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재한조선족 성공시대> ⑨ 신영증권 펀드매니저 권덕문 씨
조글로미디어(ZOGLO) 2016년8월16일 09시05분    조회:5726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인물이름 : 권덕문
뛰어난 주식운용 실적으로 주변 부러움 사는 '미다스의 손'
"한국인 1% 다르면 차별, 중국인 1% 같으면 동질성 강조"
"글로벌 국가로 가려면 국적·민족 구분하는 태도 버려야"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한국의 맨해튼'이라고 불리는 서울 여의도 증권가. 고층빌딩이 즐비한 가운데 사무실마다 숫자가 빽빽이 적힌 시세표와 각종 시황을 나타내는 꺾은선그래프가 붙어 있다. 중국동포(조선족) 권덕문(33) 신영증권 책임운용역(과장)이 근무하는 곳이다.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증권업계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변방 출신 조선족의 조합이 다소 어색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는 이미 이곳 생활 10년째를 맞는 어엿한 증권맨이다. 12일 사무실 앞에서 만난 그는 외모도 훤칠하고 옷차림도 세련돼 미리 알지 못했다면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 착각할 만했다.

"회사에서도 제가 중국 사람이라는 걸 모르는 분이 많아요. 말을 주고받다 보면 사투리가 섞여 있어 조선족이 아니냐고 물어봅니다. 처음 왔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어수룩해 보였을 겁니다. 또 학생 시절 중국에서 왔다고 하면 '먼 데서 와서 힘든 일 하느라 고생이 많다'며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기 일쑤였죠."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권덕문 신영증권 책임운용역은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동포 청소년들에게 자존감을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2016. 8. 16

 

권 과장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일제강점기 때 만주로 이주한 동포 3세. 외할아버지는 1930년대 항일운동을 하러 만주로 떠났다가 고향에 남겨둔 처자식과 생이별하고 그곳에서 다시 결혼했다고 한다.

"지난해 여름 개봉한 영화 '암살'을 재미있게 봤어요. 거기서 여주인공 안옥윤 역을 맡은 배우 전지현이 "난 만주로 돌아갈 거야'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저희 부장께서 '너희 할머니 얘기 아니냐'고 제게 농담 삼아 묻더군요. 사실은 제 외할아버지의 얘기와 비슷해요. 영화에서는 '만주에 사는 우리 사람들은 집이 망가져 비가 새도 수리하지 않고 그냥 산다. 독립이 되면 금방 돌아갈 텐데 그까짓 것 뭐하러 고치냐'라는 대사도 등장하죠. 외할아버지는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얼굴도 뵙지 못했는데, 그분을 포함한 선조들의 고달픈 인생이 생각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권 과장은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 근교 우창(五常)시에서 태어났다가 5세 때 부모를 따라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옌지(延吉)로 옮겨 그곳에서 초중고교를 다녔다. 남들보다 2년 일찍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도 공부를 잘해 칭찬을 많이 받았고, 체격도 또래보다 커 별 걱정이 없었다고 한다.

어릴 적 물리학에 취미를 붙였다가 나중에는 사업가에 뜻을 두고 베이징(北京)공업대로 진학해 경영학을 전공했다. 졸업 무렵에는 부모의 제안을 받아들여 서울 유학을 결심했다.

"대학 4학년 때 인턴으로 일하던 베이징전력공사에서 저를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그때는 뭐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 입사하려고 했죠. 그러나 대학교수로 일하던 부모님께서 보시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였나 봐요. 늘 저보고 '산 넘어 산이 있고, 사람 밖에 사람이 있다'고 하셨는데, 이전까지는 그 의미를 몰랐죠. 더 넓은 세상을 보라는 권유에 따라 고민 끝에 서울대 경영대학원에 지원해 운 좋게 합격했습니다."

2005년 9월 시작한 서울 생활은 모든 것이 낯설었다. 문화와 관습도 다르고, 같은 말을 쓰는데도 뉘앙스에 차이가 있어 오해를 빚는 경우도 있었다. 한동안 남들 눈에 어떻게 비칠지 몰라 주변의 눈치만 살폈다고 한다. 그래서 공부에 더 몰두했다. 도서관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다가 새벽을 맞는 일도 잦았다.

