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300년 역사의 피아노에 혁명 일으킨 한인 화제]
철사.스프링 대신 자석..제작비 30%절감,수리 걱정끝
38년간 피아노 제작과 수리에 인생을 바쳐온 한인이 과거 300년간 누구도 꿈꾸지 못했던 혁명적인 방식의 피아노를 개발해 화제다.
세계 피아노계의 판도를 단숨에 뒤바꿔놓을 것으로 기대되는 화제의 주인공은 로스앤젤레스에서 한미피아노를 운영하고 있는 김종칠(56.미국명 존 김)씨.
지난 1987년 단돈 1천 달러를 들고 미국으로 건너와 1천만 달러 이상의 재산을 일구며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시킨 입지전적인 인물로 한인 사회에 널리 알려진 김씨는 피아노 수리를 시작한 이후 38년간 단 한순간도 개발의 의지를 놓치 않는 `장인 정신'을 간직했기에 역사를 바꿀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아노는 건반을 누르는 힘이 `액션(Action)' 파트를 거쳐 해머가 현을 때려 소리를 내는 악기인데, 김씨는 해머가 현을 때리고 원위치로 되돌아가는 이 액션 파트의 여러 부품 가운데 핵심이면서 늘 말썽을 일으키는 스프링과 철사, 실, 끈에 주목했다.(그래픽 참조)
습기와 염도에 쉽게 반응하는 이들 부품은 녹이 슬거나 장력(張力)을 잃어 제 소리가 나지않게 하는 주원인이었고 철사나 스프링은 잦은 연주에 늘어져 연주자의 손가락에 느리게 반응했으며 각 부품을 고정시키는 실이나 끈은 쥐가 갉아먹기도 하는 등 소비자들이 적지않은 수리비를 감당해야 하는 골칫거리였던 것.
나이를 감안한 `건반 무게 조절기',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 `소음장치' 등도 개발했던 김씨는 한평생 고민해왔던 이 문제의 해결책을 짜내기 위해 밤낮없이 몰두했고 마침내 자석을 이용, 습도와 염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아무리 오래 쳐도 원음이 유지될 수 있으면서 간편한 피아노 제조법을 완성시킨 것.
특히 이 방식을 이용할 경우 세부 부품 제작에 드는 인건비가 들지 않게 돼 전체적인 피아노 제작비를 30% 이상 대폭 줄일 수 있어 싼 값에 고급 피아노 공급이 가능하고 소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율 이외의 수리비용은 거의 생각치 않고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김씨는 지난달 3일 일본 특허청에 실용신안 특허를 신청했고 곧 OEM방식으로 피아노를 제작해 앞으로 2년 이내에 시판하겠다는 각오이다.
이런 김씨의 노력이 알려지면서 벌써 일본 피아노 업계에서는 김씨 붙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고 미국과 일본의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세계 피아노 업계가 오래전부터 실력을 인정한 김씨가 처음 피아노와 인연을 맺은 것은 18세이던 1968년.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좋고 피아노를 즐겨 쳤던 김씨는 친척의 소개로 삼익피아노에 입사해 15년간 도장, 부속제작, 조립 등 여러 분야에서 일하며 피아노 제작에 재미를 붙였고 1983년 제대로 된 기술을 익히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로부터 4년뒤인 1987년 1천 달러를 들고 LA로 건너온 김씨는 야마하 딜러점에서 서비스 매니저로 근무한뒤 1992년 독립, 한미피아노를 설립했고 1996년 오렌지카운티에 2호점을 열었으며 전체 자산은 1천만 달러가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1990년 일본 오사카 교바시에 세운 피아노 수리점을 지금도 운영하고 있는 김씨는 "일반 가정에서도 싼 값에 고급인 피아노를 적은 유지비로 쓸 수 있고, 피아니스트들도 일정한 터치감으로 10년, 20년을 변함없이 쓸 수 있는 그런 피아노를 꿈꿔왔고 마침내 현실로 만들었다"면서 "미국내 저명한 3명의 교수진들이 이를 테스트한뒤 모두 합격점을 줬다"고 밝혔다.
김씨는 "미국에 건너와 4.29폭동과 지진, 화재 등 온갖 고난을 겪을 때마다 내 분야의 1인자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밤낮으로 연구했다"면서 "미 주류 사회에서 한국 및 한인들에 대한 평가가 현대.기아자동차의 선전, 스포츠 스타들의 활약 등에 힘입어 최근 많이 개선됐는데 이번 피아노 제작도 그런 이미지 개선에 한 몫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조지 부시 미 대통령으로부터 성공한 이민자들과 자리를 함께 하는 모임의 초청장을 받기도 했던 김씨는 해마다 1~2곳의 개척 교회를 선정, 피아노를 기증하는 사업을 펴고 있다.
2006/08/02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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