탄탄한 남성의 보습날, 그것은 너다! 나의 생식충동을 이루는 것은 무엇이고, 너다! 너, 나의 짙은 혈액이며,  너의 젖 같은 흐름은 나의 생명의 창백한 긴 가닥이다! 남의 젖가슴에 몸을 부벼대는 젖가슴, 그것은 너다, 나의 두뇌, 그것은 너의 유현한 뇌의 회전이다, 씻긴 창포 뿌리여! 비겁한 연못 도요새여!  잘 지켜진 한 쌍의 달걀이 들어 있는 둥우리여! 그것은 너다! 헝클어진 건초 같은 머리칼, 수염, 근육, 그것은 너다! 자비로운 태양, 그것은 너다! 내 얼굴에 명암을 던지는 공중의 수증기, 그것은 너다! 땀흘리는 개울과 이슬, 그것은 너다! 부드럽게 간질이는 음부로 내 얼굴을 문질러 주는 바람이여, 그것은 너다! 넓은 광대한 들판, 떡갈나무 가지,  꼬불꼬불한 오솔길을 가는 어여쁜 산책자,  그것은 너다! 내가 쥔 손, 내가 키스한 일이 있는 얼굴,  내가 일찍이 접촉한 일이 있는 인간,  그것은 너다. 나는 내 자신을 뜨겁게 사랑한다,  거기에 풍부한 나 자신이 있고, 모두 감미롭다, 하나하나의 순간도, 그리고 무엇이 일어나든,  나는 기뻐서 몸을 떤다, 나는 나의 발꿈치의 굴절을 설명할 수 없고,  나의 가냘픈 소망의 원인을 말할 수 없다, 또한 내가 발산하는 우애의 원인도,  그리고 내가 다시 받아들이는 우애의 근원도  설명할 수 없다. 집의 현관으로 걸어 들어가서 발을 멈추고  이것이 과연 내 집인가를 생각해 본다. 내 창 앞에 핀 나팔꽃이 책 속에 쓰인 형이상학 이상으로 만족을 준다. 동트는 하늘을 바라본다! 희미한 빛이 무한한 투명한 음영을 지워 간다, 대기는 내 미각에 상쾌하나다. 천진난만하게 뛰놀며 회전하는 세계의 중량이 조용히 올라오고,  신선하게 발산하고, 높고 낮게 비스듬히 달린다. 내게는 안 보이는 무엇인가가 그 음탕한 뾰족끝을 위로 내민다, 찬란한 액체의 바다가 하늘에 충만하다. 대지는 하늘 가에서 그 밤을 유숙했던 것이다,  양자가 매일 회합한 결과, 그 순간 내 머리 위에서, 동쪽에서 솟아오른 도전, 조롱조의 말, “그렇다면 네가 천지의 지배자가 될 것인가, 아닌가!” [나 자신의 노래 31] 나는 믿는다, 풀잎 하나가 별의 운행에 못지 않다고. 그리고 개미도 역시 완전하고, 모래알 하나, 굴뚝새의 알 하나도 그렇다, 그리고 청개구리는 최고의 걸작품이다. 그리고 땅에 뻗은 딸기 덩굴은 천국의 객실을 장식할 만하다. 그리고, 머리를 푹 숙이고 풀을 뜯는 소는 어떤 조각보다도 낫다. 그리고 한 마리 생쥐는 몇 억조의 불신의 무리들을 아연하게 할 만한 기적이다. 나는 자기가 편마암이나, 석탄, 길게 이어진 이끼,  과일, 곡식용 풀뿌리와 일체가 되고, 또한 나는 전신이 네 발 짐승과 조류의 색과 모양이 된다, 내 뒤에 있는 것은 충분한 이유에서 멀리멀리 뒤쳐져 있지만,  내가 필요할 때엔, 무엇이고 다시 불러오게 할 수 있다. 속력을 내는 것이나 주저하는 것이나 헛된 일이다, 나의 접근에 대하여, 화성암이 그 옛날의 열기를 방출해도 헛된 일이다, 역사 이전의 거상이 가루가 된 자신의 백골 밑으로 물러가도 헛된 일이다, 물체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존재하고,  각양각색의 형상을 취하는 일도 헛된 일이다, 대양이 지구의 텅빈 곳에 자리잡고,  큰 괴물들이 해저 깊이 누워 있어도 헛된 일이다, 말똥가리 매가 몸으로써 하늘에 집을 친들 헛된 일이다, 배암이 담장이나 통나무 사이를 미끄러져 가도 헛된 일이다, 큰 사슴이 숲속의 뒤안길로 달려가도 헛된 일이다, 부리가 예리한 바다오리가 멀리 라브라도르의 북쪽으로 날아간들 헛된 일이다, 나는 재빨리 뒤쫓아, 벼랑의 틈새에 지은 둥지로 올라간다. [나 자신의 노래 32] 나는 몸을 바꾸어 동물과 함께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은 아주 태평하고 자족하다, 나는 서서 그들을 오래 바라본다. 그들은 애쓰지 않고, 저희들의 상황에 불평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둠 속에 깨어 일어나, 저희 죄 때문에 울지 않는다, 그들은 신에 대한 의무를 논하여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한 놈도 불만인 놈은 없고,  한 놈도 소유욕으로 미쳐 있지 않다, 한 놈도 다른 놈에 대하여, 또는 수천 년 전에 산 동류에 대하여  무릎을 꿇지 않는다, 온 세상에서 한 놈도 존경할 만하거나, 부지런한 놈은 없다. 이리하여 그들은 그들과 나와의 관계를 밝히고,  나는 그들을 받아들인다, 그들은 내 자신의 흔적을 내게로 가져와서,  그것이 그들의 소유인 것을 분명히 표시한다. 그들은 어디에서 그런 흔적을 입수했을까, 그 방면을 내가 먼 옛날에 통고하여,  무심코 그것을 떨어뜨렸던 것이 아닐까. 나 자신 그때나 지금이나 그리고 영원히 전진한다, 항상 더욱 많이 모으고 드러내 보이며, 속력 있게, 무한히, 그리고 영원히 재창조된다.  내 노래하는 것이 그 속에 들어 있고, 나의 기념물에 가까이 오는 자 누구도 제외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가려내어,  그와 형제간처럼 사이좋게 가련다. 내 애무에 응하는 한 마리 새뜻하게 아름다운 종마의 거대한 아름다움, 앞 이마 훤칠한 머리, 귀와 귀 사이가 넓고, 사지는 번들번들 유연하고, 꽁지는 질질 땅에 닿고, 눈은 반짝반짝 악의가 가득하고, 귀는 잘 서서 부드럽게 움직인다. 내가 발꿈치로 동체를 껴안으니, 두 콧구멍이 부푼다, 내가 일주하여 돌아오니, 그 잘 발달된 사지가 기쁘게 떨린다, 나의 종마여, 나는 다만 잠깐 너를 탈 뿐이니, 그리고선 놓아주마, 내 자신이 너를 앞질러 달릴 수 있는데, 왜 너를 탈 필요가 있겠는가. 나는 서 있건 앉아 있건, 너보다 훨씬 빨리 달릴 수 있다. [나 자신의 노래 35] 너에게 옛날의 해전 이야기를 들려 줄까 달과 별빛 아래에서 누가 이겼는가를 알고 싶은가. 선원이었던 나의 조모의 부친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를 들어 봐라. 자기들의 적이 배 속에 숨는 비겁자는 아니었다(고, 그는 얘기하기 시작했다,) 적은 무서운 영국혼을 가진 놈이었다,  이보다 강인하고 진실한 놈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결코 없을 것이다, 저녁 무렵에, 적은 맹렬한 사격을 가해 왔다. 우리는 바싹 접근하여, 돛대가 서로 얼키고, 대포가 맞붙었다,  저희들의 선장은 손수 배를 적선에 꽉 묶어맸다. 자기들은 배 밑으로 약 18파운드의 탄환의 발사를 받았다, 아래 갑판의 포대에는, 두 대의 큰 포가 첫 발 쏠 때에 파괴되어  주변의 병사를 다수 살해하고, 천정까지도 폭파하였다. 해질녘의 전투, 암야의 전투, 밤 열 시, 만월이 중천에 올라왔을 때,  침수는 늘어나, 5피트라고 보고되었다, 위병하사관은 뒤 선실에 감금된 포로들을 풀어 주어,  그들에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찾도록 했다. 화약고의 통로는 이제 보초에 의하여 차단되고, 낯선 얼굴이 하도 많아서 누가 아군인지, 전연 믿을 수가 없었다. 자기들의 군함에 불이 붙었다, 누군가는 살려 달라고 해 봤으면 하기도 했다. 자진해서 깃발을 내리고 항복하면 어떨까 하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만족스럽게 크게 웃었다,  나의 그 작은 선장의 목소리가 들려왔기에. 그는 태연하게 외쳤다  “우리는 패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제 우리의 전쟁을 막 시작한 것이다.” 불과 세 기의 대포가 사용 가능하였다, 하나는 선장이 손수 적의 중심 돛대를 향하여 쏘았다, 적의 갑판을 일소했다. 이 작은 포대를 원조하는 것은, 장루, 특히 주잘우뿐이었다, 그들은 전투 중 시종 용감하게 견뎌냈다. 전투는 잠시도 쉬지 않았다, 침수는 증가하여 펌프로는 되지 않았다, 불은 화약고 쪽으로 타들어 갔다. 펌프 하나가 탄환에 날아가 버렸다,  모두 이제는 침몰한다고 생각했다. 작은 선장은 태연하게 서 있다, 서둘지 않고, 목소리는 높지도 낮지도 않았다, 그의 눈은 전함의 등불보다 더 형형한 불빛을 우리에게 비추었다, 자정 가까이, 달빛 휘황한 속에서 적은 우리에게 항복해 왔다. [나 자신의 노래 36]  한밤중이 긴장 속에 고요하다. 두 개의 큰 선체가 어둠의 한복판에 꼼짝 않고 있다, 그 중의 한 척 자기들의 것은,  관통되어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노획한 군함으로 옮겨 탈 준비, 홑이불처럼 창백한 얼굴의 선장이  뒷 갑판에서 냉정하게 명령을 내린다, 근처에 사관실에서 일하던 소년의 시체가 눈에 뜨이고, 긴 백발에 곱게 손질한 구레나룻을 가진  늙은 해병의 얼굴도 있다,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화염이 배의 아래 위로 퍼진다, 아직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2, 3명의 사곤의 목쉰 소리, 사지가 없는 시체, 또는 시체 그대로인 것,  돛대나 돛 가로대에 붙은 살조각들, 밧줄의 단편, 매달려 있는 색구,  고요한 파도에서 오는 가벼운 충격, 머리 위에서 말없이 슬프게 비치는 큰 별, 해풍의 미묘한 소리, 바닷가 갈대풀과 들판의 냄새,  생존자에게 남겨진 유언들, 외과의의 메스 휘드는 소리,  그의 수술용 톱의 쓸어 들어가는 톱니, 힘든 호흡, 울음 소리, 떨어지는 핏방울의 튀김,  짧고 거친 비명, 길게 둔하게,  점차 날카로와지는 신음 소리, 이런 것들, 다시 되찾을 수 없는 이런 것들. [나 자신의 노래 44] 이제 나 자신을 설명할 때다- 자, 우리 모두 일어서자. 이미 아려진 일체의 것을 내던지고서, 나는 모든 남녀와 더불어 미지의 세계로 돌진한다, 시계는 이 순간을 가리킨다 - 그러나 영원은 무엇을 가리키는가. 우리들은 지금까지 수억조의 겨울과 여름을 겪어 왔다, 앞으로도 수억조의 세월이 있고, 그 앞에도 수억 조가 있다. 탄생은 우리에게 풍요와 다양을 가져왔다, 그리고 또 다른 탄생이 우리에게 풍요와 다양을 가져올 것이다. 나는 어느 하나를 더 크다고,  그리고 다른 것은 더 적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 시간과 장소를 점유하는 것은 다른 어떤 것과도 동등하다. 나의 형제여, 자매여,  인류는 너희에게 잔혹하거나 시기스러웠던가. 그렇다면, 안됐구나,  그들은 나에게는 잔혹하거나 시기스럽지 않았다. 모두가 나에게는 친절했다,  나는 슬픔을 말할 만한 것이 없다. (슬픔이 내게 무슨 상관이 있나) 나는 완성된 사물의 극치이고,  일어날 일체의 것을 포괄하는 자이다. 나의 발은 계단의 정점의 다시 그 정점을 밟는다, 층마다에 시대의 다발, 그리고 그 층과 층 사이에 더 큰 다발이 있다, 발 아래의 것은 모두 내가 걸어온 자국, 나는 다시 오르고 또 오른다. 오르고 오르는 데 따라서, 뒤에는 지난 날의 환영들이 고개 숙이고 있다, 멀리 밑으로 나는 거대한 태초의 無를 본다, 거기에도 내가 있었음을 안다, 나는 보이지 않는 상태로 언제나 기다렸다,  그리고 혼수상태의 안개 속에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를 기다렸고, 악취를 내는 탄소의 해를 받지 않았다. 오랫동안 나는 꼭 껴안았다 - 오래 오랫동안. 나를 위한 준비는 엄청난 것이었다. 나를 도운 팔은 성실하고 친절했다. 시간의 회전은 쾌활한 뱃사람 모양 노젓고 노저어  나의 요람을 실어 보냈다, 내 자리를 마련하기 위하여 별들은 저희 궤도를 벗어나 운행했다, 그들은 나를 떠받칠 것을 지켜 주기 위하여 온갖 힘을 보내 주었다. 내가 어머니에게서 탄생하기 전에, 여러 세대가 나를 인도했고, 나의 태아는 언제나 생동했고, 어떤 것도 그것을 압도할 수 없었다. 나의 태아를 위하여 이 한 구체에 집중했고, 태아를 그 위에 앉히기 위하여 오랜 완만한 지층이 쌓였다, 풍요한 식물이 거기에 양분을 주고, 거대한 도마뱀이 그것을 입으로 운반하여, 조심껏 땅에 내려 놓았다, 온갖 힘이 나를 완성하고 나를 즐겁게 하기 위하여 부단히 쓰였다.  그리하여, 이제 이 자리에 나는 튼튼한 영혼을 갖고 서 있다. - 월터 휘트만(Walter Whitman 1819-1892)이란 사람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시인 중의 한 사람입니다. 그는 시에서 서민들의 희망과 자유를 진실하게 노래합니다. 휘트만의 작품은 모든 인류가 하나임과 인간의 가치가 얼마나 큰가를 노래하는 것이 주내용입니다.  이 시인은 말년에 여러 가지 질병으로 불행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한 의사가 하는 말을 듣고 그가 노래한 인간의 최고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새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 의사의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의사가 된지 어언 30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처방을 해 왔습니다만 아픈 사람에게 가장 좋은 처벙 약은 다른 것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휘트만은 크게 공감하면서  "그러면 사랑이란 약이 듣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지요?" 라고 의사에게 질문했습니다.  그러자 의사는  "그땐 처방약을 두 배로 늘리게 되지요" 하고 말했답니다. 뉴욕주 롱아일랜드 출생. 아버지는 목수였는데, T.페인(1737∼1809)의 인권사상 등에 심취하였고, 어머니는 네덜란드 이민 출신으로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풍을 지녔다. 4세 때 브루클린으로 이주, 가정사정으로 초등학교를 중퇴하여 인쇄소 직공으로 있으면서 독학으로 교양을 쌓았다. 1835년 고향에 돌아가 초등학교 교사, 신문 편집 등에 종사하였다. 그 후 뉴욕으로 옮겨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기 시작하여, 1846년에는 브루클린의 미국 민주당계 일간지 《이글 Eagle》의 편집자가 되었다. 그러나 1848년 ‘프리 소일(free soil) 운동’을 지지하는 그의 논설이 민주당 보수파의 분노를 사게 되어 사임, 전부터의 염원이던 프리 소일파의 주간신문 《자유민 Freeman》을 창간하여 그 주필로 활약하였다. 그러나, 또다시 민주당 보수파의 공격을 받고 겨우 1년 만에 사임하였다.  1850년대에 들어서자, 그는 합승마차의 마부석 옆에 앉거나 나룻배에 타거나 하여 민중의 생태를 관찰하고, 또는 아버지의 목수일을 도우며 많은 시간을 독서와 사색으로 보냈다. 이 내부침잠(內部沈潛)의 시기를 거쳐서 그의 시인으로의 전신(轉身)이 이루어졌다. 1855년 시집 《풀잎 Leaves of Grass》을 자비출판하였는데, 이것은 종래의 전통적 시형(詩型)을 크게 벗어나 미국의 적나라한 모습을 고스란히 받아들여 찬미한 것이었다. 그러나 제3판(1860)에 이르자, 새로 수록된 《카라마스》 등의 시군(詩群)을 통해서 사랑과 연대(連帶)라고 하는 일정한 주장이 표면화하기 시작하여, 이른바 ‘예언자 시인’으로의 변모를 드러냈다. 논문 《민주주의의 미래상 Democratic Vistas》(1871)에서도 미국사회의 물질주의적인 경향을 비판하고, ‘인격주의’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1862년 겨울, 남북전쟁에 종군 중이던 동생 조지가 부상당한 것이 계기가 되어, 1863년 이후는 관청에 근무하면서 워싱턴의 병원에서 부상병을 간호하기도 하였다. 어떻든 남북전쟁을 극복하고 통일을 지킬 수 있었다는 것은 그에게는 커다란 기쁨이었으며, 자신의 고통과 죽음을 견디는 젊은 병사들의 모습을 직접 목격한 경험은 그의 마음속에 미국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1865년, 남북전쟁을 소재로 하는 72페이지의 작은 시집 《북소리 Drum-Taps》를 출판하고, 이듬해 링컨 대통령에 대한 추도시(追悼詩) 《앞뜰에 라일락이 피었을 때 When Lilacs Last in the Dooryard Bloom’d》를 포함한 24페이지의 《속편(續編)》을 출판해서 곧 《풀잎》(4판, 1867)에 재록(再錄)하였다.  1873년에 중풍의 발작이 있었으나 요양에 전념, 1879년에는 서부 여행, 1880년에는 캐나다 여행도 할 수 있을 만큼 회복되었다. 1882년에는 산문집 《자선일기(自選日記) 기타》를 출판, 문명(文名)도 높아졌다. 1884년에는 《풀잎》의 인세(印稅)로 세운 뉴저지주 캠던의 미클가(街) 자택에는 내외의 방문자가 빈번히 드나들었다. 그러나 체력도 약해졌지만 그 자신은 점차 염세주의로 기울었으며, 1888년 재차 중풍이 발작한 후, 1892년 폐렴(肺炎)으로 세상을 떠났다. (네이버 발췌)  
23    한용운 시인의 시 모음 댓글:  조회:3825  추천:0  2017-05-29
한용운 시인의 시 모음     [목차] 님의 침묵 이별은 미의 창조 알 수 없어요 나는 잊고저 나의 길 꿈 깨고서 길이 막혀 나룻배와 행인 차라리 꿈과 근심 비 꽃이 먼저 알어 사랑하는 까닭 달을 보며 여름밤이 길어요 떠날때 님의 얼골 두견새 우는 때 수의 비밀 당신 가신때 꽃싸움 거문고 탈 때 알 수 없어요 고적한 밤 예술가 하나가 되야주서요 당신이 아니더면 잠 없는 꿈 생명 당신은 행복 밤은 고요하고 포도주[葡萄酒] 해당화 복종[服從] 情天恨海[정천한해] 그를 보내며 ~~~~~~~~~~~~~~~~~~~~~~~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야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참어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는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야서 한숨의 미풍에 날어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쓰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러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골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노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 부었습니다. 우리는 말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얐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 이별은 미의 창조 이별은 미의 창조입니다. 이별의 미는 아침의 바탕[質]없는 황금과 밤의 올[絲]없는 검은 비단과 죽음 없는 영원의 생명과 시들지 않는 하늘의 푸른 꽃에도 없습니다. 님이여 이별이 아니면 나는 눈물에서 죽었다가 웃음에서 다시 살어날 수가 없습니다. 오오 이별이여 美는 이별의 創造입니다. ~~~~~~~~~~~~~~~~~~~~~~~~~~~~~~~~~~~~~~~~~~~~~~~~~~~~~~~~~~~~~~~~ 알 수 없어요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최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골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슬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돍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적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갓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 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 나는 잊고저 남들은 님을 생각한다지만 나는 님을 잊고저 하야요 잊고저 할수록 생각히기로 행혀 잊힐까 하고 생각하야 보았습니다. 잊으랴면 생각하고 생각하면 잊히지 아니하니 잊도 말고 생각도 말어 볼까요 잊든지 생각든지 내버려두어 볼까요 그러나 그리도 아니되고 끊임없는 생각생각에 님뿐인데 어찌하야요 귀태여 잊으랴면 잊을 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잠과 죽음뿐이기로 님 두고는 못하야요 아아 잊히지 않는 생각보다 잊고저 하는 그것이 더욱 괴롭습니다. ~~~~~~~~~~~~~~~~~~~~~~~~~~~~~~~~~~~~~~~~~~~~~~~~~~~~~~~~~~~~~ 나의 길 이 세상에는 길도 많기도 합니다. 산에는 돍길이 있습니다 바다에는 뱃길이 있습니다. 공중에는 달과 별의 길이 있습니다. 강가에서 낚시질하는 사람은 모래위에 발자최를 니입니다. 들에서 나물캐는 여자는 방초를 밟습니다. 악한 사람은 죄의 길을 좇어갑니다. 의있는 사람은 옳은 일을 위하야는 칼날을 밟습니다. 서산에 지는 해는 붉은 놀을 밟습니다. 봄 아츰의 맑은 이슬은 꽃머리에서 미끄름 탑니다. 그러나 나의 길은 이 세상에 둘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님의 품에 안기는 길입니다. 그렇지 아니하면 죽음의 품에 안기는 길입니다. 그것은 만일 님의 품에 안기지 못하면 다근 길은 죽음의 길보다 험하고 괴로운 까닭입니다. 아아 나의 길은 누가 내였습니까 아아 이 세상에는 님이 아니고는 나의 길을 내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나의 길을 님이 내였으면 죽음의 길은 웨 내섰을까요 ~~~~~~~~~~~~~~~~~~~~~~~~~~~~~~~~~~~~~~~~~~~~~~~~~~~~~~~~~~~~~ 꿈 깨고서 님이며는 나를 사랑하련마는 밤마다 문 밖에 와서 발자최 소리만 니이고 한 번도 들어오지 아니하고 도로 가니 그것이 사랑인가요 그러나 나는 발자최나마 님의 문 밖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아아 사랑은 님에게만 있나버요 아아 발자최 소리나 아니더면 꿈이나 아니 깨였으련마는 꿈은 님을 찾어가라고 구름을 탔었어요. ~~~~~~~~~~~~~~~~~~~~~~~~~~~~~~~~~~~~~~~~~~~~~~~~~~~~~~~~~~~~~~ 길이 막혀 당신의 얼골은 달도 아니언만 산 넘고 물 넘어 나의 마음을 비칩니다 나의 손길은 웨 그리 쩔러서 눈앞에 보이는 당신의 가슴을 못 만지나요 당신이 오기로 못 올 것이 무엇이며 내가 가기로 못 갈 것이 없지마는 산에는 사다리가 없고 물에는 배가 없어요 뉘라서 사다리를 떼고 배를 깨트렸습니까 나는 보석으로 사다리 놓고 진주로 배 모아요 오시랴도 길이 막혀서 못 오시는 당신이 기루어요 ~~~~~~~~~~~~~~~~~~~~~~~~~~~~~~~~~~~~~~~~~~~~~~~~~~~~~~~~~~~~~~ 나룻배와 행인 나는 나룻배 당신은 行人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이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느면 나를 돌어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어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어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行人 ~~~~~~~~~~~~~~~~~~~~~~~~~~~~~~~~~~~~~~~~~~~~~~~~~~~~~~~~~~~~~~ 차라리 님이여 오서요 오시지 아니하랴면 차라리 가서요 가랴다 오고 오랴다 가는 것은 나에게 목숨을 빼앗고 죽음도 주지 않는 것입니다. 님이여 나를 책망하랴거든 차라리 큰소리로 말씀하야 주서요 침묵으로 책망하지 말고 침묵으로 책망하는 것은 아픈 마음을 얼음바늘로 찌르는 것입니다. 님이여 나를 아니 보랴거든 차라리 눈을 돌려서 감으서요 흐르는 곁눈으로 흘겨보지 마서요 곁눈으로 흘겨보는 것은 사랑의 보에 가시의 선물을 싸서 주는 것입니다. ~~~~~~~~~~~~~~~~~~~~~~~~~~~~~~~~~~~~~~~~~~~~~~~~~~~~~~~~~~~~~ 꿈과 근심 밤근심이 하 길기에 꿈도 길 줄 알었더니 님을 보러 가는 길에 반도 못 가서 깨었고나 새벽 꿈이 하 쩌르기에 근심도 쩌를 줄 알었더니 근심에서 근심으로 끝 간 데를 모르겠다 만일 님에게도 꿈과 근심이 있거든 차라리 근심이 꿈 되고 꿈이 근심 되여라 ~~~~~~~~~~~~~~~~~~~~~~~~~~~~~~~~~~~~~~~~~~~~~~~~~~~~~~~~~~~ 비 비는 가장 큰 權威를 가지고 가장 좋은 機會를 줍니다 비는 해를 가리고 하늘을 가리고 세상사람의 눈을 가립니다 그러나 비는 번개와 무지개를 가리지 않습니다. 나는 번개가 되야 무지개를 타고 당신에게 가서 사랑의 팔에 감기고자 합니다 비 오는 날 가만히 가서 당신의 침묵을 가져온대도 당신의 주인은 알 수가 없습니다. 만일 당신이 비 오는 날에 오신다면 나는 연잎으로 윗옷을 지어서 보내겄습니다. 당신이 비 오는 날에 연잎 옷을 입고 오시면 이 세상에는 알 사람이 없습니다. 당신이 비 가온데로 가만히 오서서 나의 눈물을 가져가신대도 영원한 비밀이 될 것입니다. 비는 가장 큰 권위를 가지고 가장 좋은 기회를 줍니다. ~~~~~~~~~~~~~~~~~~~~~~~~~~~~~~~~~~~~~~~~~~~~~~~~~~~~~~~~~~~~ 꽃이 먼저 알어 옛집을 떠나서 다른 시골에 봄을 만났습니다 꿈은 이따금 봄바람을 따러서 아득한 옛터에 이릅니다 지팽이는 푸르고 풀빛에 묻혀서 그림자와 서로 따릅니다. 길가에서 이름도 모른 꽃을 보고서 행혀 근심을 잊일까 하고 앉었습니다. 꽃송이에는 아츰 이슬이 아즉 마르지 아닌한가 하얐더니 아아 나의 눈물이 떨어진 줄이야 꽃이 먼저 알었습니다. ~~~~~~~~~~~~~~~~~~~~~~~~~~~~~~~~~~~~~~~~~~~~~~~~~~~~~~~~~~~~~~~ 사랑하는 까닭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루어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 달을 보며 달은 밝고 당신이 하도 기루었습니다. 자던 옷을 고쳐입고 뜰에 나와 퍼지르고 앉아서 달을 한참 보았습니다. 달은 차차차 당신의 얼골이 되더니 넓은 이마,둥근 코 아름다운 수염이 역역히 보입니다. 간 해에는 당신의 얼골이 달로 보이더니 오늘밤에는 달이 당신의 얼골이 됩니다. 당신의 얼골이 달이기에 나의 얼골도 달이 되얐습니다. 나의 얼골은 그믐달이 된 줄을 당신이 아십니까 아아 당신의 얼골이 달이기에 나의 얼골도 달이 되얐습니다. ~~~~~~~~~~~~~~~~~~~~~~~~~~~~~~~~~~~~~~~~~~~~~~~~~~~~~~~~~~~~~~ 여름밤이 길어요 당신이 기실 때에는 겨울밤이 쩌르더니 당신이 가신 뒤에는 여름밤이 길어요 책력의 內容이 그릇되얏나 하얐더니 개똥불이 흐르고 버러지가 웁니다 긴 밤은 어데서 오고 어데로 가는 줄을 분명히 알었습니다. 긴 밤은 근심바다의 첫 물결에서 나와서 슬픈 音樂이 되고 아득한 沙漠이 되더니 필경 絶望의 성너머로 가서 惡魔의 웃음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나 당신이 오시면 나는 사랑의 칼을 가지고 긴 밤을 베혀서 一千도막을 내겄습니다 당신이 기실 때는 겨울밤이 쩌르더니 당신이 가신 뒤는 여름밤이 길어요 ~~~~~~~~~~~~~~~~~~~~~~~~~~~~~~~~~~~~~~~~~~~~~~~~~~~~~~~~~~ 떠날 때의 님의 얼골 꽃은 떨어지는 향기가 아름답습니다 해는 지는 빛이 곱습니다 노래는 목마친 가락이 묘합니다 님은 떠날 때의 얼골이 더욱 어여쁩니다. 떠난신 뒤에 나의 幻想의 눈에 비치는 님의 얼골은 눈물이 없는 눈으로는 바로 볼 수가 없을 만치 어여쁠 것입니다. 님의 떠날 때의 어여쁜 얼골을 나의 눈에 새기겄습니다. 님의 얼골은 나를 울리기에는 너머도 야속한 듯하지마는 님을 사랑하기 위하야는 나의 마음을 질거웁게 할 수가 없습니다. 만일 그 어여쁜 얼골이 영원히 나의 눈을 떠난다면 그때의 슬픔은 우는 것보다도 아프겄습니다. ~~~~~~~~~~~~~~~~~~~~~~~~~~~~~~~~~~~~~~~~~~~~~~~~~~~~~~~~~~~~~ 두견새 두견새는 실컷 운다 울다가 못 다 울면 피를 흘려 운다 이별한 한이야 너 뿐이랴마는 울래야 울지도 못하는 나는 두견새 못 된 恨을 또다시 어찌하리 야속한 두견새는 돌어갈 곳도 없는 나를 보고도 [不如歸不如歸] ~~~~~~~~~~~~~~~~~~~~~~~~~~~~~~~~~~~~~~~~~~~~~~~~~~~~~~~~~~~~~ 우는 때 꽃 핀 아츰 달 밝은 저녁 비 오는 밤 그때가 가장 님 기루운 때라고 남들은 말합니다. 나도 같은 고요한 때로는 그때에 많이 울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여러 사람이 모혀서 말하고 노는 때에 더 울게 됩니다. 님 있는 여러 사람들은 나를 위로하야 좋은 말을 합니다마는 나는 그들의 위로하는 말을 조소로 듣습니다. 그때에는 울음을 삼켜서 눈물을 속으로 창자를 향햐야 흘립니다. ~~~~~~~~~~~~~~~~~~~~~~~~~~~~~~~~~~~~~~~~~~~~~~~~~~~~~~~~~~~~~~ 繡의 秘密 나는 당신의 옷을 다 지어놓았습니다 심의도 짓고 도포도 짓고 자리옷도 지었습니다 짓지 아니한 것은 적은 주머니에 수놓는 것뿐입니다 그 주머니는 나의 손때가 많이 묻었습니다 짓다가 놓아두고 짓다가 놓아두고 한 까닭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바느질 솜씨가 없는 줄로 알지마는 그러한 비밀은 나밖에는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나는 마음이 아프고 쓰린 때에 주머니에 수를 놓으랴면 나의 마음은 수놓는 금실을 따러서 바늘 구녕으로 들어가고 주머니 속에서 맑은 노래가 나와서 나의 마음이 됩니다. 그러고 아즉 이 세상에는 그 주머니에 널 만한 무슨 보물이 없습니다. 이 적은 주머니는 짓기 싫여서 짓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짓고 싶어서 다 짓지 않는 것입니다. ~~~~~~~~~~~~~~~~~~~~~~~~~~~~~~~~~~~~~~~~~~~~~~~~~~~~~~~~~~~~~~~~~ 당신 가신 때 당신이 가실 때에 나는 시골에 병들어 누워서 이별의 키쓰도 못하얐습니다 그때는 가을바람이 츰으로 나서 단풍이 한 가지에 두서너 잎이 붉었습니다 나는 永遠의 時間에서 당신 가신 때를 끊어내겄습니다 그러면 시간은 두 도막이 납니다 시간의 한 끝은 당신이 가지고 한끝은 내가 가졌다가 당신의 손과 나의 손과 마조 잡을 때에 가만히 이어놓겄습니다. 그러면 붓대를 잡고 남의 불행한 일만을 쓰랴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당신의 가신 때는 쓰지 못할 것입니다. 나는 영원의 시간에서 당신 가신 때를 끊어내겄습니다. ~~~~~~~~~~~~~~~~~~~~~~~~~~~~~~~~~~~~~~~~~~~~~~~~~~~~~~~~~~~~~~~~ 꽃싸움 당신은 두견화를 심으실 때에 [꽃이 피거든 꽃싸움하자]고 나에게 말하얐습니다. 꽃은 피어서 시들어가는데 당신은 옛 맹서를 잊으시고 아니 오십니다 나는 한 손에 붉은 꽃수염을 가지고 한 손에 흰 꽃수염을 가지고 꽃싸움을 하야서 이기는 것은 당신이라 하고 지는것은 내가 됩니다 그러나 정말로 당신을 만나서 꽃싸움을 하게 되면 나는 붉은 꽃수엄을 가지고 당신은 흰 꽃수염을 가지게 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나에게 번번히 지십니다 그것은 내가 이기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나에게 지기를 기뻐하는 까닭입니다. 번번히 이긴 나는 당신에게 우승의 상을 달라고 조르겄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빙긋이 웃으며 나의 뺨에 입맞추겄습니다 꽃은 피어서 시들어가는데 당신은 옛 맹서를 잊이시고 아니 오십니다. ~~~~~~~~~~~~~~~~~~~~~~~~~~~~~~~~~~~~~~~~~~~~~~~~~~~~~~~~~~~~~~~~ 거문고 탈 때 달 아래에서 거문고를 타기는 근심을 잊을까 함이러니 츰곡조가 끝나기 전에 눈물이 앞을 가려서 밤은 바다가 되고 거문고 줄은 무지개가 됩니다 거문고 소리가 높었다가 가늘고 가늘다가 높을 때에 당신은 거문고 줄에서 그늬를 뜁니다. 마즈막 소리가 바람을 따러서 느투나무 그늘로 사러질 때에 당신은 나를 힘없이 보면서 아득한 눈을 감습니다 아아 당신은 사러지는 거문고 소리를 따러서 아득한 눈을 감습니다. ~~~~~~~~~~~~~~~~~~~~~~~~~~~~~~~~~~~~~~~~~~~~~~~~~~~~~~~~~~~~~~~~~ 알 수 없어요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이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최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골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슬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어 돍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적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갓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 고적한 밤 하늘에는 달이 없고 따에는 바람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소리가 없고, 나는 마음이 없습니다. 우주는 죽음인가요 인생은 잠인가요 한 가닭은 눈썹에 걸치고 한 가닭은 적은 별에 걸쳤든 님생각의 금실은 살살살 걷힙니다. 한 손에는 황금의 칼을 들고 한 손으로 천국의 꽃을 꺽든 환상의 여왕도 그림자를 감추었습니다. 아아 님 생각의 금실과 환상의 여왕이 두 손을 마조 잡고 눈물의 속에서 정사한 줄이야 누가 알어요 宇宙는 죽음인가요 人生은 눈물인가요 人生이 눈물이면 죽음은 사랑인가요 ~~~~~~~~~~~~~~~~~~~~~~~~~~~~~~~~~~~~~~~~~~~~~~~~~~~~~~~~~~~~~~~~~~ 예술가 나는 서투른 화가여요 잠 아니 오는 잠자리에 누어서 손가락을 가슴에 대히고 당신의 코와 입과 두 볼에 새암 파지는 것까지 그렸습니다 그러나 언제든지 적은 웃음이 떠도는 당신의 눈자위는 그리다가 백 번이나 지었습니다. 나는 파겁 못한 성악가요 이웃사람도 돌어가고 버러지 소리도 끊쳤는데 당신의 가리쳐 주시는 노래를 부르랴다가 조는 고양이가 부끄러워서 부르지 못하얐습니다 그래서 가는 바람이 문풍지를 슬칠 때에 가만이 합창하얐습니다. 나는 敍情詩人이 되기에는 너머도 소질이 없나버요 질거움이니 슬픔이니 사랑이니 그런 것은 쓰기 싫어요 당신의 얼골과 소리와 걸음걸이와를 그대로 쓰고 싶습니다 그러고 당신의 집과 寢臺[침대]와 꽃밭에 있는 적은 돍도 쓰겄습니다 ~~~~~~~~~~~~~~~~~~~~~~~~~~~~~~~~~~~~~~~~~~~~~~~~~~~~~~~~~~~~~~~~ 하나가 되야주서요 님이여 나의 마음을 가져가랴거든 마음을 가진 나한지[나와함께]가져 가서요 그리하야 나로 하야금 님에게서 하나가 되게 하서요 그렇지 아니하거든 나에게 고통만을 주지 마시고 님의 마음을 다 주서요 그리고 마음을 가진 님한지 나에게 주서요 그래서 님으로 하야금 나에게서 하나가 되게 하서요 그렇지 아니하거든 나의 마음을 돌려 보내 주서요 그러고 나에게 고통을 주서요 그러면 나는 나의 마음을 가지고 님의 주시는 고통을 사랑하겄습니다. ~~~~~~~~~~~~~~~~~~~~~~~~~~~~~~~~~~~~~~~~~~~~~~~~~~~~~~~~~~~~~~~~~~ 당신이 아니더면 당신이 아니더면 포시럽고 매끄럽든 얼골이 웨 주름살이 잡혀요 당신이 기룹지만 않더면 언제까지라도 나는 늙지 아니할테여요 맨 츰에 당신에게 안기든 그때대로 있을 테여요 그러나 늙고 병들고 죽기까지라도 당신 때문이라면 나는 싫지 안하여요 나에게 생명을 주던지 죽음을 주던지 당신의 뜻대로만 하서요 나는 곧 당신이여요 ~~~~~~~~~~~~~~~~~~~~~~~~~~~~~~~~~~~~~~~~~~~~~~~~~~~~~~~~~~~~~~~~~ 잠 없는 꿈 나는 어늬 날 밤에 잠 없는 꿈을 꾸었습니다 [나의 님은 어데 있어요 나는 님을 보러 가겄습니다. 