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미옥(53살)씨,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날줄 모른다.그래서 그녀는 “웃음아줌마”로 소문났다. 그는 연길 예스마일치과병원을 운영하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치과의사이다.
그녀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귀맛 좋은 노래소리가 들려온다. 그런 그녀에게 몇년전부터는“노래부르는 치과의사”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붙었다.
요즘,“바다건너 구름너머”라는 조선가요를 부르는 그녀를 연변텔레비죤방송국 “매주일가”프로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수 있다.뿐만아니라 6년째 “아리랑극장”프로에 출연중이다.
목소리가 탁 트이여 시원시원하게 노래가락을 뽑아내기에 싸인을 해달라 요청을 하는 할아버지, 할머니 팬층도 생겼다고 그녀는 싱글벙글 좋아 어쩔줄 모른다.
병원을 찾는 환자가 넘쳐나 일상이 눈코뜰새없이 바쁜 그녀다.하지만 시간을 짜내서 매주 세번씩 꼭꼭 노래교실을 찾아 노래련습을 견지한다.
“40, 50대 녀성들이 즐기고 누릴만한 문화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안해, 엄마로 특별한 호칭이 없이 살아가는 요즘 우리 나이 또래 녀성들이 주부우울증에 갱년기로 몸살을 앓고있는 이들이 많습니다.제가 이렇게 항상 웃고 떠들며 나름대로 건강하게 보내는데는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노래가 있었기때문입니다.”
치과의사가 시간을 짜내 취미삼아 노래부르는데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대화 내내 유쾌한 웃음을 지으며 솔직담백하게 살아온 과정을 이야기하는 류미옥씨의 유쾌함뒤에는 뜻밖에도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
그녀는 지난 1999년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꽃같은 딸을 병으로 먼저 저세상에 보내야 했단다.그때 겨우 15살난 꽃망울을 피워보지도 못한 딸을 보내면서 그녀는 억장이 무너지는것 같았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10여년전에는 자신을 그토록 믿어주고 사랑해주던 남편마저 뇌경색으로 먼저 떠나보내야만 했다.
그녀는 “내가 겉으로 보기엔 유쾌하고 상쾌하며 통쾌해보이지만 속은 이미 문드러지고 새까맣게 타버려서 재더미만 남았을겁니다.사랑하는 사람들을 앞세우고도 속시원히 눈물을 흘릴수도 없었습니다”고 말한다.
“인생에서 가장 큰 고통은 사랑하는 사람과 리별하는것입니다. 남편과 딸애를 먼저 저세상으로 보내고 우울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감히 짐작도 못할 일이지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서글픈 웃음을 지으며 눈굽을 찍는다.
“힘들고 슬프다고 오만상을 찡그리면 어느 환자가 이런 치과의사를 찾아오겠습니까. 환자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항상 미소를 잃지 않습니다.제가 오히려 저를 찾는 사람들을 위로해줍니다.”
그녀가 그토록 노래부르기를 즐기는것도 그때문인지 모른다. 그녀는 노래를 부를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그때는 모든 번뇌가 사라지고 행복하기만 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와 같은 아픈 상처가 있거나 주부우울증, 갱년기로 고생하고있는 사람들에게 나 자신의 생기있는 에너지를 전달하고싶습니다.꿋꿋하게 열정적으로 생활을 대해야 진정 행복한겁니다”라고 하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녀는 단순히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평소 소신대로 어려운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정기적으로 장애인들에게 무료치과치료를 해주고있다.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찾아올 때면 선뜻 최저가로 부담없는 가격에 치료를 해주기도 한다.
“저한테 찾아오는 환자들은 치과상담보다 먼저 하는 얘기가 제가 부르는 노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가끔은 텔레비죤을 시청하고 노래부르는 치과의사 맞냐고 전화가 올 때도 많습니다. 뿌듯할따름입니다.” 그녀는 무척이나 행복해보였다.
그녀는“분명 나 혼자만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답답한 일상에서 꼼짝 못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일탈을 보여주며 숨 쉴 시간을 만들어주고싶다”고 즐겁게 말하고있다.
연변일보 글·사진 신연희 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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