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재한조선족 성공시대> ⑫ '밑바닥에서 외치는 희망' 소설가 김노
조글로미디어(ZOGLO) 2016년9월5일 08시03분    조회:7059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인물이름 : 김노
소설·수필 40여 편…2월 첫 소설집 '중국 여자 한국 남자' 펴내
"조선족 삶 가끔은 소설보다 비참…음지 얘기 양지로 드러낼 것"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가을바람이 제법 선선했던 지난 2일 서울 광화문의 교보문고.

독서의 계절을 맞아서인지 평일인데도 인파로 북적였고, 베스트셀러부터 신간까지 빼곡히 진열된 책장의 소설 코너에는 조금은 낯설어 보이는 책 한 권이 꽂혀 있었다. 제목은 '중국 여자 한국 남자'.

소재도 만만하지 않았다. 조선족, 밀항선, 경마장, 가정폭력, 불법체류…. 작가의 필명은 김노(金奴·60). 외자인 이름을 하필이면 노예나 종이라는 의미의 '노'((奴)로 지었을까. 그에 대한 모든 것이 궁금했다.

그는 중국 지린성(吉林省)에서 태어나고 자란 조선족 2세다. 조선족 남편과 사별하고 33살이던 1989년 한국에 와 1992년 한국인 남편과 재혼하면서 귀화했다.

국내에서 소설가나 시인으로 활동 중인 중국동포는 여럿 되지만 김 작가처럼 오롯이 소설집 한 권을 펴낸 작가는 드물다. 중국과 비교하면 한국에서는 말도, 글도, 삶도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김 작가도 중국에서는 조선족 4대 문학지 중 하나인 '도라지'로 등단한 뒤 꾸준히 경력을 쌓았지만 한국에 와서는 식당 설거지, 육아 도우미 등을 전전하며 '중국 아줌마' '조선족 아줌마'로 살았다. 그 와중에도 "글을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 고단한 몸을 붙들고 밤새 원고지를 채웠다.

"한(恨)이 많았죠. 지금은 이혼한 전 (한국인) 남편과의 결혼 생활도 힘들었고요. 응어리를 풀어내는 유일한 통로가 글쓰기였어요. 제 얘기, 주변 중국 교포들의 얘기를 엮어 실화에 가까운 소설을 썼죠. 작은 상도 몇 번 받았고요. 소설가로 성공했다고 말하긴 이르지만 글쟁이로서 최선을 다했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렇게 쓴 중·단편소설과 수필이 모두 40여 편. 이중 단편 9편을 추려 올해 2월 펴낸 첫 소설집이 '중국 여자 한국 남자'다.

 

그의 소설은 르포에 가깝다. '코리안 드림'을 품고 한국 땅에 왔지만 음지에 내몰려 위험하고, 더럽고, 힘든 일을 떠맡는 중국 동포의 생존기가 한편의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진다.

실제로 김 작가는 단편 하나를 쓰는 데 많은 공을 들인다. '밀항자'는 중국에서 밀항선을 타고 오다 집단 성폭행에 노출된 조선족 여성의 비극을 추적한 단편. 이를 완성하기까지 작가는 며칠에 걸쳐 인천 항구를 샅샅이 뒤지고, 문전박대를 무릅쓰며 목격자를 찾아다녔다.

"밀항선에서 벌어지는 참상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더라고요. 동포들도 워낙 쉬쉬하는 얘기라 목격담을 취재하느라 애를 먹었죠. 극적 장치를 더하긴 했지만 소설과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가끔은 소설보다 현실이 훨씬 비참해서 글로 옮길 때 표현을 순화하기도 해요."

'가자! 경마장으로'도 마찬가지다. 소설 속 주인공은 공사판에서 피땀 흘려 번 돈을 한순간에 탕진하고 마는 불법 체류자 '영호'. 작가는 "도박성 게임에 빠진 중국동포의 심리 상태를 '리얼'하게 설명하고 싶어서 과천 경마장을 찾아가 실제로 돈을 걸어봤다"고 토로했다.

자신의 필명을 '노예'에서 따온 것도 "구속에 얽매였던 과거를 잊지 않고 스스로 자유를 지키겠다는 다짐"이라고 한다.

많은 소재 중에서도 굳이 중국동포의 '고통스러운 기록'에 몰두하는 것은 "음지의 얘기를 양지로 드러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한국에 살고 있고, 살고 싶어하는 중국 동포가 점점 많아지겠죠. 제 독자 중에는 중국동포와 한국인이 골고루 있었으면 해요. 중국동포를 둘러싸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서로 알아야 하니까요. 다만 제 글을 읽고 어떤 점을 느낄지는 독자의 몫이겠죠. 중국동포를 향한 경계심이 생길 수도 있고, 반대로 이해심이 커질 수도 있다고 봐요."

작가는 1995년 한국일보 여성생활수기 우수상, 2000년 경기도 남양주 신인문학상, 같은 해 동아일보 신동아 논픽션 최우수상 등을 받았다. 그다지 화려한 수상 경력은 아니지만 조선족 출신임에도 우리말 표현을 자연스럽게 구사해 내국인 문인들과 동등하게 실력을 겨뤘다는 점에서 후한 평가를 받았다.

김 작가는 "오래전 고(故) 박완서 선생님께서 심사위원으로 제 글을 보시고는 '숨을 데가 없는 중국동포의 삶을 잘 표현했다'고 말씀해주셨다"면서 "중국동포인데도 우리말 문장을 자연스럽게 썼다는 평가도 해주셨다"고 회고했다.