님에게 가는 길을 가져다가 나에게 주서요 검이여] [너의 가랴는 길은 너의 님의 오랴는 길이다. 그 길을 가져다 너에게 주면, 너의 님은 올 수가 없다] [내가 가기만 하면 님은 아니 와도 관계가 없습니다.] [너의 님의 오랴는 길을 너에게 갖다 주면 너의 님은 다른 길로 오게 된다. 네가 간대도 너의 님을 만날 수가 없다] [그러면 그 길을 가져다가 나의 님에게 주서요] [너의 님에게 주는 것이 너에게 주는 것과 같다. 사람마다 저의 길이 각각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찌하여야 이별한 님을 만나보겄습니까] [네가 너를 가져다가 너의 가랴는 길에 주어라. 그리하고 쉬지 말고 가거라] [그리할 마음은 있지마는 그 길에는 고개도 많고 물도 많습니다.갈 수가 없습니다] 곰운 [그러면 너의 님을 너의 가슴에 안겨주마]하고 나의 님을 나에게 안겨주었습니다 나는 나의 님을 힘껏 껴안었습니다 나의 팔이 나의 가슴을 아프도록 다칠 때에 나의 두 팔에 베혀진 虛空은 나의 팔을 뒤에 두고 이어졌습니다. ~~~~~~~~~~~~~~~~~~~~~~~~~~~~~~~~~~~~~~~~~~~~~~~~~~~~~~~~~~~~~~~~ 生命 닻과 치를 잃고 거친 바다에 표류된 작은 생명의 배는 아즉 발견도 아니된 황금의 나라를 꿈꾸는 한 줄기 희망이 나침반이 되고 항로가 되고 순풍이 되야서 물결의 한 끝은 하늘을 치고 다른 물결의 한 끝은 땅을 치는 무서운 바다에 배질합니다 님이여 님에게 바치는 이 적은 생명을 힘껏 껴안어 주서요 이 적은 생명이 님의 품에서 으서진다 하야도 환희의 영지에서 순정한 생명의 파편은 最貴한 보석이 되야서 쪽각쪼각이 적당이 이어져서 님의 가슴에 사랑의 훈장을 걸겄습니다. 님이여 끝없는 사막에 한 가지의 깃딜일 나무도 없는 적은 새인 나의 생명을 님의 가슴에 으서지도록 껴안어주서요 그러고 부서진 생명의 쪼각쪼각에 입맞춰 주서요 ~~~~~~~~~~~~~~~~~~~~~~~~~~~~~~~~~~~~~~~~~~~~~~~~~~~~~~~~~~~~~~~~~ 당신은 당신은 나를 보면 웨 늘 웃기만 하서요 당신의 찡그리는 얼골을 좀 보고 싶은데 나는 당신을 보고 찡그리기는 싫어요 당신은 찡그리는 얼골을 보기 싫어하실 줄을 압니다. 그러나 떨어진 도화가 날어서 당신의 입설을 슬칠 때에 나는 이마가 찡그려지는 줄도 모르고 울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금실로 수놓은 수건으로 얼골을 가렸습니다. ~~~~~~~~~~~~~~~~~~~~~~~~~~~~~~~~~~~~~~~~~~~~~~~~~~~~~~~~~~~~~~ 幸福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행복을 사랑합니다 나는 왼세상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의 행복을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정말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을 미워하겄습니다.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의 한 부분입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을 미워하는 고통도 나에게는 행복입니다. 만일 왼 세상 사람이 당신을 미워한다면 나는 그 사람을 얼마나 미워하겄습니까 만일 왼 세상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지도 않고 미워하지도 않는다면 그것은 나의 일생에 견딜 수 없는 불행입니다. 만일 왼 세상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고자 하야 나를 미워 한다면 나의 행복은 더 클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모든 사람의 나를 미워하는 怨恨의 두만강이 깊을수록 나의 당신을 사랑하는 행복의 백두산이 높어지는 까닭입니다 ~~~~~~~~~~~~~~~~~~~~~~~~~~~~~~~~~~~~~~~~~~~~~~~~~~~~~~~~~~~~~~~~ 밤은 고요하고 바은 고요하고 밤은 물로 시친 듯합니다 이불은 개인 채로 옆에 놓아두고 화롯불을 다듬거리고 앉었습니다 밤은 얼마나 되얐는지 화롯불은 꺼져서 찬 재가 되얐습니다 그러나 그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은 오히려 식지 아니하얐습니다 닭의 소리가 채 나기 전에 그를 만나서 무슨 말을 하얐는데 꿈조처 분명치 않습니다그려 ~~~~~~~~~~~~~~~~~~~~~~~~~~~~~~~~~~~~~~~~~~~~~~~~~~~~~~~~~~~~~~~~~~ 葡萄酒 가을바람과 아츰볕에 마치맞게 익은 향기로운 포도를 따서 술을 빚었습니다 그 술 고이는 향기는 가을하늘을 물들입니다 님이여 그 술을 연잎잔에 가득히 부어서 님에게 드리겄습니다. 님이여 떨리는 손을 거쳐서 타오르는 입설을 취기서요 님이여 그 술은 한 밤을 지나면 눈물이 됩니다 아아 한 밤을 지나면 포도주가 눈물이 되지마는 또 한 밤을 지나면 나의 눈물이 다른 포도주가 됩니다 오오 님이여 ~~~~~~~~~~~~~~~~~~~~~~~~~~~~~~~~~~~~~~~~~~~~~~~~~~~~~~~~~~~~~~~ 해당화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얐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머 일즉 왔나 두려합니다 철모르는 아해들은 뒤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 하얐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위에 노입니다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어서 입설에 대히고 [너는 언제 피였니] 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 服從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야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서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랴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 情天恨海 가을하늘이 높다기로 情하늘을 따를소냐 봄바다가 깊다기로 恨바다만 못하리라 높고 높은 情하늘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손이 낮어서 오르지 못한고 깊고 깊은 恨바다가 병 될 것은 없지마는 다리가 쩔러서 건느지 못한다 손이 자래서 오를 수만 있으면 情하늘은 높을수록 아름답고 다리가 길어서 건늘 수만 있으면 恨바다는 깊을수록 묘하니라 만일 情하늘이 무너지고 恨바다가 마른다면 차라리 情天에 떨어지고 恨海에 빠지리라 아아 情하늘이 높은 줄만 알었더니 님의 이마보다는 낮다 아아 恨바다가 깊은 줄만 알었더니 님의 무릎보다는 옅다 손이야 낮든지 다리야 쩌르든지 情하늘에 오르고 恨바다를 건느랴면 님에게만 안기리라 ~~~~~~~~~~~~~~~~~~~~~~~~~~~~~~~~~~~~~~~~~~~~~~~~~~~~~~~~~~~~~~~~~ 그를 보내며 그는 간다 그가 가고 싶어서 가는 것도 아니오 내가 보내고 싶어서 보내는 것도 아니지만 그는 간다 그의 붉은 입설 흰 이 가는 눈썹이 어여쁜 줄만 알었더니 구름 같은 뒷머리 실버들 같은 허리 구슬같은 발꿈치가 보다도 아름답습니다 걸음이 걸음보다 멀어지더니 보이랴다 말고 말랴다 보인다 사람이 멀어질수록 마음을 가까워지고 마음이 가까워질수록 사람은 멀어진다 보이는 듯한 것이 그의 흔드는 수건인가 하얐더니 갈마기 보다도 적은 쪽각구름이 난다   만해(萬海 ·卍海) 한용운韓龍雲 (1879. 8. 29 - 1944. 6. 29)            별칭  속명 유천(裕天), 자 정옥(貞玉), 계명 봉완(奉玩) 충남 홍성 출생.  본관 청주(淸州). 호 만해(萬海·卍海). 속명 유천(裕天). 자 정옥(貞玉). 계명 봉완(奉玩). 1879년 8월 29일 충청남도 홍성에서 출생하였다. 서당에서 한학을 배우다가 동학농민운동에 가담했으나 실패하자 1896년(건양 1) 설악산 오세암(五歲庵)에 들어갔다가, 1905년(광무 9) 인제의 백담사(百潭寺)에 가서 연곡(連谷)을 스승으로 승려가 되고 만화(萬化)에게서 법을 받았다. 1908년(융희 2) 전국 사찰대표 52인의 한 사람으로 원흥사(元興寺)에서 원종종무원(圓宗宗務院)을 설립한 후 일본에 가서 신문명을 시찰했다. 1910년 국권이 피탈되자 중국에 가서 독립군 군관학교를 방문, 이를 격려하고 만주·시베리아 등지를 방랑하다가 1913년 귀국, 불교학원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해 범어사에 들어가 《불교대전(佛敎大典)》을 저술, 대승불교의 반야사상(般若思想)에 입각하여 종래의 무능한 불교를 개혁하고 불교의 현실참여를 주장하였다.   1916년 서울 계동(桂洞)에서 월간지 《유심(唯心)》을 발간, 1919년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서 독립선언서에 서명, 체포되어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1926년 시집 《님의 침묵(沈默)》을 출판하여 저항문학에 앞장섰고, 이듬해 신간회(新幹會)에 가입하여 중앙집행위원이 되어 경성지회장(京城支會長)의 일을 맡았다. 1931년 조선불교청년회를 조선불교청년동맹으로 개칭, 불교를 통한 청년운동을 강화하고 이해 월간지 《불교(佛敎)》를 인수, 이후 많은 논문을 발표하여 불교의 대중화와 독립사상 고취에 힘썼다. 1935년 첫 장편소설 《흑풍(黑風)》을 《조선일보》에 연재하였고, 1937년 불교관계 항일단체인 만당사건(卍黨事件)의 배후자로 검거되었다. 그 후에도 불교의 혁신과 작품활동을 계속하다가 서울 성북동(城北洞)에서 중풍으로 사망하였다.  출처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  http://www.seelotus.com/gojeon/hyeon-dae/si/man-hae/ma-hae-si.htm
22    마라르메 / 작품 댓글:  조회:2363  추천:0  2017-05-25
마라르메 / 작품   스테판 말라르메(Stephane Mallarmé ; 1842년 ~ 1898년)는 프랑스의 시인이다. 폴 베를렌, 아르튀르 랭보와 더불어 19세기 후반 프랑스 시단을 주도했다. 시인의 인상과 시적 언어 고유의 상징에 주목한 상징주의의 창시자로 간주된다. 고등학교 영어 교사 출신으로 에드거 앨런 포의 《갈가마귀》를 불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당대 파리의 문인들을 비롯 인상주의 화가들과 활발히 교류했으며, 폴 발레리, 앙드레 지드, 폴 클로델 등 20세기 전반 프랑스 문학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 대표 시집으로는 《목신의 오후 (L'après-midi d'un faune)》(1877), 《주사위 던지기 (Un coup de dès)》(1897) 등이 있다.           종치는 수사 순수하고 청명하고 그윽한 새벽 하늘에 종은 그 맑은 목소리를 깨워 일으켜, 라벤더와 백리향 풀숲에 안젤루스를 던지는 저 아이를 밝고 가며 기쁨은 안겨주건만, 종치는 수사는 제가 눈뜨게 하는 새의 깃털에 스치며, 백년 묵은 밧줄 팽팽하게 당기는 돌덩이를 올라타고 구르며 처량하게 라틴어를 웅얼거려도 들리는 것은 그에게 아련히 떨어져내리는 땡그랑 소리뿐. 내가 바로 그 사람. 슬프구나! 갈망의 밤으로부터, 내 아무리 동아줄을 잡아당겨 이상의 종소릴 울려본들, 차가운 죄의 충실한 깃털 하나가 장난을 치고, 소리는 부스러기로만 내게 떨어져 허망하게 울리는구나! 그러나, 어느 날, 헛된 줄다리기에도 끝내 지쳐빠지면, 오 사탄이여, 나는 돌덩이를 풀어내고 내 목을 매리라. 여름날의 슬픔 태양이, 모래 위에서, 오 잠든 女戰士여, 네 머리칼의 황금 속에 나른한 목욕물을 덥히고, 적의에 찬 그대의 뺨 위에 향불을 사르며, 사랑의 음료에 눈물을 섞는다. 이 백열의 타오름이 잠시 요지부동으로 멈추는 틈에 너는 말하였지, 구슬프게, 오 내 겁먹은 입맞춤들, “우리는 결코 단 하나의 미라로 되진 않으리라 이 고대의 사막과 행복한 종려수 아래!“ 그러나 너의 머리칼은 따뜻한 강, 우리에게 들린 혼이 떨림도 없기 어기 잠겨들어 그대가 알지 못하는 저 허무를 만나리. 나는 네 눈꺼풀에서 눈물 젖은 분을 맛보며, 너에게 상처 입은 이 심장이 얻을 수 있을지 알아보련다, 저 창공과 돌의 무감각함을. 창공 영원한 창공의 초연한 빈정거림은 꽃들처럼 무심하게 아름다워서, 고통의 메마른 사막을 헤매며 제 재능을 저주하는 무기력한 시인을 짓누르네. 도망가며, 두 눈을 감아도, 나는 내 비어 있는 영혼을 응시하는 그 눈길이 따가워 강렬한 회한에 억장이 무너지네. 어디로 달아나랴? 어느 흉물스런 밤을 갈가리 찢어 집어던져, 저 가슴 아픈 멸시를 가리랴? 농무들아, 피어올라라! 너희 단조로운 재들을 안개의 긴 넝마들에 실어날라, 가을의 납빛 늪에 익사할 하늘에 쏟아부어 거대하고 적막한 천장을 지어라. 그리고 나, 망각의 못에서 기어나오라, 친애하는 권태야, 진흙과 창백한 갈대를 주워와서, 새들이 방정맞게 뚫어놓는 저 거대한 푸른 구멍들을 결코 지치지 않는 손으로 틀어막아라. 아직도 남았다! 처량한 굴뚝들아 쉬지 말고 연기를 뿜어내라, 떠다니는 그을음의 감옥들아 지평선에 노랗게 죽어가는 태양을 그 시커먼 옷자락의 공포로 덮어 꺼버려라! -하늘은 죽었다.-너를 향해 달려가노니, 오 물질이여, 잔인한 이상도 죄도 잊어버릴 망각을 달라, 행복한 人間畜生들이 누워 있는 그 잠자리를 함께 나누려는 이 순교자들에게. 담장 밑에 뒹구는 연지분 단지처럼, 내 뇌수 마침내 텅텅 비어, 흐느껴 우는 생각을 울긋불긋 치장할 기술 이제 더는 없는지라, 비천한 죽음을 향해 내 침울하게 하품하고만 싶기에······ 헛일이로다! 창공이 승리한다, 종소리 타고 울리는 그의 노래 들린다. 내 마음이여, 그는 목소리 되어 그 심술궂은 승리로 우리를 더욱 으르대며, 살아 있는 금속에서 푸른 안젤루스로 솟아나는구나! 그는 안개를 타고 구르며, 노회하도록, 너의 타고난 고뇌를 꿰뚫으니, 실수를 모르는 칼날 같구나, 소용도 없이 악랄한 반항을 둘러쓰고 어디로 도망갈거나? 나는 들려 있다. 창공! 창공! 창공! 창공! 바다의 미풍 육체는 슬프다, 아아! 그리고 나는 모든 책을 다 읽었구나. 달아나리! 저곳으로 달아나리! 미지의 거품과 하늘 가운데서 새들 도취하여 있음을 내 느끼겠구나! 어느 것도, 눈에 비치는 낡은 정원도, 바다에 젖어드는 이 마음 붙잡을 수 없으리, 오 밤이여! 백색이 지키는 빈 종이 위 내 등잔의 황량한 불빛도, 제 아이를 젖먹이는 젊은 아내도. 나는 떠나리라! 그대 돛대를 흔드는 기선이여 이국의 자연을 향해 닻을 올려라! 한 권태 있어, 잔인한 희망에 시달리고도, 손수건들의 마지막 이별을 아직 믿는구나! 그리고, 필경, 돛대들은, 폭풍우를 불어들이니, 바람이 난파에 넘어뜨리는 그런 돛대들인가 종적을 잃고, 돛대도 없이, 돛대도 없이, 풍요로운 섬도 없이······ 그러나, 오 내 마음이여, 저 수부들의 노래를 들어라! 탄식 내 마음은, 오 조용한 누이여, 어느 가을이 주근깨를 둘러쓰고 꿈꾸는 그대의 이마를 향하여, 그대의 천사 같은 눈에 떠도는 하늘을 향하여, 어느 우수 어린 정원에서 하얀 분수 하나, 열심히, 창공을 향하여 탄식하듯, 솟아오른다오! -넓은 연못에 그 끝없는 우울을 비추고, 잎새들의 황갈색 단말마가 바람 따라 떠돌며 차가운 물이랑을 내는 죽은 물 위에 노란 태양이 한 가닥 긴 빛살에 끌려가게 놓아두는, 창백하고 청순한 시월 그 온화한 창공을 향하여. 적선 이 돈자루를 집어들게, 걸인이여! 인색한 유방의 늙다리 젖먹이라도 되는 양, 한 푼 한 푼 방울져 그대의 弔鐘이나 울리게 하자고 이 자루에 알랑댄 건 아니겠지. 이 귀중한 금속에서 어디 야릇한 죄를 짜내보게, 그리곤, 마치 우리들이 두 주먹 가득 쥐고 거기 입을 맞추듯 듬뿍 그게 비틀어져라 불어제치게나! 뜨거움 팡파르를. 이 집들이 모두 향 연기 피어오르는 교회가 아니겠나, 담벼락에, 잠시 푸르게 갠 하늘을 흔들어 재우는 담배가 말도 없이 기도를 굴릴 때 또한 강한 아편이 약상자를 깨뜨리고 나올 때 말씀이야! 그대는, 드레스이자 피부인, 그 비단을 찢고프며, 행복한 무기력을 침 흘리며 마시려는가, 왕후의 카페에 앉아 아침을 기다리고 싶은가? 천장에는 님프와 베일이 푸짐하기도 한데, 창문의 거지에게도 饗宴을 던지지. 그래서 늙다리 하느님아, 그대가 외출할 때는, 부대자루를 둘러쓰고 덜덜 떨면서도, 새벽 하늘이 금빛 술의 호수인지라 그대는 목구멍으로 별들을 마신다 큰소리치지! 그대 보물의 광채를 헤아릴 순 없더라도, 적으나마 그대는 깃털 하나로 멋을 낼 순 있지, 저녁기도를 드릴 때 그대 아직 믿고 있는 성자에게 촛불 하나를 바칠 순 있지. 내 터무니없는 말을 한다 생각지 말게. 大地는 굶어죽는 자에게 늙어빠져서야 열리는 법. 나는 또 하나의 적선을 증오하며 그대가 날 잊길 바란다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형제여, 빵을 사러 가진 말게. 獻詩 당신에게 이 아기를 이뒤메의 밤으로부터 데려왔구려! 깜깜하게, 핏빛 어린 희미한 날개를 달고, 깃털을 벗고, 香油와 황금으로 태운 유리를 통하여, 얼어붙은, 오호라! 또다시 음울한 窓을 통하여, 저 새벽빛이 천사 같은 램프에게 덤벼들었소. 종려나무들이여! 敵意에 찬 미소를 시험하는 이 아버지에게 새벽빛이 이 유물을 보여주었을 때, 푸르고 삭막한 고독이 전율하였다오. 오 아기를 어르는 여자는, 당신의 딸과 함께, 당신들의 차가운 발의 그 천진함으로, 이 끔찍한 탄생을 맞아들이시라. 당신의 목소리가 비올라와 클라브생을 생각나게 하는 동안, 순결한 창공의 大氣에 배고픈 입술을 위해 여인이 巫女의 백색으로 흘러내리는 그 젖가슴을 당신은 시든 손가락으로 누르련가? 에로디아드 장경 유모-에로디아드 유 살아 있구나! 아니면 내 여기서 한 王女의 망령을 보는 것인가? 그 손가락과 반지에 이 입술로 입맞추게 하고, 이제 그만 미지의 시대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일랑은······ 에 물러서시오. 무결한 내 머리칼의 금빛 격류가, 내 고독한 몸을 멱 감기며 공폴 얼어붙게 하니, 빛이 감아도는 내 머리칼은 不威하다. 오 여인아, 한 번의 입맞춤으로도 나는 죽으리라, 美가 곧 죽음이 아니라면······ 어떠한 매혹에 내 이끌렸는지, 선지자들도 잊어버린 어떠한 아침이 죽어가는 저 먼 땅에 그 슬픈 축제를 퍼붓는지 낸들 알겠는가? 오 겨울의 유모여, 그대는 내가 늙은 내 사자들 그 야수의 世紀가 어슬렁거리는 돌담과 쇠창살의 육중한 감옥 속에 들었음을 보았으니, 숙명의 여자, 나는 무사한 손으로 저 옛날 왕들의 황량한 냄새 속으로 걸어갔지. 그러나 또한 그대는 보았는가 내 공포가 무엇이었는지를? 나는 망명지에 꿈꾸며 멈춰 서서, 분수를 뿜어 나를 맞이하는 못가에라도 서 있는 양, 내 안에 피어 있는 창백한 백합의 꽃잎을 따는데, 내 몽상을 가로질러, 적막 속으로 내려가는 그 가녀린 꽃 이파리들을 시선으로 뒤쫓느라 얼이 빠진 사자들은 내 옷자락의 나른함을 헤치고, 바다라도 가랑힐 내 발을 바라보았지. 그대는 그 늙은 육체의 전율을 가라앉히고, 이리 와서, 내 머리칼이 너희들을 두렵게 하는 저 사자 갈기의 너무나 사나운 꼴을 닮았으니, 나를 도와라, 이대로는 거울 속에서 하염없이 빗질하는 내 모습을 그대는 감히 쳐다볼 수도 없을 것인즉. 유 마개 덮인 병 속의 상쾌한 몰약은 아니라도, 장미의 노쇠에서 뽑아낸 향유의 불길한 효험을, 아기씨여, 시험해보심이 어떨지? 에 그런 향수 따윈 치워라! 그게 내가 혐오하는 것임을 모르는가, 그래 내 머리에 나른하게 적셔드는 그 도취의 냄새를 맡으라는 말인가? 내가 바라는 바는, 인간적인 고뇌의 망각을 퍼뜨리는 꽃이 아니라, 향료로부터 영원히 순결한 황금인 내 머리칼이, 잔혹한 광채를 띨 때도, 윤기 없이 하얗게 바랠 때도, 금속의 그 삭막한 차가움을 끝내 간직하는 것이니, 내 고독한 어린 날부터, 고향 성벽의 보석들아, 무기들아, 화병들아, 너희들을 그렇게 비추어왔듯이. 유 용서하소서! 여왕 마마, 나이가 드닌 낡은 책처럼 희미해진 아니 까매진 쇤네의 정신에게 아기씨의 금지령이 지워져서······ 에 그만 됐다! 내 앞에 이 거울을 들고 있어라. 오 거울이여! 네 틀 속에 권태로 얼어붙은 차가운 물이여 얼마나 여러 번을, 그것도 몇 시간씩, 꿈에 시달리며, 네 얼음 밑 그 깊은 구멍 속에서 나뭇잎과도 같은 내 추억을 찾으며 나는 네 안에 먼 그림자처럼 나타났던가. 그러나, 무서워라! 저녁이면, 네 엄혹한 우물 속에서, 나는 내 흩어진 꿈의 裸身을 알아버렸다! 유모, 내가 아름다운가? 유 한 개 별이지요, 진실로 그런데 이 머리타래가 흘러내려서······ 에 멈춰라, 내 피를 그 근원에서 다시 얼어붙게 하는 그대의 범죄를, 그리고 그 거동, 그 지독한 不敬을 응징하라 : 아! 이야기해보라 어느 든든한 마귀가 그대를 그 을씨년스런 흥분 속에 빠뜨리는지, 내게 제안한 그 입맞춤, 그 향수, 그리고, 내가 그 말을 할까? 오 내 가슴이여, 그대가 필경 날 만지려 하였으니 또한 불경한 그 손, 그것들은 망루 위에서 불행 없이는 끝나지 않을 어느 날······ 오 에로디아드가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는 날이여! 유 괴이한 시간으로부터, 진정, 하늘이 그대를 보호하시옵길! 그대는 고독한 그림자가 되고 새로운 분노가 되어 배회하며, 그 마음속을 때 이르게 공포에 떨며 바라보시지만, 하오나 불사의 여신에 버금하리만큼 경애로우시며, 오 나의 아기씨, 끔찍하도록 그렇게도 아름다우셔서······ 에 그러나 나를 만지려 하지 않았더냐? 유 저는 운명의 신이 아가씨의 비밀을 맡기는 그 사람이고 싶습니다. 에 오! 닥치거라! 유 때로는 그분이 오실까요? 에 순결한 별들이요, 듣지 말아다오! 유 음침한 공포들 속에 빠져든 것이 아니라면 어찌 갈수록 더 요지부동으로 꿈꿀 수 있으랴 저 어여쁨의 보석더미가 기다리는 그 神에게 간청이라도 하시는가! 그런데 누구를 위해 고뇌로 애를 태우며 지키시는가요, 그대 존재의 남모르는 광채와 헛된 신비를? 에 나를 위함이다. 유 슬픈 꽃이여, 홀로 자라며 마음 설레게 하는 상대라곤 오직 물속에 무력하게 보이는 제 그림자뿐. 에 가거라, 그대의 연민과 빈정거림을 흘리지 말라. 유 하오나 가르쳐주소서 : 오! 아닙니다, 순긴한 아기씨여, 어느 날엔가는, 그 기고만장한 멸시도 수그러들겠지요······ 에 그러나 누가 날 건드릴 것이냐, 사자들도 범접하지 못하는 나를? 그뿐이랴, 난 인간적인 것은 아무것도 원치 않으며, 조각상이 되어, 낙원에 시선을 파묻고 있는 내 모습이 그대 눈에 비친다면, 그것은 내가 옛날에 빨았던 그대의 젖을 회상하는 때. 유 제 자신의 운명에 바쳐진 애절한 희생이여! 에 그렇다, 나를, 나를 위함이다, 내가 꽃피는 것은, 고독하게! 너희들은 알겠지, 난해하게 지은 눈부신 심연 속에 끝없이 파묻히는 자수정의 정원들이여, 태고의 빛을 간직한 채, 알려지지 않은 황금들이여, 始原의 대지 그 어두운 잠 아래 묻힌 너희들, 맑은 보석 같은 내 눈에 그 선율도 아름다운 광택을 빌려주는 돌들이여, 그리고 너희들, 내 젊은 머리칼에 숙명의 광채와 순일한 자태를 가져오는 금속들이여! 그대를 말한다면, 巫女들의 소굴에서 벌어지는 악행에나 어울리게 못된 世紀에 태어난 여인이여, 죽게 마련인 한 인간을 이야기하다니! 그자를 위해 내 옷자락의 꽃시울에서, 사나운 환락에 젖은 향기처럼, 내 裸身의 하얀 떨림이 솟아나와야 한다는 말인가, 예언하라, 여름날의 따뜻한 창공이, 여자는 천성적으로 하늘을 향해 저를 드러내지, 별처럼 벌벌 떨며 부끄러워하는 나를 본다면, 나는 죽으리라고! 나는 사랑한다 처녀로 삶의 끔찍함을, 나는 바란다 내 머리칼이 내게 안겨주는 공포 속에 살기를, 밤이면, 내 잠자리로 물러나, 아무도 범하지 않는 파충류, 쓸모없는 내 육체 속에서, 네 창백한 빛의 그 차가운 반짝거림을 느끼기 위해, 스러지는 너, 정결함으로 타오르는 너, 얼음과 잔인한 눈의 하얀 밤이여! 그리고 네 고독한 누이는, 오 내 영원한 누이여, 내 꿈은 너를 향해 솟아오르리라 : 벌써 그렇노라고, 그것을 꿈꾸는 한 마음의 희귀한 맑음인 나는 내 단조로운 조국에 나 홀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두가, 내 주위에서, 우러러 받들며 산다, 다이아몬드 맑은 시선의 에로디아드가 그 잠든 정적 속에 비쳐 있는 거울 하나를······오 마지막 매혹이여, 그렇다! 나는 그것을 느낀다, 나는 고독하다. 유 마님, 그렇다면 죽으려 하십니까? 에 아니다, 가련한 할머니여 조용하라, 그리고 물러가며, 이 냉혹한 마음을 용서하라, 그러나 먼저, 괜찮다면, 덧문을 닫아라 : 세라핀 같은 창공이 그윽한 유리창에서 미소짓는데, 나는 증오한다, 나는, 저, 아름다운 창공을! 물결들은 흔들리고, 저기, 한 나라를 그대는 알지 못하는가, 저녁마다 우거진 나뭇가지에서 타오르는 비너스의 미움을 받는 시선들이 불길한 하늘에 박혀 있는 나라를 : 나는 그리 떠나리라. 다시 불을 켜라, 어린애 같다고 그대는 말하는가, 불꽃 가볍게 타오르는 밀랍이 빈 황금 속에서 무언가 낯선 눈물을 흘리는 저 촛대에······ 유 지금? 에 안녕히 그대는 거짓말을 하는구나, 내 입술의 벌거벗은 꽃이여! 나는 알지 못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아니 어쩌면, 신비와 그대의 외침을 알지 못한 채, 그대는 터뜨리는가 드높고 상처 입은 오열을, 몽상에 잠겨 있다가 제 차가운 보석들이 마침내 흩어지는 것을 느끼는 한 아이처럼. 목신의 오후 -전원시 목신 이 님프들, 나는 그네들을 길이길이 살리고 싶구나. 이리도 선연하니, 그네들의 아련한 살빛, 무성한 잠으로 졸고 있는 대기 속에 하늘거린다. 내가 꿈을 사랑하였던가? 두텁게 쌓인 태고의 밤, 내 의혹은 무수한 실가지로 완성되어, 생시의 숲 그대로 남았으니, 아아! 나 홀로 의기양양 생각으로만 장미 밭의 유린을 즐겼더란 증거로구나- 어듬어 생각해보자······ 혹여, 그대가 떠벌리는 여자들은 그대의 전설적인 육욕의 소망을 그림 그리는가! 목신이여, 환각은 더 정숙한 여자의, 눈물 젖은 샘처럼, 푸르고 차가운 눈에서 솟아나온다. 그러나, 온통 숨결 가쁜 다른 여자는 그대 털 속의 뜨거운 대낮 바람처럼 대조적이라 말할 것인가? 아니다! 요지부동의 지친 失神으로 더위에 목이 졸려, 서늘한 아침은 발버둥치면서도, 화음으로 축여지는 숲에 내 피리가 퍼붓는 물이 아니면 어느 물로도 속삭이지 않고, 메마른 빗속에 소리를 흩날리기 전에 두 대롱 밖으로 서둘러 빠져나가려는 유일한 바람은, 주름 한 자락 움직이지 않는 지평선에서, 하늘로 되돌아가는 저 영감의 가시적이고 진정되고 인위적인 숨결이로다. 태양들에게 질세라 내 허영이 분탕질하는, 오 조용한 늪의 시칠리아 기슭, 명멸하는 불티들의 꽃 아래 말없는 沿岸이여, 이야기하라. “재능으로 길들이는 속빈 갈대를 내 여기서 꺾었을 때, 샘에 포도넝쿨을 바치는 먼 초원의 청록색 황금 위로, 휴식하는 짐승들의 하얀 빛이 물결을 이룬다고, 피리 소리 태어나는 느린 전주에 저 날아가는 백조의 떼들, 아니다! 水精의 떼들 도망친다고, 또는 물에 잠긴다고······” 나른하게, 황갈색 시간에 만상이 타오르고 라音을 찾는 자가 소망하는 너무 많은 혼례가 무슨 재주로 한꺼번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까. 그때 나는 첫 열기에 깨어 일어나, 太古적 빛의 물결 아래, 우뚝 홀로 서며, 백합꽃들이여! 이 순진함으로 그대들 가운데 하나가 되련가. 아주 나직하게 믿을 수 없는 여자들을 믿게 하는 입맞춤, 그네들의 입술이 누설한 그 부드러운 공허와는 달리, 증거의 허물이 없는 내 순결한 가슴은 어느 고귀한 이빨에 말미암은 신비로운 상처를 증언한다. 그러나, 아서라! 이런 秘義는 은밀한 이야기 상대로 속 너른 쌍둥이 갈대를 골랐으니 푸른 하늘 아래서 부는 갈대 피리는 뺨의 혼란을 저 자신에게 돌려, 한 자락 긴 독주 속에 꿈을 꾼다, 우리가 주변의 아름다움을, 바로 그것과 우리의 순박한 노래 사이 감쪽같은 혼동으로, 기쁘게 하는 꿈을, 내 감은 눈길로 따라가던 그 순결한 등이나 허리의 흔해빠진 몽상으로부터, 한 줄기 낭랑하고 헛되고 단조로운 선을 사랑이 변조되는 것만큼 높이 사라지게 하는 꿈을. 그러하니, 도피의 악기여, 오 얄궂은 피리 시링크스여, 부디 호수에 다시 꽃피어나, 날 기다려라! 나는, 내 소문을 뽐내며, 오랫동안 여신들을 말하련다, 우상 숭배의 그림을 그려, 그네들의 그림자에서 다시 허리띠를 벗기련다. 이렇게, 포도 알알에서 그 빛을 빨고 나서, 내 거짓 시늉으로 회한을 흩뜨려 쫓아버리려고, 웃으며, 나는 빈 열매를 여름 하늘에 들어올리고, 그 빛 밝은 껍질에 숨결 불어넣으며, 도취를 갈망하여, 저녁이 올 때까지 비쳐보노라. 오 님프들이여, 가지가지 추억으로 부풀어오르자. “내 눈이, 골풀들을 뚫고 나가, 불후의 목덜미를 하나하나 쏘았더니, 제각기 숲의 하늘에 광란의 비명을 울리며, 그 타오르는 상처를 물결 속에 잠그는구나, 머리칼의 눈부신 목욕이 빛과 잔물결 속에 사라지는구나, 오 보석들이여! 나는 내닫는다, 내 발치에 잠자는 여자들이(둘이라는 그 고통에서 맛본 나른함으로 기진하여) 나는 그네들을 덮쳐, 떼놓지도 않은 채, 후려안고, 변덕스런 그늘도 머물기를 마다하여 태양에 향기 모두 날려버리는 저 장미 덤불로 날아드니, 거기 우리의 장난은 불타버리는 대낮과 같을시고.” 내 너를 찬미하노라, 오 처녀들의 분노여, 내 불의 입술을 피하여 미끄러지는 裸身 그 성스런 짐의 오 사나운 환락이여, 한 줄기 번개가 전율하는가! 육체의 은밀한 공포를 내 입술은 마시니, 무정한 여자의 발끝부터 수줍은 여자의 가슴까지, 순결이 단 한 번에 단념하여, 미친 눈물에, 아니 덜 처량한 입김에 젖어드는구나. “내 죄는 그 믿지 못할 공포를 깨뜨리는 것이 즐거워, 신들이 그리 잘 얽어놓은 포옹의 저 헝클어진 숲을 갈랐다는 것. 그건 내가 단 한 여자의 행복한 굴곡 아래 타오르는 웃음을 감추려 하자마자 (단순한 손가락 하나로는, 얼굴도 붉히지 않는 순지한 동생을 붙들어 그 깃털 같은 순백이 불붙는 제 언니의 흥분에 물들게 하고,) 어렴풋한 죽음으로 헐거워지는 내 팔에서, 여전히 나를 취하게 하던 울음도 아랑곳없이, 이 포로는 영영 보람도 없이 풀려나갔기 때문.” 어쩔 것인가! 다른 여자들이 내 이마의 뿔에 그네들의 머리타래를 묶어 나를 행복으로 이끌리라. 너는 알리라, 내 정념이여, 진홍빛으로 벌써 무르익은, 석류는 알알이 터져 꿀벌들로 윙윙거리고, 그리고 우리의 피는, 저를 붙잡으려는 것에 반해, 욕망의 영원한 벌떼를 향해 흐른다. 이 숲이 황금빛으로 잿빛으로 물드는 시간에 불 꺼지는 나뭇잎들 속에서는 축제가 열광한다. 에트나 火山이여! 그대 안에 비너스가 찾아와 그대의 용암 위에 순박한 발꿈치를 옮겨놓을 때, 슬픈 잠이 벼락 치거나 불꽃이 사위어간다. 여왕을 내 끌어안노라! 오 피할 수 없는 징벌······ 아니다, 그러나 말이 비어 있는 마음과 무거워지는 이 육체는 대낮의 오만한 침묵에 뒤늦게 굴복한다. 단지 그것뿐, 독성의 말을 잊고 모래밭에 목말라 누워 잠들어야 할 것이며, 포도주의 효험을 지닌 태양을 향해 나는 얼마나 입 벌리고 싶은가! 한 쌍이여, 잘 있어라, 그림자 된 너의 그림자를 내 보러 가리라. [머리칼 極에 이른 한 불꽃의 비상······] 머리칼 極에 이른 한 불꽃의 비상 그 타래 활짝 펼치려는 욕망의 서쪽이 관을 썼던 이마 제 옛 아궁이를 향해 (왕관이 스러지듯) 내려앉네 그러나 이 생기에 찬 구름밖에 다른 황금 불어넣지 않아도 항상 내부적인 불의 연소 애초부터 하나뿐인 그것은 지속되네 진정하거나 웃음짓는 눈의 보석 속에 손가락에 별도 불꽃도 놀리지 않고 영예로운 광채로 여자를 단순화하는 것밖에 없이 눈부신 그 머리로 공훈을 완수하여 즐겁고 수호하는 횃불처럼 루비의 의혹을 채집하여 뿌리는 그녀를 다정한 한 주인공의 裸身은 더럽히네 성녀 플루트나 만돌린과 더불어 옛날 반짝이던 그녀의 비올라의 금박이 벗겨지는 낡은 백단목을 감추고 있는 유리창에, 저녁 성무와 밤 기도에 맞추어 옛날 넘쳐흐르던 성모 찬가의 책장이 풀려나가는 낡은 책을 열어놓고, 창백한 성녀가 있다. 섬세한 손가락뼈를 위해 천사가 제 저녁 비상으로 만드는 하프에 스쳐 星光처럼 빛나는 그 창유리에, 낡은 백단목도 없이, 낡은 책도 없이, 악기의 날개 위로, 그녀가 손가락을 넘놀린다 침묵의 악사. 葬送의 건배 오 우리네 행복의, 그대, 치명적 표상이여! 착란의 인사이자 창백한 헌주련가, 황금빛 괴수가 몸부림하는 이 내 빈 술잔을 회랑의 마술 같은 희망에 바친다고는 생각지 마시라! 그대가 나타난다 한들 나를 흡족하게 하지는 않으리. 내 그대를 손수 반암의 자리에 모시지 않았던가. 儀式이란 무덤의 문들 그 육중한 무쇠에 두 손으로 횃불을 비벼 끄는 것. 그렇거니 시인의 부재를 노래하는 너무나 단순한 우리네 축제를 위해 선택한 이 아름다운 기념물에 그대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모르기는 어렵도다. 다만 남는 것, 누구나 맞이할 그 저열한 재의 시간까지, 어느 저녁이 우쭐거리며 내려와 불태우는 그 창문으로, 죽음의 순결한 태양 그 불꽃을 향해, 직분의 타오르는 영광이야 되솟아오름이 없으랴만! 장엄하게, 총체적이고도 고독하게, 그렇게 산화될 것이 두려워 인간들의 거짓 긍지는 떠는도다. 저 험상궂은 군중! 그들은 고하노니 : 우리는 우리 미래 망령들의 슬픈 암흑이로다. 그러나 헛된 담벼락에 애도의 紋章들 흩어져 있어도 나는 눈물의 냉철한 공포를 무시하였으니, 내 성스런 시에조차 귀먹어 소스라치지 않는, 뽐내는, 눈멀고 벙어리인, 저 행인들 가운데 어느 한 사람, 제 아련한 壽衣의 손님된 자가 死後 기다리기의 순결한 영웅으로 변하고 있을 때였더라. 그가 말하지 않은 말들의 성마른 바람을 타고 안개 더미에 싸여 실려오는 막막한 나락, 無가 옛날의 폐기된 그 인간에게 : “지평선의 기억들이란, 오 그대여, 대지란 무엇이냐?” 이 꿈을 울부짖는데, 청아함이 변질되는 목소리로, 허공은 이 외침을 장난감 삼는도다 : “나는 알지 못하노라!” 스승은, 그윽한 눈으로, 걸음걸음, 에덴의 불안한 경이를 진압하였으니, 그 마지막 떨림은, 당신의 목소리만으로도, 장미와 백합을 위해 한 이름의 신비를 깨우도다. 그래 이 운명에서 아무것도 남는 것은 없는가, 그런가? 오 그대들 모두여, 어두운 믿음을 잊어버리시라. 찬란하고 영원한 재능은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 법. 내, 그대들의 욕망을 염려하여, 내 보고자 하는바, 어제, 당신이 사라진 뒤에도, 이 별의 정원들이 우리에게 지정하는 이상의 숙제 속엔, 평온한 재난의 영예를 위해, 도취한 주홍이자 크고 선연한 꽃송이, 말들의 그 장엄한 공기 진동은 살아남으리라, 빗방울이며 금강석, 그 어른거리는 시선이 거기 어느 것 하나 시들지 않는 그 꽃들 위에 남아 시간과 햇살 가운데 꽃송이 따로 떼어놓는지라! 이곳이 진즉에 우리네 진정한 숲들의 모든 거처일진대, 순수 시인은 여기서 겸허하고도 너그러운 행적으로, 당신의 직분의 적, 꿈에게 이 거처를 금지하는 바이니, 이는 그 당당한 휴식의 아침에, 저 오래된 죽음이란 것이 고티에에게도 다름없이 신성한 두 눈을 열지 않는다는 것이며 입을 다문다는 것일 때에, 해를 입히는 모든 것이랑 인색한 침묵이랑 오솔길에 딸린 장식으로 솟아오르게 하기 위함이라.             스테판 말라르메의 「바다의 미풍」을 배달하며 살갗을 말갛게 씻어주는 바람이 열린 창마다 불어오고 불어온다. 기분 좋은 바람이다만 가뭄이 극심하다니 마냥 반길 수 없는 노릇이다. 비 기운을 한 점 남김없이, 멀리 멀리 쓸어가 버릴 바람 속에서 「바다의 미풍」을 읽는다. 말라르메가 23세 된 해 5월에 썼다는 시다. “나는 모든 책을 다 읽었구나.”! 젊으나 젊은 나이에 미리 모든 생을 포식한 듯한 이 권태! 지긋지긋한 권태를 앓으며, “바다에 젖어드는 이 마음”이라느니, “이국의 자연을 향해 돛을 올려라!”느니, 마음을 부추기지만 “손수건들의 마지막 이별을 아직 믿는구나!”, 다 부질없는 짓이라고 넌더리낸다. 여긴들 저긴들……. “그러나, 오 내 마음이여/저 수부들의 노래를 들어라!” 이 사이키델릭한 비명! 「바다의 미풍」은 나른하고 우아한 시인으로 알고 있던 말라르메의 신경증적인 청년기 모습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여기까지 썼는데, 명랑이(우리 집 막내 고양이)가 옆 의자에서 징징거린다. “어……” 나는 명랑이를 흘깃 보면서 멍하니 일어나 “어, 그래, 우리 말라르메야” 중얼거리다 킬킬 웃었다. 우리 말라르메~ 명랑이 이름을 말라르메라 지어도 좋았겠다. 의자에서 뛰어내린 말라르메, 아니 명랑이가 간식 캔을 가지러 가는 내 뒤를 좋아라 쫓아온다. 이국에의 향수, 바다, 청춘, 말라르메…….    
