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 깊어질 때, 연변대학 약학원 연구실에서 만난 전철산(54살) 교수의 목소리는 작고 낮았다. 귀 기울여 집중하지 않으면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지만 곧 익숙해진 그 작은 목소리는 그의 큰 이야기를 그려내고있었다.
연구실에서 흰 가운을 입은 전철산교수가 플라스크를 가리키며 “아름답죠?”라고 물었다. 현미경으로 본 플라스크안에는 화려한 문양을 가진 화학물질이 시각을 자극했다.
“요즘은 밤잠을 안자고 연구해도 즐겁습니다.”
전철산교수가 플라스크에서 눈을 떼지 못한채 전하는 말이다.
전철산교수는 4년전부터 간질병 치료약 개발연구에 전념하고있다. 길림성중의약과학원, 군사의학과학원, 중국과학원상해약물연구소 등과 함께 공동으로 연구중인 프로젝트이다. 지난 2011년에 국내최고과학기술프로젝트 중 하나인 “중대신약개발제조”국가과학기술프로젝트를 어렵사리 따냈고 연구는 이미 동물실험단계를 넘겼다. 연구결과 효과성, 안전성과 통제성을 구비한 약품 기본요구를 만족시켰고 림상인체실험의 요구에도 도달했다. 연구개발비로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300만원에 전교수가 개발하고있는 간질병 치료약의 무한한 시장성을 보아낸 길림영련생물제약회사에서 또 400여만원 이 더해지면서 그의 신약 개발연구에는 현재까지 약 800여만원이 투입됐다.
림상실험을 통과하고 약품생산허가까지 따내면 전교수의 연구결과는 길림성에서 유일한 1.1부류화학약물창신약 그리고 우리 나라에서 유일하게 지식재산권을 가진 1.1부류창신항간질약물로 인정받게 된다. 의학계가 전교수의 연구개발에 주목하고있는 리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게 순조로왔던건 아니였다.
전철산교수는 “처음 연구비를 신청했을 때 일부 심사위원들은 내 아이디어가 공상학과 같다며 거절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상식이라고 생각하는것을 깰 때 새로운 발명이 가능합니다.”라고 말한다.
이어 그는 “훌륭한 은사님들과 헌신적인 연구원들 덕분에 지금까지 무사히 온것 같습니다. 학문도 패션처럼 류행이 있기 마련이지만 류행 타지 않고 30년간 한 분야를 꾸준히 연구해 온 끈기에 대한 격려로 늘 고마움을 잊지않고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1981년 연변대학 약학원에 입학하면서부터 꾸준히 연구를 시작한게 지금까지 왔다고 말한다. 높은 연구가치를 운운하던 강한 자존심 이면에는 자기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이 숨겨져있는 전철산교수였다.
안전한 화학물질을 리용해 정상세포가 “악성”세포로 “일탈”하는 과정을 막아 간질질환 발생을 줄이는게 현재 전교수의 연구목표이다.
하루종일 연구실에 붙박혀있는 그에게 가끔가다 “어쩌면 무모한 짓이다”라고 걱정해주는 주변인들도 있었다. 하지만 무모함에 가까운 그 도전은 순수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인 그가 약학계 그리고 사회의 미래에 대해 깊게 고민한 결과여서 더욱 값지기도 하다.
전교수는 “연구중에 다른 데이터가 나오더라도 숨기거나 실망하지 말고 이걸 반전으로 삼아 새로운걸 연구하려고 늘 노력합니다. 스스로 실수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률성을 갖춘 연구자가 되고싶었습니다.”고 말한다.
전철산교수는 1991년 북경의과대학 약물화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2006년에 한국원광대학 약물화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1년 연변대학 약학원 교수로 부임했다.
30년 가까이 약학계 연구를 해오면서 성과도 많다. 전교수의 주요 연구방향은 헤테로고리화합물의 합성과 항간질작용에 관한 연구이다. 이미 5건의 국가자연과학기금프로젝트를 따냈는데 도합 200여만원의 연구경비가 내려왔다.
전교수는 30년동안 150여편의 학술론문을 국내외에 발표, 그중 SCI(국가의 과학기술력을 나타내는 척도로 과학기술론문 색인지수를 말함)론문만 91편에 달하는데 다른 과학자의 론문에 708회 이상 인용됐다.그는 지금도 매년 10편 정도의 론문을 꾸준히 발표하고있다.
전철산교수가 지금까지 제1발명인 자격으로 신청한 중국발명특허만 8건, 그중 3건이 특허권을 따냈다.
“연구실에서 있을 때 제일 행복합니다. 과학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제 연구가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면야 그것보다 더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어쩜 그의 말대로 이것이 그가 약학을 선택하고 지금도 연구실 불을 밝히고있는 리유일것이다.
연변일보 글·사진 신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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