"기자 생활을 하셨던 분과 프로젝트를 함께하던 중 '기자질을 하기가 어땠냐'고 물었다가 한동안 사이가 불편한 적이 있었죠. 한국에서는 '도둑질'처럼 나쁜 뜻에 '질'이라는 말을 붙인다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오해를 사다 보니 말을 더 조심하게 되고 행동도 위축되더군요."

한국 생활을 익히는 데 더 보탬이 된 것은 동아리 활동과 아르바이트였다. 뭔가 동료와 어울리는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경영대학원의 DBM(Database Marketing)연구회에 들어갔다가 덜컥 부회장이 됐다. 외국인 회원은 혼자였는데 성실한 태도가 돋보였던 것이다. 여기서 한국적 인간관계를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공부하느라 여념이 없는 가운데서도 부모 신세를 지지 않으려 아르바이트도 닥치는 대로 했다. 번역이나 통역은 물론 인턴 생활도 하고 중국기업 취업 희망자를 대상으로 면접 코치도 했다. 그러다가 자신의 적성에는 금융이나 컨설팅 쪽이 맞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마침 신영증권에서 중국 전문가로 키울 사람을 뽑는다고 해서 지원했다.

"채용이 결정돼 2007년 12월부터 일하다가 비자 문제 때문에 정식 입사는 이듬해 2월에야 이뤄졌습니다. 유학생(D-2)비자에서 외국인취업(E-7)비자로 바꾸기 위해 금융감독원의 면접을 보는데 '한국 청년들도 일자리가 없는데 왜 외국 사람을 취업시켜야 하느냐'고 물어 당황했습니다."

지금은 2012년 도입된 재외동포(F-4) 비자를 갖고 있어 갱신만 하면 제한 없이 체류할 수 있게 됐다. 직장에서도 뛰어난 주식운용 실적으로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한다. 2년 전에는 여의도 중국인 모임에서 만난 한족 출신의 LG화학 여직원과 결혼도 했다.

"회사도 저를 가족처럼 대해주고 도시 생활이 쾌적하고 편리해 만족스럽습니다. 당초 2∼3년 있다가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눌러앉게 됐네요. 술이나 담배도 하지 않고 돌아다니기도 좋아하지 않는 성격입니다. 사는 곳도 지금까지 서울대 근처를 벗어나 본 적이 없어요. 대신 운동은 좋아해 축구나 농구를 즐기고, 요즘은 집 근처 체육관에서 복싱을 합니다."

그러나 그런 그도 한국 생활에 불만이 없지 않다. 각종 사이트에 가입할 때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라고 하는데 외국인은 뒷자리가 5나 6으로 시작돼 거부당하기 일쑤라는 것. 투자자산운용사(펀드매니저) 자격증 시험을 보기 위해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 가입하려고 했다가 결국 실패해 사이트 회사를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그것 말고도 한국이 글로벌 국가로 한 발짝 더 나아가려면 외국인, 다문화 자녀, 재외동포 등을 자꾸 구분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2006년 정부 관련 기관이 각국 재외동포를 초청해 펼치는 답사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말도 잘 통하지 않고 문화도 각기 달랐는데, 오히려 다 같은 동포라는 공통점을 발견해 교감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회사 주선으로 한 달 반 동안 연수 생활을 한 미국 뉴욕의 헤지펀드 회사에서도 국적이나 민족을 따지지 않더군요. 한국 사람들은 99%가 같아도 1%만 다르면 차별한다고 합니다. 중국은 99%가 달라도 1%만 같으면 동질성을 내세우거든요. 국적이나 민족보다 정서적 유대감이 소통에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이나 한국의 조선족 청소년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하자 "아직 그런 위치에 오르지 못했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자존감을 잃지 말고 그것을 뒷받침할 만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남과 같아서는 남을 앞설 수 없습니다. 자기만의 통찰력과 일관성을 지녀야죠. 그러려면 사고의 폭을 넓혀야 합니다. 제가 일하는 분야에서도 한 가지 시각만 가져서는 제대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한국과 중국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구글링을 통해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보는지 따진 뒤 최종 판단을 내립니다. 그런 점에서 이중언어와 이중문화라는 장점을 잘 살리는 게 중요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12일 만난 권덕문 신영증권 책임운용역은 "주가의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길게 보라"고 조언했다. 2016. 8. 16

 