21    일본 명시모음 댓글:  조회:23351  추천:1  2017-05-22
일본 명시 모음 머리말    일본 근대시 이후 현대시의 실질적인 역사는 100년 미만이다. 그 짧은 역사 동안에 그들은 수많은 명시를 창작하였다. 그 명시들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마음의 눈을 뜨게 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한없는 감동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 책에서는 일본의 근대시와 현대시의 역사에서 대표 시인이라 할 수 있는 58명을 가려, 그들의 작품 124편을 옮기고 감상하였다. 시의 배열은 가능한 한 연대순으로 하여 시의 역사와 흐름을 알 수 있게 하였다.  시인의 대표작을 고르되 가능하면 서정적인 것을 택하였고, 시로서의 예술성은 훌륭하더라도 지나치게 어렵거나 또 지나치게 서정을 무시한 시들은 제외하였다.  내용은 4부로 나누었다.  1)낭만파와 상징파는 메이지(明治) 시대의 시  2)민중시파와 다다이즘은 다이쇼(大正) 시대를 중심으로 한 시.  3)초현실주의와 역정파(歷程派)는 쇼오와(昭和) 전기의 시  4)황지파(荒地派) 이후 현대는 쇼오와 후기의 시이다.  124편 의 시가 숫자로서는 별로 대단치 못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 정도의 시만 이해하여도 시에 대해서는 일가견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약간의 "오만"으로 이 책을 내놓는다.                                                1884년 11월                                                       김 희보: 목사, 문학비평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국어국문학과,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수학                                                            저서: 등 다수                                                          편저서:  등 다수   1 사라(沙羅)의 나무 / 모리 오우가이     갈색의 네부(根府) 강 돌에 하얀 꽃은 뚝 떨어지나니, 안 뵈게 푸른 잎 사이에 숨어 몰래 떨어지는 사라나무 꽃   * 동양미의 세계를 노래하고 있다. 돌은 "갈색"이고, 그 위에 떨어진 꽃은 "흰색"이며   제 3행에 " 푸른 잎"이 나와 색채가 아름답다. 어느 날 정원을 보고 있는 시인의 눈에    하얀 꽃이 "뚝"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고요함 속에 뚝 떨어진 꽃이기 때문에 주위는    한층 더 고요하다. 그 낙화를 보는 순간의 느낌을 시인은 기품 있게 표현하면서, 모든 군    더더기의 말은 생략하고 색채감 선명하게 묘사하고 있다. 모리 오구가이(1862~(1992): 본명은 모리 린타로우. 육군 군의감으로 있으면서 많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서구시를 번역한 등.     생활 / 이시가키 린     먹지 않고 살아갈 수 없다. 밥을 야채를 고기를 공기를 빛을 물을 부모를 형제를 스승을 돈도 마음도 먹지 않고는 살아올 수 없었다. 부른 배를 부축하고 입을 닦으면 부엌에 흩어져 있는 홍당무 꼬리 새 뼈다귀 아버지의 창자 사십이 저물면서 내 눈에 비로소 넘치는 짐승의 눈물.   *이시가키 린(1920~?): 여성만의 시잡지 을 발간, 잡지에 "내 앞에 있는 남비와                                       가마와 타오르는 불"을 발표하면서 격찬을 받았다. 체험과 생활                                       에 근거하여 사회성 있는 시를 썼다.                  시집: 등     바지락 / 이시가키 린     밤중에 눈을 떴다. 어제 사온 바지락들이 부엌 구석에서 입 벌리고 살아 있었다.   "날이 새면 이것 저것 모조리 요리해 먹겠다"   마귀 할멈의 웃음을 나는 웃었다. 그리고 나서는 입을 헤 벌리고 자는 것밖에 나의 밤은 없었다.   *목숨 있는 것을 죽여서까지 먹고 살아야 하는 인간 내지 생물의 잔혹성을 노래하고 있다. 특히 2연의 따옴표로 되어 있는 독백체는 비인간적인 면을 여실하게 드러내어 노래하고 있다. 인간성에 잠재되어 있는 잔혹함,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누구인가를 희 생시키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구조, 그리고 어느 때의 피해자가 언제든지 가해자로 변할 수 있는 현대 사회의 메커니즘, 그 잔혹함을 노래하고 있다.   죽은 사나이 / 이유카와 노부오     이를테면 안개나 온갖 계단의 발자취 소리 속에서 유언 집행인이 흐릿하게 모습을 나타낸다. - 이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먼 어제--- M이여, 너는 어두운 술집 의자 위에서 찡그리는 얼굴을 짓기도 하고 편지 봉투를 뒤집는 일도 있었다 "실제는 그림자도 형체도 없는가?" - 정녕 죽음에 접하면 그러하였다 어제의 싸늘한 푸른 하늘이 면도날에 언제까지나 남아 있다 하지만 나는 때의 흐름의 어느 곳에서 너를 잃게 되었는지 잊고 말았다. 황금 시대 - 활자의 바뀜과 신들의 높이 "그것이 우리의 낡은 처방전이었다"고 중얼거리며---   언제나 계절은 가을이었다, 어제도 오늘도 "쓸쓸함 속에 낙엽이 진다" 그 소리는 사람 그림자로 그리고 거리로 검은 납덩어리의 길을 계속 걸어온 것이었다.   매장의 날에는 언어도 없고 입회인도 없었다 분격도 비애도 불평의 유약한 의자도 없었다 너는 그저 무거운 구두 속에 발을 넣고 고요히 누웠었다. "안녕, 태양도 바다도 믿을 것이 못 된다" M이여, 지하에 잠든 M이여! 네 가슴의 상처는 아직도 아픈가.   *전쟁 체험자의 회복하기 어려운 "생의 의식"의 상실을 다루어, 한스러움과 우수(憂愁)를 풍기며 노래한 시이다. *아우카와 노부오(1920~?): 주로 등을 통해 활동.                               그룹의 주요 멤버의 한 사람,     시집: 등.     환상의 집 / 키요오카 타카유키     꿈속에서만 때로 생각해 내는 20년이나 전에 세운 작고 밝은 집. 전쟁 뒤의 불타진 들판 잡초 구석에 세워진 채 그대로 잊은 알뜰한 행복.   아니, 그런 것은 현실에는 없었다 한없이 어리석은 젊은이가 그때 임신한 젊은 아내와 둘이서 살기 위하여 독립된 보금자리를 갈망했다 하더라도.   그런 가공의 집이 어떻게 이제 새삼 자택에서 자는 내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인가 가난한 청춘에의 향수를 일깨우듯이?   꿈속에서 그 집은 언제나 방바닥이 푸르렀고 담장에는 제비, 마당에는 금잔화 아아 아무도 모르게 서 있다.   *키요오카 타카유키(1922~): 쉬르리얼리즘 재평가 운동을 통하여 후배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시집: 등        소설집: 등   북국 / 아키야 유타카     우수수거리는 바람막이 숲 깊숙한 곳 총에 맞아 떨어진 들오리의 양눈에 하얀 안개가 얼어 있었다   램프의 차가운 흐름에 젖어 나는 침울한 내력 쓰기를 끝냈다   밤새껏 마른 풀 속에서 죽지 못하는 들오리가 날개를 치고 나는 잠자리에서 뒤척거리기만 했다   *이 시에서 "램프"나 "들오리"는 여행의 이미지를 짙게 해주고, 여정의 주선율을 연주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총에 맞아 떨어진 들오리""죽지 못하는 들오리"등 빈사(瀕死)의 이미지이다. 이것은 "나"의 죽음에 대한 불안과 이중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청춘의 불안과 상처와 더불어 시대의 공포와 전율이 잠복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아키타 유타카(1922~?): 서정시의 전통을 근원적인 의미로 포착하여 깊이 추구하는 있는 일본                              현대 서정파의 대표적 시인. 를 통해 활동했고, 의                              발행인이기도 하다.      시집: 등.   내가 가장 예뻤을 때 / 이바라기 노리코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거리는 와르르 무너지고 뜻하지 않은 곳에서 푸른 하늘과 같은 것이 보이기도 하였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주위의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는 섬에서 나는 멋을 부릴 수 있는 구실을 잃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아무도 정다운 선물을 주지 않았다 남자들은 거수 경례밖에 몰랐고 깨끗한 눈짓만 남기고 모두 가버렸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 머리는 텅 빈 상태였고 내 마음은 무디었으며 손발만 밤색으로 빛났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 조국은 전쟁에서 패전하였다 그런 어이없는 일이 있을까 하며 부라우스 팔을 걷고 비굴의 거리를 쏘다녔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라디오에서는 재즈가 넘쳐 흘렀다 금연을 깨뜨렸을 때처럼 현기증이 나서 나는 낯선 나라의 달콤한 음악을 마음껏 즐겼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몹시 불행하였고 나는 몹시 얼빠져 있었으며 나는 몹시 외로왔다   그래서 결심했다 가능한  한 오래   살아야만 한다고 나이 늙어 아주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프랑스의 저 루오 할아버지처럼     나의 카메라 / 이바라기 노리코     눈 그것은 렌즈   깜박거림 그것은 나의 셔터   머리칼로 에워싸인 작고 작은 암실도 있어   그래서 나는 카메라 따위는 메고 다니지 않는다   아시는가? 내 속에 당신의 필름이 많이 간직되어 있음을   나무 틈 햇빛 아래서 웃음 짓는 당신 물결치는 밤색의 눈부신 몸뚱이   담배에 불을 붙인다 아이처럼 잔다 난초처럼 향기롭다 숲에서는 사자라   세계에서 단 하나 아무도 모른다 나의 필름 라이브러리     * 작자는 평론집에서 "언제까지나 잊혀지지 않는 언어는 아름다운 언어이다. 그   두 가지는 거의 동의어처럼 나는 느껴진다" 말한 바 있는데 이 시는 바로 그런   성질의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바라기 노리코(1926~?): 전후의 해방된 일본 여성의 꿈과 희망을 노래하고 날카로운                                                현실 비판을 하고 있다.                시집: 등     겨울의 벚꽃 / 신카와 카즈에     사나이와 계집이 깨진 남비 뚜껑처럼 결합하여 다음날부터 벌써 된장 냄새 배듯 그렇게 되는 것은 싫습니다 당신이 종각의 종이라면 나는 그 소리이기를 원합니다. 당신이 노래의 한 가락이면 나는 드 댓구이기를 원합니다. 당신이 한 개의 레몬이라면 나는 거울 속의 레몬 그와 같이 당신과 고요히 마주 있고 싶습니다 영혼의 세계에서는 나도 당신도 영원한 어린이기에 그러한 고집도 용서될 것입니다 습기찬 이불 냄새가 나는 눈꺼풀처럼 무거이 차양이 드리워진 한 지붕 아래 살 수 없다고 해서 슬퍼할 필요가 어디 있겠습니까 보셔요 천황과 황후의 인형과도 같이 우리가 나란히 앉아 있는 돗자리 위 거기에만 밝게 햇빛 비치고 끊임없이 벚꽃 꽃잎이 떨어집니다   *신카와 카즈에(1929~): 일상생활에서 소재를 취해 인간에 대한 사랑, 남녀 사이의 사랑,                                          인간애의 근원의 모습을 탐구하는 시를 썼다           시집: 등     백조 / 카와사키 히로시     날개가 젖는다 백조 바라보면 찢길 듯 하면서 희미하게 날개 소리가   꿈에 젖는다 백조 누구의 꿈에 나타나고 있는가?   그리고 밀려 와서는 방울져 떨어지고 그 그림자가 날개에 꽂히듯이 여러 가지로 이야기를 걸어오는 별   그림자는 푸른 하늘에 비치면 하얀 색깔이 되는가?   태어날 때부터 비밀을 알고 있는 백조는 이윽고 빛의 모양 속에 향기로운 아침 해가 물드는 가운데 하늘로   이미 형체가 주어지고 그것은 수줍음으로 해서 하얀 백조 좀더 있으면 빛깔이 되어 버릴 듯하여   백조여   *카와사키 희로시(1930~)      시집:   등   봄을 위하여 / 오오오카 마코토     모래밭에 조는 봄을 캐어 일으켜 너는 그것으로 머리를 장식한다 너는 웃는다 파문처럼 하늘에 흩어지는 웃음의 거품 바다는 고요히 풀빛 햇빛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   네 손을 내 손에 네 팔매질을 내 하늘에 아아 오늘의 하늘 밑을 흐르는 꽃잎 그림자   우리의 팔에 움트는 새싹 우리의 시야 중심에 물거품을 날리며 회전하는 황금 태양 우리들, 호수이며 나무이며 잔디 위 나무 사이로 스미는 햇빛이며 나무 사이로 스미는 햇빛 출렁이는 네 머리카락의 언덕인 우리들   새로운 바람 속에서 문이 열리고 초록색 그림자와 우리를 부르는 수많은 손 길은 부드러운 땅의 살갗 위에 생생하고 샘 속에서 네 팔은 빛나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눈썹 아래는 햇빛을 받아 고요히 성숙하기 시작하는 바다와 열매   *오오오카 마코토(1931~): "쉬르리얼리즘 연구회" 회원으로 활동. 요미우리 신문 기자를 거쳐                                              메이지 대학 교수를 지냈다.             시집: 등           평론집: 등 다수     아르와 호른 / 시라이시 카즈코     흑인인 덩치 큰 사나이 아르는 호른 속에서 자고 있었다   바람은 숲에 없다 이 방에 꽃이 없다 여자에게 입술이 없다 흑인인 덩치 큰 사나이 아르는 호른 속에서 이제 눈뜰 수는 없다   아르의 팔은 호른의 형체로 뻗어 갔다 아르의 발은 호른밖에 보이지 않는 소리의    리본이 되었다 그리고 정말로 흑인인 덩치 큰 사나이 아르의 가슴은 호른 속의 진공(眞空) 벽이 되고 말았다   *시라이시 카즈코의 시는 모더니즘의 방법으로 쓰여져 있다. 때문에 이 시 역시 사실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시인은 회화적으로 이미지를 부각시켜 쓰 고 있다.  작자는 이 시를 쓸 무렵 "시라이시 카즈코의 앨범'이란 글에서 다음과 같 이 회상하고 있다. "나는 참담했던 일상의 현실과는 다르게 아홉 해 만에, 마치 암내가 난 것처럼 그리고 발광한 나이아가라처럼 호연(豪然)하게 시를 쓰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미칠 듯이 해피하고 미칠 듯이 엉망진창으로 얻어 맞은 기분인 것이다." 이렇듯 신들린 듯한 상태에서 씌어진 작품 가운데 하나가 이다. *시라이시 카츠코(1931~): 동인지 에 속하며 모더니즘-쉬르리얼리즘의                                               시풍으로 시단에 나왔다. 시 낭독 분야에서도 활동하였다.        시집: < 그 이상 더 늦게 와서는 안된다> 등     . Kiss / 타니카와 순타로오     눈을 감으면 세계가 멀어지고 알뜰함의 무게만이 언제까지나 나를 확인하고 있다---   침묵은 고요한 밤이 되어 약속처럼 우리를 에운다 그것은 지금 거리짓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에워싸는 정겨운 거리감이다 때문에 우리는 문득 혼자처럼 된다---   우리들은 서로 찾는다 말하는 것보다도 보는 것보다도 확실한 방법으로 그리고 우리는 서로 찾게 된다 스스로를 상실했을 때에 -   나는 무엇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련하게 돌아온 정겨움이여 언어를 잃고 정결된 침묵 속에서 너는 지금 그저 숨쉬고 있을 뿐이다   너야말로 지금 삶 그 자체이다--- 하지만 그 언어조차 죄가 된다 이윽고 정겨움이 세계를 충만하게 하고 내가 그 속에서 살기 위하여 쓰러질 때에   *키스라는 주제를 암시적으로 표현하여 "알뜰함의 무게"를 그렸다. *타니카와 순타로오(1931~): 처음에는 새로운 서정시로 출발했으나 반서정적인                                                  세계에 대해서도 의식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21세 때 처녀시집 을 출간하여                                                  갈채를 받았다.                시집: 등   팔월 / 타니카와 순타로오     왕의 왕 그는 없다 아아 아름다운 여름이여   피의 피 누구를 위해서도 흘리지 않는 아아 아름다움 여름이여   아가씨는 벌거숭이 말은 장미를 뛰어넘는다 아아 아름다운 여름이여   누구? 누구? 죽음을 위해 우는 강의 소리라 아아 아름다운 여름이여   *지배와 복종이 없는 곳, 진정하게 민주적이요 전쟁과 희생이 없는 진정한 평화의 세계, 그리고 사람들은 발랄하여 각자의 생을 즐기는 세상을 공상케 하는 계절로써의 8월을 아름다운 여름으로 묘사하고 있다. 일본 명시선 / 김희보 번역 (끝)  
20    파울체란 시모음 댓글:  조회:4858  추천:0  2017-05-20
파울체란 시모음     눈 하나, 열린 / 파울 첼란     오월의 빛깔, 서늘한, 시간 이제는 부를 수 없는 것, 뜨겁게 입안에서 들린다.   다시금, 그 누구의 목소리도 없고,   아파 오는 안구의 밑바닥. 눈꺼풀은 가로막지 않고, 속눈썹은 들어오는 것을 헤아리지 않는다.   눈물 반 방울, 한층 도수 높은 렌즈, 흔들리며, 너에게 모습들을 전해 준다.   *눈 하나: Ein Auge. 첼란의 시에서 빈번히 나오는 고통의 심상이다. 외눈, 감기지 못한 눈, 뜬 채로 굳어진 눈, 생명의 물기를 잃어버린 눈, 본 것이 준 고통이 각막에 지워지지 않는 상흔으로 남아 지층에 총총히 박혀 있는 눈 등.  이 시는 에 수록되어 있다. / 전영애 번역     꽃 / 파울 첼란     돌. 내가 따라갔던 공중의 돌. 돌처럼 멀어 버린 너의 눈.   우리는 손이었다, 어둠을 남김없이 퍼냈다, 찾았다 여름을 타고 올라온 단어. 꽃.   꽃 - 맹인의 단어. 너의 눈과 나의 눈이 물을 마련한다.   성장(成長). 마음의 벽이 한 꺼풀 한 꺼풀 떨어져 내린다.   이런 단어 하나 더, 그러면 종추(鐘錘)들이 트인 곳에서 흔들린다.   *꽃: 경직된 이미지로 가득한 시집 에 수록된 시다. 서정시의 대표적인 대상, 혹은 시 자체의 은유로서의 꽃의 이미지는 시의 역사만큼이나 많은 굴곡을 겪어 왔지만 이 시에서 그려지는 꽃은 시사(詩史)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경직된 의식에는 역사의 고통이 서려 있고("돌처럼 멀어 버린 너의 눈"). 그 가운데 인식된 사물은 활성화된 언어(꽃=말)로 전이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눈물로 키운 꽃, 어렵게 찾은 소중한 언어, 허물어지는 마음의 벽, 울려퍼지는 종소리에의 꿈 역시 이 시에 담겨 있다. *종추들이 트인 곳에서 흔들린다: 얽매임 없이 울리는 여러 개의 종소리를 나타낸 표현이다. / 전영애 번역   파울 첼란(Paul Celan) 1920년 루마니아 북부 부코비냐의 체르노비츠에서 유대인 부모의 아들로 태어난다,(체르노비츠는 옛 합스부르크 왕가의 변방으로 독일어를 쓰는 지역이었다.) 그의 나이 21세 때,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체르노비츠는 유대인 거주 지역(게토)으로 확정된다. 독일군이 도시를 점령한 후 유대인들은 강제수용소로 끌려가고, 첼란의 가족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게 끌려가 강제 노역을 하던 그는 부모의 처참한 죽음에 관한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 또한 가스실 처형 직전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살아남지만, 이후 끔찍한 기억에 고통스러워하며, 삶을 이어 간다. 종전 후 그는 루마니아의 수도 브쿠레슈티에서 번역 및 출간 일을 하다가 이후 오스트리아 빈으로 건너가 첫 시집 (1948)를 발표한다. 그리고 1948년 프랑스 파리에 정착하여 센강에 몸을 던져 1970년 자살하기까지 꾸준히 시작(詩作) 활동을 해, 모두 7권의 독일어 시집을 남겼다. 1958년 부레덴 시 문학상을, 1960년 베오르크 뷔히너 상을 수상한다.   전영애 서울대학교 독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괴테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서울대 독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 고등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 , , 등이 있다. 2011년  괴테 연구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수여하는 상 중 최고의 영예로 상으로 꼽히는 괴테 금메달을 동양인 최초로 수상했다.   언어창살 / 파울 첼란     창살 사이의 안구(眼球)   섬모충 눈꺼풀이 위로 노 저어 가 시선 하나를 틔워 준다   유영하는 아이리스, 꿈 없이 우울하게, 심회색(心灰色) 하늘이 가깝구나.   갸름한 쇠 등잔 속, 비스듬히 천천히 타는 희미한 관솔 등화(登火). 빛 감각에서 너는 영혼을 알아본다.   (내가 너 같았으면. 네가 나 같았으면. 우리 한 무역풍 아래 서 있지 않았던가? 지금은 낯선 이들인 우리.)   타일들. 그 위에 바싹 붙어 있다. 두 개의 심회색 물줄기. 두 개의 입안 가득한 침묵.   *언어창살 원래 중세 수도원 면회실의 창살문을 가리키며 이것을 사이에 두고 수도 중인 사람과 외부 면회자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를 '언어창살'로 직역한 것은 그 창살문의 이미지가 여기서는 소통과 단절의 기능을 동시에 가지는 언어와 접목되었기 때문이다. 가까우면서도 ("타일들, 그 위에/바싹 붙어 있다. 두 개의/심회색 물줄기.") 낯설고 단절된("두 개의/ 입안 가득한 침묵.") 인간관계가 현미경적 이미지들로 포착되어 있다. 이 시는 에 수록되어 있다. *아이리스 무지개의 여신. 눈의 홍채를 뜻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안구의 홍채와 안구의 홍채 속을 헤엄치는 아이리스를 동시에 보여 준다.     무덤근처 / 파울 첼란     남녘 만(灣)의 물은 아직 알고 있을까요, 어머니, 당신에게 상처를 남긴 파도를?   한가운데 물방아들이 있는 벌판은 알까요,  얼마나 나직하게 당신의 가슴이 당신의 천사들을 견뎠는지?   어떤 은(銀)포플러도 어떤 수양버들도, 이제는, 당신의 근심을 거둬 가지 못하지요, 위안을 드리지 못하지요?   그런데 신은, 꽃봉오리 피어나는 지팡이를 짚고 언덕으로, 언덕 아래로, 가지 않나요?   그런데 견디시겠어요, 어머니, 아 언젠가, 집에서처럼, 이 나직한, 이 독일어의, 이 고통스러운 운(韻)을?   *독일어 첼란은 복합적인 이유로 여러 언어를 뛰어나게 구사하였다. 그러나 극한의 체험 이후 모든 사람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첼란은, 독일어로 시를 쓰기로 결심한다. 독일어는 그에게 오로지 고통만을 가져다준 나라의 언어. '살인자들의 언어'였지만, 동시에 모국어이자 무엇보다 비명에 간 어머니와 어린 시절 함게 읽었던 문학의 언어였던 것이다. 어머니의 사망시기나 장소는 불명이지만, 유대인들이 송치되었던 흑해변 드네프르 강 연안("남녘 만")으로 추정된다. 이 시는 첼란이 한정판으로 냈다가 회수한 첫 시집 에 수록되어 있다.   /번역및 해설 전영애    포도주와 상실 곁에서, 그 두 잔이 다 기울었을 때 / 파울 첼란   나는 눈 속을 달렸어, 당신, 듣고 있지, 내가 신(神)을 타고 달렸어, 먼 곳으로-가까운 곳으로, 그가 노래했어, 그건 인간-장애물을 넘던 우리의 마지막 승부였어.   그들은 무릎을 꺾었어, 우리가 그들을 넘어가는 소리를 들으면, 그들은 썼어, 그들은 우리의 말 울음소리를 거짓말로 바꿔 적었어 그림 그려진 그들의 언어 하나로.     목각별 하나, 파란, / 파울 첼란 조그만 마름모꼴들을 모아 맞춘 것, 오늘, 우리 손들 중 가장 어린 손이.   그 말, 어둠으로부터 네가 소금을 떨어뜨리는 동안, 시선이 다시 햇무리를 찾는 동안,   -별 하나, 그걸, 그 별을 어둠 안에 넣어 다오.   (-내 어둠 안에, 내  어둠 안에.)       ---좔좔 샘물이 흐른다 / 파울 첼란   너희, 기도로-, 너희, 독신(瀆神)으로-, 너희 기도로 날 선 나의 침묵의 칼.   너희 나의 나와 더불어 불(不) 구(具)된 말들, 너희 나의 똑바른 말들.   그리고 너, 너, 너, 너 나의 날마다 진실하게, 더욱 진실하게 껍질 벗겨지는 장미의 훗날-   얼마나 많은, 오 얼마나 많은 세상인가. 얼마나 많은 길인가. 목발인 너, 날개들, 우리-   우리 동요를 부르리, 그걸 네가 듣고 있어, 그 동요 인(人)들과 간(間)들이 있는, 인간들이 함께 있는, 그래, 그 뒤엉킨 덤불과 눈 한 쌍이 거기 함께 눈물-또- 눈물로 함께 있는 그 동요를.     *포도주와 상실 곁에서 이 시는 에 수록되어 있다. *목각별 하나 이 시는 에 수록되어 있다.   *불구 한 단어를 나눠 행을 바꿈으로써 '불구' 상태를 언어 형태로도 나타내고 있다. 뒤엉킨 덤불과 눈 한쌍 눈썹과 눈의 이미지를 드러낸다. 앞 행에서 인간의 고통을 토막 낸 불구의 언어로 나태내고("인(人)들과 간(間)들") 그것을 다시 온전하게 합침으로써 ("인간들") 그렇게 했듯, 이제 제자리에 모여 울 수 있게 된 눈("눈물-또-/눈물")의 이미지를 통해 동요에 등장할 만한 작은 유토피아를 꿈꾸고 있다. 좔좔 흘러, 생명의 언어를 꿈꾸게 하는 샘물 앞에서. 이 시는 에 수록되어 있다. / 전영애   찬미가 / 파울 첼란   아무도 흙으로 진흙으로 우리를 다시 빚어 주지 않는다. 아무도 우리의 티끌에 혼을 불어넣어 주지 않는다. 아무도.   찬양하세, 그 누구도 아닌 이. 당신을 위하여 우리가 꽃피려 하노니 당신을 바라보며.   우리가 하나의 무(無) 였고, 무이며, 언제까지이고 무일지니, 꽃피며 무의- 그 누구도 아닌 이의 장미여라   그 암술대, 혼(魂)처럼 밝고 꽃실, 하늘처럼 황폐하고 그 화관(花冠) 붉어라 가시 너머, 오 너머로 우리가 노래 불렀던 그 자식(紫色)의 말로   *그 누구도 아닌 이 독신(瀆神)과 경건이 교차된 신(神)의 이미지이다. *장미 사랑, 신과의 신비적 합일. 유대 민족 등 다양한 표상을 지닌다. 이 시는  에 수록되었다. /전영애     만돌라 / 파울 첼란     만델 안에-만델 안에 서 있는 게 무얼까? 무(無)이지 만델 안에 무가 있지 거기 서 있고 또 서 있지.   무 안에-서 있는 게 누굴까? 왕(王)이지. 거기, 왕이, 왕이 서 있지 거기 서 있고 또 서 있지.   유대인의 곱슬머리, 너는 세지 않는구나.   그리고 너의 눈-네 눈은 어디를 보고 있나? 네 눈이 만델을 마주 보고 있지 네 눈, 무를 마주 보고 있지 왕을 보고 있지 그렇게 멈추어 있지. 언제까지고.   인간의 곱슬머리, 너는 세지 않는구나. 텅 빈 만델은 로얄 블루.   *만돌라 중세 교회의 그림이나 조각에서 성인(聖人)의 전신을 아몬드형으로 감싸도록 장식한 후광, 한편 이 시를 연시(戀詩)로 읽는 해석도 있다. 이 시는 에 수록되어 있다. / 전영애     운하수문 / 파울 첼란     이 모든 너의 슬픔 너머에, 없다 두 번째 하늘은.   -----------   그것이 천 마디 말이었던 입 하나를 스치며 잃어버렸다- 잃어버렸다 내가, 내게 남아 있었던 말 하나를, 누이를.   많은 신들을 믿다가 말 하나를 잃어버렸다 나를 찾던 말을. 카디시.   운하 수문으로 나는 통과시켜야만 했다. 그 말을, 다시 소금물로 되돌려- 저 바깥으로 그리고 그 너머로 건져 내기 위하여. 이스코르.   *카디시와 이스코르 카디시는 '성스러운'이란 뜻의 아랍어로 유대교 미사를 마무리하는 유족을 위한 '진혼의 기도'를 가리킨다. 이스코르는 히브리어로 '(신께서) 기억하시기를'이라는 뜻으로 장례 후, 혹은 추도석에서 모든 회중이 조용히 함께 낭독하는 기도문이다. 이 시가 수록된 시집 를 쓰던 무렵 첼란은 유대 문화에 대한 관심이 각별했으며, 관련된 글도 많이 읽었다. (신비주의적인 유대 경전 카발라, 유대 신학자 마르틴 부버의 저서, 유대 철학자 레비나스가 쓴 글 등) 그 자취가 이 시에도 남아 있다. /전영애   서 있기, 공중의 상흔의 그림자 속에 / 파울 첼란     그 누구도-그 무엇도-위해서가- 아닌-서 있기. 아무도 모르게 오직 당신울 위하여   그 안에 자리를 가진 모든 것과 함께 언어도 없이.     *서 있기, 공중의 상흔의 그림자 속에 역사의 폭력은 공기에까지 상흔을 남겼고, 시인의 설 자리는 그것이 드리운 그림자 속으로 줄어들어 있다. 절체절명의 고독의 역사. 언어에 대한 회의와 접목되어 하나의 결정(結晶)을 이룬다. 이 시는 에 수록되어 있다. /전영애     박해받은 일들과 뒤늦게, / 파울첼란   침묵으로 가릴 수 없 는 빛 발하는 동맹을 이루어.   금박 입힌, 아침의 깊이를 재는 측연*이 내게 와 박힌다 함께 맹세하고 함께 파고 함께 쓰는 발뒤꿈치에.     측연 끈에 매달아 수심을 재는 납추, 자주 총알에 비유되는 납덩이가 캄캄한 수심이 아니라 아침의 깊이를 재는 금박 추가 되어 발뒤꿈치에 와 박혔다고 함으로써 뒤꿈치에 날개 달린 장화를 신은 헤르메스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떨쳐지지 않는 역사의식과 시적 변용을 통한 상스이 어우러져 첼란 특유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시는 에 수록되어 있다. / 전영애   모래예술은 이제 그만, 모래책도, 명인도 그만 / 파울 첼란     아무것도 주사위 던져 얻어지지 않는다, 몇 명인가 벙어리는? 열일곱.   그대 물음 - 그대 대답 그대 노래,그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   깊은눈속에서 ㅍㅡ ㄴ 눈 ㅗㄱ ㅡ-ㅜ-ㅗ       *깊은 눈 속에서: 끝에 이르러서 '깊은 눈 속에서'라는 구절이 한 덩이로 뒤엉키고 이어 차츰 녹아내리듯 모음만 남는다. 언어에 대한 회의가 극단적으로 드러나며 실행된 작품이다. 이 시는 에 수록되어 있다. / 전영애       언젠가, / 파울 첼란   그의 기척을 들은 적이 있다, 그가 세계를 씻고 있었다, 보이지 않게, 밤새도록, 정말로.   하나와 무한(無限), 파괴되어, '나'되어.   빛이 있었다, 구원.     *'나'되어: '나(ich)'에 동사화 어미 '되다(-en)'을 붙여 만든 조어 'ichen'의 과거형이다. 이 단어는 앞 행의 '파괴되어 (vernichtet)' 다음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음향상 그 여운처럼 들리고, 또 '빛(Licht)'이라는 단어가 그 뒤로 이어지기 때문에 '파괴'와 '빛' 사이에서 일어나는 무엇인가를 가리키는 것으로 짐작된다. 비슷한 단어를 찾자면 중세 독일어 'iht'('무엇'을 뜻하는 고어)가 있다.(이 경우 번역은 "하나의 무한/파괴되었다/무엇인가가" 정도가 될 것이다.) 유희처럼 들리기도 하는 언어의 피안 침묵과 절망의 언어 너머로 절절히 간구된 '구원'이 비쳐 나온다, 이 시는 에 수록되어 있다. /전영애   죽음의 푸가 / 파울 첼란      새벽의 검은 우유 우리는 마신다 저녁에  우리는 마신다 점심에 또 아침에 우리는 마신다 밤에  우리는 마신다 또 마신다  우리는 공중에 무덤을 판다 거기서는 비좁지 않게 눕는다  한 남자가 집 안에 살고 있다 그는 뱀을 가지고 논다 그는 쓴다  그는 쓴다 어두워지면 독일로 너의 금빛 머리카락 마르가레테  그는 그걸 쓰고는 집 밖으로 나오고 별들이 번득인다 그가 휘파람으로 자기 사냥개들을 불러낸다  그가 휘파람으로 자기 유대인들을 불러낸다 땅에 무덤 하나를 파게 한다  그가 우리들에게 명령한다 이제 무도곡을 연주하라    새벽의 검은 우유 우리는 너를 마신다 밤에  우리는 너를 마신다 아침에 또 점심에 우리는 너를 마신다 저녁에  우리는 마신다 또 마신다  한 남자가 집 안에 살고 있다 그는 뱀을 가지고 논다 그는 쓴다  그는 쓴다 어두워지면 독일로 너의 금빛 머리카락 마르가레테  너의 재가 된 머리카락 줄라미트 우리는 공중에 무덤을 판다 공  중에선 비좁지 않게 눕는다    그가 외친다 더욱 깊이 땅나라로 파 들어가라 너희들 너희 다른 사람들은 노래하고 연주하라  그가 허리춤의 권총을 잡는다 그가 총을 휘두른다 그의 눈은 파 랗다  더 깊이 삽을 박아라 너희들 너희 다른 사람들은 계속 무도곡을 연주하라    새벽의 검은 우유 우리는 너를 마신다 밤에  우리는 너를 마신다 낮에 또 아침에 우리는 너를 마신다 저녁에  우리는 마신다 또 마신다  한 남자가 집 안에 살고 있다 너의 금빛 머리카락 마르가레테  너의 재가 된 머리카락 줄라미트 그는 뱀을 가지고 논다    그가 외친다 더 달콤하게 죽음을 연주하라 죽음은 독일에서 온 명인  그가 외친다 더 어둡게 바이올린을 켜라 그러면 너희는 연기가 되어 공중으로 오른다  그러면 너희는 구름 속에 무덤을 가진다 거기서는 비좁지 않게 눕는다    새벽의 검은 우유 우리는 너를 마신다 밤에  우리는 마신다 너를 점심에 죽음은 독일에서 온 명인  우리는 마신다 너를 저녁에 또 아침에 우리는 마신다 또 마신다  죽음은 독일에서 온 명인 그의 눈은 파랗다  그는 너를 맞힌다 납 총알로 그는 너의 금빛 머리카락 마르가레테  그는 우리를 향해 자신의 사냥개들을 몰아 댄다 그는 우리에게 공중의 무덤 하나를 선사한다  그는 뱀들을 가지고 논다 또 꿈꾼다 죽음은 독일에서 온 명인    너의 금빛 머리카락 마르가레테  너의 재가 된 머리카락 줄라미트     *죽음의 푸가: 첫 시집 에 수록된 시 중 가장 유명한 시이다. / 전영애   유골항아리에서 나온 모래 외 / 파울 첼란     망각의 집은 곰팡이 슨 초록빛, 나부끼는 문마다 너의 머리 없는 악사가 푸르러진다. 그는 너를 위해 이끼와 쓰라린 치모(恥毛)로 만든 북을 울려주고 곪은 발가락으로 모래에다 너의 눈썹을 그린다. 그것이 달려 있었던 것보다 더 길게* 그린다, 또 네 입술의 붉음도. 너는 여기서 유골 항아리를 채우고 네 심장을 먹는다.   *길게: '오래'라고도 번역이 가능하다.     절반의 밤 / 파울 첼란      절반의 밤, 번득이는 눈에 꿈의 단검들로 꽂힌.  고통으로 울부짖지 마라, 깃발처럼 구름이 펄럭인다.  비단 양탄자, 그처럼 절반의 밤은 우리 사이에 펼쳐져, 어둠에서 어둠으로 춤추었다.  그들은 살아 있는 나무로 검은 피리를 깎아 우리에게 주었고, 이제 춤추는 여인이 온다.  그녀는 파도 거품으로 자아낸 손가락을 우리 눈에 담근다.  여기서 누가 아직 울려는가?  아무도 그리하여 절반의 밤은 희열에 차 소용돌이치고, 뜨거운 팀파니는 울린다.  그녀는 우리에게 고리들을 던져 주고 우리는 그것을 단검으로 받는다.  그녀는 우리를 이렇게 맺어 주는가? 사금파리인 듯 소리 울리니, 이제 다시 알겠다.  네가 접시꽃빛 죽음을  맞지 않았음을.     마리아네 / 파울 첼란    라일락도 아닌 꽃은 너의 머리, 거울인 너의 얼굴  눈에서 눈으로 구름이 흐른다. 소돔이 바벨로 몰려가듯  나뭇잎인 양 구름은 탑을 쥐어뜯고 유황불 타는 덤불숲 둘레를 광란한다.    그리고 번개도 번쩍인다 너의 입가에서-바이올린의 잔해를 지닌 저 계곡,  눈(雪)빛 이빨로 누군가 바이올린 활을 그으니, 오 더욱 아름답 게 갈대는 울렸는데!    사랑아, 너 또한 갈대이고 우리 모두 비(雨)여라.  너의 육신은 비할 데 없는 포도주, 우리 열(十)이서 잔을 든다.  곡식 속의 나룻배 너의 가슴을, 우리가 그것을 밤(夜)으로 저 어 가느니,  작은 항아리 하나를 채운 푸르름으로, 그렇게 너는 가벼이 우리 를 훌쩍 뛰어넘어 가고, 우리는 잠자고 있다----    천막 앞에 백 명의 병사가 집합하고, 우리는 마시며 마시며 너 를 무덤으로 나른다.  이제 세상의 석판 위에서 꿈의 단단한 은화*가 쨍그렁 울린다.   *은화: 망자에게 동전을(입에 물려) 주는 것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의 풍습이다. 진혼의 모티브가 드러난다.   프랑스의 추억 / 파울 첼란      그대 나와 생각하자. 파리의 하늘, 때 잊은 커다란 가을나리 꽃---    우리는 꽃 파는 아가씨에게서 하트를 샀지.  그건 파랬고 물속에서 꽃피었어.  우리의 방 안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우리 이웃 사람이 왔다, 므시외 르송주, 깡마른 난쟁이.  우리는 카드놀이를 했고, 나는 눈동자를 잃었어.  그대는 내게 머리카락을 빌려 주었는데, 그것마저 나는 잃었고 그는 우리를 내리쳤지.  그가 문밖으로 나가자, 비가 그를 따라갔지.  우리는 죽었는데 숨은 쉬었지.   *가을나리 꽃: 상사화. 봄에 돋은 잎이 죽고 나서 가을에 불쑥 줄기만 솟아나와 피는 (연)보라빛 꽃으로 강심제로 쓰이는 약용식물이기도 하다. *므시외 르송주: Monsieur L' Songe. 프랑스어로 '꿈'을 의인화한 이름.     먼 곳의 찬양 / 파울 첼란   네 눈의 샘 안에 살고 있다, 표류의 바다의 어부들의 그물이. 네 눈의 샘 안에서 바다는 약속을 지킨다.   여기에 나 던지네, 사람들 가운데 머물렀던 가슴 하나 옷들 그리고 맹세의 광채를 벗어던지네.   상복을 입어 나는 더욱 검고, 더욱 벌거벗었다. 배반하며 나는 비로소 충실하다. 나는 나이면서 너다.   네 눈의 샘 안에서 나 떠들며 약탈을 꿈꾼다.   그물이 그물을 포획하였다. 우리가 껴안은 채 헤어지고 있는 것.   네 눈의 샘 안에서는 교수형을 당한 자가 밧줄을 교살한다.     온 생애 / 파울 첼란    선잠 든 태양들은 아침 한 시간 전 네 머리카락처럼 푸르다.  태양들도 새의 무덤을 덮은 풀처럼 빠르게 자라고,  태양들도 유혹한다. 기쁨의 선상에서 우리가 꿈으로 벌였던 유 희를.  시간의 백악암에서는 태양들도 비수에 찔린다.    깊은 잠의 태양들은 더욱 푸르다. 네 고수머리도 오직 한 번 그 리 푸르렀지.  돈으로 살 수 있는 네 누이의 품 안에서 나는 밤바람으로 머물 렀다.  네 머리카락은 우리 위에 드리운 나무에 걸려 있는데, 거기 너 는 없었다.  우리는 세계였고, 너는 문 앞의 덤불이었다.    죽음의 태양들은 우리 아이의 머리카락처럼 희다.  네가 모래 언덕에 천막을 쳤을 때 밀물에 밀려 나왔던 아이.  행복의 칼이 우리 위에서 움찔거린다. 꺼진 눈으로.   /전영애 번역   애급에서 / 파울 첼란     이방 여인의 눈에다 이렇게 말하라. 물이 있으라! 이방 여인의 눈 속에 네가 아는 물속의 여인들을 찾으라. 룻! 노에미! 미르얌! 그녀들을 물 밖으로 불러내라. 네가 이방 여인 곁에 누울 때 그녀들을 치장해 주라. 이방 여인의 구름머리카락으로 그녀들을 치장해 주라. 룻, 미르얌, 노에미에게 이렇게 말하라. 보라, 내가 이방 여인과 동침하노라! 네 곁의 이방 여인을 가장 아름답게 치장해 주라. 룻, 미르암, 노에미로 인한 고통으로 그녀를 치장해 주라. 이방 여인에게 말하라. 보라, 내가 그녀들과 동침했노라고!   * 동침: 마지막 문장에 이르기까지 아홉 문장이 모두 마치 십계명처럼 나란히 '-하라'로 시작하고 있다. 룻, 미르암, 노에미는           유대 여인의 전형적인 이름들이다. '동침'이라는 가장 밀착된 인관관계에 동족의 기억이 스며들어 있다. *이방 여인: 첼란은 1948년 '정월 스무날' 빈에서 잉에보르크 바하만을 만났다. 독일의 대표적인 현대 시인인 두 사람은  오랫동안                 가까우면서도 먼 관계를 유지했는데, 최근 연구와 시간집 출간을 통해 두 사람은 서로의 작품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음이                 밝혀졌다. 첼란의 시 , 와 바하만의 소설 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 전영애   코로나 / 파울 첼란   가을이 내 손에서 이파리를 받아먹는다. 가을과 나는 친구. 우리는 시간을 호두에서 까 내어 걸음마를 가르친다. 시간은 껍질 속으로 되돌아가기에.   거울 속은 일요일이고, 꿈속에서는 잠을 자고, 입은 진실을 이야기한다.   내 눈은 연인의 음부로 내려간다. 우리는 서로 바라본다. 우리는 서로 어두운 것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서로 양귀비와 기억처럼 사랑한다. 우리는 잠을 잔다, 조개에 담긴 포도주처럼, 달의 핏빛 빛줄기에 잠긴 바다처럼.   우리는 서로 껴안은 채 창가에 서 있고, 사람들은 길에서 우리를 본다. 알아야 할 때가 되었다. 때가 되었다. 돌이 꽃피어 줄 때, 그침 없는 불안으로 가슴이 뛸 때가. 때가 되었다, 때가 될 때가.   때가 되었다.   *코로나: 태앙이 완전히 가려졌을 때 그 주위로 먼저 나오는 빛의 환(環). 한순간 태양 빛이 꺼지듯           시간의 어두운 원점에 선 연인들의 모습을 그린 연가이다.   무적(霧笛) 속으로 / 파울 체란     감춰진 거울 속의 입, 자부심의 기둥 앞에 꿇은 무릎, 창살을 거머쥔 손이여.   너희에게 어둠이 다다르거든, 내 이름을 불러라, 나를 내 이름 앞으로 끌어가라.     화인(火印) / 파울 첼란      더는 잠들지 못했다. 우울의 시계 장치 속에 누워 있었기에, 우리,  시계바늘은 채찍처럼 휘었고,  도로 다시 튕겨져 피 맺히도록 시간을 후려쳤고,  너는 짙어 가는 어스름을 이야기했고,  열 두번 나는 네말의 밤에 대고 너를 불렀고,  하여 밤이 열렸고, 그대로 열린 채로 있었고,  나는 눈 하나를 그 품 안에 넣고 또 하나는 네 머리카락에 넣어 땋아 주었고,  두 눈을 도화선으로, 열린 정맥으로 읽었고-  갓 번뜩인 번개가 헤엄쳐 다가왔고.     누군가 / 파울 첼란   누군가 심장을 가슴에서 뜯어내 밤으로 건네는 이, 장미를 향 해 손을 뻗는다.  그 잎과 가시는 그의 것이니,  장미는 그의 접시에 빛을 놓고,  그의 유리잔을 숨결로 채우니,  그에게서는 사랑의 그림자가 술렁인다.    누군가 심장을 가슴에서 뜯어내 밤으로 건네며 울리는 이,  그는 헛맞추지 않고,  돌을 돌로 치며,  그의 시계에서는 피가 울리고,  그의 시계에서는 그의 시각이 시간을 친다.  그이, 보다 아름다운 공을 가지고 놀아도 좋다.  너에 대해, 나에 대해 이야기해도 좋다.   크리스탈 / 파울 첼란   찾지 마라, 내 입술에서 네 입을, 문 앞에서 낯선 이를, 눈에 눈물을.   일곱 밤 높게 붉음은 붉음에게로 가고 일곱 가습 더 깊게 손은 문을 두드리고 일곱 장미 더 늦게 우물은 좔좔 흐르고.     수의 / 파울 첼란   내가 가벼움으로 짠 것을 나는 돌의 영광을 위해 입는다. 내가 어둠 속에서 외침들을 깨우면, 수의는 외침들을 실어 온다.   자주, 내가 더듬거려야 할 때, 수의는 잊었던 주름을 잡고, 지금의 나인 이가 용서한다. 지나날 나였던 이를.   그러나 돌 언덕의 신은 자신의 둔탁하디둔탁한 북을 건드리고 옷에 주름이 잡히듯 그 어두운 이의 이마에 주름살이 생긴다   그녀가 머리를 빗는다 죽은 이의 머리를 빗겨 주듯. 그녀는 푸른 사금파리를 셔츠 밑에 지니고 있다.   그녀는 사금파리 세계를 끈에 꿰어 걸고 있다. 그녀는 말을 알면서도, 웃기만 한다.   그녀는 자신의 미소를 포도주 잔에 섞는다. 너는 그걸 마셔야 한다, 세상에 머물자면.   너는, 그녀가 생각에 잠겨 생(生)을 굽어볼 때, 사금파리가 그녀에게 보여 주는 상(像).     풍경 / 파울 첼란   너의 키 큰 포플러 - 이 땅의 사람들! 너의 행복의 검은 연못들 - 너희가 그들을 비추어 죽게 한다!   내가 너를 본다, 누이야, 네가 이 찬란한 빛 속에 서 있음을.     정적이여! / 파울 첼란   정적이여! 내가 너의 가슴에다 가시를 박고 있구나. 장미가, 장미가 거울 속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서 있기에, 피를 흘리고 있기에! 장미는 전에도 피 흘렸다, 우리가 '예'와 '아니요'를 섞었을 때 우리가 그것을 들이켰을 때, 유리잔이 식탁에서 튀어 올라 쨍그랑 울렸기에, 그 소리는 예고했다, 우리보다 더 오래 어두어졌던 밤을.   우리 탐욕스러운 입으로 마셨다. 소태 맛이었으나, 그래도 포도주처럼 거품 일었다 - 나는 너의 두 눈이 뿜는 빛을 따라갔고 우리 혀는 달콤함을 웅얼거렸다--- (그렇게 혀는 웅얼거리고 있다. 