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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물을 파며 전통맛을 지킨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6월29일 15시58분    조회:7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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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이름 : 김송월

연변의 대표적인 전통음식 브랜드 '코스모' 경영자 김송월 대표

  (흑룡강신문=하얼빈) 염청화 연변특파원= 중국어로 '불광불급(不狂不及)'이란 말이 있다. 무언가에 미친듯이 몰두해야만 목표에 이를 수 있다는 이 고사성어의 의미를 온몸으로 풀어낸 사람이 있다. 연변의 대표적인 전통음식 브랜드 '코스모'를 운영하고 있는 김송월 대표(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김송월 대표는 연길우의유한회사 이사장으로 연변에 '코스모식당', '코스모호텔','코스모민속가든', '우의식당' 등을 경영하고있다.

  김 대표가 '한식 바라기'의 외길을 걸은지도 어언 15년, 대형 비빔밥 퍼포먼스(表演)를 중국에 수입하고 성급 무형문화재 대표 종목으로 비준받은 '김치 담그기'에서 기능보유자로 선정되는 등 굵직한 이력만 봐도 그녀의 내공을 짐작할 수 있다.

 

 

  그녀는 1986년에 '우의식당'을 개업한 뒤로 중국식 연회 요리를 주 메뉴로 운영, 중한수교 후에는 우리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한식의 비중도 점차 늘려왔다.

  김 대표는 "중화요리와 일반 한식 위주의 식당을 운영하던중 2005년에 한민족여성대표회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접한 한식의 맛과 모양에서 아이디어를 얻으면서 본격적인 연구도 시작했지요. 그해가 전환점이었습니다"고 말했다.

  2006년에 설립된 연변조선족전통음식협회 김순옥 회장의 도움으로 그녀의 주기적인 한국행도 본격 시작되었다. 비자를 받는 일이 흔치 않던 시절에도 한국의 식기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선양시까지 왕복 30시간을 할애해가며 다녀왔다. 한식요리와 식재료에 대해 더 자세히 배울 수 있는 이 같은 기회를 김 대표는 그야말로 소중히 여겼다.

  김 대표는 "놀라움과 동시에 큰 배움을 얻었다. 담고 있는 그릇에 따라 음식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도, 우리 연변과는 달리 보드라운 고추가루를 쓴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파고들기 시작했다. 한국방문 때마다 '교보문고'에 꼭 들렸고 유명한 한식당을 찾아 메뉴판을 수집했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한식료리 전문가들을 통한 주기적인 컨설팅에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김 대표가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은 전통음식에 대한 표준화 작업이다. 여기에 수년간을 몰두하다보니 80여 가지 민속요리를 찾아냈고 그중 50여 가지는 표준화를 이미 확보한 상태이다. 다만 오직 전통이라는 이유로 의문이나 변화의 여지가 없이 그대로 답습해버리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옛 것을 익히고 그것을 통하여 새 것을 아는 것이 그녀가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다.

  그런 온고지신(温故知新) 속에서 혼돈되지는 않았는지 궁금했다.

  그녀는 "연변의 맛이 옛 장맛을 띠는 한편 한국의 맛은 퓨전식이 많이 가미됐는데 쉽게는 세련됐다고들 표현한다. 물론 단맛도 빠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맛에 한국스러운걸 덧입혀야지 무작정 따라해서는 안된다. 배움과 동시에 우리 맛의 정체성은 확고해야 한다. 우리의 '넋'이 대체돼선 안되며 그런 맛은 오래갈 수 없다"고 못박았다.

  김치는 절반 식량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음식문화에서 김장 김치가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지를 이르는 말이다. 김 대표는 31년을 서울 강원도 태생인 '시어머니표' 레시피(配方)를 고수해왔다. 그녀가 김치를 만들 때 가장 중히 여기는것은 소금과 고추가루였다. 제대로 된 김치를 만들기 위한 기본은 단연 소금이라 생각하여 3년 이상 간물을 뺀 소금만 고집해왔다. 고추가루는 용화, 노투구 등 지방에서 사들인다. 여기에 사박사박 썰어낸 사과배까지 곁들어지면 편하지만 뻔하지 않은 맛의 코스모김치가 탄생한다. 지난 2009년, 지린성 인민정부는 조선족의 '김치 담그기'를 제2진 성급무형문화재 대표 종목으로 비준했다. 기능 보유자는 단 두명, 이 감격스러운 명단에 김송월 대표가 포함되었다.

  그런가 하면 장, 장아찌 등과 같은 레시피는 이북의 외할머니로부터 전해 받은 대로다. 이처럼 끝없이 배움과 동시에 어떤 고유한 색깔이나 맛에 대해서는 조상의 비법에 굵은 연장선을 그어가겠다는 김 대표만의 고집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가냘픈 몸으로 코스모 브랜드를 연변지역 음식점의 터줏대감으로 키워내기까지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사무실은 14층에 따로 있다. 그러나 어쩐지 이 자리만 찾게 된다"며 김 대표는 소파를 톡톡 두드렸다. 호텔의 2층 커피숍이 그녀만의 아지트(窝棚)인 셈이다.

  "오가는 사람들이 다 보이는 곳이다. 속 터지게 답답할 때면 이곳을 찾는다. 여기선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보인다. 산다는 게 누군들 힘들지 않을까? 나로 말하자면 지금 이 자리에서 숨을 고른 뒤에 다시 달리는 것"이라 부연했다.

  365일중 300일은 자신이 직접 장보기에 나서는 김 대표, 누굴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좋은 식재료를 꼭 확인하고픈 집념이요, 먹거리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습관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김 대표에게 먹고 마시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다. 엄선한 재료와 자연 양념을 코스모만의 맛으로 탄생시키고 그 맛과 품질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그녀는 정성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해마다 열리는 세계한상대회 때면 식기와 식자재를 구입하는데 거금을 투자해왔다. 김 대표는 "그릇의 힘을 무시해선 안된다. 그릇도 맛을 만드는 것"이라 말한다. 실제로 인간의 감각과 요리에 대해 연구하는 옥스퍼드대학 감각교차연구소에 따르면 무거운 식기는 음식에 집중하게 해 맛을 더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다시말해 음식이 제공되는 순서와 디스플레잉, 그릇의 눈높이와 무게 등 요소가 맛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이다. 그런 요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면 '대접받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같이 바람직한 문화를 속속들이 흡수해왔다.

  김송월 대표의 생애를 갈무리해줄 중요한 열쇳말이 있다.

  "나는 단 한번도 성공했다고 자부해본적 없다. 그저 우리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전통문화를 계승할수 있는 일이라면 열심히 해왔을뿐이다. 재료 하나부터 맛과 모양새까지... 단순히 예의를 넘어서 이를 찾는 사람을 향한 진심을 담으려 노력한다. 그래야만 잠시 스쳐가는 추세가 아닌, 지속적으로 찾는 맛집으로 존재해갈 수 있다."

  외식시장에는 하루가 멀다하게 문을 열고 닫는 맛집들로 넘쳐난다. 그래서 정글이라고들 말한다. 이런 정글에서 강자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그녀의 운명에서, 전통의 만듦새를 수십번이고 반복해보며 그 탄탄한 기본 위에서 현대적 시도를 찾아가던 고군분투가 진앙지로 작용했다. 고집 있으면서도 유연한 발상을 늘 선도해가는 우리 맛 지킴이, 그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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