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땀 흘리는 젊은 한국인들이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알리바바의 마윈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이영현 세계한인무역협회 명예회장(78·사진)은 지난 17일 기자와 만나 자신의 마지막 꿈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캐나다에서 단돈 200달러로 시작해 연매출 1억달러 기업 영리무역을 일궈낸 인물이 담담하게 풀어놓은 바람이다.
‘무역업의 대부’ ‘판매의 달인’으로 불리는 이 회장은 어린 시절 운동부에서 몸과 마음을 단련했다. 나라 전체가 가난했던 1960년대, 서울 경복고에서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약했다. 당시 스케이트 날에 각인된 ‘메이드 인 캐나다’란 문구가 그를 매료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인 1966년 캐나다 토론토로 아이스하키 유학을 떠난 이유다. 그 정도로 당찼지만, 작은 몸집으로 큰 서양 선수들을 당해낼 수 없었다. 결국 운동을 포기하고 캐나다에 정착해 개인 사업으로 방향을 돌렸다.
이 회장은 고집스럽게 한국 상품만 판매했다. 그는 “고국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일본, 중국 상품이 아니라 한국 상품을 수입해 팔았다”며 “고정관념을 버리고 장난감, 요강, 빨래판까지 돈이 되는 건 다 팔았다”고 회고했다.
최근 이 회장은 자신의 무역업 성공 이야기를 담은 《메이드 인 코리아》(성인당)를 출간했다. 그는 “세계 각국에서 활약하는 한국 후배들에게 40년간 쌓은 노하우와 경험을 들려주기 위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2010년 경영 일선에서 은퇴한 뒤 후배 양성에 ‘올인’하고 있다. 재외동포 사회 최대 경제단체인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12대 회장으로 재임하는 중 ‘차세대 무역스쿨’을 열기도 했다. 매년 미국, 캐나다, 아르헨티나, 중국, 일본 등을 돌며 세계 곳곳에서 한국 젊은이들을 만나고 있다.
“‘성공의 아버지는 노력이지만, 노력의 아버지는 즐거움이다’란 말을 좋아합니다. 유통업으로 큰 성공을 거뒀는데 즐거움이 오래가지 않더군요. 그래서 찾은 게 강연입니다. 지금까지 강연을 위해 대한항공만 393번을 탔습니다. 제 강연을 듣고 부를 일구는 한인이 세계 여러 곳에서 나온다면 그것이야말로 저의 즐거움입니다.”
이 회장은 수출에 기여한 공로로 2002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또 영국 여왕이 각 분야에서 공을 세운 연방국 시민에게 수여하는 다이아몬드 주빌리(2012년)와 캐나다 건국 150주년 상원 메달 수훈(2019년)도 받았다.
이 회장은 젊은 한인들에게 ‘도전 정신’을 강조했다. “한인 1세대는 무식할 정도로 덤비는 정신이 있었죠. 소위 ‘꼰대’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젊은 한인 2세, 3세는 다들 넘어지려 하지 않아요. 3D(dirty·difficult·dangerous) 분야라고 피하면 안 됩니다. 대기업, 공무원 일자리만 보지 말고 시대 변화에 적합한 세계적인 사업 아이템을 내놓기 위해 도전해야 합니다.”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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