그렇게 혀는 여전히 웅얼거리고 있다.)   정적이여! 가시가 네 가슴을 더 깊이 파고든다. 가시는 장미와 한 동아리다.     해아려라 만델을,  헤아려라, 쓴 것, 너를 눈뜨고 있게 했던 것을,  거기에 나까지 함께 헤아려 다오.    네가 눈을 떴으나 아무도 너를 눈여겨보지 않았을 때, 나는 너 의 눈을 찾았다.  나는 저 남모르는 실오리를 자았다.  네가 생각했던 이슬이,  그걸 타고 굴러 내려  항아리에 담겼다, 그 누구의 가슴에도 가 닿지 못한 한마디 말 씀이 지키는 항아리.    거기서야 너는 너의 것인 이름 안으로 온전히 들어섰다.  확실한 걸음으로 너에게로 갔다.  네 침묵의 종루에서 종추들이 자유롭게 흔들렸을 때  귀담아들은 말이 너에게로 울려 나왔고,  죽은 것이 또한 네 어깨에 팔을 둘러,  너까지 셋이서 너희들은 저녁을 지나갔다.    나를 쓰게 만들어 다오  만델에 나까지 함께 헤아려 다오.   *만델: 편도(아몬드)를 말한다. '만델형 눈'은 갸름한 눈을 가리키며 '구부러진 코'와 더불어 전형적인 유대인의 외모를 묘사할 때 사용한다. *쓴: '(맛이) 쓰다'는 뜻 외에 '쓰라린' 또는 '혹독한'이라는 뜻으로 쓰였으며 마지막 연 첫 번째 햄의 "쓰게"도 마찬가지이다. 만델 열매의 '쌉살한 떫은' 맛에 '혹독한' 체험이 겹친다.   나는 들었다 / 파울 첼란   나는 들었다. 물속에는 돌 하나 또 동그라미 하나 있다는 얘기를 물 위에는 말 하나 동그라미를 돌 주위에 놓는 말 하나 떠 있다는 얘기를.   나는 보았다, 내 포플러가 물로 내려가는 것을 나는 보았다, 그 팔이 깊은 곳으로 뻗어 내려가는 것을 나는 보았다, 그 뿌리가 하늘을 향해 어둠을 간구하는 것을.   나는 서둘러 뒤쫓지 않았다, 나는 그저 바닥에서 빵 부스러기를 주워 들었다, 네 눈의 모양과 기품을 니진 빵 부스러기를 나는 네 목에서 말씀의 목걸이를 벗겨 그 빵 부스러기가 놓인 식탁 가장자리에 둘렀다.   그러자 내 포플러가 이제 보이지 않았다.     붉은 노을 속에 / 파울 첼란   붉은 노을 속에 이름들이 잠자고 있다. 하나를 너의 밤이 깨워 데리고 간다, 하얀 막대들을 따라 마음의 남쪽 벽을 더듬으며 소나무 아래로. 사람 키만한 소나무 한 그루 성큼성큼 도공(陶工)들의 도시로 걸어간다, 바다시간의 친구 되어 비가 돌아오는 곳으로 푸름 속에서 그것은 어둠을 약속하는 나무말을 한다, 그리고 네 사랑의 이름을 그 음절에 덧붙여 헤아린다.     도끼로 유희하며 / 파울 첼란   밤의 일곱 시간, 깨어 있음의 일곱 해 도끼들을 가지고 유희하며 너는 누워 있다. 일어선 시체들의 그늘에 -오, 나무들 네가 베지 않은 나무들!- 머리맡에는 침묵으로 은폐된 것의 호화로움 말(言)의 구걸은 발치에 두고 너는 누워 유희한다, 도끼로- 그러다 마침내 번득인다, 도끼처럼.     삼단 같은 머리 / 파울 첼란   내가 땋아 주지 않은, 나부끼게 내버려 둔 삼단 같은 머리 오고 가며 희어졌구나 내가 미끄러져 스쳐 간 이마에서 흘러내려 이마의 해(年)에-   이것은, 만년설을 위하여 일어선 말(言) 하나 내가 눈(眼)들에 여름처럼 에워싸여 네가 내 위에 펼쳐 놓은 눈썹을 잊었을 때 눈(雪) 쪽으로 눈길 주었던 말 하나 내 입술이 언어로 피 흘렸을 때 나늘 피했던 말 하나.   이것은 말들 곁에서 나란히 걸었던 말 하나 침묵의 모습을 한 말 하나, 늘 푸른 담쟁이와 근심으로 에워싸인.   여기서 먼 곳들이 내려가면 그러면 네가, 솜털 같은 머리카락별 하나여, 너 여기서 눈 되어 내리는구나 흙의 입에 닿는구나.   어렴풋한 모습 / 파울 첼란   네 눈을 그 방 안에서 한 자루 양초이게 하라 네 눈길을 심지이게 하라 나를 충분히 눈멀게 하라 그 심지에 불붙일 만큼.   아니다. 다르게 하라.   네 집 앞으로 나서라 네 얼룩얼룩한 꿈에다 마구를 매라 네 경적이 말하게 하라 눈(雪)에게, 네가 내 영혼의 용마루에서 불어 날린 눈에게.     어둠에서 어둠으로 / 파울 첼란   네가 눈을 뜬다 - 내 어둠이 살아 있음이 보인다 내 어둠의 바닥을 본다 거기서도 그건 내 것이고 살아 있다.   그런 것이 건너갈까? 그러면서 깨어날까? 누구의 빛이 내 뒤를 바짝 따라오는가. 사공이 있으라고?     아시시 / 파울 첼란   움브리아의 밤, 움브리아의 밤, 종과 올리브 잎의 은빛이 있는. 움브리아의 밤, 당신이 지고 오는 돌이 있는. 움즈리아의 밤, 돌이 있는.   말없이, 삶 속으로 솟는 것, 말없이. 항아리를 바꿔 채워라-   흙 항아리, 흙 항아리, 도공의 손과 한데 엉겨 붙어 버린. 흙 항아리, 그림자의 손이 영원히 봉인한. 흙 항아리, 그림자의 봉인이 찍힌.   돌, 그대 바라보는 곳에, 돌. 그 나귀를 들어가게 하라.   터덜터덜 가는 짐승. 터덜터덜 가는 짐승, 가장 헐벗은 맨손이 뿌리는 눈 속을. 터덜터덜 가는 짐승, 철커덕 잠겨 버리는 말(言) 앞에서. 터덜터덜 가는 짐승, 손에서 잠을 받아먹은.   광휘, 위로하지 않으려는, 광휘. 죽은 이들--- 그이들이 아직도 구걸하고 있나이다, 프란 체스코여.   *이시시: 이탈리아 중부 움부리아 주(州)의 옛 도읍. 성 프란체스코가 태어난 곳으로 유명한 순례지다. *도공: Toper. '창조주(Schopfer)'를 연상시킨다. *나귀: 성경 속에서 신이 사랑하는 짐승으로 등장한다.     프랑수아를 위한 비명(碑銘)     세상의 두 문(門)이 열린 채 있다. 네가 어스름 속에서 열어 두고 가 버린 문. 그 문이 덜컥덜컥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우린 어렴풋한 것을 나른다. 초록빛을 네 영원 속으로 나른다.   1953년 10월   *프랑수아를 위한 비명: 프랑수아는 첼란의 첫아들 이름이다. 첼란이 날짜를 기입한 시는 이 시가 유일하다.     열쇠를 번갈아 가며 / 파울 첼란     열쇠를 번갈아 가며 너는 집을 연다. 그 안에는 침묵으로 은폐된 것의 눈(雪)이 휘날리고 있다. 네게서, 눈(眼)에서 입에서 혹은 귀에서 솟는 피에 따라 네 열쇠가 바뀐다.   네 열쇠가 바뀌면 말이 바뀐다. 눈송이와 더불어 휘날려도 좋은 말. 너를 앞으로 몰아치는 바람에 따라 그 말 주위에는 눈이 뭉친다.   /전영애 번역   정물(靜物)/ 파울 첼란   촛불 곁에 촛불, 흐릿한 빛 곁에 흐릿한 빛, 환한 빛 곁에 환한 빛.   그리고 그 아래, 여기 이것. 눈 하나 쌍이 못된 채로, 감겨서, 저녁이지는 않은 채 찾아드는 늦음에다 속눈썹을 달아 주며.   그앞에, 네가 여기서는 그것의 손님인 낯선 것 빛 없는 엉겅퀴 그로써 어둠은 제것들을 의심하고 먼 곳으로부터 잊히지 않기 위하여.   그리고 또 이것, 귀 먼 것 가운데 실종되어, 입 돌이 되어, 돌을 꽉 그러 물고, 바다로부터, 그 얼음을 여러 해 굴려 오고 있는 바다로부터 부름 받아.     그리고 아름다운 것 / 파울 첼란   그리고 아름다운 것, 네가 쥐어뜯는 그리고 머리카락, 네가 쥐어뜯는. 어느 빗이 그것을 다시 단정하게 벗어줄까, 그 아름다운 머리를? 누구의 손 안의 어느 빗이?   그리고 돌들, 네가 쌓은, 네가 쌓는. 그것들은 어디로 그림자 그리우나. 또 얼마나 멀리?   그리고 그 위를 스치며 가는 바람, 그리고 바람, 이 그림자 하나를 그러쥐어 바람은 네게 나누어 줄까?     돌 언덕 / 파울 첼란   내 곁에 너는 살고 있다, 나같이 움푹 꺼진 어둠의 뺨 속 돌 하나로.   오, 이 돌 언덕, 사랑아, 우리가 쉼없이 구르는 곳, 돌인 우리가, 얕은 물줄기에서 물줄기로, 한 번 구를 때마다 더 둥글게. 더 비슷하게, 더 낯설게.   오 이 취한 눈, 여기서 우리처럼 길 잃고 두리번거리며 우리를 이따금씩 놀라며 하나로 보는.     벌판들 / 파울 첼란   늘 그 한그루, 그 포플러 생각의 자락에. 늘 손가락, 솟아 있는 손가락 밭둑에.   그보다 이미 훨씬 전에 이랑이 저녁 속에서 망설이고. 그러나 구름. 그건 흐른다.   늘 그 눈. 늘 그 눈, 그 눈꺼풀 그 감긴 눈꺼풀들이 뿜는 빛 속에서 네가 활짝 뜨는. 늘 이 눈.   늘 이 눈, 그 자아내는 시선이 그 한 그루, 포플러에 감긴다.   밤 쪽으로 젖혀진 / 파울 첼란 -한나 렌츠, 헤르만 렌츠를 위하여   밤 쪽으로 젖혀진 꽃들의 입술, 엇갈리고 뒤엉킨 전나무 줄기들, 잿빛 띤 이끼들, 뒤흔들린 돌, 깨어나 무한히 날아간다 만년설 너머 검은 새들.   여기는 우리가 쉬는 곳. 서둘러 와 닿은 지역.   그것들은 시간을 일컫지 않을 것이다 눈송이를 헤아리지 않을 것이다 물을 막힌 곳까지 따라가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세상에 갈라져 서 있다 하나하나가 자기 어둠 곁에 하나하나가 자기 죽음 곁에 무뚝뚝하게, 맨머리로, 서리에 덮혀 가깝고도 먼 것에 의해.   그들은, 그들의 부채(負債)를 져 낸다, 근원에 혼을 불어넣은 부채를 그들은 그걸 져 낸다. 말 하나에까지로 여름처럼, 부당하게 존속하는 말.   말 하나 - 알지 시체 하나.   우리 그걸 씻어 주자 우리 그걸 빗질해 주자. 우리 그 눈이 하늘 쪽으로 향하게 하자.     시간의 눈 / 파울 첼란   이건 시간의 눈 일곱 빛깔 눈썹 아래서 곁눈질을 한다 그 눈꺼풀은 불로 씻기고 그 눈물은 김이다.   눈먼 별이 날아와 닿아 뜨거운 속눈썹에서 녹으니 세상이 따뜻해지리 죽은 이들이 봉오리 틔우고 꽃 피우리.     쉬볼렛 / 파울 첼란   창살 뒤에서 커다랗게 울었던 내 돌들과 함께,   그들은 나를 날카롭게 갈아서 시장 한복판으로 보냈네, 거기로 내가 어떤 서약도 하지 않은 그 깃발 오르는 곳으로.   피리들, 밤의 이중 피리. 생각하라, 빈과 마드리드의 어두운, 꼭 같은 두 개의 붉음을.   네 깃발을 조기(弔旗)로 올리라, 기억을, 조기로 오늘과 영원을 위하여.   가슴, 여기서도 너는 네 신분을 밝히라, 여기 시장 한복판에서 외치라 그것, 쉬볼렛을, 저 밖으로 낯선 고향에 대고 2월. 노 파사란.   아인호른. 너는 돌을 훤히 알지, 너는 물을 훤히 알지, 오라 내 너를 인도하마 에스트레마두라의 목소리들에게로.   *쉬볼렛: 구약 성경에서 에브라임인과 적대 관계에 있던 길르앗인들이 에브라임 지역 요르단 강 나루터를 점령했을 때 , 에브라임인임을 숨기고  강을 건너려는 자를 색출해 내기 위해서 썼다는 암호. 에브라임인은 이 단어를 '시볼렛'이라고 발음했는데, 이를 제대로 발음하는 사람만 살려 통과시켰다고 한다. *두 개의 붉음: 빈의 노동자 봉기(1938)와 스페인 내전의 시발이 된 마드리드 봉기(1936)를 가리킨다. *노 파사란:  No pasaran  스페인 내전 당시 프랑코으 파시즘에 맞선 공화파의 구호로, "너희가 건너지 못하리라"라는 뜻 *아인호른: Einhorn 글자 그대로 옮기면 일각수(一角獸)를 뜻하나 여기서는 사회주의자였던 첼란의 고향 친구 이름이다. *에스트레마두라: 스페인 내전 당시 피해가 혹심했던 남서부 지역   가묘(假墓) / 파울 첼란   꽃을 뿌리라, 낯선 여인이여, 마음 놓고 뿌리라. 그대 저 아래 깊은 곳에 정원들에 꽃을 건넨다.   여기 누웠어야 할 사람은, 그 어디에도 누워 있지 않다. 그렇지만 세계가 그의 곁에 누워 있다. 세계, 그것이 갖가지 꽃들 앞에서 눈을 떴다.   그러나 그는 붙들었다, 많은 것들 보았기에, 눈먼 사람들과 함께. 그는 갔다, 그리고 너무 많이 꺾었다. 향기를 꺾었다- 그리고 그걸 본 사람들이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   이제 그는 갔다, 낯선 물 한 방울 마셨다, 바다를. 물고기들- 물고기들이 그 몸에 와 부딪힐까?     어느 돌을 네가 들든 / 파울 첼란   어느 돌을 네가 들든- 너는 드러내 버린다, 돌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이들을, 벌거벗긴 그들은 이제 짜임을 새롭게 한다.   어느 나무를 네가 베든- 너는 짜 맞춘다, 그 위에 혼(魂)들이 또다시 고일 잠자리를, 마치 흔들리지 않을 듯이 이 영겁(永劫) 또한.   어느 말을 네가 하든- 너는 감사한다 사멸(死滅)에.     그대도 말하라 / 파울 첼란   그대도 말하라, 마지막 사람으로, 그대의 판정을 말하라.   말하라- 그러나 '아니요'를 '예'와 가르지 마라. 그대의 판정에 뜻도 주라. 그것에 그림자를 주라.   그것에 그림자를 충분히 주라. 그것에 그만큼을, 네 주위 한밤중과 한낮과 한밤중에 두루 나누어 줄 수 있는 만큼 주라.   둘러보라, 보라, 사방이 살아나고 있다- 죽음 곁에서! 살아나고 있다! 그림자를 말하는 이, 이 진실을 말하는 것.   지금 그러나 그대 선 곳이 줄어든다, 어디로 이제, 그림자 벗겨진 이여, 어디로? 오르라, 더듬어 오르라. 그대 점점 가늘어지고, 점점 희미해지고, 점점 섬세해진다! 더욱 섬세해져 이제 한 올 실낱이다. 그가, 별이, 타고 내려오고 싶어 하는 실낱. 낮은 곳에서 유형하고자, 낮은 곳,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곳, 떠도는 말들의 물살에서.   *판정: Spruch '말씀', '격언' 등의 뜻도 있다 *뜻: Sinn '감각', '방향' 등의 뜻도 있다.     침묵의 증거 / 파울 첼란 -르네 샤르를 위하여   황금과 망각 사이 사슬에 꿰인 밤 둘은 밤을 잡으려 하였다. 둘에게 밤은 허락하였다.   놓으라 너도 지금 거기다 놓으라. 낮들 곁에서 어스름히 차오르려는 것을 별 넘어 날아간 말 바다 넘쳐 씻은 말을.   그 말을 누구에게나 폭도들이 등덜미를 쳤을 때 노래 불러 주었던 그 말을 누구에게나- 노래 불러 주고는 굳어버린 그 말을 누구에게나.   그녀, 밤에게, 별 넘어 날아간, 바다 넘쳐 씻은 말을. 밤에게 침묵으로 얻은, 독니가 음절을 짓씹었을 때도 피 흘리지 않은 그 말을.   밤에게, 침묵으로 얻은 그 말을.   껍질 벗기는 자 귀들이 화냥질하고 시간과 시대도 기어오르는 그 많은 다른 말들에 맞서 그것은 증언한다 마침내,   마침내, 사슬이 절거덕거리기만 하면 증언한다, 거기 황금과 망각 사이에 놓인 밤에 대하여, 예로부터 그 둘과 형제인 것에 대하여-   그럴 것이, 대체 어디에서 밝아 오겠는가, 말하라, 그 밤 곁이 아니라면 그 밤의 눈물의 유역(流域)에서 잠수하는 태양들에게 씨앗을 가리키고 또 가리키는 밤 곁이 아니라면?   *침묵의 증거: '침묵으로 된 증거' 혹은 '침묵으로 이루어진 시'로 번역할 수 있다. 첼란이 이 시를 헌정한 프랑스 현대 시인 르네 샤르는 라는 시를 쓴 바 있으며, 첼란은 그의 시를 많이 번역하였다.   목소리들 / 파울 첼란   목소리들, 초록에다, 수면(水面)의 초록에다 새겨 넣은. 물총새가 자맥질해 들어가면 초(初)가 쨍 - 울린다.   어는 물가에서나 당신을 향해 섰던 무리가 다가온다 베어져, 다른 형상 되어.   * 목소리들, 쐐기풀 길에서 들려오는   손을 짚고 거꾸로 서서 우리에게 오라. 등불과 함께 홀로 있는 이에게는 읽어 낼 손밖에 가진 것이 없다.   *   목소리들, 어둠을 견뎌 내고 들려오는, 동아줄들, 네가 종을 매다는. 휘어라, 세계여 망자(亡者)의 조개가 쓸려 오면 여기서 종소리 울리려 하노니.   * 목소리들, 그 앞에서 너의 가슴이 어머니의 가슴으로 뒷걸음질 치는. 나이테의 햇목질과 묵은 목질이 그 테를 바꾸고 또 바꾸는 곳. 교수목(絞首木)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   * 목소리들, 돌 부스러기 속에서 울리는, 꺽꺽거리는, 그속에서 또한 무한(無限)이 삽으로 파내고 있다.   (마음의-) 점액질 물줄기.   여기에다 배를 내려라, 아이야, 내가 승선시켰던 배들을. 선체 중앙에서 돌풍이 우현으로 불면 꺾쇠가 닫힌다.   * 야곱의 목소리.   눈물. 형제의 눈에 고인 눈물. 그 한 방울이 계속 매달린 채 커졌다. 우리는 그 눈물 방울 속에서 살고 있는 것. 숨 쉬어라, 그 눈물이 떨어지도록.   * 목소리들, 방주 안에서 들려오는.   구조된 것은 입들뿐이다. 가라앉고 있는 이들아, 들어 다오 우리의 소리도,   * 목소리는 없고 - 한 가닥 때늦은 소음, 시각에 맞지 않게, 너의 생각에 주어져, 여기, 마침내 깨어 데려온 소음. 눈(眼) 크기만 한, 깊게 상처 난 과엽(果葉) 하나 진물이 흐른다, 아물려 들지를 않는다.     *물총새: Eisvogel.글자 그대로 옮기면 '얼음새'라는 뜻이다. 천 연의 경직된 목소리를 묘사하는 데 효과를 더한다. *꺽쇠: 앞의 "마음의-"의 앞뒤에 친 괄호를 뜻하기도 한다. 괄호가 닫히면 "마음의-"는 사라지고 '점액질 물줄기'만 남는다. *그 눈물이 떨어지도록: 유대교 신비주의의 전통에 의하면 카인에게 죽임을 당한 '아벨'의 눈물이 말라야 메시아가 온다고 한다.     확신 / 파울 첼란   눈 하나 또 있으리라 우리들 눈 옆에, 낯선 눈 하나, 말을 잃고 돌이 된 눈꺼풀 아래 있으리라.   오라, 너희들의 갱(坑)을 뚫으라!   속눈썹 하나 있으리라, 암석 속에서 안으로 향한 채 울지 못한 울음의 강철 입힌 가장 섬세한 굴착기가 있으리라.   그대들 앞에서 그것이 작업하고 있다, 마치, 돌이 있으니, 형제도 있으리라는 듯.     편지와 시계로 / 파울 첼란   밀랍, 적히지 않는 것을 봉인하는 네 이름을 알아맞혀 낸, 네 이름을 암호로 감추는 밀랍.   이제 오고 있는가, 표류하는 빛이여? 손가락들, 손가락들도 밀랍이다, 낯선 고통을 주는 반지 끼워져, 녹아들었다 손가락 끝 끝.   오고 있는가, 표류하는 빛이여?   시계의 벌집, 비었다 시간이 없다 신부처럼, 벌 떼는 떠날 채비가 되었다.   오라, 표류하는 빛이여.   귀향 / 파울 첼란   점점 짙어지는 강설(降雪), 비둘기빛, 어제처럼, 그대 아직도 잠들어 있기라도 하듯, 강설   멀리까지 펼쳐진 백색(白色), 그 너머, 끝없이, 사라져 버린 이의 썰매 자국.   그 아래, 감추어져 있다가, 젖혀 올려진다. 두 눈을 이토록 아프게 하는 것. 보이지 않던 언덕 또 언덕.   그 언덕마다에 '오늘'로 되불려 온, 침묵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 '나' 나무로 된, 말뚝.   저기, 얼음바람에 실려 온 하나의 감정, 그 비둘깃빛, 눈(雪)빛 깃발을 달고.     흠 / 파울 첼란   각막에 그어진 흠. 절반 간 길에서 시선이 보아 버린 '잃어버림'. 실제로 자아낸 '결코 아니다'의 되돌아옴.   반 동강 길들 - 그러나 가장 긴 길들.   혼(魂)이 밟고 간 실 가닥, 유리 흔적, 뒤로 말려들어 가고 그리고 이제 그대 머리 위, 항(恒) 성(星), 그 위에서 눈(眼)인 당신이 하얗게 너울 씌워 놓은   각막에 그어진 흠. 어둠에 실려 온 기호 하나 간직하라는 것.   낯선 시간의 모래로 (아니면 얼음으로?) 보다 낯선 '언제나'를 위하여 되살아나고 소리 없이 떨리는 자음으로 조율해 놓은 그 기호.   *각막에 그어진 흠: 긁힌 유리를 통해 사물을 보면 그 사물에도 긁힌 자국이 나 보이듯, 무언가에 긁혀 흠이남은 각막으로 세상을 보면 무엇을 보든 그 대상에도 흠이 그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흑암 / 파울 첼란   저희가 가까이 있나이다, 주여. 잡힐 듯 가까이.   이미 잡혀서, 주여. 저희 하나하나의 몸이 당신의 육신인 듯, 서로를 움켜쥐고, 주여.   기도하소서, 주여 저희에게 기도하소서 저희가 가까이 있나이다.   바람에 뒤틀린 채 저희가 갔습니다 향하여 갔습니다. 물 괸 웅덩이와 분화구를 찾아 몸을 굽히려고.   물 마실 곳으로 갔습니다, 주여.   피였습니다, 그건 당신께서 흘리신 피였습니다, 주여.   그것이 반짝였습니다.   그것이 우리 눈에 당신의 형상을 비추었습니다, 주여. 눈과 입이 저렇듯 열려 있고 비어 있습니다, 주여. 저희가 마셨습니다, 주여. 피와 그 피 속에 잠겨 있는 형상을, 주여.   기도하소서, 주여. 저희가 가까이 있나이다.   *흑암: Tenebrae. '어둠' 외에도 '죽음의 밤'이라는 뜻이 있는데, 특히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직후          골고다 언덕을 뒤덮은 어둠을 가리킨다. 첼란이 독일어를 두고 굳이 라틴어로 제목을 쓴 것은, 그로 인          해 덧붙여지는 기독교적 의미를 신이 인간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이 뒤집힌 기도 형태의 시에 수           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여름 소식 / 파울 첼란   이제는 아무도 밟지 않는, 에둘러 가는 백리향(百里香) 양탄자. 종소리벌판을, 가로 질러 놓인 행(行) 바람이 짓부수어 놓은 곳으로는 아무것도 실려 오지 않는다.   다시금 흩어진 말들과의 만남, 가령 낙석(落石), 딱딱한 풀들, 시간.     쾰른, 임 호프 / 파울 첼란   마음의 시간, 꿈꾸어진 이들이 멈추어 있다 자정의 자판을 가리키며.   어떤 이들은 정적 속에다 말을 하고, 어떤 이들은 입 다물고 있고 어떤 이들은 자기 길을 갔다 추방당하고 상실되어 집에 있다.   너희 사원들.   보는 이 없고.   너희 사원들.   너희 강물에 귀 기울리는 이 없고 너희 시계는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있고.   *암 호프: Am Hof. 호텔 이름으로, 첼란은 파리에서의 재회 후 몇 년이 지난 뒤에 이곳에서 바하만을 다시 만났다.     그림 하나 아래로 / 파울 첼란   갈까마귀 떼 뒤덮힌 물결치는 밀밭. 어느 하늘의 푸름인가? 낮은 하늘의? 높은 하늘의? 늦은 화살, 영혼이 당겼다. 더 세찬, 화살 나는 소리. 더 가까운 이글거림. 두 세계.   *그림 하나 아래로: 빈센트 반 고호의 그림 을 소재로 한 시이다   스트렛토 /파울 첼란   실려 왔다 그 확연한 흔적이 있는 땅으로.   풀, 갈라져 적혀 있고, 돌들, 하얗게 풀 줄기 그림자 드리워져. 이제 읽지 말고 - 보라! 이제 보지 말고 - 가라!   가라, 너의 시간은 다시 올 시간이 없고, 너는 - 집에 와 있다. 바퀴 하나, 천천히, 저 혼자 굴러 나온다, 바퀴살들이 기어간다 거무스름한 들판을 기어간다, 밤은 별이 필요 없다, 그 어디서도 네 소식을 묻지 않는다.   *   그 어디서도 네 소식을 묻지 않는다 -   그들이 누었던 곳, 그곳은 이름이 있다 - 그곳은 이름이 없다.그들은 거기 눕지 않았다.무엇인가가 그들 사이에 가로놓여 있었다.그들은 꿰뚫어 보지 못했다.   보지 못했다, 아니 제각기 논하였다, 말에 대해서. 아무도 눈뜨지 않았다 잠이 그들을 덮었다.   * 왔다, 왔다.그 어디서도 묻지 않는다 -   나야, 나, 내가 너희 사이에 누워 있었어, 나는 열려 있었고 들리기도 했지, 내가 너희를 향하여 째깍거렸지, 너희 숨소리가 귀 기울렸지, 그건 여전히 나야, 너희는 잠만 자는데.   *   그건 여전히도 나야 - 세월. 세월, 세월, 손가락 하나가 더듬고 있다. 아래로 위로 더듬고 있다 이리저리 만져지는, 꿰맨 자리, 여기 다시 아물어 붙었구나 - 누가 그것을 덮어 주었을까?   *   덮어  주었다 - 누가?   왔다, 왔다. 왔다 말(言) 하나, 왔다. 밤을 뚫고 와 밝히고자 하였다, 밝히고자 하였다. 재. 재, 재, 밤-또-밤. - 눈(眼) 을 찾아가라, 젖은 눈을 찾아.   *   눈   을 찾아가라,                젖은 눈을 찾아 -   돌풍. 돌풍, 언젠가의, 입자(粒子)들의 흩날림, 타자, 당신 그걸 알지, 우린 책을 읽었어, 의견 이었어. 의견 이었지, 있었어. 어떻게 우리가 우리를 붙잡았을까 - 이 두 손으로?   적혀 있기도 했어, 이렇게. 어디에? 우리는 그 위에 침묵 하나를 띄워 놓았어, 독(毒)으로 안정시켜, 커다랗게. 초록빛 침묵 하나, 꽃받침 이파리 하나, 거기 식물적인 것에 대한 생각 하나 매달려 있었어 - 초록빛으로, 그래, 매달려 있었어, 그래, 음흉한 하늘 아래서. 그래, 식물적인 것에 대한.   그래, 돌풍, 입 자들의 흩날림, 남아 있었어. 사간이, 남아 있었어, 식물적인 것을 돌에서 틔워 보려고 - 돌은 손님을 환대했지, 그건 말을 가로막지 않았어, 우린 제법 형편이 좋았지.   알갱이로, 알갱이로, 섬유질로, 줄기로, 빽빽하게. 송이로 다발로, 신장으로, 판으로 그리고 덩이로,느슨하게, 가지 쳐서 - ,그는,그것은 말을 가로막지 않았다, 식물적인 것이 말했어, 말하기 좋아했어 메마른 눈에게도, 그것이 감기기 전에. -   말했어, 말했어. 있었어, 있었어.   우리는 늦추지 않았다, 한가운데 서 있었다, 하나의 숨구멍 짓기, 그리하여 그것이 왔다.   우리에게로 왔다, 뚫고 왔다, 꿰매었다 보이지 않게, 꿰매었다 마지막 음향전달막을, 하여 세계, 한 덩어리 수천의 수정(水晶) 결정(結晶)이 이루어졌다, 결정이 이루어졌다.   *   결정이 이루어졌다, 결정이 이루어졌다.                                       그러고는 -   환원된, 밤들, 동그라미들 초록 혹은 파랑, 빨강 네모들. 이 세계가 그 가장 내면적인 것을 새로운 시간들과의 도박에 건다. - 동그라미들, 빨강 혹은 검정, 환한 네모들, 비상(飛翔)의 그림자 없고 측량 탁자도 없고 연기혼(魂)도 피어올라 섞이지 않는다.   *   피어올라          섞인다 -   땅거미 질 녘 돌이 된 문둥병 곁에 도망쳐 온 우리들의 손들 곁 최근의 박해 때 무너진 담벼락 총알받이 너머로,   보인다, 새 롭게 이랑들이.   그때의 그 합창들이 찬미가가, 흐,호- 산나. 그러니까 아직 사원(寺院)은 서 있는 것. 아무것도 아무것도 상실되지 않았다.   호- 산나.   땅거미 질 녘, 이곳에 땅 밑을 흐르는 물흔적이 나누는 날 어두운 대화들.   *   땅 밑을 흐르는 물흔적                     의                         날 어두운 - 실려왔다 그 확연한 흔적 이 있는 땅으로.   풀, 풀, 갈라져 적혀 있는.     * 스트렛토: 로 시작되는 시집 의 맨 끝에 수록된 시. 이 시에서는 에서 나열되었던, 또한 에서 울렸던 여러 목소리들이 하나의 궤적을 좇아 집약되고 있다. 홀로코스트를 다룬 알랭 르네의 영화 와 연결시킬 수도 있다. '스트렛토'로 번역한 'Engfuhrung'은 '비좁히기'라는 뜻의 음악 용어로 푸가 형식에서 여러 성부가 나오는 부분을 가리킨다.   *의견: 단테는 에서 '사랑'을 그저 하나의 '의견(Doxa)'으로 정의했다. 함께 책을 읽다가 사랑에 빠져 불륜을 범하게 되는 파올로와 프란체스카 이야기와 연결된다.   *그는, 그것은: er,es. '돌'을 가리키는 대명사 'er'와 '식물적인 것'을 가리키는 대명사 'es'를 나란히 적어 돌에서 생명이 생성되기를 바라는 꿈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바로 앞에 나열한 명사와 형용사를 보면 생물(식물)에 관련된 표현과 무생물(광물)에 관련된 표현이 뒤섞여 있다.   *음향전달막: 북 따위의 악기들에서 소리를 전달시키는 데 쓰이는 얇은 금속, 종이, 고무 등으로 된 이파리 모양의 관   *땅거미 질 녘: Eulenflucht '올빼미로 날아오를 녘'의 고어이다. 그대로 옮기면 미네르바의 올빼미를 연상시키는 장점이 있지만, 시 전테의 어두운 분위기에 부합하지 않아 '땅거미 질 녘'으로 옮겼다.  /전영애 역   취리히, 춤 슈토르헨 / 파울 첼란 -넬리 작스를 위하여   이야기가 있었다, 너무 많거나 너무 적음에 대하여. '그 이'에 대하여 '그래도 그이'에 대하여, 밝음에 의한 흐림에 대하여 유대적인 것에 대하여 너의 신에 대하여.   '그것'에 대하여. 어느 성모 승천일 성당은 건너편에 서 있었다, 성당은 금빛을 띠고 물을 건너왔다.   너의 신에 대해 말해져 왔다, 나는 그에 맞서 이야기하였다, 나는 내가 한때 가졌던 마음이 희망하게 하였다. 그의 높고 가장 높은, 구멍 뚫린, 다투는 말을- 네 눈이 나를 보았다, 그 너머 멀리를 보았다. 네 입이 눈에게 격려를 보냈다, 말이 들려왔다.   우리는 정말이지 모릅니다, 아시겠어요, 우리는 정말 모릅니다, 무엇이 유효한지.   *춤 슈토르헨: 호텔 이름으로 "황새네' 정도의 뜻이다. 1960년 첼란은 이곳에서 넬리 작스를 만났다. 히틀러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스웨덴으로 망명한 작스의 시즌 많은 부분 첼란의 시와 주제를 공유한다. 다만 첼란의 시                 와 달리 구원에 대한 희망이 비교적 겉으로 드러난다. *'그래도 그이': Aber-Du. 대화 상대자인 '너(du)'와 구별되도록 앞 철자를 대문자로 써서 만들어 낸 새로운 주체                 '그이(Du)'에 부정어를 붙였다.가리키기 어려운, 부정하면서도 다시 긍정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 신(神)                  을 암시한다.   저 많은 성좌들, 우리 앞에 내밀어져 있는 나는, 언제였던가? 너를 보았을 때 저 바깥 또 다른 세계들 곁에 있었다.   은하계의, 오, 이 길들. 우리들에게로 우리들 이름의 짐 안으로 밤들을 흔들어 보내오는 이 시각, 나 이제 알겠네, 우리가 살았다는 건 틀린 말, 숨결 하나가 '저기'와 '거기 없음'과 '이따금씩' 사이를 눈 먼 채 지나갔을 뿐. 혜성처럼 눈 하나가 불 꺼져 버린 것을 향하여 휘익 날았을 뿐, 골짜기들 속에서, 거기, 그 작열이 스러진 곳 유두(乳頭)처럼 화사하게 시간이 멈추어 있다. 거기서 이미 위로, 아래로 그 너머로 자랐다. 있는 것, 있었던 것, 있을 것이- 나 알겠네. 내가 알고 당신이 알고, 우리가 알았네, 알지 못했네, 우리는 있었지만, 거기에는 없었지. 그리고 이따금씩 오직 무(無)가 우리 사이에 서 있을 때라야 우리는 서로를 온전히 마주하였지.     당신의 저 건너에 있음, 오늘 밤. 말(言)로써 내 당신을 다시 데려왔다, 여기 당신이 있다 모든 것이 진실하고 진실에의 한 가닥 기다림도 진실하다.   우리 창(窓) 앞을 콩 넝쿨이 기어오른다. 생각하라 누가 우리 곁에서 자라며 그것을 바라보는가를.   신(神)은, 우리는 그리 읽었다, 하나의 조각이며 또 하나의, 흩어진 조각이라고 모든 베어진 이들의 죽음 가운데서 그이는 자신에게로 자라 간다.   그곳으로 시선이 우리를 이끌어 간다. 그 반쪽과 우리는 오가며 지내는 것.     양손에, 여기 별들이 내게로 자라 오는 곳, 멀리 모든 하늘에, 가까이 모든 하늘에. 저기 저 깸! 저기 우리들 한가운데를 뚫고 열려 오는 저 세계!   네가 있다 네 눈이 있는 곳에, 너는 있다 저 위에, 있다 저 아래, 나는 밖으로 찾아 가노니.   이 떠도는, 텅 빈 환대하는 중심. 갈라진 채 나는 네게로 떨어져 가고, 너는 네게로 떨어져 온다, 서로 떨어져 나가며, 우리는 꿰뚫어 본다.   같은 것이 우리를 잃었다, 그 같은 것이 우리를 잊었다, 그 같은 것이 우리를-   열두 해 / 파울 첼란   진정 남은 것, 진정 이루어진 행(行)은 ---파리의 네 집 - 네 두 손의 봉헌소.   세 번 속속들이 심호흡, 세 번 속속들이 밝히기.   ----------------   말을 잃는다, 귀가 먼다 눈 뒤에서, 독(毒)이 꽃피는 모습이 보인다 온갖 말과 모습으로.   오라, 가라 사랑이 그 이름을 지운다. 사랑이 스스로를 그대에게 양도한다.   모든 생각을 지니고 나는 세계 밖으로 나섰다. 거기 당신이 있었다 당신 나의 나직한 여인, 당신 나의 열린 여인, 하여 - 당신은 우리를 받아들인다.   누가 말하는가, 눈빛이 꺼졌으니 우리의 모든 것이 죽었다고? 모든 것이 깨어났다, 모든 것이 일어났다.   커다랗게 태양 하나 헤엄쳐 왔다, 환하게 그 태양을 영혼과 영혼이 마주 섰다, 분명하게 명령조의 침묵으로 그들은 태양에게 자신들의 궤도를 가리키고.   가볍게 당신의 품이 열렸다, 고요히 숨결 하나가 에테르 속으로 솟아올랐다 하여 구름이 된 것, 그건 우리에게서 떠난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거의 이름 같은 것 아니었을까?   말 잃은 가을 냄새들, 이 별꽃은 꺽이지 않은 채, 걸어갔다 고향과 심연 사이로 네 기억을 지나.   낯선 상실 하나 모습 갖춰 거기 있었다. 네가 어쩌면 살았던 것이리.     정월, 튀빙엔 / 파울 첼란   멀도록 설득당한 눈들. 그 눈의 - "순수 발원(發源)은 수수께끼" - 그 눈의 갈매기 떼 에워싼 물 위에 뜬 휠덜린 탑의 회상.   익사한 목수들을 찾아오곤 하는 손님들. 이 물에 잠기는 말들에게로   왔으면, 한 사람이 왔으면 한 사람이 왔으면, 오늘, 족장의 빛수염을 달고, 그는 정녕, 그가 시대를 이야기한다면,   정녕 다만 웅얼거리고 또 웅얼거리리 언제, 언제, 언제까지고.   ("랄락쉬, 팔락쉬")   *정월, 튀빙엔: 생의 후반기를 광증 속에서 보낸 천재 시인 프리드리히 휠덜린이 한 목수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았던 튀빙엔 네가 강가의 집 '휠덜린의 탑'을 배경으로 한 시. "랄락쉬"는                      실성한 휠덜린이 자주 했다는 뜻 없는 말로 때로는 '예'를 때로는 '아니오'를 가리켰다고                      한다. 첫 연의 "순수/발원은 수수께끼'도 휠덜린의 시 중 한 구절이다.   연금술의 소화액같이 / 파울 첼란   침묵, 숯이 된 두 손 안에서 금(金)처럼 끓인,   커다란, 잿빛, 모든 잃어버린 것처럼 가까운 누이의 모습.   그 모든 이름, 그 모든 함께 불살라진 이름들. 그만큼 축복받아야 할 재(灰).그만큼 얻어진 땅 가벼운, 저렇듯 가벼운 영혼들 - 동아리들 너머.   큰 모습, 잿빛 모습, 앙금 남기지 않은 모습.   그때의 너. 창백한 깨물어 쪼갠 꽃봉오리를 지닌 너. 넘치는 포도주 속의 너.   (이 시계는 우리도 내보냈어, 안 그래? 그래, 그래, 네 말(語)은 여기를 스쳐 죽어 갔어.)   침묵, 금처럼 끓인 석탄이 된, 석탄이 된 손 안의. 손가락, 연기처럼 가느다란, 왕관처럼, 공기왕관처럼 씌워져 - 큰 모습, 잿빛 모습, 발자국 흔적 없는 모습 왕 같은 모습,   몇몇의 손 같은 것, 어둡게, 풀과 함께 왔다.   얼른 - 절망들이여, 너희 도공들이여! - 얼른 시간은 진흙을 내주었고, 얼른 눈물을 얻었다 -   다시 한 번, 푸르스름한 둥근 화서(花序)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이 '오늘'이.     검은땅, 검은 땅 너, 시간의 어머니 절망.   내 손에서 그 상처에서 또 태어난 것 하나가 네 목구멍을 닫는다.   사기꾼과 건달의 노래, 사다고라 변두리 체르노비츠 출신의 파울 첼란이 퐁투아즈 변두리 파리에서 부름                                                "어두운 시대에, 이따금씩만"                                            -하인리히 하이네, 중에서 그때 아직 교수목이 있던 시절, 그때는 정말이지 '위(上)'라는 게 있었지.   어디에 나의 수염은 있는가, 바람아, 어디에 나의 유대인 얼룩이 있는가, 어디에 네가 쥐어뜯는 나의 수염이 있는가?   꼬불꼬불했지, 내가 온 길은 꼬불꼬불했지, 그래, 그래, 그건 그 길이 똑발랐기 때문.   자장자장 꼬불꼬불, 구부러지는 것은 내코, 코,   우리는 프리아울로 갔지 거기서 말이야, 거기서 말이야. 만델바움이 꽃피고 있었거든. 만델바움, 반델마움, 만델트라움, 탄델마움 그리고 또 만한텔바움까지. 샨델바움.   아장아장. 아움.   앙부아   그런데 그런데 그가 뻗대고 일어섰다네, 그 나무가. 나무가 나무까지도 맞섰다네 흑사병에     *퐁투아즈 변두리 파리: 프랑스의 시인 프랑수아 비용의 사행시에서 인용한 구절로, "사다고라 변두리 체르노비츠"는 원래 구절을 뒤집어 쓴 표현이다.                 첼란의 고향 체르노비츠는 부코비나의 수도이며, 사다고라는 그 근교의 작은 도시로 하시딤 사상의 중심지였다. *유대인 얼룩: 독일은 1530년 제국경찰령을 내려 유대인들에게 노란 반지를 끼게 했다. 나치 시대가 되어 유대인 표지는 황색 별로 바뀌었다. *구부러지는 것은 내 코: '구부러진 코'는 '만델형 눈'. '수염'과 더불어 유대인 특유의 외모를 묘사하는 단어이다. *산델바움: '만델바움(Mandelbaum)'에서 자음 'm'과 'b'의 자리를 바꿔 '반델마움(Bandelmaum)'이라는 단어를 만든 언어유희는 무의미를 거쳐 의                 미를 만들어 내는데, 그 중간에 '만델트라움(Mandeltraum)', 즉 만델나무의 꿈' 같은 의미 있는 어휘가 섞인다. 언어유희 끝에 나오는 '마                 한텔바움(Machandelbaum)'은 계모가 의붓아들을 죽여 아버지 식탁에 올리고 뼈를 그 나무 밑에 묻었는데 새가 되어 날아갔다는 동명의                 그림 동화에 나오는 나무이다. '샨델바움'에서는 샹들리에라는 단어에서처럼 '빛'을 읽을 수 있어 '빛나무'로 번역할 수도 있다. 불구화로 치닫는                 언어유희를 통하여 오히려 놀라운 전환에 이르고 있다. *아움: '나무(Baum)'에서 첫 자음 'B'를 생략했다. *앙부아: Envoi. 프랑스어로 '-에게 부침'의 뜻. 발라드의 마지막 절에 헌정의 의미로 쓰며 시 제목과 더불어 프랑수아 비용이 즐겨 썼던 음율 형식이다 *그가 뻗대고 일어섰다네: Er baumt sich der Baum. 앞서 이루어진 '나무'를 통한 언어유희의 귀착점을 잘 보여 준다. 마치 말이 뒷발로만 서 있는 듯한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강한 이미지를 담은 동사 '뻗대고일어서다(sich baumen)'의 어근이 '나무(Baum)'에서 나왔기 때문이   *흑사병: 카뮈의 소설 가 상징하는 '나치즘'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누구의 뺨 / 파울체란   그 누구의 뺨을 부비랴, 너의 뺨이 아니면, 삶이여, 몽당손으로 찾은 너의 뺨이 아니면.   너희 손가락들, 멀리, 도중에 교차로들에, 이따금은 풀려난 팔다리의 휴식, '언젠가'의 먼지방석 위에.   나무로 변한 마음의 저장물들 - 그 속에서 타는 사랑의, 빛의 노예.   절반 거짓의 작은 불꽃 하나 아직 너희가 건드리는 이, 저 밤 지샌 땀구멍 속에.   저 위 열쇠 소리, 너의 위의 숨결 나무. 너희를 바라본 마지막 말 지금 제자리에 있어야, 머물러야 한다.   -----------   네 뺨을 부비며 몽당손으로 찾은 삶이여.     환한 돌들이 공중을 지나간다, 환히- 아는 것들, 빛 가져오는 것들.   그것들은 내려오려고도, 떨어지려고도 맞히려고도 하질 않는다, 올라 간다 조그만 해당화처럼, 그렇게 열린다 둥둥 떠 간다 그대에게로, 그대 나직한 여인 내 진정한 여인-   나 그대를 본다,그대 그것들을 꺾는다 내 새로운, 내 누구나의 손으로, 그대 그것들을 넣는다 '다시 한 번 밝음' 안에다, 아무도 올 필요도 일컬을 필요도 없는 밝음 안에다.     바깥으로 왕관 씌워져 / 파울체란   어둠 속으로 뱉어 내져서.   무슨 별들 곁에서인가! 온통 잿빛 낀 마음망치은(銀). 그리고 베레니케의 머릿단, 여기에도- 내가 땋았다, 내가 풀었다. 내가 땋았다, 풀었다. 내가 땋았다.   푸른 계곡, 네 안으로 나는 금을 박아 넣는다, 또한 그와 함께, 창녀들 작부들 곁에서 허비한 사람과 함께 나는 온다 나는 온다, 너에게로, 사랑이여.   또한 저주와 기도와 더불어.또한 누구와도 함께 내 너머로 휙휙 휘둘린 곤봉들,그것들도 하나로 녹아서, 그들도 남근으로 묶여 너에게로 다발-이며-말. 이름과 더불어, 모든 망명지에 적셨던 이름, 이름과 싸앗과 더불어, 이름과 더불어,모든 잔에 잠겼던 이름,너의 왕의 피로 가득 찼던 잔, 인간이여,-모든 커다란 게토-장미의 잔들에,거기서 당신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 죽은 죽음들의 그 많은 아침길들로 불멸인 당신이.   (그리고 우리는 바르쇼비앙카를 불렀다. 갈대가 되어 버린 입술로, 페트라르카여. 툰드라의 귀들에 대고, 페트라르카여.)   그리하여 이제 땅 하나 솟는다, 우리의 땅, 이 땅,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들 중 그 누구도 내려보내지 않겠다 네게로는, 바벨아.   *베레니케의 머릿단: 이집트의 왕비 베리니케 2세의 이름을 딴 별자리. 메레니케는 남편 프롤레마이오스 왕이 3차 시리아전에서 승전하고                             돌아오기를 빌며 신들에게 자신의 머리채를 바쳤다고 한다. *게토: 유대인 거주 지역. *바르쇼비앙카: 폴란드 혁명의 노래 *페트리르카: 토스카나 출신의 시인 페트리르카는 아비뇽에 망명해서 살았다.     어디로 내게서 말은, 불멸이었던 말은 떨어져 갔는가 / 파울체란   아마 뒤 하늘골짜기 속으로, 그곳으로, 침과 쓰레기에 이끌려,간다 나와 함게 사는 일곱 별은.   어둠의 집 안에 운율, 오물 속의 호흡, 눈, 이미지들의 노예- 그리고 그럼에도, 꼿꼿한 침묵 하나, 돌 하나 악마의 사닥다리를 비껴간다.   오두막 창문 / 파울 첼란   어두운, 눈, 오두막 창문인. 모여든다 세계였고 세계로 남은 것, 떠도는 동쪽, 떠도는 사람들, 인간이며, 유대인인 이들, 구름 백성, 자력(磁力)으로 그들을 끌어당긴다, 마음의 손가락으로 내게로, 대지여, 너는 온다, 너는 온다 우리가 거처하리, 거처하리, 무엇인가가   -한 가닥 숨결인가? 하나의 이름인가?-   고아가 된 것 가운데서 헤맨다. 춤추듯, 곤봉 모양*으로, 천사의 날개들, 보이지 않는 것으로 무거워져, 상처로 껍질 벗겨진 발, 머리   무겁게 그곳, 비텝스크*에도 떨어졌던 검은 우박으로 균형 잡혀   -그리고 그를 씨 뿌린 이들, 그들 그들이 그를 써서 버린다 미믹의 장갑주먹손아귀로!-   간다, 헤맨다. 찾는다 아래서 찾는다 위에서 찾는다, 멀리서, 찾는다 눈으로, 가져온다 켄타우르스 알파*를 아래로, 아르크투어를, 가려 온다 빛을 덧붙여서, 무덤으로부터   게토와 에덴으로 간다, 성좌를 꺾어 모은다, 그가, 인간이 터 잡아 살자면 필요로 하는 것, 여기에서 인간들 가운데서   성큼성큼 자모를 걸음으로 재어 본다 자모들의 필멸의- 불멸의 영혼을 알레프와 유트에게로 간다, 내쳐 간다   그것을, 다윗의 방패를 세운다, 그것을 불타오르게 한다, 한 번   그것을 꺼지게 한다-거기 그가 서 있다. 보이지 않게, 서 있다 알파*와 알레프, 유트* 곁에 다른 사람들 곁에, 모두 곁에, 그대 안에   베트 - 그건 집, 거기 식탁이 있다   빛과 또 빛과 함께   *곤봉 모양: klobig '이삭 모양'으로도 번역할 수 있다. *비텝스크: 러시아의 도시 이름 유대인 마을이 있다. *펜타우르스 알파, 아르크투어: 북동쪽 하늘의 별들. *알파: 그리스 문자의 첫째 글자이다. *알레프, 베트, 유트: 각각 히브리 문자의 첫째, 둘째, 열째 글자이다. 발음할 수 없는 신의 이름이 유트로 시작된다.   얼음, 에덴 / 파울 첼란   '잃어버림'이라는 땅 하나 있다. 거기선 갈대 속에서 달(月)이 자란다 그 땅 우리와 함께 얼어붙어 사방에서 작열하며 바라본다.   그것이 본다. 문(眼)이 있기에, 환한 땅들인 눈. 밤, 밤, 잿물. 그것은 본다, 눈의 자식.   그것이 본다, 그것이 본다, 우리가 본다, 내가 너를 본다, 네가 본다. 얼음이 불활한다 시각이 닫히기 전에.   그대 나를 / 파울체란   그대 나를 안심하고 눈(雪)으로 대접해도 좋다. 내가 어깨에 어깨를 걸고 뽕나무*와 여름을 지날 때마다 그 갓 돋은 잎이 소리 질렀거든.   *뽕나무: 뜯어도 자꾸 돋아나는 잎 때문에 강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꿈꾸지 못한 것에 /파울 체란   꿈꾸지 못한 것에 부식되어 잠 못 이루고 헤맨 빵 나라가 삶의 산을 쌓아 올린다.   그 부스러기로 당신은 우리의 이름을 새로 반죽하고 그 이름들을 내가, 당신 눈과 닮은 외눈을 손가락 끝마다 달고 닳도록 더듬는다, 깨어나며 당신에게로 다가갈 수 있는 한 자리를 찾아 환한 입속의 굶주림촛불*.   *굶주림 촛불: Hungerkerze 체란의 조어로, 의미의 연결 방식을 짐작할 수              있는 유사 단어로는 굶주림샘(Hungerquelle 어쩌다 비가 오면              물이 나오는 샘), 굶주림천(Hungertuch 금식 기간 동안 성가대              석에 걸거나 계단을 덮는, 대개 그리스도의 수난 장면이 그려진 천)              굶주림존재(Hungerdasein 몹시 고생스러운 삶) 등이 있다.     그 고랑에다 파울체란   문틈에 낀 하늘 동전의 팬 고랑에다 당신이 말을 눌러 넣고 있다 그 말에서 나, 굴러 나왔지. 떨리는 두 주먹으로 우리 머리 위 지붕을 기왓장 한 장 한 장, 음절 한 개 한 개 헐어 내다가 저 높은 곳 동냥 접시의 희미한 구리 빛을 위하여.   강물들에서  / 파울체란    강물들에서 미래 북녘 내가 그물을 던진다. 그 그물을 당신이 머뭇거리며 눌러 준다 돌들이 써 놓은 그림자로.     그림자 - 부스러기 속의 길들 / 파울체란, 네 손의   네(四) 손가락 이랑에서 나는 헤집어 낸다 돌이 된 축복을.     땅 쪽으로 노래 불린 돛대를 세우고 하늘 난파선이 간다.   이 목질(木質)의 노래 이로 깨물다 네가 굳어졌구나   너는 노래가 스미지 못하는 속눈썹.   실낱태양들 /파울체란   실낱태양들 흑회색 황량함 위에 내린. 나무 높이의 사념 하나 빛소리를 잡으로 손을 뻗으니, 아직 부를 노래들이 있어라, 인간의 피안에.   실낱태양들: 이 시는 잿빛 하늘에서 빛줄기들이 내리 비치는 가운데 한 그루 나무가                우뚝 선, 간결하고 장엄한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이때                "나무/높이의 사념 하나"를 '고매한 사상'의 시적 형상화로 읽으면, 현실                에만 매몰된 시에 대한 풍자로 볼 수 있다. 