 

 

김 작가의 소설이 논픽션에 가까울 정도로 사실적이어서 문학적 감동을 끌어내기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문학 평론가 이시환 씨는 "김 작가의 작품은 대개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거나 흥미 내지는 재미를 크게 유발하지는 못한다"면서도 "그러나 인간 부조리와 사회 불합리를 간접 비판하고, 약자의 삶을 조용하게 폭로해 인간 존재 양식에 대해 새삼 심각하게 생각하게 한다"고 평했다.

김 작가는 올해 환갑을 맞았다. "앞으로도 '글 쓰는 사람'으로서 꾸준히 활동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인터뷰를 마치고도 작가는 서점에 남아 한동안 책장 사이를 거닐었다. 알고 보니 인터뷰 장소를 광화문 교보문고로 정한 데에도 그만의 이유가 있었다. 24년 전 교보문고에 처음 왔던 날 "한국에서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것.

"그토록 많은 책에 둘러싸인 적은 처음이었죠. 한참 발걸음을 떼지 못할 정도로 압도당했어요. 실컷 책을 읽고 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한국에서 체류하기로 마음먹었죠. 먼 길을 돌아오긴 했지만 24년 만에 제 책이 여기 꼽힌 것을 보니 뭉클합니다."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82
  •     료녕 조선족문단의 ‘징검돌’   -김광명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      림금산  김창영   료녕 조선족문단이 전반 중국 조선족문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겸손’한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료녕 조선족문단도 그 나름대로의 형성과 발전을 거치면서 무...
  • 2022-05-18
  • 리창인 프로필   1934년 길림성 집안시 출생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료녕민족출판사 편심, 부총편집 심양시조문학회 회장 력임 연변작가협회 료녕작가협회 회원 중국민간문예가협회 회원   번역도서 《황하는 동으로 흐른다》(장편소설) 민담집 《천안삼거리 능수버들》, 강론집 《겨레의 꿈》(공저) 시조집 《...
  • 2022-05-17
  • 김철우 시인의 신나는 문학인생 인(瘾), 끊을 수 없는 연(缘)     웨이하이시에 거주하고 있는 조선족의 유명한 시인 김철우씨를 말하자면 인차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인(瘾)이다.   “낼모레 내 나이 팔순이오. 이젠 그만 써야지. 주책이야.”   어제 이런 말씀을 해놓고 한두달 후면 어느...
  • 2022-03-03
  • [문학인생담] 김룡운―그는 이런 작가였다 김춘택           프롤로그. 녀자복이 없는 작가   2003년도 전까지 나는 김룡운이란 작가에 대해 잘 몰랐다. 지금이야 늘 ‘김룡운선생님’이라 부르며 내 문학인생이 메마를 때면 선술 상대로 문담(文談)을 나누며 허물없이 지내는 망...
  • 2021-12-08
  • 중국공산당 창건 100돐을 맞는 뜻깊은 7월 1일 오후, 정확히 17시 39분에 연변시인협회 위챗그룹에는 이라는 제목의 서정서사시가 올랐다. 김영능시인의 당의 백세 생일에 드리는 노래이자 자기의 전반생을 돌아보는 자서전이라 평가받은 이 시속에는 55년 세월을 당의 품속에서 살아온 김영능시인의 빨간 격동이 고스란히...
  • 2021-08-26
  • - 시인 최기자선생님을 만나다   허련순   그때는 그랬다. 기회만 있으면 최기자선생님을 졸졸 따라 다녔다. 문학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작가가 되고 싶었던 철없던 시절이였다. 고중을 졸업하고 귀향하여 신풍촌에 내려왔던 1972년 그해,  나는 대대 문예선전대에서 문자창작을 전담하시는 최기자선생님을...
  • 2021-04-16
  • 준마상 책임편집상 수상한 림은화 편집을 만나 “문학작품 편집, 어딘가 딱딱하고 따분할 것만 같으시다구요? 사실 해보면 얼마나 보람찬 작업이라구요.” 문학의 ‘따분’한 이미지는 젊은이들사이에서 문학이 점점 멀어져가는 분야로 떠밀려나게 되면서부터 생겨난게 아닌가 싶다. 그 ‘따분&r...
  • 2021-01-27
  • 제3회 ‘단군문학상’ 소설부분 수상자 림원춘소설가. 제3회 ‘단군문학상’ 소설부분 수상자 림원춘소설가는 1937년 태생으로서 올해 여든이 넘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넘치는 열정으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1960년에 연변대학 조문학부를 졸업하고 1982년부터 1996년까지 연변작가...
  • 2020-10-12
  • (흑룡강신문=하얼빈) 류설화 기자 = 그에게 있어 시는 몹시 춥고 시릴 때 쪼일 수 있는 뜨락의 볕이고 무더운 삼복철에 서느러운 나무잎 하나를 감싸는 그늘이며 아프고 힘들 때 작은 희망이 되여주는 빛이다. 30여년의 시작을 진행하는 동안 작은 시 한수로써 모든 것들에 사랑의 어진 시선을 보낸 그 역시 자신의 시 한수...
  • 2019-08-30
  • 최동단 변강 도시에서 태어난 조선족 소설가           (흑룡강신문=하얼빈) 김련옥 기자 = 흑룡강성 동북부에는 가목사라는 조그마한 소도시가 있다. 러시아 극동지역인 하바롭스크와 비로비잔과 린접해 있는 변경도시이기도 한 이곳은 특별한 력사배경하에 항일전쟁 정신이 형성되고 계승된 곳이였...
  • 2019-08-05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