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에게는 많은 관심이 쏟아진다. 그러나 그녀에 대한 관심은 이주자이자 여성이라는 이중의 타자화일 뿐, 정작 그녀의 의정활동에 대한 관심은 적다. 그는 아이들을 만나고(위쪽), 가정폭력으로 숨진 이주여성 추모집회에 참석했다.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법률 지원을 하는 법안이 통과되는 데 관여했다. 이자스민 의원실 제공, 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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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해체를바라는국민연대, 남성연대,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등이 <동아일보>와 <중앙일보>에 지난 1월19일 낸 의견광고의 일부다. 광고의 제목은 ‘이자스민·임수경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에 의한 「대한민국의 자살」’. 이 법을 ‘불법체류자 지원법’이라고 부르는 광고는 “혈통적으로 순수한 한국인은 사라질 것이라는 새누리당의 이자스민 의원”이라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외신 인터뷰 내용을 부적절하고 부정확하게 인용하고,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의 내용을 침소봉대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새누리당 의원은 우익단체의 공격 타깃이 되었다. 의무교육을 받는 미등록(불법체류) 이주아동의 경우, 한쪽 부모의 한국 체류를 허용하는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임수경 의원도 광고에서 졸지에 “미성년 소녀와 결혼을 조장하는 임수경 의원”이 되었다. 이렇게 조직된 광고와 1만4193건 의견은 맥락이 다르지 않다.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의 제안 이유는 이렇게 시작한다. “법무부 통계에 의하면 2013년 2월 기준으로 합법체류 기간 만료로 인해 미등록 신분으로 전락한 19세 미만의 아동 수가 6천여 명에 이르며, 통계로 잡히지 않는 미등록 아동을 포함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미등록 이주아동은 2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무려 2만여 명 아이들의 생존권이 달린 법안인 것이다. 혈통주의를 따르는 현행 국적법은 이주아동이 한국에서 태어났더라도 한쪽 부모가 한국 국적이 아니면 아동의 국적 취득을 허락하지 않는다.
아무도 그녀를 ‘쉴드’쳐주지 않는다. 새누리당의 안전망에 안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극우 사이트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진보 성향의 오유(오늘의 유머) 사용자 상당수가 동시에 미워하는 그녀다. 그녀에 대한 편견에는 이주민 혐오가 응축돼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그녀의 이름을 치면 “돌아가라” “해도 해도 너무하네요” 같은 말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 등을 통해 ‘불법체류자’의 권리를 옹호하고, 불법체류 아동에게 지원되는 교육비와 생활비를 “왜 우리의 세금으로 내느냐”고 따지는 것이다. 역지사지,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은 이자스민이 아니라 이주민을 향한 편견이다. 새누리당 지지자가 새누리당 의원을 공격하고, 새정치연합 지지자도 이주민 의원을 비난한다.
“현역 국회의원이 아들을 편의점 알바시켰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3월 초, 이자스민 의원 아들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담배를 훔쳤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일부에서는 이런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소수 의견은 알려지지 않는다. 종합편성채널 MBN은 확정되지 않은 범죄 사실에 현역 의원 이자스민의 이름을 넣어서 보도했다. 숱한 인터넷 기사가 양산됐다. 해당 편의점 본사가 “담배가 분실됐지만 도난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해명하면서 해프닝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은 이자스민 의원과 아들을 비난하는 글로 가득했다. 한번 실추된 명예는 회복할 길이 없다. 이제 ‘엄마의 자격’까지 비난을 받는다.
이중의 비시민을 향한 이중의 비난
‘동아일보’ 등에 실린 광고에서 이자스민·임수경 의원이 왜 하필 타깃이 됐을까? 이주·방북·여성을 타자화하는 시선이 바탕에 깔렸다. 동아일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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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GP네트워크 팀장의 분석이다. 보수 개신교는 성소수자 공격에서 ‘에이즈’를 약한 고리로 공격한 것처럼, 이주민 비판에서 ‘불법체류’를 집중 부각한다. ‘항문섹스로 감염된 에이즈 환자를 위해 세금을 ‘낭비’하는 것처럼, 불법체류자를 위해서 우리의 혈세를 낭비하려 한다’는 혐오 논리다. 이들은 ‘선진국병’ ‘복지 지옥’ 등을 운운한다. 혐오의 확산을 추적해온 나영 팀장은 “이자스민·임수경 의원의 이주민 관련 법안에 대한 반대 서명은 차별금지법 반대처럼 보수 개신교 커뮤니티에서 빠르게 확산됐다”며 “‘학부모’ ‘어머니’ ‘여성’을 내세운 단체들이 강조되고 다문화반대, 남성연대 등 이름이 더해졌다는 점 정도가 다를 뿐”이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계산된 편견은 “시민인 내가 열심히 일해서 낸 세금을 정부가 이주민·성소수자 같은 비(非)시민, 종북세력 같은 반(反)시민을 지원하는 데 쏟아붓고 있다”고 선동한다. 소수자 혐오의 주도 세력과 비난 논리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이주여성이 불쌍한 존재로 나오면 동정한다. 그러나 이자스민 의원은 평범한 이보다 권력이 있다. 이러면 불편한 심리가 발동한다. 이주여성을 동등한 시민권을 가진 존재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처장의 분석이다. 나보다 아래에 있어야 할 사람이 위에 있으니 견디지 못하는 정서가 있다는 것이다. 제3세계(필리핀) 출신 여성 의원에 대한 불편함은 이자스민 의원을 ‘친일파’로 몰아가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애국의 반대편에 그녀를 세우는 것이다. 한동안 이자스민 의원을 향해 남윤인숙 새정치연합 의원이 제안한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국회 안 설립을 반대했다는 비난이 들끓었다. 이자스민 의원실 한 보좌관은 “기림비 건립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기림비를 광화문광장처럼 사람들이 많이 지나는 곳에 세우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설사 그의 반대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주민이 아니라면 그토록 비난을 받았을까? 오죽하면 당도 다른 유승희 새정치연합 의원이 “이자스민 의원에 대한 가혹한 시선을 거둬주길 부탁한다”고 공개석상에서 당부했을까.
“공적인 삶을 살 용기를 낼까?”
편견이 그녀를 몰아도 그녀는 숨지 않았다. ‘담배 파문’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이자스민 의원은 지난 3월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자칫 잘못 대응하면 억울한 일은 엉뚱한 일로 번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껏 그런 우를 범하지 않았다. 허오영숙 사무처장은 “이주라는 용기가 필요한 경험을 한 사람이어서인지 억울한 비난을 당해도 의연하게 대처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이자스민 의원은 이주여성의 롤모델”이라며 “그녀가 부당하게 공격당하는 모습을 보는 다른 이주여성이 공적인 삶을 살 용기를 낼 수 있을까”라고 걱정했다.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편견은 특혜와 범죄 사이에서 춤춘다. 특혜를 받는 인물이라 ‘상상되는’ 이자스민 의원에 대한 비난과 몇몇이 관련된 강력 사건이 터지면 이주민 전체를 범죄자로 몰아가는 현실 사이에서 말이다. 지금, 이자스민에게 한 것이 이주민에게 한 모든 것이다.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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