이 시가 쓰였던 때는 거대 정                당이 서로 연합한 소위 대연정의 시기로, 그 복고적 기류가 사회 비판적                지식인들과 학생들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오던 때였다. (이에 비롯한 저                항적 기류는 '68혁명'으로 이어졌다.) 특히 첼란이 매우 비판적 세계관을                가지게 된 시점에서 쓴 시임을 감안한다면, 이 시를 이렇게 번역할 수 있                다. "실낱태양들 / 흑회색 황량함 위에 내린 / 나무만큼 /고매한 사상 하                나 / 빛소리를 잡으려 손을 뻗으니, 아직 / 부를 노래들이 있어라 / 피안에"                (전영애)     나 당신을 알아, / 파울체란   그대 깊숙이 몸 굽힌 여인. 나, 온통 꿰뚫린 자, 나는 그대 휘하에. 우리 둘을 위하여 증언해 줄 한마디 말씀은 어디서 불타고 있는가? 그대 - 온전히, 온전히 현실이고, 나 - 온전한 광기(狂氣)   당신: 첼란이 파리로 이주한 뒤에 만나 결혼한 판화가 지젤 레스트랑주를 가리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부부는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며 레스트랑주의 작품들은 첼란의 후기 시들과 이미지가 매          우 유사하다.     조약돌이 된 말씀, / 파울체란   주먹 안에서 당신은 잊는다, 당신이 잊는다는 것을   손목 관절에서 번쩍이며 문장 부호가 사격을 시작한다   빗살이 되어 버린 갈라진 땅을 지나 휴지(休止)가 말달려 온다   거기, 희생의 다년생 초목 곁, 기억이 타오르는 곳에서 한 분이 너희를 위해 주워 거두고 있다 입김을.     결 드러나도록 닦아 냈다 / 파울체란   당신 언어의 빛바람으로. 자신의 체험인 양 여기는 것의 현란한 다변(多辨) - 백 개의 혀를 가진 내 시(詩), 아무것도 아닌 것.   회오리쳐 - 나가고 드러나는 길, 사람의 모습을 한 눈(雪), 고해자의 눈을 지나 손님을 환대하는 만년설 방과 만년설 식탁들에 닿는 길.   시간의 균열 깊이 벌집 얼음 곁에서 기다리고 있다, 숨결의 수정(水晶) 하나, 폐기할 수 없는 당신의 증언(證言).     밝음에의 허기 – 허기져 / 파울체란   나는 빵 계단을 나섰다 맹인들의 종(鐘) 아래로.   그 종, 물처럼 맑은 종, 젖혀지다 함께 오른 것, 함께 너무 많이 올라 버린 자유, 그 자유를 하늘 하나가 포식했다 그 하늘을 내가 궁륭의 형상대로 두었다 단어가 헤엄쳐 간 심상(心象)의 궤도, 피의 궤도 위로.     쓰인 것, 파이고 있고 말해진 것, 바다초록빛, 만(灣)안에서 불타고 있고   액화(液化)된 이름 속에서 쥐돌고래가 튀어 오르고   영원화(永遠化)한 '그 어디에도 없는 곳'에, 여기에, 너무나 요란했던 종소리의 기억 속에 - 대체 어디에?   누가 이 그림자 사방터 안에서 헐떡이는가, 누가 그 아래서, 희미하게 밝아오는가, 밝아 오는가, 밝아 오는가?     '그 어디에도 없는 곳': 시어의 작위적 품사 전환이 눈길을 끈다. '영원히'라는 부사를 무리하게 동사화하여                           과거분사형으로 썼으며, 부사인 '그 어디에도 ~없이'는 명사화했다. 사방터: '죽은자' 라는 의미가 있는 '그림자'와 철학자 하이데거의 개념으로 삶의 터를 나타내는 '사방터'를            합성한 시어.     한 가닥 우렁찬 뇌성 / 파울 체란   진실 그것이 인간들 가운데로 들어서고 있다. 은유의 회오리 한가운데로.    깨물린 자국 외 / 파울 첼란   깨물린 자국, 어디에도 없는 곳에.   그 자국도 너는 없애야 한다 여기서부터     온스 진실, 광증 깊은 곳에, 그 곁을 스쳐서 저울 접시들이 굴러 온다 두 접시가 동시에, 대화 속에서   투쟁하며, 마음- 높이로 버텨 놓은 법(法), 아들아, 그것이 승리한다.     짐부스러기, 쐐기, 어디에도 없는 곳에 박혀 우리는 계속 우리와 비슷하다 빙 돌아 방향 잡힌 둥근 별이 우리에게 동의한다.     진실, 드러나 버린 꿈의 잔해에 밧줄로 몸 동이고, 어린아이 되어 능선을 넘는다.   지팡이, 흙덩이 자갈 눈(眼)씨앗에 어지럽게 에워싸여 골짜기 속 저 높은 곳에서 꽃피우는 '아니요'를- 화관(花冠)을 뒤적여 본다.     너는 나의 죽음이었다 너는 내가 붙들고 있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떨어져 나가는 동안에도.    듣고 남은 것들, 보고 남은 것들 외 / 파울 첼란   듣고 남은 것들, 보고 남은 것들 침실 1001호에,   밤낮으로 곰들의 폴카.   그들이 너를 재교육한다   너는 다시 된다 그가.     언젠가, 죽음이 대성황을 이루었다 당신이 내 안에 몸을 숨겼다.     토트나우베르크   아르니카 꽃,  눈길의 위안, 그 위에 별 모양 목각이 달린 우물 물을 마심,   오두막 안에서   책에 - 누구의 이름이 그 책에 적혔는가 내 이름에 앞서? - 책에 적어 넣은, 그 한 줄, 희망을, 오늘, 생각하는 한 사람의 마음속으로 오고 있는 말 에의 희망을 담고. 고르게 만들지 않은 숲 속 습지, 오르히스 꽃 또 오르히스 꽃, 흩어져 하나씩,   잔인한 것, 나중에, 달리며, 선명해지고   우리를 타고 가는 것, 그것에 함께 귀 기울리는 인간,   절반 밟은 고습지 속 곤봉 오솔길,   젖은 것, 많이.   토크나우베르크: 철학자 하이데거의 산장이 있는 곳이다. 1967년 여름 하이데거는 첼란을 자신이 재직하고 있는                    프라이부르크 대학으로 초청하여 낭독회를 열었다. 성황을 이룬 낭독회에서 첼란의 시를 경청한 하                    이데거는 그를 개인적으로 산장에 초청하였다. 첼란의 착잡한 심경이 읽어 내기 어려울 정도로                    압축되어  있는 시이다. 아르니카 꽃: 노란 꽃이 피는 국화과 여러해살이풀로, 이 꽃에서 낸 즙으로 상처를 치료한다. 눈길의 위안: Augentrost. '좁쌀풀'과 '눈요기'라는 뜻이 모두 있다. 아르니카  꽃에 대한 부연 설명이면서 동시에 그                  주변의 다른 풀들을 가리킨다. 우물: 하이데거의 오두막에서 내다보이는 우물을 가리킨다. 이 우물에 달린 단순한 별 모양 목각 장식은 유대인의 표지        인 황색 별을 연상시킨다. 책에 적어 넣은, 그 한 줄 희망을: 이 날 첼란은 방명록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우물 별이 내다보이는 오두막의 책 에 마음속으로 오고 있는 한마디 말을 희망하며,                                          1967. 7. 25. 파울 첼란" 오르히스 꽃: 음경 모양의 꽃이 피는 난초과 풀로, '총각풀'이라고도 불리며 '음경'이라는 뜻도 있다. 7연의 '곤봉'과도 연상의               고리를 이룬다. 첼란은 청소년기부터 식물에 대하여 남달리 해박했다. 잔인한 것: 하이데거와 나눈 대화를 가리키는 듯하다. 위대한 철학자이지만 나치 경력이 문제 된 하이데거와 나               치의 대표적 피해자인 시인 첼란의 만남이었던 만큼, 추측이 무성하다. 고습지: 늪지 혹은 고습지는 곤봉이라는 단어와 연결되어, 흔히 늪에서 몰아넣은 방식으로 자행되던 유대인 처형을 연상           시킨다.   거기 내가 당신 안에서 나를 잊어버린 곳에서 당신은 생각이 되었지.   무언가가 우리 둘을 뚫고 솰솰 흐르고 있다. 마지막  날개들의 첫 번째 세상   풍상에 젖은 내 입 너머 가죽이 덧자란다   당신은 오지 않는다 당신 에게로.   두드려 그 빛쐐기를 떨어라.   물 위를 떠다니는 말은 어스름의 것.   ] 눈(雪)의 파트 / 파울 첼란   보랏빛 공기, 노란 불빛 점 점 창문들이 있는   무너진 안할트 역사(驛舍) 위에 떠 있는 성좌, 야곱의 띠   요술 수업 시간이네, 아직은 아무것도 끼어드는 것 없네   선술집 에서 눈(雪)술집까지.   무너진 안할트 역사: 앞 시와 같이 1967년 12월 첼란이 베를린에 갔을 때 쓰였다. 베를린 장벽                          가까이 있던 번화가 베를린의 안할트 역 부근은 전쟁 중 폭격으로 당시 거의                          폐허가 되어 있었다. 첼란은 유대인에게 대규모 폭력이 가해졌던 소위 '수정의                          밤' 다음 날인 1938년 11월 10일 아침, 이 역에 도착하여 범죄의 현장을 보았                          다. 야곱의 띠: 오리온자리의 세 별을 이은 직선을 가리킨다.     당신은 누워 있구나 커다란 은신처에서 덤불에 에워싸여, 눈송이에 에워싸여.   슈프레 강으로 가라, 하펠 강으로 가라, 가라, 푸주한의 갈고리로 스웨덴 산 빨간 크리스마스 장식 사과에로-   선물들이 놓인 식탁이 온다 그것이 어느 에덴을 돌아간다-   남자는 구멍 숭숭한 시체가 되었고, 여자는 둥둥 떠다녀야 했다, 그 계집, 혼자서,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게, 누구나를 위해서-   국방 운하에 여울 물소리 없겠구나 아무런 막힘이 없구나.     당신은 누워 있구나: 첼란은 1967년 베를린을 방문했는데, 이 시는 크리스마스 무렵 임시 장터가 늘어선 베를린의 슈프레 강가                         를 배경으로 했다. 이 시에 대해서는 해석학자 스촌디가 상세하게 해설한 바 있는데, 그에 따르면 시의                         남성 화자는 칼 립크네히트, 여성 화자는 로자 룩셈부르크를 상징한다. 총살당한 둘의 시체가 국경 수비 운                         하에 던져졌던 역사적 사실(1919)을 회상시킨다. "푸주한의 갈고리"는 베를린 플뢰첸제 처형장의 갈                         고리를 가리키며, "어느 에덴"은 '에덴동산'이 아니라 이들 두 사람이 사살되기 전 억류되었던 호텔 이름이다.                         또한 "계집(Sau)"는  '암퇘지'라는 뜻으로 당시 가해자들이 로자 룩셈부르크를 가리켜 썼던 욕설이다. 크리스마스 장식 사과: 성탄절 무렵 보통 현관문에다 거는 조그만 초록 화환으로, 여기서는 이 평화로운 장식물이 '푸주한 의 갈고리'                            와 운을 맞추어 낯선 이미지를 환기시킨다. 국방 운하에 (중략) 아무런 막힘이 없구나: 국방 운하는 베를린 시내에 있었다. 이 얕고 작은 운하에 시체를 던졌을 때 물소리가                                                      나지 않고 아무것도 막히지 않는다는 것은, 그 안에 던져진 시체가 무수한 관통상을                                                      입어 체처럼 구멍이 나 있는 탓이다. 무심히 흘러가는 역사의 시간도 함께 읽을 수                                                      있다. 그런데도 언어적으로는, "아무런 막힘이 없"을 것이라는 구절이 막힘 없이 이                                                      어지지 못하고 끊겨 있다.   읽을 수 없음, 이 세계의 모든 게 두 겹.   강한 시계들이 쪼개진 시간에 따라 준다, 목쉬어서.   당신은, 당신의 가장 깊은 곳 안으로 옥죄어 들어, 스스로를 벗어난다 영원히.     눈(雪)파트, 마지막까지 거역하며 솟구쳐, 상승 기류 속에, 영영 창문을 막아 버린 오두막들 앞에.   얕은 꿈들이 씽 물수제비를 뜬다 골 진 얼음 너머로.   말(言)그림자들이 치고 나온다, 팔 펴서 재 본다 은 사방 꺾쇠들을 강둑 밑 팬 어느 곳에서.   파트: 합찬대의 한 '성부', 연극에서의 '역할'과 가장 가까운 뜻이다.     이파리 하나, 나무도 없이, 베르톨트 브레히트를 위하여.   이 무슨 시대란 말인가 대화가 거의 범죄이니 그 많은, 이미 말해진 것을 포함하기에.   이 무슨 시대란 말인가 (중략) 포함하기에: 브레히트의 시 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 '이 무슨 시대란 말인가/나무에 대한 대화가                                                     거의 범죄이니/대화가 그 많은 범죄에 대한 침묵을 포함하는 까닭에"를 변형했다. 나치 시대                                                     의 정치 비판적 시구가 회의으로 전환되며 극단적인 언어로 축약되었다.     영원(永遠)이    머물러 있다, 한계 안에 가벼이, 그 강력한 축량흡입관 안에 신중히, 돌고 있다, 손 톱으로 속속들이 빛날 수 있는 혈당(血糖) 완두콩.   측량흡입관: 의미를 짐작하기 어려운 조어이다. 흡입관(Tenakel)은 하등동물이 먹이를 먹을 때 쓰는 관 모양의 기관을 뜻한다.     더듬더듬 따라 말할 세상   나, 그의 손님 이었으리, 이름 하나였으리, 상처가 높이 핥아 올라간 장벽에서 식은땀으로 흘러내린 이름.   더듬더듬 따라 말할 세상: 1968년 11월 23일. 죽기 두 해 전 생일에 쓴 시로 생의 결산처럼 읽힌다.   시간의 뜨락 / 파울 첼란    나팔자리 이글거리는 빈 텍스트 깊숙이 햇불 높이로 시간 구멍 속에.   너의 말을 들르라 입으로.     양극(極)이 우리 안에 있다 깨어서는 넘어갈 수 없이. 잠자며 우리는 건너간다, 문 앞으로 긍휼의 문 앞으로.   당신에 부딪쳐 당신을 잃는다, 그게 내가 준 눈(雪) 위로.   말하라, 예루살렘이 있다고   말하라, 마치 내가 이것 당신의 백색(白色)이라는 듯 마치 당신이 내 것이기라도 한 듯.   마치 우리가 우리 없이 우리이기라도 한 듯   내가 당신을 넘긴다, 영원히   당신이 기도한다, 당신이 놓는다 우리를 풀어놓는다.     있으라, 무언가가, 나중에 당신으로 채워져 솟구쳐 어느 입가에 이르는 것.   사금파리로 부서진 광기(狂氣)로부터 나는 일어나 내 손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 손, 단 하나의 동그라미를 자꾸 그리고 있는 모습.     크로커스, 손님 식탁에서 바라보노라니 기호를 감지하는 작은 망명지로구나 공유한 진실 하나의 망명지, 넌 뭐든 꽃줄기가 필요하구나.     너를 써넣지 마라   세계들 사이로는,   일어나라 의미들의 다양(多樣)에 맞서,   눈물 자국을 믿으라 삶을 배우라.     시(詩) 닫고, 시(詩) 열고   여기서 빛깔들은 보호받아 본 적 없는 맨이마 유대인에게로 간다. 여기 떠오르고 있다 가장 무거운 사람이. 여기 내가 있다.     (파울 첼란 시선 전영애 번역 끝)   첼란의 시는 침묵을 통해 극도의 경악을 말하고자 한다. 아우슈비츠 이후에는 어떠한 서정시도 쓰일 수 없다는 말은 잘못이었다. — 테오도어 아도르노   음지를 얘기하는 사람은 진실을 말하는 자이다. — 파울 첼란   그가 유대인이고, 그의 언어가 독일어라 할지라도, 시인이 시 쓰기를 포기하는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 존 펠스티너   2차 세계대전과 아우슈비츠라는 참혹한 비극을 감당해야 했던 유대인으로서, 그 고통을 아름답고 밀도 높은 시어로 표현해 낸 20세기 독일의 대표 시인 파울 첼란의 시선집 『죽음의 푸가』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시선집은 198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첼란의 시에 관한 이론서를 펴낸 전영애 교수가 30여 년 전 독일에서 번역해 놓은 시들을 2001년부터 10년 동안 틈틈이 다듬어 내놓는 것이다. 전후 독일 문단에서는 아우슈비츠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서정시 자체를 쓸 수 없다는 의식이 만연해 있었다. 유대인 학살을 자행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과 함께 인간에게 친숙했던 세계가 무너져 버렸는데 어떻게 인간이 다시 이 세상에 대해 시적으로 노래할 마음을 가질 수 있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문제와 문학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고 보았던 첼란은 자신이 겪은 참혹한 시대를 극도로 상징적이고도 초현실적인 시어로 그려 내며 아우슈비츠를 바탕으로 한 서정시를 쓰는 데 성공한다. 첼란은 전후 독일 문단에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시인으로 평가받으며 1958년 브레멘 문학상, 1960년 뷔히너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번 시선집에는 첼란의 시집 아홉 권 『양귀비와 기억』(1952), 『문턱에서 문턱으로』(1955), 『언어창살』(1959), 『그 누구도 아닌 이의 장미』(1963), 『숨결돌림』(1967), 『실낱태양들』(1968), 『빛의 강박』(1970)과 유고 시집 『눈[雪]파트』(1971), 『시간의 뜨락』(1976)에서 추린 시 118편과 그의 시론을 엿볼 수 있는, 브레멘 문학상 수상 연설문과 뷔히너 문학상 수상 연설문, 유일하게 남긴 산문인 「산속의 대화」가 실려 있다. 특히 산문 「산속의 대화」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간된 첼란 시집 중 가장 많은 작품을 수록하였으며, 첼란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시선 내에서도 작품을 추려 「죽음의 푸가」를 비롯한 대표 시를 맨 앞에 실었다. 다소 난해한 첼란의 시를 우리말에 최대한 밀착시켜 옮겼으며, 유난히 함축적인 그의 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주석을 충실히 달았다.     ■ 적의 언어로 시를 써야 했던 고통의 시인     그런데 견디시겠어요, 어머니, 아 언젠가, 집에서처럼, 이 나직한, 이 독일어의, 이 고통스러운 운(韻)을? —「무덤 근처」에서   첼란의 암울하고 고통스러운 시는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의 기억을 한평생 안고 살아야 했던 비극적 운명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가 처했던 가장 근원적 비극은 자신의 인생에 가혹한 상흔을 남긴 가해자의 언어로 시를 써야 한다는 데 있었다. 시인이 태어난 부코비나 지방은 이전에 합스부르크 왕령이었던 곳으로 독일어를 사용하는 지역이었다. 유대인으로 태어난 시인에게 독일어는 모국어인 동시에 자신과 부모, 친구를 죽인 ‘살인자들의 언어’였던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시는 모국어로만 쓸 수 있다고 믿었던 첼란은 결국 혈족을 죽인 자들의 언어이자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언어, 끔찍한 어둠을 지닌 이 잿빛 언어를 자신의 시어로 택한다. 시인은 자신에게 가해를 입힌 이들의 언어로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봐야 하는 것은 물론 구원을 염원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아이러니에 봉착했음에도, 끝까지 시 쓰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새벽의 검은 우유 우리는 마신다 저녁에 우리는 마신다 점심에 또 아침에 우리는 마신다 밤에 우리는 마신다 또 마신다 우리는 공중에 무덤을 판다 거기서는 비좁지 않게 눕는다 한 남자가 집 안에 살고 있다 그는 뱀을 가지고 논다 그는 쓴다 그는 쓴다 어두워지면 독일로 너의 금빛 머리카락 마르가레테 그는 그걸 쓰고는 집 밖으로 나오고 별들이 번득인다 그가 휘파람으로 자기 사냥개들을 불러낸다 그가 휘파람으로 자기 유대인들을 불러낸다 땅에 무덤 하나를 파게 한다 그가 우리들에게 명령한다 이제 무도곡을 연주하라 —「죽음의 푸가」에서     첼란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겼던 ‘아우슈비츠’를 가장 구체적으로 그려 낸 시가 바로 그의 대표작 「죽음의 푸가」이다. 그는 이 시에서 죽음을 ‘푸가’라는 음악 형식을 빌려 유희적으로 노래하며, 실재했던 끔찍한 ‘죽음’을 서정적인 ‘은유’에 담아낸다. 시인은 자신들이 판 무덤 앞에 꿇어앉아 총살당하고, 죽어 가는 동료들 앞에서 연주를 해야 했던 참혹한 유대인 포로수용소의 기억을 “검은 우유”를 마시고 “공중”과 “땅”에 무덤을 파며 “무도곡”을 연주하는 시적 상황으로 형상화한다. 시인은 이처럼 자신에게 상처 입힌 이들의 언어로 고통을 감당하고 표현함으로써, 자신이 처한 한계를 수동적으로 견디는 것에서 나아가 적극적으로 한 차원 높은 경지를 이룩해 내는 인간의 ‘위대함’을 몸소 증명해 보인다.                ■ 비극의 시대를 향해 외친 ‘소리 없는 아우성’       첼란은 어두운 현실 속에서 자신이 경험한 극한의 고통을 직시하여 군더더기 없이 분명한 언어로 형상화시킨다. 고통의 맨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투명한 시어들 때문에 아픔은 더욱 선명하고 생생하게 다가온다.     너희 나의 나와 더불어 불(不) 구(具)된 말들, 너희 나의 똑바른 말들. (중략) 우리 동요를 부르리, 그걸 네가 듣고 있어, 그 동요 인(人 )들과 간(間)들이 있는, 인간들이 함께 있는, 그래, 그 뒤엉킨 덤불과 눈 한 쌍이 거기 함께 눈물- 또- 눈물로 함께 있는 그 동요를.   —「…… 좔좔 샘물이 흐른다」에서   암호문처럼 은유가 집약되어 있는 그의 파격적인 시어는 후기로 넘어갈수록 ‘파괴’되고 ‘해체’되어 간다. 하지만 침묵, 생략, 비약 등으로 조각 나 “불구”가 된 말들은 실제의 부정적인 시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의미에서 오히려 “똑바른” 말이다. 이를테면 위의 시에서 ‘인’과 ‘간’으로 조각 나 있는 낱말 ‘인간’은 파시즘 시대 독일에서 인간에게 가한 일을 연상시킨다. 첼란에게 언어와 현실은 늘 불가분 관계에 놓였다. 후기에 이르러 점점 조각 나고 불안정해졌던 시어처럼 그의 의식도 점점 흐려지고 분열되어 갔으며, 그는 결국 1970년 센 강에 몸을 던져 자살하고 만다. 인간성이 말살된 참혹한 시대를 지나며 겪은 쓰라린 고통을 침묵의 시로 표현했지만 마지막까지 구원을 얻지 못한 이 비운의 시인은, 결국 생을 마감하며 스스로 침묵이 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오로지 진실한 손만이 진실한 시를 쓴다. 나는 손도장과 시 사이에 어떠한 근본적인 차이도 없다고 본다.”(파울 첼란) 죽음의 문턱에 선 이가 남긴 이 손도장은 그 어떤 시들보다 묵직하고 진중하며 아름답다. 거기엔 극도의 고통을 견디고 살아남은 자만이 내뿜을 수 있는 강렬한 ‘생명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 고통의 시들은 지금 각자의 ‘아우슈비츠’에서 상처 받고 고통 받고 있을 고된 인생들에게 그가 헌정하는 슬픈 진혼가다.    
19    정지용 시모음 댓글:  조회:1874  추천:0  2017-05-17
정지용 시모음       //     비 슬픈인상화 말 구성동(九城洞) 옥류동玉流洞 紅椿(홍춘) 엽서에쓴 글  석류 호면 호수1  산너머저쪽  저녁햇살 유리창1  유리창2  그의반  별똥 새빨간기관차  바람 내맘에맞는 이  춘설  카페프랑스  향수(鄕愁)  조약돌 바다1  바다2  바다3  바다4  바다7  고향 슬픈기차  황마차(幌馬車) 작가연혁  ~~~~~~~~~~~~~~~~~~~~~~~~ 비 돌에 그늘이차고,  따로몰리는  소소리바람. 앞서거니하여  꼬리치날리어 세우고,  종종다리 까칠한  산(山)새걸음걸이.  여울지어  수척한흰 물살,  갈갈이 손가락펴고.  멎은듯  새삼듣는 빗낱¹  붉은잎 잎  소란히밟고 간다  1)원문 : '새삼 돋는 비ㅅ낯'  ~~~~~~~~~~~~~~~~~~~~~~~~~~~~~~~~~~~~~~~~~~~~ 슬픈인상화 수박냄새품어 오는  첫여름저녁때.....  먼해안 쪽  길옆나무에 늘어 슨  전등.전등. 헤엄쳐나온듯이 깜박어리고 빛나노나.  침울하게울려 오는  축향의기적 소리... 기적소리...  이국정조로퍼득이는  세관의깃 발.깃 발.  세멘트깐 인도측으로 사폿사폿옮기는  하이얀양장의 점경!  그는흘러가는 실심한 풍경이여니..  부질없이랑쥬껍질 씨비는 시름....  아아,에시리. 황  그대는상해로가는구료....  ~~~~~~~~~~~~~~~~~~~~~~~~~~~~~~~~~ 말 말아,다락 같은 말아,  너는점잔도 하다마는  너는왜 그리 슬퍼 뵈니?  말아,사람 편인 말아,  검정콩푸렁콩을 주마.  이말은 누가 난 줄도 모르고  밤이면먼 데 달을 보며 잔다.  ~~~~~~~~~~~~~~~~~~~~~~~~~~~~~~~~~~~~~~~~~~ 구성동(九城洞) 골작에는흔히  유성(流星)이묻힌다.  황혼에 누뤼가소란히 쌓이기도 하고,  꽃도 귀양사는 곳,  절터드랬는데  바람도모이지 않고  산그림자 설핏하면  사슴이일어나 등을 넘어간다.  ~~~~~~~~~~~~~~~~~~~~~~~~~~~~~~~~~~~~~~ 옥류동玉流洞 골에하늘이  따로트이고,  瀑布소리 하잔히  봄우뢰를울다.  날가지겹겹히  모란꽃닙포기이는듯.  자위돌아 사폿 질ㅅ듯  위태로히솟은 봉오리들.  골이속 속 접히어 들어  이내(晴嵐)가새포롬 서그러거리는 숫도림.  꽃가루묻힌양 날러올라  나래떠는 해.  보라빛해ㅅ살이  幅지어빗겨 걸치이매,  기슭에藥草들의  소란한呼吸 !  들새도날러들지 않고  神秘가한끗 저자 선 한낮.  물도젖여지지 않어  흰돌우에 따로 구르고,  닥어스미는 향기에  길초마다옷깃이 매워라.  귀또리도 흠식한양  옴짓 아니긘다.  ~~~~~~~~~~~~~~~~~~~~~~~~~~~~~~~~~~ 紅椿(홍춘) 椿나무꽃 피뱉은 듯 붉게 타고  더딘봄날 반은 기울어  물방아시름없이 돌아간다.  어린아이들제춤에 뜻없는 노래를 부르고  솜병아리양지쪽에 모이를 가리고 있다.  아지랑이조름조는 마을길에 고달펴  아름아름 알어질 일도 몰라서  여윈볼만 만지고 돌아 오노니.  실린곳:정지용전집 1 시/민음사  ~~~~~~~~~~~~~~~~~~~~~~~~~~~~~~~~~~~~~~~ 엽서에쓴 글  나비가한 마리 날러 들어온 양하고  이종이ㅅ장에 불빛을 돌려대 보시압.  제대로한동안 파다거리오리다.  ──대수롭지도 않은 산 목숨과도 같이.  그러나당신의 열적은 오라범 하나가  먼데 가까운 데 가운데 불을 헤이며 헤이며  찬비에함추름 휘적시고 왔오.  ──서럽지도 않은 이야기와도 같이.  누나,검은 이밤이 다 희도록  참한뮤─ 쓰처럼 주무시압.  해발이천 피이트 산봉우리 위에서  이젠바람이 나려옵니다.  ~~~~~~~~~~~~~~~~~~~~~~~~~~~~~~~~~~ 석류 장미꽃처럼곱게 피어 가는 화로에 숯불,  입춘때 밤은 마른 풀 사르는 냄새가 난다.  한겨울 지난 석류열매를 쪼기어  홍보석같은 알을 한 알 두 알 맛보노니,  투명한옛 생각, 새론 시름의 무지개여,  금붕어처럼어린 녀릿녀릿한 느낌이여.  이열매는 지난 해 시월 상ㅅ달, 우리 둘의  조그마한이야기가 비롯될 때 익은 것이어니.  작은아씨야, 가녀린 동무야, 남몰래 깃들인  네가슴에 조름 조는 옥토끼가 한 쌍.  옛못 속에 헤엄치는 흰 고기의 손가락, 손가락,  외롭게가볍게 스스로 떠는 은실, 은실,  아아석류알을 알알이 비추어 보며  신라천년의푸른 하늘을 꿈꾸노니.  ~~~~~~~~~~~~~~~~~~~~~~~~~~~~~~~~~~~~~ 호면 손바닥울리는 소리  곱드랗게건너간다  그뒤로 흰게우가 미끄러져 간다  ~~~~~~~~~~~~~~~~~~~~~~~~~~~~~~~~~~~~~~~~~~~~~~~~~~ 湖水(호수)1  얼골하나 야  손바닥둘 로  폭가리지 만,  보고싶은 마음  湖水(호수)만 하니  눈감을 밖에  시집: 정지용전집 1 시/민음사  ~~~~~~~~~~~~~~~~~~~~~~~~~~~~~~~~~~~~~~~~~~~~~~~~~~~~ 산너머저쪽  산너머저쪽에는  누가사나?  뻐꾸기영우 에서  한나절울음 운다.  산너머저쪽 에는  누가사나?  철나무치는 소리만  서로맞어쩌르렁!  산너머저쪽에는  누가사나?  ~~~~~~~~~~~~~~~~~~~~~~~~~~~~~~~~~~~~~~~~~~~~ 저녁햇살 불피어오르듯하는 술  한숨에키여도 아아 배고파라.  수저븐듯 놓인 유리컵  바쟉바쟉씹는 대로 배고프리.  네눈은 고만스런 혹 단초  네입술은 서운한 가을철 수박 한점.  빨어도빨어도 배고프리.  술집창문에 붉은 저녁 햇살  연연하게탄다, 아아 배고파라  ~~~~~~~~~~~~~~~~~~~~~~~~~~~~~~~~~~~~~~~ 유리창(琉璃窓)1  유리에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너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시문학사  ~~~~~~~~~~~~~~~~~~~~~~~~~~~~~~~~~~~~~~~~~~~~~~~~~~~~~~~~~~~~~~~~~ 유리창2  내어다보니 아주캄캄한 밤,  어험스런뜰 앞 잣나무가 자꾸 커 올라간다.  돌아서서자리로 갔다.  나는목이 마르다.  또,가까이 가  유리를입으로 쪼다.  아아,항 안에 든 금붕어처럼 갑갑하다.  별도없다, 물도 없다, 쉬파람 부는 밤.  소증기선처럼흔들리는 창  투명한보랏빛 유리알 아,  이알몸을 끄집어내라, 때려라, 부릇내라.  나는열이 오른다.  뺨은차라리 연정스레이  유리에부빈다, 차디 찬 입맞춤을 마신다.  쓰라리,알연히, 그싯는 음향―  머언꽃!  도회에서고운 화재가 오른다.  ~~~~~~~~~~~~~~~~~~~~~~~~~~~~~~~~~~~~~~~~~~ 그의반  내무엇이라 이름하리 그를?  나의영혼 안의 고문 불,  공손한이마에 비추는 달,  나의눈보다 값진 이,  바다에서솟아 올라 나래 떠는 금성,  쪽빛하늘에 흰꽃을 달은 고산 식물,  나의가지에 머물지 않고,  나의나라에서도 멀다.  홀로어여삐 스스로 한가로워 항상 머언 이,  나는사랑을 모르노라.오로지 수그릴 뿐,  때없이가슴에 두 손이 여미어지며  굽이굽이돌아 나간 시름의 황혼 길 위  나바다 이편에 남긴  그의반임을 고이 지니고 걷노라.  ** 3호 1931.10  ~~~~~~~~~~~~~~~~~~~~~~~~~~~~~~~~~~~~~~~~~~~~~~~ 별똥 별똥떨어진 곳,  마음에두었다  다음날가보려,  벼르다벼르다  인젠다 자랐오.  별똥은본 적이 없다  난아직 다 자라지 않았다  별똥떨어진 곳에 가보고 싶다  내눈에도 보였으면…  ~~~~~~~~~~~~~~~~~~~~~~~~~~~~~~~~~~~~~~~~~~~~~~~ 새빨간기관차  으으릿느으릿 한눈파는 겨를에  사랑이수이 알어질가도 싶구나.  어린아이야,달려가자. 두뺨에피여오른 어여쁜 불이  일즉꺼져 버리면 어찌 하자니?  줄달음질 쳐 가자.  바람은휘잉. 휘잉.  만틀자락에 몸이 떠오를 듯.  눈보라는풀. 풀.  붕어새끼꾀여내는 모이 같다.  어린아이야,아무것도 모르는  새빨간기관차처럼 달려가자!  ~~~~~~~~~~~~~~~~~~~~~~~~~~~~~~~~~~~~~~~~~~~~~~~~~ 바람 바람. 바람. 바람. 늬는내 귀가 좋으냐?  늬는내 코가 좋으냐?  늬는내 손이 좋으냐?  내사왼통 빨개졌네.  내사아무치도 않다.  호호칩어라 구보로!  ~~~~~~~~~~~~~~~~~~~~~~~~~~~~~~~~~~~~~~~~~~~~ 내맘에맞는 이  당신은내맘에 꼭 맞는이.  잘난남보다 조그마치만  어리둥절어리석은 척  옛사람처럼 사람 좋게 웃어좀 보시요.  이리좀돌고 저리좀 돌아 보시요.  코쥐고 뺑뺑이 치다 절 한 번만 합쇼.  호.호.호.호.내맘에 꼭 맞는이.  큰말타신 당신이  쌍무지개홍예문 틀어세운 벌로  내달리시면 나는산날맹이 잔디밭에 앉어  기를부르지요.  [앞으로----가.요.] [뒤로--가.요.] 키는후리후리. 어깨는 산고개 같어요.  호.호.호.호.내 맘은 맞는이.  ~~~~~~~~~~~~~~~~~~~~~~~~~~~~~~~~~~~~~~~~~~~~~~~ 춘설  문열자 선뚝! 뚝 둣 둣  먼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들어  바로초하로 아침,  새삼스레눈이 덮인 뫼뿌리와  서늘옵고빛난 이마받이 하다.  얼음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옷고름 절로 향기롭워라.  옹송거리고살어난 양이  아아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파릇한 새순 돋고  옴짓아니기던 고기입이 오믈거리는,  꽃피기전 철 아닌 눈에  핫옷벗고 도로 칩고 싶어라.  정지용시선.깊은샘. ~~~~~~~~~~~~~~~~~~~~~~~~~~~~~~~~~~~~~~~~~~~~~~~~~~~~ 카페프랑스  옮겨다심은 종려(棕櫚)나무 밑에  빗두루선 장명등  카페프랑스에 가자.  이놈은루바시카  또한 놈은 보헤미안 넥타이  삣적마른 놈이 앞장을 섰다.  밤비는뱀눈처럼 가는데  페이브먼트에흐늘기는 불빛  카페프랑스에 가자.  이놈의머리는 빗두른 능금  또한놈의 심장은 벌레먹은 장미  제비처럼젖은 놈이 뛰어간다.  ** *  “오오페롯(鸚鵡)서방! 굿이브닝!”  “굿이브닝!”(이친구 어떠하시오?)  鬱金香아가씨는 이 밤에도  更紗커-튼 밑에서 조시는구료!  나는子爵의 아들도 아모 것도 아니란다.  남달리손이 희어서 슬프구나!  나는나라도 집도 없단다.  대리석테이블에 닿는 내 뺨이 슬프구나!  오오異國種강아지야  내발을 빨아다오  내발을 빨아다오    황해문화,2000년 여름호, p.156.  ~~~~~~~~~~~~~~~~~~~~~~~~~~~~~~~~~~~~~~~~~~~~~~~ 향수(鄕愁)  넓은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얼룩백이황소가  해설피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재가 석어지면  비인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자란 내 마음  파아란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바다에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성근 별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조약돌 조약돌도글도글...  그는나의 혼의 조각 이러뇨.  앓은페에로의 설움과  첫길에고달픈  청제비의푸념겨운 지줄댐과,  꾀집어아즉 붉어 오르는  피에맺혀,  비날리는 이국 거리를  탄식하며헤매노나,  조약돌도글도글....  그는나의 혼의 조각 이러뇨.  ~~~~~~~~~~~~~~~~~~~~~~~~~~~~~~~~~~~~~~~~~~~~~~~~~~~~~~ 바다1  오.오.오.오.오.소리치며 달려가니,  오.오.오.오.오.연달아서 몰아 온다.  간밤에잠 살포시  머언뇌성이 울더니,  오늘아침 바다는  포도빛으로부풀어졌다.  철썩,처얼썩, 철썩, 처얼썩, 철썩  제비날아들 듯 물결 사이사이로 춤을 추어  ~~~~~~~~~~~~~~~~~~~~~~~~~~~~~~~~~~~~~~~~~~~~~~~~~~~~~~ 바다2  한백년진흙 속에  숨었다나온 듯이,  게처럼옆으로  기어가보노니,  머언푸른 하늘 알로  가이없는모래밭.  *정지용시집,시문학사, 1935  ~~~~~~~~~~~~~~~~~~~~~~~~~~~~~~~~~~~~~~~~~~~~~ 바다3  외로운마음이  한종일두고  바다를불러---  바다우로  밤이 걸어온다.  ~~~~~~~~~~~~~~~~~~~~~~~~~~~~~~~~~~~~~~~~~~~~~~~~~~ 바다4  후주근한물결소리 등에 지고 홀로 돌아가노니  어데선지그누구 쓰러져 울음 우는듯한 기척,  돌아서서보니 먼 등대가 반짝 반짝 깜박이고  갈매기떼끼루룩 비를 부르며 날어간다.  울음우는 이는 등대도 아니고 갈매기도 아니고  어덴지홀로 떨어진 이름 모를 서러움이 하나.  ~~~~~~~~~~~~~~~~~~~~~~~~~~~~~~~~~~~~~~~~~ 바다7 바다는 푸르오, 모래는 희오,희오,  수평선우에  살포-시내려앉는  정오하늘,  한한가운데 돌아가는 태양,  내영혼도  이제 고요히고요히 눈물겨운 백금 팽이를 돌리오.  ~~~~~~~~~~~~~~~~~~~~~~~~~~~~~~~~~~~~~~~~~~~~~~~~~~~~~~ 고향 고향에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고향은 아니러뇨.  산꽁이알을 품고  뻐꾹이제철에 울건만,  마음은제고향 진히지 않고  머언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메끝에 홀로 오르니  한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나고  메마른입술이 쓰디쓰다.  고향에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하늘만이 높푸르구나.  ~~~~~~~~~~~~~~~~~~~~~~~~~~~~~~~~~~~~~~~~~~~~~~~~~~~~~~~~~~~ 슬픈기차  우리들의기차는 아지랑이 남실거리는 섬나라 봄날 온 하루를 익살스런 마도로스 파이프를 피우며 간 단 다.  우리들의기차는 느으릿 느으릿 유월 소 걸어가듯 걸어 간 단 다.  우리들의기차는 노오란 배추꽃 비탈밭 새로  헐레벌떡거리며지나 간 단 다.  나는언제든지 슬프기는 슬프나마 마음만은 가벼워  나는차창에 기댄 대로 휘파람이나 날리자.  먼데 산이 군마처럼 뛰어오고 가까운 데 수풀이 바람처럼 불려 가고  유리판을펼친 듯, 뇌호내해 퍼언한 물 물. 물. 물.  손가락을담그면 포도빛이 들으렷다.  입술에적시면 탄산수처럼 끓으렷다.  복스런돛폭에 바람을 안고 뭇 배가 팽이처럼 밀려가다 간,  나비가되어 날아간다.  나는차창에 기댄 대로 옥토끼처럼 고마운 잠이나 들자.  청만틀깃자락에 마담 R의 고달픈 뺨이 불그레 피었다, 고운 석탄불처럼 이글거린다.  당치도않은 어린아이 잠재기 노래를 부르심은 무슨 뜻이뇨?  잠들어라. 가여운내 아들아.  잠들어라. 나는아들이 아닌 것을, 웃수염 자리 잡혀가는, 어린 아들이 버얼써 아닌 것을.  나는유리쪽에 갑갑한 입김을 비추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름이나 그시며 가 자.  나는느긋느긋한 가슴을 밀감쪽으로나 씻어 내리자.  대수풀울타리마다 요염한 관능과 같은 홍춘이 피맺혀 있다.  마당마다솜병아리 털이 폭신폭신하고,  지붕마다연기도 아니 뵈는 햇볕이 타고 있다.  오오,개인 날씨야, 사랑과 같은 어질머리야, 어질머리야.  청만틀깃자락에 마담 R의 가여운 입술이 여태껏 떨고 있다.  누나다운입술을 오늘이야 실컷 절하며 갚노라.  나는언제든지 슬프기는 슬프나마,  오오,나는 차보다 더 날아가려지는 아니하련다.  ~~~~~~~~~~~~~~~~~~~~~~~~~~~~~~~~~~~~~~~~~~~~~~~~~ 황마차(幌馬車) 이제마악 돌아나가는 곳은 時計집 모롱이, 낮에는 처마끝에 달어맨 종달새란 놈이 都會바람에 나이를 먹어 조금 연기 끼인 듯한 소리로 사람 흘러나려가는 쪽으로 그저 지줄거립데다.  그고달픈 듯이 깜박깜박 졸고 있는 모양이-가여운 잠의 한점이랄지요- 부칠 데 없는 내맘이 떠올릅니다. 쓰다듬어 주고 싶은, 쓰다듬을 받고 싶은 내 마음이올시다. 가엾은 내 그림자는 검은 喪服처럼 지향없이 흘러나려갑니다. 촉촉히 젖은 리본 떨어진 浪漫風의 帽子 밑에는 金붕어의 奔流와도 같은 밤경치가 흘러나려갑니다. 길옆에 늘어슨 어린 銀杏나무들은 異國斥候兵의 걸음세로 조용조용히 흘러나려갑니다.  슬픈銀眼鏡이 흐릿하게  밤비는옆으로 무지개를 그린다.  이따금지나가는 늦인 電車가 끼이익 돌라나가는 소리에 내 조고만 魂이 놀란 듯이 파다거리나이다. 가고 싶어 따뜻한 화로갛을 찾어가고 싶어.  좋아하는코-란 經을 읽으면서 南京콩이나 까먹고 싶어, 그러나 나는 찾어 돌아갈 데가 있을나구요?  네거리모퉁이에 씩 씩 뽑아 올라간 붉은 벽돌집 塔에서는 거만스러운 12시가 避雷針에게 위엄있는 손까락을 치여들었소. 이제야 내 목아지가 쭐 삣떨어질 듯도 하구료. 솔닢새 갚은 모양새를 하고 걸어가는 나를 높다란 데서 굽어보는 것은 아주 재미있을 게지요.  마음놓고술술 소변이라도 볼까요. 헬멧 쓴 夜警巡査가 필일림처럼 쫓아오겠지요!  네거리모통이 붉은 담벼락이 훔씬 젖었소. 슬픈 都會의 뺨이 젖었소. 마음은 열없이 사랑의 落書를 하고 있소. 홀로 글성글성 눈물 짖고 있는 것은 가엾은 소-니야의 신세를 비추는 빩안 電燈의 눈알이외다. 우리들의 그 전날밤은 이다지도 슬픈지요. 이다지도 외로운지요. 그러면 여기서 두 손을 가슴에 념이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릿가?  길이아조 질어터져서 뱀눈알 같은 것이 반쟉 반쟉어리고 있오. 그두가 어찌나 크던동 거러가면서 졸님이 오십니다. 진흙에 챡 붙어 버릴 듯하오. 철없이 그리워 둥그스레한 당신의 어깨가 그리워. 거기에 내 머리를 대이면 언제든지 머언 따뜻한 바다 울음이 들려오더니......  ......아아,아모리 기다려도 못오실 니를 ......  기다려도못 오실 니 때문에 졸리운 마음은 幌馬車를 부르노니, 회파람처럼 불려오는 幌馬車를 부르노니, 은으로 만들은 슬픔을 실은 원앙새 털 깔은 幌馬車, 꼬옥 당신처럼 참한 幌馬車, 찰 찰찰 幌馬車를 기다리노니.  ~~~~~~~~~~~~~~~~~~~~~~~~~~~~~~~~~~~~~~~~~~~~~~~~~~~~~~~~~~~~~~~~~~ 정지용(鄭芝溶) 1903년충청북도 옥천 출생  1918년휘문 고보 재학 중 박팔양 등과 함께 동인지 『요람』 발간  1929년교토 도시샤(同志社) 대학 영문과 졸업  1930년문학 동인지 『시문학』 동인  1933년『가톨릭 청년』 편집 고문, 문학 친목 단체 『구인회』 결성  1939년『문장』지 추천 위원으로 조지훈, 박두진, 박목월, 김종한, 이한직, 박남수 추천  1945년이화 여자 대학교 교수  1946년조선 문학가 동맹 중앙 집행 위원  1950년납북  시집: 『정지용 시집』(1935), 『백록담』(1941), 『지용 시선』(1946), 『정지용 전집』(1988)  *절제된언어의 구사는 정지용의 시에서 일관되는 특성이지만 그의 시세계가 그리는 궤적은 몇 단계의 변모 과정을 보인다.  정지용시의 전개 과정을 크게 세 단계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첫째1923년경부터 1933년경까지의 서정적이며 감각적인 시,  둘째,1933년 [불사조] 이후 1935년경까지의 카톨릭 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종교적인 시,  셋째,[옥류동](1937),[구성동](1928) 이후 1941년에 이르는 동양적인 정신의 시 등이 그것이다.  특히주목을 요하는 것은 정지용의 종교시가 [카톨릭 청년](1933)의 창간과 관련되어 있으며 이 지면에 대부분 그의 종교시가 발표되었다는 점이다.  초기의감각적인 시와 후기의 고전적인 시들의 교량적인 역할을  종교시가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지용의 신앙시는 1934년 [카톨릭 청년]에 발표된 [다른 하늘], [또 하나의 다른 태양] 이후 자취를 감추며  4년여의침묵 뒤에 [옥류동], [비로봉], [구성동] 등이 발표된다.  이를카톨릭 신앙의 전면적인 포기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그가 1930년대 후반에 나름대로 각고의 방향 모색을 시도했으며, [옥류동], [백록담] 등에서 그 실마리를 찾으려 했고 1939년 [장수산], [백록담] 등에서는 한층 더 정신주의에의 침잠을 시도하면서 현실의 고통스러움을 견인의 정신으로 극복하고자 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 정지용의대표작으로서 국민들에게 널리 애송되는 작품 한 편을 들라고 한다면, 우리는 [향수]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지용의 [향수]를 노래하는 사람 모두가 언제나 마음의 고향으로 되돌아감을 느낀다.  정지용은[향수]에서 독특한 감각적 표현을 율격 언어로 응축시켜 한국인들이 마음의 고향에 도달하는 심정적 통로를 열어 보였다.  [향수]가그려내는 고향의 정경은 누구에게나 있었음직한 추억이며 따라서 강력한 정서적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정서적 호소력에 힘을 더하는 것은 뛰어난 감각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금빛 게으른 울음'이나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전설의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에서 보이는 언어적 환기 효과는 당시로서는 특별한 예이다.  고향에대한 그리움 표현한 [향수]는  뛰어난감각적 표현으로 온 국민의 사랑 받아  첫째연의 고향에 대한 공간적 환기와  둘째연의 전형적인 농가의 풍경에서 제시되는 육친애의 그리움에 이어 셋째 연에서는 화자의 구체적인 성장 경험이 표현된다.  흙에서자란 마음과 파란 하늘 사이의 화자의 행동 모습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가 생겨나기 이전의 것으로서 유년 시절의 낙원에 대한 믿음을 연상시킨다. 그 정경은 어린 시절의 단순한 반추가 아니라 어린 시절의 이상과 낙원이 괴리되어 떠도는 현재의 상황을 시사한다. 넷째 연은 다시 구체적인 삶의 정경으로 돌아가고 다섯째 연은 계절의 순환과 더불어 포착된 고향집이 그려진다. 고향집이 내포하는 평화롭고 정겨운 감각으로 인해 가난의 어려움마저 넘어서고 있다.  [향수]는20년대 초반의 젊은이가 고향을 떠나와 고향을 그리는 젊음이 용해되어 있으며, 오늘의 우리들 또한 상실한 낙원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생의 근원에 대한 동경을 담고 있다.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그리고 이를 넘어 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의 한국인들에게 [향수]는 생의 근원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일깨워 준다.  - 최동호 / 1948년생, 시인, 고려대 국문과 교수 -   
