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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을 깨고 싶었다”(인터뷰)
조글로미디어(ZOGLO) 2014년6월21일 09시21분    조회:5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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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이름 : 장률
▲ 지난 16일 영화 '경주'로 돌아온 장률 감독(51)을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뉴스컬처)   © 정아영 기자
 
‘경주’로 돌아온 장률 감독, “편견을 깨고 싶었다”(인터뷰)

(뉴스컬처=정연화 기자)
재중동포인 장률 감독(51)은 ‘경계’에 민감했다. 소수민족의 비극을 그린 ‘망종(2006)’, 유목민과 탈북자의 이야기를 담은 ‘경계(2007)’, 조선족과 탈북자의 모습을 담은 ‘두만강(2011)’ 등으로 이주와 분단, 한국 근현대사를 넘어 한국계 중국인, 탈북자, 몽골인 등 그리움의 정서가 깊이 내재한 경계인들의 삶을 주로 다뤄왔다.

이번에도 변함없다. 박해일과 신민아라는 배우가 함께했을 뿐, 7년 전 춘화의 기억을 찾아 경주에 온 남자와 찻집 여주인의 1박 2일을 그린 영화 ‘경주’는 장률 감독 특유의 고향에 대한 향수, 그리움의 정서가 인물과 대화, 관계 그리고 공간을 통해 흐른다.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한 카페에서 뉴스컬처와 만난 장률 감독은 “사람이 변해서 얼마나 변하겠나. 그놈이 그놈”이라며 기자의 말에 동의했다. 이제부터는 장률 감독에게서 ‘장르 도전’, ‘배신’, ‘변화’라는 수식어를 지우기로 한다.
 
‘경주’는 감독의 경험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장률 감독은 오래전, 지인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대구를 찾았고, 가까운 경주를 방문했다. 아리솔이라는 전통 찻집에서 차를 마신 기억, 그리고 그곳에 걸린 춘화 한 장의 여운. 여기까지가 그의 이야기이다. 신민아처럼 아름다운 여인도, 그 옆을 지키며 훼방 놓는 경찰도 없었다. “찻집 주인아주머니께서 잘해줬다”는 기억만 남았다.
 
주변에 있는 인물들을 자연스럽게 영화로 불러오게 됐다는 장 감독은 배우 박해일이 연기한 최현을 북경대 동북아정치학과 교수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많아서.” 최현과 박 교수가 다투게 되는 동북아 정서를 주제로 한 대화도 평소 지인들과 나누는 ‘보통의’ 말들이다.
 
“2년 전에 한국에 와서 드라마보다는 뉴스를 보게 됐어요. 왜 이렇게 예측들을 많이 하는지. (영화를 찍을 당시) 북한의 김정은 체제에 대해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렇기도 하고, 아주 친한 친구의 이름이 최현이고. 베이징에서 평소 친구들과 최현 장군에 대한 농담을 자주 해요. 여기서는 최현 장군을 모르지만, 우리 쪽에서는 너무 잘 알아요. 장군 중에 가장 싸움을 잘하는 장군. 그 아들이 최룡해라고, 요즘 많이 나오잖아요. 이게 다 친구들과 평소 나누는 대화예요.”
 
왕족들의 무덤을 뒤로한 채, 아이들이 뛰놀고 학생들이 애정 행각을 벌이는 그런 풍광이 아무렇지 않은 도시 경주. 그 분위기에 최현도 동참한다. 잔디밭에서 동네 할아버지가 운동으로 하는 태극권의 동작을 옆에서 따라 하고, 초에 불을 붙인 뒤 여러 차례 입김을 불어 꺼버리는, 그가 생각 없이 하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관객들에게는 웃음 코드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최현은 저가 웃긴 줄 모르는 모양이다. 저런 사람도 교수가 맞나 싶다. 그러나 “사람냄새 나는 사람에게 궁금함을 느낀다”고 말하는 장 감독은 최현을 일부러 “교수답지 않은 교수”로 만들었다.
 
“행동과 말, 의상이 전형적인 사람에게는 한 번도 궁금함을 느낀 적이 없었어요. ‘영화 하는 사람들은 이렇다’ 하는, ‘동북아정치를 전공하는 사람은 이렇다’ 하는 편견을 깨버리고 싶었어요. 그런 편견과 최현의 몸동작, 그리고 그가 우연히 던지는 말들이 충돌하면서 웃음이 나오는 거죠. 내 생각이 편견일 수 있다는 반성을 불러오기도 하고요. 그 사람의 리듬에 동의하면 설득력을 얻고, 설득력만 있으면 작품이 아니겠는가 생각해요.”
 
▲ '경주'는 꿈인지 현실인지가 모호한 영화이다. 장률 감독은 "사람은 공간의 지배를 많이 받는다. 사람이 살다 보면 아는 것 같은데 더 모르는 것이 많다. '현실인가 꿈인가, 도대체 무엇인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진은 영화 장면 중.     © 사진=언니네홍보사 제공

‘경주’에는 꽤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있다. 아리솔에서 차를 마시던 일본 관광객 두 명이 최현을 배우로 착각하고 그에게 함께 사진을 찍자고 부탁한다. 그리고 촬영을 마친 뒤, 이런 말을 한다. “일본의 과거를 용서해 달라.” 영화 속 일본인 관광객들은 한국에서 교수생활을 하는 실제 일본인들이었다. 그들 사이에서 일본어를 할 줄 알지만, 못 알아듣는 척 무심히 대답하는 최현, 그리고 중간에서 통역하는 공윤희. 그들이 참 이상하고도 묘한 분위기를 낳는다.
 
