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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나라서 뛰고 싶었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06년1월25일 08시22분    조회:8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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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06.01.23 18:22:19] “2002 한-일월드컵 때 한국팀 정말 많이 응원했다. 이탈리아와의 16강전 때는 (감격에 겨워) 울면서 응원했다.” 피는 진했고, 동포에게 남과 북은 없었다. 북한 국적의 재일동포 ‘미남’ 축구스타 안영학 (28)이 2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파크 하이얏트호텔에서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와 1년 계약으로 정식 입단식을 했다. 북한 국적으로는 2001년 량규사(당시 울산 현대 입단)에 이어 2호다. 2002년 재일조선인총연합(총련)계 김명휘가 성남 일화에 입단했으나 한국 국적을 얻어서 들어왔다. 둘은 모두 2군리그에서 뛰었고, K리그에서는 1경기도 뛰지 못하고 돌아갔다. 일본 도쿄도에서 태어난 안영학은 차별 심했던 청소년기를 거쳤고, 남북으로 갈린 할아버지의 나라인 조국 앞에서 북한을 국적 국가로 택했다. 그러나 핏줄의 경계는 없었다. “한-일월드컵 때 줄곧 텔레비전을 보면서 한국을 응원했고, 그 때 남한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많은 분들이 공항까지 나와 환영해주니, 그 고마움은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 때문인지 안영학은 “(할아버지 고향이 있는) 한국 프로축구 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해 100%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J리그에서 4년간 뛰어왔지만, K리그도 쭉 관찰해왔다. “K리그의 유명한 선수는 다 안다. 박지성 이천수 박주영도 많이 봤다. K리그가 J리그보다 육체적·정신적으로 강한 것 같다.” K리그 데뷔라는 1단계 꿈을 이룬 안영학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축구선수로서 유럽에 진출하고, 더 나아가 월드컵 무대에 서고 싶다.” 그는 “기술적인 측면이나 축구환경에서 일본 J리그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K리그를 거쳐 다음에는 유럽무대에 진출하고 싶다”는 꿈을 감추지 않았다. 자신의 주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에 대한 자신감도 넘쳤다. “남들이 열심히 뛴다고 평가한다. 경기에 나가면 상대방이 싫어할 정도로 많이 뛰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물여덟해를 일본에서 살았으나 북한과 일본식 억양이 배어있는 우리말이 또박또박하다. 산뜻한 외모와 침착한 태도까지 더해져, 부산 아이파크의 히트상품이 될 가능성도 높다. 하긴 국제무대에서 다소 판정에 격한 감정을 노출시키는 북한팀 안에서, 그는 심판과 싸우는 선수들을 말리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알렸다. 그래서 일본기자들은 그를 ‘나이스 가이’(멋진 남자)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지난달 열린 총련계 오사카 조고와 야주고의 일본고교축구선수권대회 8강전은 현장을 찾아가 응원할 정도로 열정적이다. 그는 “오사카 조고가 아쉽게 대회 우승팀인 야주고에 졌지만, 조선사람으로서 당당하게 열심히 싸우는 후배들은 동포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다”고 말했다. 외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형은 일본에 있다. 집에 있는 어머니는 “혼자서 어렵겠지만 열심히 하라. 부산에는 온천이 있으니까 꼭 오겠다”고 아들의 성공을 기원했다고 한다. 할아버지 나라에서의 새 출발, 모든 게 낯설지만 당당한 안영학은 마음 속으로 축구화 끈을 바짝 조였는지 모른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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