18    파블로 네루다 시 모음 댓글:  조회:2025  추천:0  2017-05-16
 [시인탐방] 파블로 네루다                                       남미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를 함께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조국 칠레의 군사독재에 맞서 이태리로 망명한 네루다와  우체부의 우정을 그린 영화 "ilpostino'로 더욱 유명해진 시인이지만 현대 시에 있어 그의 문학적 성과가 갖는 의미는 여러모로 다양  하게 평가되고 있습니다.          약력: 1904년 칠레 태생.           본명은 네프딸이 리까르도 레예.           1971년 시집 '황혼의 세계'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           1973년 사망           국내 판매 저서  :  스무개의  사랑의 시와 하나의  절망/공간                                         스무편의 사랑의 시와 한편의 절망/민음사                                      언어와 술꾼들의 우화/  솔   **작품 소개     시(Poem)       그 나이였다... 시가 나를 찾아왔다.  모른다.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다.   아니다...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다.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였다.   밤의 가지에서 홀연히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다.   또는 혼자 돌아오는 길에 그렇게 얼굴없이 있는 나를 시는  건드렸다.   나는 뭐라고 해야할 지를 몰랐다.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으며, 내 영혼 속에서 뭔가 시작되어 있었다.   끓어오르는 열이나 잃어버린 날개, 내 나름대로 해 보았다.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이 첫 줄을 썼다.   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수한 넌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지혜이다. 그리고 문득 나는 보았다.   풀리고 열린 하늘을, 유성들을, 고동치는  논밭, 구멍뚫린 그림자, 화살과 불과 꽃들로 들쑤셔신 그림자.   휘감아도는 밤, 우주를, 그리고 나, 이 작은 존재는 그 큰 별들의 총총한 허공에 취해, 신비의 모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더불어 굴렀으며, 내 심장은 바람에 나부꼈다.             이 밤 나는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으리           예를 들면, "밤은 별이 많다, 별들은 파랗게     떨고 있다, 멀리서, 파랗게"라고 쓸까.       밤바람은 하늘에서 돌며 노래하는데       나는 이 밤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으리.     난 그녀를 사랑했었지. 때로 그녀도 나를 사랑했었어.       오늘 같은 밤이면 그녀는 내 품에 있었지.     끝없는 하늘 아래서 난 몇번이고 그녀에게 입맞추었지.       그녀는 나를 생각했었지. 때로 나도 그녀를 사랑했었어.     그녀의 그 커다랗게 응시하는 눈망울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으리!       이 밤 나는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으리.     문득 그녀가 없다는 생각. 문득 그녀를 잃어버렸다는 느낌.       황량한 밤을 들으며, 그녀 없이 더욱 황량한 밤.                 절망의 노래               너의 추억은 내가 자리하고 있는 밤에서 솟아오른다.         강물은 그 끝없는 탄식을 바다에 묶고 있다.           동틀녘의 부두처럼 버려진 사내.         떠나야 할 시간이다, 오 버림받은 이여!           내 심장 위로 차가운 꽃비가 내린다.         오 폐허의 쓰레기 더미, 조난자들의 흉포한 동굴.           네 위로 전쟁과 날개가 쌓여 갔다.         노래하는 새들은 네게서 날개를 거두었다.           마치 머나먼 무엇처럼 너는 그 모든 것을 삼켜 버렸다.         바다처럼, 시간처럼,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침략과 입맞춤의 즐거운 시간이었다.         등대처럼 타오르던 혼수 상태의 사간.           항해사의 조바심, 눈 먼 잠수부의 분노,         사랑의 혼미한 도취,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아있다!           희마한 안개의 유년 속에 날개 달고 상처 입은 나의 영혼.         길 잃은 탐험가,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너는 고통에 동여매인 채, 욕망에 붙들려 있었지.         슬픔은 너를 쓰러뜨렸다,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나는 그림자 드리운 성벽을 뒤로 하고,         욕망과 행위의 피안을 걸었다.           오 살이여, 나의 살결이여, 내가 사랑했고 나를 버린 여인이여,         이 음습한 시간 속에서 나는 너를 추억하며 노래한다.           하나의 술잔처럼 너는 한없는 애정으로 머물렀고,         또 어떤 술잔처럼 끝없는 망각이 너를 산산이 부숴 버렸다.           그것은 검은 빛, 섬들의 검은 고독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사랑하는 여인아, 네 품이 나를 반겼다.           그것은 갈증이었고 허기짐이었다, 그리고 넌 과일이었다.         그것은 비탄이었고 폐허였다, 그리고 넌 기적이었다.           아 여인아, 네 여혼의 대지 안에, 네 품의 십자가 속에         어떻게 네가 나를 품을 수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너를 향한 나의 욕망은 참으로 어마어마하면서도 그토록 짧은         것,         가장 엉망진창 취해 있는 것, 그토록 위험하고도 목마른         것이었다.           입맞춤의 묘지여, 아직도 너의 무덤들에는 불이 남아 있어,         새들의 부리에 쪼인 포도송이들이 이적지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오 깨물린 입, 오 입맞추며 엉켜 있는 팔다리,         오 허기진 이빨들, 오 비비 꼬여 있는 육체들.           우리가 맺어졌고, 우리 함께 절망한         희망과 발버둥의 미친 듯한 교접.           그리고 물과 밀가루 같은 사소한 애정.         그리고 입술에서 방금 떨어져 나온 그 단어.           그것이 나의 운명이었고 그 안에서 나의 갈망이 항해하였으며,         그 속으로 나의 갈망은 가라앉았다.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오 폐허의 쓰레기 더미여, 네 위로 모든 것이 추락하고 있었다.           네가 말로 다하지 못했던 고통이며, 너를 질식시키는 데 실패한         파도들이.           뱃머리에 선 뱃사람의 다리처럼 이리로 저리로         너는 불꽃을 일으키는가 하면 노래도 하였다.           노래 속에서 너는 꽃도 피워 내고, 시냇물에서는 부서지기도         했다.         오 폐허의 쓰레기 더미여, 활짝 열린 고통스러운 깊은         연못이여.           눈 먼 창백한 잠수부, 기꺽인 戰士,         길 잃은 탐험가,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떠나야 할 시간이다, 밤의 일정표가 꽉 찬         단단하고도 냉랭한 시간이다.           바다의 소란스러운 허리띠는 해변을 휘어감고 있다.         차가운 별들이 나타나고, 검은 새들이 날아간다.           동틀녘의 부두처럼 버려진 사내.         떨리는 그림자만이 내 손아귀에서 몸부림치고 있다.           아 모든 것의 피안으로! 아아 모든 것의 피안으로!           떠나야 할 시간이다, 오 버림받은 이여!                                      절망의 노래           너의 추억은 내가 자리하고 있는 밤에서 솟아오른다.         강물은 그 끝없는 탄식을 바다에 묶고 있다.           동틀녘의 부두처럼 버려진 사내.         떠나야 할 시간이다, 오 버림받은 이여!           내 심장 위로 차가운 꽃비가 내린다.         오 폐허의 쓰레기 더미, 조난자들의 흉포한 동굴.           네 위로 전쟁과 날개가 쌓여 갔다.         노래하는 새들은 네게서 날개를 거두었다.           마치 머나먼 무엇처럼 너는 그 모든 것을 삼켜 버렸다.         바다처럼, 시간처럼,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침략과 입맞춤의 즐거운 시간이었다.         등대처럼 타오르던 혼수 상태의 사간.           항해사의 조바심, 눈 먼 잠수부의 분노,         사랑의 혼미한 도취,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아있다!           희마한 안개의 유년 속에 날개 달고 상처 입은 나의 영혼.         길 잃은 탐험가,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너는 고통에 동여매인 채, 욕망에 붙들려 있었지.         슬픔은 너를 쓰러뜨렸다,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나는 그림자 드리운 성벽을 뒤로 하고,         욕망과 행위의 피안을 걸었다.           오 살이여, 나의 살결이여, 내가 사랑했고 나를 버린 여인이여,         이 음습한 시간 속에서 나는 너를 추억하며 노래한다.           하나의 술잔처럼 너는 한없는 애정으로 머물렀고,         또 어떤 술잔처럼 끝없는 망각이 너를 산산이 부숴 버렸다.           그것은 검은 빛, 섬들의 검은 고독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사랑하는 여인아, 네 품이 나를 반겼다.           그것은 갈증이었고 허기짐이었다, 그리고 넌 과일이었다.         그것은 비탄이었고 폐허였다, 그리고 넌 기적이었다.           아 여인아, 네 여혼의 대지 안에, 네 품의 십자가 속에         어떻게 네가 나를 품을 수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너를 향한 나의 욕망은 참으로 어마어마하면서도 그토록 짧은         것,         가장 엉망진창 취해 있는 것, 그토록 위험하고도 목마른         것이었다.           입맞춤의 묘지여, 아직도 너의 무덤들에는 불이 남아 있어,         새들의 부리에 쪼인 포도송이들이 이적지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오 깨물린 입, 오 입맞추며 엉켜 있는 팔다리,         오 허기진 이빨들, 오 비비 꼬여 있는 육체들.           우리가 맺어졌고, 우리 함께 절망한         희망과 발버둥의 미친 듯한 교접.           그리고 물과 밀가루 같은 사소한 애정.         그리고 입술에서 방금 떨어져 나온 그 단어.           그것이 나의 운명이었고 그 안에서 나의 갈망이 항해하였으며,         그 속으로 나의 갈망은 가라앉았다.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오 폐허의 쓰레기 더미여, 네 위로 모든 것이 추락하고 있었다.           네가 말로 다하지 못했던 고통이며, 너를 질식시키는 데 실패한         파도들이.           뱃머리에 선 뱃사람의 다리처럼 이리로 저리로         너는 불꽃을 일으키는가 하면 노래도 하였다.           노래 속에서 너는 꽃도 피워 내고, 시냇물에서는 부서지기도         했다.         오 폐허의 쓰레기 더미여, 활짝 열린 고통스러운 깊은         연못이여.           눈 먼 창백한 잠수부, 기꺽인 戰士,         길 잃은 탐험가, 네 안에서는 모든 것이 조난이었다!           떠나야 할 시간이다, 밤의 일정표가 꽉 찬         단단하고도 냉랭한 시간이다.           바다의 소란스러운 허리띠는 해변을 휘어감고 있다.         차가운 별들이 나타나고, 검은 새들이 날아간다.           동틀녘의 부두처럼 버려진 사내.         떨리는 그림자만이 내 손아귀에서 몸부림치고 있다.           아 모든 것의 피안으로! 아아 모든 것의 피안으로!           떠나야 할 시간이다, 오 버림받은 이여!                 스무 개의 사랑의 시 20             나는 오늘밤 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시를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라고 씁니다.           밤바람은 하늘을 맴돌며 노래합니다.           나는 오늘밤 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시를 쓸 수 있습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도 가끔씩 나를 사랑했습니다.           오늘 같은 밤이면 나는 내 품에 그녀를 안고 있었습니다.         저 끝없는 하늘 아래서 수없이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녀는 나를 사랑했고, 나도 가끔은 그녀를 사랑하고 했습니다.           어떻게 그녀의 꼼짝 않는 눈동자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녀가 없어 저으기 막막해 보이는, 그 막막한 밤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그러면 이슬이 풀밭에 떨어지듯 시는 영혼 위에 내립니다.           내 사랑이 그녀를 지킬 수 없다 하더라도 그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밤은 별들이 촘촘히 수놓아져 있건만, 그녀는 내 곁에         없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저 멀리서 누군가 노래를 부릅니다. 저         멀리서.         그녀를 잃어버린 나의 영혼은 결코 채워지질 않습니다.           그녀를 내 곁으로 데려오기라도 할 듯이 내 눈길은 그녀를 찾아         헤매입니다.         내 가슴에 그녀를 찾아 헤매이건만, 그녀는 내 곁에 없습니다.           똑같은 나무들의 하얗게 밝히고 있는 똑같은 밤입니다.         우리는, 그때의 우리들은, 이미 지금의 우리가 아닙니다.           이제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분명합니다, 그러나 나는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던가요.         내 목소리는 그녀의 귀에 가 닿으려고 바람을 찾곤 했지요.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맑은 육체, 그녀의 끝모를 눈동자들.         다른 남자의 것입니다. 이마 다른 이의 것일 겁니다. 전에는 내         입술의 것이었던 것 처럼.           이제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분명합니다, 하지만 혹시         그녀를 사랑하는지도 모릅니다,.         사랑은 그토록 짧고, 망각은 그토록 길기만 합니다.           왜냐하면 오늘 같은 밤이면 그녀를 내 품에 안고 있었기에,         그녀를 잃어버린 내 영혼은 결코 채워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록 이것이 그녀가 내게 안겨주는 마지막 고통이라 할지라도,         그리고 이것이 내가 그녀에게 쓰는 마지막 시가 될지라도         말입니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9             가무잡잡하고 날렵한 소녀야, 과실을 맺게 하는 태양,         밀알을 여물게 하는 태양, 해초들을 꼬아 올리는 태양은,         즐거운 네 육체, 이글거리는 눈동자,         물의 미소를 지닌 네 입을 만들었다.           네가 두 팔을 뻗을 때, 불안에 사로잡힌 검은 태양 하나         늘어뜨린 검은 머리결로 너를 감아 올린다.         너는 개울과 그러듯 태양과도 장난하는데         태양은 네 눈에 어두운 두 개의 물웅덩이를 남기는구나.           가무잡잡하고 날쌘 소녀야, 아무것도 나를 네 가까이에 데려다         주지 않는다.         마치 정오로부터 멀어져 가듯, 모두가 네게서 나를 멀리         떨어뜨려 놓는다.         너는, 정신 없이 들뜬 꿀벌의 청춘,         파도의 주정, 이삭의 힘이다.           그래도, 나의 우울한 심장은 너를 찾고 있다.         즐거운 네 육체, 나긋나긋하고 갸날픈 네 목소리를 사랑한다.         밀밭 같기도, 태양 같기도, 양귀비 같기도, 물결 같기도 한,         달콤하면서도 단호함, 가무잡잡한 나비야.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8             나는 여기 널 사랑하고 있다.         어두운 소나무들 속으로 바람이 헤집고 지나간다.         달은 떠도는 물 위로 빛을 발하고 있다.         똑같은 날들이 쫓기듯 지나간다.           춤추는 모습으로 안개는 풀어진다.         은빛 갈매기 한 마리 낙조로부터 날아온다.         때로는 돛폭 하나가, 높디 높은 별들이.           오 어는 배의 검은 십자가,         홀로,         가끔씩 나는 내 영혼이 축축해질 때까지 밤을 새워 아침을         맞는다.         저 머나먼 바라 소리가 들리고 또 메아리진다.         여기는 항구다.         나 여기 널 사랑하고 있다.           나 여기 널 사랑하고 있건만 수평선은 부질 없이 널 감춘다.         이 차가운 것들 사이에서 아직도 나는 널 사랑하고 있다.         자꾸만 나의 입맞춤은 끝내 가 닿지 못할         바다를 향해 달리는, 그 무거운 배를 타고 간다.           이 낡은 닻줄처럼 나는 이미 잊혀진 존재임을 안다.         오후가 정박할 때의 부두는 더욱 서럽다.         불필요하게 허기진 나의 삶은 쉬 피곤해 한다.         내 널 갖지 못하는 걸 사랑하낟, 너는 그렇게 저만치 있다.           나의 구역질은 느릿한 황혼들과 함께 몸부림친다.         하지만 밤이 다가와 나를 노래하기 시작한다.         달은 꿈의 수레바퀴를 빙글빙글 돌린다.           가장 크막한 별들이 네 눈과 함께 날 바라다본다.         그리고 내 너를 사랑하기에, 바람 속의 소나무들은,         그 철사줄 같은 잎파리들로 네 이름을 노래하고 싶어한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7             생각에 잠겨, 깊은 고독 속에서 그림자들을 그물로 잡아         올린다.         너는 여전히 저 멀리 있다, 아 그 누구보다도 더 먼 곳에 있다.           생각에 잠겨, 새들을 풀어 주면서, 너의 이미지를 지우며,         등불들을 땅에 파묻는다.         안개 낀 종루, 저 위쪽으로, 얼마나 멀리 있는가!         아무 말 없는 방앗간 사내는         탄식을 삭이며, 우울한 희망들을 가루로 빻는다.         밤은 도시의 저 멀리서부터 네게 엎드려 다가온다.           네 모습이 다른 사람만 같고, 어떤 물건처럼 낯설기만 하다.         기나긴 길을 걸으며 네 앞의 내 삶을 생각한다.         아무의 앞에도 놓여진 적 없는 나의 삶을, 나의 혹독한 삶을.         바다를 마주한 절규는, 돌멩이 사이로, 미친 사람처럼         바다 내음 속을 자유로이 질주한다.         슬픈 분노, 절규, 바다의 고독,         재갈이 풀려, 격렬하게 하늘을 향해 온몸을 내뻗는다.           너, 여인아, 그곳에서 너는 무엇이었지? 무슨 선이었고, 어는         커다란 부채의 살대였지? 너는 지금 처럼 저 멀리 있었지.         숲 속의 불길이여! 푸른 십자가들 속에서 타오르는구나.           타오른다, 타오른다, 불길이 인가.         탁탁거리며 쓰러진다. 불이야. 불이야.         그리고 불탄 잿더미의 상처를 안고 내 영혼은 춤을 춘다.         누구십니까? 어떤 침묵에 메아리가 살고 있을까요?         향수에 젖는 시간, 기쁨의 시간, 고독의 시간.         모든 시간들 가운데 나의 시간이여!         뿔피리를 바람이 노래하며 지난다.         내 몸뚱이엔 그토록 커다란 통곡의 열정이 맺혔다.           모든 뿌리들의 흔들림,         모든 파도들의 습격!         즐거웠다가, 슬펐다가, 내 영혼은 한없이 구르고 있었다.           생각에 잠겨, 깊은 고독 속에 등불을 파묻고 있었다.         너는 누구지, 네가 누구였더라?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6             황혼녁 나의 하늘에서 너는 한 조각 구름 같고         너의 색깔과 모양새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같은 것들이다.         너는 나의 여자 너는 나의 여자, 달디단 입술의 여자,         그래서 나의 한없는 꿈들이 네 삶 속에 살고 있다.           내 영혼의 등불은 네 발을 붉게 물들이고,         시디신 내 포도주는 네 입술에서 더욱 달콤하기만 하다.         오, 해질녁의 내 노래를 거두어 들이는 여인이여,         어찌하여 내 외로운 꿈들은 네가 나의 여인이라 느끼는가!           너는 나의 여자, 너는 나의 , 하오의 산들바람 속에         내가 소리치며 지나노라면, 바람은 내 홀아비 같은 목소리를         끌고 사라져 버린다.         내 눈 깊숙한 곳의 여자 사냥꾼아, 너는 나를 사로잡아         밤이면 활발한 너의 눈길을 마치 물처럼 고여들게 하는구나.           너는 내 음악의 그물에 잡힌 나의 포로, 나의 사랑아,         내 음악의 그물들은 하늘처럼 넓기만 하다.         나의 영혼은 상복 같은 네 눈동자의 기슭에서 태어난다.         상복 같은 너의 눈동자 속에서 꿈의 나라가 시작된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5             마치 네가 없는 것만 같아서 나는 네가 말 없을 때가 좋다,         너는 저 멀리서부터 내게 귀 기울이고, 내 음성은 네게 가 닿지         못한다.         마치 눈동자들이 네게 날아가 박히기라도 할 것만 같고         단 한 번의 입맞춤이 네 입을 꼭 닫아 버리기라도 할 것만         같다.           세상 모든 것들이 나의 영혼으로 가득 차 있듯이         너는 그것들 가운데서 솟아나와, 나의 영혼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꿈의 나비여, 너는 내 영혼을 닮았다.         너는 우수라는 단어를 닮았다.           나는 네가 말이 없을 때가 좋다 그러면 너는 저만치 있는 것만         같다.         그리고 너는 투덜거리고 있는 것만 같다, 자장가 속의 나비여.         그리고 너는 저 멀리서 내게 귀 기울이고 있지만, 내 음성이         쫓아가 닿지 못한다.         부디 네 침묵과 함께 나도 침묵할 수 있게 하라.           등불처럼 밝게, 반지처럼 소박하게         내가 너의 침묵과 함께 네게 말할 수 있게 해다오.         너는 아무 말 없이 별만 초롱초롱 빛나는 밤과 갔다.         너의 침묵은 그토록 머나먼 곳의 소박한 어느 별의 것이다.           마치 네가 없는 것만 같아서 나는 네가 말이 없을 때가 좋다.         너는 곧 죽을 듯이 저만치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그럴 때면 한 마디의 말, 한 자락의 미소만으로도 충분하리라.         그리고 나는 즐겁다, 확실치는 않아도 무언가 때문에 즐겁기만         하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4             매일 너는 우주의 빛과 장난을 한다.         예민한 방문객이여, 너는 꽃 속과 물 속으로 도착한다.         맨날 그렇듯 내 손 사이의 포도송이처럼         내가 괴롭히는 이 티없는 작은 머리보다 더한 존재가 바로         너다.           내 너를 사랑하는 순간부터 너는 그 누구도 닮지 않은 존재.         노란 화관들 사이에서 내가 너를 가질 수 있게 하여 다오.         그 누가 저 남쪽 별들 사이에 연기 글씨로 네 이름을 쓰겠는가?         아, 아직까지 네가 존재하지 않던 그때, 진정 네 모습은         어땠는지 기억하게 해다오.           별안간 바람이 울부짖으며 나의 닫힌 창문을 때린다.         하늘은 우울한 물고기들로 엉켜 있는 그물.         여기엔 모두가 저마다 온갖 바람을 일으키러 온다, 모든         바람들을.         비는 옷을 벗는다.           새들은 도망치듯 날아간다.         바람이다. 바람이다.           나는 사람들의 힘에 맞서 싸우는 수밖에 없다.         폭풍우는 어두운 잎새들을 소용돌이로 휘몰아가고         엊저녁 하늘에 매어 둔 배들을 모조리 풀어 놓는다.           너는 여기 있구나. 아 너는 도망가지 않는구나.         너는 마지막 비명까지도 내게 응답하리니.         잔뜩 겁먹은 듯이, 내 곁에 조그맣게 웅크리고 있으라.         그래도 네 눈동자엔 낯선 그늘이 가끔씩 스쳐 갔다.           지금도, 지금까지 여전히, 작은 여인아, 너는 내게 인동 덩굴을         가져오면서,         향기 가득한 젖가슴까지 간직하고 있구나.         슬픈 바람이 나비를 죽여 가며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사이         나는 너를 사랑하고, 나의 희열은 네 살구 입술을 깨문다.           나에게, 내 외롭고 거친 영혼에, 모두가 멀리하는         나의 이름에 친숙해졌다는 것으로 너는 엄청난 고통을         겪으리라.         우린 보았다 우리의 눈이 입맞출 때 자꾸만 끓어 오르던 샛별과         우리 머리 위를 맴도는 부채 속으로 꼬인 몸이 풀려 가는         황혼을.         너는 사랑으로 만질 때면 나의 단어는 네 위에 비로 내린다.         나는 네 몸이 별에 잘 말려진 진주 조개이던 시절부터         사랑했다.         지금은 네가 우주의 여주인이라는 것까지도 믿는다.         내 너에게, 즐거운 꽃과, 물메꽃, 짙은 색 개암나무 열매와         거친 입맞춤을 광주리 채 저 산에서 가져다 주마.           정말로 나는 봄이 벚나무와 하는 행위를         너와 함께 하고 싶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3             나는 불의 십자가로 네 몸에         하얀 지도를 그려 왔다.         두려워하면서도, 타오르는 갈증을 이기지 못하는 네 속으로, 네         뒤로         내 입은 몸을 숨겨 가면서 활보하는 한 마리 거미였어.           슬프고도 감미로운 인형이여, 네가 슬퍼하지 않는다면 좋을,         황혼의 기슭에서 네게 해줄 이야기들.         백조 한 마리, 나무 한 그루, 아득하고도 기쁜 그 무엇.         포도송이의 시간, 과일이 여물고 열매 맺는 그런 시간.           너를 사랑할 때부터 나의 삶은 시작됐다.         꿈과 침묵이 교차하는 고독.         바다와 슬픔 사이에 갇힌 채,         두 명의 꼼짝 않는 곤돌라 뱃사공 사이에서, 말없이, 헛소리를         지른다.           입술과 목소리 사이에서 무언가 죽어 간다.         새의 날개를 가진 그 무엇이, 고뇌와 망각의 그 무엇이.         물을 붙잡아 두지 못하는 그물도.         나의 인형이여, 떨리는 물방울도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래도, 이 덧없는 단어들 사이에서 뭔가가 노래를 한다.         뭔가가 노래를 한다. 뭔가가 목마른 내 입까지 올라온다.         오 온갖 기쁨의 낱말로 너를 기릴 수 있을지니.           노래하라, 끓어 오르라, 도주하라, 어느 미친 사내의 손 안에         든 鐘樓처럼.         슬픈 나의 연인이여, 너는 갑자기 뭐가 되어 버린 것일까?         내가 그토록 무릅쓰고 추운 절절에 다다랐을 때         나의 심장은 밤꽃처럼 저절로 닫혀 버린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2             내 심장을 위해선 너의 가슴 하나면 족하고,         네 자유를 위해선 나의 날개면 족하나니.         네 영혼 위에 내가 잠들어 있었다는 사실은         내 입으로부터 하늘까지 가 닿으리다.           네 안에 나날의 환상이 존재한다.         이슬이 꽃술에 가 닿듯 네가 다가온다.         지금 너의 부재로 너는 수평선을 파내고 있다.         파도처럼 영원한 도망길에 있다.           내가 얘기한 적 있지 소나무처럼 혹은 돛대처럼         네가 바람 속에서 노래하고 있었다고.         꼭 그들처럼 너는 저 높이 있으면서 아무 말도 없다.         마치 어떤 여행처럼, 너는 이내 슬픔에 젖어든다.           오랜 길처럼 정다운 여인아.         메아리와 향수에 젖은 목소리들이 네게 거주하고 있다.         내가 잠깨운 너의 영혼 속에 잠들어 있던 새들은         이따금 이리저리 날아다니다가 도망가 버린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1             거의 하늘 바깥 쪽의 두 개의 산 사이로 반달이 닻을 내린다.         빙빙 맴을 돌며, 헤매이는 밤은, 눈동자의 웅덩이.         그런데 그 웅덩이엔 얼마나 많은 별들이 갈기갈기 찢겨져         있는가.           내 눈썹 사이에 애도의 십자가를 긋는가 하면, 도망도 친다.         푸른 금속의 화로, 소리 없는 싸움의 밤들,         나의 심장은 미쳐 날아 다니는 놈처럼, 빙글빙글 싸돌아         다닌다.         그토록 먼 곳에서 온, 그토록 머나먼 곳에서 데려온 소녀요.         이따금 너의 눈길이 하늘 아래로 반짝인다.         한탄스러움, 폭풍우, 분노의 소용돌이가         너를 붙잡지 못한 내 가슴 위를 휩쓸고 지나간다.         묘지의 바람은 졸리우는 너의 뿌리를         실어 가서, 박살을 내어, 산산이 흩뿌린다.         그 뿌리의 다른 쪽 거대한 나무등걸도 송두리채 뽑아 버린다.         하지만 너는, 맑디 맑은 소녀, 煙氣의 질문, 이삭.         빛나는 나뭇잎으로 바람을 일으키던 소녀였어.         한밤의 산 뒤켠으로는 백합의 불꽃.         아 나는 지금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녀는 이 세상 모든         것으로 이루어진 여자였다.         네가 내 가슴팍에 난도질을 하고 떠나가 버린 안타까움,         이제는 그녀가 미소짓지 않았다 다른 길을 따라나서는 시간,         폭풍우가 땅에 묻어 버렸지, 바로 그녀에게 가 닿으려는,         그녀를 슬프게 하려는, 종소리들 그리고 아뜩한 飛上을.           아아, 길을 계속해서 가는 거다. 이슬 사이로 눈을 활짝 열고,         고뇌와 죽음과 겨울을 막아 주지 않는,         모든 것으로부터 서서히 멀어져 가는 길을.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10             우리는 이 황혼까지도 잃어버렸다.         푸른 밤이 이 세상 위에 내리는 동안         아무도 오늘 오후에 맞잡은 우리의 손을 보지 못했다.           나는 창문으로부터 바라보고 있었다.         머언 언덕들 위로 지고 있는 태양의 축제를.           가끔씩 마치 동전 한 닢만큼하게         내 손 사이에서 한 조각 해가 타오르고 있었다.           네가 나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그 슬품 때문에         질식할 듯한 영혼으로 나는 너를 그리워했었다.           그런데, 너는 어디 있었던 것일까?         어떤 사람들 사이에 있었던 것일까?         무슨 말을 하고 있었을까?         내가 슬퍼할 때나, 네가 저 멀리 있다고 느껴질 때면,         왜 사랑의 아픔은 내게로만 다가오려 하는 것일까?           황혼 속에서 항상 지니고 있던 책이 떨어져 버렸고,         상처 입은 한 마리 개처럼 내 망토는 나의 발 아래로 굴러         내렸다.           항상 그렇지, 황혼이 굳은 표정을 지워 버리며 질주하는         그런 하오면은 항상 너는 멀어져만 간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9             송진 냄새와, 여름날의 오랜 입맞춤에 취하여,         둔중한 바다의 광포함에 휩싸여,         갸냘픈 대낮의 죽음을 향해 추설 수 없는 몸으로         나는 장미의 돛단배를 조종한다.           창백하게 나의 탐욕스런 물결에 옭아매여,         고통스러운 잿빛 소리의 옷을 아직도 걸치고,         버림받은 물거품의 슬픈 장식을 단 채,         활짝 벗어제낀 날씨의 시디신 향기 속을 항해한다.           견고한 정열에 휩싸여, 내 단 하나의 파도를 타고 간다,         밤인가 하면, 낮이고, 끓어오르는가 하면, 차가워지더니,         갑자기         싱싱한 허리 같은 하이얗고 달콤한,         행복한 섬들의 기슭에 잠들어 있다.           입맞춤의 옷을 입은 내 몸은 축축한 밤에         전기로 감전된 듯 미친 듯이 떨려 오고,         마침내는 몇 개의 꿈고         내게 열심히 그 일을 해대는 몽롱한 장미들로 電離된다.           물 위에서, 표면의 물결 한가운데서         낮은 하늘 빛의 힘 속에서 빨랐다 느렸다 하며,         한없이 내 영혼에 달라붙어 있는 한 마리 물고기처럼         평행한 네 육체는 스스로 내 품에 내맡겨 온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8             하얀 꿀벌이여, 너는 꿀에 취한 채, 내 영혼 속에서 윙윙거리고         연기의 느릿한 螺旋을 따라 몸을 뒤튼다.           나는 절망에 빠진 사람, 메아리 없는 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 그리고 한때는 그 모든 것을 가졌던         사람.           마지막 밧줄이여, 나의 마지막 불안은 네 안에서 삐걱거린다.         너는 나의 황량한 대지의 마지막 장미꽃,           아 말 없는 여인아!           네 깊은 눈을 감으라. 거기 밤이 나래를 펴리니.         아아 네 몸에서 겁에 질린 딱딱한 모습을 벗어 던져 버려라.           너는 밤이 날개를 치는 깊디 깊은 눈을 가지고 있다.         신선한 J의 품속과 장미의 무릎을 가졌다.           네 젖가슴은 하얀 달팽이들을 닮았다.         네 뱃속에는 그림자 나비 한 마리가 잠자러 들어와 있다.           아 말 없는 여인다!           나 여기 너 없는 고독을 안고 있다.         비가 내린다, 바닷바람은 헤매이는 갈매기들을 사냥한다.           물은 젖은 길을 따라 맨발로 걸어간다.         저 나무의 이파리들은 병자들처럼 탄식을 한다.           하얀 꿀벌이여, 지금은 없지만, 너는 아직껏 내 영혼 속에서         윙윙거린다.         갸냘프고 말이 없는 너는 시간 속에서 다시 되살아난다.           아 말 없는 여인아!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7             하오에는 몸을 숙여 바다 같은 네 눈동자 위로         나는 슬픈 그물을 던진다.           거기서 조난자처럼 팔을 휘젓고 있는 나의 고독이         가장 높은 화롯불에서 온몸을 펼치고 타오른다.           바다가 등대 기슭에 그러듯 이별의         聖油를 베푸는 네 넋잃은 눈동자 위로 나는 붉은 자국을         남긴다.           너는 오직 어두움만 지키는구나, 저 먼 곳의, 나의 여자여,         너의 눈길로부터 가끔씩 놀라움의 해변이 솟아난다.           하오에는 몸을 숙여 나는 슬픈 그물을 던진다         대양 같은 네 눈동자를 흔들어 대는 저 바다로.           밤새들은 너를 사랑할 때의 내 영혼처럼         빛나는 첫 별들을 부리로 쪼아 대고 있다.           들판 위로 푸른 이삭들을 흩뿌리며         밤은 우울한 암말을 타고 전속력으로 달려간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6             지난 가을 네가 어떤 존재였는지 난 오늘도 너를 기억해 낸다.         너는 회색 베레모였고 고요 속의 심장이었다.         네 두 눈에서는 황혼녁의 불꽃들이 싸우고 있었지.         그리고 나뭇잎들은 네 영혼의 물결 위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어.           너는 메꽃 덩굴처럼 내 품에 꼭 매달려 있었지.         나뭇잎들은 네 느릿하고 고용한 목소리를 끌어 모으고 있었어.         나의 타는 듯한 목마름은 인사불성의 화롯불 속에서 끓어         오르고 있었지.         푸른 빛 달콤한 히아신스가 내 영혼 위에서 몸을 뒤채이고         있었어.           네 두 눈이 여행을 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가을은 저 멀리         있었다.         회색 베레모여, 새 같은 음성이여 그리고 나의 깊숙한 갈망이         이주하여 가곤 하였고 발갛게 뜬 숯불처럼         나의 즐거운 입맞춤들이 내려 앉고는 하던 심장의 거처여.           뱃머리에서 보는 하늘. 언덕에서 보는 들판.         너의 추억은 빛의, 연기의 침묵하는 연못의 것!         네 눈동자의 저 너머에서는 황혼이 끓어 오르고 있었지.         가을의 마른 낙엽들은 네 영혼을 맴돌고 있었어.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5           네가 내 얘길 들을 수 있도록         나의 단어들은         해변의 갈매기 발자국들처럼         때때로 갸냘퍼지곤 한다.           목걸이, 포도 같은         네 보드라운 손길을 위한 술취한 방울.           그리고 머나먼 나의 단어들을 바라본다.         네 것들이 내 것보다 많다.         그들은 덩굴나무처럼, 나의 오랜 고통을 기어 오른다.         축축한 담벼락을 따라 그렇게 매달려 오른다.         이런 피투성이 장난의 죄인은 바로 너.           단어들은 내 어두운 은신처로부터 도망간다.         너는 그 모든 것을 채워 준다. 그 모두를 가득 채운다.           너보다도 먼저 단어들은 네 고독에 살고 있었고         너보다도 많이 내 슬픔에 친숙해져 있다.           네가 내 얘길 들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그 단어들이 너         들으라고         내가 네게 말하고 싶은 것을 얘기해 주길 나는 지금 기원하고         있다.           고뇌의 바람은 아직까지도 종종 단어들을 질질 끌고 다닌다.         꿈속의 폭풍은 지금까지도 종종 단어들을 쓰러뜨린다.         나의 고통스런 목소리에서 너는 다른 음성들만 듣고 있다.         해묵은 입들의 오열, 해묵은 바램의 피,         나를 사랑해 다오, 벗이여, 나를 버리지 말아 다오, 나를         따라와 다오.         이 고뇌의 파도 속에서 나를 따라와 다오, 벗이여.           그러나 나의 단어들은 너의 사랑으로 차츰 물들어 간다.         너는 그 모든 것을 차지한다. 그 모든 것을 차지하고 있다.           포도처럼 보드라운, 네 하얀 손길을 위해         나는 모든 단어들을 묶어 한없는 목걸이를 만든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4             여름의 심장 속에         폭풍우 가득한 아침입니다.           이별의 하얀 손수건처럼 흘러 가는 구름을,         바람은 방랑자의 손길로 흔들어 대고 있습니다.           무수한 바람의 심장은         사랑에 빠진 우리의 침묵 위에 고동치고 있습니다.           싸움과 노래로 가득한 혓바닥처럼         오케스트라처럼 신성하게 나무 사이로 휘잉 소리냅니다.           