“제가 중국에서 왔잖습니까. 옆에서 중국말로 이상한 말 하면 못 들은 척해요. 왜 그런가. 분위기가 깨지는 거예요. 옆에서 다 알아들으면 이상하잖아요. 최현은 학문하는 사람이지 않습니까. 일본인 문제에 대해서 정말 이야기하자면 깊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깊게 하든지, 엉뚱하게 농담으로 넘기든지 해야 하는 거죠”
 
“종종 실생활에서 이런 일들이 발생해요. 보통 사람들끼리도 어색할 때가 있어요. 원인이 뭐냐면 일본정부에서 반성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지금 일본에서 사는 보통 사람들은 무슨 죄가 있습니까. 정부에서 제대로 반성하면 이 사람들이 어색해하고 불편해할 필요가 있습니까. 일본 사람들에게 그 대사를 시켰더니 자기는 놀랐다는 거예요. 평소 자주 하는 말이니까. 한국사람 보면 매일 사과한대요. 좋은 사람들끼리 대화하는데, 방향이 조금 다르게 흘러가면 웃음이 나오는 거고 재미있잖아요.”
 
최현은 공윤희와 찻집에서 처음 마주쳐 계모임에까지 함께 가게 되고, 술자리가 마무리된 뒤 윤희의 집에서 하루를 묵는다. 그런데 둘 사이에서 이렇다 할 로맨스도, 관심을 표하는 직접적인 행동도 없다. 공윤희는 일부러 방문을 살짝 열어놓지만, 최현은 들어가지 않는다. 둘은 그렇게 ‘별일 없이’ 하룻밤을 보낸다. 그러나 장 감독은 그것은 분명 ‘사랑’이라고 말한다. 
 
“사랑도 실제 범위가 넓습니다. 마지막에 행동까지 가진 않았지만, 사랑이라는 건 느낌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추억도 다 사랑의 범위에 맞지 않겠는가. 서로 사랑을 하고 통상적 개념의 사랑이라는 감정에 들어갔다가 거기에 빠져서 서로 원수가 돼버리는 기억보다는 훨씬 더 아름답지 않겠는가. 영화나 사랑이나 범위가 넓은 것이죠.”
 
▲ '경주'를 연출한 장률 감독(51)은 “요즘 영화들이 그렇게 만들어져서 그렇지, 우리 눈이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그렇지가 않다. 사람이 말할 때, 그 공간도 보이고 얼굴도 보여야 한다. 영화는 사람이 공간 안에서 어떻게 흐르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뉴스컬처)     © 정아영 기자
 
‘경주’는 대화가 많은 영화다. 대화 내용이 아닌, 대화를 나누는 공간과 그곳의 분위기, 그리고 그들의 숨소리에 주목해야 한다. 영화에서 경주는 “정서가 흐르는 공간”이다.

“영화라는 건 순간순간이 합쳐져 탄생하는 것 같아요. 요즘 영화들이 그렇게 만들어져서 그렇지, 우리 눈이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그렇지가 않아요. 사람이 말하면 그 공간도 보이고 얼굴도 보이고, 영화에는 정서가 흐르는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얼굴에만 카메라를 갖다 대는 것에 나는 참지 못해요. 날조하는 것 같은, 만들어내는 것 같이 너무 인위적이에요. 사람이 공간 안에서 어떻게 흐르는가가 중요하지 않는가.”
 
결국, 꿈인지 현실인지 모호한 채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장률 감독은 촬영차 경주에 머물며, 저녁에 신민아, 박해일과 산책하러 나갔다가 길을 잃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렇게 복잡한 곳도 아닌데. ‘경주’는 사실, 그렇게 길을 잃어가는 영화다.
 
“사람은 공간의 지배를 많이 받아요. 사람이 살다 보면 아는 것 같은데 더 모르는 것이 많아요. '현실인가 꿈인가, 도대체 무엇인가' 그런 생각을 하게 돼요. 우리가 그렇게 조급해하고 답답하고 짜증이 나고 하는 건 현실과 비현실을 너무 단절시켜서 그래요. 감수성을 보존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다 정신 나가란 소린 아니고(웃음).”
 

[프로필]
이름: 장률
학력: 연변대학 중국문화과
데뷔: 2000년 영화 ‘11살’
수상: 2010년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2006년 제32회 시애틀국제영화제 신인감독 심사위원특별상
작품활동: 영화 각본 및 연출 ‘풍경(2013)’, ‘두만강(2009)’, ‘이리(2008)’, ‘경계(2007)’ 외/ 연출 ‘중경(2007)’, ‘망종(2005)’ 외/ 각본 ‘주리(2012)’/ 프로듀서 ‘궤도(2007)’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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