투자자에게 좋은 정보나 요긴한 도움말을 부탁하자 "개인투자는 권하지 않는다"면서 "어차피 투자전문회사보다 정보를 빨리 알 수 없는 만큼 주가의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길게 보라"고 조언했다. 한국과 중국의 증시 전망에 관해서는 "둘 다 그리 밝지 않지만 그 가운데서도 좋은 기업이 있으니 이를 발굴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624
  • "한국 교육열은 중국동포에게는 먼 얘기…관심 절실" 중국동포 청소년 전문 '한중사랑학교' 곽재석 교장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중국동포 청소년 전문 대안학교 '한중사랑학교'의 곽재석 교장이 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는 11일 정식 개교식을 앞둔 한중사랑학교는...
  • 2015-11-11
  • 중국과의 교류, 중국에 대한 확실한 정보가 관건 미디어분야로 사업확장한 흥룡강대천그룹 천옥금 회장 월드옥타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지회 부회장인 천옥금 회장은 지난 달 싱가프로에서 개최된 제20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가 끝난 후에도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 사업체 외에 새롭게 ...
  • 2015-11-10
  • 청도 성양구에 가면 《미스터닭갈비》라는 간판이 유표하게 안겨오는 닭갈비한식체인점이 있다. 말그대로 닭갈비에 여러가지 채소와 쌀을 버무려서 만든 미스터닭갈비는 개업한지 두달동안 매일 성업중이다. 손님들이 식사시간대에 조금만 늦게 음식점에 도착해도 빈자리 하나 없어 좌석표를 받고 한참은 대기해야 제차례...
  • 2015-11-06
  • 강경산(姜景山): 1936년2월8일 길림성 룡정시에서 출생  1962년 구쏘련레닌그라드 우리아노브 전공학원 졸업  1981년-1983년 미국에서 미크로파원격기술을 연구  현재 중국공정원 원사  중국과학원 공간과학과 응용연구중심 연구원, 총공정사, 학위위원회 주석 학술위원회 주임  국제구아과학원 ...
  • 2015-11-04
  • ■ 우일성 간력 1993년 길림대학 물리전공 박사학위 획득 1993년-1995년 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에서 박사후과정 마침 1997년-1999년, 2000년 독일메인즈(Mainz)대학 물리화학소에서 유기결정구조 연구 2004년-2005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 방문학자 현재 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 연구원 겸 박사지도교수 1999년...
  • 2015-11-04
  • [풋볼리스트=연길(중국)] 류청 기자= “(하)태균이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지난 5월, 취재를 위해 신영록(29, 은퇴)을 만났을 때 질문을 하나 받았다. 신영록은 더듬거리는 말투로 동갑내기 친구이자 수원에서 함께 뛰었던 하태균의 안부를 물었다. 부끄럽게도 기자는 당장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저 “수...
  • 2015-11-03
  • 이춘일 베이징조선족기업가협회장 “한풍(漢風, 중국풍)과 한류(韓流)의 만남, 기대하세요.” 한류에 푹 빠진 중국 젊은이들이 중국판 한류라 할 ‘한풍’ 스타가 돼 한국을 찾게 될 듯하다. 베이징조선족기업가협회장인 이춘일(55) 한풍한류(漢風韓流)아카데미(hanfenghanliu.com) 대표는 한국과 중국...
  • 2015-10-31
  •   서울시(시장 박원순)는 ‘2015 서울시민의 날’을 맞아 28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허을진 사단법인 GK희망공동체 대표를 비롯한 외국인을 명예시민으로 선정해 박원순 시장의 축사와 함께 시민증 수여식을 가졌다. 서울명예시민은 사회에 귀감이 되는 활동을 한 사람 등을 대상으로 매년 선정한다. 외...
  • 2015-10-29
  •         계렬보도: 조선족집거지역으로 가다(길림시편)     [편집자의 말]: 길림시조선족기업가협회 초청으로 지난 10월 19과 20일에 중국국제방송국, 길림신문사, 료녕신문사, 흑룡강신문사의 부분 기자들로 무어진 공동취재팀이 길림시조선족사회를 방문취재했다.     ...
  • 2015-10-28
  • [연변을 클릭하는 사람들 19] 김관우보디빌더 동북3성보디빌딩선수권대회서  우승(80kg급) 차지   보디빌딩이 갈수록 선호하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있는 가운데 조선족 김관우보디빌더(26세)가 지난 10월 18일 장춘에서 있은 동북3성보디빌딩선수권대회(80kg급) 서 우승을 따내 보디빌더들의 선망의 대상으로 ...
  • 2015-10-28
‹처음  이전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