바람은 날쌘 도적처럼 낙엽을 훑어 가고         고동치는 화살을 새들로부터 빗나가게 합니다.           포말도 일지 않는 파도 속에서, 무게도 없는 근원 속에서,         사위어 버린 불길 속에서, 바람은 아침을 허물어 버립니다.           여름 바람의 문간에서 패배당한         입맞춤의 부피는 산산이 부서져 물 속에 잠깁니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3             아 소나무 숲의 광막함, 부서져 내리는 파도의 소문,         빛의 느릿한 장난, 고독의 종소리,         네 눈 속으로 가라앉는 황혼, 인형이여,         대지의 소라고둥이여, 네 안에서 대지는 노래하나니!           네 안에서 강물이 노래하면 내 영혼은 그 속으로 도망쳐         들어간다         그러길 네가 바랄 게고 그곳은 네가 좋아하는 곳이기에.         네 희망의 활에 재여진 나의 행로를 가르쳐 다오         그러면 미친 듯이 나의 화살을 무더기로 쏘아 보내리니.           나를 맴도는 네 안개 허리를 보고 있으면         너의 침묵은 쫓기는 듯한 나의 시간들을 힘들게 한다,         너는 투명한 돌맹이 같은 품을 간직한 존재         그곳에 나의 입맞춤이 닻을 내리고 음습한 고뇌가 깃든다.           아 사랑이 물들여 곱게 접어 놓은 너의 신비한 목소리는         해거름이면 메아리처럼 울려퍼지며 죽어 가고 있구나!         마음 깊은 곳의 시간 속에서 나는 보았다         바람의 입 속에서 꺽이고 마는 들판의 이삭들을.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2             그 죽음의 불꽃 속에 빛은 너를 휘감아 돈다.         네 주위를 선회하고 있는         황혼의 오랜 소용돌이를 마주한 채         정신 없이 빠져들어, 고통 속에 창백한 모습으로, 그렇게         자리하고 있는 여인아.           벙어리여, 나의 친구여,         이 죽음의 시간에 외로움의 한가운데 홀로         삶의 불꽃들로 가득 차 있는,         무너져 내린 하루의 유일한 상속녀여.           태양에서 꽃 한 송이가 네 검은 옷자락 위로 떨어진다.         거대한 뿌리들이 밤으로부터         네 영혼으로부터 갑자기 자라나고,         네게서 갓 태어난 창백하고 푸른 민족의         자양분이 되기 위하여         네 속의 감추어진 것들은 바깥으로 되돌아 나온다.           검은 빛과 황금빛 속에 생겨나는 圓光의 노예 여인은         오 거대하고 풍요로우며 자석처럼 마음을 끌어당기나니         오만한 여인, 그녀가 갈구하여 얻는 그토록 생생한 피조물로         하여         꽃들은 풀이 죽고, 그녀는 슬픔으로 가득하다.                 [네루다] 스무 개의 사랑의 시, 그리고 절망의 노래 1           스무 개의 사랑의 시, 그리고 절망의 노래           스무 개의 사랑의 시             여자의 몸, 하얀 구릉, 하얀 허벅지,         너를 내어주는 모습은 꼭 이 세상을 빼어닮았구나.         우악스런 농사꾼 내 몸뚱이는 너를 파헤쳐         대지의 밑바닥에서 아들놈이 튀어나오게 한다.           터널처럼 나는 홀로였다. 새들은 내게서 도망쳤고         밤은 엄청난 침략으로 내게 쳐들어왔다.         내가 살아 남기 위해 너를 벼리었다 무기처럼,         내 활에 재어진 화살처럼, 내 投石機의 돌맹이처럼.           그러나 복수의 시간은 다가왔다, 그리고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다.         가죽의, 이끼의 갈증나고 단단한 젖의 몸.         아 젖가슴의 사발들! 아 넋나간 눈동자!         아 陰部의 장미들! 아 너의 느릿한 슬픈 음성!           내 여인의 몸이여, 나는 네가 상냥하길 고집하리라.         나의 목마름, 끝없는 나의 번민, 막막한 나의 行路여!         영원한 목마름이 계속되는 어두운 水路들,         끊이지 않는 피로, 그리고 한없는 고통.      [제  목] [네루다와의 대담]  羊과 솔방울                                  羊과 솔방울   파블로 네루다 - 로버트 블라이 대담.   - 당신의 시에는 엄청난 이미지들의 강이 범람한다. 로르카, 알레익 산드레, 바예호 그리고 에르난데스의 시에서와 마찬가지로 - 바로 시의 뿌리에서 솟는 시의 분출이다. 20세기에 가장 위대한 시가 스 페인어로 나타난 이유는 무엇인가?    그런 얘기를 미국시인한테서 듣는 건 아주 기분 좋은 일이라는 걸 우선 말해야겠다. 우리도 물론 열광하는 걸 좋아하지만, 우리는 아 직 대단한 게 없는 일꾼들이다. - 우리는 너무 비교를 해서는 안된 다. 스페인어 시에 대해 두 가지 다른 걸 얘기해야겠다. 16세기와 17세기 스페인 시는 위대했다. - 공고라, 케베도, 로페 더 베가 그 리고 다른 많은 거인들이 있다. 그런데 그후 3세기, 시가 없다 - 아 주 보잘 것 없는 시밖에는. 마침내 로르카, 알베르티, 그리고 알레익 산드레의 세대가 다시 큰 시를 썼다. - 그들은 그 작은 시를 극복 하고 솟아올랐다. 어떻게, 또 왜? 우리는 이 세대가 공화국으로서의 스페인의 정치적 각성, 잠자고 있던 위대한 나라의 깨어남과 때를 같이하는 세대라는 걸 기억하지 않으면 안된다. 문득 그들은 깨어나 는 사람의 모든 에너지와 힘을 갖게 되었다. 나는 그에 대해서 내 시 에서 얘기했는데, 어젯밤 포에트리 센터 에서 내가 낭독한 걸 당신은 기억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프랑코 일당이 반란을 일으켰다. 그건 많은 시인들을 추방하거나 죽였다. 미겔 에르난데스, 로르카, 안토니오 마차도한테 일어난 일들이 그것인데, 그들은 실로 20세기의 고전이었던 것이다.   남미에서의 시는 전혀 다른 문제다. 아다시피 우리 대륙의 나라들 에는 이름없는 강들, 아무도 모르는 나무들, 누구도 말한적이 없는 새들이 있다. 우리가 초현실적이 되는 건 쉬운 노릇인데 왜냐하면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은 새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 기로는, 우리의 의무는 들어보지 못한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유럽 에서는 모든게 그려졌고, 유럽에서는 모든게 노래되었다. 그러나 아 메리카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휘트먼은 위대한 선생이 었다. 휘트먼은 무엇인가? 그는 강렬한 의식이었을 뿐만 아니라 눈 뜬 사람이었다! 그는 모든 것을 보는 무서운 눈을 갖고 있었다 - 그는 우리한테 사물을 보는 걸 가르쳤다. 그는 우리들의 시인이었다   - 휘트먼은 확실히 북미의 시인들보다 스페인어권 시인들한테 더 많은 영향을 주었다. 왜 북미의 시인들은 그를 이해하지 못했을까? 영국의 영향 때문에 그랬을까?   아마, 아마 영국의 주지주의적 영향때문일 것이다. 또한 많은 미국 시인들은 휘트먼을 너무 거칠고 너무 원시적이라고 생각한 엘리오 트를 그냥 따른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 휘트먼 - 그는 복잡한 인간이며 그가 저일 좋은 건 그가 가장 복잡한 때이다. 그는 세상을 향해 열린 눈을 가지고 있었으며 또 그는 우리한테 시 와 다른 많은 것들에 대해 가르쳤다. 우리는 그를 대단히 사랑했다. 엘리오트는 우리한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는 아마도 너무 지적 이고, 우리는 너무 원시적인 모양이다. 그리고 누구나 어떤 길을 선 택해야 한다 - 세련되고 지적인 길이거나, 아니면 보다 형제답고 일반적인 길을 택해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끌어안으려고 한 다든지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려고 한다든지..........   - 그의 에세이에서 엘리오트는 전통에 주목했다. 그러나 당신 말씀 을 들으면 남미에는 실로 아무 전통이 없다는 얘기로 들리기도 한 다 - 아메리카에는 아무 전통이 없다 - 그리고 그 전통 결핍의 인 정이 사물을 열었다.............    그거 흥미있는 얘기다. 우리는 어떤 남미 시인들한테서는 아주 오 래된 사고방식과 표현방식의 흔적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얘기해야겠 다. 예컨대 바예호한테 있는 인디언적 사고방식 같은 게 그것이다. 세사르 바예호는 인디언 나라인 그의 나라, 페루의 아주 깊은 데서 유래한 어떤 걸 가지고 있다. 아다시피 그는 훌륭한 시인이다.  문학의 전통에 대해서 말인데, 우리는 어떤 전통을 가졌을까? 19세 기의 스페인 시는 아주 빈약한 시였다 - 미사여구에다 거짓되고  - 가장 나쁜 방식으로 후기 낭만주의적이었다. 그들 중에는 좋은 낭만 주의 시인이 없었다. 셀리도 없었고, 괴테도 없었다. 도대체 그런 시 인이 없었다. 도무지 없었다. 수사적이고 공허했다.   - 당신의 시는 사람들 사이의 애정의 비젼을 보여준다. 사람과 동 물 사이의 애정, 식물과 뱀들에 대한 연민, 그리고 인간과 그의 무 의식이 주고 받은 것...........대부분의 현대 시인들은 아주 다른 비젼 을 드러낸다.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글세, 나는 시의 종류를 구분한다. 나는 이론가는 아니지만, 나는 밀 폐된 방에서 씌어진 시를 한 가지의 시로 본다. 한 예로 말라르메를 들겠는데, 아주 위대한 블란서 시인이다. 나는 가끔 그의 방을 찍은 사진들을 보았다 ; 그 방들은 작고 아름다운 물건들 - 아바나코 - 부채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부채들에 대해서 아름다운 시를 쓰 곤했다. 그러나 그의 방들은 숨막히고, 커튼 천지이며, 공기가 통하 지 않았다. 그는 닫힌 방의 위대한 시인이며 새세계(미국을 가르킴) 의 많은 시인들이 이 전통을 따르는 것 같다 : 그들은 창을 열지 않은데, 당신을 창을 열 뿐만 아니라 창 밖으로 나가서 강과 동물과 맹수들과 더불어 살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우리나라의 라틴 아메리 카의 젊은 시인들한테 - 아마 이게 우리의 전통일 것이다 - 사물을 발견하라고 말하고 싶다. 바다에 들어가보고, 산에 들어가보고 모든 살아 있는 것에 다가가라고. 그리고 그런 엄청난 경이가 있는데, 어 떻게 생명에 접근하는 걸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이슬라 네그라의 아주 거친 바닷가에서 살고 있다 - 내 집이 거기 있다 - 그리고 나는 거기서 혼자 바다를 바라보거나 일을 하 는데 지치는 법이 없다. 나한테 그건 끊임없는 발견이다. 아마 내가 당신에 나라의 위대한 저술가 쏘로우나 그밖의 명상적인 작가들처 럼 19세기의 어리석은 자연 애호가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명상적이 지 않지만, 그러나 그건 시인의 삶의 아주 커다란 부분이라고 생각 한다.   - 당신은 많은 정치적 싸움터에서 싸웠고, 곰처럼 진지하게 그리고 확고하게 싸우고 있는데도, 톨스토이처럼 정치적인 문제에 사로 잡 히는 걸로 끝나지도 않았고 또 더 나빠지지도 않았다. 당신의 시는 점점 더 인간적이 되고, 애정 깊은 게 되어가는 것 같다. 그러한 걸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아다시피 나는 아주 정치적인 나라 출신이다. 싸우는 사람들은 대중 으로부터 대단한 지지를 받는다. 정치적으로 칠레의 모든 작가들은 좌익이다 - 그 점에는 거의 예외가 없다. 우리는 우리 국민들한테 지지받고 이해받았다고 느낀다. 그게 우리 마음을 아주 든든하게 하 며 우리를 지지하는 상당수의 사람들은 대단히 훌륭하다. 아다시피 칠레에서의 선거들은 일방적인 승리를 하거나 상대방은 아주 적은 득표를 할 뿐이다. 시인으로서 우리는 참으로 일반 국민과 접촉하는 데, 그러한 건 매우 드문 일이다. 나는 내 시를 우리나라 어디에서 나 낭독한다 - 모든 마을, 모든 도회지에서 - 여려해 동안, 그리고 그렇게 하는 걸 나는 내 의무라고 느낀다. 그건 싫증나고 귀찮은 일 이지만 그러나 부분적으로는 그것으로부터 정치에 대한 내 집착은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우리나라의 허구많은 불행을 보아왔 다. 내가 보는 가난 - 나는 그걸 외면할 수가 없다.   - 근년에 와서야 미국사람들은 남미 문학이 어떤 것인지 깨닫기 시 작했다. 그들은 여전히 그것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그 문제는 번역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북미의 작가가 더 많이 스페 인어로 번역되고 또 남미의 시와 문학이 영어로 번역될 필요가 있 다. 칠레의 펜클럽 대표가 그들이 만든 책 목록을 나한테 보여주었 다. 그 목록은 북미인들이 읽어야 할 백권의 기본적인 남미 작품을 담고 있다. 그들은 그런 계획에 대한 지원을 바라고 있고 펜대회 기 간 동안 자기들의 뜻을 알리려 하고 있다. 그건 좋은 생각이다. 펜 클럽이 그걸 지원할는지 어떨지 알 수 없으나, 누군가가 그 계획을 지원하지 않으면 안된다. 생각해보라 - 그 바예호의 작품이 미국에 서 번역이 된 일이 없다! 겨우 스무편의 작품이 당신네의 식스티스 프레스(Sixties Press)출판사에서 출판되었을 뿐이다   - 당신은 인류의 많은 적들 중에 신들이 있음을 믿게 되었다고 알 고 있다. 당신이 랑군에 있을 때 그러한 것을 처음 느꼈다고 말한 걸로 나는 안다. 그러나 시와 마찬가지로 신들도 인간의 무의식로부 터 나오는게 아닌가? 그렇다면 어떤 뜻에서 그들이 적인가?   처음에는 신들이 시와 마찬가지로 돕는다. 인간은 인간을 돕는 신을 만든다. 그러나 나중에 인간은 신들을 이기고 그리고는 파산한다.   - 당신한테 좋은 질문이 하나 있다. 당신은 지금까지 과연 살았다 고 생각하는가?   모르겠다........그렇게 생각하기보다는 - 더 생각해 보겠다!   - 톨스토이는 인간성 속에 새로운 의식이 기관처럼 발전해왔다고 말하면서, 정부들이 이 새로운 의식의 성장을 막으려하고 있다고 말 했다. 당신은 그게 사실이라고 생각하나?   일반적으로 정부들은 이 세계의 어디에서나 작가와 시인들의 정신 을 이해한 적이 없다. 그것은 우리가 고치고자 하는 일반적인 일이 다. 어떻게? 제작하고 씀으로써. 대중 앞에서 하는 강연이나 다른 강연들을 하는 걸 보니 당신들 미국 시인들은 훌륭한 일을 하고 있 다. 당신들은 당신이 말하는 그런 정신을 옹호함으로써 새로운 걸 깨닫게 하고 있다.   - 세사르 바예호는 초현실주의를 통해 싸우고 거기에 오랫동안 빠 져 있던 시기를 지나, 에서는 매우 인간적인 단순성에 이르렀다. 당신도 의 오랜 초현실주의 시기를 지나 의 단순성에 이르렀다. 당신들 두 사람 이 같은 길을 간 건 묘하지 않은가?    나는 바예호를 사랑한다. 나는 항상 그에 대해 감탄했고, 우리는 형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주 다르다. 특히 인종이 그렇 다. 그는 페루 사람이었다. 그는 진짜 페루 사람이고 나한테는 페루 사람이 뭔지 흥미롭다. 우리는 다른 세계에서 왔다. 나는 당신이 나 한테 한 말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는 당신이 우리 두 사람에게 접근하는 방식을 아주 좋아한다 - 다시 말해서 우리의 작품세계에 서 우리를 가까이 접근시킨 게 상당히 좋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보 지 못했다. 그거 좋다.   - 그와 함께 실내에 있을 때 그는 어떤 모습이었는가? 흥분하기 쉬 운 사람이었나 아니면 평온하고 생각에 잠겨있는(침울한) 사람이었 나?   바예호는 보통 아주 진지했고, 아주 근엄했고, 대단한 위엄을 가지 고 있었다. 그는 아주 높은 이마를 갖고 있었고 체구는 작았으며, 겅원한다고 할까 떨어져 있는 듯이 아주 서름서름했다. 그러나 친구 들과 같이 있을 때는 - 그가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도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와 있을 때는 그랬는데 - 행복해서 펄쩍펄쩍 뛰는 걸 보았다. 그러니까 나는 적어도 그의 두 가지 면을 알고 있다.   - 사람들은 라틴아메리카 시와 소설에서 많이 보이는 에 대해 자주 얘기한다. 그 란 정확히 무엇 인가?   바예호에게서 그것은 미묘한 사고방식, 직접적이 아니고 간접적인 표현방식으로 드러난다. 나한테는 그게 없다. 나는 카스틸랴 시인이 다. 칠레에서 우리는 인디언을 옹호하며 모든 남미 사람은 어느 정 도 인디언 피를 갖고 있는데, 나 또한 그렇다. 그러나 나는 내 작품 이 어느 모로도 인디언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에서 당신의 시는, 마치 검은 땅을 파들어가는 사람처럼, 절망 속으로 깊이깊이 파들어간다. 그 뒤 당신은 방향을 바꾸었고, 당신의 시는 더욱더 단순성을 향해간다. 그것은 스페인 내란이 사람들이 얼마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를 아주 분명하 게 보여준 데 그 일부 이유가 있는 것인가?     당신 그 얘기 참 잘했다 - 사실 그렇다. 아다시피 내가 과 2를 썼을 때 나는 인도에 살고 있었다. 나는 스물 하나, 스물 둘, 그리고 스물 세 살이었다. 나는 인도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있었는데, 그들을 나는 잘 몰랐고, 또한 내가 이해하지 못한 영국 사람들과도 떨어져 지냈는데, 그들 역시 나를 이해하지 못했으며, 그래서 나는 뚫고 들어갈 수 있는 흥미진진한 나라에 있었는데, 그 나라를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때가 나한테는 외로운 날들이요 세월이었다. 1934년에 나는 마드리드 주재 영사로 옮기게 되었다. 스페인 내란은 나로 하여금 더욱 보통 사람들 가까이 살도록 돕고 부추겼으며, 더욱 이해하고 더욱 자연스러워지도록 했다.  처음으로 나는 내가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걸 느꼈다.     - 릴케와 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당신이 그들을 공격하는 시를 쓴 이래 조금이라도 바뀌었는가?   그렇다. 일생 동안 나는 여러번 잘못했다는 걸 말해야겠다. 나는 독 단적이고 어리석었다. 그러나 내 생각의 흐름은 옛날과 다름이 없 다. 단지 과장 속에서 나는 잘못을 했는데, 왜냐하면 그는, 카프카가 위대한 소설가인 것과 마찬가지로, 위대한 시인이기 때문이다. 미안 하다. 그러나 모순들 - 사람은 삶이 진행해야만 그것들을 보며, 실 수를 한 뒤에야 그걸 안다.   - 많은 사람들이 오늘날 쓰여진 문학작품의 질이 30년 전에 씌여진 작품보다 떨어진다고 느끼고 있는데?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나?   아니, 그렇지 않다. 창조성은 두드러진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날 젊은 시인들의 작품에서 일찍기 보지 못한 수많은 새로운 형식들을 본다. 체험에 대한 두려움이 더 이상 없다. 전에는 틀을 깨는 데 대 한 커다란 두려움이 있었으나 인제는 그런 두려움이 없다. 그건 근 사한 일이다.   - 어떻게 해서 당신은 그런 체험의 두려움이 없는가?   두려움이 없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내가 젊었을 때 나는 구석에 몰린 쥐처럼 공포로 가득차 있었다. 내가 아주 젊은 시인이 었을 때 나는 비평가들에 의해 우리한테 강요된 모든 법칙들을 깨 는 걸 두려워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모든 젊은 시인들은 등장해서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한 다.   - 어떤 에세이에서 당신은, 당신이 어렸을 때 겪은 일로 당신의 시 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고 스스로 생각한 일에 대해서 썼다. 당신네 집 뒷뜰에 담이 있었다. 거기 뚫린 구멍으로 어느날 작은 손 이 당신한테 선물을 - 장난감 양을 하나 들이밀었다. 그리고 당신 은 집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그 구멍으로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물 건 - 솔방울을 건네주었다.   그래, 그 아이가 나한테 양을, 나무로 만든 양을 들이밀었다   - 그 일이 당신으로 하여금 만일 당신이 어떤 걸 인류에게 주면 당 신은 한결 더 아름다운 걸 받게 된다는 걸 이해하도록 했다고 말했 는데.   당신의 기억력은 대단하다. 그거 옳은 얘기다. 나는 어린 시절의 그 일에서 많은 걸 배웠다. 그 선물의 주고 받음 - 신비한 - 은 무슨 앙금처럼 내 속 깊이 자리잡았다.     * 이 대담은 1966년 6월 12일 뉴욕에서 이루어졌다.          - 스무편의 사랑의 시과 한 편의 절망의 노래 -    [제  목] 네루다에 관한 영화-일 포스티노                                 아름다운 한편의 시...`일 포스티노'       {아우슈비츠 이후에 시는 없다}고 선언했던 한 미학자는 {그렇다면 살아 남은 자는 무엇인가}하는 반문에 발언을 다시 주워담았다. 시란 인생과 동 격이라는 뜻일터.  [일 포스티노]는 살며 사랑하는 기쁨을 아는 자만이 시 인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칠레의 저명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필립 느와레)가 정치적 이유로  추방 당하자 이탈리아 정부가 망명처를 제공한다. 52년 네루다가 햇살이 눈부신 지중해 나폴리의 작은 섬에 도착하자 세계 각지에서 우편물이 날아오기 시 작한다.  우체국장은 네루다 전담 우편 배달원을 고용한다. 그래서 취직하 게 된 마리오(마시모 트로이지)는 글자나 겨우 읽는 가난한 어부의 아들. 마리오는 여자들이 네루다에게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는 네루다에게  말 을 붙이기 위해 노력한다.     {메타포가 뭐죠?} 마리오가 묻자 네루다는  {하늘이 운다는 것이 무엇이 냐}고 되묻는다. {비가 온다는 소리죠.} 은유가 느낌이라는 것을 배운  어 부의 아들은 마을 주점에서 베아트리체를 본 순간부터 시인을 꿈꾼다.     {꿈의 나비여, 너는 내 영혼을 닮았다. 너는 우수라는 단어를 닮았다.} 네루다의 시를 도용해 연애 편지를 보내고  네루다에게 지원 요청을  하던 마리오는 사랑에 깊이 빠져 자기도 모르게 시인이 되어간다.  {이 섬의 아 름다움에 대해 한마디 해보게.} 네루다가 말하자 마리오는 {베아트리체 루 소}라고 답한다.     이제 그는 시인이 될 자격을 갖춘 셈이다. 지겹게만 느껴졌던 섬 생활도 문득 돌아보니 아름다운 바다와 쏟아질 것 같은 별들로 가득차 있으며  바 람은 절벽을 쓰다듬고 파도는 크고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오는 것이  아 닌가.  마리오는 마침내 베아트리체와 결혼하고 네루다는 본국으로 돌아간 다.  선생님이 떠나자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 떠난줄 알았던 마리오는 그 를 통해 듣게 된 마을의 소리들을 녹음기에 담는다. 파도, 바람, 그물, 그 리고 베아트리체의 뱃속에 있는 아기의 심장소리.   지금까지 살며 사랑한 자기 세계의 소리를 담은 것이다. 비로소 관객들은 마리오가 진정한  시인 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돌아온 네루다가 마리오의 녹음 소리를 들으며 느 끼는 것도 세상의 수많은 마리오가 다 시인이라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살고 싶다}는  정현종의 시처럼 사랑하는 마음이 바로 시라는 것이 다.     마이클 랫포드 감독과 촬영 완료 다음날 지병으로 사망한 마시모 토로이 지는 놀랍게도 이 아름다운 서정시를 설명하지 않고 느끼게 해주는 영화적 감동을 안겨준다.    [제  목] 파블로 네루다의 詩 6편                                                        파업   돌아가지 않는 공장이 이상해 보였다. 공장 속의 고요, 두 행성 사이의 한 가닥 실이 끊어진 듯 기계와 사람 사이의 거리, 물건 만드느라 시간을 쓰던 사람이 손들의 不在, 그리고 일도 소리도 없이 휑한 방들, 사람이 터빈의 空洞들을 저버렸을 때, 그가 불의 팔들을 잡아뜯었을 때, 그리하여 용광로의 내부 기관이 죽었을 때, 바퀴의 눈을 뽑아내어 눈부신 빛이 그 보이지 않는 圓 속에서 꺼졌을 때, 크나큰 에너지의 눈, 힘의 순수한 소용돌이의 눈, 엄청난 눈을 뽑아버렸을 때, 남은 건 의미 없는 강철 조각 더미, 그리고 사람들 없는 상점들 안에 혼자 남은 공기와 쓸쓸한 기름 냄새, 그 파편 튀는 망치질 없으니, 아무것도 없었다. 엔진 덮개 외엔 아무것도 죽어버린 동력의 더미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오염돼 더러운 바다 깊은 데 있는 검은 고래처럼, 갑자기 外界의 쓸쓸함 속에 잠겨버린 산맥처럼.                     수수께끼   바닷가재가 그 금빛 다리로 짜고 있는 게 뭐냐고 당신은 나한테 물었다. 나는 대답한다. 바다가 그걸 알 거라고. 우렁쉥이가 그 투명한 방울(鍾) 속에서 무얼 기다리고 있느냐고 당신은 말한다. 그건 뭘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말한다. 그건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고, 당신처럼. 당신은 나한테 묻는다. 매크로씨스티스 앨거(해초)는 그 품 속에 누구를 안고 있는냐고. 연구해, 그걸 연구해봐, 어떤 시간에, 내가 아는 어떤 바다에서. 당신은 一角고래의 고약한 송곳니에 대해 묻고, 나는 그 바다의 一角獸가 어떻게 작살을 맞아죽는지 말하는 걸로 대답을 대신한다. 당신은 물총새의 깃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남쪽 조수의 맑은 샘에서 몸을 떠는 그 새의. 또는 카드에서 말미잘의 투명한 건축에 관한 의문을 발견하고 나더러 해명하라고 할 모양이지? 당신은 지느러미 가시의 電氣的 성질을 알고 싶어하지? 걸어가면서 부서지는 裝甲 종유석은? 아귀의 돌기, 물 속 깊은 데서 실처럼 뻗어가는 음악은?   바다가 그걸 안다는 걸 나는 당신한테 말하고 싶다, 그 보석상자 속에 들어 있는 생명은 모래처럼 끝이 없고, 셀 수 없으며, 순수하고, 그리고 피빛 포도 사이에 시간은 단단하고 반짝이는 꽃잎을 만들었고, 빛으로 가득찬 해파리를 만들었으며 또 그 마디들을 이어놓았고, 그 음악적인 줄기들을 무한한 眞珠層으로 만들어진 풍요의 뿔에서 떨어져내리게 한다.   나는 사람의 눈을 앞질러간, 그 어둠 속에서 쓸모 없이 된 빈 그물일 뿐, 삼각 기중기, 겁많은 오렌지 球體 위의 經度를 앞질러간 빈 그물,   나는 당신처럼 돌아다닌다, 끝없는 별을 찾으며, 그리고 내 그물 속에서, 밤중에, 나는 벌거숭이로 깨어난다, 단 하나 잡힌 것, 바람 속에서 잡힌 물고기 하나.              망각은 없다 (소나타)   나더러 어디 있었냐고 묻는다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돼서........."라고 말할밖에 없다 돌들로 어두어진 땅이라든가 살아 흐르느라고 스스로를 망가뜨린 강에 대해 말할밖에; 나는 다만 새들이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알고, 우리 뒤에 멀리 있는 바다에 대해, 또는 울고 있는 내 누이에 대해서만 알고 있다. 어찌하여 그렇게 많은 서로 다른 장소들이, 어찌하여 어떤 날이 다른 날에 융합되는 것일까? 어찌하여 검은 밤이 입 속에 모이는 것일까? 어째서 이 모든 사람들은 죽었나?   나더러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가진 것들 애기부터 할밖에 없다, 참 쓰라림도 많은 부엌 세간, 흔히 썩어버린 동물들, 그리고 내 무거운 영혼 애기부터. 만나고 엇갈린 게 기억이 아니다, 망각 속에 잠든 노란 비둘기도; 허나 그런 눈물 젖은 얼굴들, 목에 댄 손가락들,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그런 것; 어떤 날의 어두움은 이미 지나가고, 우리들 자신의 음울한 피로 살찐 어떤 날의 어두움도 지나가고.   보라 제비꽃들, 제비들, 우리가 그다지도 사랑하고 시간과 달가움이 이슬렁거리는 마음 쓴 연하장에서 긴 고리를 볼 수 있었던 것들.   허나 이빨보다 더 깊이 들어가지는 말고, 침묵을 싸고 껍질을 잠식하지도 말자, 왜냐하면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니까; 죽은 사람이 참 많고 붉은 태양이 흔히 갈라놓은 바다 제망이 참 많고, 배들이 치는 머리들이 참 많으며, 키스하며 몸을 감는 손들이 참 많고, 내가 잊고 싶은 게 참 많으니까.         소나타와 파괴들   그렇게도 많은 일을 겪은 뒤에, 그다지도 머나먼 거리를 지나온 뒤에, 어떤 왕국인지도 모르고, 어떤 땅인지도 모르는 채, 가련한 희망을 갖고 돌아다니고, 속이는 동료들, 수상한 꿈과 더불어 돌아다니고 나서, 나는 아직도 내 눈 속에 살아있는 단단함을 사랑한다. 말을 탄 듯이 내 심장이 뛰는 소리를 나는 들으며, 잠든 불과 황폐한 소금을 나는 물어뜯고, 밤이 되어 어둠이 짙고, 그리고 슬픔이 남몰래 움직일 때, 나는 내가 먼 야영자들의 기슭을 망보는 사람이라고 상상한다. 빈약한 방비로 돌아 다니는 여행자, 자라나는 그림자와 떨리는 날개 사이에 끼인, 그리고 돌로 만든 내 팔이 나를 보호하는 여행자.   눈물의 과학중에는 혼란스런 재단이 있으며 , 그리고 내 향기 없는 저녁 명상 속에서, 달이 사는 내 황폐한 침실 속에서, 내 식구인 거미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파괴들 속에서, 나는 내 잃어버린 자아를 사랑하고, 내 흠 있는 성격, 내 능변의 상처, 그리고 내 영원한 상실을 사랑한다. 습기찬 포도는 변색하고, 그 우중충한 물은 아직도 명멸하며, 여전히 우리와 함께 있다, 그리고 보잘 것 없는 유산과 무너질 듯한 집도. 누가 재의 儀式을 거행했는가?   누가 잃어버린 걸 사랑했으며, 누가 마지막 남은 걸 보호했는가? 아버지의 뼈, 그 죽은 배의 목재, 그리고 그 자신의 종말, 그의  날아감, 그의 우울한 힘, 불운했던 그의 神을? 그러니 나는 살아 있지 않은 것과 고통받고 있는 걸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내가 제시하는 비상한 증언 - 잔인할 만큼 효능 있고, 재에다 쓴 증언은 내가 좋아하는 망각의 방식이다, 내가 땅에 붙인 이름, 내 꿈들의 가치, 내 쓸쓸한 눈으로 분배한 끝없는 풍부함, 이 세계가 이어가는 나날들.           나는 기억한다 그 최후의 가을에..........     나는 기억한다 그 최후의 가을에 네가 어땠는지. 너는 회색 베레모였고 존재 전체가 평온했다. 네 눈에서는 저녁 어스름의 熱氣가 싸우고 있었고, 나뭇잎은 네 영혼의 물 속에 떨어지고 있었다.   나팔꽃처럼 내 팔 안에 들 때 네 슬프고 느린 목소리는 나뭇잎이 집어올렸다. 내 갈증이 타고 있는 경악의 모닥불. 내 영혼 위로 굽이치는 히아신스의 부드러운 청색.   나는 느낀다 네 눈이 옮겨가고 가을은 사방 아득한 것을 : 회색 베레모, 새의 목소리, 그리고 내 깊은 욕망이 移住하는 집과도 같고 내 진한 키스의 뜨거운 석탄처럼 떨어지고 있었던 가슴.   배에서 바라보는 하늘. 언덕에서 바라보는 평원 : 너를 생각하면 기억나느니 빛과 연기와 고요한 연못 ! 네 눈 너머로 저녁 어스름은 싸우고 있었고. 가을 마른잎은 네 영혼 속에 맴돌고 있었다.                   한 여자의 육체...   한 여자의 육체, 흰 언덕들, 흰 넓적다리, 네가 내맡길 때, 저는 세계처럼 벌렁 눕는다. 야만인이며 시골사람인 내 몸은 너를 파들어가고 땅 밑에서 아들 하나 뛰어오르게 한다.   나는 터널처럼 외로웠다. 새들은 나한테서 날아갔다. 그리고 밤은 그 막강한 군단으로 나를 엄습했다. 살아남으려고 나는 너를 무기처럼 벼리고 내 활의 화살처럼, 내 投石器의 돌처럼 벼렸다.   허나 인제 복수의 시간이 왔고, 나는 너를 사랑한다. 피부의 육체, 이끼의, 단호한 육체와 갈증나는 밀크! 그리고 네 젖가슴 잔들! 또 放心으로 가득찬 네 눈! 그리고 네 둔덕의 장미들! 또 느리고 슬픈 네 목소리!   내 여자의 육체, 나는 네 경이로움을 통해 살아가리. 내 갈증, 끝없는 욕망, 내 동요하는 길! 영원한 갈증이 흐르는 검은 河床이 흘러내리고, 피로가 흐르며, 그리고 가없는 슬픔이 흐른다.  
17    랭보 산문시 모음 댓글:  조회:3594  추천:0  2017-05-06
일뤼미나시옹 [ Les Illuminations ] 요약 프랑스 상징파 시인 랭보(1854~1891)의 산문시집. 구분 : 산문시집 저자 : 랭보 시대 : 1886년 본문 출처 : 두산세계대백과 EnCyber 원래는 ‘채색삽화(彩色揷畵)’를 의미한다. 1886년 처음으로 잡지 《보그:La Vogue》에 발표되었으며 제작 시기는 1872∼1875년으로 추정된다. 42편의 시적 산문으로 된 이 시집은, 시인은 창조자, 보는 자(voyant)로서 미지(未知)의 것의 탐구자여야 한다는 랭보의 생각을 나타낸 것으로, 언어의 연금술(鍊金術)에 의해 놀라운 이미지를 구성하였으며, 강렬하고 현혹적인 시적 우주를 개척하여 훗날의 초현실파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 이 시집에는 눈이 어지러울만큼 다채로운 이미지의 범람이 있다. 방랑의 소년시인 랭보가 삼라만상과의 우연한 해후를 그대로 언어의 영상(映像)으로서 정착시킨 듯한 느낌이 있으며, 이른바 보는 자로서의 그의 시경(詩境)의 가장 농밀(濃密)한 표현으로 평가된다.     문장   A. 랭보     이 세상에, 놀란 우리 네 개 눈에 검은 숲이 되고, 두 경건한 아이에게 해변이 되고, 우리 분명한 호감에 음악 있는 집 된다면, 나 그대를 찾으리. 지금 이곳에는 다만 "엄청난 호사"에 둘러싸인 조용하고 아름다운 고독한 노인만이 있기를. 난 그대 무릎 아래 잇네. 나 그대 추억을 몽땅 실현시켰기를, 그대 목을 조를 수 있는 여인이기를. 나 그대 질식시키리.   ──────   우리 아주 경건하니, 누가 물러서는가? 아주 쾌활하니, 누가 웃음거리 되는가? 우리 아주 심술궂으니, 우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잘 차려입어요. 춤추어요. 웃어요. 나는 결코 사랑을 창으로 보낼 수 없으리.   ──────   - 친구여, 거지여, 괴물 같은 아이야! 저 불행한 이와 노동자와 나의 곤궁은 그대와 상관없듯이. 그대 낼 수 없는 목소리, 그대 목소리로 우리를 사랑하라! 비루한 절망 속에 유일한 아첨꾼이네.   ...   7월의 어느 흐린 아침. 재 냄새가 하늘로 날아오른다. 아궁이에서 방울져 나오는 나무 냄새. 물에 차곡차곡 쌓인 꽃, 엉망이 된 산책로, 들판을 지나 운하에 내리는 이슬비. 장난감과 향은 왜 없는가?   ...   나는 종루에서 종루로 밧줄을 당겼다. 창에서 창으로 꽃 장식을. 별에서 별로 금빛 사슬을. 그리고 나는 춤춘다.   ...   높은 연못에서 끊임없이 김이 난다. 하얗게 지는 해 위에서 어떤 마녀가 서 있을까? 어떤 자줏빛 나뭇이이 떨어질까?   ...   공공의 깊은 바다가 우애의 축제 속에 흘러 들어가는 동안, 그는 구름 속에서 장밋빛 불길의 종을 울리고 있다.   ...   기분 좋게 먹 냄새를 풍기며 검은 화약이 조용히 내 지난밤 위로 비 내리듯 내린다. 촛대의 불길을 낮추고 잠자리에 든다. 어두운 곳으로 얼굴 돌리고 그대를 본다, 내 딸이여! 내 여왕이여!   도시   A. 랭보   난 덧없이 사라질 인간, 현대적이면서 꾸밈없이 대도시의 별로 불만이 없는 시민. 이미 알고 있는 냄새는 모두 도시 지도에서 멀리 가구와 집 외벽에서 빠져나갔기 때문. 여기 미신 기념물 흔적도, 당신은 지적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도덕도 언어도 가장 소박한 표현이 되었다! 자신을 알 필요도 없는 수많은 사람은 너무나 똑같이 교육과 직업과 늙음을 데리고 간다. 인생은 흔히, 어리석은 통계표가 대륙의 대중을 위해서 발견하는 것보다 길지 않은 게 틀림없다. 내 창 너머로 영원히 짙은 석탄 연기를 통해서 굴러가는 새로운 환영을 보듯이. 우리 숲 어둠이여, 우리 여름밤이여! 내 조국이고 내 온 마음인 시골집 앞에 새로운 복수의 신을 본다. 여기 모든 것 이것과 닮았으므로, 우리 딸이고 하녀인 눈물없는 죽음, 절망적인 사랑, 예쁜 범죄, 이들이 거리 진흙에서 울고 있으니.   야만인 A. 랭보   여러 날이, 여러 계절 지난 뒤에, 사람과 나라를 거친 뒤에, 북극 꽃과 바다 비단(이것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위로 피 흘리는 고기로 만든 정자(亭子). 영웅주의의 낡은 팡파레를 다시 생각한다, 아직 우리 가슴과 머리를 공격한다. 옛날 암살자들과는 멀리 있으면서. 오! 북극 꽃과 바다 비단(이것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위로 피 흘리는 고기로 만든 정자. 감미로움이여! 서리를 동반한 돌풍으로 내리를 불길, 감미로움이여! 우리 위해 영원히 석탄 같은 땅 속에서 다이아몬드 바람으로 솟구쳐 비처럼 내리는 불길, 오 세계여! (낡은 은둔과 낡은 불길에서 멀리 있으면서, 우리는 듣고 느낀다.) 불길과 거품, 음악, 심연은 길을 바꾸고, 하늘에서 얼음 조각이 부딪친다. 오! 감미로움이여, 오 세계여, 오 음악이여! 형태, 땀, 머리카락, 눈, 이 모든게 떠 있다. 또 끓어오르는 하얀 눈물, 오, 감미로움이여! 북극 화산과 동굴 바닥에 닿은 여자 목소리. 정자...   역사적인 저녁 A.랭보   예컨대, 어느 저녁에, 경제적 공포에서은퇴했따고 생각하는 순진한 여행자가 있는데, 어느 스승의 손이 풀밭에 있는 클라브생을 울린다. 사람들이 연못 깊은 곳에서 카드 놀이를 한다. 연못은 여왕과 귀여운 아가씨 불러오는 거울. 지는 해 위로, 성자와 베일과 조화의 아들과 전설적 채색이 있다. 그는 사냥꾼과 유목민이 지나가는 길에 몸을 떤다. 코미디가 잔디밭의 간이 무대에서 물방울을 흘린다. 가난한 자와 약자는 어리석은 지도 위에! 의존적인 그의 비전에, 독일은 달을 향해 차곡차곡 쌓아 올라간다. 타타르 사막은 환하게 빛난다. 중국 중앙에서 오랜 반란이 들끓는다. 돌층계와 왕의 의자를 지나서, 창백하고 평탄한 작은 세계인 아프리카와 유럽이 곧 건설되리. 그 다음에 알려진 어둠과 바다의 발레, 가치없는 화학, 불가능한 멜로디. 여객선이 우리를 어디로 내려놓든지 온갖 곳에 부르주아 마술이 있다! 가장 초보적인 물리학자도 느낀다, 이제 개인적인 기분에 따르는 게 불가능하다고. 육체적 회한의 안개, 그 검증이 이미 고뇌임을. 아니다. 한증막, 거친 바다, 지하에서 일어난 대화재, 날려보낸 유성, 합리적인 말살, 이 모든 순간이 있다. 성서와 운명의 여신이 거의 악의없이 지적한 확실한 일이다. 이는 성실한 존재가 지켜볼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전설의 영향은 아니리!   막다른 곳 A. 랭보   현실은 내 위대한 성격에는 너무 가시가 많아. 그래도 난 내 여인 집에 있었네. 그녀 커다란 회청색 새 되어 천장 쇠시리로 비상하여 저녁 그림자 속으로 날개를 끌고 가네. 난 잇몸은 보랏빛에 털은 슬픔으로 백발이 된 뚱뚱한 곰이었네. 두 눈은 장식장의 수정과 은을 바라보네. 그녀의 탐나는 보석과 걸작품인 그녀의 육체를 받치는 덮개 아래 있네. 모든 것 그림자되고 불타는 수족관 되었네. 아침에, 싸우기 좋아하는 6월의 새벽에, 나 당나귀 되어, 비애를 외치고 휘두르며 들판을 달렸네. 변두리에 사는 사비나가 내 가슴에 뛰어들어왔을 때까지.   평범한 야상곡 / Nocturne vulgaire A.랭보   한번의 숨결이 칸막이에 오페라 같은 균열이 나게 하고, - 부식한 지붕의 선회(旋回)를 흐릿하게 하고, - 화상(火床: 부뚜막)의 한계를 지워버리고, - 격자창을 보이지 않게 한다. - 포도나무를 따라 하수관에 발을 올려 놓고, - 나는 이 마차 안으로 내려갔다. 이 마차의 고통스러움은, 볼록 면의 유리, 불쑥 내민 판자, 울퉁불퉁한 긴 의자 등이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내 외로운 잠의 영구마차, 내 어리석은 짓 때문에 목인의 집인 짐마차는 사라진 큰길 위를 달려간다. 또 오른쪽 유리의 갈라진 틈 속에는 달의 창백한 영상, 잎, 유방이 선회한다. - 아주 짙은 녹색과 청색이 영상(l'image)을 사로잡는다. 자갈의 한 점 언저리에서 말들을 마차에서 떼어낸다. - 여기서 신호로 피리를 불까? 폭풍의 도래를 알리기 위해, 소돔(Sodomes) 같은 거리들에도, - 소림(Solymes) 같은 거리들에도, - 맹수들에게도 그리고 군대에게도. - (몽상의 마부와 동물들은 더없이 답답한 큰 수림 아래를 또 달리기 시작할까? 비단의 샘 속에 나를 눈까지 잠기지 않기 위해) - 그리고 밀려드는 물결과 펼쳐진 숲속을 지나 흥분을 느끼는 우리들을 보내며, 개들이 짖어대는 소리에 쫓겨 달리는 것이다. - 한 번의 숨결이 화상(火床)의 한계를 지워버린다.   철야 / Veillees A.랭보   1   그것은 잠자리와 목초지 위에서 밝게 비춰지고 열도 없고 초췌함도 없는 휴식.   친구. 그것은 치열하지도 않고 약하지도 않은 친구.   연인. 그것은 괴롭히지도 않고 괴로움을 당하지도 않은 친구.   조금도 추구되지 않은 대기와 세계. 인생.   - 대체 그것이 이렇단 말인가?   - 그리고 몽상은 깊어져가는 것이다.   2   빛이 거대한 배의 돛대로 돌아온다. 홀의 양쪽 끝은 하찮은 장식이지만 거기서 조화의 상승이 서로 만난다. 밤샘하는 자의 맞은편 벽면은 띠모양을 한 장식의 단면과 대기의 띠와 지질학적 우발사건의 심리적 연속. - 모든 겉모습 속에 있는 온갖 기질의 사람들이 갖춘 감상적인 집단의 강렬하고 신속한 몽상.   3   밤. 철야의 램프와 융단은 선체를 따라, 또 고물 언저리에서 물결의 울림을 일으킨다.   철야의 바다는 '아멜리'의 유방 같다.   중천까지는 여러 개의 벽걸이, 에머럴드 색조의 레이스 잡목림, 거기에 철야의 산비둘기들이 날아든다.   검은 화덕판, 모래톱의 진짜 태양, 아아! 마법의 우물이다. 지금은 다만 새벽의 광경뿐.   고뇌 / Angoisse   가 나로 하여금 줄곧 좌절되고 있는 야심을 사면하게 한다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 - 안락한 결말이 적빈의 시대를 보상한다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 - 언젠가 성공했다고 하여, 그것은 우리들의 숙명적인 무능함이라는 치욕을 베개삼아 우리들을 잠자게 한다는 일이?  (오오, 종려! 다이아몬드! - 힘이여! - 모든 기쁨과 영광보다도 높게! - 만난(萬難)을 물리치고 도처로, - 운명의 신이여, - 여기의 이 존재의 을! 즉 나를!)  과학적 몽한주의 우발사의 사회적인 우애의 운동이 원초적 자연과 자유의 점진적 복귀로서 사랑을 받는다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들의 마음을 부드러워지게 하는 는 자기가 우리들에게 맡기는 것과 놀고 있으라, 아니면 더 이상한 것으로 있으라고 명령한다.  상처투성이가 되더라도 권태의 대기와 바다를 넘어, 고통은 있어도, 살인적인 파도와 대기의 침묵 속을, 조소하는 고문을 당하건, 그 무섭게 물결치는 정적을 뚫고 달려가자.   A. 랭보   미개인 / Barbare    나날과 사계절 뒤, 사람들과 나라들의 뒤를 돌아,  북극의 바다와 꽃들(그런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다)의 비단 위에 선혈이 떨어지는 고기의 깃발.  옛날의 암살자들을 뒤로 하고 - 여전히 우리들의 마음과 머리를 공격하는 - 영웅주의의 낡은 팡파레로 다시 부름을 받았다.  오오! 북극의 바다와 꽃들(그런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다)의 비단위에 선혈이 떨어지는 고기의 깃발 감미로움이여!  빙화의 돌풍과 함께 내리 쏟아지는 화로, - 감미로움이여! - 우리들을 위해 영원히 탄화되는 땅의 핵심 속으로 다이아몬드의 바람으로 분출되어 비처럼 내리는 불길,  - 오오, 세계여!  (들리고 냄새를 풍기는 낡은 은둔, 낡은 불길을 뒤로 하고)  화로와 거품, 음악, 심연의 선회와 얼음덩어리의 별에의 격돌.  - 북극의 화산과 동굴바닥에 도착한 여자의 목소리와,  깃발...   A. 랭보   염가판매 / Solde    유태인들조차 판 적이 없는 것. 귀인도 죄인도 맛본 적이 없는 것. 저주받은 사랑과 민중의 지옥 같은 성실함이 알지 못하는 것, 때로 학문도 인식할 수 없는 것을 팔아 주리라.  가 또 회귀하고 있다. 합창과 교향악의 모든 힘의 우애에 넘친 각성과 그것들의 즉각적 전념이 우리들의 감각을 해방하는 유일한 기회다!  모든 혈통, 모든 사회, 모든 성별, 모든 후예를 넘어서 값을 매길 수도 없는 를 파는 것! 일투족마다 분출하는 풍요로움! 다이아몬드의 무제한의 염가판매다!  민중에는 무정부상태를 파는 것, 우수한 애호가들에게 억제할 수 없는 포만을. 신심이 깊은 사람들과 연인들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죽음을. 파는 것.  보금자리와 이민을, 스포츠와 몽환경과 완벽한 인식을, 또 울림과 움직임과 그것들이 이루는 미래를 파는 것!  계산의 적용, 미증유의 조화의 도약을 파는 것, 의심할 수 없었던 진귀한 물건과 말과 직접적인 소유,  보이지 않는 장려함과 느껴지지 않는 환희에의 상쾌함을 벗어난 무한의 비약 - 어떤 결함으로서도 미칠듯이 기쁜 그의 비법 - 군중에는 무서운 그의 쾌활함을.  목소리, 의심할 바 없는 끝없는 호사, 다른 데서는 절대로 팔지 않는 를 팔아주리라. 팔 사람들에겐 아직도 싸게 파는 물건이 남아 있다! 여행을 더날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일찍 주문하지 않아도 된다!   A. 랭보   노동자/Quvriers A. 랭보 오오, 2월의 이 무더운 아침. 때아닌 '남풍'이 우리들의 어처구니 없는 적빈한 자의 추억과 우리들의 젊음의 비참함을 환기하러 왔다. 앙 리카는 흰색과 갈색의 바둑판 무늬 면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그것은 전세기에 누군가 입었던 것이 틀림 없었다. 리본이 달린 햇볕가리개 모자를 쓰고, 비단스카프를 두르고 잇었다. 그것은 정말 상복보다도 슬프다. 우리는 교외를 한바퀴 돌고 갔다. 하늘은 흐려있어 남풍이 황폐한 정원과 메마른 목초지의 모든 역겨운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그것은 나의 아내를 나만큼이나 틀림없이 피로하게 하지 않았을게다. 지난달, 시냇물의 범람으로, 상당히 높은 오솔길에 생긴 물구덩이에서 그녀는 아주 작은 물고기가 있는 것을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거리는 연기와 직조기계 소리로 무척 멀리까지 우리를 쫓아오는 것이었다. 오오, 또 하나의 다른 세계, 하늘과 나무 그늘에 축복되는 보금자리여! '남풍'은 내게 회상토록 해주었다. 소년기의 비참한 일, 여름의 거듭되는 절망, 운명이 항상 내게서 멀어진 힘과 학문의 무서운 양을, 그렇다! 우리는 이렇게 궁색한 나라에서 여름을 보내지는 않으리라. 여기서는 우리가 영원히 약혼한 고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젠 이 굳어진 팔로 '사랑스런 모습'을 데리고 갈 수는 없는 것이다.   밤샘 ㅡ 랭보   그건 환한 휴식, 열기도 피로도 없이, 침대위, 혹은 풀밭위에서 그건 친구, 열렬하지도 시시하지도 않은, 친구 그건 연인, 고통을 주지도 받지도 않은, 연인 찾아오지 않은 대기와 세계, 삶 -그것일까? 꿈은 깊어만 간다.   갑(岬)(1)/Promontoire                                  A.랭보 황금빛 새벽과 전율하는(2) 초저녁이, 이 새벽 하늘의 제단과 부속 건물의 정면에서 우리들의 작은 범선을 옆으로 발견한다. 그것은 에피로드(l'Epire)와 펠로포네스(Peloponnese) 반도만큼 넓거나, 일본의 큰 섬 만큼, 혹은 아라비아 반도만큼이나 넓은 하나의 갑을 형성하고 있다!(아테네에서 행한) 엄숙한 종교행사 행렬의(3) 귀환이 피쳐주는 신전(4), 현대 해안의 방어의 끝없는 조망(5), 뜨거운 꽃들(6)과 박카스 축제(7)로 색채가 선명한 모래언덕, 카르타고의 대운하와 분명치 않은 베네치아인 듯한 도시의 '제방'(8), 에트나(Etnas) 화산의 부드러운 분화(9)와 빙하의 꽃과 물의 크레파스(10), 독일의 포플라에 둘러싸인 세탁장, '일본의 나무'의(11) 머리가 숙어지게 하는 기묘한 공원의 사면(12), 스카보로(Scarbo)(13) 혹은 브루클린(Brooklyn)(14)의 '로이얄'혹은 '그랜드'(15)의 원형의 정면. 이탈리아와 미국의 아시아의 건조물 중에서 가장 우아하고 규모가 큰 것의 역사 속에서 이 '호텔(Hotel)'(16) 안에 선택된 설비(17)를, 그들의 철도는(18) 측면을 방비하고 파고 앞으로 불쑥 나오게 한다. 지금 호텔의 창문과(19) 테라스에는 조명과 술과 풍부한 미풍이 넘쳐 있으나, 거기는 길손과 귀족의 정신으로 열려져 있어,-새벽 동안 내내 '궁전=갑'(20)의 정면을 희한하게, 해안의 타란텔라(21)의 모든 것에 장식한 것을 허용한다. -또 예술의 이름 높은 계곡의 소악장조차도.   1) 이상과 같은 열거는 새벽의 절정까지의 전개를 동지중해에서 대서양 끝까지의 여러지역의 속성에 의해 그린 점묘법식 그림이다. ①신전을 비추는 사절단-그리스 이오니아섬들(구름)을 비춘다. ②해안의 방어-동지중해에서 주홍빛을 분출시키는 수평선 ③뜨거운 꽃들과 박카스 축제의 모래 언덕-(붉은꽃, 횃불, 모닥불) ④카르타고의 제방-(튜니지아) 상승하는 광선. ⑤베네치아의 제방-(이탈리아 북동부): 상승하는 광선 ⑥에트나-(시실리아섬): 주홍빛 수평선과 구름. ⑦빙하의 크레파스-(스위스.알프스): 균욜 모양의 푸른 하늘 ⑧포플라에 둘러싸인 세탁장-(독일): 원형의 푸른 하늘 ⑨공원의 사면-(스위스.알프스): 붉은 광선 ⑩스카보로, 브루클린-호텔의 정면(영국과 미국): 동쪽 하늘의 전체의 빛나는 구름. 2) '전율하는(frissonnante)': 피에 젖은 주홍빛의 환기. 3) '종교행사의 행렬': 새의 무리와 대상들의 무리처럼 새벽빛의 상승을 표현하고 있는 듯함(그리스의 이오니아섬들) 4) '신전': 지중해 연안에 있는 섬들의 신전과 성채를 환기. 5) '끝없는 욕망': 주홍빛으로 불타는 수평선을 동쪽(새벽빛)에서의 빛의 폭격으로 치환한 것 같음. '새벽=전투'의 이미지임. 6) '뜨거운 꽃들(chaudes fleurs)': 주홍빛의 치열한 빛. 7) 박카스 축제: 밤새도록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는 이 제전에서의 횃불과 모닥불의 연상. 8) "카르타고의 대운하와... 베네치아인 듯한 도시의 '제방': 희고 길게 뻗어 상승하는 새벽의 광선인 듯함. '색체가 선명한 모래언덕'에 연결되는 '제방'이고 보면 '장미와 오렌지의 모래 위에', '수저의 한길이 교차했다'고 하는 의 첫머리의 시구와 똑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9) '부드러운 분화': 새벽=부드러운 분화임. 동쪽하늘에 구름과 함께 있는 주홍빛을 연상해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10) "빙하의 꽃과 물의 크레파스": 'de+fleurs', 'de+eaux'는 '붉은 색과 황금 색', '보라빛과 푸른색'을 나타내며 '빙하의 크레파스'는 수정색으로 빛나는 하늘을 뜻함. 11) '일본의 나무': 소나무. 고개를 숙이게 하는 나무. 일본적이며 풍속화에 자주 나옴. 12) 기묘한 공원의 사면: 고개를 숙인 소나무를 연상 시킨다. 13) 스카보로: 바르게는 Scarborough임. 런던 북방 약 3백킬로미터 떨어진 요크셔 구릉의 북쪽. 북해 연안. 14) 브루클린: 롱 아일랜드에 있는 뉴욕시의 한 구역. 15) '위풍당당한(Royal)' ' 큰(ground)': 호텔의 이름을 형용사 '로얄', '그랜드'로 쓰고 있다. 16) '호텔': autel(제단), 즉 하늘을 상징. 17) 선택된 설비: 신전, 요새, 모래언덕 18) 그들의 철도(leurs railways): 정면의(leurs) 철도. 정면이 동쪽 하늘. 철도는 새벽 광선의 서진을 나타냄. 19) 호텔 창문: 동쪽 하늘. 20) '궁전=갑': 환상적 새벽하늘. 21) 타란텔라: 남이탈리아 지방의 가락이 빠른 노래와 춤. '해안의 타란텔라': 새벽의 푸른 하늘에 격렬하고 밝은 빛의 음악성을 나타냄.   다리들   A.랭보 수정의 잿빛 하늘. 다리의 괴상한 데생. 이쪽 몇 개는 수직으로, 저쪽 몇 개는 둥글게 구부러져 있고, 다른 다리는 첫째 다리와 각도를 이루어 하강하거나 교차해 있다. 더구나 이런 이미지는 운하의 빛나는 다른 회로 속에 재현되지만 모든 것이 그토록 길고 가벼움므로, 여러 개의 돔을 받치고 있는 강기슭은 낮아지고 작아진다. 이런 다리 중의 약간은 여전히 초라한 오두막을 받치고 있다. 이밖의 몇 개는 돛대와 신호 등대와 연약한 난간을 받치고 있다. 단조의 화음이 교차하여 뻗어나가 현악은 제방에서 오른다. 붉은 저고리가 뚜렷이 보이지만 어쩌면 다른 의상과 악기도 보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대중가요 인가, 영주의 저택에서의 연주회의 단편인가, 공적인 찬가의 여운인가? 물은 회색이고 푸르고, 바다의 팔처럼 넓다. -한 가닥의 흰 광선이 하늘의 높이에서 내려와 이 연극을 지워버렸다.   헌신 A.랭보   나의 수녀 루이즈 바낭 드 보랑겡에게. -북해로 향해진 그녀의 푸른 수녀의 모자. -파선당한 사람들 때문. 나의 여동생 레오니 오브와 다쉬비에게. 바우 -날개 소리가 나는 역한 냄새의 여름풀. -어머니들과 자식들의 열 때문. 륄뤼, -악마에게 -그녀의 '여자친구'의 시대와 자기의 불완전한 훈련의 기도소에의 기호를 보전했다. 남자들 때문, 마담에게. 나의 지나간 청춘에게. 은둔인가 사명인가, 그 거룩한 노인에게. 빈민들의 심령에게. 또 어떤 고위의 성직자에게. 여하튼 어떤 회고적 예배의 자리. 어떤 사건에 있어서도 순간의 동경에 따라, 혹은 우리들 자신의 중댇한 결함에 따라, 귀의해야 할 어떤 예배건 간에. 오늘 저녁은 물고기처럼 기름지고 붉은 밤의 10개월처럼 붉게 채색된 높은 빙산의 시르세토에게, -(그녀의 마음은 호박과 불길)-밤의 영역처럼 말이 없고, 이 주지의 카오스 보다도 격렬한 무훈에 앞서는 나의 유일한 기도를 위해. 무엇을 걸고서라도 모든 대기권에서, 형이상학적 여행에서조차. -하지만 더 '그때'를. 수소/H A.랭보 모든 기괴한 것이 오르탕스의 흉악한 거동을 침해한다. 그녀의 고독은 정욕적 기동력, 그녀의 권태는 사랑의 역학, 원초기의 감시아래서 그녀는 엄청나게 많은 여러 시대에 여러 종족의 치열한 위생학이었다. 그녀의 문은 비참함을 향해 개방되어 있다. 거기서는 현재의 사람들의 도덕이 그녀의 정념 혹은 움직임 속에 해체한다. -오오, 피에 젖은 대지의 빛나는 수소 속에 새로운 사랑의 무서운 전율! 오르탕스를 찾아내라.   노동자/Quvriers A. 랭보 오오, 2월의 이 무더운 아침. 때아닌 '남풍'이 우리들의 어처구니 없는 적빈한 자의 추억과 우리들의 젊음의 비참함을 환기하러 왔다. 앙 리카는 흰색과 갈색의 바둑판 무늬 면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그것은 전세기에 누군가 입었던 것이 틀림 없었다. 리본이 달린 햇볕가리개 모자를 쓰고, 비단스카프를 두르고 잇었다. 그것은 정말 상복보다도 슬프다. 우리는 교외를 한바퀴 돌고 갔다. 하늘은 흐려있어 남풍이 황폐한 정원과 메마른 목초지의 모든 역겨운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그것은 나의 아내를 나만큼이나 틀림없이 피로하게 하지 않았을게다. 지난달, 시냇물의 범람으로, 상당히 높은 오솔길에 생긴 물구덩이에서 그녀는 아주 작은 물고기가 있는 것을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거리는 연기와 직조기계 소리로 무척 멀리까지 우리를 쫓아오는 것이었다. 오오, 또 하나의 다른 세계, 하늘과 나무 그늘에 축복되는 보금자리여! '남풍'은 내게 회상토록 해주었다. 소년기의 비참한 일, 여름의 거듭되는 절망, 운명이 항상 내게서 멀어진 힘과 학문의 무서운 양을, 그렇다! 우리는 이렇게 궁색한 나라에서 여름을 보내지는 않으리라. 여기서는 우리가 영원히 약혼한 고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젠 이 굳어진 팔로 '사랑스런 모습'을 데리고 갈 수는 없는 것이다.   ...........[청춘]......... ..공감   1.        일요일 일거리를 옆에 밀어놓으면 추억의 방문과 율동의 대소동과 하늘로부터의 불가피한 침입이, 주거지와 머리의 정신세계를 점령한다. - 한 필의 말이 교외의 경마장을 도망쳐, 탄소의 페스트에 둟려서 경작지와 식림지를 향해 질주해간다. 드라마의 비참한 여자 한 사람이 세계의 어딘가에서 가망이 없는 단념을 갈망하고 있다. 자포자기한 무범자들은 폭풍과 도취와 상처에 괴로워하고 있다. 아이들은 강가에서 저주의 말을 억제한다. - 민중 속에서 모으고 상승하는, 몸을 들볶는 작품의 울림을 들으며 또 연구를 시작하자. 3. 20세 교훈적인 목소리는 멀어져 버리고 있고..... 육체의 솔직함은 견디기 어려울만큼 가라앉고 있다 ........ -아다지오, -아아! 청춘의 무한한 에고이즘, 근면한 낙관주의, 이 여름에 이 세상은 얼마나 꽃들로 넘쳐 있었던가! 대기와 형상이 죽어간다...... - 합창을, 무력함과 부재를 달래기 위해! 밤의 멜로디의 유리의 합창을..... 실로 신경은 신속하게 쫓아갈 것이므로 4. 무제 너는 지금도 여전히 앙투안의 유혹에 빠져있다. 어중간한 열성적 오락, 순진하게 오만한 버릇, 쇠약과 두려움. 그러나 너는 이 일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조화적이고 건축적인 모든 가능성이 너의 주위를 술렁거릴 것이다. 완벽하고 뜻밖의 존재가 너의 경험에 몸을 내어밀 것이다. 너의 주위에는 옛 군중과 안락한 호사에의 호기심이 꿈꾸듯이 몰려들 것이다! 너의 기억력과 감각은 다름 아닌 너의 창작적 충동의 거름이 될 것이다. 네가 나가면 세계는 어떻게 되어버릴까! 어떻게 되건 외관 중에 아무것도 실제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보톰/Bottom A.랭보 나는 위대한 기호에는 너무 지나친 형극에 넘쳐 있는 현실.-그러나 나는 천장의 가장자리로 비상(飛翔)하여 초저녁의 그림자속에 날개를 끄고 커다란 회청색의 새로서 마담 의 집에 있었다. 그녀가 열애하는 보석과 육체적 걸작품들을 지탱하는 천개(天蓋)아래서는 연한 보랏빛 잇몸과 슬픔의 흰 모피의 큰 곰, 두 눈은 연주대 위의 수정과 은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 것이 그림자가 되고 치열한 물통이 되었다. 아침,-전투같은 6월의 새벽. -당나귀인 나는 나의 비애를 불고 휘두르며 들판을 달렸다. 교외의 사비나(Sabines)의 여자들이 내 가슴에 뛰어 들어왔을 때까지.   역사의 황혼/Soir historique                                 A.랭보  길손이, 자기 자신을, 순박하고 현대의 경제적 참혹함에서는 은퇴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 어느 황혼에는, 어떤 거장의 손이 목초지의 크라브생(피아노의 전신)에 생기를 주고, 여왕들과 귀여운 아가씨를 환기시키는 거울인, 늪의 바닥에서는 트럼프 놀이가 행해지고, 석양 위에는 성녀들과 베일과 조화의 현(絃), 그리고 전설같은 색무늬가 있다.  추격하는 사람들과 여러 부족의 통행에 그는 전율한다. 희극이 잔디밭의 무대 위에 물방울을 떨군다. 그리고 그 어리둥절하게 하는 평면 위에는 가난뱅이와 약자의 당혹!  속박된 그의 환상에서는 독일은, 달들을 향해 형성된다. 타타르의 사막은 밝게 비쳐진다. 중국의 중앙지역에는 옛날과 같은 반란이 준동한다. 돌층계와 팔걸이 의자를 거쳐 창백하고 평탄한 작은 세계, 아프리카와 유럽이 이윽고 솟으리라. 그 다음에 바다와 밤의 무용, 가치도 없는 화학, 그리고 불가능한 멜로디.  우편선이 우리들을 내려 놓을 곳에는 어디든지 같은 시민적 미술! 가장 초보적인 물리학생 이라도, 이 개인적인 분위기에 그 증명이 이미 비탄인 것 같은, 육체적 희한의 안개, 이것에 스스로 복종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느끼고 있다.  그렇구 말구! 한증막의 그 순간, 거친 바다의 순간, 지하실 대화재의 순간, 격분한 유성의 순간, 절멸의 필연적 순간, 성서와 노르느(Nornes)에 의해서도 조금도 악의를 품지 않고 지적된 확실한 것이 허용된다고 생각된다.-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적설적 효과는 아닐 것이다!   움직임/Mouvement A.랭보 벼랑 위에 강이 낙하하는 우곡의 움직임, 배의 후미에 (바다의)심연, 난간의 신속함, 조류의 거대한 변덕, 이것들이 미증유의 빛과 화학적 새발견 속에, 계곡과 해류의 물기둥에 둘러싸인 길손들을 이끈다. 그것은 개인의 화학적 재산을 구하는 세계의 정복자들; 스포츠와 안식은 그들은 함께 여행한다. 그들은 데리고 간다. 혈통과 계급과 동물의 훈련을, 이 배 위에 휴식과 눈부심 홍수 같은 빛에 비춰져서, 연구의 무서운 밤에로 왜냐하면 화려함, 피, 꽃들, 불길, 보석속에서의 잡담과 도주하는 이 강변에 흔들린 계산에 의한 -수력으로 움직이는 가로 저편에 둑처럼 달려가 기괴하게 끝없이 빛나는- 그들의 연구의 축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환희와 발견과 영웅주의에 쌓여 쫓겨간다. 가장 놀라운 대기의 우발적인 변화 앞에서, 젊은 부부는 아마 주위에 단 둘뿐. -옛날의 만행은 용서될까?- 노래하고 항해한다.   바다그림 A.랭보 은과 구리의 수레들- 강철과 은의 뱃머리들- 거품을 휘젓고,- 가시덤불의 그루터기를 들어올린다. 황야의 조류들, 그리고 썰물의 거대한 수레바퀴 자국들, 원을 그리며 동쪽으로 길게 뻗친다, 숲의 기둥들 쪽으로,- 모퉁이가 빛의 소용돌이에 부딪히는 부두의 방파제 쪽으로.   왕의 존엄성/Royaute A.랭보 어느날 아침 매우 조용한 인민의 거리에서 공중을 앞에 두고 위풍당당한 남자와 여자가 외치고 있었다: 고 그는 웃으며 몸을 떨고 있었다. 그는 친구들에게 ?시(?示) 에 대해, 끝나버린 시련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몸을 기대어 황홀해져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주홍빛 장막이 집들 위에 솟은 아침 내내, 왕과 왕비였으므로. 오후 내내 그들은 거기서 종려나무 정원 쪽으로 갈 것이리라.   출발/Depart A.랭보 충분히 보았다. 환상은 어느 하늘에도 존재했다. 충분히 소유했다. 거리들의 소란은 황혼에도, 햇빛 아래서도 항상 존재한다. 충분히 알았다. 생의 정지다.-오오,과 온갖 이여! 새로운 애정과 소요속으로 떠나자!   퍼레이드/Parade A.랭보 매우 강건하고 우스운 녀석들. 몇 사람인가는 당신들의 세계를 개척했다. 필요없기 때문에, 그들은 자기 능력과 당신들의 정신에 관한 그들의 경험을 사용하는 데, 조급하게 서두르고 있지 않다. 얼마나 성숙한 어른들인가! 여금밤처럼 빨강과 검정, 3색 금빛 별들이 흩어진 강철색의 멍청한 두 눈, 이그러진 얼굴, 납빛 얼굴, 쾌활하고 쉰 목소리! 낡은 옷을 입은 사람들의 형편없는 걸음걸이! - 젊은이도 몇 사람 있지만 - 도대체 그들은 어떻게 지휘관을 -바라볼까- 울컥거리는 듯한 목소리를 하고 위험한 방편을 몇 가지인가 가지고 있따. 그들은 혐오스런 옷장식을 이상하게 걸치고 거리에 배후에서 자극을 주기 위해 파송되어 온다. 오오, 미친듯이 찌푸린 더없이 강렬한 파라다이스! 당신들의 탁발승과 우스꽝스런 다른 연극과 비교하는 것은 그만두기 바란다. 악몽에 대한 취미를, 간직하고, 즉석 의상을 입고 비탄의 가락, 불량배와 영적인 (?)신들의 비극이야기와 종교가 조금도 그렇지 않았던 것처럼 상연한다. 중국인, 호텐토트족, 집시, 바보, 하이에나, 모코로인, 비실거리는 얼간이, 불길한 악마가 되어 그들은 속어와 각자의 모국어와 짐승같은 동작과 에정이 뒤섞는다. 그들의 신작 연극과 이라는 노래를 부를지도 모른다. 유랑 곡예사이 그들은 장소와 인물을 변형하여 매력적인 희극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두 눈은 불타고 피가 노래하며 뼈는 느슨해지고 눈물과 붉은 실이흐른다. 그들의 냉소, 그들의 공포는 한 순간이건 여러달이 걸리건 지속한다. 나만이 이 야만적인 퍼레이드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   도취의 아침 A.랭보 오오, '나의' 선이여! 오오, '나의' 미! 조금도 비트적거리지 않는 잔인한 팡파레! 몽환적인 받침대여! 미증유의 작품과 놀라운 육체를 위해, 최초의 새벽을 위해! 만세! 그것은 아이들 의 웃음소리 아래 시작되어 그들에의해 끝날 것이다. 이 독은 팡파레가 멀어지고 우리가 이전의 부조화에 다시 끌려와도 우리들의 혈맥 전체에 남아 있을 것이다. 오오,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그와 같은 고문에 얼마나 당당한가! 열심히 모으자. 창조된 우리들의 육체와 영혼에 다짐된 이 초인적인 약속을, 이 약속, 이 광기! 이 우아함, 이 학문, 이 격렬! 우리가 자신의 매우 깨끗한 사랑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사랑은 윌에게 선악의 나무를 어둠에 매장해버릴 수 있도록, 저항할 수 없는 성실함을 추방하도록 허락해주었따. 그것(새벽)은 어떤 불쾌감으로 시작되었으나 끝난다. -당장 우리들이 이 영원성으로부터 포착할 수 없으므로 -그것은 향기의 발산으로 끝난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여, 노예들의 조심스러움이여, 처녀들의 준엄함이여. 이 세상 사람과 사물의 두려움이여, 그대들은 이 불면으로 지난날의 추억에 의해 성화 되기를, 그것은 아주 야비하게 시작되고있었으나, 지금 바로불길과 얼음의 천사들로, 도취와 새벽 성녀여! 아무리 그것이 우리들에게 그대가 씌워준 가면탓에 지나지 않더라도, 윌들은 그대에게 단언한다. 질서여! 우리는 그대가 어제의 우리 시대를 영과스러운 것으로 해주었음을 잊지 않는다. 우리는 독을 믿는다. 날마다 우리는 자신의 삶의모든것을 그대에게 바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암살자'의 때가 왔다.   미의 존재 A. 랭보 눈 앞에서 키가 크고 아름다운 존재, 죽음의 휘파람과 소리 없는 노랫소리는 마치 환영처럼, 열렬히 사랑하는 육체를 상승시키고 넓혀서 그렇게 한다. 주홍빛과 검은 상처자국들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육체 속에서 작렬한다. 생명의 고유한 빛깔이 짙어지고 춤추며 대 위에서 '환상'의 둘레는 벗어난다. 전율이 상승하여 포효한다. 이같은 효과의 격렬한 홍취에 소멸한 휘파람과 목이 수니 음악이 겹친다. 세계는 그것들을 우리들의 배후 멀리 아름다운 어머니 위에 던지고-어머니는 물러가 일어선다. 오오, 우리들의 뼈는 새로운 사랑의 육체 옷을 또 입는다. ◇ 오오, 잿빛이된 얼굴, 방패 모야의 헝클어진 머리, 수정의 팔! 수목과 희박한 대기의 혼전 사이를 빠져나가 덤벼들어야 할 대포.   대홍수 후 a.랭보 대홍수라는 관념이 가라앉은 후, 한 마리의 토끼가 생푸엥과 흔들리는 방울꽃 속에서 발을 멈춰 거미줄 너머로 무지개를 향해 언제나처럼 기도를 드렸다. 오! 오! 숨겨져가는 보석들. -이미 바라보고 있는 꽃들. 지저분한 큰 길에는 판매대가 설치되었다. 배는 판화에 흔히 있듯이 파도에 끌려갔다. 푸른 수염 속에서는 피가 흘렀다. -도살장에서, -투기장에서 -거기서는 신의 인장이 창문을 푸르게 했다. 피와 젖이 흘렀다. 해리는 세웠다. '마자그랑 커피'는 북부 프랑스의 카페에서 김을 올렸다. 아직도 반짝이는 유리창이 달린 큰집 안에서, 상복을 입은 어린이들은 놀랍게도 아름다운 광경을 바라보았다. 문 여는 소리가 달칵 났다. -그리고 농가의 광장에서 어린이가 바람개비와 종루의 닭을 흉내내어 그의 팔을 사방으로 휘둘렀따. 눈부신 소나기 아래서. 마당은 알프스 봉우리에 피아노를 설치했다. 미사와 최초의 성체배령이 대성당의 무수한 제단에서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카라반은 출발했다. 그리고 장엄 호텔은 극점의 얼음과 밤의 카오스 속에 세워졌다. 그 후 달은 백리향(탱)나무가 있는 사막에서 나칼들이 짖어대는 것을 들었다. -나막신을 신은 에그로그가 과수원 안에서 수근거리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연한 보랏빛으로 움이 튼 큰 나무에서 우카리스 나뭇소리가 나에게 '봄'이라고 알렸다. 솟아라, 늪이여-거품이여, 다리 위와 숲 밑에서 흘러라,-검은 담요와 오르간들-빛과 천둥이여,-오르라,흐르라-물과 비애여, 오르라, 홍수를 높게 올려라. 왜냐하면 홍수가 사라져버린 뒤에는, -오오! 숨겨져가는 보석 피어버리고 있는 꽃들!-그런 것은 따분하다!-유약을 바르지 않고 구워 만든 항아리 속에 불을 피우는 여자 마법사인 여왕(마녀)은 결코 우리들에게, 그대가 알고 있고, 우리가 모르는 일을 얘기해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므로.     철야 a.랭보 1 그것은 잠자리와 목초지 위에서 밝게 비춰지고 열도 없고 초췌함도 없는 휴식. 친구. 그것은 치열하지도 않고 약하지도 않은 친구. 연인. 그것은 괴롭히지도 않고 괴로움을 당하지도 않은 친구. 조금도 추구되지 않은 대기와 세계. 인생. .... 대체 그것이 이렇단 말인가? ... 그리고 모상을 깊어져가는 것이다. 2 빛이 거대한 배의 돛대로 돌아온다. 홀의 양쪽 끝은 하찮은 장식이지만 거기서 조화의 상승이 서로 만난다. 밤샘하는 자의 밪은편 벽면은 띠모양을 한 장식의 단면과 대기의 띠와 지질할적 우발사건의 심리적 연속.-모든 겉모습 속에 있는 온갖 기질의사람들이 갖춘 감상적이 집단의 강렬하고 신속한 몽상. 3 밤. 철야의 램프와 융단의 신체를 따라, 또 고물언저리에서 물결의 울림을 일으킨다. 철야의 바다는 '아멜리'의 유방 같다. 중천 까지는 여러 개의 벽걸이, 에메랄드 색조의 레이스 잡목림, 거기에 철야의 산비둘기 들이 날아든다. 검은 화덕판 건너의 벽, 모래톱의 진짜 태양, 아아! 마법의 우물이다. 지금은 다만 새벽 광경뿐.   이야기                                    A.랭보 어느 군주가 저속한 해사를 오직 완성미로서 지금까지 전력했던 일에 자존심이 상해져 있었다. 그는 사랑에 의한 놀라운 변혁이 일어날 것을 내다보고 있고, 하늘과 사치로 장식할 그런 하찮은 허영의 마족보다 더 자기의 부인들쪽이 훨씬 좋지 않을까 하고 전부터 의아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진실을 보려 했고 보질적인 욕망과 만족의 시간을 보려 했다. 아무리 그것이 빗나간 신앙심이건 아니건 간에그는 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는 적어도 인간으로서는 상당히 큰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를 알고 있는 여자들은 모두 살해되었다. 얼마나 무서운 미의 동산의 황폐였던가! 칼을 받으면서도 여자들은 그를 축복했다. 그는 새로운 여자들을 살해하도록 명령하지는 않았따. -여자들은 또 나타났다. 군주는 사냥과 주연을 벌인 후 주기를 따른 자들을 몰살했다. -모두 그를 따라왔다. 그는 호사한 동물들을 학살하며 즐겼다.-여러 곳의 궁전을불질렀다. 사람들을 습격하여 그들을 도살했다.-군중, 황금빛 지붕, 훌륭한 짐승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파괴에 도취할 수 있을까? 잔악함으로짊어질 수 있을까? 인민은 불평을 말하지 않았다. 아무도 그의 시선을 되돌아보지 않았다. 어느 저녁 때 그는 위세 당당하게 말을 질주시키고 있었다. 도저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미에서 한 '정령의 신'이 모습을 나타냈다. 그의 표정에서, 그의 몸짓에서, 다양하고복잡한 어떤 사랑의 약속이생기고 있었다! 필설로 다할 수 없는, 견디기 어렵기까지 한 어떤 행복의약속이! 군주와 정령의 신으 틀림없이 본질적인 건강 속에서 무로 변했을 것이다. 어째서 그들은 죽을 수 없었을까? 따라서 그들은 함께 죽은 것이다. 그러나 이 군주는 자기 궁전에서 흔히 있는 나이에 서거했다. 군주는 정령의 신이었다. 정령의 신이 군주였다. 우리들의 욕망에는 재치있는 음악이 결여되어 있다.   하나의 이성(理性)애                                A.랭보 북위에 그대의 손가락의 일격은 모든 소리를 퉁겨내며 새로운 조화를 시작한다. 그대의 일투족, 그것은 새로운 사람들의 소집이며 그들의 진군이다. 그대의 얼굴을 돌아다보면 새로운 사랑! 또 돌아다보면-새로운 사랑. "우리의 운명을 바꾸시오, 큰 재앙을 거르시오. 그때로부터 시작하도록, 이 어린이들이 그대에게 노래 부른다. 우리의 운명과 우리의 기원의 질료가 있는 어디에서나 높이시오" 그들이 그대에게 부탁한다. 영원의 토착, 그대는 도처에 가버리리라. *하나의 이성: 날마다 도래하여 도처에 번져가는, 즉 새벽빛(의식)을 의미(빛시간=의식)   삶                                       A.랭보 1 오오, 신성한 나라의 거대한 가로수 길들이여, 사원의 테라스들이여! 나에게 잠언서를 설명해준 바라문 스은 어떻게 되었는가? 그 당시 그쪽의 늙은이들까지도 아직 내 눈에 보이고 있고나! 내 어깨에 놓인 전원과 후추투서잉의 평야에 서 있는 우리들의 애무의 손을 그리고 큰 강을 향한 은과 태양의 시간들을 나는 되새긴다. -주홍빛 비둘기 무리의 비상이 내 사고의 주변에서 울린다.-여기 유배의 몸이 되어 나는 모든 문학 속의 극적인 걸작을 연출해야 할 한 장면을 소유해 버렸다. 나는 당신들에게 미증유의 풍요로움을 보일지도 모른다. 나는 당신들이 찾아낸 보물의 역사를 지켜본다. 나의 예지는 혼돈 만큼이나 경멸당한다. 당신들을 기다리는 망연자실 상태에 비해 나의 무(無)란 대체 무엇일까? 2 나는 모든 선배들보다 아주 다른 가치인ㅆ는 발견가이다. 사라으이 열쇠같은 것을 찾아낸 음악가이기도 하다. 현재 소박한 하늘이 계속되는 시큼한 전원의 신사인 나는 구걸을 한 소년기와 시작 학습생 시절과 나막신을 신고 (파리에)도착했을 떄의 일을 되새기며 마음을 북돋아보려고 한다. 여러 번의 논쟁과 대여섯번이나 되는 독신생활, 몇 번의 결혼과 그때마다 나의 완고한 머리는 동료들의 장단에 맞추는 것을 방해했다. 나는 내가 옛날에 즐겼던 멋진 유쾌함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이 시큼한 전원의 소박한 하늘의 공기는 무척 강하게 견뎌내기 어려운 회의를 양육한다. 그러나 이 회의는 이미 더 쓸모없고, 더욱이 나는 새로운 어려움에 몰두하므로 -나는 심술궂은 광인이 되기를 기다린다. 3 12세때 갇힌 다락방에서 나는 세계를 알고 인간희극에 삽화를 넣었다. 어느 지하의 술 창고에서 역사를 배웠다. 북쪽의 어느 거리에서의 어느 밤의 축제에서 옛날 화가들이 그린 모든 여자들을 만났다. 파리의 어느 낡ㅇ느 통로에서 고전학문을 배웠다. 동양 전체에 둘러싸인 어느 장려한 주거에서 나는 나의 장대한 저작을 완성해 버리고 저명한 은둔생활을 했다. 나는 나의 피를 뒤섞었다. 나에게는 다시 나의 의무가 맡겨져 있다. 이제 그런 일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나는 정말 사후의 존재, 사명은 없다.   소년기                                                             A.랭보 1 눈은 검고 머리는 황색, 친척도, 신하도 없으며 신화보다도 고귀한 멕시코 및 플랑드르들의 이 우상, '그녀'의 영지는 오만한 청색과 녹색, 배의 그림자도 없는 파도를 넘어 용맹하게도 그리스, 슬라브, 켈트의 각 언어로 이름지어진 여러곳의 해안에 이른다. 숲의 가장자리에, -몽상의 꽃들은, 종처럼 울리어 진도아며 비추인다. -목초지를 적시는 밝은 홍수 속에서, 무릎을 포개고 있는 분홍빛 입술의 소녀, 그 소녀의 나신을 그늘지게 하고 빛이 가로질러가 무지개와 꽃과 바다에 분사의 옷을 입힌다. 바다를 향한 테라스 위에서 선회하는 부인들, 녹청색의 이끼 속에서 귀엽고 거대하며 굉장한 흑인 여자들, 숲과 서리가 녹을 때 작은 뜰의 비옥한 흙에선 보석들-젊은 어머니들과 큰 딸들, 그녀들의 눈동자에는 순례자들과 술탄의 왕비들, 거동도 의상도 권위적인 공주들과 이국의 소녀들, 감미롭게 불행한 사람들이 가득 비치고 있다. 얼마나 권태로운가? '친밀한 육체'와 '친밀한 마음'의 순간이다. 2 장미나무 뒤에 있는 죽은 소녀, 바로 그녀이다.-살해된 절은 어머니가 층계를 내려온다.-사촌형의 사륜마차는 모래 위에서 외친다.-동생(그는 인도에 있다!)은 석양을 앞에 두고 붉은 카네이션 목초지에 있다.-정향꽃이 피는 성벽 속에 곧게 매장된 노인들. 황금잎의 무리들이 장군의 집을 둘러싼다. 그들은 남국에 있다. -아무도 없는 텅빈 오베르즈(주막)에 도착하려면 붉은 길을 가는 것이다. 성운 팔려고 내놓고 있다. 덧문은 열려있따. -사제는 교회의 열쇠를 가져다 버렸다. -공원 주위에는 보초병들의 집들이 빈 채로 서 있다. 울타리가 너무 높아보이는 것은 살랑거리는 나뭇가지뿐, 그러나 그 안에는 볼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수탉도 없고 대장간의 망치소리도 울리지 않는 농촌의 작은 마을에 목초지가 또 솟아오른다. 수문이 열린다. 오, 여러 개의 십자가들, 사막의 풍차, 섬들과 건초더미들! 마법의 꽃들은 붕붕소리를 내고 있었다. 벼랑이 그것을 고이 흔들고 있었다. 신화적인 우아함을 찬양하는 동물들이 선회하고 있었따. 큰 구름이 여러개 뜨거운 눈물의 영원성으로 생긴 앞바다에 모여 있었다. 3 숲에 한마리의 새가 있다. 그 노래가 당신을 멈추게 하고 당신 얼굴을 붉어지게 한다. 울리지 않는 큰 시계가 있다. 흰 동물들의 둥우리가 있는 늪지가 있다. 하강하는 대성당과 상승하는 호수가 있다. 잡목림속에 버려진 한 대의 작은 마차가 있다. 혹은 리본으로 장식되어 오솔길을 달려 내려오는 한 대의 작은 마차가. 의상을 입은 작은 배우들의 일행이 있어, 숲의 가장자리를 지나가는 가로에 보인다. 마지막으로 허기와 갈증을 느낄 때 당신을 뒤쫓아오는 누군가가 있다. 4 나는 테라스 위에서 기도하는 성자다.-팔레스티나의 바다에까지 풀을 뜯어먹으러 가는 평온한 짐승들처럼. 나는 어두운 빛깔의 안락의자에 앉은 학자. 나뭇가지들과 비가 서재의 격자 창문을 두드린다. 나는 소인들의 숲속에서 외로운 큰길을 가는 보행자. 여러 수문의 소란스러움이 나의 발소리를 없앤다. 나는 오랫동안 석양의 우수에 넘친 노란 알카리성 용액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앞바다에 돌출한 방파제 위에 버려진 어린아이인지도, 끝머리가 하늘에 닿은 오솔길을 따라가는 작은 하인인지도 모른다. 오솔길은 걷기가 힘들다. 구릉은 가시투성이인 금잔화로 덮혀 있다. 대기는 움직이지 않는다. 새들과 샘은 얼마나 멀리 있는가. 깊어가는 [밤은] 오직 세상의 종말뿐일 수 있다. 5 마침내 시멘트의 선이 돋아져 있는 흰 석회벽의 무덤이 나에게 대여되기를-지하 훨씬 멀리에 나는 책상에 팔꿈치를 세우고 있다. 램프 빛이 아주 선명하게 신문과 흥미 없는 책들을 비추이고 있다. 신문같은 것을 읽다니 나도 바보같지만. 내 지하방 위에 상당한 거리를 두고 집들이 늘어서고 안개가 낀다. 진흙은 빨강, 또는 검정 괴물같은 거리. 끝없는 밤! 그리 높지 않은 곳에 하수구가 있다. 사방에는 지구의 두꺼운 밀도뿐 어쩌면 검푸른 심연, 불의 샘인지도 모른다. 달과 유성, 바다와 우화가 만나는 것은 어쩌면 이런 평면에서인지도 모른다. 비애의 시간에 나는 스스로가 사파이어와 금속의 구체라고 상상한다. 나는 침묵의 거장이다. 환기창같은 것이 궁륭의 일각에 창백해지는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을까?    지옥의 계절 [ 地獄-季節, Une Saison en Enfer ] 요약 프랑스의 시인 J.A.랭보(1854~1891)의 대표적인 시집. 구분 : 시집 저자 : J.A.랭보 시대 : 1895년 본문 출처 : 두산세계대백과 EnCyber 등 10편의 산문시로 되었다. 1873년 4~8월에 원고를 써서, 브뤼셀에서 출판하려고 했다가, 500부를 찍어 내어, 견본을 몇 부 받았을 뿐, 출판을 단념하고 말았다. 랭보가 죽은 후 1895년에 정식으로 간행되었다. 순진무구한 영혼을 주체 못하는 시인의 ‘심리적 자서전’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한편 추상적인 표현 배후에는 베를렌과의 동성애의 갈등이라는 구체적인 체험이 분명히 깔려 있다. 1873년 7월 10일, 브뤼셀에서 베를렌이 랭보를 피스톨로 저격한 사건 전후에 걸쳐 쓰인 것을 생각하면 그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불순과 오욕에 가득 찬 시인의 내면 풍경을 지옥으로 그려내고, 그와 동시에 그 내면의 위기 끝에 어쩌다가 보인 미래에의 전망을 노래하였다. 독신(瀆神)과 저주의 언어를 섞으면서 시구(詩句)의 격조는 높고 힘차다. 순수에의 갈망과 지옥에 떨어지는 슬픔이 교착되는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즉물적(卽物的)인 미학(美學)의 세계인 《일뤼미나시옹:Illumination》에 대해, 랭보의 세계의 윤리적인 극점(極點)을 이루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독특한 감각영역을 개척한 이 시집은 프랑스 상징주의의 최대 걸작의 하나로서, 초현실주의 이후 20세기의 시에 많은 영향을 주어, 그의 이름을 문학사상 불후의 것으로 만들었다.   지옥에서 보낸 한철---서시 A.랭보 예전에,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나의 삶은 모든 사 람들이 가슴을 열고 온갖 술이 흐르는 축제였다. 어느 날 저녁, 나는 무릎에 아름다움을 앉혔다. 그 런데 가만히 보니 그녀는 맛이 썼다. 그래서 욕설을 퍼 부어주었다. 나는 정의에 대항 했다. 나는 도망쳤다. 오. 마녀들이여, 오 비참이여, 오 증오여, 내 보물들은 바로 너희들에게 맡겨졌다. 나는 마침내 나의 정신 속에서 인간적 희망을 온통 사라지게 만들었다. 인간적 희망의 목을 조르는 완전한 기쁨에 겨워, 나는 사나운 짐승처럼 음험하게 날뛰었다. 나는 사형집행인들을 불러들여, 죽어가면서, 그들의 총 개머리판을 물어 뜯었다. 나는 재앙을 불러들였고, 그 리하여 모래와 피로 숨이 막혓다. 불행은 나의 신이었 다. 나는 진창속에 길게 쓰러졌다. 나는 범죄의 공기에 몸을 말렸다. 그리고는 광적으로 못된 곡예를 했다. 하여 봄은 나에게 백치의 끔찍한 웃음을 일으켯다. 그런데, 아주 최근에 하마터면 마지막 소리를 낼 뻔했을 때, 나는 옛 축제의 열쇠를 찾으려고 마음먹 었다. 거기에서라면 아마 욕구가 다시 생겨날 것이다. 자비가 그 열쇠다. 이런 발상을 하다니, 나는 꿈 꾸어왔나 보다. '너는 언제까지나 하이에나이리라, 등등......', 그토 록 멋진 양귀비꽃으로 나에게 화관을 씌어준 악마가 소 리지른다. '너의 모든 욕구들, 너의 이기심, 그리고 너 의 큰 죄업들로 죽음을 얻으라' 아! 나는 그것들을 실컷 맞이했다. 하지만, 친애하 는 사탄이여, 간청하노니, 눈동자에서 화를 거두시라! 하여 나는 뒤늦게 몇몇 하찮은 비열한 짓을 기다리면 서, 글쟁이에게서 묘사하거나 훈계하는 역량의 부재를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내 악마에 들린 자의 수첩에서 이 흉측스러운 몇 장을 뜯어내 덧붙인다.   가장 높은 탑의 노래 A.랭보 오라, 오라, 황홀한 시간이여. 얼마나 참았나 내 영원히 잊었네. 공포와 고통도 하늘 높이 날아가버렸고 위험한 갈증이 내 혈관 어둡게 하네. 오라, 오라, 황홀한 시간이여. 내맡겨진 망각에 더러운 파리떼 기운차게 웅웅거리는데 향과 가라지를 키우고 꽃피우는 들판처럼 오라, 오라 황홀한 시간이여. 나는 사막, 불타는 과수원, 시들은 상점, 미지근한 음료를 사랑했다. 나는 냄새나는 거리를 기어다녔고, 눈을 감은 채, 불의 신, 태양에 몸을 바쳤다. 오! 주막 공동변소에 취한는, 날벌레여! 서양지치 식물을 그리워하며 한 가닥 광선에 녹는 날벌레여!   불가능/L'impossible                                             A.랭보 아- 나의 소년시절의 -저 생활. 일년 내내 거리를 헤매고 다녔고, 초자연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절식을 하고 거지 중의 상거지보다도 더 이욕에 초연하였고, 고향도 없고 친구도 없는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었다. 생각하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을까. -그리고 나는 이제야 겨우 그것을 깨달았다!-내가 저 사나이들을 경멸하는 것은, 옳은 일이었다. 우리의 여자들의 정결과 건강에 기생하여 단 한번의 애무의 기회라도 놓치지 않으려 하고잇었던 저 사나이들을 경멸한 것은 하기야 오늘에 와서는 여자들이 우리와 죽이 딱 맞는다는 일은 절대로있을 수 없지만. -나는, 나의 모든 경멸에 있어서 옳았었다. 왜냐하면 나는 이처럼 도망치고 있으니까! 나는 도망친다! 내 그 설명을 하리라. 어제도, 나는 이런 한숨을 쉬었다. "제기랄! 이 지상에도 이만큼 고약한 놈들이 수두룩하면됐지! 나도 벌써 꽤 오랜 동안 놈들의 동아리였다! 나는 모든 놈들을 다 알고이따. 우리들은 언제나 인식이 그러고도 서로 미워한다. 애덕이란것을 우리들이 알 까닭이 없다. 하지만 우리들은 예절은 바르다. 우리들과 세상과의 사귐 역시 아주 잘 되어 있다." 이것은 놀라운 일인가? 세상인가! 장사꾼이랑, 우직한 친구들이야! -우리는 아무것도 명예를 더럽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선택된 자들은, 어떤 모양으로 우리를 맞이할 것인지? 한데 세상에는 엉뚱하고 기분이 좋은 그런 상대방이란 것이 있다. 이런 자들은 가짜 선량들이야. 그 까닭은 우리들이 이런 상대와 가까워지려 하는 것은, 뻔뻔스럽게 뱃장을 부리거나 아니면 굽실거려야만 되기 때문이다. 선택된 놈이란 이런 친구들 뿐이야. 그러니까 상냥한 놈들은 아니야! 꾀죄죄한 이성이 내게로 돌아와서-그것은 순식간에 사라져 없어지지만-나의 이 갖가지 불쾌는 자기들이 서구에 잇다는 것을, 일찌감치 생각에 넣어두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거기에 깨달음이 가는 것이다. 서구의 늪지여! 이것은 그 빛이 바랬다던가, 그 형식이 쇠퇴하였다던가, 그 운동이 착란하였다던가, 그런 따위를 내가 생각하고 잇다는 뜻ㅅ이 아니라... 좋다! 지금 내 정신은 동양의 종언 이래로, 인간 정신이 입어 온 모든 참혹한 발전을, 결연히 한몸이 받아들이려고 소망하고 있다... 내 정신이 그처럼 소망하고 있다! ... 꾀죄죄한 내 이성은 이것으로 끝장이다! -정신이 권위를 떨치고 있어서, 그것이 나에게 서구에 있기를 소망한다. 내가 전에 소망한 것과 같은 결과를 부치기 위해선, 그 정신을 침묵케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는 순교자의 영광을, 예술의 광휘를, 발명가의 교만을 약탈자의 열정을 악마녀석에게 주어버렸다. 나는 동양으로, 저 원초적이면서 영원한 예지로 돌아갔다.-지금은 그런 일도 조잡한 안일의 꿈과 같이 생각된다. 그런데 나는 근대의 갖가지 고뇌를 피하는 기쁨같은 것은 거의 생각도 못했다. 나는 코란의 절충적인 예지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나 저 과학의 선언 이래로 그리스도교가, 인간이, '스스로를 희롱'하며, 뻔한 것을 자기에게 증명해 보이고, 그것들 증명을 되풀이하고 즐거움으로 부풀어, 아마도 이렇게밖에 살 방도가 없다고 하는 그 자체야말로 참다운 형벌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조밀하게 꾸며진 어리석은 고문이다. 나의 정신적인 방황의 원천이다. 자연인들 이래 가지고는 아마 지루하겠지! 프뤼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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